팔만대장경 프로젝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고려 시대에 우리 조상들은 당대의 지식을 집대성하여 팔만대장경을 편찬하였습니다. 오늘날의 팔만대장경은 동서양의 수많은 고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21세기의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고전 문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생성형 AI 기술인 LLM의 발전으로 팔만대장경 프로젝트가 가능해졌습니다. LLM은 거의 전문가 수준의 매끄러운 번역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한국어 사용자 누구나 고전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Anthropic의 Claude-3.5 Sonnet Google의 Gemini-1.5 Pro와 Gemini-1.5 Flash, 그리고 Microsoft의 Text 분석 기술을 MAIDEPOT의 AI 자동 융복합 기능으로 결합하여 활용하였습니다. 번역에 사용된 도구와 프롬프트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PDF 300페이지 번역 전문가 수준의 초벌 번역"
물론 LLM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생성형 AI의 특성상 일부 어색하거나 틀린 번역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고전 서적을 번역하여 지식의 문턱을 낮추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날 것의 상태로 프로젝트의 양과 질과 높이는 일에 여러분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프로젝트에 번역 또는 편집으로 도움을 주실 수 있다면 contact@maidepot.com 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원문 정보: 17세기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모음집 “모범 소설집”의 스페인어 원문 번역입니다. 소설집의 표지, 헌정사, 서문, 목차와 첫 세 편의 소설 “라 히타니야”, “관대한 연인”,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번역 시 고려사항:
- 17세기 스페인어의 특징을 살려 고풍스러운 문체로 번역해야 합니다.
- 각 소설의 배경과 등장인물의 신분에 맞는 어투를 사용해야 합니다.
- 스페인 문화와 관련된 고유명사, 지명, 풍습 등은 주석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도와야 합니다.
- 시, 노래 가사 등은 운율을 살려 번역하는 것이 좋습니다.
- 나레이션은 ‘-했다.’와 같이 짧게 끝나는 문체를 사용해야 합니다.
라 히타니야:
- Preciosa: 프레시오사 – 아름다운 집시 소녀. 영리하고 재치 넘치며 정직한 성품을 지녔습니다.
- Abuela: 아부엘라 – 프레시오사를 키운 노파. 집시들의 삶과 규율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프레시오사를 보호하려 애씁니다.
- Andrés Caballero (Don Juan de Cárcamo): 안드레스 카바예로 (돈 후안 데 카르카모) – 프레시오사에게 반한 귀족 청년. 신분을 숨기고 집시가 되어 프레시오사의 사랑을 얻으려 합니다.
- Cristina: 크리스티나 – 프레시오사의 집시 친구.
- El Tiniente: 엘 티니엔테 – 마드리드의 치안 판사.
- Doña Clara: 도냐 클라라 – 엘 티니엔테의 아내.
- El Escudero: 엘 에스쿠데로 – 도냐 클라라의 시종.
- El Paje Poeta: 엘 파헤 포에타 – 프레시오사에게 시를 써주는 시종.
- Padre de Don Juan: 돈 후안의 아버지 – 돈 후안의 아버지. 엄격하며 아들의 경솔한 행동에 분노합니다.
- El Viejo Gitano: 엘 비에호 히타노 – 집시들의 규율과 삶에 대해 설명하는 노인.
- Clemente (Don Sancho): 클레멘테 (돈 산초) – 불행한 사건으로 신분을 숨기고 집시들과 함께하게 된 청년. 시적 재능이 있습니다.
- Juana Carducha: 후아나 카르두차 – 안드레스에게 반해 그를 함정에 빠뜨리는 여관 주인의 딸.
- El Alcalde: 엘 알칼데 – 마을의 행정관.
- El Sobrino del Alcalde: 엘 소브리노 델 알칼데 – 행정관의 조카. 안드레스에게 모욕을 주다 살해당합니다.
- La Corregidora: 라 코레히도라 – 무르시아의 행정관 부인.
- El Corregidor: 엘 코레히도르 – 무르시아의 행정관.
- Licenciado Pozo: 리센시아도 포소 – 프레시오사의 이야기를 시로 쓴 유명한 시인.
관대한 연인:
- Ricardo: 리카르도 – 레오니사를 사랑하는 트라파니 출신의 귀족.
- Mahamut: 마하무트 – 리카르도의 친구인 터키 청년.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습니다.
- Leonisa: 레오니사 – 리카르도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
- Cornelio: 코르넬리오 – 레오니사가 사랑하는 청년.
- Hazan Bajá: 하산 바하 – 키프로스의 새 행정관.
- Alí Bajá: 알리 바하 – 키프로스의 이전 행정관.
- El Cadí: 엘 카디 – 도시의 판사. 레오니사를 욕망합니다.
- Yzuf: 유주프 – 레오니사를 납치한 해적 두목.
- Fetala: 페탈라 – 다른 해적선의 두목.
- Halima: 할리마 – 엘 카디의 아내. 마리오를 욕망합니다.
- Mario (Ricardo): 마리오 (리카르도) – 신분을 숨기고 마리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리카르도.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
- Pedro del Rincón (Rinconete): 페드로 델 린콘 (린코네테) – 능숙한 사기꾼 소년.
- Diego Cortado (Cortadillo): 디에고 코르타도 (코르타디요) – 손재주가 뛰어난 소매치기 소년.
- Monipodio: 모니포디오 – 세비야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
- Ganchuelo: 간추엘로 –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를 모니포디오에게 데려간 소년.
- El Arriero: 엘 아리에로 –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에게 속아 돈을 잃은 노새몰이꾼.
- El Medio Estudiante: 엘 메디오 에스투디안테 – 코르타디요에게 돈을 잃은 학생.
- El Soldado: 엘 솔다도 – 린코네테를 고용한 군인.
- El Sacristán: 엘 사크리스탄 – 코르타디요에게 돈과 손수건을 잃은 교회 관리인.
- Cristina: 크리스티나 – 모니포디오 조직의 여성 조직원.
- Chiquiznaque: 치키스나케 – 모니포디오 조직의 칼잡이.
- Maniferro: 마니페로 – 모니포디오 조직의 칼잡이. 한 손이 의수입니다.
- Juliana la Cariharta: 훌리아나 라 카리하르타 – 모니포디오 조직의 여성 조직원. 레폴리도에게 폭행당했습니다.
- Repolido: 레폴리도 – 훌리아나를 폭행한 모니포디오 조직의 조직원.
- La Gananciosa: 라 가난시오사 – 모니포디오 조직의 여성 조직원. 치키스나케의 연인.
- La Escalanta: 라 에스칼란타 – 모니포디오 조직의 여성 조직원. 마니페로의 연인.
- Silbatillo: 실바티요 – 모니포디오 조직의 젊은 조직원.
- Pipota: 피포타 – 모니포디오 조직에 정보를 제공하는 노파.
- Tagarote: 타가로테 – 모니포디오 조직의 망보는 소년.
- El Renegado: 엘 레네가도 – 모니포디오 조직의 조직원.
- Centopiés: 센토피에스 – 모니포디오 조직의 조직원.
- El Caballero: 엘 카바예로 – 치키스나케에게 폭행을 의뢰한 청년.
- Lobillo el de Málaga: 로비요 엘 데 말라가 – 모니포디오 조직에 새로 합류할 사기꾼.
- El Judío: 엘 후디오 – 성직자로 변장해 사기를 치는 유대인.
모든 중요 용어 번역어:
- NOVELAS EJEMPLARES: 모범 소설집
- LA JITANILLA: 라 히타니야 (집시 소녀)
- EL AMANTE LIBERAL: 관대한 연인
- RINCONETE Y CORTADILLO: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
- Leipzig: 라이프치히
- F. A. BROCKHAUS: F. A. 브로크하우스
- DEDICATORIA: 헌정사
- PRÓLOGO: 서문
- ÍNDICE: 목차
- jitanos: 집시들
- jitanas: 집시 여자들
- villancicos: 빌란시코 (스페인 전통 노래)
- seguidillas: 세기디야 (스페인 전통 노래와 춤)
- zarabandas: 사라반다 (스페인 전통 춤)
- romances: 로망스 (스페인 전통 서사시)
- caudal: 재산
- corte: 궁정
- rancho: 야영지
- campos de Santa Bárbara: 산타 바르바라 들판 (마드리드 외곽 지역)
- tamboril: 탬버린
- castañetas: 캐스터네츠
- Santa Ana: 성 안나
- iglesia de Santa María: 산타 마리아 교회
- sonajas: 방울
- ochavos: 8분의 1 레알 (스페인 화폐 단위)
- cuartos: 4분의 1 레알
- calle de Toledo: 톨레도 거리
- tiniente: 치안 판사
- paje: 시종
- escudo: 에스쿠도 (스페인 금화)
- Romancero general: 로망세로 헤네랄 (스페인 로망스 모음집)
- hábito: 훈장
- Calatrava: 칼라트라바 훈장
- real de á ocho: 8 레알
- real de á cuatro: 4 레알
- maravedís: 마라베디 (스페인 화폐 단위)
- dedal: 골무
- Avemarías: 아베 마리아 (기도)
- aldea: 마을
- garrama: 이익, 돈벌이
- Manzanares: 만사나레스 강
- Tajo: 타호 강
- Gánges: 갠지스 강
- hermano: 형제
- alcabala: 세금
- almojarifazgo: 관세
- malbaratillo: 싸구려 시장
- Arenal: 아레날 (세비야의 광장)
- flota: 함대
- galeras: 갤리선
- esportilla: 바구니
- carnicería: 정육점
- plaza de San Salvador: 산 살바도르 광장
- Pescadería: 어시장
- Costanilla: 코스타니야 (세비야의 거리)
- feria: 시장
- albures: 숭어
- sardinas: 정어리
- acedías: 도다리
- bolsillo: 지갑
- ámbar: 호박
- docena: 12개
- cordales: 어금니
- colegial de Salamanca: 살라망카 대학생
- jinoveses: 제노바 사람들
- valoncica: 레이스
- vainiila: 레이스 뜨개질
- labradoras: 농부 여자들
- mancebo: 청년
- cintillo: 모자 장식 끈
- plumas: 깃털
- herreruelo: 망토
- mayorazgo: 장자 상속
- Alpujarras: 알푸하라스 산맥
- Oran: 오랑
- Ocaña: 오카냐
- terceros: 제3자
- abadesa: 여자 수도원장
- canónigo: 참사회 회원
- rubia: 금발
- blanca: 백인
- lunar: 점
- antipodas: 지구 반대편
- doblon de dos caras: 양면 금화
- soneto: 소네트 (시의 형식)
- paje: 시종
- jinoves: 제노바 사람
- vendimia: 포도 수확
- baraacas: 오두막
- toldo: 천막
- alcornoque: 코르크나무
- tenazas: 집게
- cabriolas: 재주넘기
- garrote: 몽둥이
- almalafa: 비단 망토
- raso: 새틴
- trencillas: 장식 끈
- almofia: 물병
- agua bendita: 성수
- bayeta: 모직물
- antojos: 안경
- rosarios: 묵주
- halduda: 주름
- limosna: 자선
- esgrima: 검술
- broqueles: 방패
- corcho: 코르크
- arca: 상자
- mezquita: 모스크
- zala: 기도
- chilibí: 귀족
- almohada: 베개
- doblas: 금화
- Constantinopla: 콘스탄티노플
- Gran Señor: 술탄
- Visir Bajá: 대재상
- Bajá: 바하 (오스만 제국의 고위 관리)
- Chipre: 키프로스
- Cairo: 카이로
- berberisco: 베르베르인
- Fez: 페즈
- Marruecos: 모로코
- Argel: 알제
- carcajes: 팔찌, 발찌
- cendal: 비단
- almojarifazgo: 관세
- Xio: 키오스 섬
- cequíes: 체키 (오스만 제국의 화폐 단위)
- bergantiín: 범선
- boyas: 선원
- chusma: 갤리선 노예
- Natolia: 아나톨리아
- Alejandría: 알렉산드리아
- levant: 동풍
- Tinacria: 시칠리아
- Melazo: 밀라초
- Palermo: 팔레르모
- Faro de Mesina: 메시나 등대
- Tripol de Berbería: 트리폴리
- levantes: 노예 병사
- Tripol: 트리폴리
- Pantanalea: 판텔레리아 섬
- caramuzales: 상인
- barraganes: 모직물
- alquiceles: 염료
- Levante: 레반트 (동 지중해 지역)
- Ródas: 로도스 섬
- Viserta: 비제르테
- entena: 돛대
- arraez: 선장
- capitana: 기함
- Fabiana: 파비냐나 섬
- mayordomo: 집사
- alcaide de los muertos: 유산 관리인
- mezquita: 모스크
- chauz: 경찰
- argüeñas: 바구니
- neblíes: 흰매
- volatería: 매 사냥
- alcancía: 돈궤
- acera de San Francisco: 산 프란시스코 길
- idiotez: 백치
- idiotez: 백치
- esdrújulas: 모음 강세가 뒤에서 세 번째 음절에 있는 단어
- arbitrista: 재정 정책 제안자
- arbitrio: 재정 정책
- Cortes: 의회
- alholvas: 병아리콩
- Capacha: 카파차 (자선 단체)
- Mahudes: 마우데스 (자선 단체)
- alano: 알라노 (스페인 사냥개)
- jifero: 도살자
- ministros: 도살자 조수
- chapin: 나막신
- cordel: 밧줄
- San Bernardo: 산 베르나르도
- hato: 가축 떼
- ovejas: 양
- carneros: 숫양
- alcabala: 세금
- zaguan: 현관
- vade mecum: 휴대용 안내서
- lonja: 거래소
- machuelo: 당나귀
- piovano: 본당 신부
- Cribelos: 크리벨로 (밀라노 가문)
- masara: 하녀
- vizcaínos: 비스카야 사람들
- gallegos: 갈리시아 사람들
- asturianos: 아스투리아스 사람들
- portugueses: 포르투갈 사람들
- lacería: 탐욕
- adagio: 격언
- atenienses: 아테네 사람들
- buey: 황소
- escuti: 에스쿠도 (이탈리아 금화)
- follados: 가죽 주머니
- escuti: 에스쿠도
- in oro: 금으로
- cañuto: 밀고
- jayanes: 싸움꾼
- rufos: 싸움꾼
- Triana: 트리아나 (세비야 지역)
- Monipodio: 모니포디오 (세비야 범죄 조직 두목)
- soplo: 밀고
- Montiel: 몬티엘 (베르간사 어머니의 이름)
- Camacha de Montilla: 라 카마차 데 몬티야 (몬티야의 유명한 마녀)
- Eritos: 에리토 (마녀)
- Circes: 키르케 (마녀)
- Medeas: 메데이아 (마녀)
- Montiela: 몬티엘라 (베르간사 어머니의 이름)
- Cañizares: 카니사레스 (베르간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녀)
- Rodriguez el ganapan: 로드리게스 엘 가나판 (몬티엘라의 연인)
- sacristan: 교회 관리인
- tropelía: 사기
- Asno de oro: 황금 당나귀
- jira: 마녀들의 모임
- cabron: 염소
- Mairena: 마이레나
- mutatio caparum: 망토 교체
- arbitrio: 재정 정책
- Cortes: 의회
- alholvas: 병아리콩
- Capacha: 카파차 (자선 단체)
- Mahudes: 마우데스 (자선 단체)
- alquimista: 연금술사
- arbitrista: 재정 정책 제안자
- arbitrio: 재정 정책
- Cortes: 의회
- alholvas: 병아리콩
- baldeo: 방탕
- rodancho: 방탕
- Bartolo: 바르톨로 (법학자)
- Baldo: 발도 (법학자)
- celosía: 창살
- beata: 독실한 여성 신자
- austeridad: 금욕
- granada: 위엄 있는
- cursantes: 학생
- peaje: 통행료
- tinta: 매춘
- ventosa: 주름
- Santinuflo: 산티누플로 (묵주 제작지)
- junco: 지팡이
- Fernan Gonzalez: 페르난 곤살레스 (카스티야 백작)
- martingala: 흉갑
- borceguíes: 부츠
- bejeranos: 베하르 지방의
- fajas: 띠
- gorra: 모자
- Milan: 밀라노
- aguja: 바늘
- tahali: 칼집 끈
- navarrisca: 나바라 지방의
- burriel: 모직물
- contray: 모직물
- frisado: 모직물
- chapines: 나막신
- clavetes: 장식 못
- rapacejos: 장식 술
- bruñida: 광택
- ámbar: 호박
- garza: 왜가리
- baldeo: 방탕
- rodancho: 방탕
- albahacas: 바질
- peaje: 통행료
- tinta: 매춘
- Santinuflo: 산티누플로 (묵주 제작지)
- Fernan Gonzalez: 페르난 곤살레스 (카스티야 백작)
- martingala: 흉갑
- borceguíes: 부츠
- bejeranos: 베하르 지방의
- fajas: 띠
- gorra: 모자
- Milan: 밀라노
- aguja: 바늘
- tahali: 칼집 끈
- navarrisca: 나바라 지방의
- burriel: 모직물
- contray: 모직물
- frisado: 모직물
- chapines: 나막신
- clavetes: 장식 못
- rapacejos: 장식 술
- bruñida: 광택
- ámbar: 호박
- garza: 왜가리
번역문:
필사본 주석
- 이탤릭체는 밑줄로 표시하고 대문자는 그대로 대문자로 표기했다.
- 인쇄상의 오류는 별도의 표시 없이 수정했다.
- 원문의 철자법을 존중했으며, 이는 현대 철자법과 다를 수 있다.
- 따옴표, 괄호, 느낌표, 물음표의 짝을 맞추고 대문자 첫 글자에 필요한 경우 악센트를 추가했다.
- 읽기 쉽도록 긴 단락을 나누고, 가르시아 로페스의 2005년 비평판에서 사용한 위치에 구두점과 대화 구분선을 추가했다.
- “개들의 대화”에서 “시피온”과 “베르간사”의 이름 약어를 풀어 썼다.
- 각주는 번호를 다시 매기고 책 끝으로 옮겼다.
스페인 작가 전집
제25권
모범 소설집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삽화]
라이프치히:
F. A. 브로크하우스
1883년
헌정사
페드로 페르난데스 데 카스트로,
레모스 백작, 안드라데 및 비야르바 백작 등에게
통상 자신의 작품을 어느 왕자에게 헌정하는 이들은 두 가지 잘못을 범한다. 첫째는 헌정사라 불리는 편지에서 간단명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장황하게 진실이든 아첨이든 그의 부모와 조부의 업적뿐 아니라 모든 친척, 친구, 후원자들의 업적까지 상기시키며 길게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악의에 찬 비방자들의 입에 물리지 않도록 그들의 보호와 후원 아래 작품을 두겠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나는 이 두 가지 잘못을 피하고자 여기서 각하의 고귀하고 유구한 가문의 위대함과 칭호, 그리고 천부적이든 후천적이든 무한한 덕목들을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 새로운 피디아스와 리시포스들이 그것들을 대리석과 청동에 새기고 조각하여 시간의 흐름에 맞서게 하도록 남겨두겠다. 또한 각하께 이 책을 보호해달라고 간청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좋지 않다면 아스톨포의 히포그리프의 날개 아래나 헤라클레스의 곤봉 그늘 아래 두어도 조일로스, 키니코스, 아레티노스, 베르니아스 같은 자들이 비방을 삼가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각하께서 주목해주시기를 바라는 것은 내가 아무 말 없이 12편의 이야기를 보내드린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들이 내 지성의 작업장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가장 뛰어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자부할 만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니, 각하께 봉사하고자 하는 내 소망의 일부를 보여드리는 셈이다. 각하는 나의 진정한 주인이자 은인이시다. 하느님께서 각하를 지켜주시기를.
1613년 7월 13일 마드리드에서
각하의 하인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서문
가능하다면 (친애하는 독자여) 이 서문을 쓰지 않고 싶었다. 내 돈키호테에 붙인 서문이 그리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번에는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내 재능보다는 성격 덕분에 평생 사귄 많은 친구 중 한 명의 잘못이다. 그 친구는 관례대로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내 초상화를 새기고 조각할 수 있었다. 유명한 돈 후안 데 하우레기가 내 초상화를 그려줬다면 내 야심은 충족되었을 것이고, 세상의 눈앞에 그토록 많은 창작물을 내놓는 자의 얼굴과 체격이 어떤지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의 욕구도 해소되었을 것이다. 그 초상화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을 것이다. “여러분이 보시는 이 사람은 매부리코에 갈색 머리, 매끈하고 넓은 이마, 밝은 눈, 곧고 잘 생긴 코, 은빛 수염(20년 전만 해도 금빛이었다), 큰 콧수염, 작은 입, 치아는 많지 않아 위아래로 6개뿐이며 그마저도 상태가 좋지 않고 잘 맞지 않는다. 키는 평균보다 크지도 작지도 않고, 안색은 창백하기보다는 밝은 편이며, 약간 굽은 등에 발은 그리 빠르지 않다. 이 사람이 바로 갈라테아, 돈키호테 데 라 만차, 그리고 체사레 카포랄 페루지노를 모방한 파르나소 여행의 저자이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다른 작품들의 저자다. 그의 이름은 보통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라고 한다. 그는 오랫동안 군인으로 지냈고 5년 반 동안 포로로 지내면서 역경 속에서도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레판토 해전에서 왼손에 총상을 입어 못생겨 보이지만, 그는 그 상처를 아름답다고 여긴다. 과거의 세기들이 보았고 미래의 세기들도 보지 못할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고귀한 장소에서 전쟁의 번개 같은 아들, 행복한 기억의 카를로스 5세의 승리의 깃발 아래에서 싸우다 얻은 상처이기 때문이다.” 내가 불평하는 이 친구가 이런 것들 외에 나에 대해 말할 것이 없었다면, 나 스스로 내 자신에 대해 두 다스의 증언을 만들어 그에게 비밀리에 전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 이름을 널리 알리고 내 재능의 명성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찬사들이 정확히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칭찬이나 비방에는 정확한 지점이나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기회는 지나갔고, 나는 초상화도 설명도 없이 남게 되었다. 그래서 내 혀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비록 말을 더듬지만, 진실을 말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진실은 손짓만으로도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친애하는 독자여) 이 소설들 중 어느 것도 네가 요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들에는 발도, 머리도, 내장도, 그와 비슷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내 말은, 어떤 소설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랑의 달콤한 말들이 기독교적 이성과 논리에 맞게 정직하고 절제되어 있어서 부주의하거나 신중한 사람이 읽어도 나쁜 생각을 일으킬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이 소설들을 ‘모범적’이라고 이름 붙였다. 잘 살펴보면 그 중 어느 것에서도 유익한 교훈을 얻을 수 없는 것이 없다. 이 주제를 더 길게 다루지 않는다면, 아마도 모든 소설을 함께, 또 각각 따로 살펴보면서 얻을 수 있는 맛있고 정직한 결실을 네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내 의도는 우리 공화국의 광장에 트루코 놀이 탁자를 하나 놓아 각자가 해를 입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정직하고 즐거운 오락은 해롭기보다는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항상 성전에 있을 수 없고, 항상 기도실에 머물 수 없으며,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항상 일에 매달릴 수 없다. 괴로운 정신이 쉴 수 있는 휴식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로수길이 만들어지고, 샘이 찾아지며, 언덕이 평평해지고, 정원이 세심하게 가꾸어진다. 한 가지 감히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만약 이 소설들을 읽는 것이 독자에게 나쁜 욕망이나 생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나는 그것들을 출판하기보다는 그것들을 쓴 손을 잘랐을 것이다. 내 나이가 이제 다른 삶을 가지고 농담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55세를 넘겼고, 9년을 더하면 64세가 된다.
내 재능은 여기에 적용되었고, 내 성향은 이렇게 이끌린다. 나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스페인에서 소설을 썼다고 자부한다. 내가 쓴 많은 소설들은 인쇄되어 세상에 나왔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는 정직한 오락을 제공하면서도 해롭거나 부적절하지 않은 길을 열었다. 만약 이런 목적을 달성했다면, 나는 내 시간을 잘 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단순한 영혼으로, 해를 끼칠 의도 없이 속았다고 믿을 것이다.
여기 카스티야어로 쓰인 소설들이 있노라. 이 소설들은 모두 내 고유의 창작물로, 다른 언어에서 번역하거나 모방하지 않았다. 내 재능이 이들을 잉태하고 내 펜이 이들을 낳았으며, 이제 인쇄기의 품에 안겨 자라나고 있노라. 이들에 이어 생명이 허락한다면 ‘페르실레스의 고난’을 선보일 터인데, 이는 감히 헬리오도로스와 겨룰 만한 작품이니, 너무 무모하여 실패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돈키호테’의 위업과 산초 판사의 재치를 더욱 확장한 이야기를 보게 될 것이며, 곧이어 ‘정원의 주간들’도 나올 것이다.
나의 미약한 힘으로 이토록 많은 것을 약속하고 있으나, 누가 욕망에 고삐를 메울 수 있으랴? 다만 이것만은 생각해 주기 바라노니, 내가 이 소설들을 위대한 레모스 백작에게 바치려 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이들 속에 숨겨진 어떤 신비가 이들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있는 것이리라.
더 이상 말하지 않겠노라. 다만 신께서 그대를 지키시고, 나에게는 내 작품에 대해 몇몇 까다롭고 점잔 빼는 이들이 할 말을 잘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을 주시기를.
안녕히.
목차
헌정사 V
서문 VII
라 히타니야 1
관대한 연인 49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 87
라 에스파뇰라 잉글레사 116
유리 학사 149
피의 힘 169
질투심 많은 에스트레메뇨 사나이 185
고귀한 하녀 213
두 소녀 254
코르넬리아 부인 285
사기 결혼 314
시피온과 베르간사의 대화 324
가짜 이모 373
라 히타니야
집시들은 오직 도둑이 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같았다. 도둑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도둑들 사이에서 자라나며 도둑질을 배우고, 마침내 완전한 도둑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도둑질에 대한 욕망과 실제 도둑질은 그들에게 죽음으로써만 제거될 수 있는 분리할 수 없는 우연한 성질과도 같았다.
이 민족 중 한 늙은 집시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카코의 학문에서 은퇴할 만큼 노련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녀라고 주장하는 소녀 하나를 키웠는데, 그 아이의 이름을 프레시오사라 지었고 모든 집시의 술수와 속임수, 도둑질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이 프레시오사는 모든 집시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춤꾼이 되었고, 집시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미인과 현명함으로 유명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영리한 소녀가 되었다. 태양도, 바람도, 하늘의 모든 악천후도 – 집시들이 다른 어떤 민족보다 더 많이 노출되는 – 그녀의 얼굴을 해치거나 손을 거칠게 만들지 못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받은 천박한 교육이 그녀의 태생이 집시보다 더 고귀함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극히 예의 바르고 말솜씨가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소 대담했지만, 그것이 어떤 부정함을 드러내는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영리하면서도 매우 정숙해서, 그녀 앞에서는 어떤 늙은 집시 여인도, 젊은 집시 여인도 음란한 노래를 부르거나 적절치 못한 말을 하지 못했다. 결국 할머니는 손녀에게 보물이 있음을 깨달았고, 늙은 독수리는 자신의 독수리 새끼를 날개 펴고 날아오르게 하여 그 발톱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프레시오사는 빌란시코, 코플라, 세기디야, 사라반다, 그리고 특히 로망스 등 여러 노래들을 풍부하게 알고 있었고, 이를 특별한 우아함으로 노래했다. 그녀의 교활한 할머니는 어린 나이와 뛰어난 미모를 지닌 손녀의 그러한 재주와 우아함이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데 가장 행운을 가져다줄 매력이자 자극제가 될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그런 것들을 구하고 찾아 나섰다. 그녀에게 그것들을 제공할 시인도 있었다. 집시들과 어울리며 그들에게 작품을 팔아넘기는 시인들도 있었고, 맹인들을 위해 기적을 지어내고 그 이익을 나누어 갖는 이들도 있었다. 세상에는 온갖 것이 다 있고, 때로는 배고픔이 재능을 지도에도 없는 일들로 내몰기도 한다.
프레시오사는 카스티야의 여러 지역에서 자랐고, 15세가 되었을 때 양母는 그녀를 궁정으로, 그리고 그들의 옛 야영지로 데려왔다. 집시들은 주로 산타 바르바라 들판에 야영지를 두었는데, 궁정에서는 모든 것이 팔리고 모든 것이 사들여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프레시오사가 마드리드에 처음 들어온 것은 마을의 수호성인이자 변호인인 성 안나의 날이었다. 그녀는 8명의 집시 여인들과 함께 춤을 추었는데, 4명은 나이 든 여인들이었고 4명은 소녀들이었으며, 한 명의 집시 남자가 뛰어난 춤꾼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그들은 모두 깨끗하고 잘 차려입었지만, 프레시오사의 우아함은 그녀를 바라보는 모든 이의 눈을 조금씩 사로잡았다. 탬버린과 캐스터네츠 소리, 그리고 춤의 흥분 속에서 프레시오사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칭찬하는 소문이 퍼져나갔고, 소년들은 그녀를 보러 달려왔으며 남자들은 그녀를 바라보러 왔다. 하지만 그들이 그녀가 노래하는 것을 들었을 때 – 춤이 노래와 함께 되었기에 – 그때야말로 대단했다. 그때 집시 소녀의 명성은 날개를 달았고, 축제 대표들의 만장일치로 그녀에게 즉시 최고의 춤 상과 상품이 수여되었다. 그들이 산타 마리아 교회에서 영광스러운 성 안나의 형상 앞에서 춤을 추게 되었을 때, 모든 이가 춤을 춘 후 프레시오사는 방울을 들고 그 소리에 맞추어 빙글빙글 빠르고 가벼운 회전을 하며 다음과 같은 로망스를 노래했다.
귀중한 나무여,
열매 맺는 데 오래 걸렸네
수년간 슬픔으로
뒤덮일 수 있었던 세월
그리고 순결한 배우자의 소망을
이루어 주었네
그의 희망과는 달리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았던
그 지체로 인해
그 불만이 생겨났고
가장 의로운 사람을
성전에서 내쫓았네
거룩한 불모의 땅이여
마침내 온 세상을
먹여 살리는
모든 풍요를 낳았네
화폐 주조소여
거기서 주조된 화폐는
하느님께 인간의 모습을 주었네
한 딸의 어머니여
그 딸을 통해 하느님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위대함을 보이셨네
당신과 당신의 딸로 인해
안나여, 당신은 우리의 불행에
구원을 찾는
피난처가 되셨나이다
어떤 면에서
당신은, 의심할 여지없이,
손자에 대해 경건하고
정당한 권위를 갖고 계시나이다
만약 당신이 되었다면
천상의 궁전의 동료
천 명의 친척들이
당신과 함께 갔을 것입니다
얼마나 위대한 딸이요! 얼마나 위대한 손자요!
그리고 얼마나 위대한 사위인가! 순간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당신은 승리의 노래를 불렀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겸손하게
학업의 장이 되셨고, 거기서
당신의 딸은
겸손한 공부를 하셨나이다
그리고 지금 그분 곁에서
하느님께 가장 가까이 계시며
내가 거의 짐작하지 못할
높은 곳을 누리고 계시나이다
프레시오사의 노래는 그것을 듣는 모든 이를 감탄하게 했다. 어떤 이들은 “하느님이 너를 축복하시기를, 소녀야”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은 “이 아가씨가 집시라니 안타깝구나. 정말이지 그녀는 위대한 귀족의 딸이 되기에 충분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들은 더 무례하게 말했다. “저 계집아이를 자라게 내버려 두게. 그녀는 제 멋대로 할 걸세. 맹세코 그녀는 마음을 낚는 데 능숙한 그물이 될 거야.” 더 인간적이지만 더 거칠고 어리석은 한 사람은 그녀가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너무나 가볍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말했다. “어서, 아가야, 어서, 사랑아, 그 먼지를 아주 가늘게 밟아.” 그러자 그녀는 춤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요, 난 아주 가늘게 밟을 거예요.”
성 안나의 저녁 기도와 축제가 끝났고, 프레시오사는 조금 피곤해졌지만, 아름다움과 재치, 그리고 분별력으로 크게 칭찬받았다. 태양도, 바람도, 그리고 집시들이 다른 어떤 민족보다 더 많이 노출되는 하늘의 모든 악천후도 그녀의 얼굴을 해치거나 손을 거칠게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받은 천박한 교육이 그녀의 태
무희였던 프레시오사는 궁정에서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15일 후 그녀는 습관대로 마드리드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방울을 든 세 명의 소녀들과 함께였다. 그들은 새로운 춤과 로망스, 즐거운 노래들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모두 정숙한 것들이었다. 프레시오사는 자기 일행이 외설적인 노래를 부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자신도 결코 그런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이를 눈여겨보고 그녀를 높이 평가했다. 늙은 집시 여인은 언제나 프레시오사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아르고스처럼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누군가 프레시오사를 데려가거나 꾀어낼까 두려워했다. 그녀는 프레시오사를 손녀라 불렀고, 프레시오사는 그녀를 할머니라 여겼다. 그들은 구경꾼들을 즐겁게 하려고 톨레도 거리의 그늘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곧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원을 이루었다. 춤을 추는 동안 노파는 구경꾼들에게 동전을 구걸했고, 마치 과녁에 돌을 던지듯 8분의 1 레알과 4분의 1 레알 동전들이 쏟아졌다. 아름다움은 잠자는 자선심을 깨우는 힘이 있는 법이다.
춤이 끝나자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4분의 1 레알만 주시면 제가 혼자 아주 멋진 로망스를 불러드리겠어요. 우리 왕비 마르가리타 부인께서 산욕 후 첫 미사를 드리러 바야돌리드의 산 요렌테 성당에 가셨을 때의 이야기예요. 정말 유명한 시인이 지은 걸작이라고요.”
그녀가 이 말을 하자마자 원 안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소리쳤다.
“불러라, 프레시오사야. 여기 4분의 1 레알이 있다!”
그리하여 4분의 1 레알 동전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노파가 주워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수확을 거두고 나서 프레시오사는 방울을 흔들며 경쾌하고 활기찬 곡조에 맞춰 다음과 같은 로망스를 불렀다:
유럽 최고의 여왕께서
산욕 후 미사 드리러 나오셨네
그 가치와 이름에 걸맞은
귀하고 경이로운 보석이시여
그녀의 눈길을 따라
모든 이의 영혼이 움직이네
그녀의 경건함과 위엄을
바라보고 감탄하는 이들의
그녀가 이 땅의 천국임을 보이려
한편엔 오스트리아의 태양을
다른 한편엔 여린 새벽을 두셨네
그녀의 뒤를 따르는 이는
때 아닌 밤에 나타난 별
천지가 슬퍼하는 그날의 별이라네
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수레를 이룬다면
이 땅의 하늘엔 산 별들이
수레를 장식하네
늙은 사투르누스도
수염을 다듬고 젊어지니
느리지만 빠르게 움직이네
기쁨이 통풍도 치료하는 법
수다쟁이 신은
아첨과 사랑의 언어로 오고
큐피드는 루비와 진주로
수놓은 여러 문양으로 오네
사나운 마르스는
자신의 그림자에 놀라는
용감한 젊은이들의 모습으로 오네
태양의 집 옆에는
주피터가 오시니
총애는 지혜로운 행동에
기초할 때 어려움이 없다네
달은 이 하늘을 이루는
여신들의 뺨에 있고
순결한 비너스는 그들의
아름다움 속에 있네
작은 가니메데스들이
이 기적의 천체를
장식한 띠를 따라
오가며 돌아다니네
모든 것이 경이롭고
모든 것이 놀랍도록
관대함이 극에 달해
사치스러울 정도라네
밀라노의 화려한 천이
진귀한 모습으로 오고
인도의 다이아몬드와
아라비아의 향료도 오네
악의를 품은 이들과 함께
시기심도 으르렁대며 오고
스페인의 충성심 가슴속에
선함도 함께 오네
보편적 기쁨이
근심을 피해 달아나
거리와 광장을 헤매며
어지러이 거의 미치다시피 하네
수많은 무언의 축복이
침묵의 입을 열고
어른들이 노래하는 것을
아이들도 따라 부르네
누군가 외치네
“결실 맺는 포도나무여
자라고 올라가 행복한 느릅나무를
감싸 안아 천 년 동안 그늘을 만들어라
너 자신의 영광을 위해
스페인의 선과 명예를 위해
교회의 버팀목이 되고
이슬람교도들을 놀라게 하라”
또 다른 이가 외치네
“오 흰 비둘기여 살아라
그대는 우리에게
두 개의 왕관을 가진 독수리들을 주었네
그들은 공중의 맹금들을
쫓아내고 두려워하는
덕성들을 날개로 덮으리라”
더 현명하고 진지하며
더 예리하고 호기심 많은 이가
기쁨을 눈과 입으로 쏟아내며 말하네
“오스트리아의 진주조개가 준
이 진주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계략을 무너뜨리고
얼마나 많은 계획을 좌절시키는가!
얼마나 많은 희망을 불어넣고
얼마나 많은 욕망을 좌절시키는가!
얼마나 많은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얼마나 많은 임신을 유산시키는가!”
이윽고 그들은 성당에 도착했다
로마에서 불타 죽었으나
명성과 영광 속에 살아남은
성스러운 불사조의 성당에
생명의 성상 앞에서
하늘의 여주인 앞에서
겸손하여 지금은
별들을 밟고 계신 분 앞에서
동정녀이자 어머니이며
하느님의 딸이자 신부 앞에서
마르가리타가 무릎 꿇고
이렇게 기도하네
“당신이 주신 것을 바치나이다
언제나 베푸시는 손이여
당신의 은총이 없는 곳에
항상 비참함이 넘치나이다
제 첫 열매를 바치나이다
아름다운 동정녀여
보시고 받아주시어
보호하고 개선해 주소서
그의 아버지를 당신께 맡기나이다
수많은 왕국과 멀리 떨어진
기후의 무게에 짓눌려
인간 아틀라스처럼 허리 굽은 그를
왕의 마음이 하느님의 손에 있음을 알고
당신이 자비로이 구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들어주심을 아나이다”
이 기도가 끝나자
비슷한 내용의 찬송가를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영광이 이 땅에 있음을 보이며
의식이 끝나자
왕실의 의례에 따라
이 하늘과 경이로운 천체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프레시오사가 로망스를 마치자마자 그녀의 고귀한 청중과 엄숙한 원로들 중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져 말했다.
“프레시오사야, 다시 노래해라. 4분의 1 레알은 흙처럼 많을 테니.”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시 소녀들의 춤을 구경하고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 흥겨움이 절정에 달했을 때, 마침 마을의 치안 판사 중 한 명이 지나가다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름다운 집시 소녀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호기심 많은 치안 판사는 가까이 다가가 잠시 들어보았다. 그러나 그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로망스가 끝날 때까지 듣지는 않았다. 그는 집시 소녀가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시종에게 늙은 집시 여인에게 해가 지면 그 집시 소녀들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전하게 했다. 그의 아내 도냐 클라라가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시종은 그렇게 전했고 노파는 가겠다고 대답했다.
춤과 노래가 끝나고 그들이 자리를 옮겼을 때, 한 잘 차려입은 시종이 프레시오사에게 다가와 접힌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프레시오시타, 이 로망스를 불러주오. 아주 좋은 것이니. 나는 때때로 당신에게 다른 것들도 줄 테니,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로망스 가수가 될 거요.”
“아주 기꺼이 배우겠어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그리고 약속하신 로망스들도 꼭 주세요. 하지만 정숙한 것들이어야 해요. 만약 대가를 원하신다면 12개씩 계산해서, 부른 만큼 지불하는 걸로 해요. 미리 지불하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프레시오시타 아가씨가 종이값이라도 주신다면 그걸로 만족하겠소.” 시종이 말했다. “게다가 정숙하지 않거나 좋지 않은 로망스는 계산에 넣지 않을 거요.”
“선택은 제가 하겠어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그들은 거리를 따라 걸어갔고, 한 창문에서 몇몇 귀족들이 집시 소녀들을 불렀다. 프레시오사가 낮은 창문으로 다가가 보니, 멋지게 꾸며진 시원한 방에 여러 귀족들이 있었는데, 어떤 이들은 거닐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여러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러분, 싸게 좀 해주시겠어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그녀는 집시처럼 발음을 새었는데, 이는 집시 여인들의 천성이 아닌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프레시오사의 목소리와 얼굴에 카드놀이하던 이들은 게임을 멈추고, 산책하던 이들은 걸음을 멈췄다. 모두가 창살에 다가와 그녀를 보려 했다. 그들은 이미 그녀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렇게 말했다.
“들어오렴, 들어와. 집시 소녀들아. 여기서 우리가 싸게 해줄 테니.”
“그렇게 하면 비싸게 먹히겠네요, 우리를 꼬집기라도 한다면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아니야, 기사도에 맹세코. 안심하고 들어와도 돼. 아가야, 아무도 네 신발 끈에도 손대지 않을 거야.” 한 사람이 말하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의 가슴에는 칼라트라바 훈장이 달려 있었다.
“네가 들어가고 싶다면, 프레시오사, 들어가.” 그녀와 함께 온 세 집시 소녀 중 한 명이 말했다. “난 저렇게 많은 남자들이 있는 곳엔 들어가고 싶지 않아.”
“봐, 크리스티나.”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네가 조심해야 할 건 혼자 있는 한 남자지, 이렇게 많은 남자들이 아니야. 오히려 많을수록 해를 당할 걱정은 없어. 명심해, 크리스티니카. 정숙하기로 마음먹은 여자는 군인들 사이에서도 그럴 수 있어. 물론 유혹을 피하는 게 좋긴 하지. 하지만 그건 은밀한 유혹이지, 이렇게 공개적인 건 아니야.”
“들어가자, 프레시오사.” 크리스티나가 말했다. “넌 현자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
노파가 그들을 격려했고, 그들은 들어갔다. 프레시오사가 들어서자마자 훈장을 단 기사가 그녀의 가슴에 있는 종이를 보고 다가와 그것을 가져갔다.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그걸 가져가지 마세요, 나리. 방금 받은 로망스인데 아직 읽지도 못했어요.”
“네가 읽을 줄 아니, 아가야?” 누군가가 물었다.
“쓸 줄도 알지요.” 노파가 대답했다. “내 손녀를 내가 법학자의 딸처럼 키웠으니까요.”
기사가 종이를 펼쳐보니 그 안에 금화가 들어 있었다. 그가 말했다.
“정말이네, 프레시오사. 이 편지엔 우편료가 들어 있어. 여기 로망스에 들어 있는 이 금화를 가져.”
“아, 시인이 날 가난하다고 여긴 모양이네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시인이 나한테 금화를 준다는 게 기적이에요. 이런 선물과 함께 로망스를 보내려면 로망세로 헤네랄 전체를 옮겨 적어 하나씩 보내세요. 제가 살펴보고 딱딱하다면 받아들이는 데 너그러울 테니까요.”
듣고 있던 사람들은 이 집시 소녀의 재치와 우아한 말솜씨에 감탄했다.
“읽어보세요, 나리.” 그녀가 말했다. “큰 소리로 읽어주세요. 이 시인이 관대한 만큼 재능 있는지 봅시다.”
기사는 이렇게 읽었다:
아름다운 집시 아가씨여
축하를 받아 마땅하구나
그대의 돌 같은 매정함으로
세상이 그대를 프레시오사라 부르네
이 진실을 확신하게 되리
그대 안에서 볼 수 있으리라
냉담함과 아름다움은
결코 헤어지지 않는다네
고귀한 가치만큼이나
교만함도 자라난다면
그대가 태어난 시대에
행운을 빌어주지 않으리
그대 안에 자라나는 바실리스크
보는 것만으로도 죽이는
부드럽게 보이지만 폭정인
제국을 세우는구나
가난한 집시 천막 사이에서
어찌 그런 미인이 태어났나?
어찌 보잘것없는 만사나레스가
그런 보물을 키워냈나?
이로 인해 황금의 타호 강과 함께
유명해지리라
프레시오사로 인해 풍부한
갠지스 강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리라
운세를 점치지만
늘 불운을 안겨주는구나
그대의 의도와 아름다움은
같은 길을 가지 않네
그대를 보거나 생각할 때의
위험 속에서
그대의 의도는 변명하려 하지만
그대의 아름다움은 죽음을 안기려 하네
그대 민족의 모든 여인이
마법사라 하지만
그대의 마법은 더 강력하고
더 진실하다네
모든 이의 전리품을 빼앗기 위해
아가씨여, 그대는
마법을 그대의 눈에 담아두네
그 힘으로 그대는 앞서가고
춤추며 우리를 놀라게 하고
우리를 죽이고, 우리를 바라보며
노래하며 우리를 매혹시키네
백 가지 방법으로 마법을 걸어
말하고, 침묵하고, 노래하고, 바라보며
다가오거나 물러나며
사랑의 불꽃을 지피네
가장 자유로운 가슴 위에도
그대는 지배력과 주권을 갖고 있네
내 가슴이 그 증인이 되어
그대의 제국에 만족하네
사랑의 귀중한 보석이여
이를 겸손히 쓰노니
그대로 인해 죽고 사는
가난하지만 겸손한 연인이
“가난한으로 마지막 행이 끝나네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안 좋은 징조예요. 연인들은 절대 가난하다고 말해선 안 돼요. 제 생각엔 사랑 초기엔 가난이 큰 적이거든요.”
“누가 그걸 가르쳤니, 꼬마야?” 누군가가 물었다.
“누가 가르쳤겠어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제 영혼이 제 몸 안에 있잖아요? 전 이제 열다섯 살이에요. 팔다리도 멀쩡하고, 목소리도 좋고, 지능도 떨어지지 않아요. 집시들의 재능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요. 항상 나이보다 앞서 있죠. 바보 집시나 멍청한 집시 여자는 없어요. 우리의 생계가 영리하고, 교활하고, 거짓말쟁이가 되는 거에 달려 있거든요. 매 순간 지능을 갈고닦아 어떤 식으로든 멍청해지지 않게 해요. 저기 조용히 있는 제 친구들 보이세요? 바보 같아 보이죠? 손가락을 입에 넣어 어금니를 만져보세요. 뭘 보게 될지 알게 될 거예요. 열두 살짜리 아이도 스물다섯 살이 아는 걸 다 알아요. 악마와 경험이 선생님이 되어 한 시간 만에 1년 동안 배워야 할 걸 가르치거든요.”
이 집시 소녀의 말에 청중들은 넋을 잃었다. 도박하던 이들이 그녀에게 돈을 주었고, 도박하지 않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노파의 모자에는 30 레알이 모였다. 그들은 부활절 꽃보다 더 부자가 되고 기뻐하며 양들을 모아 치안 판사의 집으로 갔다. 다음날 다시 와서 이 관대한 신사들을 즐겁게 해주기로 했다.
치안 판사의 부인인 도냐 클라라는 집시 소녀들이 올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녀와 하녀들, 그리고 이웃 부인과 그 하녀들이 모두 프레시오사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집시들이 들어서자마자 다른 이들 사이에서 프레시오사가 빛났다. 그녀는 작은 등불 사이의 큰 횃불 같았다. 모두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어떤 이는 그녀를 안았고, 어떤 이는 그녀를 바라보았으며, 이들은 그녀를 축복했고, 저들은 그녀를 칭찬했다. 도냐 클라라가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금발이라고 할 수 있겠어. 이것이야말로 진짜 에메랄드 눈이지.”
이웃 부인은 그녀의 모든 부분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프레시오사의 턱에 있는 작은 보조개를 칭찬하며 말했다.
“아이고, 이 보조개! 이 보조개에 모든 눈이 걸려 넘어질 거야.”
이 말을 들은 도냐 클라라의 장수 시종이 긴 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그가 말했다.
“그걸 보조개라고 부르시나요, 나리? 제가 보조개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그건 보조개가 아니라 살아있는 욕망의 무덤 같아요. 맙소사, 이 집시 소녀는 정말 아름답군요. 은이나 설탕으로 만들어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순 없을 거예요. 아가씨, 운세를 볼 줄 아나요?”
“세 네 가지 방법으로 볼 수 있어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그것 봐!” 도냐 클라라가 말했다. “우리 치안 판사 나리의 생명에 맹세코, 아가야, 내 운세를 봐줘야겠어. 금과 은, 진주로 만든 아가씨, 보석과 하늘로 만든 아가씨, 이 이상 말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아가씨에게 손바닥을 보여주세요, 십자가도 그어주고요.” 시종이 말했다. “어서 읽어봐, 아가야. 이 시인이 관대한 만큼 재능 있는지 한번 보자고.”
“아가씨의 손바닥을 보여주세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오, 당신은 정말 오래 살 거예요! 이 생명선을 보세요, 이렇게 길고 깊은 건 처음 봐요. 당신은 아들 넷과 딸 하나를 낳을 거예요.”
“이런, 이런!” 도냐 클라라가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난 결혼한 지 12년이 되었는데 아들도 딸도 없단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
“그렇게 말씀하시오, 노파여. 그녀가 당신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말해줄지 보시오. 의사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니까.”
치안 판사의 아내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으나 한 푼도 없었다. 하녀들에게 동전을 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없었고, 이웃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프레시오사는 이를 보고 말했다.
“십자가는 모두 좋지만, 은이나 금으로 된 것이 더 좋답니다. 구리 동전으로 손바닥에 십자가를 그리면 행운이 줄어든다는 걸 아셔야 해요. 적어도 제 경우엔 그래요. 그래서 저는 첫 번째 십자가를 금화나 8레알 은화, 최소한 4레알 은화로 그리고 싶어요. 제물이 좋으면 기뻐하는 교회 관리인들 같아요.”
“아이야, 넌 재치가 있구나.” 이웃 부인이 말했다.
그녀는 시종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콘트레라스 씨, 4레알 은화 하나 갖고 계신가요? 주세요. 남편이 오면 돌려드리겠어요.”
“있긴 합니다만, 어젯밤 저녁값으로 22마라베디에 저당 잡혔습니다. 그 돈만 주시면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우리 모두 동전 한 푼 없는데 22마라베디를 달라고요? 콘트레라스, 당신 항상 참견하기 좋아하시더니.”
그때 한 하녀가 집안의 가난한 형편을 보고 프레시오사에게 말했다.
“아가씨, 은 골무로 십자가를 그리면 괜찮을까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은 골무로 그리는 십자가가 세상에서 제일 좋죠. 많이 있다면요.”
“제게 하나 있어요.” 하녀가 말했다. “이걸로 충분하다면 여기 있어요. 그 대신 저도 점을 봐주셔야 해요.”
“골무 하나로 이렇게 많은 점괘를요!” 노파가 말했다. “얘야, 빨리 끝내렴. 밤이 되겠다.”
프레시오사는 골무를 받아 치안 판사 부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름다운 부인님, 은손을 가진 분
당신 남편은 당신을
알푸하라스의 왕보다 더 사랑하네요.
당신은 순수한 비둘기 같지만
때론 오랑의 사자처럼,
오카냐의 호랑이처럼 사납기도 해요.
하지만 순식간에 화가 풀리고
설탕과자처럼, 순한 양처럼 변하지요.
잔소리 많이 하고 적게 먹어요.
약간 질투도 하시고요.
남편이 장난기 많아
지팡이를 휘두르고 싶어 하거든요.
처녀 때 잘생긴 남자가
당신을 좋아했지만
방해꾼들 때문에 무산됐어요.
만약 수녀가 되었다면
지금쯤 수도원장이 되었을 거예요.
400개가 넘는 주름이 있으니까요.
말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어요.
당신은 또 과부가 되어
두 번 더 결혼할 거예요.
울지 마세요, 부인.
집시들이 항상 진실만 말하는 건 아니에요.
그만 우세요.
치안 판사님보다 먼저 돌아가시면
미래의 과부 신세는 면할 수 있어요.
곧 많은 재산을 상속받을 거예요.
참사회원이 될 아들도 낳을 텐데,
어느 교회인지는 모르겠어요.
톨레도는 아닐 거예요.
금발에 하얀 딸도 낳을 텐데,
수녀가 되면 장상이 될 거예요.
남편이 4주 안에 죽지 않으면
부르고스나 살라망카의 행정관이 될 거예요.
점이 하나 있네요. 정말 예쁘네요!
아이고, 저 밝은 달!
저 태양이 지구 반대편에서
어두운 계곡을 밝히네요!
두 명의 맹인이 그걸 보려고
4블랑카 이상을 줄 거예요.
이제 웃으시는군요.
아, 당신의 매력이여!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특히 뒤로 넘어지지 마세요.
귀족 부인들에겐 위험할 수 있어요.
할 말이 더 많지만
금요일에 오시면 들려드릴게요.
재미있는 것도 있고
불행한 것도 있답니다.”
프레시오사가 점괘를 끝내자 모든 여인들이 자신의 점괘도 듣고 싶어 했다. 그래서 모두 부탁했지만 프레시오사는 다음 금요일로 미뤘다. 그때 은화를 가져오면 십자가를 그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치안 판사가 들어왔고, 사람들은 그에게 집시 소녀의 놀라운 재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프레시오사에게 춤을 조금 추게 했고, 사람들의 칭찬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뭔가를 주려는 듯했지만, 주머니를 뒤지고 털고 긁어봐도 결국 빈손이었다. 그는 말했다.
“맙소사, 동전이 한 푼도 없군. 도냐 클라라, 프레시오사에게 1레알을 주시오. 내가 나중에 갚겠소.”
“그러시겠어요? 정말이지 1레알이 여기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우리 모두 십자가 표시할 동전 하나 없었는데, 1레알이나 있을 리가요?”
“그럼 당신의 레이스 중 하나라도 주시오. 프레시오사가 다음에 오면 더 잘 대접하겠소.”
도냐 클라라가 말했다. “프레시오사가 다시 오게 하려면 지금 아무것도 주지 말아야겠어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아무것도 안 주신다면 다시 오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고귀한 분들을 모시러 다시 올 테니 아무것도 안 주실 거란 걸 각오하고 오겠어요. 그러면 기대로 인한 피로를 덜 수 있겠죠. 치안 판사님, 뇌물을 받으세요. 그러면 돈이 생길 거예요. 새로운 관행을 만들지 마세요. 굶어 죽을 수 있어요. 제가 들은 바로는 (어리지만 이해할 수 있어요) 관직에서 돈을 벌어 조사 비용을 내고 다른 자리를 얻어야 한다고 해요.”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건 양심 없는 자들이지.” 치안 판사가 대답했다. “정직한 판사는 벌금을 낼 필요가 없고, 직무를 잘 수행하면 다른 자리를 얻게 되지.”
“아주 성자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우리가 당신의 옷을 잘라 성물로 만들 거예요.”
치안 판사가 말했다. “프레시오사, 넌 참 많이 아는구나. 조용히 해라. 내가 국왕 폐하께 너를 보여드릴 방법을 찾아보마. 넌 왕들의 보물이야.”
“절 어릿광대로 쓰시려나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전 그럴 줄 모르는데요. 현명한 사람으로 데려가신다면 모를까요. 하지만 어떤 궁정에선 어릿광대가 현명한 사람보다 더 잘 살아요. 전 집시이고 가난하지만 행복해요. 운명이 가는 대로 가겠어요.”
노파가 말했다. “얘야, 그만 해라. 너무 많이 말했다. 내가 가르친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구나. 너무 영리한 척하지 마라. 넘어질라. 네 나이에 맞는 말을 해라.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마라. 떨어지지 않는 높이는 없단다.”
“이 집시들은 악마가 들렸군.” 치안 판사가 말했다.
집시들이 떠나려 할 때, 골무를 준 하녀가 말했다.
“프레시오사, 내 운세를 봐주거나 골무를 돌려줘요. 바느질할 게 없어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아가씨, 이미 봐드렸다고 생각하세요. 다른 골무를 구하거나 금요일까지 레이스 뜨개질을 하지 마세요. 그때 제가 돌아와서 기사 소설책보다 더 많은 운세와 모험을 말해드릴게요.”
그들은 떠났고, 저녁 기도 시간에 마드리드에서 마을로 돌아가는 많은 농부 여인들과 합류했다. 집시들은 항상 그들과 함께 다녔고, 그렇게 하면 안전했다. 노파는 프레시오사를 빼앗길까 늘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그들이 마드리드로 돌아와 돈을 벌려 할 때
다른 집시 소녀들과 함께 마을에서 500보 정도 떨어진 작은 계곡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한 멋진 젊은이를 보았다. 그는 여행자 차림새로 화려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그가 차고 있는 검과 단검은 속담처럼 금빛으로 빛났다. 그의 모자에는 화려한 모자 끈이 달려 있었고 여러 가지 색깔의 깃털로 장식되어 있었다. 집시 소녀들은 그를 보자마자 멈춰 서서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런 시간에 이렇게 잘생긴 젊은이가 이런 곳에 홀로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가 그들에게 다가와 나이 든 집시 여인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부탁드립니다. 저와 프레시오사가 여기서 잠깐 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당신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너무 멀리 가지 않고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좋습니다.” 노파가 대답했다.
그녀는 프레시오사를 불러 다른 사람들에게서 20보 정도 떨어졌다. 그들은 그대로 서서 젊은이의 말을 들었다.
“나는 프레시오사의 지혜와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소. 이 지경에 이르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더 깊이 빠져버렸고 피할 수 없게 되었소. 나의 숙녀들이여 (하늘이 내 뜻을 들어준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부르겠소), 나는 당신들이 보시다시피 귀족이오. 이 옷이 증명하듯이 말이오.” 그는 망토를 벗어 스페인에서 가장 명예로운 훈장 중 하나를 가슴에 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는 아무개의 아들이오 (여러 가지 이유로 여기서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겠소). 나는 그의 보호와 후견 아래 있소. 나는 외아들이며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을 것이오. 내 아버지는 지금 궁정에 와 있는데, 어떤 직책을 얻으려 하고 있소. 이미 추천을 받았고 거의 확실하게 될 것 같소. 내가 말씀드린 신분과 귀족의 자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프레시오사의 낮은 신분을 제 지위로 끌어올려 그녀를 나와 동등하게, 그리고 내 주인으로 만들고 싶소. 나는 그녀를 농락하려는 것이 아니오. 내가 그녀에게 가진 진실한 사랑에는 어떤 속임수도 있을 수 없소. 나는 오직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녀를 섬기고 싶을 뿐이오. 그녀의 의지가 곧 나의 의지요. 내 영혼은 그녀의 손 안에 있는 밀랍과 같아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새길 수 있소. 그리고 그것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그것은 밀랍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대리석에 새겨진 것처럼 될 것이오. 그 견고함은 시간의 흐름에 저항할 것이오. 만약 당신이 이 진실을 믿는다면, 내 희망은 좌절되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당신이 나를 믿지 않는다면, 당신의 의심은 항상 나를 두렵게 할 것이오. 내 이름은 이것이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내 아버지의 이름은 이미 말씀드렸소. 우리가 사는 집은 어느 거리에 있고 이러이러한 특징이 있소. 이웃들에게 물어보실 수 있고, 이웃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물어보실 수 있소. 내 아버지와 내 이름의 신분과 명성이 너무 잘 알려져 있어서 궁전의 안뜰에서도, 아니 온 궁정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이오. 나는 여기 금화 100에스쿠도를 가져왔소. 이것을 당신들께 보증금과 징표로 드리는 것이오. 영혼을 바치는 사람이 재산을 거부할 리 없소.”
젊은 귀족이 이 말을 하는 동안 프레시오사는 그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틀림없이 그의 말과 태도가 그녀에게 나쁘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노파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할머니, 이 열렬한 연인께 대답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원하는 대로 대답하거라, 손녀야.” 노파가 대답했다. “난 네가 모든 일에 분별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단다.”
그러자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귀하, 저는 집시이며 가난하고 미천하게 태어났지만, 제 안에는 어떤 환상적인 정신이 있어 저를 위대한 일들로 이끕니다. 저는 약속에 흔들리지 않고 선물에 무너지지 않으며, 복종에 기울어지지 않고 연애의 감상에 놀라지 않습니다. 제 나이가 15살이긴 하지만 (할머니의 계산으로는 이번 성 미카엘 축일에 15살이 됩니다), 저는 이미 생각이 늙었고 제 나이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합니다. 그것은 제 타고난 지성 때문이지 경험 때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로 인해, 저는 새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열정이 새로 태어난 아기들의 충동처럼 분별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들은 의지를 제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고, 장애물을 무시한 채 맹목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쫓아 날뛰며, 자신의 눈의 영광을 얻으려다 오히려 고통의 지옥에 빠지고 맙니다. 만약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으면, 소유와 함께 욕망이 줄어들고, 어쩌면 그때 이성의 눈이 열려 전에 숭배하던 것을 이제는 증오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두려움이 제 안에 경계심을 만들어, 저는 어떤 말도 믿지 않고 많은 행동을 의심합니다. 제게는 하나의 보석이 있는데, 그것은 제 순결과 처녀성입니다. 저는 그것을 생명보다 더 소중히 여기며, 약속이나 선물의 대가로 팔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그것은 팔린 것이 될 테니까요. 만약 그것이 팔릴 수 있다면, 그 가치는 매우 낮을 것입니다. 속임수나 계략으로 그것을 빼앗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무덤으로, 어쩌면 천국으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그것을 꿈과 환상이 공격하거나 더럽히게 하느니 말입니다. 처녀성의 꽃은 가능하다면 상상으로도 건드리지 말아야 합니다. 장미를 줄기에서 자르면 얼마나 빨리 시들어버리는지요! 이 사람이 만지고 저 사람이 냄새 맡고 또 다른 사람이 잎을 뜯어내다 보면, 결국 거친 손에 의해 망가져버립니다. 귀하, 만약 당신이 오직 이 보석만을 위해 오셨다면, 그것을 결혼이라는 신성한 멍에로 묶지 않고서는 가져갈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처녀성이 기울어야 한다면 그것은 이 성스러운 멍에를 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그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이익을 약속하는 거래에 쓰는 것이 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제 남편이 되고 싶으시다면, 저도 당신의 아내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먼저 많은 조건과 조사가 있어야 합니다. 우선 저는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 다음, 이 진실이 밝혀지면, 당신은 부모님의 집을 떠나 우리의 야영지로 옮겨와야 하고, 집시의 옷을 입고 2년 동안 우리 학교에서 공부해야 합니다. 그 기간 동안 저는 당신의 성품을 알게 될 것이고, 당신도 저의 성품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후에 당신이 저에 대해 만족하시고 저도 당신에 대해 만족한다면, 저는 당신의 아내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당신을 대하는 데 있어 자매처럼 대할 것이며, 당신을 섬기는 데 있어서는 당신의 종처럼 섬기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수련 기간 동안 지금 잃어버렸거나 적어도 흐려진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지금 그토록 열심히 추구하는 것에서 도망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유를 되찾으면 진심 어린 회개로 어떤 잘못도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조건으로 우리 군대의 병사가 되고 싶으시다면, 그것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조건들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당신은 내 손가락 하나도 만질 수 없을 것입니다.”
젊은이는 프레시오사의 말에 깜짝 놀라 말없이 땅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프레시오사는 이를 보고 다시 말했다.
“이것은 그리 가볍게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시간 안에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마을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천천히 당신에게 가장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세요. 그리고 이 같은 장소에서 마드리드를 오가는 길에 원하시는 대로 저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젊은 신사가 대답했다.
“프레시오사, 하늘이 나를 당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었을 때, 나는 당신의 의지가 명하는 대로 무엇이든 하기로 결심했소. 비
“당신의 뜻대로 하시오. 내 뜻은 당신의 뜻에 맞추겠소. 지금부터 나를 집시로 여기시오. 원하는 대로 나를 시험해 보시오. 항상 지금 말씀드린 그대로일 것이오. 언제 옷을 갈아입기를 원하시오? 나는 지금 당장 하고 싶소. 플랑드르에 간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속이고 며칠 동안 쓸 돈을 가져오겠소. 8일이면 충분할 것이오. 함께 가는 사람들은 내가 잘 속일 수 있소. 내가 감히 당신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오늘 당신이 내 신분과 부모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곳 말고는 더 이상 마드리드에 가지 마시오. 그곳에서 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을 테니 내게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한 행운을 빼앗길까 두렵소.”
“그건 안 됩니다, 도련님.”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제게는 항상 자유로운 의지가 따라다닙니다. 질투의 무게에 짓눌리거나 흐트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제 정숙함이 제 대담함에 이른다는 것을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과하지 않게 행동할 것입니다. 제가 당신에게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저에 대한 신뢰입니다. 질투를 요구하며 들어오는 연인들은 어리석거나 자만심이 강한 것이지요.”
“네 가슴 속에 사탄이 들어 있구나, 아가야.” 노파가 말했다. “살라망카 대학생도 못할 말들을 하는구나. 사랑도 알고, 질투도 알고, 신뢰도 아는 게냐?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난 네가 하는 말을 들으며 미쳐버릴 것 같다. 마치 라틴어를 모르면서 라틴어를 말하는 귀신 들린 사람 같구나.”
“할머니, 조용히 계세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제가 말한 모든 것들은 농담에 불과하다는 걸 아셔야 해요. 제 가슴속에 있는 더 진지한 많은 것들에 비하면 말이에요.”
프레시오사가 말하는 모든 것과 그녀가 보여주는 모든 지혜는 사랑에 빠진 기사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불에 장작을 더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8일 후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때 그는 자신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주기로 했고, 그들은 그가 말한 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청년은 금실로 짠 주머니를 꺼내 그 안에 100 에스쿠도의 금화가 들어 있다고 말하며 노파에게 주었다. 하지만 프레시오사는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받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노파가 말했다.
“조용히 해라, 아가야. 이 도련님이 항복의 표시로 무기를 내려놓은 것이 그가 굴복했다는 가장 좋은 징조란다. 어떤 경우든 주는 것은 항상 관대한 마음의 표시였지. ‘하늘에 기도하고, 망치로 때리라’는 속담도 있잖니. 게다가 나는 집시 여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얻은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명성을 네 때문에 잃고 싶지 않다. 프레시오사, 넌 정말 100 에스쿠도를 거절하려 하는 거니? 그걸 2레알도 안 되는 치마 주름에 꿰매 넣고 다닐 수 있는데 말이야. 마치 에스트레마두라의 풀밭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것처럼 말이다. 만약 우리 자식들이나 손자들, 친척들 중 누군가가 불행하게도 법의 손에 잡히게 된다면, 판사와 서기관의 귀에 다가갈 수 있는 이 에스쿠도만큼 좋은 도움이 있겠니? 세 번이나 세 가지 다른 죄로 당나귀에 태워져 채찍질 당할 뻔했지만, 한 번은 은 주전자로, 또 한 번은 진주 목걸이로, 마지막 한 번은 40개의 8레알 은화를 4분의 1 레알로 바꾼 것으로 (환전 수수료로 20 레알을 더 주었지) 벗어났단다. 얘야, 우리가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고 함정과 강제적인 상황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우리를 더 빨리 보호하고 도와줄 수 있는 방어 수단은 없단다. 위대한 필리포의 무적의 무기보다 말이야. 그의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를 넘어설 수는 없지. 양면 금화 하나로 검사와 죽음의 모든 하수인들의 슬픈 얼굴이 우리에게 밝게 웃어준단다. 그들은 우리 가련한 집시 여자들의 하피이들이지. 그들은 우리를 털어 먹고 껍질을 벗기는 것을 강도보다 더 좋아한단다. 우리가 아무리 누더기를 입고 비참해 보여도 그들은 절대 우리를 가난하다고 여기지 않아. 우리가 벨몬테 프랑스인들의 더블릿처럼 찢어지고 기름 범벅이 되었어도 금화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하지.”
“제발 할머니, 그만하세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할머니는 그 돈을 지키려고 황제들의 모든 법을 들먹이실 기세예요. 가지세요, 잘 쓰세요. 그리고 그 돈을 태양빛을 다시는 볼 수 없고, 볼 필요도 없는 무덤에 묻어버리세요. 우리 동료들에게 뭔가를 줘야 해요. 오래 기다렸을 테니 지쳤을 거예요.”
“그들이 이런 돈을 볼 수 있을 리가 없지.” 노파가 대답했다. “지금 터키인을 보는 것만큼이나 말이야. 이 도련님이 은화나 동전이 남아있는지 보시고 그들에게 나눠주세요. 조금만 줘도 만족할 거예요.”
“네, 있습니다.” 청년이 말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8레알짜리 은화 세 개를 꺼내 세 집시 소녀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들은 경쟁작과 싸워 ‘승리’라는 글씨를 붙인 희곡 작가만큼이나 기뻐하고 만족해했다.
결국 그들은 8일 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집시가 되면 안드레스 카바예로라고 불리기로 했는데, 그들 중에도 그런 성씨를 가진 집시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드레스는 (이제부터 그를 그렇게 부르겠다) 프레시오사를 껴안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대신 눈빛으로 영혼을 보내며 그녀들을 떠나 마드리드로 들어갔다. 그녀들도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같은 일을 했다. 프레시오사는 안드레스의 훌륭한 태도에 약간 호감을 느꼈지만, 사랑보다는 호의에 가까웠다. 그녀는 이제 그가 말한 대로인지 알아보고 싶어했다. 그녀는 마드리드에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와 방패를 준 시종 시인을 만났다. 그가 그녀를 보자 다가와 말했다.
“잘 왔소, 프레시오사. 제가 준 시를 읽어보셨나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당신께 대답하기 전에,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의 생명을 걸고 한 가지 진실을 말해주셔야 해요.”
“그건 저를 속박하는 주문이오.” 시종이 대답했다. “그것이 제 목숨을 앗아간다 해도 어떤 경우에도 부정하지 않겠소.”
“그럼 제가 알고 싶은 진실은,”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당신이 시인인지 아닌지예요.”
“만약 그렇다면,” 시종이 대답했다. “필연적으로 운에 의한 것이어야 할 것이오. 하지만 프레시오사, 그 이름을 얻은 사람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나는 시인이 아니라 시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오. 내가 필요할 때 남의 시를 빌리거나 구하지는 않소. 내가 당신에게 준 시들은 내 것이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시인은 아니오. 하느님께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시기를.”
“시인이 되는 게 그렇게 나쁜가요?” 프레시오사가 되물었다.
“나쁘지는 않소.” 시종이 말했다. “하지만 혼자서 시인이 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봐요. 시는 매우 귀중한 보석처럼 사용해야 해요. 주인이 매일 착용하거나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고, 때와 장소에 맞게 보여줘야 하죠. 시는 아름답고 순결하며, 현명하고 예리한 아가씨 같아요. 고독을 좋아하고, 샘물이 그녀를 즐겁게 하고, 초원이 그녀를 위로하며, 나무들이 그녀의 화를 풀어주고, 꽃들이 그녀를 기쁘게 해요. 마지막으로 시는 가장 높은 지혜의 한계 안에서 자제하는 친구예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그래도 전 들었어요. 그 시인들이 가난하고 거지 같다고요.”
페이지가 말했다.
“오히려 그 반대지. 시인치고 부자 아닌 사람이 없어. 모두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살거든. 그건 아주 드문 철학이지. 하지만 프레시오사,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제가 시인들을 모두 또는 대부분 가난하다고 생각해서요. 당신이 시구 속에 싸서 준 금화를 보고 놀랐어요. 하지만 이제 당신이 시인이 아니라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으니, 부자일 수도 있겠네요. 물론 의심스럽긴 해요. 시를 짓는다는 점에서 당신이 가진 재산은 다 빠져나갈 테니까요. 시인들은 자기 재산을 지키지도 못하고, 없는 재산을 만들어내지도 못한다고들 하잖아요.”
“난 그런 시인이 아니야.” 페이지가 대꾸했다. “난 시를 쓰지만 부자도 가난뱅이도 아니야. 제노바 사람들이 연회비를 내듯 부담 없이 원하는 사람에게 한두 금화는 줄 수 있어. 자, 프레시오사, 이 두 번째 편지와 그 안에 든 두 번째 금화를 받아. 내가 시인인지 아닌지 고민하지 마. 그저 이걸 주는 사람이 미다스의 재산을 가졌다면 너에게 다 주고 싶어 한다고만 생각해 줘.”
그는 편지를 건넸고, 프레시오사는 만져보니 안에 금화가 들어있음을 알았다. 그녀가 말했다.
“이 편지는 오래 살 거예요. 두 개의 영혼이 들어 있으니까요. 하나는 금화의 영혼이고, 다른 하나는 시구의 영혼이에요. 시구에는 늘 영혼과 마음이 가득하죠. 하지만 페이지님, 전 이렇게 많은 영혼을 원치 않아요. 하나를 빼지 않으면 다른 하나도 받지 않을 거예요. 전 당신을 시인으로 여기고 싶지, 선물 주는 사람으로 여기고 싶지 않아요. 그래야 우리 우정이 오래갈 수 있어요. 아무리 단단한 금화라도 시구보다 먼저 사라질 테니까요.”
페이지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프레시오사, 네가 나를 억지로 가난뱅이로 만들려는구나. 이 편지에 담긴 내 마음만은 받아줘. 그리고 금화는 돌려줘. 네 손이 닿았으니 평생 성물처럼 간직하마.”
프레시오사는 편지에서 금화를 꺼내 편지만 갖고 길에서 읽지 않았다. 페이지는 작별 인사를 하고 매우 기쁜 마음으로 떠났다. 그는 프레시오사가 이미 자신에게 넘어왔다고 믿었다. 그녀가 그토록 상냥하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프레시오사는 안드레스의 아버지 집을 찾는 데 주력했다. 어느 곳에서도 춤추며 멈추지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거리에 도착했다. 그녀는 그곳을 잘 알고 있었다. 거리 중간쯤에서 그녀는 눈을 들어 황금으로 장식된 쇠창살이 있는 발코니를 보았다. 그곳이 표식으로 일러준 곳이었다. 거기에 50세쯤 되어 보이는 기사가 서 있었다. 그는 가슴에 붉은 십자가 훈장을 달고 있었고 위엄 있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 기사도 집시 소녀를 보자마자 말했다.
“얘들아, 올라오렴. 여기서 구걸할 수 있을 거다.”
이 말에 다른 기사 세 명도 발코니로 나왔고, 그중에는 사랑에 빠진 안드레스도 있었다. 그는 프레시오사를 보자 얼굴색이 변하고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녀를 보고 너무나 놀랐던 것이다. 모든 집시 소녀들이 올라갔지만, 큰 소녀는 아래에 남아 안드레스에 대한 진실을 하인들에게 알아보려 했다.
집시 소녀들이 방에 들어서자 나이 든 기사가 다른 이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 아이가 틀림없이 마드리드를 떠들썩하게 한다는 그 아름다운 집시 소녀구나.”
안드레스가 대답했다.
“그녀 맞습니다. 분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지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그녀는 들어오면서 모든 말을 들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반값은 속고 있는 거예요. 예쁘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름답지는 않아요. 상상도 못할 만큼요.”
노인이 말했다.
“내 아들 후아니코의 목숨을 걸고 맹세하지만, 네가 소문보다 더 아름답구나, 예쁜 집시 아가씨야.”
프레시오사가 물었다.
“후아니코 도련님이 누구인가요?”
기사가 대답했다.
“네 옆에 서 있는 이 청년이란다.”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정말이지 전 어린애를 두고 맹세하시는 줄 알았어요. 이 후아니코 도련님을 보세요! 벌써 결혼할 나이인데! 이마의 주름을 보니 3년 안에 결혼할 거예요. 그것도 아주 만족스럽게요. 물론 그때까지 그 기회를 놓치거나 망치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참석자 중 한 명이 말했다.
“이 집시 아가씨가 이마의 주름까지 읽을 줄 아는구나.”
그러는 동안 프레시오사와 함께 온 집시 소녀들 셋은 방 구석에 모여 입을 맞대고 속삭였다.
크리스티나가 말했다.
“얘들아, 저기 있는 기사가 오늘 아침 우리에게 8레알짜리 동전 세 개를 준 사람이야.”
그들이 대답했다.
“맞아. 하지만 우린 그 얘기 꺼내지 말자. 그가 말하지 않는 한 우리도 언급하지 말자. 그가 숨기고 싶어하는지 어떻게 알겠어?”
이 대화가 오가는 동안, 프레시오사는 이마의 주름에 대한 질문에 대답했다.
“내가 눈으로 보는 걸 손가락으로 알아맞힐 수 있어요. 난 후아니코 도련님이 좀 바람둥이고, 성급하고, 조급한 성격이며, 불가능해 보이는 걸 잘 약속한다는 걸 주름 없이도 알아요. 제발 거짓말쟁이가 아니길 바라요. 그게 제일 나쁠 테니까요. 도련님은 곧 먼 여행을 떠나실 거예요. 하지만 말은 이렇게 생각하고 주인은 저렇게 안장을 얹죠. 인간이 계획하면 신이 결정하시죠. 오네스로 가려다 감보아에 도착할 수도 있어요.”
돈 후안이 대답했다.
“정말이지, 집시 아가씨, 내 성격을 많이 맞혔구나. 하지만 거짓말쟁이라는 건 틀렸어. 난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지. 먼 여행은 맞아. 하느님의 뜻이라면 4-5일 내에 플란데스로 떠날 거야. 네가 경고한 대로 여정이 틀어지지 않길 바라.”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조용히 하세요, 도련님. 하느님께 의지하세요. 모든 게 잘될 거예요. 제가 하는 말을 저도 잘 모른다는 걸 아셔야 해요. 전 말을 많이 하고 대충 떠들다 보니 가끔 맞출 뿐이에요. 전 당신이 떠나지 않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모님과 함께 계셔서 좋은 노년을 보내시게 하고 싶어요. 전 이 플란데스 왔다 갔다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당신처럼 어린 나이에는요. 좀 자라서 전쟁의 고생을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세요. 게다가 당신 집에도 전쟁이 많잖아요. 사랑의 전투가 당신 가슴을 흔들고 있잖아요. 진정하세요, 흥분한 도련님. 결혼하기 전에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에게 자선을 좀 해주세요. 하느님과 당신을 위해서요. 전 당신이 좋은 집안 출신이라고 믿어요. 여기에 정직함까지 더해진다면, 제가 당신에 대해 말한 모든 걸 맞췄다고 노래 부를 수 있을 거예요.”
돈 후안, 즉 안드레스 카바예로가 될 사람이 대답했다.
“얘야, 네가 모든 걸 맞혔어. 단 한 가지, 내가 정직하지 않을 거란 두려움만 빼고. 난 들판에서 한 약속을 도시에서도, 어디서든 지키지. 아무도 요구하지 않아도 말이야. 거짓말쟁이란 악덕을 지닌 자는 기사라 할 수 없지. 아버지께서 하느님과 나를 위해 자선을 베풀어 주실 거야. 사실 난 오늘 아침 어떤 부인들에게 가진 걸 다 줘버렸거든.”
프레시오사가 하는 말을 듣고 크리스티나는 지난번과 같은 조심성으로 다른 집시 여자들에게 말했다.
“아이고, 얘들아! 우리가 아침에 받은 8레알짜리 세 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면 내 목을 쳐라.”
“아니야.” 두 사람 중 한 명이 대답했다. “그분은 우리를 숙녀라고 하셨어. 우리는 숙녀가 아니잖아. 그분이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으니 이 점에서 거짓말을 하실 리가 없어.”
크리스티나가 대답했다. “아무도 해치지 않고 말하는 사람에게 이익과 신용을 주는 거짓말이라면 그리 대단한 거짓말은 아니야.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춤추라고 하지도 않네.”
이때 늙은 집시 여자가 올라와 말했다.
“손녀야, 늦었으니 끝내라. 할 일도 많고 할 말도 많단다.”
“할머니, 무슨 일이에요?” 프레시오사가 물었다.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아들이란다, 아주 예쁜 아들이지.” 노파가 대답했다. “프레시오사야, 와서 진짜 놀라운 일을 들어보렴.”
“제발 산후에 죽지 않기를.”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모든 게 잘 될 거야.” 노파가 대답했다. “지금까지 순산이었고 아기는 금덩이 같단다.”
“어떤 부인이 해산하셨나요?” 안드레스 카바예로의 아버지가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집시 여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출산이 너무 비밀스러워서 프레시오사와 저, 그리고 한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누구인지 말씀드릴 수 없어요.”
“우리도 알고 싶지 않소.” 옆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비밀을 당신들 입에 맡기고 당신들의 도움에 명예를 맡기는 사람은 불행하겠소.”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우리가 다 나쁜 건 아니에요. 어쩌면 우리 중에도 이 방에 있는 가장 고결한 분만큼이나 비밀을 지키고 진실한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할머니, 가요. 여기서는 우리를 업신여기네요. 정말이지 우리는 도둑이 아니고 누구에게도 구걸하지 않아요.”
“프레시오사, 화내지 마시오.” 아버지가 말했다. “적어도 당신에 대해서는 나쁜 것을 상상할 수 없소.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이 당신을 증명하고 당신의 선행을 보증하오. 프레시오사, 제발 친구들과 함께 조금만 춤을 춰주시오. 여기 두 왕의 얼굴이 새겨진 2배 도블론이 있소. 하지만 어느 얼굴도 당신만큼 아름답지 않소.”
노파는 이 말을 듣자마자 말했다.
“자, 얘들아, 치마를 걷어 올리고 이 신사들을 즐겁게 해드려라.”
프레시오사가 소나하스를 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은 돌면서 모든 매듭을 만들고 풀었다. 그 우아함과 대담함에 보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안드레스의 눈은 프레시오사의 발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그곳에 자신의 영광의 중심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운명은 그의 행복을 지옥으로 바꿔버렸다. 춤을 추는 동안 프레시오사가 시종이 준 쪽지를 떨어뜨린 것이다. 쪽지가 떨어지자마자 집시들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집어 들고 즉시 펼쳐 말했다.
“좋아, 소네트가 있군. 춤을 멈추고 들어보시지. 첫 구절을 보니 정말 어리석지 않군.”
프레시오사는 쪽지의 내용을 몰라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쪽지를 읽지 말고 돌려달라고 간청했다. 그녀가 이렇게 열심히 요구할수록 안드레스는 더욱 듣고 싶어졌다. 결국 그 신사가 큰 소리로 읽었다.
프레시오사가 탬버린을 치면,
그 달콤한 소리가 헛된 공기를 울릴 때,
그녀의 손에서 쏟아지는 진주요,
그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꽃이라.
영혼은 멈추고 이성은 미쳐버리네
그 신성한 행위 앞에서.
순결하고 정직하고 건전하여
그녀의 명성은 하늘에 닿는구나.
그녀의 머리카락 한 가닥에 천 개의 영혼이 매달리고
그녀의 발 아래 사랑의 화살들이 굴복하네.
그녀의 아름다운 눈으로 눈멀게 하고 밝히니
사랑의 제국을 그녀를 통해 유지하고
그녀의 본질에서 더 큰 위대함을 의심하네.
“맙소사,” 소네트를 읽은 사람이 말했다. “이 시를 쓴 시인은 재주가 있군요.”
“시인이 아니라 매우 우아하고 신사다운 시종이에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프레시오사야, 네가 한 말과 앞으로 할 말을 잘 생각해 보아라. 그것은 시종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듣고 있는 안드레스의 마음을 찌르는 창이다. 아가야, 네가 보고 싶니? 그렇다면 눈을 돌려 의자 위에서 죽은 듯이 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져 있는 그를 보아라. 안드레스가 너를 그저 장난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너의 사소한 부주의도 그를 아프게 하고 놀라게 한단다. 어서 가서 그의 귀에 곧장 심장으로 가는 말을 속삭여 그를 기절에서 깨워라. 아니면 매일 너를 찬양하는 소네트를 가져와 보렴. 그가 어떻게 되는지 볼 수 있을 거야.
이 모든 일이 말한 대로 일어났다. 안드레스는 소네트를 듣자마자 천 가지 질투의 상상으로 마음이 동요되었다. 그는 기절하지 않았지만, 얼굴색이 너무 변해서 아버지가 그에게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돈 후안? 기절할 것처럼 얼굴색이 변했구나.”
프레시오사가 이때 말했다. “잠깐만요, 제가 그의 귀에 몇 마디 말을 하게 해주세요. 그러면 기절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집시가 되기엔 참 멋진 용기네요! 안드레스, 종이 한 장도 못 견디면서 어떻게 고문을 견딜 수 있겠어요?”
그리고 그의 가슴에 십자가를 여섯 번 그은 뒤 그에게서 물러났다. 그제야 안드레스는 조금 숨을 쉬었고 프레시오사의 말이 도움이 되었음을 알렸다.
마침내 양면 도블론을 프레시오사에게 주었다. 그녀는 친구들과 공정하게 나누어 갖겠다고 말했다. 안드레스의 아버지는 그녀가 돈 후안에게 한 말을 적어달라고 했다. 그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 말이 농담 같아 보이지만 마음의 병과 어지러움을 예방하는 특별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은 다음과 같았다.
“머리야, 머리야,
제자리에 있어라, 미끄러지지 마라,
축복받은 인내의
두 기둥을 준비해라.
구하라
예쁜
자그마한 신뢰를,
악한 생각에
기울지 마라,
네가 볼 것이다
기적 같은 일들을,
하느님께서 앞서시고
거인 성 크리스토퍼께서 함께 하시리.”
“이 말의 절반만 말하고 가슴에 십자가를 여섯 번 그으면 어지러움증이 있는 사람은 사과처럼 건강해질 거예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늙은 집시 여자가 이 주문과 속임수를 들었을 때 놀랐다. 안드레스도 프레시오사의 날카로운 재치로 만들어낸 것임을 알고 더욱 놀랐다. 그들은 소네트를 가져갔다. 프레시오사는 안드레스에게 또 다른 고통과 질투의 공포를 주지 않기 위해 요구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가르침 없이도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충격, 고통, 질투의 공포를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집시 여자들은 작별 인사를 했다. 떠나면서 프레시오사가 돈 후안에게 말했다.
“보세요, 이번 주 중 어느 날이든 출발하기에 좋습니다. 불길한 날은 없어요. 가능한 한 빨리 떠나세요.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넓고 자유롭고 매우 즐거운 삶이에요. 그 삶에 적응할 의지만 있다면 말이에요.”
“제 생각에 군인의 삶이 당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유롭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돈 후안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래도 해보겠습니다.”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거예요.”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훌륭한 모습에 걸맞게 당신을 안전하게 데려가시고 돌아오게 하시기를.”
이 마지막 말에 안드레스는 만족했고, 집시 여자들은 아주 기뻐했다. 그들은 금화를 바꾸어 모든 이에게 똑같이 나누어주었다. 다만 노파 보호자는 항상 1.5배의 몫을 받았는데, 이는 그녀의 연장자 지위 때문이기도 했고, 그녀가 그들의 춤과 재주, 심지어 속임수의 거대한 바다에서 그들을 이끄는 바늘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안드레스 카바예로가 처음 나타났던 그 마을에 아침에 다시 나타난 날이 왔다. 그는 하인도 없이 임대한 노새를 타고 왔다. 그는 그곳에서 프레시오사와 그녀의 할머니를 만났고, 그들은 그를 알아보고 매우 기쁘게 맞이했다. 그는 그들에게 날이 밝기 전에 야영지로 안내해 달라고 말했다. 만약 누군가 그를 찾는다면 그가 가진 표시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현명하게도 혼자 왔기에 돌아섰고, 잠시 후 그들의 오두막에 도착했다.
안드레스는 야영지에서 가장 큰 오두막에 들어갔고, 곧 10명에서 12명의 집시들이 그를 보러 왔다. 그들은 모두 젊고 잘생기고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노파는 이미 그들에게 새로운 동료가 올 것이라고 말해주었고, 비밀을 지키라고 당부할 필요도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기민하고 정확하게 비밀을 지켰기 때문이다. 그들은 곧바로 노새에 주목했고,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이 노새는 목요일에 톨레도에서 팔 수 있을 거야.”
“안 돼,” 안드레스가 말했다. “스페인을 오가는 모든 노새 몰이꾼들이 임대용 노새를 알아볼 테니까.”
“하나님께 맹세코, 안드레스 나리,” 집시 중 한 명이 말했다. “이 노새가 무시무시한 심판의 날에 앞서 나타날 징조보다 더 많은 표시를 가지고 있다 해도, 우리는 이놈을 낳은 어미도, 길러준 주인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장시킬 수 있소.”
“그래도,” 안드레스가 대답했다. “이번만큼은 내 의견을 따라야 해. 이 노새는 죽여서 뼈조차 보이지 않게 묻어야 해.”
“큰 죄를 짓는 거요,” 다른 집시가 말했다. “무고한 생명을 빼앗다니? 착한 안드레스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되지. 이렇게 하시지요. 지금 노새를 잘 살펴보시고 모든 특징을 기억해 두세요. 그리고 저에게 맡기세요. 두 시간 후에 알아보신다면 저를 도망친 흑인 노예처럼 채찍질하셔도 좋소.”
“어떤 변장을 하더라도 노새를 죽이지 않는 한 절대 동의할 수 없어,” 안드레스가 말했다. “내가 발각될까 두렵단 말이야. 노새를 땅에 묻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어. 노새를 팔아 이익을 얻자는 거라면, 난 이 형제애에 그렇게 빈손으로 온 게 아니야. 노새 네 마리 값보다 더 많은 입회비를 낼 수 있다고.”
“안드레스 카바예로 나리가 그렇게 원하신다면,” 다른 집시가 말했다. “죄 없는 놈을 죽이시지요. 하나님은 아시겠지만, 저는 안타깝소. 이 노새가 아직 어려 이를 다 갈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임대용 노새 치고는 드문 일이지만 옆구리에 상처도 없고 박차 자국도 없어 보아 잘 걸을 것 같아서도 그렇소.”
노새를 죽이는 일은 밤까지 미뤄졌다. 그날 남은 시간 동안 안드레스가 집시가 되는 의식이 거행되었다. 의식은 이러했다: 그들은 야영지에서 가장 좋은 오두막을 비웠고, 나뭇가지와 골풀로 장식했다. 안드레스를 코르크나무 그루터기 위에 앉히고 망치와 집게를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두 명의 집시가 기타를 연주하는 동안 그에게 재주넘기를 두 번 하게 했다. 그 후 그의 팔을 벗기고 새 비단 끈과 막대기로 부드럽게 두 번 감았다.
프레시오사와 많은 늙은 집시 여자들, 젊은 집시 여자들이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어떤 이는 경이로운 눈으로, 어떤 이는 사랑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안드레스의 우아한 자태에 집시들마저 매료되었다.
이렇게 의식이 끝나자 한 노인 집시가 프레시오사의 손을 잡고 안드레스 앞에 서서 말했다.
“이 소녀는 우리가 아는 스페인의 모든 집시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운 꽃이자 정수라네. 우리는 그녀를 당신에게 아내로, 혹은 연인으로 맡기지. 당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시게. 우리의 자유롭고 폭넓은 삶은 까다로움이나 많은 의식에 얽매이지 않으니 말일세. 그녀를 잘 보고 마음에 드는지, 아니면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는지 살펴보시게. 만약 그렇다면 여기 있는 처녀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이를 고르시게. 우리는 당신이 고른 이를 주겠네. 하지만 한 번 선택하면 다른 이를 위해 그녀를 버려서는 안 되고, 기혼자나 처녀들과 엉켜서도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하네. 우리는 우정의 법을 엄격히 지키지. 누구도 다른 이의 소유물을 탐내지 않네. 우리 사이에 근친상간은 많지만 간통은 없다네. 만약 아내나 연인이 부정을 저지르거나 못된 짓을 하면, 우리는 정의를 구하러 가지 않네. 우리가 직접 재판관이 되고 집행자가 되어 산과 사막에서 그들을 죽이고 묻어버리지. 마치 해로운 짐승을 처리하듯이 말일세. 그들을 위해 복수할 친척도 없고, 우리에게 그들의 죽음을 물을 부모도 없네. 이런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우리의 여자들은 정숙하려 노력하고, 우리는 이미 말했듯이 안전하게 살아가네. 우리에겐 공동의 것이 많지만, 아내나 연인만큼은 예외라네.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가네. 우리 사이에서는 나이 든 것이 죽음만큼이나 이혼의 사유가 되지. 원한다면 젊은이는 늙은 아내를 버리고 자신의 나이에 맞는 다른 이를 고를 수 있네. 이런 법과 규율로 우리는 살아가며 즐겁게 지내네. 우리는 들판, 씨 뿌린 땅, 숲, 산, 샘, 강의 주인이라네. 산은 우리에게 공짜로 땔감을 주고, 나무는 과일을, 포도밭은 포도를, 텃밭은 채소를, 샘은 물을, 강은 물고기를, 사냥터는 사냥감을 제공하지. 바위는 그늘을, 계곡은 시원한 바람을, 동굴은 집을 제공하네. 우리에게 하늘의 혹독함은 상쾌함이요, 눈은 청량감이며, 비는 목욕이요, 천둥은 음악이며 번개는 횃불이라네. 우리에게 딱딱한 땅바닥은 부드러운 깃털 침대요, 우리의 무두질한 가죽은 우리를 지켜주는 뚫리지 않는 갑옷이 되지. 우리의 민첩함은 족쇄로도 막을 수 없고, 협곡도 멈추게 할 수 없으며, 벽도 가로막을 수 없네. 우리의 용기는 밧줄로도 꺾을 수 없고, 도르래로도 약화시킬 수 없으며, 고문대로도 길들일 수 없네. ‘예’와 ‘아니오’ 사이에 우리는 차이를 두지 않지, 우리에게 이롭다면 말일세. 우리는 순교자보다 고해자가 되는 걸 더 자랑스럽게 여기네. 들판의 짐승들은 우리를 위해 자라고, 도시의 주머니는 우리를 위해 잘리지.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나 다른 어떤 맹금류도 우리만큼 빠르게 먹잇감에 달려들지 못하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에겐 많은 재능이 있어 행복한 결말을 약속하지. 감옥에서는 노래하고, 고문대에서는 입을 다물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훔치니 말일세.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아무도 자신의 재산을 어디에 두는지 소홀히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거라네. 명예를 잃을까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높이려는 야망에 시달리지도 않네. 우리는 파벌을 만들지 않고, 탄원서를 들고 새벽에 일어나지도 않으며, 권력자들을 따라다니거나 총애를 구하지도 않네. 금박을 입힌 천장과 호화로운 궁전 대신 우리는 이 오두막과 이동식 천막을 소중히 여기네. 플랑드르의 그림과 풍경화 대신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높은 절벽과 눈 덮인 바위, 넓은 초원과 울창한 숲을 좋아하네. 우리는 천문학자라네.”
집시들은 거칠다. 우리는 대개 맨하늘 아래서 자기에 낮과 밤의 시간을 항상 알고 있다. 새벽이 하늘의 별들을 쓸어내고, 여명과 함께 나타나 공기를 즐겁게 하고 물을 차갑게 하며 땅을 촉촉하게 하는 것을 본다. 그 뒤를 이어 태양이 떠올라 (어느 시인의 말대로) ‘산봉우리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산을 곱슬곱슬하게 한다’. 우리는 태양이 비스듬히 비출 때 얼어붙을까 두려워하지 않고, 수직으로 내리쬘 때도 타버릴까 겁내지 않는다. 우리는 태양이나 얼음, 불모나 풍요에 같은 얼굴을 한다. 요컨대 우리는 우리의 노력과 재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교회나 바다나 왕실’이라는 옛 속담에 개의치 않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진다. 우리는 가진 것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고귀한 청년이여, 이 모든 것을 말한 것은 당신이 들어온 삶과 당신이 익혀야 할 관습을 모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내가 여기서 대강 그려준 것 외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고려해볼 만한 많고도 무한한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웅변적인 노인 집시가 이렇게 말을 마치자 새내기가 말했다.
“이렇게 칭찬할 만한 규율을 알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저는 이토록 이치에 맞고 정치적 기반이 있는 이 집단에서 수행하고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렇게 즐거운 삶을 더 일찍 알지 못했다는 것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저는 기사의 신분과 고귀한 가문의 허영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당신들이 사는 법 아래,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들의 법 아래 두겠습니다. 당신들을 섬기고 싶은 저의 소망을 신성한 프레시오사를 저에게 주는 것으로 크게 보답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녀를 위해 왕관과 제국도 포기할 것이며, 오직 그녀를 섬기기 위해서만 그것들을 원할 것입니다.”
이에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이 입법자 여러분께서 당신의 법으로 저를 당신의 것으로 만들고 당신에게 저를 넘겼지만, 제 의지의 법으로 – 이는 모든 법 중 가장 강력한 것입니다 – 저는 당신이 여기 오기 전 우리 둘 사이에 합의한 조건이 아니라면 당신의 것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은 먼저 2년 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당신이 경솔해서 후회하지 않고 제가 성급해서 속지 않을 것입니다. 조건은 법을 깨뜨립니다. 제가 제시한 조건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것들을 지키고 싶다면 제가 당신의 것이 되고 당신이 제 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노새는 아직 죽지 않았고, 당신의 옷은 온전하며, 당신의 돈도 한 푼도 빠진 게 없습니다. 당신이 떠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았으니 남은 시간을 이용해 당신에게 가장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십시오. 이분들은 제 몸은 넘겨줄 수 있어도 제 영혼은 그럴 수 없습니다. 영혼은 자유로우며, 자유롭게 태어났고, 제가 원하는 한 자유로울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머문다면 저는 당신을 크게 존중할 것이고, 만약 돌아간다면 당신을 덜 존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사랑의 충동은 이성이나 환멸을 만날 때까지 고삐 풀린 말처럼 달립니다. 저는 당신이 사냥꾼처럼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냥꾼은 쫓던 토끼를 잡자마자 버리고 도망가는 다른 토끼를 쫓아가지요. 눈은 속아서 처음 보기에는 도금한 것이 금처럼 보이지만, 잠시 후면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잘 알아봅니다. 당신이 말하는 제 아름다움, 태양보다 더 높이 평가하고 금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이 아름다움이 가까이서 보면 그림자처럼 보이고 만져보면 위조품이라는 걸 알게 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는 당신에게 2년의 시간을 줍니다. 그 동안 당신이 선택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시험하고 저울질해보세요. 한 번 산 물건은 죽을 때까지 처분할 수 없으니, 그것을 보고 또 보고 결점이나 장점을 살펴볼 시간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 친척들이 제멋대로 취한 야만적이고 무례한 관습대로 여자를 버리거나 벌주는 식으로 살지 않을 겁니다. 저는 벌받을 일을 할 생각이 없으니 제 마음대로 저를 버릴 동반자를 택하고 싶지 않아요.”
“프레시오사, 당신 말이 맞소.” 안드레스가 이 말에 대답했다. “그러니 내 두려움을 없애고 의심을 줄이기 위해 당신이 정한 규칙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싶다면, 어떤 맹세를 원하오? 어떤 보증을 줄까요? 난 당신이 요구하는 모든 것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소.”
“자유를 얻기 위해 포로가 하는 맹세와 약속은 자유를 얻고 나면 거의 지켜지지 않아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제 생각에 연인의 맹세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시인이 제게 약속했듯이 욕망을 이루기 위해 메르쿠리우스의 날개와 주피터의 번개를 약속하고 스틱스 강에 맹세하지요. 전 맹세도 약속도 원치 않아요. 안드레스 씨. 전 모든 것을 이 수련 기간의 경험에 맡기고 싶어요. 저를 지키는 일은 제가 맡을 테니 당신이 저를 해칠 마음이 들 때 그렇게 하세요.”
“그렇게 합시다.” 안드레스가 대답했다. “단 한 가지만 이 동료들에게 부탁하고 싶소. 한 달만이라도 절대로 훔치라고 강요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오. 많은 가르침 없이는 도둑질을 잘 할 수 없을 것 같소.”
“조용히 하게, 아들아.” 노인 집시가 말했다. “우리가 네게 가르쳐줄 테니 이 직업에서 독수리가 될 거야. 그리고 그걸 알게 되면 너무 좋아서 손가락을 빨 정도가 될 거야. 아침에 빈손으로 나갔다가 밤에 야영지로 돌아올 때 짐을 가득 안고 오는 게 농담거리인가?”
“그렇게 빈손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중 일부는 채찍질당하는 걸 봤습니다.” 안드레스가 말했다.
“송어는 잡히지 않는다네…” 노인이 대꾸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에는 위험이 따르지. 도둑의 행위에는 감옥, 채찍, 교수의 위험이 따르지. 하지만 배가 폭풍우를 만나거나 침몰했다고 해서 다른 배들이 항해를 그만두지는 않아. 전쟁이 사람과 말을 삼킨다고 해서 군인이 없어져서는 안 되지 않겠나. 더구나 정의의 이름으로 채찍질당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등에 훈장을 다는 것과 같아.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것보다 더 좋지. 중요한 건 우리 젊음의 꽃 같은 시기에 발로 공기를 차는 일을 끝내지 않는 것이고, 첫 범죄에서 그러지 않는 거야. 우리는 등짝을 때리는 것이나 갤리선에서 물을 젓는 것을 카카오 한 알만큼도 여기지 않아. 아들 안드레스, 이제 우리 날개 아래 둥지에서 쉬어라. 때가 되면 너를 날게 해서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데려갈 거야. 이미 말했듯이 넌 매번 훔친 것을 보고 손가락을 빨게 될 거야.”
“그럼 보상으로,” 안드레스가 말했다. “제가 이 유예 기간에 훔칠 수 있는 것 대신 야영지의 모든 사람에게 200 금화를 나눠주고 싶습니다.”
그가 이 말을 마치자마자 많은 집시들이 그에게 달려들어 팔과 어깨 위로 들어올리며 “위대한 안드레스 만세!” “만세!” “그리고 그의 사랑하는 프레시오사 만세!”라고 외쳤다. 집시 여자들도 프레시오사에게 같은 일을 했는데, 거기 있던 크리스티나와 다른 집시 소녀들의 질투를 불러일으켰다. 질투는 이웃이 잘 되는 것을 보는 것 같아서 야만인들의 야영지와 목동들의 오두막에도 자리 잡고 있었고, 왕자들의 궁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보기에 나와 같은 공로를 가진 이웃이 잘 되는 것을 보는 것 같아서 괴롭다.
이 일이 끝나자 그들은 풍성하게 먹었고, 약속된 돈이 공평하고 정의롭게 나눠졌다. 안드레스에 대한 찬사가 다시 이어졌고, 그의 용기가
프레시오사의 아름다움이 하늘을 찬란하게 비추었다.
밤이 되자 그들은 노새를 죽이고 묻어 안드레스가 발각될 위험을 피했다. 인디언들이 가장 귀중한 물건들을 함께 매장하는 관습에 따라 안장과 굴레, 고삐도 함께 묻었다.
안드레스는 그가 본 것과 들은 것, 그리고 집시들의 재주에 감탄했다. 그는 그들의 관습에 휘말리지 않거나 최소한 가능한 한 피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고 달성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돈으로 부당한 일에 대한 복종을 면제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다음 날 안드레스는 그들에게 장소를 옮겨 마드리드에서 멀어지자고 요청했다. 그는 그곳에 머물면 알아볼 사람이 있을까 봐 두려웠다. 그들은 이미 톨레도 산으로 가기로 결정했고, 그곳에서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며 이익을 얻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야영지를 철수하고 안드레스에게 타고 갈 당나귀를 주었다. 하지만 그는 거절하고 프레시오사가 타고 가는 당나귀 옆에서 걸어가며 그녀의 시종 노릇을 했다. 프레시오사는 자신의 멋진 시종이 함께 가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했고, 안드레스 역시 자신의 의지의 여주인을 곁에 두고 가는 것에 못지않게 기뻐했다.
오, 쓰디쓴 신이라 불리는 이것의 강력한 힘이여(우리의 게으름과 부주의가 그에게 준 칭호로다)! 그대는 우리를 얼마나 열렬히 정복하는가! 그대는 우리를 얼마나 무례히 다루는가! 안드레스는 귀족이요, 젊고, 매우 총명하며, 거의 평생을 궁정에서 부유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 그러나 어제부터 그는 하인들과 친구들을 속이고,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며, 플랑드르로 가는 길을 포기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용기를 발휘하고 가문의 명예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 소녀의 발 아래 엎드려 그녀의 시종이 되었다. 비록 그녀가 아름답기는 했지만 결국 집시였다. 아름다움의 특권이란 가장 자유로운 의지도 끌어당겨 발 아래 무릎 꿇게 만드는 것이다.
4일 후 그들은 톨레도에서 2리그 떨어진 마을에 도착해 야영지를 세웠다. 그들은 먼저 마을 행정관에게 은 장신구를 맡겼다. 이는 그 마을과 주변 지역에서 아무것도 훔치지 않겠다는 보증이었다. 이렇게 한 후, 모든 나이 든 집시 여자들과 일부 젊은 여자들, 그리고 남자 집시들은 야영지를 중심으로 4~5리그 떨어진 모든 마을로 흩어졌다. 안드레스는 그들과 함께 가서 첫 도둑질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그 여정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고귀한 혈통에 걸맞게, 동료들이 훔칠 때마다 그의 영혼은 괴로워했다. 심지어 피해자들의 눈물에 감동되어 자신의 돈으로 동료들의 도둑질을 보상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집시들은 절망했다. 그들은 이것이 그들의 규율과 법령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가슴에 동정심이 들어오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동정심을 갖게 되면 도둑질을 그만두어야 하는데, 그것은 그들에게 전혀 좋지 않은 일이었다. 안드레스는 이를 보고 혼자 도둑질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을 피하는 데는 민첩함이 있고, 위험에 맞서는 데는 용기가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훔친 것에 대한 보상이나 처벌은 오직 그의 몫이 되기를 원했다.
집시들은 이런 제안을 만류하려 했다. 그들은 동료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공격할 때나 방어할 때나 말이다. 또한 혼자서는 큰 전리품을 얻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말해도 안드레스는 혼자 독립적으로 도둑질하기를 원했다. 그의 의도는 무리에서 떨어져 자신의 돈으로 무언가를 사서 그것을 훔쳤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자신의 양심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이런 꾀를 써서 그는 한 달도 안 되어 무리의 가장 능숙한 도둑 넷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왔다. 프레시오사는 자신의 연인이 그토록 영리하고 대담한 도둑이 된 것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행한 일이 일어날까 두려웠다. 그녀는 베네치아의 모든 보물을 준다 해도 그가 곤경에 처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안드레스가 그녀에게 베푼 많은 봉사와 친절 때문에 그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톨레도 주변에서 한 달 조금 넘게 머물렀다. 9월이었지만 그들의 8월(수확기)을 보냈다. 그리고 거기서 에스트레마두라로 들어갔는데, 그곳이 따뜻하고 부유한 땅이기 때문이었다. 안드레스는 프레시오사와 함께 정직하고 분별 있는 연인들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조금씩 그의 분별과 좋은 태도에 사랑을 느꼈고,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 그의 사랑이 더 커질 수 있었다면 커졌을 것이다. 그의 프레시오사의 정숙함과 분별, 아름다움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안드레스는 달리기와 뛰어넘기에서 상을 받고 내기에서 이겼다. 그는 볼링과 공놀이를 아주 잘했고, 막대기 던지기도 힘이 세고 특별히 재주가 있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명성이 온 에스트레마두라에 퍼졌고, 집시 안드레스 카바예로의 멋진 자태와 재능,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 명성과 더불어 집시 소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소문도 함께 퍼졌다. 마을이나 도시, 촌락 할 것 없이 그들을 불러 축제를 즐기게 하거나 개인적인 행사를 위해 초대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야영지는 부유하고 번영하며 만족스러웠고, 연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야영지가 왕도에서 조금 떨어진 코르크나무 숲에 있을 때, 한밤중쯤 개들이 평소보다 더 격렬하게 짖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 집시들과 안드레스가 나가 무엇 때문에 개들이 짖는지 보러 갔다. 그들은 한 남자가 흰 옷을 입고 개 두 마리에게 다리를 물려 방어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다가가 개들을 떼어냈고, 한 집시가 말했다.
“악마가 당신을 이런 시간에 이렇게 길 밖으로 데려왔나요? 도둑질하러 온 건가요? 정말이지 좋은 곳에 오셨군요.”
“도둑질하러 온 게 아닙니다.” 물린 사람이 대답했다. “길을 잃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발 말씀해 주십시오. 근처에 제가 이 밤에 쉬고 당신네 개들이 물어뜯은 상처를 치료할 만한 여관이나 장소가 있습니까?”
“여관이나 당신을 안내할 만한 곳은 없습니다.” 안드레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상처를 치료하고 이 밤을 보낼 곳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와 함께 오십시오. 우리가 집시라고 해서 자비를 베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자비를 베푸시기를.” 그 사람이 대답했다. “원하시는 곳으로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이 다리의 고통이 너무 심합니다.”
안드레스와 다른 자비로운 집시(악마들 중에서도 어떤 이는 다른 이들보다 덜 사악하고, 많은 나쁜 사람들 사이에서도 좋은 사람이 있는 법이다)가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달빛이 밝아 그들은 그 사람이 젊고 잘생긴 얼굴과 체격을 가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온통 흰 리넨 옷을 입고 있었고, 등과 가슴에는 리넨 자루 같은 것을 걸치고 있었다. 그들은 안드레스의 오두막이나 천막으로 그를 데려갔다. 프레시오사의 할머니가 재빨리 와서 부상자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미 개들이 문 상처에 대해 들었다. 그녀는 개의 털을 몇 가닥 뽑아 기름에 튀겼다. 먼저 왼쪽 다리의 두 군데 상처를 포도주로 씻은 뒤, 털을 올려놓고 붕대로 감쌌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제 괜찮을 겁니다.”
그가 치료를 받는 동안 프레시오사가 그를 보았다. 그 젊은이도 그녀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프레시오사는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의 태도와 옷차림으로 보아 그렇게 여겼다. 젊은이는 프레시오사의 아름다움에 놀라 넋을 잃었다. 결국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 아름다운 별이여!
그들의 손에 기름을 바르고 그 위에 약간의 녹색 로즈마리를 씹어 얹었다. 깨끗한 천으로 단단히 묶고 상처를 축복하며 말했다.
“친구여, 주무세요. 하느님의 도움으로 별일 없을 겁니다.”
그들이 부상자를 치료하는 동안 프레시오사가 앞에 서서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청년도 똑같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드레스는 그 청년이 프레시오사를 주의 깊게 보고 있음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는 프레시오사의 뛰어난 미모가 모든 이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청년의 치료가 끝나자 그들은 그를 마른 건초로 만든 침대에 혼자 두었다. 당분간 그의 여정이나 다른 일에 대해 묻지 않기로 했다.
그들이 그를 떠나자마자 프레시오사는 안드레스를 따로 불러 말했다.
“안드레스, 내가 친구들과 춤을 추다가 당신 집에서 떨어뜨린 종이 기억나요? 당신을 불편하게 했던 것 같은데요.”
“기억나요.” 안드레스가 대답했다. “그건 당신을 칭찬하는 소네트였고 꽤 좋았어요.”
“그렇다면 안드레스, 알아야 할 게 있어요.” 프레시오사가 말을 이었다. “그 소네트를 쓴 사람이 바로 우리가 오두막에 두고 온 그 물린 청년이에요. 틀림없어요. 그가 마드리드에서 두세 번 나에게 말을 걸었거든요. 심지어 아주 좋은 로망스도 하나 주었어요. 그는 보통 시종이 아니라 어느 귀족의 총애를 받는 시종 같았어요. 정말이에요, 안드레스. 그 청년은 분별력 있고 말솜씨도 좋았어요. 무엇보다 정말 예의 바르더라고요. 그가 왜 이곳에 왔는지, 왜 그런 차림새인지 모르겠어요.”
“프레시오사, 뭘 상상할 수 있겠어요?” 안드레스가 대답했다. “나를 집시로 만든 그 힘이 그를 물방앗간 일꾼으로 만들어 당신을 찾아오게 한 것 말고는요. 아, 프레시오사, 프레시오사! 당신이 한 명 이상의 숭배자를 자랑스러워하려 한다는 게 드러나고 있어요! 만약 그렇다면 나를 먼저 죽이고 그 다음에 그를 죽이세요. 우리를 함께 당신의 속임수의 제단에 바치지 마세요. 아니, 당신의 아름다움의 제단이라고 해야겠네요.”
“세상에!” 프레시오사가 대답했다. “안드레스, 당신 얼마나 예민해졌나요! 얼마나 가느다란 실에 당신의 희망과 내 평판을 매달아 놓았나요! 질투의 날카로운 칼이 그렇게 쉽게 당신 영혼을 꿰뚫었나요? 안드레스, 이 일에 속임수나 거짓이 있었다면 내가 그 청년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고 숨길 수 있지 않았을까요? 내가 그렇게 어리석어서 당신에게 내 정직함과 좋은 평판을 의심할 기회를 줬을까요? 제발 조용히 하세요, 안드레스. 내일 그 청년의 가슴에서 그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 때문에 왔는지 알아내보세요. 당신의 의심이 틀렸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당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제 그 정도까지 왔으니 말인데요. 그 청년이 어떤 의도로 왔든 간에 즉시 그를 보내세요. 우리 무리의 모든 사람들이 당신에게 복종하니 아무도 당신의 뜻에 반하여 그를 자기 천막에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안 된다면 내가 약속할게요. 내 천막에서 나오지 않고 그의 눈에 띄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원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지 않겠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말했다. “안드레스, 당신이 질투하는 걸 보니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분별없이 행동한다면 매우 슬플 거예요.”
“당신이 나를 미치지 않게만 해준다면, 프레시오사,” 안드레스가 대답했다. “다른 어떤 모습을 보여도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명령한 대로 하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이 시인 시종 나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찾는지 알아보겠어요. 그가 부주의하게 보여주는 어떤 실마리를 통해 내가 빠져들 것 같은 함정의 전모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죠.”
“질투는 내가 생각하기에,”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결코 판단력을 자유롭게 두지 않아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해요. 질투에 빠진 사람들은 항상 과장된 안경을 쓰고 봐서 작은 것을 크게, 난쟁이를 거인으로, 의심을 진실로 보게 되죠. 당신의 생명과 내 생명에 맹세코, 안드레스, 이 일과 우리의 약속에 관련된 모든 것에 현명하고 분별 있게 대처해 주세요. 그렇게 한다면 내가 얼마나 정직하고 신중한지, 모든 면에서 얼마나 진실한지 인정하게 될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 프레시오사는 안드레스와 헤어졌다. 그는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부상자의 고백을 들을 준비를 했다. 그의 마음은 혼란스럽고 온갖 상반된 상상으로 가득 찼다. 그는 그 시종이 프레시오사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그곳에 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도둑은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프레시오사가 그에게 준 확신이 너무나 강력해서 그녀의 선함을 믿고 그의 모든 행운을 그녀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느꼈다.
날이 밝았다(그에게는 평소보다 더 늦게 온 것 같았다). 그는 부상자를 찾아가 그의 이름과 목적지,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길을 벗어나 여행하고 있었는지 물었다. 하지만 먼저 그의 상태와 물린 자국의 통증이 있는지 물었다. 청년은 자신의 상태가 좋아졌고 물린 자국의 통증도 전혀 없어 곧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름을 밝히고 목적지를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알론소 우르타도라고 하며 프랑스의 페냐 데 프란시아의 성모 마리아에게 어떤 일로 가는 중이라고만 말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해 밤에 여행했고, 어젯밤에 길을 잃어 우연히 이 야영지에 도착했는데 그곳을 지키던 개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안드레스는 이 설명이 합법적이지 않고 매우 의심스럽다고 생각했다. 그의 의심은 다시 마음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형제여, 내가 판사이고 당신이 어떤 범죄로 내 관할 하에 있었다면, 내가 한 질문들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내가 당신을 더 심문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난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이름인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이 여행에서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더 그럴듯하게 거짓말하라고 조언하고 싶군요. 당신은 페냐 데 프란시아로 간다고 하지만 그곳은 우리가 있는 이 장소에서 오른쪽으로 30리그나 떨어져 있어요. 빨리 도착하려고 밤에 여행한다면서 길을 완전히 벗어나 숲과 상수리나무 숲 사이로 가고 있어요. 그곳엔 길은커녕 오솔길도 거의 없죠. 친구여, 일어나서 거짓말하는 법을 배우고 갈 길을 가시오. 하지만 이 좋은 조언의 대가로 한 가지 진실을 말해주지 않겠소? 그럴 거요, 당신은 거짓말을 너무 못하니까. 혹시 당신이 내가 궁정에서 여러 번 본 사람 아니오? 시종과 귀족 사이 어딘가에 있던 사람 말이오. 대시인으로 유명했고, 얼마 전 마드리드를 다니던 한 집시 소녀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로망스와 소네트를 지은 사람 말이오. 그 사실을 말해주시오. 난 기사도의 명예에 맹세코 당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비밀을 지키겠소. 당신이 내가 말한 그 사람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소. 내가 여기서 보는 이 얼굴이 바로 내가 마드리드에서 본 그 얼굴이오. 의심의 여지없이, 당신의 뛰어난 재능에 대한 명성 때문에 난 당신을 여러 번 뛰어난 사람으로 주목했소. 그래서 당신의 모습이 내 기억에 깊이 새겨졌고, 지금 당신이 입은 옷이 전과 다르더라도 당신을 알아볼 수 있었소. 당신은 동요하지 마시오. 용기를 내시오. 지금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당신의 계획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오히려 그것이 도움이 될 수 있소. 내 의심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시오. 그렇게 하면 당신도 알겠지만, 당신은 너무나 서툴게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까요.”
“도둑들의 마을이 아닌 당신을 세상으로부터 지키고 보호할 은신처에 도착하셨소. 내 생각에는 이렇소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신은 나를 만난 것이 행운이오. 내 생각으로는 당신이 프레시오사(당신이 시를 지어준 그 아름다운 집시 소녀)에게 반해 그녀를 찾아온 것 같소.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덜 여기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이 평가할 것이오. 비록 나는 집시지만, 경험을 통해 사랑의 강력한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그리고 사랑에 빠진 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고 있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의심할 여지없이 그럴 것이라 믿소만, 그 집시 소녀는 여기 있소.”
“그렇소, 그녀가 여기 있소. 어젯밤에 내가 보았소.” 물린 청년이 말했다. 이 말에 안드레스는 죽은 듯이 굳어버렸다. 자신의 의심이 확인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그녀를 보았소.” 청년이 다시 말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말하기가 꺼려졌소.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안드레스가 말했다. “당신이 내가 말한 그 시인이오?”
“그렇소.” 청년이 대답했다. “부인하지 않겠소. 어쩌면 내가 잃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오히려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소. 숲속에 충실함이 있고 산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을 수 있다면 말이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렇소.” 안드레스가 대답했다. “우리 집시들 사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큰 비밀이 지켜지오. 이런 확신을 가지고 당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시오. 당신은 내 마음속에서 조금의 거짓도 없는 진실을 보게 될 것이오. 그 집시 소녀는 내 친척이며 내 뜻대로 할 수 있소. 만약 당신이 그녀를 아내로 원한다면, 나와 그녀의 모든 친척들이 기꺼이 동의할 것이오. 만약 애인으로 원한다면, 우리는 아무런 꾸밈없이 받아들일 것이오. 단 돈이 있어야 하오. 우리 야영지에서 탐욕은 결코 떠나지 않으니까.”
“돈은 가지고 있소.” 청년이 대답했다. “이 셔츠 소매 안에 금화 400개를 가지고 있소.”
이것은 안드레스에게 또 다른 치명적인 충격이었다. 그 많은 돈은 자신의 연인을 정복하거나 사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상당한 액수요. 이제 정체를 밝히고 일을 시작하시오. 그 소녀는 결코 바보가 아니니, 당신의 아내가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알 것이오.”
“아, 친구여!” 청년이 이 말을 듣고 말했다. “내가 옷을 바꿔 입은 이유가 당신이 말하는 사랑 때문도, 프레시오사를 원해서도 아니라는 것을 아시기 바라오. 마드리드에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아 가장 아름다운 집시 여인들 못지않게 마음을 빼앗고 영혼을 사로잡을 수 있소. 물론 당신의 친척의 아름다움이 내가 본 모든 여인들을 능가한다는 것은 인정하오. 하지만 나를 이렇게 변장하고 개에게 물리게 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내 불운이오.”
청년이 이 말을 하는 동안 안드레스는 잃었던 정신을 되찾았다. 그의 말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말로 향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혼란에서 벗어나고 싶어 청년에게 안전하게 자신을 밝힐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확신시켰다. 그러자 청년은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마드리드에서 한 귀족의 집에 있었소. 그를 주인이 아닌 친척으로 모시고 있었지. 그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는데, 혈연관계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같은 나이에 같은 성격을 가졌기에 나를 매우 친근하고 친밀하게 대했소. 이 젊은 귀족이 한 고귀한 처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삼고 싶어 했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르는 좋은 아들이었기에 그럴 수 없었소. 부모님은 그를 더 높은 신분과 결혼시키고자 했기 때문이오. 그럼에도 그는 모든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녀를 몰래 섬겼소. 오직 내 눈만이 그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 어느 날 밤, 불운이 정한 그 날 밤에 우리는 그 여인의 집 문과 거리를 지나가다가 그 곳에 기대어 서 있는 두 남자를 보았소. 그들은 겉보기에 훌륭해 보였소. 내 친척은 그들을 알아보고자 했고, 그가 그들에게 다가가자마자 그들은 재빨리 칼과 방패를 꺼내 들고 우리에게 달려들었소. 우리도 같은 무기로 맞섰소.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소. 두 적의 생명도 오래가지 않았으니까. 내 친척의 질투심과 내가 그를 지키려 한 것으로 인해 그들은 두 번의 칼에 목숨을 잃었소 (놀랍고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지). 우리는 승리했지만 원치 않던 승리였소.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비밀리에 가능한 한 많은 돈을 가지고 산 제로니모 수도원으로 갔소. 그곳에서 일이 밝혀지고 살인자에 대한 추측이 있기를 기다렸소. 우리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현명한 수도사들은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 우리의 부재로 인해 어떤 의심도 일으키지 말라고 조언했소. 우리가 그들의 조언을 따르기로 결심했을 때, 궁정의 판사들이 그 처녀의 부모와 처녀 본인을 체포했다는 소식을 들었소. 그들은 여러 하인들의 진술을 받았는데, 그 중 한 하녀가 내 친척이 밤낮으로 그녀의 여주인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고 해요. 이 단서로 그들은 우리를 찾으러 왔지만 우리를 찾지 못하고 우리가 도망쳤다는 많은 흔적만 발견했소. 이로 인해 궁정 전체에 우리가 그 두 귀족 (그들은 정말 귀족이었고 매우 고귀했소)을 살해했다는 확신이 섰소. 결국 백작인 내 친척과 수도사들의 조언에 따라, 15일 동안 수도원에 숨어 있다가 내 동료는 수사 복장을 하고 다른 수사와 함께 아라곤으로 향했소. 그는 이탈리아로 가서 그곳에서 플랑드르로 가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소. 나는 우리의 운명을 나누고 같은 길을 가지 않기로 했소. 나는 다른 길을 택했고, 수사의 조수 복장을 하고 한 수사와 함께 걸어서 탈라베라에 도착했소. 그곳에서부터 나는 혼자 길을 벗어나 여행했고, 어젯밤 이 떡갈나무 숲에 도착해 당신이 보신 일이 일어났소. 내가 프랑스 바위로 가는 길을 물었던 것은 질문에 뭔가 대답을 해야 했기 때문이오. 사실 나는 프랑스 바위가 어디 있는지 모르오. 다만 그곳이 살라만카보다 더 위쪽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소.”
“그것은 사실이오.” 안드레스가 대답했다. “당신은 그곳을 오른쪽으로 거의 20리그나 지나쳤소. 당신이 얼마나 올바른 길을 가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겠소.”
“내가 가려고 했던 길은 세비야요.” 청년이 대답했다. “그곳에 백작 내 친척의 친한 친구인 제노바 귀족이 있는데, 그는 제노바로 많은 은을 보내곤 하오. 나는 그 은을 운반하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위장해 안전하게 카르타헤나까지 갈 계획이었소. 그곳에서 이탈리아로 갈 수 있을 거요. 곧 그 은을 실을 두 척의 갤리선이 올 예정이니까. 이것이 내 이야기요, 좋은 친구여. 이것이 순수한 불운에서 비롯된 것이지 사랑 때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소. 하지만 만약 이 집시 여러분이 세비야까지 저를 데려가 주신다면 – 물론 그곳으로 가신다면 – 제가 잘 보답하겠소. 여러분과 함께라면 지금 제가 느끼는 두려움 없이 더 안전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소.”
“그들이 데려갈 거요.” 안드레스가 대답했다. “우리 야영지가 안달루시아로 가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2-3일 안에 만날 다른 야영지가 갈 거요. 당신이 가진 것 중 일부를 그들에게 주면 이보다 더 큰 불가능한 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요.”
안드레스는 그를 떠나 다른 집시들에게 가서 청년이 자신에게 말한 것과 그가 원하는 바를 전했다. 그리고 청년이 제안한 것도 말했다.
훌륭한 품행과 보상에 대해 말했다. 모두들 그가 야영지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오직 프레시오사만이 반대 의견을 냈고, 할머니는 자신이 세비야나 그 주변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세비야에서 트리기요스라는 유명한 모자장수를 속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모자장수를 알몸으로 물통에 목까지 담그고 머리에 사이프러스 나무 관을 씌운 채 자정이 되기를 기다리게 했다. 그녀가 그의 집 어딘가에 큰 보물이 묻혀 있다고 믿게 한 것이다. 그녀는 그 바보 모자장수가 새벽 기도 종소리를 듣고 기회를 놓칠까 봐 서둘러 물통에서 나오다가 물통과 함께 넘어져 바닥에 부딪혀 온몸에 멍이 들고 물이 쏟아져 그 안에서 헤엄치며 물에 빠진다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와 이웃들이 등불을 들고 달려와 그가 헤엄치는 시늉을 하며 바닥을 기어 다니고 팔다리를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큰 소리로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 빠져 죽겠어요!”라고 외쳤다. 공포 때문에 정말로 물에 빠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들은 그를 안아 올려 그 위험에서 구해냈다. 그가 정신을 차리자 집시 여자의 장난을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내 속임수라고 말렸음에도 표시된 곳을 한 길이나 깊이 팠다. 이웃의 집 기초에 닿을 뻔했는데, 그 이웃이 말리지 않았다면 그는 원하는 만큼 계속 팔 작정이었다. 이 이야기는 온 도시에 퍼졌고,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그를 손가락질하며 그의 순진함과 내 속임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늙은 집시 여자가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비야에 가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집시들은 이미 안드레스 카바예로가 많은 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쉽게 받아들이고 그가 원하는 만큼 그를 숨겨주고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라만차와 무르시아 왕국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젊은이를 불러 그를 위해 하려는 일을 설명했다. 그는 고마워하며 100 에스쿠도의 금화를 주어 모두에게 나누어 주도록 했다. 이 선물로 그들은 담비보다 더 부드러워졌다. 오직 프레시오사만이 돈 산초(젊은이가 그렇게 불린다고 했다)의 체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집시들은 그의 이름을 클레멘테로 바꾸었고 그 후로 그렇게 불렀다. 안드레스도 약간 불편해하며 클레멘테가 남은 것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클레멘테가 충분한 이유 없이 원래의 계획을 포기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레멘테는 마치 그의 마음을 읽은 듯이 무르시아 왕국으로 가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곳이 카르타헤나와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는 갤리선이 올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되면 쉽게 이탈리아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안드레스는 그를 더 잘 지켜보고 그의 행동을 살피고 생각을 탐색하기 위해 클레멘테를 자신의 동료로 삼기로 했다. 클레멘테는 이 우정을 큰 호의로 여겼다. 그들은 항상 함께 다녔고, 많은 돈을 썼으며, 에스쿠도를 뿌리고 다녔다. 그들은 달리고, 뛰고, 춤추고, 막대기 던지기를 했는데 어느 집시보다도 잘했다. 그들은 집시 여자들에게 꽤 사랑받았고 집시 남자들에게 크게 존경받았다.
그들은 에스트레마두라를 떠나 라만차로 들어갔고, 조금씩 무르시아 왕국으로 향했다. 그들이 지나는 모든 마을과 장소에서 공놀이, 검술, 달리기, 뛰기, 막대기 던지기, 그리고 힘과 기술과 민첩성을 겨루는 다른 운동 경기들이 있었다. 안드레스와 클레멘테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했는데, 이는 앞서 안드레스에 대해서만 언급된 바와 같다. 이 기간 동안(한 달 반이 넘었다) 클레멘테는 프레시오사와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고, 그럴 기회를 만들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안드레스와 그녀가 함께 있을 때 그가 대화에 끼어들었는데, 그들이 그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프레시오사가 그에게 말했다.
“우리 야영지에 처음 왔을 때부터 널 알아봤어, 클레멘테. 마드리드에서 내게 준 시가 생각났지. 하지만 네가 어떤 의도로 우리 곁에 왔는지 몰라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네 불행한 일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이 아팠어. 내 가슴의 불안도 진정되었지. 세상에 후안들이 안드레스로 변하듯이 산초들도 다른 이름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이렇게 말하는 건 안드레스가 자기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집시가 되었는지 네게 말했다고 하더라고. (사실이었다. 안드레스는 클레멘테에게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아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내가 너를 알아본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마. 내가 너에 대해 말한 덕분에 우리 일행에 받아들여지고 들어올 수 있었어. 하느님께서 네가 바라는 모든 좋은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 그 좋은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부탁이 있는데, 안드레스의 낮은 신분을 꾸짖지 말고 이 상태를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말하지 말아줘. 내 의지의 자물쇠 속에 그의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말이야.”
클레멘테가 대답했다.
“유일무이한 프레시오사여, 돈 후안이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정체를 내게 밝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먼저 그를 알아보았고, 그의 눈이 먼저 그의 의도를 드러냈어요. 제가 먼저 제 정체를 밝혔고, 당신이 말한 그의 의지의 구속을 먼저 알아챘죠. 그는 제게 믿음을 주었고, 저는 그의 비밀을 지켰습니다. 그의 결심과 선택을 칭찬했어요. 프레시오사, 저는 그렇게 좁은 이해력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아름다움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에요. 당신의 아름다움은 가장 큰 극단의 아름다움의 한계를 넘어서기에, 더 큰 실수의 충분한 변명이 됩니다. 만약 그것을 실수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에요. 그렇게 강제적인 이유로 행해진 일이라면요. 당신이 제 평판에 대해 말해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복잡한 사랑의 실타래가 행복한 결말을 맺기를 바라며 보답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안드레스를 누리고, 안드레스가 당신의 프레시오사를 누리되 그의 부모님의 동의와 기쁨 속에서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운 결합에서 세상이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후손을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제가 바라는 바이고, 프레시오사, 이것이 제가 항상 당신의 안드레스에게 말할 것입니다. 그의 잘 자리 잡은 생각을 방해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클레멘테가 이 말을 할 때의 감정 때문에 안드레스는 그가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말했는지 아니면 예의 바른 사람으로서 말했는지 의심스러웠다. 질투라는 지옥 같은 병은 너무나 미묘해서 태양 입자에도 달라붙고 사랑하는 사람과 접촉하는 것에도 괴로워한다. 그러나 그는 프레시오사의 선함을 믿었고 자신의 운을 믿지 않았기에, 확실한 질투는 갖지 않았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한 항상 불행하다고 여긴다. 안드레스와 클레멘테는 동료이자 좋은 친구였고, 클레멘테의 좋은 의도와 프레시오사의 신중함과 분별력이 모든 것을 보장했다.
클레멘테는 약간의 시적 재능이 있었고, 이는 그가 프레시오사에게 준 시에서 드러났다. 안드레스도 조금 시를 썼다. 둘 다 음악을 좋아했다. 어느 날 야영지가 한 마을 근처에 머물렀을 때 일이 있었다.
무르시아에서 4리그 떨어진 골짜기에서, 어느 밤 심심풀이로 안드레스와 클레멘테가 나란히 앉았다. 안드레스는 코르크나무 밑에, 클레멘테는 참나무 밑에 자리잡고 각자 기타를 들었다. 고요한 밤의 유혹을 받아 안드레스가 먼저 노래를 부르고 클레멘테가 화답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안: 보아라, 클레멘테여, 이 차가운 밤
낮과 겨루는 별빛 장막을
아름다운 빛으로 수놓은 하늘을:
그대의 신성한 재주로
이와 같은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면
미의 극치가 깃든
그 얼굴을 그려보게나.
클: 미의 극치가 깃든 곳
귀한 정숙함과
선함의 극치가
하나로 어우러진 곳:
그곳엔 한 사람이 있나니
인간의 재주로는 칭송할 수 없어
신성한 경지에 이르러야만
고귀하고 진귀하며 위대하고 독특한 그를 노래할 수 있네.
안: 고귀하고 진귀하며 위대하고 독특한
전에 없던 문체로
하늘 높이 올려
세상에 달콤하고 유일무이한 길을.
오, 히타니야여! 그대의 이름은
경이와 놀라움과 경탄을 자아내니
나는 그 명성이
여덟 번째 하늘까지 이르길 바라노라.
클: 여덟 번째 하늘까지 이르는 것이
합당하고 정당하리니
그 이름이 저 높은 곳에서 울릴 때
하늘도 기뻐할 것이며;
그 달콤한 이름이 울려 퍼지는 곳
이 땅 위 어디서나
귀에는 음악이 되고
영혼에는 평화, 감각에는 영광이 되리라.
안: 영혼에 평화, 감각에 영광이 깃들어
그녀가 노래할 때면
마음을 사로잡고
가장 정신 바짝 차린 이도 잠들게 하네:
나의 프레시오사여, 그대는 그러하니
아름다움은 그대의 가장 작은 미덕일 뿐:
나의 달콤한 선물이여,
우아함의 왕관, 활기의 영예로다.
클: 우아함의 왕관, 활기의 영예
그대는, 아름다운 히타나여,
아침의 신선함,
뜨거운 여름의 부드러운 서풍:
눈먼 사랑의 화살로
가장 차가운 가슴도 불타오르게 하는 힘:
그렇게 만드는 힘이여
부드럽게 죽이고 만족시키네.
자유로운 자와 속박된 자가 그리 쉽사리 노래를 멈추지 않을 것 같았으나, 등 뒤에서 들려온 프레시오사의 목소리에 노래가 멈추었다. 그녀는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움직이지 않고 놀라운 집중력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즉흥적으로였는지, 아니면 언젠가 지어둔 노래였는지 모르겠으나) 그들에게 응답하듯 뛰어난 우아함으로 이 노래를 불렀다.
이 사랑의 모험에서
내가 사랑을 즐기는 곳
아름다움보다 정숙함이
더 큰 행운이라 여기노라.
가장 낮은 식물이라도
은총이나 본성으로
위로 자라나면
하늘에 닿을 수 있네.
내 낮은 구리에
정숙함이 윤을 낸다면
좋은 소원 하나 없어도
넘치는 부도 없으리.
나를 사랑하지 않거나
존중하지 않는다 해도
괘념치 않으리니
나는 내 운명과 행운을
스스로 만들어 갈 테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여
선해지는 길로 나아가리니
하늘이 원하는 대로
그 후의 일은 정하시라.
아름다움이 그런 특권을
가졌는지 보고 싶구나,
나를 그토록 높이 올려
더 큰 고귀함을 열망하게 하는지.
영혼이 모두 평등하다면
농부의 영혼도 가치로
황제의 영혼과
동등해질 수 있으리.
내 영혼이 느끼는 바로는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르렀으니
위엄과 사랑은
같은 자리에 있지 않음이라.
여기서 프레시오사는 노래를 마쳤다. 안드레스와 클레멘테는 그녀를 맞이하러 일어섰다. 세 사람 사이에 재치 있는 대화가 오갔고, 프레시오사는 자신의 말을 통해 분별력과 정숙함, 그리고 예리함을 드러냈다. 클레멘테는 이제야 안드레스의 무모해 보였던 결심에 대한 변명을 찾았다. 그는 그때까지 그것을 젊은 혈기로 인한 것이라고만 여겼었다.
그날 아침 야영지가 철수되었고, 그들은 무르시아에서 3리그 떨어진 그 지역의 한 마을로 이동해 숙소를 잡았다. 거기서 안드레스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마을에서 그들은 늘 하던 대로 은그릇과 장신구들을 담보로 맡겼다. 프레시오사와 그녀의 할머니, 크리스티나와 다른 두 집시 소녀들, 그리고 클레멘테와 안드레스는 한 부유한 과부가 운영하는 여관에 묵게 되었다. 이 과부에게는 17, 18세쯤 되어 보이는 딸이 있었는데, 아름답다기보다는 약간 방자한 편이었고 이름은 후아나 카르두차였다. 이 소녀는 집시들의 춤을 보고 악마가 들린 듯 안드레스에게 격렬히 반해버렸다. 그래서 그에게 청혼하여 남편으로 삼고 싶다고 결심했다. 친척들이 모두 반대한다 해도 개의치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녀는 이 말을 그에게 할 기회를 찾았고, 마침내 안드레스가 두 마리의 당나귀를 살피러 마당에 들어갔을 때 그 기회를 잡았다. 그녀는 누군가 볼세라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안드레스(그녀는 이미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난 처녀이고 부자야. 어머니는 나 말고 다른 자식이 없고, 이 여관도 우리 것이야. 게다가 포도밭도 많고 다른 집도 두 채나 있어. 네가 마음에 들었어. 만약 날 아내로 삼고 싶다면, 네게 좋은 일이 될 거야. 빨리 대답해줘. 네가 현명하다면 여기 머물러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봐.”
안드레스는 카르두차의 대담함에 놀랐다. 그녀가 요구한 대로 빠르게 대답했다.
“아가씨, 저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이입니다. 우리 집시들은 집시끼리만 결혼합니다. 제게 베풀려 하신 호의에 감사드립니다만, 저는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가호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카르두차는 안드레스의 냉담한 대답에 거의 기절할 뻔했다. 그녀는 뭔가 대꾸하려 했지만, 다른 집시 여자들이 마당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만두었다. 그녀는 분노와 좌절감에 휩싸인 채 나갔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복수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안드레스는 현명하게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악마가 그에게 제공한 이 유혹에서 떨어져 있고 싶었다. 그는 카르두차의 눈빛에서 결혼의 굴레 없이도 그녀가 자신의 뜻대로 그에게 몸을 허락할 것임을 읽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위험한 상황에 혼자 맞서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밤 그 마을을 떠나자고 모든 집시들에게 요청했다. 그들은 늘 그를 따랐기에 즉시 실행에 옮겼고, 그날 오후 담보물을 찾아 떠났다.
카르두차는 안드레스가 떠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영혼의 절반이 떠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욕망을 충족시킬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는 안드레스를 강제로 붙잡을 방법을 궁리했다. 그녀의 사악한 의도가 가르쳐준 꾀와 교활함, 그리고 은밀함으로, 그녀는 안드레스의 짐 속에 (그의 것임을 알아챘던) 값비싼 산호 목걸이와 두 개의 은 메달, 그리고 다른 보석들을 넣었다. 그들이 여관을 떠나자마자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집시들이 그녀의 보석을 훔쳐갔다고 고발했다. 그 소리를 듣고 치안 판사와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집시들은 멈춰 섰고, 모두가 자신들은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다고 맹세했다. 그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가방과 짐을 수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말에 노파 집시가 매우 걱정스러워했다. 그녀는 이 수색으로 프레시오사의 장신구들과 안드레스의 옷이 발견될까 두려웠다. 그녀는 그것들을 매우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보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리한 카르두차는 이 모든 것을 빠르게 해결했다. 그녀는 두 번째 짐꾸러미를 살펴보다가 그녀가 본 대로 뛰어난 무용수였던 그 집시 청년의 짐꾸러미가 어느 것인지 물어보라고 했다. 안드레스는 그녀가 자신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이것이 제 짐이고 이것이 제 당나귀입니다. 만약 당신이 그 안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다면, 저는 그 값의 일곱 배를 배상하겠습니다. 게다가 도둑에 대한 법적 처벌도 받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치안 판사들
그 후 법관들이 당나귀를 수색하러 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둑질한 물건을 발견했다. 안드레스는 너무나 놀라 말을 잃고 돌처럼 굳어버렸다.
“내 의심이 맞았군요!” 카르두차가 이때 말했다. “저렇게 순진한 얼굴로 이렇게 큰 도둑놈을 숨기고 있었다니요.”
그 자리에 있던 행정관이 안드레스와 모든 집시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들을 공공연한 도둑이요 강도라고 불렀다. 안드레스는 모든 말에 침묵을 지켰다. 그는 당황하고 생각에 잠겨 카르두차의 배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 행정관의 조카인 매우 잘생긴 군인이 다가와 말했다.
“이 더러운 집시 놈이 도둑질하고도 저렇게 굳어있는 걸 보십시오! 내기를 걸어도 좋습니다. 저놈이 아무 잘못 없다고 우겨댈 겁니다. 증거를 잡았는데도 말이죠. 당신들을 모두 갤리선에 보내지 않는 게 다행이지요. 이 악당 놈이 마을에서 마을로 돌아다니며 춤추고 훔치는 것보다 그곳에서 국왕 폐하를 섬기는 게 낫지 않겠소? 군인의 말로, 저놈에게 한 대 때려 내 발밑에 쓰러뜨리고 싶군요.”
그는 이 말과 함께 손을 들어 안드레스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 그 타격에 안드레스는 정신이 들었고, 자신이 안드레스 카바예로가 아닌 돈 후안이자 귀족임을 기억해냈다. 그는 재빨리 그리고 분노에 차서 군인에게 달려들어 그의 검을 빼앗아 그의 몸에 꽂았다. 군인은 즉시 땅에 쓰러져 죽었다.
여기서 마을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행정관 삼촌이 화를 냈다. 프레시오사가 기절했고, 안드레스는 그녀가 기절한 것을 보고 당황했다. 모두가 무기를 들고 살인자를 쫓았다. 혼란이 커졌고, 소란이 더욱 심해졌다. 안드레스는 프레시오사의 기절을 걱정한 나머지 자신을 방어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불행히도 클레멘테는 이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자리에 없었다. 그는 이미 짐을 싸들고 마을을 떠났던 것이다. 결국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안드레스에게 달려들어 그를 잡아 두 개의 무거운 쇠사슬로 묶었다. 행정관은 그를 당장 교수형에 처하고 싶었지만, 그럴 권한이 없었다. 그래서 그를 무르시아로 보내기로 했다. 그곳이 관할 구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음날까지 그를 데려가지 않았다. 그 동안 안드레스는 분노한 행정관과 그의 부하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과 모욕을 당했다.
행정관은 도망가지 못한 대부분의 집시 남녀를 체포했다. 대부분이 도망쳤고, 그 중에는 들키거나 잡힐까 두려워한 클레멘테도 있었다. 마침내 사건의 요약서와 함께 많은 집시들을 데리고 행정관과 그의 부하들, 그리고 많은 무장한 사람들이 무르시아로 들어갔다. 그들 중에는 프레시오사도 있었고, 가련한 안드레스는 쇠사슬에 묶인 채 노새 위에 앉아 있었다. 손과 발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무르시아의 모든 사람들이 죄수들을 보러 나왔다. 이미 병사의 죽음에 대한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 프레시오사의 아름다움은 너무나 뛰어나서 그녀를 보는 사람마다 그녀를 축복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소식이 부인 행정관의 귀에 들어갔고, 그녀는 호기심에 그 집시 소녀를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남편 행정관에게 그 집시 소녀만은 감옥에 가두지 말라고 요청했다. 다른 모든 이들은 감옥에 가두고 안드레스는 어두운 감옥에 가뒀다. 그 어둠과 프레시오사의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 그를 너무나 괴롭혀서 그는 무덤으로 갈 때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레시오사와 그녀의 할머니를 데리고 와 부인 행정관이 볼 수 있게 했다. 그녀를 보자마자 부인 행정관은 말했다.
“사람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것이 당연하군요.”
그녀는 프레시오사를 가까이 끌어당겨 부드럽게 포옹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할머니에게 물었다.
“이 아이의 나이가 얼마죠?”
“15살입니다, 두세 달 더하거나 뺀 정도요.” 집시 할머니가 대답했다.
“그 나이라면 지금쯤 내 불쌍한 코스탄사도 그렇겠군요. 아, 친구들이여! 이 아이가 내 불행을 되새기게 하는구나.” 부인 행정관이 말했다.
이때 프레시오사는 부인 행정관의 손을 잡고 여러 번 입 맞추며 눈물로 그 손을 적셨다. 그리고 말했다.
“제 부인, 감옥에 갇힌 집시는 죄가 없습니다. 그는 도발당했습니다. 그를 도둑이라고 불렀지만 그는 도둑이 아닙니다.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그의 얼굴은 그의 영혼의 선함을 보여주는 얼굴입니다. 하느님과 당신의 이름으로 맹세코, 그에게 공정한 재판을 해주세요. 부인 행정관님께서는 남편 행정관님이 법이 그를 위협하는 처벌을 서두르지 않도록 해주세요. 만약 제 아름다움이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주었다면, 그 죄수를 지켜봐 주시는 것으로 그 즐거움을 보답해 주세요. 그는 제 남편이 될 사람입니다. 정당하고 정직한 방해 요소들이 지금까지 우리가 손을 잡는 것을 막았습니다. 만약 돈이 피해자 측의 용서를 얻는 데 필요하다면, 우리의 모든 집시 부락이 공개 경매에 부쳐질 것이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이 줄 것입니다. 부인, 만약 당신이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한때 그것을 느꼈고, 지금도 당신의 남편에 대해 그렇다면, 저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저는 제 남편을 순수하고 정직하게 사랑합니다.”
프레시오사가 이 말을 하는 동안 그녀는 한순간도 부인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쓰라린 눈물을 많이 흘렸다. 마찬가지로 부인 행정관도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바라보며 그에 못지않은 눈물을 흘렸다. 이때 행정관이 들어와 아내와 프레시오사가 서로 손을 잡고 그토록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는 그들의 눈물의 이유와 프레시오사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그는 그 슬픔의 이유를 물었고, 프레시오사는 대답 대신 부인 행정관의 손을 놓고 행정관의 발 앞에 엎드려 말했다.
“나리,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남편이 죽으면 저도 죽습니다. 그에게는 죄가 없지만, 만약 죄가 있다면 그 벌을 저에게 내려 주십시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그의 자유를 위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찾는 동안 재판을 연기해 주십시오. 악의 없이 죄를 지은 자에게 하늘이 은혜로 건강을 보내줄 수도 있습니다.”
행정관은 집시 소녀의 현명한 말을 듣고 새롭게 놀랐다. 만약 연약함의 징후를 보이지 않으려 했다면, 그도 그녀와 함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 일이 일어나는 동안, 노파 집시는 위대하고 다양한 많은 일들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생각과 상상 끝에 그녀는 말했다.
“나리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이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겠습니다. 비록 제 목숨을 건다 해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그들이 있던 곳에서 나갔다.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프레시오사는 눈물과 간청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의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녀의 아버지에게 알려 이 일에 개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집시 할머니가 작은 상자를 팔에 끼고 돌아왔다. 그녀는 행정관과 그의 아내, 그리고 자신이 비밀리에 방으로 들어가자고 요청했다. 그녀는 말했다.
“나리들, 제가 당신들에게 전할 좋은 소식이 그토록 큰 죄를 용서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면, 여기 제가 있으니 원하는 대로 처벌해 주십시오. 하지만 먼저 제 죄를 고백하게 해주십시오.”
“그대들께서 이 보석들을 알고 계신지 먼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프레시오사의 보석이 담긴 작은 상자를 꺼내어 행정관의 손에 건넸다. 행정관이 상자를 열자 아이의 장신구들이 보였지만,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행정관 부인도 그것들을 살펴보았으나 역시 알아차리지 못했고 다만 이렇게 말했다.
“이것들은 어린아이의 장신구로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누구의 것인지는 그 접힌 종이에 쓰여 있습니다.”라고 집시 여인이 말했다.
행정관은 서둘러 그것을 펴서 읽었다.
‘아이의 이름은 도냐 코스탄사 데 아세베도 이 데 메네세스이고, 어머니는 도냐 기오마르 데 메네세스, 아버지는 칼라트라바 기사단의 돈 페르난도 데 아세베도이다. 1595년 주님 승천일 아침 8시에 아이를 데려갔다. 아이는 이 상자에 보관된 장신구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행정관 부인은 그 내용을 듣자마자 장신구들을 알아보고는 입에 대고 무수히 키스하며 기절했다. 행정관은 집시 여인에게 딸에 대해 묻기 전에 아내에게 달려갔다. 부인이 정신을 차리자 말했다.
“선한 여인이여, 아니 집시라기보다는 천사여, 그 장신구의 주인, 그러니까 그 아이는 어디 있소?”
“어디냐고요, 부인? 당신 집에 있습니다. 당신의 눈물을 자아냈던 그 작은 집시 소녀가 바로 그 주인이며, 틀림없는 당신의 딸입니다. 내가 마드리드에서 그 종이에 적힌 날짜와 시간에 당신 집에서 데려온 것입니다.”
이 말을 듣자 당황한 부인은 신발을 벗어던지고 정신없이 달려나가 프레시오사를 두고 온 방으로 갔다. 그곳에서 하녀들과 시녀들에 둘러싸여 여전히 울고 있는 프레시오사를 발견했다. 그녀는 프레시오사에게 달려들어 아무 말도 없이 급히 가슴을 열어젖히고 왼쪽 가슴 아래에 있었던 작은 흰 점이 커져 있는지 살폈다. 그리고 같은 속도로 신발을 벗기고 눈처럼 하얗고 상아처럼 매끈한, 마치 조각한 듯한 발을 드러냈다. 그녀는 찾고 있던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오른발의 마지막 두 발가락이 살짝 붙어 있는 것이었다. 어릴 때 아이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려고 절대 자르지 않았던 것이다. 가슴의 점, 발가락, 장신구들, 유괴 날짜, 집시 여인의 고백, 그리고 딸을 보았을 때 부모가 느낀 놀라움과 기쁨, 이 모든 것이 행정관 부인의 마음속에 프레시오사가 자신의 딸임을 확신시켰다. 그녀는 프레시오사를 팔에 안고 행정관과 집시 여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프레시오사는 혼란스러워했다. 자신에게 행해진 조사의 이유를 알지 못했고, 더구나 행정관 부인의 팔에 안겨 끊임없이 입맞춤을 받으며 가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마침내 도냐 기오마르는 그 귀중한 짐을 안고 남편 앞에 도착해 그의 팔에 옮겨주며 말했다.
“여보, 우리의 딸 코스탄사를 받아주세요. 의심하지 마세요. 손가락이 붙어 있는 것과 가슴의 점을 확인했어요. 게다가 제 마음이 딸을 본 순간부터 그녀라고 말하고 있어요.”
“의심하지 않습니다.”라고 행정관은 프레시오사를 팔에 안고 대답했다. “당신과 같은 감정이 제 마음속에도 일어났으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많은 증거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은 기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집 안의 모든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서로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누가 행정관 부부의 딸이 집시 소녀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행정관은 아내와 딸, 그리고 노파 집시에게 이 일을 그가 밝힐 때까지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노파에게 자신의 영혼의 반을 훔쳐간 것은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그녀가 그것을 돌려준 것에 대한 보상은 더 큰 선물을 받을 만하다고 했다. 다만 프레시오사의 신분을 알면서도 그녀를 집시와, 더구나 도둑이자 살인자와 약혼시킨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아, 나리.”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그 사람은 집시도 도둑도 아닙니다. 살인자이긴 하지만 그의 명예를 빼앗으려 한 자를 죽인 것뿐입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줄 수밖에 없었고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집시가 아니라고, 내 딸아?” 도냐 기오마르가 물었다.
그러자 노파 집시가 안드레스 카바예로의 이야기를 간단히 들려주었다. 그는 산티아고 기사단의 돈 프란시스코 데 카르카모의 아들이며, 이름은 돈 후안 데 카르카모로 역시 같은 기사단 소속이라고 했다. 그의 옷을 집시 옷으로 바꿀 때 그녀가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프레시오사와 돈 후안 사이에 2년간의 시험 기간을 거쳐 결혼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약속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녀는 둘의 정절과 돈 후안의 온화한 성품을 강조했다. 그들은 딸을 찾은 것만큼이나 이 이야기에 놀랐고, 행정관은 노파에게 돈 후안의 옷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그렇게 했고, 다른 집시와 함께 옷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녀가 가고 돌아오는 동안, 부모는 프레시오사에게 수많은 질문을 했고, 그녀는 너무나 분별력 있고 우아하게 대답해서 설령 딸로 인정하지 않았더라도 그들을 매혹시켰을 것이다. 그들은 그녀에게 돈 후안에 대한 애정이 있는지 물었고, 그녀는 그가 자신을 위해 집시가 되려 했던 것 이상으로는 감사의 마음 외에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제 그 감사의 마음도 부모님이 원하시는 만큼만 표현하겠다고 했다.
“조용히 해라, 내 딸 프레시오사야.” 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것을 기억하기 위해 이 프레시오사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도록 하마. 네 아버지인 내가 네 신분에 걸맞은 위치에 너를 올려놓겠다.”
프레시오사는 이 말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는 현명한 여인이라 그 한숨이 돈 후안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돈 후안 데 카르카모가 그렇게 고귀한 신분이라면, 그를 우리 딸의 남편으로 맞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가 우리 딸을 많이 사랑한다고 하니 말이에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겨우 딸을 찾았는데 벌써 잃으려 하는군. 결혼하면 딸은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니라 남편의 것이 될 테니 말이오. 잠시 동안이라도 그녀를 즐기세.”
“이치에 맞는 말씀이에요, 여보.” 그녀가 대답했다. “하지만 돈 후안을 석방할 방법을 찾아주세요. 그는 지금 어두운 감옥에 갇혀 있을 텐데, 그곳의 습기와 불결한 벌레들이 가엾은 죄수들을 괴롭히고 있을 거예요. 그들은 날이 밝아 자유를 누리고 그런 압박과 나쁜 이웃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럴 거예요.” 프레시오사가 말했다. “살인자이자 도둑, 게다가 집시인 그를 더 좋은 곳에 두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나가서 그를 만나보겠소. 마치 자백을 받으러 가는 것처럼 말이오.” 행정관이 대답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원할 때까지 아무도 이 이야기를 알아서는 안 됩니다.”
그는 프레시오사를 껴안고 감옥으로 갔다. 돈 후안이 있는 감방에 들어가면서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그는 돈 후안이 두 발이 차꼬에 묶이고 손에는 수갑이 채워진 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 족쇄도 풀려 있지 않았다. 감방은 어두웠지만 위쪽에 작은 창문을 열어 희미한 빛이 들어오게 했다. 그를 보자마자 행정관은 말했다.
“이 훌륭한 놈이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그가 말했다. “내가 스페인의 모든 집시들을 하루 만에 단 한 번의 타격으로 없앨 수 있다면, 마치 네로가 로마를 불태우고 싶어 했던 것처럼 말이야. 이 잘난 도둑놈아, 난 이 도시의 행정관이다. 너희와 함께 온 한 집시 소녀가 정말 네 아내인지 너에게 직접 물어보러 왔다.”
이 말을 들은 안드레스는 행정관이 프레시오사에게 반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질투심은 미세한 입자로 되어 있어 다른 물체를 깨뜨리거나 분리하지 않고도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녀가 제가 그녀의 남편이라고 말했다면 그것은 매우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아니라고 말했다면, 그것 역시 사실입니다. 프레시오사는 거짓말을 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정직하단 말인가?” 행정관이 답했다. “집시 주제에 그렇게 정직한 게 대단하군. 자, 젊은이, 그녀는 네가 자신의 남편이라고 말했지만, 아직 손을 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네 죄로 인해 넌 죽어야 한다는 걸 알았고, 네 죽음 전에 너와 결혼하고 싶다고 내게 부탁했다. 그녀는 너 같은 대단한 도둑의 과부가 되는 영광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행정관님, 그녀가 부탁한 대로 해주십시오.” 안드레스가 말했다. “제가 그녀와 결혼만 할 수 있다면, 그녀의 남편이라는 이름을 얻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어 행복할 것입니다.”
“그녀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구나.” 행정관이 말했다.
“너무나도 많이 사랑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죄수가 대답했다. “행정관님, 제 일은 끝났습니다. 저는 제 명예를 빼앗으려던 자를 죽였습니다. 저는 이 집시 소녀를 사랑합니다. 그녀의 은총 속에서 죽을 수 있다면 기쁘게 죽겠습니다. 우리 둘 다 정직하게 서로에게 한 약속을 지켰기에 하느님의 은총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밤 너를 데리러 보내겠다.” 행정관이 말했다. “내 집에서 프레시오사와 결혼식을 올리고, 내일 정오에 교수형에 처해질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정의의 요구와 너희 둘의 소원을 모두 들어줄 수 있겠구나.”
안드레스는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행정관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돈 후안과 있었던 일과 앞으로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집을 비운 사이, 프레시오사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항상 자신이 집시이며 그 노파의 손녀라고 믿었지만, 늘 집시의 신분 이상으로 자신을 높게 여겼다고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돈 후안 데 카르카모를 정말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프레시오사는 부끄러워하며 눈을 내리깔고 대답했다. 그녀는 자신을 집시라고 여겼기에 훈장을 받은 귀족인 돈 후안과 결혼하면 신분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고, 그의 선한 성품과 정직한 태도를 경험해 보았기에 때때로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밤이 되어 거의 10시쯤, 안드레스를 감옥에서 데리고 나왔다. 그는 수갑과 족쇄는 풀렸지만, 발에서 온몸을 감싸는 거대한 쇠사슬을 차고 있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행정관의 집으로 들어갔고, 조용히 한 방에 홀로 남겨졌다. 잠시 후 한 성직자가 들어와 내일 죽을 것이니 고해성사를 하라고 말했다. 안드레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꺼이 고해성사를 하겠습니다. 하지만 먼저 결혼식을 올려야 하지 않습니까? 결혼을 한다면, 저를 기다리는 신방이 참으로 끔찍하군요.”
도냐 기오마르는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고, 남편에게 돈 후안에게 주는 충격이 너무 심하니 좀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행정관은 이 조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해를 듣던 신부를 불러 먼저 집시 소년을 집시 소녀 프레시오사와 결혼시키고, 그 후에 고해성사를 듣게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께 의지하라고 했다. 희망이 가장 메말랐을 때 자주 하느님의 자비가 내린다고 말이다.
결국 안드레스는 도냐 기오마르, 행정관, 프레시오사, 그리고 집안의 하인 두 명만 있는 방으로 나왔다. 하지만 프레시오사가 돈 후안의 몸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쇠사슬과 창백한 얼굴, 울었던 흔적이 있는 눈을 보자 그녀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녀는 옆에 서 있던 어머니의 팔에 기대며 쓰러졌다. 어머니는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정신 차려라, 얘야. 네가 보는 모든 것이 너의 기쁨과 이익이 될 거란다.”
프레시오사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노파 집시도 당황했고, 주변 사람들은 이 일의 결말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행정관이 말했다.
“신부님, 이 집시 소년과 집시 소녀를 결혼시켜 주십시오.”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부제 신부가 대답했다. “먼저 그런 경우에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혼인 공고는 어디서 했습니까? 제 상관의 허가는 어디 있습니까?”
“제 실수였습니다.” 행정관이 대답했다. “주교 대리가 허가를 내주도록 하겠습니다.”
“그 허가를 볼 때까지,” 부제 신부가 대답했다. “이분들은 용서해 주셔야겠습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나갔다. 어떤 스캔들이 일어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의 퇴장으로 모두가 혼란스러워했다.
“신부님이 옳은 말씀을 하셨소.” 행정관이 말했다. “하늘의 섭리로 안드레스의 처형이 지연된 것 같소. 그는 반드시 프레시오사와 결혼해야 하고, 먼저 혼인 공고를 해야 하오. 그 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어려움들이 달콤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나는 안드레스에게 물어보고 싶소. 만약 운명이 그대를 안드레스 카바예로가 아닌 돈 후안 데 카르카모로서 이런 위험 없이 프레시오사의 남편이 되게 한다면, 그대는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여길 것인가?”
안드레스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듣자 이렇게 말했다.
“프레시오사가 침묵의 한계를 넘어 제가 누구인지 밝혔으니, 그 행운이 세상의 군주로 만들어준다 해도 저는 그것을 제 욕망의 한계로 여길 것입니다. 천국의 축복 외에는 다른 것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고결한 마음을 보여주셨으니,” 행정관이 말했다. “돈 후안 데 카르카모 님, 때가 되면 프레시오사를 당신의 합법적인 아내로 맞이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지금 그녀를 약속의 신부로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제 집안과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입니다.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그녀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그녀를 통해 당신에게 도냐 코스탄사 데 아세베도 이 메네세스, 제 외동딸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녀는 사랑에서는 당신과 대등하고 가문에서도 조금도 뒤지지 않습니다.”
안드레스는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에 놀라 말문이 막혔다. 도냐 기오마르는 간단히 딸의 실종과 집시 노파가 준 확실한 증거로 그녀를 찾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돈 후안은 놀라움과 기쁨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장인과 장모가 될 사람들을 껴안고 그들을 부모님이라 불렀다. 그는 프레시오사의 손에 입을 맞추었고, 프레시오사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손에 입을 맞추어 달라고 간청했다.
비밀이 밝혀지자 하인들이 그 소식을 전했고, 사망한 사람의 삼촌인 행정관은 복수의 기회를 놓쳤음을 알았다. 행정관의 사위가 될 사람에게 법의 엄격함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돈 후안은 집시가 가져온 여행 옷으로 갈아입었다. 쇠사슬과 족쇄는 자유로 바뀌었다. 프레시오사의 슬픔은 기쁨으로, 부모의 걱정은 만족으로 바뀌었다. 집시 노파는 부유해졌고, 돈 후안 데 카르카모는 약혼을 했다. 밤이 되어 거의 10시쯤 안드레스를 감옥에서 데리고 나왔다. 그는 수갑과 족쇄는 풀렸지만, 발에서 온몸을 감싸는 거대한 쇠사슬을 차고 있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행정관의 집으로 들어갔고, 조용
금사슬: 감옥에 갇힌 집시들의 슬픔이었으나, 다음 날 보석으로 풀려났다. 살해된 이의 삼촌은 돈 후안을 고소하지 않고 용서하겠다는 대가로 2천 두카도의 약속을 받았다. 돈 후안은 친구 클레멘테를 잊지 않고 찾아보았으나, 그를 찾지 못했다. 나흘 후에야 클레멘테가 카르타헤나 항구에 있던 제노바 갤리선 두 척 중 한 척을 타고 떠났다는 확실한 소식을 들었다.
코레히도르는 돈 후안에게 그의 아버지 돈 프란시스코 데 카르카모가 이 도시의 새 코레히도르로 임명되었다는 확실한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버지의 허락과 동의를 얻어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돈 후안은 코레히도르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프레시오사와 약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주교는 한 번의 공고만으로 결혼을 허락했다. 코레히도르가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어서 도시는 축제를 벌였고, 약혼식 날에는 횃불과 투우, 창싸움 놀이가 열렸다. 노파 집시는 손녀 프레시오사를 떠나지 않고 함께 살기로 했다.
히타니야의 이야기와 결혼 소식이 궁정에 전해졌다. 돈 프란시스코 데 카르카모는 자신의 아들이 집시였다는 것과 그가 본 프레시오사가 바로 그 히타니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의 경솔함을 이해하게 된 그는 아들이 플랑드르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이미 아들을 잃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돈 페르난도 데 아세베도와 같은 위대하고 부유한 귀족의 딸과 결혼하는 것이 아들에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깨달았다. 그는 서둘러 출발해 아들을 보기 위해 20일 만에 무르시아에 도착했다. 그의 도착으로 기쁨이 새로워졌고 결혼식이 열렸으며, 그들의 삶이 이야기되었다. 도시의 시인들 – 몇몇 훌륭한 이들이 있었다 – 은 이 기이한 사건을 노래하기로 했고, 동시에 히타니야의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도 함께 노래했다. 유명한 리센시아도 포소가 쓴 시는 프레시오사의 명성을 세월이 끝날 때까지 영원히 남길 것이다.
나는 안드레스 집시의 도둑질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에 빠진 여관 주인이 관리들에게 밝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을 잊을 뻔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과 죄를 고백했지만, 약혼자들이 발견된 기쁨 속에서 복수는 묻혔고 자비가 되살아났기에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관대한 연인
“오, 불운한 니코시아의 슬픈 폐허여, 너의 용감하고 불운한 수호자들의 피가 채 마르지도 않았구나! 네가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고독한 곳에서 감각을 가졌다면, 우리는 함께 우리의 불행을 한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불행에 동반자를 찾은 것이 우리의 고통을 덜어줬을지도 모른다. 이 희망만은 너희에게 남아있을 수 있다, 허물어진 탑들이여. 비록 너희를 무너뜨린 그때만큼 정당한 방어를 위해서는 아니겠지만, 너희는 다시 한 번 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불운한 자는 어떤 좋은 것도 기대할 수 없다. 내가 처한 이 비참한 곤경 속에서, 비록 내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해도 말이다. 내 불운은 너무나 크다. 자유로울 때도 나는 행운이 없었고, 지금 포로 신세가 되어서는 행운도 없고 그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이 말들은 한 기독교 포로가 이미 함락된 니코시아의 무너진 성벽들을 언덕에서 바라보며 하는 말이었다. 그는 마치 성벽들이 그를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그들에게 말을 걸며 자신의 불행을 성벽의 불행에 비유했다(이는 고통받는 자들의 고유한 상태로, 그들의 상상 속에서 이성과 올바른 판단에서 벗어난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이때 그 들판에 설치된 네 개의 천막 중 하나에서 한 젊고 잘생긴 터키인이 나와 기독교인에게 다가가 말했다.
“내 친구 리카르도여, 네가 늘 하는 생각들이 너를 이곳으로 이끌었겠구나.”
“그렇소,” 리카르도(이것이 포로의 이름이었다)가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를 가든 그 생각들에서 휴식이나 안식을 찾지 못하니 무슨 소용이 있겠소? 오히려 여기서 보이는 이 폐허들이 내 생각을 더 악화시켰을 뿐이오.”
“니코시아의 폐허를 말하는 거겠지,” 터키인이 말했다.
“그렇소,” 리카르도가 되받았다. “이곳에서 눈에 보이는 다른 폐허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 말했겠소?”
“잘 알겠네,” 터키인이 답했다. “네가 울 이유는 충분해. 2년 전 이 유명하고 부유한 키프로스 섬이 평화와 고요 속에 있었을 때, 그 주민들이 인간의 행복이 허락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고 있었을 때를 보았던 사람들이, 지금 그들을 추방당하거나 포로가 되어 비참한 처지에 있는 것을 보거나 상상한다면 어찌 그들의 재난과 불행을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제 이런 일들은 그만두자. 해결책이 없으니 말이야. 그리고 네 일로 돌아가자. 나는 그것들에 해결책이 있는지 보고 싶어. 그래서 내가 네게 보여준 선의와 우리가 같은 고향 출신이며 어릴 적 함께 자랐다는 이유로, 네가 그토록 슬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주기를 부탁하고 싶어. 물론 포로 상태 자체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마음을 슬프게 만들기에 충분하지. 하지만 나는 네 불행이 더 오래된 근원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관대한 영혼들은 너처럼 일반적인 불행에 그렇게 쉽게 굴복하지 않기 때문이야. 더구나 나는 네가 그렇게 가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 네 몸값을 지불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거야. 또한 너는 흑해의 탑에 갇힌 중요한 포로도 아니어서 자유를 얻기가 늦거나 불가능한 처지도 아니지. 그래서 불운이 네게서 자유의 희망을 빼앗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네가 그토록 비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네 고통이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부탁이니 그 원인을 내게 말해줘.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과 내 가치를 제공하마. 어쩌면 운명이 나를 이 옷을 입게 한 것은 네게 봉사하기 위해서일지도 몰라. 너도 알다시피 내 주인은 이 도시의 카디(즉, 주교와 같은 자)이다. 또한 너는 내가 그와 얼마나 친밀한지, 그리고 내가 그에게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알고 있지. 더불어 너는 내가 이 상태로 죽고 싶지 않다는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없다면, 적어도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을 소리 높여 고백하고 선포할 것이다. 비록 그 고백이 내 목숨을 앗아갈 것임을 알지만 말이야. 그러나 영혼의 생명을 잃지 않기 위해 육체의 생명을 잃는 것은 잘 쓰인 것이라고 생각해. 내가 말한 모든 것으로부터 너는 내 우정이 너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추론하고 고려해보길 바라. 그리고 네 불행이 어떤 해결책이나 위안을 찾을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들어야 하는 것처럼 네가 그것을 나에게 말해주어야 해. 내가 그것을 침묵의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두겠다고 약속하마.”
리카르도는 이 모든 말을 듣고 있다가, 그 말들과 필요에 의해 강요당한 듯이 이렇게 대답했다.
“만약 네가 내 불행을 상상한 것처럼, 오 친구 마하무트여(그것이 터키인의 이름이었다), 그 해결책을 맞출 수 있었다면, 나는 내 자유를 잃은 것을 좋게 여겼을 것이며, 내 불행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운과도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너무나 크기에 온 세상이 그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그것을 해결하거나 심지어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네가 이 진실에 만족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짧게 그것을 너에게 이야기하겠다. 하지만 내 불행의 복잡한 미로에 들어가기 전에, 내 주인 하잠 파샤가 어떤 이유로…”
이 캠페인에서 니코시아에 들어가기 전에 이 천막과 막사들을 설치했는데, 그는 부왕이나 터키인들이 부왕을 부르는 바하로 임명되어 왔다고 하던데?
마하무트가 대답했다. “간단히 설명해주겠네. 터키인들 사이에는 어떤 지방의 부왕으로 임명된 사람이 전임자가 살고 있는 도시에 들어가지 않고 그가 떠날 때까지 기다리는 관습이 있다네. 새 바하가 부임하는 동안 전임자는 시골에서 기다리며 자신의 업적에 대한 평가 결과를 기다린다네. 이 평가는 뇌물이나 인맥의 도움 없이 이루어지지. 평가가 끝나면 그 결과를 봉인된 양피지에 담아 전임자에게 전달하고, 그는 그것을 가지고 술탄 폐하의 문으로 가서 대재상과 다른 네 명의 재상들 앞에 제출한다네. 평가 내용을 보고 그들은 상을 주거나 처벌을 내리지. 비난받을 만한 일이 있으면 돈으로 처벌을 면하기도 하고, 잘못이 없어도 상을 받지 못하면 뇌물을 써서 원하는 자리를 얻기도 한다네. 거기서는 능력이 아니라 돈으로 관직을 얻지. 모든 것이 매매의 대상이라네. 관직을 산 사람들은 그 자리에 있는 동안 돈을 긁어모으고, 그 돈으로 또 다른 자리를 사는 거지. 모든 것이 그런 식이라네. 이 제국은 폭력적이어서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에는 우리의 죄 때문에 지탱되고 있는 것 같아. 나처럼 뻔뻔스럽게 하나님을 모독하는 자들의 죄 말일세. 하나님께서 자비를 베푸시기를. 그래서 네 주인 하산 바하가 이 캠프에서 나흘을 보냈고, 니코시아의 전임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그가 몹시 아팠기 때문이라네. 하지만 이제 좋아져서 오늘이나 내일 나올 거야. 그는 저 언덕 뒤에 있는 천막에 머물 거고, 네 주인은 곧 도시로 들어갈 거라네. 이것이 네가 물은 것에 대한 답변이야.”
리카르도가 말했다. “그렇다면 들어보게. 하지만 내가 전에 말했듯이 짧게 내 불행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것이 너무 길고 과도해서 어떤 이성으로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지. 그래도 할 수 있는 대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해보겠네. 먼저 묻고 싶은데, 우리 고향 트라파니에서 시칠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소문난 처녀를 알고 있나? 모든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가장 뛰어난 지성들이 확신하기를, 그녀가 과거 시대에 있었고 현재에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가장 완벽한 미인이라고 하던데. 시인들은 그녀의 머리카락이 금빛이고 눈은 빛나는 태양 같으며, 뺨은 장미 빛이고 이는 진주, 입술은 루비, 목은 백옥 같다고 노래했지. 그녀의 모든 부분이 전체와, 전체가 부분과 조화를 이루어 놀라운 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자연이 그 위에 너무나 자연스럽고 완벽한 색채의 부드러움을 뿌려 질투조차 흠잡을 데가 없었다고 하더군. 마하무트, 아직 그녀가 누구인지, 이름이 뭔지 말하지 않았나? 내 말을 듣지 않았거나, 트라파니에 있을 때 감각이 없었던 게 틀림없어.”
마하무트가 대답했다. “리카르도, 네가 그토록 아름답다고 묘사한 여인이 로돌포 플로렌시오의 딸 레오니사가 아니라면, 누구인지 모르겠네. 그녀만이 네가 말한 그런 명성을 가졌었지.”
리카르도가 대답했다. “그녀야, 마하무트. 그녀가 바로 내 모든 행복과 불행의 주된 원인이야. 그녀 때문에, 잃어버린 자유 때문이 아니라, 내 눈이 셀 수 없는 눈물을 흘렸고, 지금도 흘리고 있고, 앞으로도 흘릴 거야. 그녀 때문에 내 한숨이 가까이서도 멀리서도 공기를 뜨겁게 하고, 그녀 때문에 내 말들이 그것을 듣는 하늘과 귀에 영향을 미치지. 그녀 때문에 네가 나를 미쳤다고, 아니면 적어도 가치 없고 용기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했겠지. 이 레오니사, 나에게는 사자 같지만 다른 이에게는 온순한 양 같은 그녀가, 나를 이 비참한 상태로 만들었어. 내가 어린 시절부터, 아니 적어도 이성을 갖게 된 이후로 그녀를 사랑했을 뿐만 아니라 숭배하고 열심히 섬겼다는 걸 알아야 해. 그녀의 친척들과 부모님들은 내 의도를 알고 있었고, 그것이 정직하고 덕스러운 목적으로 향하고 있다고 여겨 불쾌해하지 않았어. 그래서 그들은 여러 번 레오니사에게 내 자질과 귀족 신분을 고려해 나를 남편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했다고 해. 하지만 그녀는 아스카니오 로툴로의 아들 코르넬리오에게 마음을 뺏겼지. 네가 잘 아는 그 젊은이 말이야. 우아하고 세련되고, 하얀 손과 곱슬머리를 가진, 달콤한 목소리와 사랑스러운 말을 하는, 요컨대 호박과 사탕으로 만들어진 것 같고 비단과 금실로 장식된 그 남자 말이야. 그녀는 코르넬리오의 얼굴만큼 섬세하지 않은 내 얼굴을 쳐다보려고 하지 않았고, 내 많고 지속적인 봉사에 감사하려 하지도 않았어. 오히려 나를 경멸하고 증오했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극에 달해 경멸과 거부로 인한 순수한 고통으로 죽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을 정도였어. 코르넬리오에게 은밀하지만 정직한 호의를 베푸는 것만 아니었다면 말이야. 경멸과 증오의 고통에 가장 잔인한 질투의 분노까지 더해졌을 때 내 영혼이 어떠했을지 상상해봐. 두 가지나 치명적인 전염병에 시달렸으니 말이야. 레오니사의 부모는 코르넬리오에 대한 그녀의 호의를 눈감아주었어. 그들은 당연히 그 젊은이가 그녀의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에 이끌려 그녀를 아내로 선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보다 더 부유한 사위를 얻게 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지. 그렇게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나만큼 좋은 조건과 높은 생각, 알려진 가치를 가진 사위는 얻지 못했을 거야. 거만하게 들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이야. 그런데 지난달, 오늘로부터 정확히 1년 3일 5시간 전에 레오니사와 그녀의 부모, 코르넬리오와 그의 부모가 친척들과 하인들을 데리고 아스카니오의 정원에 놀러 갔다는 걸 알게 됐어. 그 정원은 바닷가 소금밭 길 근처에 있지.”
마하무트가 말했다. “잘 알고 있네. 신의 뜻대로 거기서 나도 좋은 시간을 여러 번 보냈었지. 계속해 리카르도.”
리카르도가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 영혼은 질투의 분노와 광기에 사로잡혀 정신을 잃을 정도였어. 곧 내가 한 일을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들이 있다는 정원으로 갔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것을 보았어. 그리고 호두나무 아래에 코르넬리오와 레오니사가 조금 떨어져 앉아 있는 걸 발견했지. 그들이 나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모르겠어. 나는 그들을 보자마자 눈이 멀어 모든 감각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야. 하지만 오래지 않아 분노가 화를 불러일으켰고, 화가 피를 끓게 했지.”
심장에서, 그리고 피에서 분노로, 분노에서 손과 혀로:
그러나 내 앞에 있는 아름다운 얼굴에 대한 존경심으로 손은 묶여 있었다. 하지만 혀는 침묵을 깨고 이렇게 말했다.
“내 평화의 원수여, 네 눈앞에 내 눈을 영원히 슬픔에 잠기게 할 원인을 태연히 두고 만족할 것이냐. 가까이 와라, 잔인한 여인아, 좀 더 가까이 와서 너를 찾는 이 쓸모없는 나무줄기에 네 담쟁이덩굴을 얽어매라. 네가 바라보는 그 젊은이의 머리카락을 빗어주거나 곱슬하게 해주어라. 이제 그 젊은이의 변덕스러운 나이에 자신을 내맡기라. 그러면 나는 너를 얻을 희망을 잃고 이 증오스러운 삶을 끝내리라. 오만하고 경솔한 처녀여, 너만이 이런 경우에 세상의 법도와 관례를 깨뜨리고 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내 말은, 그 오만한 젊은이가 부유하다고, 용모가 준수하다고, 나이가 어리다고, 가문이 좋다고 해서 사랑에 변함없이 굳건할 수 있고,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성숙하고 경험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을 버려라. 세상에는 좋은 점이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무지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도 속지 않는다. 젊은 나이에는 변덕이 많고, 부자들에게는 오만함이, 거만한 자들에게는 허영심이, 아름다운 이들에게는 냉담함이 있다. 이 모든 것을 가진 자들에게는 어리석음이 있는데, 이는 모든 불행의 어머니다. 그리고 너, 젊은이여, 네가 내 선한 소망보다는 네 한가로운 소망에 더 어울리는 상을 안전하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왜 네가 누워있는 그 꽃밭에서 일어나 내 영혼을 뽑아가지 않느냐? 네 영혼은 내 영혼을 그토록 증오하는데. 네가 하는 일 때문에 나를 모욕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다만 운명이 너에게 허락한 선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기 때문이다. 네가 그것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 분명히 보인다. 네 멋진 옷차림을 흐트러뜨릴 위험을 무릅쓰고 그것을 지키려 하지 않으니 말이다. 만약 아킬레스가 그런 침착한 성격이었다면, 울리시스가 아무리 빛나는 무기와 날카로운 검을 보여주어도 결코 그의 계획을 성공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가라, 가서 네 어머니의 하녀들 사이에서 즐기거라. 거기서 네 머리카락과 손을 돌보아라. 그 손은 날카로운 칼을 쥐기보다는 부드러운 비단실을 감는 데 더 적합하다.”
이 모든 말을 하는 동안 코르넬리오는 내가 그를 앉아있는 채로 발견했던 그 자리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꼼짝 않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며 그대로 있었다. 내가 그에게 한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코르넬리오에게 내가 한 더 많은 모욕적인 말들을 듣기 시작했다. 코르넬리오는 모여든 사람들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 그들 대부분이 그의 친척이나 하인, 또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어날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그가 일어서기도 전에 나는 칼을 뽑아 그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레오니사가 내 칼이 번쩍이는 것을 보자마자 심한 기절을 했고, 이는 나를 더욱 분노와 절망에 빠뜨렸다. 나를 공격한 많은 이들이 미친 사람을 상대하듯 단순히 방어만 하려 했는지, 아니면 내 운이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하늘이 나를 더 큰 불행을 위해 남겨두려 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 어쨌든 나는 가장 가까이 있던 일곱 여덟 명을 찔렀다. 코르넬리오는 빠르게 달아나 내 손아귀를 벗어났다.
이처럼 명백한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적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이 이미 모욕당한 자로서 복수하려 할 때, 운명은 나에게 한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목숨을 잃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렇게 뜻밖의 방법으로 목숨을 구하고 매시간 천 번씩 잃느니 말이다. 갑자기 정원에 비세르테의 해적선 두 척에서 온 많은 투르크인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근처의 만에 상륙해 해안 경비탑의 보초들이나 해안 순찰대에게 발각되지 않았다. 내 적들은 그들을 보자 나를 홀로 남겨두고 재빨리 도망쳤다. 정원에 있던 모든 사람 중에서 투르크인들은 세 사람과 아직 기절해 있던 레오니사만을 포로로 잡을 수 있었다. 나는 끔찍한 상처를 네 군데나 입은 채 잡혔다. 하지만 그 전에 내 손으로 네 명의 투르크인을 죽여 바닥에 쓰러뜨렸다.
투르크인들은 이 습격을 늘 그렇듯이 신속하게 감행했고, 결과에 그리 만족하지 않은 채 배에 올라 곧 출항했다. 그들은 짧은 시간 안에 돛과 노를 이용해 파비아나에 도착했다. 그들은 누가 빠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점검을 했고, 죽은 자들이 그들이 레반트인이라 부르는 가장 뛰어나고 존경받는 병사 네 명임을 알고는 내게 복수하고자 했다. 그래서 기함의 선장은 나를 교수형에 처하기 위해 돛대를 내리라고 명령했다.
레오니사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정신을 차렸고, 해적들의 손에 잡혀 있음을 알고 아름다운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연약한 손을 비틀었다. 그녀는 말없이 투르크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려고 주의를 기울였다. 그때 기독교도 노예 중 한 명이 이탈리아어로 그녀에게 말했다. 선장이 그 기독교도를 교수형에 처하라고 명령했다고 했다. 그는 나를 가리키며 내가 그들의 최고의 병사 네 명을 죽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오니사는 이 말을 듣고 이해하자 생전 처음으로 나에게 동정심을 보였다. 그녀는 그 포로에게 투르크인들에게 나를 교수형에 처하지 말라고 말해달라고 했다. 그들이 나를 살려두면 큰 몸값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트라파니로 돌아가면 곧 나를 몸값을 치르고 풀어줄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레오니사가 나에게 보여준 첫 번째이자 마지막 자비였고, 그것도 나를 더 큰 고통으로 몰아넣기 위함이었다. 투르크인들은 이탈리아 포로가 전한 말을 듣고 쉽게 믿었고, 이익에 대한 생각이 그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은 평화의 깃발을 올리고 트라파니로 돌아왔다.
그날 밤 나는 상상할 수 있는 고통 속에서 보냈다. 그것은 내 상처 때문이 아니라 잔인한 적인 그녀가 야만인들 사이에 처한 위험을 생각하며 느끼는 고통 때문이었다.
그들은 말했듯이 도시에 도착했고, 한 척의 갤리선이 항구로 들어왔다. 다른 한 척은 밖에 머물렀다. 곧 항구 전체와 해안가가 기독교도들로 가득 찼다. 멀리서 코르넬리오가 갤리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내 집사가 곧 와서 내 몸값에 대해 협상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어떤 경우에도 내 자유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말고 오직 레오니사의 자유에 대해서만 논의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 전 재산을 그녀의 몸값으로 내놓으라고 했다. 또한 그에게 육지로 돌아가 레오니사의 부모에게 그녀의 자유를 위해 그들이 나서지 말고 내 집사가 그 일을 처리하도록 맡겨달라고 전하라고 했다. 이 일이 끝나자 그리스인 배신자 유주프라는 이름의 주요 선장이 레오니사에 대해 6천 에스쿠도를, 나에 대해 4천 에스쿠도를 요구했다. 그는 둘 중 하나만 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렇게 큰 금액을 요구한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는 레오니사에게 반해 있었고 그녀를 다른 갤리선의 선장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전리품을 반반씩 나누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를 4천 에스쿠도에, 천 에스쿠도의 현금을 더해 5천 에스쿠도로 계산하고 레오니사를 다른 5천 에스쿠도로 계산하려 했다.
이 모든 이유로 그는 코르넬리오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꼼짝 않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며 그대로 있었다. 큰 소리로 그에게 한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코르넬리오에게 내가 한 더 많은 모욕적인 말들을 듣기 시작했다. 코르넬리오는
유주프가 우리 둘을 만 에스쿠도로 평가한 이유였다.
레오니사의 부모는 자신들 쪽에서는 아무것도 제안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 집사가 한 약속만 믿고 있었다. 코르넬리오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요구와 응답 끝에 내 집사는 레오니사를 위해 5천 에스쿠도, 나를 위해 3천 에스쿠도를 주기로 결정했다. 유주프는 동료의 설득과 모든 병사들의 말에 강요되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 집사는 그만큼의 돈을 모으지 못했기에, 그 돈을 모으기 위해 3일의 기한을 요청했다. 그의 의도는 내 재산을 헐값에 팔아 몸값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유주프는 이를 기뻐했다. 그는 이 3일 동안 합의가 무산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파비아나 섬으로 돌아가며 3일 후에 돈을 받으러 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를 괴롭히는 데 지치지 않은 운명의 여신은 섬의 가장 높은 곳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터키인 보초병이 바다 멀리 6척의 라틴 돛배를 발견하게 했다. 그는 그것이 말타의 함대나 시칠리아의 함대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의 생각은 맞았다. 그는 달려가 이 소식을 전했고, 순식간에 육지에 있던 터키인들이 승선했다. 어떤 이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어떤 이는 옷을 빨고 있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닻을 올리고 노를 저으며 돛을 올렸다. 그들은 배의 뱃머리를 베르베리아로 향하게 하고,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갤리선들을 시야에서 놓쳤다. 그들은 섬과 다가오는 밤에 가려져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마하무트 친구여,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여행에서 내 마음이 어떠했을지 자네의 좋은 판단에 맡기겠네. 더구나 다음 날 두 척의 갤리선이 남쪽으로 판타나레아 섬에 도착했을 때, 터키인들이 육지로 내려가 장작과 고기를 구하러 갔을 때, 그리고 선장들이 육지로 내려가 그들이 획득한 모든 전리품을 나누기 시작했을 때, 이 모든 행동이 나에게는 지연된 죽음과도 같았네. 그들이 나와 레오니사를 나누는 순간이 왔을 때, 유주프는 페탈라(다른 갤리선의 선장 이름이었다)에게 6명의 기독교인을 주었다. 4명은 노 젓는 사람이었고 2명은 아주 잘생긴 코르시카 출신 소년이었다. 그는 나도 그들과 함께 주었다. 그는 레오니사를 자신이 갖기 위해서였고, 페탈라는 이에 만족했다. 나는 이 모든 일에 함께 있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알았지만, 그때는 분배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페탈라가 내게 다가와 이탈리아어로 말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기독교인이여, 너는 이제 내 것이다. 그들이 너를 2천 금화에 나에게 주었다. 자유를 원한다면 4천 금화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죽을 것이다.”
나는 그 기독교인 여자도 그의 것인지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유주프가 그녀를 데리고 있으며 그녀를 이슬람교도로 만들어 결혼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는 사실이었다. 노를 젓는 포로 중 한 명이 터키어를 잘 알아들었고, 유주프와 페탈라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내게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주인에게 어떻게든 그 기독교인 여자를 데리고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녀의 몸값으로 1만 금화를 주겠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유주프에게 내가 그 기독교인 여자를 위해 큰 금액을 제안했다는 것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어쩌면 이익에 이끌려 그의 의도를 바꾸고 그녀를 풀어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했고, 자신의 갤리선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즉시 승선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베르베리아의 트리폴리로 가려 했다. 그는 그곳 출신이었다. 유주프도 마찬가지로 비세르타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적의 갤리선을 발견했을 때나 약탈할 배를 발견했을 때처럼 서둘러 승선했다. 그들이 서두른 이유는 날씨가 폭풍의 조짐을 보이며 변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레오니사는 육지에 있었지만, 내가 그녀를 볼 수 있는 곳에 있지는 않았다. 승선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해변에서 함께 만났다. 그녀의 새 주인이자 새로운 연인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이 육지에서 갤리선으로 놓인 사다리를 오를 때,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너무나 애틋하고 아프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찌된 일인지 내 눈앞에 구름이 끼더니 시야가 가려졌고,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레오니사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녀가 사다리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고, 유주프가 그녀를 따라 뛰어들어 팔에 안고 그녀를 구해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내가 정신을 잃은 채로 실려 있던 내 주인의 갤리선에서 들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혼자 갤리선에 있었고, 다른 배는 다른 방향으로 떠나고 있었다. 그들은 내 영혼의 반, 아니 전부를 데리고 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가슴이 무너져 내렸고, 다시 한 번 내 운명을 저주했다. 나는 소리 높여 죽음을 불렀다. 내가 하는 비통한 소리에 짜증이 난 주인은 굵은 막대기로 내가 입을 다물지 않으면 때리겠다고 위협했다. 나는 눈물을 참았고, 한숨을 억눌렀다. 그 힘으로 인해 한숨이 터져 나와 이 비참한 육체를 떠나고 싶어 하는 영혼에게 문을 열어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운명은 아직 나를 이토록 좁은 곤경에 빠뜨린 것에 만족하지 않고, 모든 희망을 없애버림으로써 끝을 내기로 결심한 듯했다. 순식간에 우리가 두려워하던 폭풍이 시작되었고, 남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우리 배의 뱃머리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너무나 세차게 불어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뱃머리를 돌려 바람이 우리를 데려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배를 몰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생명을 의지하고 있던 이들에게는 큰 위험이었다.
선장은 섬의 끝을 돌아 북쪽에서 피난처를 찾으려 했지만,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바람이 너무나 세게 불어, 우리가 이틀 동안 항해한 거리를 1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돌아가 출발했던 섬에서 6-7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게 되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섬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그것도 해변이 아닌 우리 눈앞에 보이는 아주 높은 절벽에 부딪힐 운명이었다. 그곳은 우리의 생명에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우리는 옆에서 레오니사가 타고 있는 우리와 동행하던 갤리선을 보았다. 그 배의 모든 터키인들과 포로 노예들은 노를 저어 절벽에 부딪히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우리 배의 사람들도 같은 일을 했고, 더 큰 힘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배의 사람들은 힘들어 지쳐 있었고, 바람과 폭풍에 굴복하여 노를 놓아버렸다. 그들은 포기한 채 우리 눈앞에서 절벽에 부딪히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갤리선은 절벽에 너무나 세게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명과 우리 배에서 같은 운명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공포가 너무나 커서 선장이 명령하는 어떤 것도 이해되지 않았고 실행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노를 놓지 않는 것에만 집중했고, 바람을 향해 뱃머리를 돌리고 바다에 닻을 두 개 내려 죽음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는 것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삼았다. 모두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지만, 내게는 전혀 다른 감정이었다. 이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를 저 세상에서 볼 수 있다는 헛된 희망으로, 나는 매 순간 죽음이 오기를 기다렸다.
배가 물에 잠기거나 암초에 부딪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나는 더욱 고통스러운 죽음을 겪는 듯했다. 배와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높이 솟아오른 파도들은 불운한 레오니사의 시신이 떠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를 주목하게 했다.
마하무트여, 나는 지금 그 길고 고통스러운 밤에 겪었던 불안과 공포, 고뇌와 생각들을 일일이 말하지 않겠다. 내 불행을 간단히 말하겠다고 처음에 약속했기 때문이다. 다만 말하건대 그때 죽음이 찾아왔다면 내 생명을 앗아가는 데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날이 밝았을 때 폭풍은 더 거세졌다. 우리는 배가 암초에서 상당히 멀어져 섬의 한 곶에 가까워졌음을 알았다. 터키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곶을 돌아갈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과 힘을 얻었고, 6시간 만에 우리는 곶을 돌아 바다가 더 잔잔해지고 평온해짐을 발견했다. 우리는 노를 더 쉽게 저을 수 있었고 섬에 가까워져 피신할 수 있었다. 터키인들은 전날 밤 암초에 부딪친 배의 잔해가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륙했다. 하지만 하늘은 내가 기대했던 위안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레오니사의 시신이 비록 죽고 갈기갈기 찢겼더라도 내 팔에 안기길 바랐다. 그래서 내 운명이 정한 불가능한 일, 즉 나의 순수한 바람대로 그녀와 하나가 되는 일을 깨뜨리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상륙하려는 한 배신자에게 레오니사의 시신을 찾아 바다가 해변으로 밀어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하늘은 이 모든 것을 거부했다. 바로 그 순간 바람이 다시 세차게 불어 닥쳐 섬의 피난처가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 페탈라는 그토록 맹렬히 자신을 괴롭히는 운명에 맞서지 않기로 하고 돛대에 돛을 달고 약간의 돛을 펼치라고 명령했다. 그는 뱃머리를 바다로 향하고 고물을 바람 쪽으로 돌렸다. 그는 직접 키를 잡고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 어떤 장애물도 그의 항로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노들은 갑판 중앙에 가지런히 정렬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좌석과 난간에 앉았다. 배에서는 안전을 위해 기둥에 단단히 묶인 노젓는 감독관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배는 너무나 빠르게 날아갔다. 3일 3밤 동안 트라파니, 밀라초, 팔레르모를 지나 메시나 해협으로 들어갔다. 배 안에 있는 사람들과 육지에서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 놀라워했다.
마지막으로, 폭풍우를 그 완고함만큼 장황하게 이야기하지 않기 위해 말하건대, 우리는 지치고 굶주리고 시칠리아 섬 거의 전체를 돌아가는 긴 우회로에 지쳐 베르베리아의 트리폴리에 도착했다. 내 주인은 (전리품을 자신의 부하들과 나누고 관례대로 왕에게 5분의 1을 주기도 전에) 옆구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3일 만에 지옥으로 떨어졌다. 트리폴리의 왕은 곧바로 그의 모든 재산을 차지했고, 터키 대제국의 사자들의 관리인(알다시피 그는 유언 없이 죽은 자들의 상속인이다)이 내 주인 페탈라의 모든 재산을 차지했다. 나는 당시 트리폴리의 부왕이었던 이 사람의 소유가 되었다. 15일 후 그는 키프로스 부왕 임명장을 받았고, 나는 그와 함께 여기까지 왔다. 나는 몸값을 치를 생각이 없었다. 그가 여러 번 몸값을 치르라고 말했지만, 나는 페탈라의 병사들이 그에게 말한 대로 내가 주요 인물이라고 해도,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들이 내 능력에 대해 과장되게 말했다고 그에게 말했다. 마하무트여, 내 생각을 모두 말하자면, 나는 어떤 식으로든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는 포로 생활과 레오니사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기억이 합쳐져 어떤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게 되기를 바란다. 끊임없는 고통이 필연적으로 끝나거나 고통받는 자를 끝내야 한다면, 내 고통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에게 고삐를 풀어 며칠 안에 내가 그토록 원치 않는 비참한 삶을 끝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 형제 마하무트여, 내 슬픈 이야기다. 이것이 내 한숨과 눈물의 원인이다. 이제 그대는 이것들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고 내 가슴의 메마른 곳에서 생겨나기에 충분한지 판단해보라. 레오니사는 죽었고, 그녀와 함께 내 희망도 죽었다. 그녀가 살아있을 때 가졌던 희망이 가느다란 실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는 이 ‘그래도’에서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어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고, 눈물을 멈출 수도 없었다. 속담처럼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마하무트도 그와 함께 울었다. 하지만 쓰라린 이야기로 인해 새로이 떠오른 기억이 만든 이 발작이 지나가자, 마하무트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말로 리카르도를 위로하려 했다. 하지만 리카르도는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친구여, 내가 해야 할 일은 주인과 그와 대화하는 모든 사람들의 미움을 사는 것이오. 그들이 나를 혐오하고 박해하여 고통에 고통을 더하고 슬픔에 슬픔을 더해 내가 바라는 바를 빨리 이루게 하는 것, 즉 생명을 끊는 것이오.”
“이제야 알겠소,” 마하무트가 말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할 줄 아는 자는 그것을 느낄 줄도 안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때로는 감정이 혀를 마비시키지만 말이오. 하지만 리카르도여, 당신의 고통이 당신의 말에 미치든 말이 고통을 넘어서든, 당신은 언제나 내 안에서 진정한 친구를 발견할 것이오.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 말이오. 내 나이가 어리고 이 옷을 입은 것이 어리석은 짓이었다는 것이 내가 제안하는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신뢰하거나 기대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지만, 나는 이 의심이 사실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오. 당신이 조언을 원하지 않고 도움을 받고 싶어하지 않더라도, 나는 당신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오. 병자가 원하지 않는 것을 주지 않고 그에게 이로운 것을 주는 것처럼 말이오. 이 도시 전체에서 내 주인인 카디만큼 힘 있는 사람은 없소. 심지어 당신의 주인인 새 총독도 그만큼 힘을 갖지 못할 것이오. 이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이 도시에서 가장 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소. 왜냐하면 나는 내 주인과 함께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오. 이것을 말하는 이유는 당신이 그의 소유가 되어 내 곁에 있을 수 있도록 그와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될 것이오. 당신을 위로하고 싶다면, 또는 위로받을 수 있거나 원한다면 말이오. 그리고 나는 이곳을 떠나 더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오. 아니면 적어도 삶을 버릴 때 더 안전한 곳으로 말이오.”
“나는 당신이 제안하는 우정에 감사하오, 마하무트.” 리카르도가 대답했다. “하지만 당신이 무엇을 하든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오. 그러나 이제 그만두고 텐트로 가봅시다. 보다시피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데, 틀림없이 이전 총독이 새 총독이 도시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시골로 나오는 것 같소.”
“그렇소,” 마하무트가 말했다. “갑시다. 당신은 그들이 받아들이는 의식을 보게 될 것이오. 당신이 그것을 보는 것을 즐길 것이라고 확신하오.”
“좋소,” 리카르도가 말했다. “가봅시다. 어쩌면 당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소.”
주인의 포로 감시인이 나를 찾지 못했다. 그는 코르시카 출신의 배교자로, 인정 없는 자였다.
이렇게 대화를 마치고 그들은 천막으로 갔다. 마침 옛 바하가 도착했고, 새 바하는 천막 문으로 나가 그를 맞이했다.
알리 바하(떠나는 통치자의 이름)는 니코시아에 주둔하는 모든 예니체리들과 함께 왔다. 터키인들이 니코시아를 정복한 이후 약 500명이 주둔하고 있었다. 그들은 두 줄로 서서, 일부는 총을, 다른 일부는 뽑은 칼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새 바하 하산의 천막 문에 도착해 둘러쌌다. 알리 바하는 몸을 굽혀 하산에게 절을 했고, 하산은 덜 굽혀 그에게 인사했다. 그 후 알리는 하산의 천막으로 들어갔고, 터키인들은 하산을 화려하게 장식된 힘센 말에 태웠다. 그들은 그를 천막 주변과 들판을 한참 동안 이끌고 다니며 자신들의 언어로 소리쳤다.
“술탄 술레이만 만세, 그의 이름으로 하산 바하 만세!”
그들은 이를 여러 번 반복하며 소리와 함성을 높였다. 그 후 그들은 하산을 알리 바하가 기다리는 천막으로 데려갔다. 알리는 카디와 하산과 함께 한 시간 가량 천막에 머물렀다.
마하무트는 리카르도에게 그들이 도시에서 시작한 공사에 대해 어떻게 할지 논의하기 위해 천막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잠시 후 카디가 천막 문으로 나와 터키어, 아랍어, 그리스어로 크게 외쳤다. 알리 바하에 대해 정의를 요구하거나 다른 문제로 찾아온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술탄이 키프로스의 새 총독으로 보낸 하산 바하가 그들의 권리와 정의를 지켜줄 것이라고 했다.
이 허가로 예니체리들은 천막 문을 비웠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했다. 마하무트는 리카르도를 데리고 들어갔다. 리카르도는 하산의 노예였기에 출입이 막히지 않았다.
그리스 기독교인들과 일부 터키인들이 정의를 요구하러 들어왔지만, 대부분 사소한 문제들이었다. 카디는 대부분의 사건을 상대방에게 통보하거나 소송 절차 없이 즉석에서 처리했다. 혼인 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은 서서 즉시 처리되었는데, 이는 법률보다는 현명한 사람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 야만인들 중에서 카디는 모든 사건의 관할 판사로, 손톱 위에서 사건을 요약하고 순식간에 판결을 내렸으며, 다른 법정에 항소할 수도 없었다.
이때 차우스(경찰과 같은 사람)가 들어와 아름다운 기독교 여인을 팔러 온 유대인이 천막 문 앞에 있다고 말했다. 카디는 그를 들어오게 하라고 명령했다. 차우스가 나갔다가 곧 돌아왔는데, 그와 함께 한 손에 여인을 이끈 노인 유대인이 들어왔다. 그 여인은 베르베르 옷을 입고 있었는데, 페즈나 모로코의 가장 부유한 무어인 여자도 이보다 더 잘 차려입지 못했을 정도로 아름답고 우아했다. 그녀의 얼굴은 진홍색 타프타로 가려져 있었다. 보이는 발목에는 순금으로 보이는 두 개의 팔찌(아랍어로 카르카헤스라고 함)가 있었고, 팔에도 얇은 비단 소매 사이로 보이는 많은 진주가 박힌 금 팔찌를 끼고 있었다. 요컨대 그녀는 부유하고 우아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카디와 다른 바하들은 이 첫 모습에 감탄했다. 다른 말을 하거나 묻기 전에 그들은 유대인에게 기독교 여인의 얼굴 가리개를 벗기라고 명령했다. 유대인이 그렇게 하자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는데, 그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눈을 부시게 하고 마음을 기쁘게 했다. 마치 오랜 어둠 후에 구름 사이로 보이는 태양처럼 그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토록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놀라운 아름다움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은 가엾은 리카르도였다. 그는 다른 누구보다 그녀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바로 그의 잔인하고 사랑하는 레오니사였다. 그는 그녀를 여러 번 죽은 것으로 여기고 눈물을 흘렸었다. 기독교 여인의 뛰어난 아름다움을 갑자기 보고 알리의 마음은 관통당했고, 하산도 같은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심지어 카디의 마음도 사랑의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놀라 레오니사의 아름다운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랑의 강력한 힘을 강조하기 위해, 그 순간 세 사람의 마음속에 그녀를 얻고 즐기겠다는 확고한 희망이 생겼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그녀가 어떻게, 언제, 어디서 유대인의 손에 들어갔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고 그녀의 가격을 물었다.
탐욕스러운 유대인은 4천 도블라, 즉 2천 에스쿠도라고 대답했다. 그가 가격을 말하자마자 알리 바하는 그 돈을 주겠다고 말하며 당장 자신의 천막에 가서 돈을 세어가라고 했다. 그러나 하산 바하는 그녀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목숨을 걸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도 그 유대인이 요구하는 4천 도블라를 그녀를 위해 주겠소. 알리가 말한 것에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오. 하지만 그 자신도 이성적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야 하오. 이 아름다운 노예는 우리 중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고 오직 술탄에게만 속하오. 그래서 나는 그의 이름으로 그녀를 사겠다고 말하는 것이오. 이제 누가 감히 그녀를 내게서 빼앗을 수 있을지 보시오.”
“내가 그렇게 하겠소.” 알리가 대답했다. “나도 같은 목적으로 그녀를 사는 것이오. 그녀를 즉시 콘스탄티노플로 보내 술탄의 호의를 얻는 것이 나에게 더 유리하오. 하산, 당신도 보다시피 나는 이제 아무 직책 없이 떠나야 하오. 그래서 술탄의 환심을 살 방법을 찾아야 하오. 반면 당신은 3년 동안 안전하오. 오늘부터 이 부유한 키프로스 왕국을 다스리기 시작하니 말이오. 이런 이유로, 그리고 내가 먼저 노예의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하산, 그녀를 내게 양보하는 것이 합당하오.”
“내가 그녀를 술탄에게 보내려 노력하는 것이 더 감사할 만하오.” 하산이 대답했다. “나는 아무런 이익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오. 그녀를 데려가는 편의성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내 노예들과 선원들만으로 무장한 갤리선 한 척을 보낼 것이오.”
이 말에 알리는 화가 나서 일어나 칼을 잡으며 말했다.
“하산, 우리의 의도가 같다면, 즉 이 기독교인을 술탄에게 바치고 데려가려는 것이라면, 내가 첫 구매자였으니 당신이 그녀를 내게 양보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정당하오. 만약 다른 생각을 한다면, 이 칼이 내 권리를 지키고 당신의 오만을 벌할 것이오.”
카디는 모든 것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도 다른 두 사람 못지않게 기독교인에 대한 욕망으로 불타고 있었다. 그는 큰 화재가 일어난 것을 보고 두려워했고, 포로를 잃지 않으면서 의심을 사지 않고 자신의 나쁜 의도와 배신적인 마음을 숨기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일어나 두 사람 사이에 섰다. 그들도 일어나 있었다. 그는 말했다.
“하산, 진정하시오. 알리, 당신도 조용히 하시오. 내가 여기 있으니 말이오.”
카디의 말에 그들은 곧바로 순종했다. 만약 더 어려운 일을 명했더라도 그들은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그들의 타락한 종파에서는 노인의 백발을 그토록 존경한다). 카디는 계속해서 말했다.
“알리, 당신은 이 기독교 여인을 술탄을 위해 원한다고 했소. 하산도 같은 말을 했소. 당신은 먼저 값을 제시했으니 그녀가 당신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오. 하산은 이에 반대하오. 비록 그가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지는 못했지만, 나는 그도 당신과 같은 이유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당신과 동시에 노예를 사서 같은 목적으로 바치려는 의도였을 것이오. 다만 당신이 먼저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앞섰을 뿐이오. 하지만 이것이 그의 선한 의도를 완전히 좌절시킬 이유는 되지 않소. 그러니 이렇게 합의하는 것이 좋겠소. 노예는 두 사람의 것이 되고, 그녀를 어떻게 할지는 술탄의 뜻에 맡기는 것이오. 결국 그를 위해 산 것이니 말이오. 하산, 당신이 2천 도블라를 지불하고 알리도 2천 도블라를 지불하시오. 그리고 포로는 내가 맡아 두 사람의 이름으로 콘스탄티노플에 보내겠소. 적어도 이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내가 어떤 보상을 받아야 할 것 아니오? 그래서 내 비용으로 그녀를 보내겠소. 술탄에게 여기서 있었던 일과 당신들이 그를 위해 보인 열의를 모두 적어 보내겠소.”
연정에 빠진 두 터키인은 이에 반박할 수도, 반박하려 하지도 않았다. 비록 이 방법으로는 자신들의 욕망을 이루지 못하리란 것을 알았지만, 그들은 카디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각자 마음속으로 희미한 희망을 품었다. 키프로스의 새 총독이 될 하산은 카디에게 많은 선물을 주어 그를 설득하고 포로를 얻으리라 생각했다. 알리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세웠다고 확신했다. 각자 자신의 계획을 확신하며 그들은 쉽게 카디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동의와 의지로 그들은 곧바로 포로를 카디에게 넘겼고 유대인에게 각각 2천 도블라를 지불했다.
유대인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옷값이 또 다른 2천 도블라나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이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일부는 등 뒤로 풀어 내리고 일부는 앞이마에 묶어 올렸다)에는 진주 줄이 몇 개 엮여 있어 매우 아름다웠다. 발과 손의 팔찌에도 큰 진주가 가득했다. 옷은 녹색 새틴으로 된 알말라파였는데, 금실로 수놓고 장식 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결국 그들은 모두 유대인이 옷값을 너무 적게 부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카디는 두 바하만큼 관대하지 않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자신이 그 옷값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래야 기독교 여인을 술탄에게 그대로 바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 경쟁자는 이를 좋게 여겼다. 각자 모든 것이 자신의 소유가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 리카르도가 자신의 영혼이 경매에 부쳐지는 것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어떤 두려움에 사로잡혔는지를 말해야 할 차례다. 그는 사랑하는 이를 찾은 것이 그녀를 더욱 잃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그는 자신이 깨어 있는지 꿈을 꾸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영원히 감긴 줄 알았던 눈앞에 그녀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는 친구 마하무트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녀를 알아보겠나, 친구여?”
마하무트가 대답했다. “못 알아보겠네.”
리카르도가 말을 이었다. “그녀가 레오니사라는 걸 알아야 하네.”
마하무트가 물었다. “리카르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리카르도가 대답했다. “자네가 들은 그대로일세.”
마하무트가 말했다. “그렇다면 조용히 하고 그녀를 알아봤다는 티를 내지 마게. 운명이 자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도록 하고 있으니 말일세. 그녀는 내 주인의 소유가 될 테니까.”
리카르도가 물었다. “내가 보일 수 있는 곳에 가 있는 게 좋을까?”
마하무트가 대답했다. “안 되네. 그녀를 놀라게 하거나 자네가 놀랄 수 있으니 말일세. 그녀를 알아본다거나 본 적이 있다는 표시를 해서는 안 되네. 그렇지 않으면 내 계획에 해가 될 수 있어.”
리카르도가 답했다. “자네 말을 따르지.”
그는 레오니사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 조심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레오니사는 눈을 땅에 고정한 채 동양의 진주와 견줄 만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카디가 그녀에게 다가와 손을 잡고 마하무트에게 넘겼다. 그는 마하무트에게 그녀를 도시로 데려가 그의 부인 할리마에게 맡기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녀를 술탄의 노예로 대우하라고 말하라고 했다. 마하무트는 그대로 했고, 리카르도는 홀로 남았다. 그는 니코시아의 성벽에 가려질 때까지 눈으로 자신의 별을 좇았다. 그는 유대인에게 가서 그 기독교 포로 여인을 어디서 샀는지, 어떻게 그의 소유가 되었는지 물었다. 유대인은 판타나레아 섬에서 그곳에 표류한 터키인들에게서 그녀를 샀다고 대답했다. 그가 더 자세히 설명하려 했지만, 바하들이 그를 불러 리카르도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물으려 했기에 중단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헤어졌다.
그는 병들어 누워 있었는데, 그의 주인이 그를 내게 맡겼다. 내가 그의 동향 사람이라 그를 돌보고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맡아달라고 했다. 만약 주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콘스탄티노플로 보내라고 했다. 그러나 하늘이 달리 정했다. 불운한 리카르도는 병도 없이 며칠 만에 생을 마감했다. 그는 늘 레오니사라는 여인을 부르며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고 했다. 그 레오니사는 판텔레리아 섬에서 난파한 갤리선에서 익사했다고 했다. 리카르도는 그녀의 죽음을 늘 슬퍼하며 울었고, 결국 목숨을 잃게 되었다. 나는 그의 몸에 병이 있다기보다는 영혼의 고통이 있음을 알아챘다.
“말씀해 주십시오.” 레오니사가 말을 이었다. “그 청년이 당신과 대화할 때 (같은 고향 사람이니 많은 이야기를 나눴겠지요) 혹시 레오니사라는 이름을 언급했나요? 그와 리카르도가 포로로 잡힌 경위도 말했나요?”
“그렇습니다.” 마하무트가 대답했다. “그는 그 이름의 기독교인 여성이 이 섬에 왔는지 물었습니다. 그녀의 특징도 말해주었죠. 그녀를 찾아 몸값을 치르고 싶어 했습니다. 주인이 그녀가 생각만큼 부유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녀를 취했다면 가치를 낮게 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300에서 400 에스쿠도 정도면 기꺼이 내겠다고 했습니다. 그녀에게 한때 애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나 보군요.” 레오니사가 말했다. “400 에스쿠도라니. 리카르도는 더 관대하고 용감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어요. 그의 죽음의 원인이 된 나를 용서하시길. 내가 바로 그가 죽은 줄 알고 슬퍼한 그 불운한 여자예요. 하느님은 아시겠지만, 그가 살아있어 내 불행에 대한 그의 슬픔만큼 나도 그의 불행을 슬퍼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예요. 나는 이미 말씀드렸듯이 코르넬리오에게는 사랑받지 못했지만 리카르도에게는 깊이 애도된 여자입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이런 비참한 처지에 이르렀어요. 위험하지만 하늘의 은총으로 내 정절은 지켜왔습니다. 그것으로 이 비참한 상황에서도 위안을 얻고 있어요.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누가 내 주인인지, 운명이 어디로 날 데려갈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부탁드립니다. 기독교인의 피를 가지신 분이니 내 고난 속에서 조언을 해주세요. 많은 고난을 겪어 어느 정도 현명해졌지만, 매 순간 새롭고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마하무트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돕고 조언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지혜와 힘을 다해 그녀를 돕겠다고 했다. 그는 그녀 때문에 두 바하가 다툰 일과 그녀가 카디의 소유가 되어 콘스탄티노플의 술탄 셀림에게 바칠 선물이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믿는 참 신께서 (비록 나쁜 기독교인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실 것이라 희망한다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카디의 아내 할리마와 잘 지내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콘스탄티노플로 보내질 때까지 할리마의 보호 아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할리마의 성격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다른 조언들도 해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할리마의 집에 데려다주며 주인의 말을 전했다.
아름답고 잘 꾸며진 레오니사를 본 할리마는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마하무트는 천막으로 돌아가 리카르도에게 레오니사와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는 리카르도를 찾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상세히 전했다. 레오니사가 리카르도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보인 반응을 이야기할 때는 거의 눈물이 날 뻔했다. 그는 코르넬리오의 포로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말했다. 그것은 레오니사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코르넬리오가 냉담하고 악의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모든 것이 괴로워하는 리카르도의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리카르도는 마하무트에게 말했다.
“친구 마하무트, 내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나는군. 그가 얼마나 호기심 많은 사람이었는지 자네도 알지 않나. 카를로스 5세 황제가 그에게 얼마나 큰 영예를 내렸는지도 들었을 거야. 그는 항상 명예로운 전쟁 임무를 맡았지. 그가 내게 말하길, 황제가 튀니스를 함락시킬 때의 일이야. 어느 날 황제가 야영지 천막에 있을 때 아름다운 무어인 여자를 선물로 받았대. 그녀가 들어올 때 천막 틈새로 햇빛이 비쳐 그녀의 머리카락을 비추었는데, 그 빛이 태양과 맞먹을 정도로 금빛이었다고 해. 무어인 여자들은 대개 검은 머리를 자랑스러워하는데 말이야. 그때 천막에는 여러 사람들 중 두 명의 스페인 기사가 있었어. 한 명은 안달루시아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카탈루냐 사람이었지. 둘 다 재치 있고 시인이기도 했어. 안달루시아 사람이 그녀를 보고 감탄하며 그들이 코플라라 부르는 운율이 어려운 시를 읊기 시작했어. 다섯 행까지 읊다가 멈췄는데, 적절한 각운을 즉석에서 떠올리지 못해 시와 의미를 완성하지 못했대. 옆에 있던 다른 기사가 그의 입에서 반 코플라를 빼앗듯이 나머지를 이어 완성했지. 황제는 이를 매우 즐거워했다고 해. 이 일이 생각난 건 내가 바하의 천막에 들어서는 아름다운 레오니사를 봤을 때야. 그녀는 햇빛을 가릴 뿐만 아니라 별들까지 가릴 정도로 아름다웠어.”
“그만, 리카르도.” 마하무트가 말을 끊었다. “조심해. 네가 매 순간 아름다운 레오니사를 칭찬하다 보면 기독교인이 아니라 이교도처럼 보일 거야. 그 시나 코플라라는 걸 들려줘. 그 다음에 더 유익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야.”
“좋아.” 리카르도가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 사람이 다섯 행을 읊고 다른 사람이 나머지 다섯 행을 즉흥적으로 지었어. 이렇게 말이야:
산 아래로 태양이 떠오르듯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와
그 모습으로 우리를 압도하고
우리의 시선을 누그러뜨리네
루비처럼 부패를 모르는
너의 얼굴, 아자여
모하메드의 단단한 창이여
내 가슴을 찌르는구나”
“잘 들리는군.” 마하무트가 말했다. “하지만 리카르도, 네가 시를 읊을 기분이라니 더 좋구나. 시를 읊거나 짓는 일은 평온한 마음을 필요로 하니 말이야.”
“눈물을 흘리며 만가를 부르기도 하고 찬가를 부르기도 하지.” 리카르도가 답했다. “그 모든 게 시를 읊는 거야. 하지만 이런 얘기는 그만두고, 우리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바하들이 천막에서 한 얘기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 네가 레오니사를 데려갔잖아. 그때 일을 내 주인의 베네치아 출신 배교자가 말해줬어. 그는 그 자리에 있었고 터키어를 잘 알거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레오니사가 술탄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거야.”
“우선 해야 할 일은,” 마하무트가 답했다. “네가 내 주인의 소유가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우리가 무엇이 최선인지 의논할 수 있을 거야.”
이때 하산의 기독교 노예 관리인이 와서 리카르도를 데려갔다. 카디는 하산과 함께 도시로 돌아갔다. 하산은 며칠 만에 알리의 관직 인계를 마쳤고, 그것을 봉인하여 콘스탄티노플로 보냈다.
알리는 콘스탄티노플로 떠났다. 그는 카디에게 포로를 속히 보내라고 당부하며 술탄에게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써달라고 했다. 카디는 배신자의 심정으로 약속했다. 그는 이미 포로 때문에 마음이 홀린 상태였다. 알리가 거짓된 희망을 품고 떠나고 하산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남자, 마하무트는 리카르도가 주인의 손에 들어가도록 했다. 시간이 흘렀고 레오니사를 보고 싶은 리카르도의 열망은 더욱 강해져 한 순간도 평온할 수 없었다. 리카르도는 이름을 마리오로 바꿨다. 레오니사를 만나기 전에 자신의 이름이 그녀 귀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를 만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무어인들은 극도로 질투심이 강해 여자들의 얼굴을 모든 남자들에게 가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기독교인들에게 여자들을 보여주는 것은 그리 꺼리지 않았는데, 아마도 포로들을 완전한 남자로 여기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할리마 부인이 노예 마리오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그를 유심히 보았고, 그 모습이 가슴에 새겨지고 기억에 박혔다. 아마도 나이 든 남편의 안겨주는 것에 만족하지 못해 쉽게 나쁜 욕망을 품게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곧바로 레오니사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레오니사는 이미 상냥한 성품과 분별 있는 행동으로 그녀의 사랑을 받고 있었고, 술탄의 소유물이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할리마는 카디가 집에 데려온 기독교인 포로가 얼마나 잘생기고 멋진지, 평생 그렇게 아름다운 남자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귀족이며 마하무트 배교자와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독교인이 그녀를 가볍게 여길까 봐 고백하기를 주저했다. 레오니사는 그 포로의 이름을 물었고 할리마는 마리오라고 대답했다. 레오니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귀족이고 말씀하신 곳 출신이라면 내가 알 텐데, 마리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트라파니에 없어요. 하지만 부인, 제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신다면 그가 누구인지, 그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할리마는 “그렇게 하마. 금요일 카디가 모스크에서 기도할 때 그를 여기 들어오게 할 테니 너는 그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야.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네가 가장 좋은 방법으로 그렇게 해주렴.”이라고 말했다.
할리마가 레오니사에게 이 말을 한 지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카디는 마하무트와 마리오를 불렀다. 할리마가 레오니사에게 마음을 털어놓은 것과 같은 열정으로 사랑에 빠진 노인은 두 노예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기독교인 여자를 어떻게 하면 차지하고 술탄의 요구를 피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했다. 그는 그녀를 술탄에게 보내느니 차라리 천 번 죽겠다고 말했다. 독실한 무어인은 그토록 열렬한 감정으로 자신의 열정을 토로했고, 그의 두 노예의 마음속에 자신이 생각하는 바와는 정반대의 생각을 심어주었다. 그들은 마리오가 그녀의 고향 사람이라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모른다고 했지만) 그가 나서서 그녀를 유혹하고 카디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만약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힘으로라도 그녀를 차지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이미 그의 수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그녀가 죽었다고 하면 콘스탄티노플로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카디는 노예들의 의견에 크게 기뻐했다. 그는 상상 속의 기쁨에 들떠 즉시 마하무트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자신이 죽은 뒤에는 재산의 절반을 물려주겠다고 했다. 또한 마리오에게도 원하는 바를 이루면 자유와 돈을 주어 고향으로 부유하고 명예롭고 만족스럽게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약속하는 데 관대했다면, 그의 포로들은 더욱 호언장담했다. 그들은 하늘의 달을 따와 주겠다고 했고, 레오니사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가 그녀와 대화할 기회만 준다면 말이다.
“내가 마리오에게 원하는 만큼의 기회를 주겠소.”라고 카디가 대답했다. “할리마를 며칠 동안 그녀 부모의 집으로 보낼 것이오. 그녀가 없는 동안 문지기에게 마리오가 원할 때마다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하라고 명령할 것이오. 그리고 레오니사에게 그녀 고향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해 주겠소.”
이렇게 하여 리카르도의 행운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의 주인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돕고 있었다.
세 사람이 이렇게 약속한 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사람은 할리마였다. 그녀는 여자답게 욕망이 생기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쉽게 행동으로 옮기는 본성이 있었다. 그날 카디는 할리마에게 원할 때 부모님 집에 가서 며칠 동안 즐겁게 지내다 오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레오니사가 준 희망에 들떠 있었기에 부모님 집은커녕 마호메트의 거짓 천국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고, 가고 싶을 때 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갈 때는 기독교인 포로 여자를 데리고 가야겠다고 했다.
“안 돼.”라고 카디가 대답했다. “술탄의 소유물을 아무나 보게 해서는 안 되오. 더구나 그녀가 술탄의 손에 들어가면 후궁에 갇혀 터키인이 될 텐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오. 그녀가 기독교인들과 대화하는 것을 금지해야 하오.”
“그녀가 나와 함께 있는 한,”이라고 할리마가 대답했다. “그녀가 내 부모님 집에 있든 기독교인들과 대화를 나누든 상관없어요. 나도 그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여전히 좋은 터키인이에요. 게다가 내가 부모님 집에 있을 시간은 기껏해야 나흘이나 닷새 정도예요. 당신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보다 더 오래 떨어져 있을 수 없어요.”
카디는 그녀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금요일이 되어 그가 모스크로 갔다. 그는 거의 네 시간 동안 그곳에 있어야 했다. 할리마는 그가 집을 나서자마자 마리오를 부르라고 했다. 하지만 마당 문을 지키던 기독교인 코르소인이 그를 들여보내지 않으려 했다. 할리마가 그를 들여보내라고 소리치자 그제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혼란스럽고 떨리는 마음으로 마치 적군과 싸우러 가는 것처럼 들어갔다.
레오니사는 대리석으로 된 큰 계단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오른손 손바닥에 턱을 괴고 팔꿈치를 무릎에 얹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마리오가 들어온 문 반대편을 향해 있어서, 그가 그녀를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리카르도가 들어오자 집 안을 둘러보았다. 그는 조용하고 고요한 침묵만을 보았고, 마침내 레오니사가 있는 곳을 발견했다. 순간 사랑에 빠진 리카르도에게 수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그는 자신의 행복과 기쁨이 20걸음, 아니 조금 더 가까이에 있다고 여겼다. 그는 자신이 포로이고, 자신의 영광이 다른 이의 손에 있음을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을 되새기며 그는 천천히, 두려움과 놀라움,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용기가 뒤섞인 채 그녀가 있는 중심으로 다가갔다.
갑자기 레오니사가 고개를 돌려 리카르도를 유심히 보고 있는 눈과 마주쳤다. 그들의 시선이 만났을 때, 서로 다른 효과로 그들의 영혼이 느낀 바를 표현했다. 리카르도는 멈춰 섰고, 한 발짝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레오니사는 마하무트의 이야기로 리카르도가 죽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가 살아있는 모습을 뜻밖에 보게 되어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레오니사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등을 돌리지도 않은 채 뒤로 네다섯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는 가슴에서 작은 십자가를 꺼내 여러 번 입맞추고 수없이 성호를 그었다. 마치 유령이나 저승의 물건을 보기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리카르도는 넋을 잃은 상태에서 깨어났고, 레오니사의 행동을 보고 그녀의 두려움의 진짜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말했다.
“아름다운 레오니사여, 마하무트가 당신에게 전한 내 죽음 소식이 사실이 아니었음이 유감스럽습니다. 그랬다면 지금 당신이 늘 나에게 보여준 냉정함이 여전히 그대로인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진정하세요, 부인. 내려오십시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감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하고 싶다면, 내게 다가오세요. 그러면 내가 환영이 아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나는 리카르도입니다, 레오니사. 당신이 원하는 만큼의 행운을 가진 리카르도입니다.”
이때 레오니사는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리카르도는 이것이 조용히 하라는 신호거나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하라는 뜻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약간의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이르렀다.
“조용히 말해요, 마리오. 지금 당신이 그렇게 불리는 것 같군요. 내가 말하는 것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우리가 들킨다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우리의 주인 할리마가 우리를 엿듣고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당신을 사모한다고 내게 말했어요. 그녀는 나를 중개인으로 삼았죠. 만약 당신이 그녀의 욕망에 응하고 싶다면, 그것은 당신의 영혼보다는 육체에 더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만약 원치 않는다면, 적어도 내가 부탁하니 그런 척이라도 해야 해요. 여자의 고백된 욕망은 그 정도의 대가는 받아야 하니까요.”
리카르도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름다운 레오니사여, 당신이 요구하는 것 중 불가능한 것이 있으리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요구한 것은 나를 실망시켰습니다. 의지란 그렇게 쉽게 움직이고 원하는 대로 끌고 다닐 수 있는 것일까요?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이 그토록 중요한 일에 거짓으로 행동하는 것이 옳을까요? 만약 당신이 이 중 어느 것이라도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 당신은 내 의지의 주인이니까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이 점에서도 나를 속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한 번도 내 의지를 알아주지 않았고, 그래서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시는 거죠. 하지만 당신이 처음으로 명령한 일에 불복종했다고 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당신이 말한 대로 할리마의 욕망을 거짓으로 충족시키겠습니다. 이것이 당신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방법이라면 말이죠.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 대로 대답을 꾸며보세요. 나는 여기서 내 거짓된 의지로 그것들을 승인하고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당신을 위해 하는 이 일에 대한 보답으로 – 이는 내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입니다, 비록 당신에게 이미 여러 번 준 영혼을 다시 한 번 준다 해도 – 나는 당신이 해적들의 손아귀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당신을 판 유대인의 손에 들어갔는지를 간단히 말해주기를 부탁합니다.”
“내 불운한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레오니사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헤어진 지 하루 만에 유주프의 배가 강한 바람을 타고 판텔레리아 섬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우리는 거기서 당신의 갤리선도 보았죠. 하지만 우리 배는 어쩔 수 없이 바위에 부딪혔어요. 내 주인은 파멸이 눈앞에 닥쳤음을 보고 재빨리 물이 가득 찬 두 개의 통을 비웠어요. 그는 그것들을 잘 막고 서로 묶은 다음 나를 그 사이에 놓았어요. 그는 옷을 벗고 다른 통을 팔에 끼운 채 몸에 줄을 묶었어요. 그리고 같은 줄로 내 통들을 묶고 큰 용기를 내어 바다로 뛰어들었죠. 나를 끌고 가면서요. 나는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다른 터키인이 나를 밀어 유주프 뒤로 던졌죠. 나는 정신을 잃은 채 떨어졌고, 땅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두 터키인이 나를 땅에 엎드리게 한 채 내가 마신 많은 물을 토하게 하고 있었어요. 나는 놀라고 겁에 질린 채 눈을 떴고, 유주프가 내 옆에 있는 걸 보았어요.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 났더군요.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가 육지에 도달했을 때 바위에 머리를 부딪쳐 생명을 잃었다고 해요. 터키인들도 내게 밧줄을 당겨 나를 거의 익사 직전의 상태로 육지로 끌어냈다고 말해주었어요. 불운한 갤리선에서 겨우 여덟 명만이 살아남았어요.
우리는 8일 동안 그 섬에 있었어요. 터키인들은 마치 내가 그들의 자매인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나를 존중했죠. 우리는 동굴에 숨어 있었어요. 그들은 섬에 있는 기독교인들의 요새에서 내려와 자신들을 포로로 잡을까 봐 두려워했거든요. 그들은 갤리선에서 가져온 젖은 비스킷으로 연명했어요. 밤에 나가서 바다가 해안으로 밀어낸 것들을 주워 왔죠. 더 큰 불행이 닥쳤어요. 요새의 대장이 며칠 전에 사망했고, 요새에는 20명의 병사만 남아 있다는 거예요. 이는 요새에서 해변으로 조개를 줍기 위해 내려온 한 소년을 터키인들이 포로로 잡아 알아낸 사실이었죠. 8일째 되는 날, 해안에 무어인들이 ‘카라무살’이라고 부르는 배가 도착했어요. 터키인들이 그것을 보고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왔어요. 그들은 해안 가까이에 있는 배에 신호를 보냈고, 배는 그들이 터키인임을 알아챘죠. 그들은 자신들의 불행을 이야기했고, 무어인들은 그들을 배에 태웠어요. 그 배에는 아주 부유한 유대인 상인이 타고 있었는데, 배의 모든 상품, 아니면 대부분이 그의 것이었어요. 그것은 버브리에서 레반트로 가져가는 모직물과 알키셀, 그리고 유대인들이 주로 거래하는 다른 물건들이었죠. 터키인들은 같은 배를 타고 트리폴리로 갔고, 그 과정에서 나를 유대인에게 팔았어요. 그는 나를 위해 2000 도블론을 주었는데, 이는 과도한 가격이었지만 유대인이 내게 보인 사랑이 그를 관대하게 만들었던 거죠.
터키인들을 트리폴리에 두고 배는 다시 항해를 시작했어요. 유대인은 노골적으로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죠. 나는 그의 저속한 욕망에 걸맞은 표정을 지어 보였어요.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첫 기회에 나를 처분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는 알리와 하산, 두 바하가 이 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여기서 키오스에서만큼이나 자신의 상품을 잘 팔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이곳으로 왔어요. 그는 나를 두 바하 중 한 명에게 팔 생각으로 왔죠. 그래서 그는 당신이 지금 보는 것처럼 나를 꾸몄어요.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나를 사게 하려고요. 나는 이 카디가 나를 사서 술탄에게 선물로 보내려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때문에 나는 매우 두려워하고 있어요. 여기서 나는 당신의 거짓된 죽음 소식을 들었어요. 믿겠지만, 그 소식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걸 말해두고 싶어요. 나는 당신을 부러워했지, 동정하지는 않았어요. 그건 당신을 미워해서가 아니에요. 내가 냉담할지언정 배은망덕하거나 무정하지는 않으니까요. 그저 당신이 인생의 비극을 끝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부인,” 리카르도가 대답했다. “만약 죽음이 당신을 다시 볼 수 있는 행복을 방해하지 않았다면, 당신 말이 맞았을 겁니다. 지금 당신을 바라보며 누리는 이 순간의 영광이 영원한 행복이 아니라면 어떤 다른 행운보다도 더 소중하니까요. 내 주인인 카디도 당신에 대해 당신의 할리마가 나에 대해 가진 것과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어요. 그는 나를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통역관으로 삼았죠. 나는 그에게 기쁨을 주려고가 아니라 당신과 대화할 기회를 얻기 위해 그 일을 받아들였
네가 요청한 것에 대해 알겠노라. 내가 가장 적게 생각했던 것, 그리고 보지 않기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었던 것의 증인이 되는구나. 이제는 너를 보는 높은 행운을 그 가치만큼 소중히 여긴다.
“리카르도,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레오니사가 대답했다. “우리의 짧은 운명이 우리를 가두어 놓은 이 미로에서 어떻게 빠져나갈지 모르겠어. 다만 우리의 본성에서 기대할 수 없는 것, 즉 가장과 속임수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만은 알겠어. 그래서 나는 할리마에게 그녀를 안심시키되 절망시키지는 않을 몇 가지 이유를 대겠어. 너는 내 명예를 지키고 그를 속이기 위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카디에게 말할 수 있어. 내가 내 명예를 네 손에 맡기는 만큼, 너는 내가 그것을 지켜왔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 거야. 내가 겪은 많은 여정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우리가 대화하는 것은 쉬울 거고,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매우 기쁠 거야. 다만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 너는 절대로 네가 밝힌 의도에 관한 것을 말해서는 안 돼. 그런 말을 하는 순간, 나는 즉시 너를 만나는 것을 그만둘 거야. 내 가치가 그렇게 하찮아서 포로 생활이 자유로운 때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줘. 나는 하늘의 도움으로 금과 같이 될 거야. 단련될수록 더욱 순수하고 깨끗해지는 금 말이야. 내가 전에 그랬듯이 네 모습이 더 이상 짜증나지 않을 거라고 말한 것으로 만족해. 리카르도,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항상 너를 불쾌하고 오만하다고 여겼어. 네가 네 자신에 대해 마땅한 것 이상으로 자만했다고 생각했지. 나도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 지금 경험을 해보면 진실이 내 눼 앞에 놓여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되면, 정직하면서도 더 인간적이 될 수 있을 거야. 이제 가봐. 할리마가 우리 대화를 엿들었을까 봐 두려워. 그녀는 기독교인들의 언어를 조금 알아듣거든. 아니면 적어도 우리 모두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혼합된 언어를 알아듣지.”
“부인, 당신 말씀이 옳습니다.” 리카르도가 대답했다. “당신이 나에게 준 깨달음에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나를 보게 해준 호의만큼이나 그것을 소중히 여깁니다.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아마도 경험이 내 성품이 얼마나 단순하고 겸손한지, 특히 당신을 숭배하는 데 있어서 그러한지를 이해하게 해줄 것입니다. 당신이 내 행동에 한계나 경계를 두지 않더라도, 나는 당신을 대할 때 매우 정직할 것이며, 당신은 더 나은 것을 바랄 수 없을 것입니다. 카디를 안심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도 할리마에게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부인, 당신을 본 이후로 내 안에 태어난 희망이 우리가 곧 원하는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음을 알아주십시오. 이제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당신과 헤어진 후,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를 갈라놓은 후 운명이 나를 이 상태로 이끈 곡절을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작별 인사를 했고, 레오니사는 리카르도의 솔직한 태도에 만족하고 안심했다. 리카르도는 레오니사의 입에서 거친 말 없이 한 마디를 들었다는 것에 매우 기뻐했다.
할리마는 자신의 방에 갇혀 마호메트에게 레오니사가 그녀가 부탁한 일을 잘 해결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카디는 모스크에 있었고, 자신의 소망으로 아내의 소망을 보상하고 있었다. 그는 노예에게 레오니사와 이야기하라고 맡겼던 대답을 열심히 기다리고 있었다. 마하무트가 할리마가 집에 있어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주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레오니사는 할리마의 저속한 욕망과 부정한 사랑을 키웠다. 그녀는 마리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지만, 먼저 두 달이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그녀가 더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전에 하나님께 기도와 간구를 드리고 자유를 달라고 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할리마는 이 변명과 그녀가 사랑하는 마리오의 보고에 만족했다. 그녀는 카디가 그의 몸값으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그녀는 레오니사에게 마리오에게 시간을 줄이고 기간을 단축하도록 부탁해달라고 요청했다.
리카르도가 주인에게 대답하기 전에, 그는 마하무트와 상의했다. 그들은 그를 절망시키고 최대한 빨리 레오니사를 콘스탄티노플로 데려가라고 조언하기로 합니다. 여행 중에 그는 동의하거나 강제로 그의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술탄에게 바칠 노예를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 중에 레오니사가 병에 걸린 것처럼 꾸미거나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들은 술탄의 노예였던 레오니사가 죽었다고 말하면서 구입한 기독교 노예를 바다에 던질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진실이 절대 밝혀지지 않을 것이고, 그는 술탄에게 죄를 짓지 않으면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에는 그의 쾌락을 지속시킬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불쌍하고 늙은 카디는 너무나 눈이 멀어 있어서 그들이 말한 천 가지 다른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을 모두 믿었을 것입니다. 특히 그것들이 그의 희망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만약 두 조언자의 의도가 배를 빼앗고 그를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이는 그의 어리석은 생각에 대한 대가였습니다.
카디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큰 어려움이 또 하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것은 아내 할리마가 그를 콘스탄티노플로 가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녀를 데려가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곧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레오니사 대신 죽을 기독교인을 사는 것처럼 할리마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할리마를 죽음보다 더 벗어나고 싶어했습니다.
그가 생각한 것과 같은 용이함으로, 마하무트와 리카르도는 그에게 동의했습니다. 그 날 카디는 할리마에게 콘스탄티노플로 가서 기독교인을 술탄에게 데려가려는 계획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관대함으로 인해 그가 카이로나 콘스탄티노플의 대 카디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할리마는 그의 결정이 매우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마리오를 집에 남겨둘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디가 그와 마하무트도 데려가겠다고 확실히 말하자, 그녀는 처음에 그에게 조언했던 것과는 반대로 생각을 바꾸고 그를 만류하려 했습니다. 그녀는 가장 효과적인 이유로 그의 욕망이 가르쳐준 것들을 사용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그가 자신을 데려가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가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카디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기로 동의했습니다. 그는 곧 그의 목에서 그토록 무거운 짐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 동안 하산 파샤는 카디에게 노예를 넘겨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산더미 같은 금을 제안했고, 리카르도를 공짜로 주었습니다. 그의 몸값을 2천 에스쿠도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술탄이 그녀를 보내달라고 할 때 노예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노예를 넘겨주는 것을 쉽게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선물과 약속은 카디가 여행을 서두르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는 하산의 집요함과 할리마의 집요함에 시달렸고, 더 나아가 자신의 욕망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20일 안에 그는 15개의 좌석이 있는 브리간틴 선을 준비했고, 좋은 노젓는 사람들, 무어인들, 그리고 몇몇 그리스 기독교인들로 무장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배에 실었고, 할리마는 집에 중요한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남편에게 부모를 데려가 콘스탄티노플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할리마의 의도는 마하무트와 리카르도의 의도와 같았습니다. 그들은 여행 중에 배를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고
리카르도는 레오니사와 다시 대화를 나누어 자신의 의도를 모두 밝혔다. 레오니사는 할리마의 계획을 리카르도에게 알렸다. 둘은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하고 신에게 의지하며 출발 날을 기다렸다.
그날이 되자 하산은 군사들과 함께 해변까지 배웅하며 배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배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무어인이 내쉬는 한숨이 배의 돛을 더욱 힘차게 밀어내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마음의 평화를 찾지 못했던 하산은 자신의 욕망 때문에 죽지 않으려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결심한 바를 즉시 실행에 옮겼다. 다른 항구에서 17개의 노를 가진 배를 준비해 두었던 그는 50명의 병사들을 태웠다. 그들은 모두 하산의 친구이자 부하들로, 하산이 준 많은 선물과 약속으로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었다.
하산은 그들에게 카디의 배를 가로채고 그 재물을 탈취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레오니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칼로 베어 죽이고 배는 침몰시켜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는 오직 레오니사만을 원했다. 약탈에 대한 욕심이 그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들은 무방비 상태인 카디의 배에서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카디의 배는 이미 이틀째 항해 중이었다. 카디에게는 2세기나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첫날부터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노예들은 레오니사가 병에 걸린 것처럼 꾸며 죽음에 대한 구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며칠간의 병치레 후에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카디는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처리하고 빨리 끝내고 싶어 했지만, 결국 노예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이때 할리마는 이미 마하무트와 리카르도에게 자신의 의도를 밝혔다. 그들은 알렉산드리아의 십자가를 지날 때나 나톨리아 성에 들어갈 때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카디가 너무 재촉하는 바람에 첫 번째 기회가 생기면 실행하기로 했다. 항해를 시작한 지 6일째 되는 날, 카디는 레오니사의 병이 충분히 길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노예들에게 다음날 할리마를 죽이고 바다에 던지라고 명령했다. 술탄의 포로였던 여자가 죽었다고 말하라는 것이었다.
마하무트와 리카르도의 의도대로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거나 생명이 끝날 날이 밝아올 무렵, 그들은 돛과 노를 이용해 쫓아오는 배 한 척을 발견했다. 그들은 그리스도교 해적선일까 봐 두려워했다. 무어인들은 포로가 될 것이고 그리스도교도들은 자유의 몸이 되겠지만 옷과 재물을 모두 빼앗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하무트와 리카르도는 레오니사와 함께 자유의 몸이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적들의 횡포가 두려웠다. 어떤 종교나 국적의 해적이든 잔인한 마음과 오만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방어 태세를 갖추고 노를 저으며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다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그들은 쫓아오는 배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았다.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대포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 이를 본 그들은 항복하고 노를 내려놓은 뒤 무기를 잡고 기다렸다. 하지만 카디는 그 배가 터키 배라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곧바로 평화의 상징인 흰 깃발을 배 뒤쪽 돛대 꼭대기에 달라고 명령했다. 이는 탐욕에 눈이 멀어 맹렬히 달려오는 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마하무트가 고개를 돌려 서쪽에서 20개의 노를 가진 갤리선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를 카디에게 알렸고, 노를 젓던 몇몇 그리스도교도들은 저 배가 그리스도교도의 배라고 말했다. 이 모든 상황이 그들의 혼란과 두려움을 가중시켰고, 그들은 하느님께서 어떤 결과를 내리실지 두려워하며 기다렸다.
카디는 그 순간 자신이 니코시아에 있었더라면 모든 희망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번째 배가 곧 그의 혼란을 해소시켰다. 그들은 평화의 깃발이나 종교적 의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카디의 배를 맹렬히 공격해 거의 침몰시킬 뻔했다. 카디는 곧 자신을 공격하는 자들이 니코시아의 병사들임을 알아차렸고, 무슨 일인지 짐작했다. 그는 자신이 패배하고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병사들이 죽이는 것보다 약탈에 더 관심이 없었다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약탈에 열중하고 있을 때, 한 터키인이 소리쳤다. “무기를 잡아라, 병사들아! 그리스도교도들의 배가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사실이었다. 카디의 배를 발견했던 배가 그리스도교도의 깃발을 날리며 전속력으로 하산의 배를 공격하러 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기 전, 배의 앞에서 한 사람이 터키어로 물었다. “저 배는 무슨 배냐?” 그들은 키프로스의 부왕 하산 바하의 배라고 대답했다.
터키인은 “그렇다면 너희가 이슬람교도이면서 어째서 니코시아의 카디가 타고 있다는 저 배를 공격하고 약탈하는 거냐?”라고 물었다.
그들은 부왕이 그 배를 나포하라고 명령했고, 자신들은 명령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두 번째 배의 선장은 알고 싶은 것을 다 알아냈다. 그는 하산의 배를 공격하지 않고 카디의 배로 향했다. 첫 번째 공격으로 10명 이상의 터키인들을 죽인 후 대담하고 빠르게 배에 올랐다.
그러나 그들이 막 배에 올랐을 때 카디는 공격자가 그리스도교도가 아니라 레오니사에게 반한 알리 바하임을 알아차렸다. 알리는 하산과 같은 의도로 카디의 귀환을 기다렸다가 자신의 계획을 숨기기 위해 병사들을 그리스도교도처럼 변장시켰던 것이다. 카디는 연인들의 배신을 알아차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게 무슨 짓이냐, 배신자 알리 바하야? 네가 이슬람교도면서 어찌 그리스도교도처럼 나를 공격하는 거냐? 그리고 너희 하산의 배신자 병사들아, 무슨 악마가 너희를 꼬드겨 이런 큰 죄를 짓게 만든 거냐? 너희를 여기 보낸 자의 욕정을 채우려고 너희의 진정한 주군에게 반역을 하는 거냐?”
이 말에 모두가 무기를 내려놓고 서로를 바라보며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대장 밑에서 같은 깃발 아래 복무했던 병사들이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워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카디의 말과 그의 악마적 주문으로 인해 칼날의 예리함이 무뎌지고 용기가 꺾였다. 오직 알리만이 눈과 귀를 막고 카디에게 달려들어 머리를 내리쳤다. 카디가 두른 100야드의 천이 없었다면 머리가 두 동강 났을 것이다. 그래도 카디는 배의 의자 사이로 쓰러졌고 쓰러지며 말했다.
“오 잔인한 배교자여, 나의 신성한 예언자의 적이여! 네 잔인함과 큰 무례함을 벌할 자가 없단 말이냐? 저주받을 자여, 어찌 감히 네 카디에게, 마호메트의 성직자에게 손을 대고 무기를 들이댔느냐?”
이 말은 처음의 말에 힘을 더했다. 하산의 병사들은 이를 듣고 알리의 병사들이 전리품을 빼앗아갈까 두려워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모험에 걸기로 했다. 한 명이 시작하자 모두가 뒤따라 알리의 병사들을 맹렬히 공격했다. 잠시 후 그들의 수가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이 반격해 동료들의 원수를 갚았고, 하산의 병사들 중 거의 살아남은 자가 없었다. 겨우 네 명만이 살아남았는데 그들마저 크게 다쳤다.
리카르도와 마하무트는 이를 지켜보며 때때로 선미 갑판의 해치를 통해 머리를 내밀어 이 큰 싸움이 어떻게 끝나는지 보았다. 터키인들이 거의 다 죽고 살아남은 자들도 크게 다친 것을 보고, 모두를 쉽게 제압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마하무트는 할리마가 함께 타게 한 그녀의 두 조카를 불러 배를 띄우는 것을 돕게 했다. 그들과 할리마의 아버지와 함께 죽은 자들의 칼을 들고 갑판으로 뛰어올랐다. “자유다, 자유다!”를 외치며 기독교도 그리스인 노예들의 도움을 받아 쉽게 모두를 죽였다. 그리고 방어 없이 있던 알리의 갤리선으로 건너가 쉽게 항복받고 배에 실린 모든 것을 얻었다. 두 번째 전투에서 죽은 자들 중 알리 바하가 첫 번째로 죽었는데, 한 터키인이 카디의 원수를 갚으려 칼로 그를 죽였다.
그 후 모두 리카르도의 조언에 따라 자신들의 배와 하산의 배에서 값진 물건들을 알리의 갤리선으로 옮겼다. 알리의 배가 더 크고 어떤 짐이나 여행에도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노젓는 이들이 기독교도여서 얻은 자유와 리카르도가 나눠준 많은 물건들에 만족해 그를 트라파니까지, 아니 세상 끝까지라도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이에 마하무트와 리카르도는 기쁨에 차 모라인 할리마에게 가서 키프로스로 돌아가고 싶다면 노예들과 함께 그녀의 배를 준비해주고 실은 재물의 절반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재난 속에서도 리카르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아 그들과 함께 기독교 땅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녀의 부모는 이 말에 크게 기뻐했다.
카디는 정신을 차렸고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치료를 받았다. 그에게도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기독교 땅으로 가거나 자신의 배를 타고 니코시아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는 운명이 이런 상황에 이르게 했으니 주는 자유에 감사하며 콘스탄티노플로 가서 하산과 알리에게 받은 부당한 대우를 대술탄에게 호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할리마가 그를 떠나 기독교도가 되려 한다는 것을 알고는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다. 결국 그의 배를 준비해주고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했으며, 그의 것이었던 체키 몇 개도 주었다. 니코시아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모두와 작별 인사를 하면서, 출항하기 전에 레오니사가 그를 안아주기를 청했다. 그 은혜와 호의면 그의 모든 불행을 잊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모두가 레오니사에게 그토록 자신을 사랑한 사람에게 그 호의를 베풀어달라고 간청했다. 레오니사는 정숙함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요청한 대로 했다. 카디는 그녀에게 자신의 머리에 손을 얹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 상처가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레오니사는 모든 면에서 그를 만족시켰다.
이 일이 끝나고 하산의 배에 구멍을 뚫은 뒤, 신선한 동풍이 돛을 부르게 하며 부르는 듯했다. 그들은 돛을 올리고 몇 시간 만에 카디의 배를 시야에서 놓쳤다. 카디는 눈물을 흘리며 바람이 자신의 재산과 즐거움, 아내와 영혼을 데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카디와는 다른 생각으로 리카르도와 마하무트는 항해했다. 그들은 어느 곳에도 정박하지 않고 멀리서 알렉산드리아를 지나쳤다. 돛을 내리거나 노를 저을 필요 없이 강한 코르푸 섬에 도착해 물을 보급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악명 높은 아크로케라우니아 절벽을 지나 먼 곳에서 이틀 만에 비옥한 트리나크리아의 파키노 곶을 발견했다. 그 곳과 유명한 몰타 섬을 보며 날았다. 행운의 배는 그만큼 빠르게 항해했다.
요컨대 섬을 따라 내려가 나흘 후 람페두사를 발견했고 곧이어 그들이 난파했던 섬을 보았다. 그 광경에 레오니사는 그녀가 겪었던 위험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 다음 날 그들은 눈앞에 고대하고 사랑하는 조국을 보았다. 그들의 마음에 기쁨이 새로워졌고 정신이 새로운 만족감으로 들떴다. 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로, 오랜 포로 생활 끝에 안전하고 건강하게 조국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에 필적할 수 있는 것은 적으로부터 승리를 거둔 기쁨뿐이다.
갤리선에서 다양한 색깔의 비단으로 만든 깃발과 천으로 가득 찬 상자를 발견했다. 리카르도는 이것들로 갤리선을 장식했다. 동이 틀 무렵 그들은 도시에서 1리그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노를 저으며 때때로 기쁜 소리와 외침을 지르며 항구로 다가갔다. 순식간에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화려하게 장식된 배가 천천히 땅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도시에 남아있던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모두가 해안으로 나왔다.
그 사이 리카르도는 레오니사에게 바샤들의 천막에 들어갔을 때처럼 옷을 입고 꾸며달라고 부탁하고 간청했다. 그는 부모님에게 재미있는 장난을 치고 싶었다. 레오니사는 그렇게 했고 옷 위에 옷을, 진주 위에 진주를, 아름다움 위에 아름다움을 더했다. 기쁨은 종종 아름다움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녀는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다시 불러일으킬 정도로 차려입었다. 리카르도도 터키 복장을 했고 마하무트와 모든 기독교도 노예들도 마찬가지였다. 죽은 터키인들의 옷으로 모두를 위한 의상이 충분했다.
그들이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8시경이었다. 날씨는 맑고 화창했고 그 기쁜 입항을 지켜보는 듯했다. 항구에 들어가기 전 리카르도는 갤리선의 주포와 두 개의 팔코넷포를 발사하게 했다. 도시도 같은 수의 포로 응답했다.
모든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며 화려한 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터키 배임을 알아차렸다.
백인들의 터번을 쓴 무어인처럼 보이는 자들이 무언가 속임수가 있을까 두려워하며 의심하였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모든 민병대원들과 함께 항구로 달려갔다. 기병대는 해안을 따라 퍼졌다. 이 모든 광경을 보며 천천히 다가오던 자들은 크게 기뻐하였다. 그들은 육지 가까이 정박하여 닻을 내리고 발판을 내렸다. 모두가 한 명씩 줄을 지어 행렬처럼 육지로 내렸다. 그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땅에 입 맞추었는데, 이는 그들이 그 배를 탈취한 기독교도들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표시였다. 맨 마지막으로 할리마의 부모와 두 조카가 터키식 복장을 하고 내렸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아름다운 레오니사였다. 그녀는 진홍빛 타프타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리카르도와 마하무트가 그녀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있었는데, 이 광경은 그들을 바라보던 무수한 군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육지에 도착하자 그들은 다른 이들처럼 땅에 엎드려 입을 맞추었다.
이때 도시의 총독이 다가왔다. 그는 모든 이의 우두머리임을 잘 알아보았지만, 리카르도를 알아보자마자 팔을 벌리고 달려와 크게 기뻐하며 그를 껴안았다. 총독과 함께 코르넬리오와 그의 아버지, 레오니사의 친척들과 리카르도의 친척들이 왔는데, 그들은 모두 도시의 가장 고귀한 사람들이었다. 리카르도는 총독을 껴안고 모두의 축하를 받아들였다. 그는 코르넬리오의 손을 잡았는데, 코르넬리오는 그를 알아보고 자신이 붙잡혔음을 깨닫자 안색이 창백해지며 거의 떨기 시작했다. 리카르도는 레오니사의 손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예의상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도시에 들어가 성당에서 우리의 불행 속에서 베풀어 주신 주님의 큰 은혜에 대해 마땅히 감사드리기 전에,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총독은 원하는 대로 말하라고 했고, 모두가 기꺼이 조용히 들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주요 인사들 대부분이 그를 둘러쌌고, 그는 목소리를 조금 높여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몇 달 전 살리나스 정원에서 레오니사를 잃은 제 불행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또한 제가 그녀의 자유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잊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저는 제 자유는 잊은 채 그녀의 몸값을 위해 제 전 재산을 내놓았습니다. 이것이 관대해 보일 수 있지만, 제 영혼의 구원을 위한 것이었기에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 후 우리 둘에게 일어난 일은 더 긴 시간과 다른 기회, 그리고 제 혀보다 덜 떨리는 혀가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은 다양하고 기이한 사건들과 수없이 좌절된 희망 끝에, 자비로운 하늘이 우리의 어떤 공로도 없이 우리를 고국으로 돌려보내 주셨다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고 부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비할 데 없는 기쁨을 주는 것은 그것들이 아니라 이 평화와 전쟁의 달콤한 적인 그녀가 자유를 얻고 자신의 영혼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저와 함께 고난을 겪은 이들의 보편적인 기쁨을 즐깁니다. 불행과 슬픈 사건들이 대개 용감한 마음을 바꾸고 약하게 만들지만, 제 좋은 희망의 파괴자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불행의 난파와 제 열렬하고 정직한 간청의 공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큰 가치와 온전함으로 견뎌냈습니다. 이를 통해 하늘은 바뀌어도 한 번 자리 잡은 습관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제가 말씀드린 모든 것에서 제가 추론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입니다. 저는 그녀의 몸값으로 제 재산을 제안했고, 제 욕망으로 제 영혼을 바쳤습니다. 저는 그녀의 자유를 위해 계획을 세웠고 제 목숨보다 그녀의 목숨을 더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더 감사할 줄 아는 다른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여기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오직 지금 당신에게 주는 이것만을 부담으로 여기고 싶습니다.”
그는 이 말을 하며 정중하게 손을 들어 레오니사의 얼굴에서 베일을 벗겼다. 그것은 마치 때때로 태양의 아름다운 광채를 가리는 구름을 벗기는 것과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보시오, 코르넬리오여, 당신이 가치 있는 것들 중 가장 높이 평가해야 할 선물을 당신에게 주는 것이오. 그리고 보시오, 아름다운 레오니사여, 당신이 항상 기억 속에 간직해 온 사람에게 당신을 주는 것이오. 이것이야말로 관대함이라 할 수 있소. 이에 비하면 재산과 생명과 명예를 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오. 받으시오, 오 행운아여. 받으시오. 그리고 만약 당신의 이해력이 이토록 위대한 가치를 인식할 만큼 이른다면, 자신을 지상에서 가장 행운 있는 자로 여기시오. 그녀와 함께 하늘이 우리 모두에게 준 몫에서 제게 돌아갈 것도 당신에게 주겠소. 그것은 3만 에스쿠도를 훨씬 넘을 것이오. 당신은 자유롭게, 평온하고 편안하게 그 모든 것을 즐기시오. 하늘이 오랫동안 행복한 세월 동안 그렇게 하도록 해주기를. 나는 불행하게도 레오니사 없이 남겠소. 레오니사가 없는 자에게는 삶이 넘치는 것이오.”
그는 이 말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마치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은 것 같았다. 하지만 잠시 후, 누구도 말하기 전에 그가 다시 말했다.
“오, 하나님! 고통스러운 시련이 어떻게 지성을 혼란스럽게 하는지! 나는 선을 행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내가 한 말을 보지 못했소. 누군가가 남의 것을 관대하게 줄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오. 내가 레오니사에 대해 무슨 권한이 있어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단 말인가? 또는 어떻게 내 것이 아닌 것을 제안할 수 있단 말인가? 레오니사는 자신의 것이며, 너무나 자신의 것이어서 그녀의 부모님이 (오래 사시기를) 없다면 그녀의 의지에 어떤 반대도 없을 것이오. 그리고 만약 그녀가 분별 있는 사람으로서 내게 빚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의무들을 생각할 수 있다면, 나는 지금부터 그것들을 지우고, 취소하고, 무효로 만들겠소. 그래서 내가 한 말을 취소하겠소. 나는 코르넬리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소. 줄 수 없기 때문이오. 다만 레오니사에게 한 내 재산의 증여는 확인하겠소. 다른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오직 그녀가 내 정직한 생각들을 진실하다고 여기고, 그것들이 결코 그녀의 비할 데 없는 정숙함, 위대한 가치와 무한한 아름다움이 요구하는 것 이외의 다른 점을 겨냥하거나 바라보지 않았다고 믿어주기를 바랄 뿐이오.”
리카르도는 이 말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이에 레오니사가 이렇게 대답했다.
“리카르도여, 만약 당신이 내가 코르넬리오에게 당신이 질투하고 시기하던 시절에 어떤 호의를 베풀었다고 상상한다면, 그것은 내 부모님의 뜻과 명령에 따른 것이었음을 상상하시오. 그들은 그가 내 남편이 되도록 움직이기를 바라며 그렇게 하도록 허락했소. 만약 당신이 이것에 만족한다면, 내 정숙함과 조심성에 대해 경험이 당신에게 보여준 것에도 잘 만족할 것이오. 이것을 말하는 이유는, 리카르도여, 내가 항상 나 자신의 것이었고, 내 부모님 외에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았다는 것을 당신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요. 지금 나는 겸손하게, 합당하게, 그들에게 허락과 자유를 요청하여 내가 받은 자유를 처분하고자 하오.”
그녀의 부모는 그녀에게 허락을 주었다. 그들은 그녀의 분별력을 믿었고, 그녀가 항상 자신의 명예와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허락으로,” 분별 있는 레오니사가 계속했다. “나는 내가 무례해 보이지 않기 위해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대담함을 보여주고자 하오. 오 용감한 리카르도여, 지금까지 조심스럽고, 우유부단하고, 의심스러웠던 내 의지가 당신을 위해 선언되오. 모든 남자들이 모든 여자들이 배은망덕하다는 것을 알지 않도록, 내가 적어도 감사함을 보여주기를 바라오. 나는 당신의 것이오, 리카르도. 그리고 당신의 것이 될 것이오, 죽음이 올
더 나은 지식으로 당신을 움직여 내 남편의 손을 거부하지 않기를 바라오.
이 말에 리카르도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는 레오니사에게 다른 말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강제로 여러 번 잡아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눈물로 적셨다. 코르넬리오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고, 레오니사의 부모는 기쁨의 눈물을,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놀라움과 만족의 눈물을 흘렸다.
그 도시의 주교 혹은 대주교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그의 축복과 허락으로 그들을 성당으로 데려갔고, 시간을 단축하여 그 자리에서 즉시 그들을 결혼시켰다. 기쁨이 온 도시에 퍼졌고, 그날 밤 무수한 등불로 그 기쁨을 보여주었다. 그 후 여러 날 동안 리카르도와 레오니사의 친척들이 여러 놀이와 축하 행사를 열어 그 기쁨을 이어갔다. 마하무트와 할리마는 교회와 화해했다. 할리마는 리카르도의 아내가 되고자 하는 소망을 이루지 못했지만, 마하무트의 아내가 되는 것으로 만족했다. 리카르도는 그의 관대함으로 할리마의 부모와 조카들에게 전리품 중 그의 몫을 충분히 나누어 주어 그들이 살아갈 수 있게 했다. 결국 모두가 만족하고, 자유롭고, 행복해졌다. 리카르도의 명성은 시칠리아의 경계를 넘어 이탈리아 전역과 다른 많은 지역으로 퍼졌고, ‘관대한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레오니사와의 사이에 많은 자녀를 두었고, 레오니사는 분별력, 정직함, 신중함, 아름다움의 드문 예가 되었다.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
안달루시아로 가는 카스티야 길의 유명한 알쿠디아 들판 끝에 있는 몰리니요 여관에서, 여름의 무더운 날 중 하나에 우연히 두 소년이 만났다. 한 명은 14살에서 15살 정도였고, 다른 한 명은 17살을 넘지 않았다. 둘 다 잘생겼지만, 매우 누더기를 걸치고 헐벗고 초라했다. 망토는 없었고, 바지는 린넨으로 만들어졌으며, 양말은 맨살이었다. 신발로 이를 보완했지만, 한 명은 너무 낡아 거의 끌고 다니는 짚신을 신었고, 다른 한 명은 구멍이 나고 밑창이 없어 신발이라기보다는 족쇄에 더 가까웠다. 한 명은 녹색 사냥꾼 모자를 쓰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챙이 넓고 낮은 모자를 썼다. 한 명은 등에 매고 가슴에 묶은 낙타 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모두 한쪽 소매에 접혀 들어가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알포르하 없이 맨몸이었지만, 가슴에 큰 덩어리가 보였는데, 나중에 보니 발로나라고 불리는 칼라였다. 기름으로 풀을 먹인 것 같았고, 너무 낡고 해져서 모두 실밥이 보였다. 그 안에는 타원형 모양의 카드가 싸여 있었는데, 너무 많이 사용해서 모서리가 닳아 있었고, 오래 쓰기 위해 잘라내어 그런 모양이 되었다. 둘 다 햇볕에 그을렸고, 손톱은 가장자리가 검었으며, 손은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한 명은 반쪽 검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노란 손잡이의 칼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보통 바케로라고 부른다.
두 사람은 여관 앞에 있는 현관이나 차양 아래로 나가 낮잠을 자려고 했다. 서로 마주 보고 앉자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사람이 더 어린 사람에게 말했다.
“어느 고장 출신이십니까, 신사 양반? 그리고 어디로 가고 계신지요?”
“제 고향이 어딘지 모르겠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리.” 하고 물음을 받은 이가 대답했다.
“그러면 정말로,” 하고 큰 소년이 말했다. “당신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지 않고, 이곳이 당신이 머물 곳도 아닌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중간 크기의 소년이 대답했다. “하지만 제가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제 고향은 제 것이 아닙니다. 저에겐 아들로 여기지 않는 아버지와 계모처럼 대하는 의붓어머니밖에 없거든요. 제가 가는 길은 운에 맡겼습니다. 이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줄 사람을 만나는 곳에서 끝날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떤 기술을 아십니까?” 큰 소년이 물었다.
작은 소년이 대답했다. “저는 토끼처럼 달리고 사슴처럼 뛰며 가위로 매우 섬세하게 자를 줄 압니다.”
“그건 모두 아주 좋고 유용하고 이롭습니다,” 큰 소년이 말했다. “성당 관리인이 만성절 헌금을 당신에게 줄 것입니다. 성 목요일에 기념물을 위해 종이 꽃을 잘라달라고 할 테니까요.”
“제 자르기 실력은 그런 게 아닙니다,” 작은 소년이 대답했다. “제 아버지는 하늘의 자비로 재단사이자 양말 장인이셨고, 저에게 앞면이 달린 반바지를 자르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것들은 본래 이름으로 폴레이나라고 불립니다. 저는 그것들을 너무나 잘 자르기 때문에 정말로 장인 자격 시험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불운한 운명이 저를 구석에 밀어 넣었을 뿐입니다.”
“이 모든 일은 선한 사람들에게 일어납니다,” 큰 소년이 대답했다. “저는 항상 좋은 능력이 가장 잃어버리기 쉽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 운명을 바꿀 나이입니다. 그러나 만약 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그리고 제 눈이 저를 속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다른 비밀스러운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작은 소년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당신이 아주 잘 지적했듯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에 큰 소년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제가 당신에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는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있는 가장 비밀스러운 젊은이 중 한 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마음을 열고 저와 함께 휴식을 취하도록 하기 위해, 저는 먼저 제 마음을 열어 당신에게 보여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운명이 우리를 여기에 모은 것은 아무 이유 없이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이제부터 우리 삶의 마지막 날까지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사 양반, 푸엔프리다 출신입니다. 그곳은 끊임없이 지나가는 유명한 여행자들로 잘 알려진 곳이지요. 제 이름은 페드로 델 린콘입니다. 제 아버지는 신분이 있는 분입니다. 그는 성 십자가 성전의 대리인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그는 면죄부 판매원 또는 대중들이 부르는 대로 불데로입니다. 저는 몇 날 동안 그의 직업을 도왔고, 그것을 너무나 잘 배워서 가장 자부심 있는 사람도 면죄부를 던지는 데 저를 능가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저는 면죄부 자체보다 면죄부의 돈에 더 애착을 갖게 되었고, 돈 주머니를 안고 마드리드로 떠났습니다. 거기서 흔히 제공되는 편의 시설 덕분에 며칠 만에 돈 주머니의 내용물을 꺼내고 그것을 신혼부부의 손수건보다 더 많은 주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돈을 맡은 사람이 저를 쫓아왔고, 저는 체포되었습니다. 후원이 별로 없었지만, 재판관들은 제 어린 나이를 보고 저를 기둥에 묶어 등을 때리는 것과 4년간 궁정에서 추방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저는 인내심을 가졌고, 어깨를 으쓱했으며, 매질과 채찍질을 견뎠고, 그리고 제 추방을 이행하러 너무나 서둘러 출발해서 말을 구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제 소지품 중 가장 필요하고 적절해 보이는 것들만 가져갔는데, 그 중에는 이 카드들이 있었습니다.”
그는 앞서 언급한 카드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것들로 저는 여관과 술집에서 마드리드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저는 21점 게임을 하면서 말이죠. 비록 당신이 그것들을 너덜너덜하고 닳은 것으로 보겠지만, 그것들은 이 게임을 아는 사람에게는 놀라운 효과가 있습니다. 첫 번째 카드 밑에 반드시 에이스가 남아 있어 한 점이나 11점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유리한지 알 것입니다. 이 이점으로 21점 게임에서 돈을 걸면 돈은 집에 남게 됩니다. 이 외에도 저는 한 대사의 요리사에게서 특정한 속임수들을 배웠습니다…”
트레타스 데 키놀라스와 델 파라르라는 게임을 했는데, 이를 안다보바라고도 부른다. 당신이 당신의 반바지에 대해 법정에서 심문을 받을 수 있듯이, 나는 촌스러운 학문에서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농가에 도착해도 잠시 시간을 보내며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둘은 곧바로 이것을 실험해 봐야 한다. 그물을 쳐놓고 이 짐꾼들 중 누군가가 걸려들지 보자. 다시 말해, 우리 둘이 진짜처럼 21점 게임을 하자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제3자가 되고 싶어 한다면, 그가 가장 먼저 돈을 잃게 될 것이다.
“좋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 “당신이 저에게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해주신 것에 대해 매우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도 제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더 짧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살라망카와 메디나 델 캄포 사이에 있는 엘 페드로소라는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제 아버지는 재봉사였고, 저에게 그 기술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제 재능 덕분에 옷 재단에서 지갑 재단으로 넘어갔죠. 시골 생활의 답답함과 계모의 무정한 대우에 지쳐 마을을 떠나 톨레도로 갔습니다. 거기서 제 기술을 펼쳤고 놀라운 일들을 해냈습니다. 레이스 장식된 두건의 유물함이나 아무리 숨겨진 주머니라도 제 손가락이 방문하지 않거나 제 가위가 자르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아르고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어도 말입니다. 그 도시에서 4개월 동안 지냈는데, 한 번도 문 사이에 끼거나 경찰에게 쫓기거나 밀고자에게 밀고당한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8일 전에 한 이중 스파이가 제 재주에 대해 시장에게 알렸습니다. 시장은 제 뛰어난 재능에 반해 저를 만나고 싶어 했지만, 저는 겸손한 사람이라 그렇게 고위 인사를 만나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도시를 빠져나왔습니다. 너무 급해서 말이나 돈, 심지어 돌아가는 마차나 수레 하나 구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건 잊어버리세요.” 린콘이 말했다. “우리는 이제 서로를 알게 되었으니 그런 과장이나 거만함은 필요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한 푼도 없고 신발조차 없다는 걸 인정합시다.”
“그렇게 하죠.” 디에고 코르타도(그가 자신의 이름이라고 한 더 어린 소년)가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의 우정이 린콘 씨가 말씀하신 대로 영원할 것이니, 거룩하고 칭찬할 만한 의식으로 시작합시다.”
디에고 코르타도가 일어나 린콘을 껴안았고, 린콘도 그를 부드럽고 꼭 껴안았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앞서 언급한 카드로 21점 게임을 시작했다. 카드에는 먼지나 지푸라기는 없었지만 기름기와 악의는 가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르타도는 린콘 선생님만큼이나 잘 에이스를 들어 올렸다.
이때 한 짐꾼이 현관에서 쉬러 나왔고 게임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기꺼이 그를 받아들였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그의 12레알과 22마라베디를 따냈다. 이는 그에게 12번의 창 찌르기와 22,000번의 고통을 준 것과 같았다. 짐꾼은 그들이 어린 아이들이라 돈을 돌려달라고 해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돈을 되찾으려 했다. 하지만 한 소년은 반쪽 검을, 다른 소년은 노란 손잡이의 칼을 꺼내들고 그를 괴롭혀서 동료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것이다.
바로 그때 우연히 한 무리의 말 탄 여행자들이 지나갔다. 그들은 반 리그 앞에 있는 알칼데의 여관에서 낮잠을 자려고 가는 중이었다. 그들은 짐꾼과 두 소년의 싸움을 보고 말리며 혹시 세비야로 가는 길이라면 함께 가자고 했다.
“우리가 바로 그곳으로 갑니다.” 린콘이 말했다. “당신들을 모든 면에서 섬기겠습니다.”
그들은 더 지체하지 않고 노새들 앞으로 뛰어올라 함께 떠났다. 그들은 화가 나고 분개한 짐꾼과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던 여관 주인을 놀라게 한 채 떠났다. 여관 주인이 짐꾼에게 그들이 가진 카드가 조작된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하자, 짐꾼은 수염을 뜯으며 그들을 쫓아가 돈을 되찾으려 했다. 그는 자신처럼 큰 남자가 두 꼬마에게 속았다는 것이 너무나 큰 수치이자 불명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그를 말리고 조언했지만, 그는 가려고 했다. 결국 그들은 그를 위로하지는 못했지만 머물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한편 코르타도와 린콘은 여행자들을 잘 섬겨 대부분의 여정을 그들의 말 뒤에 타고 갔다. 주인들의 가방을 뒤질 기회가 있었지만, 그들은 세비야 여행이라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곳에 가고 싶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들어갈 때, 저녁 기도 시간에 세관에서 등록과 관세를 내야 했기 때문에, 코르타도는 자신과 함께 타고 있던 프랑스인의 가방이나 여행 가방을 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칼로 그것을 길고 깊게 찔러 내장이 훤히 보일 정도로 자르고 교묘하게 좋은 셔츠 두 벌과 해시계, 그리고 메모장을 꺼냈다. 그것들을 보고 그들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프랑스인이 그 가방을 말 뒤에 싣고 다녔으니 그렇게 가벼운 물건들만 넣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한번 뒤지고 싶었지만, 이미 주인이 그것을 눈치채고 남은 것을 안전하게 보관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만두었다.
그들은 그 물건들을 훔치기 전에 그들을 먹여주던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다음 날 그들은 셔츠를 아레날 문 밖에 있는 헐값 시장에서 팔아 20레알을 벌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도시를 구경하러 갔다. 그들은 대성당의 크기와 웅장함, 그리고 강변의 많은 사람들에 놀랐다. 때마침 선단이 짐을 싣는 시기여서 강에는 6척의 갤리선이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그들은 한숨을 쉬며 언젠가 자신들의 죄로 인해 그곳에서 평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그들은 주변에 많은 바구니를 든 소년들이 있는 것을 보고, 한 소년에게 그 일이 무엇이고 힘든지, 얼마나 버는지 물었다.
그 질문을 받은 아스투리아스 출신 소년이 대답했다. “그 일은 편하고 세금도 내지 않아요. 어떤 날은 5-6레알을 벌어서 먹고 마시고 왕처럼 살 수 있어요. 보증금을 낼 주인을 찾을 필요도 없고, 원할 때 먹을 수 있어요. 이 도시의 가장 작은 식당에서도 언제나 음식을 찾을 수 있거든요. 이 도시에는 그런 곳이 많고 다 좋아요.”
두 친구는 아스투리아스 소년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 일이 자신들의 일을 덮어 안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곧바로 필요한 도구를 사기로 했다. 시험도 없이 그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스투리아스 소년에게 무엇을 사야 하는지 물었다. 소년은 각자 작고 깨끗한 자루 하나씩과 큰 것 두 개, 작은 것 하나씩 세 개의 야자 바구니를 사야 한다고 했다. 큰 바구니에는 고기와 생선, 과일을 담고 작은 것에는 빵을 담는다고 했다. 소년은 그것들을 파는 곳으로 그들을 안내했고, 그들은 프랑스인에게서 훔친 돈으로 그것들을 샀다. 2시간 만에 그들은 이미 언급한 카드로 21점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카드에는 먼지와 지푸라기는 없었지만 기름기와 악의는 여전했다. 코르타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린콘 선생만큼 잘 에이스를 들어올렸다.
이때 한 짐꾼이 현관에서 쉬러 나와 게임에 참여하고 싶어 했다. 그들은 기꺼이 받아들였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그의 12레알과 22마라베디를 따냈다. 이는 그에게 12번의 창 찌르기와 22,000번의 고통을 준 것과 같았다. 짐꾼은 그들이 어린 아이들이라 돈을 돌려달라고 해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돈을 되찾으려 했다. 하지만 한 소년은 반쪽 검을, 다른 소년은 노란 손잡이의 칼을 꺼내들고 그를 괴롭혀서 동료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것이다.
마
새로운 직업을 그들에게 바구니를 가르치고 자루를 고정시키는 대로 가르쳤다. 그들의 지도자는 그들이 가야 할 장소들을 알려주었다: 아침에는 정육점과 산 살바도르 광장으로, 생선을 파는 날에는 어시장과 코스타니야로, 매일 오후에는 강가로, 목요일에는 시장으로.
그들은 이 모든 교훈을 잘 외웠고 다음날 아침 일찍 산 살바도르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같은 직업의 다른 소년들이 그들을 둘러쌌다. 새 자루와 바구니를 보고 그들이 광장의 신참임을 알아챘다. 그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고, 모두에게 그들은 분별력과 절제로 대답했다. 이때 한 학생과 한 군인이 다가왔고, 두 신참의 깨끗한 바구니에 끌려 학생처럼 보이는 이는 코르타도를 불렀고 군인은 린콘을 불렀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둘 다 말했다.
“직업을 잘 시작하길 바랍니다,” 린콘이 말했다, “님께서 저를 처음 고용하시는군요.”
이에 군인이 대답했다:
“시작이 나쁘지 않을 거요, 내가 돈이 있고 연애 중이라 오늘 내 연인의 친구들을 위해 연회를 열 거요.”
“그럼 마음껏 짐을 싣게나, 이 광장 전체를 짊어질 힘과 의지가 있소. 필요하다면 요리를 돕는 것도 기꺼이 하리다.”
군인은 소년의 좋은 태도에 만족해하며 그에게 봉사하고 싶다면 이 천한 직업에서 그를 구해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린콘은 오늘이 이 일을 처음 해보는 날이라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를 섬기겠다고 약속했고, 성직자보다 그를 먼저 섬기겠다고 했다.
군인은 웃으며 그에게 많은 짐을 실었다. 그의 연인의 집을 보여주어 다음에 그를 따라갈 필요 없이 알 수 있게 했다. 린콘은 충실함과 좋은 대우를 약속했다. 군인은 그에게 3/4 레알을 주었고,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순식간에 광장으로 돌아갔다. 아스투리아스 사람이 이런 부지런함에 대해서도 조언했기 때문이다. 또한 작은 생선, 즉 숭어나 정어리나 도다리를 옮길 때는 몇 마리 정도 자신들의 식사를 위해 가져가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신중하고 주의 깊게 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신용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린콘이 아무리 빨리 돌아왔어도 이미 코르타도를 같은 자리에서 발견했다. 코르타도가 린콘에게 다가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린콘은 손을 펴 3/4 레알을 보여주었다. 코르타도는 가슴 속에서 한때 호박이었음이 분명한 지갑을 꺼냈다. 그것은 약간 부풀어 있었고 그는 말했다:
“학생님이 이것과 1/2 레알을 더 주셨소. 린콘,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가져가시오.”
그리고 이미 몰래 건네주었을 때, 보라, 학생이 땀을 흘리며 죽을 것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코르타도를 보고 그런 특징의 지갑을 보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 안에는 15 금화와 2 레알짜리 은화 3개, 그리고 1/4 레알과 1/8 레알로 된 동전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물건을 살 때 가져갔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코르타도는 놀랍도록 태연하게, 전혀 동요하거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 지갑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게 잃어버린 게 아니라면 님께서 안전하지 않은 곳에 두셨을 거라는 것뿐이오.”
“바로 그거요, 죄인인 나여,” 학생이 대답했다. “안전하지 않은 곳에 두어 훔쳐간 것이 분명해요.”
“내 말이 그 말이오,” 코르타도가 말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해결책이 있소, 죽음을 제외하곤. 님께서 취할 수 있는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방법은 인내심을 갖는 것이오. 하루가 가면 또 다른 하루가 오고, 주는 대로 받는 법이니, 시간이 지나면 지갑을 가져간 자가 후회하고 향을 피워 님께 돌려줄지도 모르오.”
“향은 용서하겠소,” 학생이 대답했다.
코르타도는 계속해서 말했다:
“더구나 파울리나 파문장도 있고, 성실한 노력은 행운의 어머니라오. 하지만 사실 나라면 그 지갑을 가져가고 싶지 않을 거요. 님께서 성직 서품을 받으셨다면, 내가 보기엔 큰 근친상간이나 신성모독을 저지른 것 같을 테니까요.”
“그럼 신성모독을 저질렀다고요!” 학생이 슬퍼하며 말했다. “나는 성직자는 아니지만 수녀원의 사제보요. 그 지갑의 돈은 내 친구 사제가 받은 성직 록의 3분의 1을 징수하라고 준 거요. 그건 성스럽고 축복받은 돈이오.”
“그의 빵으로 먹으라지,” 린콘이 이 때 말했다. “그의 이득을 부러워하지 않소. 심판의 날이 있어 모든 것이 밝혀질 거요. 그때 누가 칼레하스였는지, 누가 감히 성직 록의 3분의 1을 가져가고 훔치고 줄이려 했는지 드러날 거요. 그리고 1년에 얼마나 벌어요, 사제님? 제발 말씀해 주시오.”
“날 낳은 년이 벌어! 내가 지금 그게 얼마나 버는지 말할 기분이오?” 사제가 약간 지나치게 화를 내며 대답했다. “무언가 아는 게 있다면 말하시오, 아니면 신의 가호를 빕니다. 나는 이제 알리러 가겠소.”
“그 방법이 나쁘지 않아 보이오,” 코르타도가 말했다. “하지만 님께서는 지갑의 특징과 그 안의 돈의 정확한 액수를 잊지 마시오. 1 마라베디라도 틀리면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테니, 이건 운명이오.”
“그건 걱정 말게,” 사제가 대답했다. “종 울리는 것보다 더 잘 기억하고 있소. 한 푼도 틀리지 않을 거요.”
그는 주머니에서 레이스 장식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코르타도는 그걸 보자마자 자신의 것으로 표시해두었다. 사제가 떠나자 코르타도는 그를 따라가 계단에서 따라잡았고, 그를 한쪽으로 데려가 지갑의 도난과 발견에 대해 ‘베르나르디나’라 불리는 식의 허튼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에게 좋은 희망을 주었지만 결코 시작한 문장을 끝맺지 않았고, 가엾은 사제는 그의 말을 듣느라 넋을 잃었다.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두세 번 반복해 달라고 했다.
코르타도는 그의 얼굴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눈을 떼지 않았다. 사제도 마찬가지로 그를 바라보며 그의 말에 매달렸다. 이렇게 큰 혼란은 코르타도가 작업을 마칠 기회를 주었고, 그는 교묘하게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와 작별 인사를 하며 오후에 다시 그 자리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직업을 가진, 자신과 같은 크기의 소년이 약간의 도둑질 버릇이 있는데 그가 지갑을 가져갔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안에 혹은 오래 걸리더라도 그걸 알아낼 수 있다고 약속했다.
이 말에 사제는 약간 위안을 받고 코르타도와 작별 인사를 했다. 코르타도는 린콘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고, 린콘은 조금 떨어져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보다 좀 더 아래쪽에 다른 바구니 든 소년이 있어 모든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코르타도가 린콘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것까지 보았다. 그는 그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말씀해 주십시오, 신사 여러분, 당신들은 나쁜 길로 들어섰습니까, 아닙니까?”
“그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겠소, 신사님,” 린콘이 대답했다.
“뭐야, 못 알아듣겠소, 당신들?” 하고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우리는 테바나 무르시아 사람이 아니오.” 코르타도가 말했다. “다른 할 말이 있다면 하시고, 그렇지 않으면 어서 가시오.”
“못 알아듣겠다고요?” 그 청년이 말했다. “그럼 은 숟가락으로 떠먹여 줘야겠군요. 말씀드리자면, 당신들은 도둑이오?”
“이 땅에서 도둑에게 세금을 받나요?” 린콘이 물었다.
“세금은 안 받지만,” 청년이 대답했다. “모니포디오 어른께 등록은 해야 해요. 그분이 우리의 아버지이자 스승이자 보호자시니까요. 그러니 저와 함께 가서 그분께 인사드리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그분의 허락 없이 도둑질했다간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나는 도둑질이 자유로운 직업인 줄 알았소. 세금도 없고 관세도 없고, 목숨과 등을 담보로 한 번에 내면 될 줄 알았는데.” 코르타도가 말했다. “하지만 이곳의 관습이 그렇다면 따르는 수밖에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니까 가장 올바른 방법일 테지. 그러니 당신이 말한 그 신사분께 우리를 안내해 주시오. 들은 바로는 아주 훌륭하고 관대하신 분이라더군요. 게다가 그 일에 능숙하시다고요.”
“훌륭하고 능숙하시다고요?” 청년이 대답했다. “4년 동안 우리의 우두머리이자 아버지 노릇을 하셨는데, 교수형을 당한 사람은 넷뿐이고, 채찍질 당한 사람은 서른 명, 노 젓는 형을 받은 사람은 예순둘 정도밖에 안 돼요.”
“정말이지,” 린콘이 말했다. “우리는 그런 말들을 날아다니는 것만큼이나 이해하지 못하겠소.”
“걸어가면서 설명해 드리죠.” 청년이 대답했다. “입에 붙은 빵처럼 알아야 할 다른 말들도 있어요.”
그렇게 그들은 걸어가면서 청년은 그들이 ‘헤르마네스코’ 또는 ‘헤르마니아’라고 부르는 다른 용어들을 설명해주었다. 긴 대화 끝에 린콘이 안내자에게 물었다.
“혹시 당신도 도둑이오?”
“네, 하느님과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죠.”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아직 초보라 수련 중이에요.”
코르타도가 대답했다. “하느님과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도둑이 세상에 있다니, 나로서는 새로운 일이오.”
청년이 대답했다. “신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모니포디오께서 모든 제자들에게 내리신 명령대로 각자의 직업에서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틀림없이,” 린콘이 말했다. “도둑들이 하느님을 섬기게 만드는 좋고 거룩한 명령임에 틀림없소.”
“너무나 거룩하고 좋아서,” 청년이 대답했다. “우리 일에서 더 나은 게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분은 우리가 훔친 것의 일부를 이 도시의 매우 경건한 성화의 등불 기름을 사는 데 기부하라고 명령하셨어요. 실제로 우리는 이 선행으로 큰 결과를 보았죠. 며칠 전에 한 가축 도둑이 두 마리 당나귀를 훔쳤는데, 고문을 세 번이나 받았어요. 그는 허약하고 말라리아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통을 견뎌냈어요. 우리 동료들은 이걸 그의 독실한 신앙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힘만으로는 집행인의 첫 번째 고문도 견디기 힘들었을 테니까요. 제가 말한 단어들 중 일부를 물어보실 것 같아 미리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가축 도둑’은 가축을 훔치는 도둑이고, ‘고문’은 고문을 말하며, ‘당나귀들’은 존경을 담아 말하자면 나귀들을 뜻합니다. ‘첫 번째 고문’은 집행인이 처음 가하는 고문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또 일주일 동안 묵주기도를 나눠서 하고, 금요일에는 도둑질을 하지 않으며, 토요일에는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와 대화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정말 훌륭해 보이는군요.” 코르타도가 말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보상이나 참회는 없나요?”
“보상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죠.” 청년이 대답했다. “훔친 물건이 여러 곳으로 나눠지고 각 관리와 관계자들이 자기 몫을 가져가기 때문에 첫 번째 도둑은 아무것도 돌려줄 수 없어요. 게다가 우리는 절대 고해성사를 하지 않아요. 파문장이 나와도 우리는 절대 교회에 가지 않기 때문에 그걸 듣지 못해요. 대신 대사가 있는 날에만 가는데, 그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이익 때문이죠.”
“그런 일을 하면서도 당신들의 삶이 거룩하고 좋다고 말할 수 있나요?” 코르타도가 물었다.
“그게 뭐가 나쁘단 말이오?” 청년이 대꾸했다. “이단자나 배교자가 되거나 부모를 죽이거나 동성애자가 되는 것보다 낫지 않소?”
“소도미트를 말씀하시는 거겠죠.” 린콘이 말했다.
“그래요, 그거요.” 청년이 말했다.
“그 모든 게 나쁘죠.” 코르타도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의 운명이 이 형제회에 들어가게 했으니, 걸음을 서두르세요. 저는 모니포디오 어른을 뵙고 싶어 못 견디겠어요. 그분에 대해 정말 훌륭한 점들을 많이 들었거든요.”
“곧 소원을 이루실 거예요.” 청년이 말했다. “여기서 그분의 집이 보이네요. 당신들은 문 앞에 서 계세요. 제가 들어가서 그분이 한가한지 볼게요. 지금이 그분이 보통 면담을 하시는 시간이거든요.”
“좋소.” 린콘이 말했다.
청년이 앞서 가서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오히려 아주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문 앞에서 기다렸다. 청년이 곧 나와 그들을 불렀고, 그들은 들어갔다. 안내자는 그들에게 작은 안뜰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안뜰은 벽돌로 포장되어 있었고 너무나 깨끗하고 반짝여서 마치 가장 좋은 주홍색 안료를 뿌린 것 같았다. 한쪽에는 세 발 달린 벤치가 있었고, 다른 쪽에는 깨진 입구의 물동이와 그 위에 깨진 주전자가 있었다. 또 다른 쪽에는 골풀로 만든 돗자리가 있었고, 한가운데에는 세비야에서 ‘알바하카 화분’이라고 부르는 화분이 놓여 있었다.
소년들은 주의 깊게 집안의 가구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는 동안 모니포디오 어른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오래 걸리자 린콘은 안뜰에 있는 두 개의 작은 방 중 하나로 들어가 보았다. 그 방에는 두 개의 펜싱용 검과 두 개의 코르크로 만든 방패가 네 개의 못에 걸려 있었고, 뚜껑이 없는 큰 상자와 바닥에 펼쳐진 세 개의 골풀 돗자리가 있었다. 맞은편 벽에는 우리의 성모님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인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 아래에는 야자 나무로 만든 바구니가 걸려 있었고, 벽에 박힌 하얀 대야가 있었다. 린콘은 바구니가 헌금함 역할을 하고 대야에는 성수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그의 추측이 맞았다.
그 때 학생처럼 보이는 두 명의 20세 정도 되는 청년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곧이어 두 명의 바구니 장수와 한 명의 맹인이 들어왔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뜰을 걸어 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경을 쓴 두 명의 노인이 들어왔는데, 그들은 긴 가운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큰 구슬이 달린 묵주를 들고 있었다. 그들의 뒤를 이어 한 노파가 들어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성수를 찍고 매우 경건하게 성모님 그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한참 동안 그 자세를 유지하다가 땅에 세 번 입을 맞추고 팔과 가슴에 십자가를 그은 후 일어났다.
바닥에 누워 하늘을 향해 팔과 눈을 똑같이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일어나 자선 바구니에 동전을 넣고 다른 이들과 함께 마당으로 나갔다. 결국 잠시 후 마당에는 다양한 옷차림과 직업을 가진 14명 정도가 모였다. 마지막으로 긴 콧수염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발로나 깃이 달린 옷에 색깔 있는 양말과 화려한 장식의 리본을 매고, 규격보다 긴 칼을 찬 두 명의 용맹스럽고 늠름한 청년이 도착했다. 그들은 단검 대신 각각 한 쌍의 권총을 차고 있었고, 방패는 허리띠에 매달려 있었다.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를 낯선 듯이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 조직의 일원인지 물었다. 린코네테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그들을 섬기겠노라 말했다.
이때 모두가 기다리던 모니포디오 님이 내려왔다. 그는 45세에서 46세쯤으로 보였고, 키가 크고 얼굴이 검었으며, 눈썹이 짙고 수염이 검고 빽빽했다. 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는 속옷 차림이었는데, 앞쪽으로 열린 틈새로 가슴의 털이 숲처럼 보였다. 거의 발까지 내려오는 모직 망토를 걸치고 있었고, 발에는 신발 뒤축을 접어 신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넓고 긴 리넨 바지를 입고 있었고, 모자는 챙이 넓고 모자 윗부분이 높은 암파 스타일이었다. 어깨와 가슴을 가로지르는 가죽끈에는 페릴로 칼이라 불리는 짧고 넓은 칼이 매달려 있었다. 그의 손은 짧고 털이 많았으며, 손가락은 굵었고 손톱은 평평하고 둥근 모양이었다. 다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발은 비정상적으로 넓고 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요컨대 그는 세상에서 가장 촌스럽고 기괴한 야만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두 사람의 안내인이 내려왔고, 그들의 손을 잡고 모니포디오 앞에 데려가 말했다.
“이들이 제가 말씀드린 두 훌륭한 젊은이들입니다, 모니포디오 님. 이들을 시험해 보시면 우리 조직에 들어올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그렇게 하지,” 모니포디오가 대답했다.
모니포디오가 내려올 때 그를 기다리던 모든 이가 깊고 긴 절을 했다는 것을 말하는 걸 잊었다. 두 용맹한 청년만 그들 사이에서 말하는 ‘반쯤’ 정도로 모자를 벗어 인사를 했고, 곧바로 산책을 계속했다. 모니포디오는 마당 이쪽저쪽을 거닐며 새로 온 이들에게 직업과 고향, 부모에 대해 물었다.
이에 린코네테가 대답했다.
“직업은 이미 말씀드렸듯이 님 앞에 와 있는 것입니다. 고향을 말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고, 부모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예로운 작위를 받기 위한 신원 조사가 아니니까요.”
모니포디오가 대답했다.
“젊은이, 당신 말이 맞소. 그런 것들을 숨기는 게 매우 현명한 일이오. 만약 운이 좋지 않다면, ‘아무개의 아들 아무개, 어디 출신, 어느 날 교수형을 당했다’ 또는 ‘채찍질을 당했다’ 등의 기록이 서기의 서명이나 입회 장부에 남는 것은 좋지 않소. 그런 것들은 좋은 귀에는 거슬리는 소리요.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고향을 숨기고 부모를 밝히지 않고 이름을 바꾸는 것이 유익한 방책이오. 하지만 우리 사이에서는 아무것도 숨길 필요가 없소. 지금은 단지 두 분의 이름만 알고 싶소.”
린코네테가 자신의 이름을 말했고, 코르타디요도 마찬가지로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니포디오가 대답했다. “나는 너희가, 린콘은 린코네테로, 코르타도는 코르타디요로 불리기를 원하고 그렇게 할 것이다. 이 이름들은 너희 나이와 우리의 규칙에 딱 맞는 이름이다. 우리 동료들의 부모 이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매년 우리 고인이 된 동료들과 후원자들을 위해 특별한 미사를 지내는 관습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에게 줄 헌금을 모으는데, 이는 우리가 벌어들인 것의 일부에서 나온다. 이렇게 드려지고 지불된 미사들은 그런 영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의 후원자들 중에는 우리를 변호해주는 법률가, 우리에게 정보를 주는 경찰, 우리를 불쌍히 여기는 형리, 그리고 우리 중 누군가가 거리에서 도망칠 때 ‘도둑이다, 도둑이다, 잡아라, 잡아라’하고 소리치며 쫓아오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그 가엾은 자를 내버려두게. 그는 이미 충분히 불운한 처지일세. 그의 죄가 그를 벌할 것이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를 돕는 여인들도 있는데, 그들은 감옥에 있을 때나 순찰대와 맞닥뜨렸을 때 자신들의 땀으로 우리를 도와준다. 또한 우리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부모님들, 그리고 죄가 있어도 크게 벌하지 않고 죄가 없으면 전혀 벌하지 않는 선한 서기도 우리의 후원자들이다. 우리 형제회는 이 모든 이들을 위해 매년 가능한 한 성대하고 장엄하게 추도식을 거행한다.”
“그것은 정말 고귀하고 깊이 있는 지혜의 소산입니다, 모니포디오 님.” 린코네테가 말했다. “우리는 이제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들은 아직 살아계십니다. 만약 그분들이 우리보다 먼저 돌아가신다면, 이 축복받은 존경받는 형제회에 즉시 알려 그분들의 영혼을 위해 그런 폭풍우나 재난, 또는 님께서 말씀하신 추도식을 가능한 한 성대하고 장엄하게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성대함과 고독함’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할 것이다, 아니면 내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모니포디오가 대답했다.
그리고 안내인을 부르며 말했다.
“이리 온, 간추엘로. 초소들이 배치되었느냐?”
“네,” 안내인이 대답했다. 그의 이름이 간추엘로였다. “세 명의 감시병이 경계를 서고 있어 우리가 불시에 습격당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우리의 목적으로 돌아가서,”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나는 너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그래야 너희의 성향과 능력에 맞는 일과 직분을 줄 수 있을 테니까.”
“저는,” 린코네테가 대답했다. “시골뜨기 속임수를 조금 할 줄 압니다. 카드 속임수도 잘 알고 있죠. 눈썰미가 좋아서 속임수를 잘 알아챕니다. 혼자서도, 넷이서도, 여덟이서도 카드놀이를 잘합니다. 긁어내기, 사기, 이빨 빼기 같은 수법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늑대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쉽게 남의 집에 들어갈 수 있고, 가장 능숙한 사람보다 더 잘 속임수를 쓸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빌려준 2레알보다 더 잘 사기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기초는 갖추었군,”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금방 시들어버리는 캔투에소 꽃 같은 것이라 너무 오래되고 흔해빠져서 초보자도 다 아는 것들이지. 이런 것들은 자정부터 새벽 사이에 죽임을 당할 만큼 순진한 사람에게나 통할 뿐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볼 것이다. 이런 기초 위에 반 다스 정도의 교훈을 더하면 자네가 유명한 전문가가 되고, 어쩌면 대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하나님께 기대하고 있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님과 형제들을 섬기는 데 쓰이게 될 것입니다.” 린코네테가 대답했다.
“그럼 너는, 코르타디요,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모니포디오가 물었다.
“저는,” 코르타디요가 대답했다. “‘둘을 넣고 다섯을 뺀다’는 수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정확하고 능숙하게 주머니를 뒤질 줄 압니다.”
“그 외에는 더 없나?” 모니포디오가 물었다.
“아뇨, 제 큰 죄 때문에 그게 전부입니다.” 코르타디요가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아들아.” 모니포디오가 대답했다. “당신은 안전한 항구와 학교에 도착했소. 여기서는 익사하지도 않고, 우리의 기술을 배우지 않고 떠나는 일도 없을 것이오. 그런데 용기는 어떻소, 아들들?”
“어떻겠습니까?” 린코네테가 대답했다. “아주 좋지요! 우리 기술과 관련된 어떤 일이라도 할 용기가 있습니다.”
“좋소.”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하지만 난 당신들이 필요하다면 입 한 번 열지 않고 고문을 반 다스 정도 견딜 수 있는 용기도 있었으면 좋겠소.”
“우리는 여기서 ‘고문’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모니포디오 님.” 코르타디요가 말했다. “우리는 무엇이든 견딜 용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무지하지는 않아서, 혀가 목숨을 좌우한다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하늘이 대담한 자에게 베푸는 은총이 크지요. ‘아니오’보다 ‘예’가 더 많은 글자를 가졌다고 해서 목숨을 내놓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만!”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이 말만으로도 충분하오. 난 당신들을 즉시 정식 회원으로 인정하고 수습 기간도 면제해 주고 싶소.”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싸움꾼 중 한 명이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동의했다. 그들은 모니포디오에게 즉시 그들의 단체의 특권을 누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의 매력적인 모습과 훌륭한 말솜씨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모니포디오는 모두를 기쁘게 하기 위해 즉시 특권을 허락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그들에게 이 특권을 소중히 여기라고 당부했다. 첫 번째 절도에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그 해 동안은 하찮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즉, 어떤 고위 회원의 심부름을 감옥이나 그들의 후원자 집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순수한 와인을 마실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허락 없이 연회를 열 수 있으며, 고위 회원들의 수입을 즉시 나눠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 외에도 그들이 특별한 은혜로 여길 만한 것들이 있었고, 다른 이들은 정중한 말로 크게 감사를 표했다.
이때 한 소년이 허둥지둥 달려와 말했다. “부랑자 단속반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하지만 많은 인원은 아닙니다.”
“아무도 놀라지 말게.”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그는 우리 친구야. 우리를 해치러 오는 게 아니니. 모두 진정하게. 내가 나가서 얘기하지.”
모두가 진정했다. 모니포디오는 문으로 나가 단속반장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다시 들어와 물었다. “오늘 산 살바도르 광장 담당은 누구였지?”
“제가요.” 안내인이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오늘 아침 그 자리에서 15 금화와 2 레알, 그리고 몇 개의 쿠아르토가 든 호박 지갑이 없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나?”
“사실입니다.” 안내인이 말했다. “오늘 그 지갑이 없어졌어요. 하지만 전 가져가지 않았고, 누가 가져갔는지도 모릅니다.”
“거짓말하지 마.”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그 지갑을 찾아야 해. 단속반장이 요구하고 있어. 그는 우리 친구고 매년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
그 청년은 다시 한 번 모른다고 맹세했다. 모니포디오는 화를 내기 시작해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우리 규칙을 어기는 자는 아무도 없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거야.” 그가 말했다. “지갑을 내놓아. 회비를 내지 않으려고 숨긴 거라면, 내가 네 몫을 주고 나머지는 내 돈으로 채우겠다. 어떻게든 단속반장을 만족시켜야 하니까.”
그 청년은 다시 한 번 맹세하며 저주했다. 그는 그 지갑을 가져가지 않았고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모니포디오의 분노에 불을 지폈고, 모든 회원들을 동요시켰다. 그들은 자신들의 규칙과 좋은 질서가 깨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린코네테는 이렇게 많은 불화와 소란을 보고, 이를 진정시키고 자신의 우두머리를 기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코르타디요와 상의한 후, 둘의 동의 하에 교회 관리인의 지갑을 꺼내 말했다.
“모든 논쟁을 그만둡시다, 여러분. 여기 그 지갑이 있습니다. 단속반장이 말한 대로 아무것도 빠진 게 없습니다. 오늘 제 동료 코르타디요가 주인의 손수건과 함께 가져왔습니다.”
코르타디요는 손수건을 꺼내 보였다. 이를 본 모니포디오는 말했다.
“코르타디요 더 부에노(이제부터 이 칭호와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는 손수건을 가지고 있어라. 이 공로에 대한 보상은 내가 책임지겠다. 지갑은 단속반장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의 친척인 교회 관리인의 것이니까. 우리에게 닭 한 마리를 주는 사람에게 닭다리 하나 주는 게 당연하다는 속담대로야. 이 좋은 단속반장은 하루 동안 우리가 100일 동안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눈감아 주지.”
모두가 두 신입 회원의 고귀한 행동과 우두머리의 판단과 의견을 찬성했다. 모니포디오는 단속반장에게 지갑을 건네주러 나갔다. 코르타디요는 ‘부에노’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마치 알폰소 페레스 데 구스만 엘 부에노가 타리파의 성벽 너머로 칼을 던져 자신의 외아들을 처형하게 한 것처럼 대단한 별명이었다.
모니포디오가 돌아올 때 두 젊은 여인이 함께 들어왔다. 그들은 얼굴에 화장을 하고 입술에 연지를 바르고 가슴에는 백분을 발랐다. 그들은 반쪽 아냐스코테 망토를 두르고 있었고 뻔뻔하고 대담한 태도를 보였다.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는 그들을 보자마자 그들이 매춘부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이 들어오자마자 한 명은 치키스나케에게, 다른 한 명은 마니페로에게 팔을 벌려 다가갔다. 마니페로라는 이름은 그가 정의의 이름으로 잘린 한 손 대신 쇠로 된 손을 가지고 있어서 붙여진 것이었다. 그들은 큰 기쁨으로 여인들을 껴안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목구멍을 적실 만한 것을 가져왔는지 물었다.
“내 솜씨 좋은 이여, 어찌 없겠어요?” 가난시오사라 불리는 한 여인이 대답했다. “실바티요가 곧 세탁 바구니에 하늘이 주신 것들을 가득 싣고 올 거예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곧 한 소년이 세탁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는데, 그 위에는 시트가 덮여 있었다.
모두가 실바토의 도착을 반겼다. 모니포디오는 즉시 방에 있던 갈대 매트 중 하나를 가져와 마당 한가운데 펼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둘러앉으라고 했다. 그는 화가 가라앉으면 가장 필요한 것들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때 이미지에 기도를 올렸던 노파가 말했다.
“모니포디오 아들아, 난 축제 기분이 아니에요. 이틀 동안 두통으로 미칠 것 같았거든. 게다가 정오가 되기 전에 내 기도를 올리고 아구아스 성모님과 성 아우구스틴 성당의 성 십자가에 촛불을 바쳐야 해.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그걸 빼먹을 순 없지. 내가 온 이유는 어젯밤 엘 레네가도와 센토피에스가 우리 집에 세탁 바구니를 가져다 놓았다는 걸 알려주려고 왔어.”
무언가 커다란 것으로 가득 찬 바구니가 흰 옷으로 가득했다. 맙소사, 그들은 재를 걸러내지도 못한 채 가져왔다. 가엾은 자들이 그것을 벗길 틈도 없었나 보다.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오는 모습이 가련했다. 숨을 헐떡이며 얼굴에선 물이 흘러내려 천사들 같았다. 그들은 도살장에서 양을 무게를 재는 목동을 쫓아왔다고 했다. 그가 가진 엄청난 돈주머니를 노렸던 것이다. 내 양심을 믿고 바구니를 풀어보지도, 세어보지도 않았다. 하느님께서 내 선한 뜻을 이루어주시고 우리 모두를 사법의 손아귀에서 구해주시길. 나는 바구니에 손대지 않았으며, 태어났을 때처럼 그대로다.
“어머님 말씀을 모두 믿습니다.” 모니포디오가 대답했다. “바구니는 그대로 두시고, 제가 곧 가서 내용물을 살펴보겠습니다. 늘 하던 대로 공정하게 나눠 갖도록 하죠.”
“아들아, 네 뜻대로 하려무나.” 노파가 대답했다. “시간이 늦었구나. 뭐 마실 게 있다면 한 모금 줘 보렴. 이 위장이 너무 허하구나.”
“어머니,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가난시오사의 친구인 에스칼란타가 물었다.
그녀는 바구니를 열어 두 아로바 정도의 포도주가 든 가죽 부대와 한 아숨브레 정도 들어갈 코르크 병을 꺼냈다. 에스칼란타는 그것을 경건한 노파에게 건넸다. 노파는 두 손으로 받아들고 거품을 불어 날린 뒤 말했다.
“많이 부었구나, 에스칼란타야. 하지만 하느님께서 힘을 주시리라.”
그녀는 입술에 대고 한 번에 코르크 병에서 위장으로 옮겼다. 그리고 말했다.
“과달카날산 포도주구나. 석고 맛도 나는 것 같아. 하느님께서 너를 위로하시길, 얘야. 나를 위로해 주었으니. 다만 해롭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침을 먹지 않았거든.”
“해롭지 않을 거예요, 어머니.” 모니포디오가 대답했다. “오래된 술이니까요.”
“그렇게 되길 바라며 성모님께 기도드리마.” 노파가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얘들아, 혹시 내 신심을 위한 초를 살 4분의 1 레알이라도 있니? 바구니 소식을 전하러 서두르다 보니 집에 돈주머니를 두고 왔구나.”
“제가 있어요, 피포타 할머니.” 가난시오사가 대답했다. “여기 4분의 1 레알 두 개 드릴게요. 하나로 저를 위해 성 미겔님께 초를 켜 주세요. 두 개 살 수 있다면 다른 하나는 성 블라스님께 켜 주세요. 그분들이 제 수호성인이거든요. 성 루시아님께도 하나 켜고 싶어요. 눈 때문에 그분께 기도하거든요. 하지만 잔돈이 없네요. 다음에 다 채워드릴게요.”
“잘 했다, 얘야.” 피포타가 말했다. “인색하지 말거라. 사람이 죽기 전에 자신의 앞에 초를 켜는 게 중요하단다. 상속인이나 유언 집행인이 켜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피포타 어머니 말씀이 옳아요.” 에스칼란타가 말했다.
그녀는 지갑에서 또 다른 4분의 1 레알을 꺼내 피포타에게 주며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유익하고 감사할 만한 성인들에게 두 개의 초를 더 켜달라고 부탁했다. 피포타는 떠나며 말했다.
“즐기거라, 얘들아. 젊을 때 시간이 있을 때 말이다. 늙으면 젊은 시절에 잃어버린 시간을 내가 지금 후회하듯 후회하게 될 테니. 기도할 때 나를 기억해 다오. 나도 너희들을 위해 기도하마. 하느님께서 우리의 위험한 일에서 우리를 지켜주시고 사법의 위협 없이 보존해 주시기를.”
그렇게 그녀는 떠났다.
노파가 떠나자 모두 거적 주위에 앉았다. 가난시오사는 보자기를 식탁보 삼아 펼쳤다. 바구니에서 먼저 꺼낸 것은 커다란 무 다발과 오렌지와 레몬 두 다스였다. 그 다음엔 튀긴 대구 조각이 가득 든 큰 냄비였다. 그리고 플랑드르 치즈 반쪽, 맛있는 올리브 한 단지, 새우 한 접시, 피망에 절인 케이퍼 듬뿍 곁들인 게 한 무더기, 간둘의 하얀 빵 세 개를 내놓았다. 아침 식사 인원은 14명 정도였고, 린코네테를 제외한 모두가 노란 손잡이 칼을 꺼냈다. 린코네테는 반쪽 검을 꺼냈다. 두 명의 늙은 베이예타 옷을 입은 사람과 안내인은 벌집 모양의 코르크로 술을 따랐다. 오렌지를 먹기 시작하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모두 크게 놀랐다. 모니포디오는 그들에게 진정하라고 하고 아래층 방으로 들어가 방패를 내리고 검에 손을 얹은 채 문으로 가서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십니까?”
밖에서 대답이 들렸다.
“저예요, 아무도 아닙니다, 모니포디오 님. 오늘 아침 경비를 서던 타가로테입니다. 훌리아나 라 카리하르타가 온몸이 헝클어지고 울면서 오고 있어요. 무슨 재난이라도 당한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자 모니포디오는 문을 열었다. 그는 타가로테에게 자리로 돌아가 앞으로 본 것을 알릴 때는 소란을 덜 피우라고 명령했다. 타가로테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카리하르타가 들어왔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같은 부류의 창녀였다. 그녀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에 멍이 가득한 채로 들어왔다. 안뜰에 들어서자마자 기절했다. 가난시오사와 에스칼란타가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들은 그녀의 가슴을 풀어헤치고 온몸이 멍들고 타박상 자국으로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그녀의 얼굴에 물을 뿌렸고, 그녀는 정신을 차리며 소리쳤다.
“하느님과 왕의 정의가 그 도둑놈, 그 비겁한 악당, 그 더러운 악당에게 내리기를! 내가 그를 교수대에서 구해준 횟수가 그의 수염 털보다 많다니! 불쌍한 나, 내 청춘과 내 인생의 꽃을 누구를 위해 잃고 썼단 말인가? 그 무정하고, 무자비하고, 악랄하고, 고칠 수 없는 악당을 위해서란 말인가?”
“진정하시오, 카리하르타.”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내가 여기 있소. 당신에게 정의를 베풀어 주겠소. 당신의 불평을 들려주시오. 당신이 말하는 것보다 내가 복수하는 게 더 빠를 것이오. 당신의 존경하는 사람과 뭔가 있었소? 그렇다면, 그리고 당신이 복수를 원한다면 입만 열면 돼요.”
“무슨 존경이요?” 훌리아나가 대답했다. “지옥에서나 존경받게 하세요, 그 양과 함께 있을 때는 양이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사자 같은 자를요. 그 자와 다시는 빵을 같이 먹거나 한 침대에서 자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이 살을 아디바스에게 먹히는 게 낫겠어요. 그 자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 보세요.”
그녀는 치마를 무릎까지,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올리며 멍 자국을 보여주었다.
“그 배은망덕한 레폴리도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 그녀는 계속했다. “그는 자기를 낳은 어미보다 내게 더 많은 빚을 지고 있어요. 왜 그랬을 것 같아요? 내가 무슨 이유를 줬을 것 같아요? 천만에요, 그저 그가 도박을 하다 잃고 있을 때 그의 심부름꾼 카브리야스를 통해 30 레알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난 20 레알밖에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넷이었는데, 내가 그토록 힘들게 벌어들인 돈이 내 죄를 용서받는 데 도움이 되길 하늘에 빕니다. 그리고 이 친절과 선행에 대한 대가로, 그는 내가 자기가 상상 속에서 계산한 것보다 돈을 빼돌렸다고 생각하고는 오늘 아침 왕의 과수원 뒤쪽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곳 올리브나무 사이에서 그는 나를 발가벗기고는 허리띠로, 쇠고리를 빼거나 접지도 않은 채로 – 그 쇠고리들이 악랄한 족쇄가 되어 그를 옭아매길 바란다 – 나를 너무나 심하게 때려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 진실한 이야기의 증인은 당신들이 보고 있는 이 멍 자국들이다.
여기서 그녀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고, 다시 정의를 요구했으며, 모니포디오와 그곳에 있던 모든 용감한 자들이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정의를 약속했다. 가난시오사가 나서서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장 귀중한 소지품 중 하나를 기꺼이 주겠다며, 자신의 연인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말했다. “자매 카리하르타여, 알고 있겠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를 때리고 벌한다는 것을. 이 악당들이 우리를 때리고 발로 찰 때, 그때 그들은 우리를 숭배하는 거야. 그렇지 않다면 내 말을 믿어줘. 레폴리도가 너를 벌하고 때린 후에 어떤 애정 표현도 하지 않았니?”
“어떤 애정 표현이라고?” 울먹이는 그녀가 대답했다. “수백 가지나 했어. 그는 자신의 집으로 나를 데려가려고 손가락 하나를 자르겠다고 했어. 그리고 나를 때려 놓고 나서는 거의 눈물을 흘릴 뻔했어.”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 가난시오사가 대답했다. “그는 너를 어떻게 만들어 놨는지 보고 슬퍼서 울었을 거야. 이런 남자들은 잘못을 저지르자마자 후회하게 되지. 넌 그가 우리가 여기서 떠나기 전에 너를 찾아와 용서를 구하고 지난 일에 대해 사과하며 어린 양처럼 네게 굴복하는 걸 보게 될 거야.”
“정말이지,”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그 겁쟁이 악당은 먼저 분명한 참회를 하지 않고서는 이 문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감히 카리하르타의 얼굴이나 살갗에 손을 대다니, 여기 있는 가난시오사와 청결함과 이익에서 견줄 만한 사람에게 말이다. 이보다 더 칭찬할 수는 없겠군.”
“아이고,” 이때 훌리아나가 말했다. “모니포디오 님, 제발 그 악당에 대해 나쁘게 말씀하지 마세요. 그가 아무리 나쁘다 해도 전 제 마음속 깊이 그를 사랑해요. 제 친구 가난시오사가 그를 변호하며 한 말들이 제 영혼을 다시 몸으로 돌려놓았어요. 사실 전 그를 찾으러 가고 싶어요.”
“그렇게 하지 마,” 가난시오사가 대답했다. “그러면 그가 더 오만해지고 넓어져서 너를 시체처럼 다룰 거야. 진정해, 자매야.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매우 후회하며 오는 걸 볼 거야. 그리고 오지 않으면 우리가 그에게 쓰디쓴 편지를 운문으로 써 보내겠어.”
“그래,” 카리하르타가 말했다. “난 그에게 쓸 말이 천 가지나 있어.”
“내가 필요할 때 비서 역할을 하지,”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그리고 비록 난 시인은 아니지만,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2천 구절의 시를 지을 수 있지. 그리고 잘 안 되면 내겐 시인인 이발사 친구가 있어서 언제든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줄 거야. 지금은 우리가 시작했던 아침 식사를 마무리하자. 나중에 모든 게 잘 될 거야.”
훌리아나는 상관의 말에 따르기로 했고, 모두 다시 즐겁게 식사를 시작했다. 곧 바구니 바닥이 보이고 가죽 주머니가 바닥났다. 노인들은 끝없이 마셨고, 젊은이들은 실컷 마셨으며, 아가씨들은 기도문처럼 마셨다. 노인들은 떠날 허락을 구했고 모니포디오는 즉시 허락했다. 그는 그들에게 공동체에 유용하고 적절한 모든 것들을 매우 정확하게 보고하라고 당부했다. 그들은 그것을 잘 명심하고 있다고 대답하고는 떠났다.
린코네테는 본래 호기심 많은 사람이었기에 먼저 용서와 허락을 구한 뒤 모니포디오에게 물었다. “저 두 분 노인 신사분들은 형제회에서 무슨 일을 하시나요?” 모니포디오는 그들을 자신들의 은어로 ‘아비스포네스’라고 부른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임무는 낮에 온 도시를 돌아다니며 밤에 어느 집을 털 수 있을지 살피고, 계약소나 조폐국에서 돈을 가져가는 사람들을 미행하여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심지어 어디에 돈을 보관하는지까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면 그 집 벽의 두께를 가늠해보고 도둑질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표시해 ‘구스파타로스'(구멍)를 만들어 쉽게 들어갈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그들은 형제회에서 가장 유용하거나 그만큼 유용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기술로 훔친 모든 것의 5분의 1을 그의 왕성처럼 가져간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매우 정직하고 훌륭한 사람들이며, 선한 삶과 명성을 가진 사람들로, 하나님과 그들의 양심을 두려워하여 매일 놀라운 헌신으로 미사를 듣는다고 말했다.
“그들 중에는 특히 지금 떠난 두 사람처럼 매우 공손한 사람들도 있어서, 우리의 규정에 따라 그들에게 주어야 할 몫보다 훨씬 적은 것에 만족하지. 우리에겐 다른 두 명의 ‘팔랑키네스'(짐꾼)도 있는데, 그들은 순식간에 집을 옮기기 때문에 도시의 모든 집의 출입구와 통로를 알고 있어. 어느 집이 이득이 될지, 어느 집이 그렇지 않을지 알고 있지.”
“그것 모두 정말 훌륭해 보입니다,” 린코네테가 말했다. “저도 이렇게 유명한 형제회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하늘은 항상 선한 의도를 돕지,”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이 대화 중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모니포디오가 나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대답이 들려왔다.
“문 좀 열어주세요, 모니포디오 님. 레폴리도예요.”
카리하르타가 이 목소리를 듣자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모니포디오 님, 제발 문을 열어주지 마세요. 저 타르페이아의 선원, 저 오카냐의 호랑이를 들이지 마세요.”
그러나 모니포디오는 이를 무시하고 레폴리도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카리하르타는 모니포디오가 문을 여는 것을 보자 일어나 방패가 있는 방으로 달려가 문을 닫고 안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저 쓸모없는 악당, 저 죄 없는 자들의 고문관, 순한 비둘기들을 놀라게 하는 자를 내 앞에서 치워주세요.”
마니페로와 치키스나케는 레폴리도를 붙잡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든 카리하르타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들이 막았다. 그래서 밖에서 소리쳤다.
“그만해, 내 사랑. 제발 진정해. 네가 결혼한 것처럼 평화롭게 지내자.”
“나와 결혼이라고, 이 악당아?” 카리하르타가 대답했다. “넌 그렇게 되길 바라겠지. 하지만 난 차라리 죽은 시체와 결혼하겠어, 너보다는 말이야.”
“자, 바보야,” 레폴리도가 대꾸했다. “이제 그만하자. 늦었어. 내가 그렇게 온순하게 말하고 이렇게 굴복해서 왔다고 해서 네가 으스대지 마. 내 분노가 종탑까지 치솟으면 재발이 발작보다 더 심각해질 테니까. 우리 모두 겸손해지자. 모두가 겸손해져서 악마에게 먹이를 주지 말자.”
“난 악마에게 저녁 식사도 주고 싶어,” 카리하르타가 말했다. “그래야 너를 데려가 내 눈에 다시는 띄지 않게 할 테니까.”
“내가 뭐라고 했지?” 레폴리도가 말했다. “맹세컨대, 트린케테 부인, 난 모든 걸 12로 나눌 참이야, 절대 팔리지 않더라도 말이야.”
이 말에 모니포디오가 끼어들었다.
“내 앞에서 이런 과도한 행동은 있을 수 없어. 카리하르타는 나올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협박이 아니라 내 사랑으로 인해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다툼은 화해할 때 더 큰 기쁨을 주지. 아, 훌리아나, 아가, 내 카리하르타! 나를 위해 나와 주렴. 내가 레폴리도가 무릎 꿇고 용서를 빌게 하마.”
“그가 그렇게 한다면,” 에스칼란타가 말했다. “우리 모두 그의 편이 되어 훌리아나에게 나오라고 부탁할 거야.”
“만약 이게 체면을 구기는 식의 항복이라면,” 레폴리도가 말했다. “나는 스위스 용병 부대 앞에서도 항복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카리하르타가 원한다면, 무릎을 꿇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를 위해 이마에 못을 박을 수도 있어.”
치키스나케와 마니페로가 이 말에 웃었고, 레폴리도는 자신을 조롱한다고 생각해 몹시 화를 냈다. 그는 분노에 차서 말했다.
“카리하르타가 나에 대해, 또는 내가 그녀에 대해 말한 것이나 앞으로 말할 것에 대해 웃거나 웃으려 생각하는 자는 누구든 거짓말쟁이이며, 내가 이미 말했듯이 웃거나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
치키스나케와 마니페로가 험악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자, 모니포디오는 큰 사고가 날 것을 직감하고 급히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말했다.
“더 이상 말다툼하지 마시오, 신사 여러분. 여기서 그만두고 이를 갈며 삭이시오. 지금까지 한 말들은 허리에도 닿지 않으니 아무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시오.”
“우리는 그런 경고를 듣거나 할 필요가 없소.” 치키스나케가 대답했다.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우리가 잘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었을 거요.”
“우리도 악기가 있소, 치키스나케.” 레폴리도가 응수했다. “필요하다면 방울도 잘 다룰 수 있소. 내가 이미 말했듯이 즐거워하는 자는 거짓말쟁이요. 다른 생각을 하는 자는 나를 따라오시오. 칼 한 자루만 있으면 내 말이 진실임을 증명하리다.”
그는 이 말과 함께 문 밖으로 나가려 했다.
카리하르타는 이 모든 것을 듣고 있다가 그가 화가 나서 나가려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잡아요, 가게 하지 마세요!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그가 화가 난 걸 못 보겠어요? 그는 용맹함에 있어서는 유다 마카레오 같은 사람이에요! 돌아와요, 내 눈의 영웅이여!”
그녀는 그에게 달려들어 망토를 세게 잡았고, 모니포디오도 함께 와서 그를 붙잡았다.
치키스나케와 마니페로는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가만히 서서 레폴리도가 어떻게 할지 지켜보았다. 레폴리도는 카리하르타와 모니포디오의 간청을 받고 돌아와 말했다.
“친구들은 절대로 친구들에게 괴로움을 주어서는 안 되며, 특히 친구들이 화난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들을 놀리지 말아야 해.”
“여기엔 다른 친구를 괴롭히거나 놀리려는 친구가 없소.” 마니페로가 대답했다. “우리는 모두 친구니, 친구들끼리 악수를 나눕시다.”
이에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여러분 모두 좋은 친구답게 말씀하셨소. 이제 친구로서 서로 악수를 나누시오.”
그들은 곧바로 악수했다. 에스칼란타는 나막신 하나를 벗어 마치 탬버린처럼 두드리기 시작했다. 가난시오사는 우연히 거기 있던 새 야자수 빗자루를 집어 들고 그것을 긁어 거칠고 쉰 소리를 냈지만, 나막신 소리와 어울렸다. 모니포디오는 접시를 깨뜨려 두 개의 조각을 만들어 두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빠르게 두드려 나막신과 빗자루에 맞춰 반주를 했다.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는 빗자루라는 새로운 악기 발명에 놀랐다. 마니페로가 이를 알아채고 그들에게 말했다.
“빗자루에 놀랐나? 그럴 만하지. 이보다 더 빠르고, 수고스럽지 않고, 저렴한 음악은 세상에 없을 거야. 실은 얼마 전에 한 대학생이 말하는 걸 들었는데, 지옥에서 에우리디케를 구해낸 오르페우스도, 돌고래를 타고 바다에서 나온 아리온도, 백 개의 문과 같은 수의 후문이 있는 도시를 만든 또 다른 위대한 음악가도 이렇게 배우기 쉽고, 연주하기 쉽고, 프렛도, 튜닝 핀도, 줄도 필요 없고, 조율할 필요도 없는 더 좋은 음악을 발명하지 못했다고 해. 그리고 맹세코, 이 도시의 한 신사가 이걸 발명했다는데, 그는 음악에 있어서는 자신이 헥터라고 자부한대.”
“그건 정말 믿을 만해요.” 린코네테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 음악가들이 노래하려는 것 같으니 들어봅시다. 가난시오사가 침을 뱉은 걸 보니 노래할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사실이었다. 모니포디오가 그녀에게 당시 유행하던 세기디야를 몇 곡 불러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일 먼저 노래를 시작한 것은 에스칼란타였다. 그녀는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노래했다.
“발렌시아 풍의 금발 세비야 남자로 인해
내 마음은 모두 불타버렸네.”
가난시오사가 이어 노래했다.
“초록빛 피부의 갈색 머리 남자로 인해
어느 정열적인 여자가 망가지지 않으랴?”
그리고 모니포디오는 접시 조각을 재빨리 두드리며 이렇게 노래했다.
“연인들이 다투다가 화해하면
분노가 클수록 기쁨도 더 크다네.”
카리하르타는 자신의 즐거움을 침묵 속에 묻어두고 싶지 않아 다른 나막신을 집어 들고 춤에 합류해 다른 이들과 함께 노래했다.
“그만, 화난 이여, 더 이상 때리지 마오.
잘 보면 당신 살을 때리는 것이오.”
“노래는 평범하게 하고,” 레폴리도가 이때 말했다. “과거사는 언급하지 말자고. 지난 일은 지나간 거야. 다른 길로 가자고. 그걸로 충분해.”
그들은 이렇게 시작한 노래를 쉽게 끝내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문을 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니포디오가 나가 누군지 확인하자 망을 보던 사람이 길 끝에 치안 판사가 나타났고 그 앞에는 중립적인 경찰관인 토르디요와 세르니칼로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듣고 모두 놀라 카리하르타와 에스칼란타는 나막신을 거꾸로 신었고, 가난시오사는 빗자루를 내려놓았으며, 모니포디오는 접시 조각을 떨어뜨렸다. 모든 음악이 멈추고 침묵이 흘렀다. 치키스나케는 말문이 막혔고, 레폴리도는 얼어붙었으며, 마니페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가 이쪽저쪽으로 흩어져 옥상과 지붕으로 올라가 다른 거리로 도망가려 했다. 갑자기 발사된 총이나 갑작스러운 천둥소리가 방심한 비둘기 무리를 놀라게 하듯이, 치안 판사와 그의 부하들이 온다는 소식은 그 모든 모인 무리와 좋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겁먹게 했다. 새내기인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만히 서서 이 갑작스러운 폭풍이 어떻게 끝날지 지켜보았다. 그 폭풍은 망을 보던 사람이 돌아와 치안 판사가 그냥 지나갔고 나쁜 의심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났다.
모니포디오가 이 말을 듣고 있을 때, 한 젊은 신사가 문에 도착했다. 그는 이른바 동네 차림이었다. 모니포디오는 그를 안으로 데려갔고 치키스나케, 마니페로, 레폴리도를 부르라고 명령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는 마당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모니포디오와 신사 사이에 오간 모든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최근에 도착한 기사와 함께 모니포디오는 그가 부탁한 일이 왜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는지 물었다. 모니포디오는 아직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일을 맡은 사람이 여기 있으니 잘 설명해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때 치키스나케가 내려왔고, 모니포디오는 그에게 14포인트짜리 칼질 주문을 완수했는지 물었다.
“어느 것 말입니까?” 치키스나케가 물었다. “사거리의 그 상인 말입니까?”
“그거야.” 기사가 말했다.
“그 일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치키스나케가 대답했다. “어젯밤 그의 집 문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그가 기도 시간 전에 왔고, 제가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살펴보니 너무 작아서 14포인트짜리 칼질은 절대 불가능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제 파괴… 아니 지시를 수행할 수 없어서…”
“지시라고 하셔야죠, 파괴가 아니라.” 기사가 말했다.
“그렇게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치키스나케가 대답했다. “그 좁고 작은 얼굴에 계획한 포인트를 넣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헛걸음하지 않으려고 그의 하인에게 칼질을 가했습니다. 확실히 큰 상처가 될 겁니다.”
“차라리 주인에게 7포인트짜리를 줬더라면, 하인에게 14포인트짜리를 주는 것보다 나았을 텐데.” 기사가 말했다. “어쨌든 내 주문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소. 하지만 상관없소. 계약금으로 준 30 두카트는 별로 아깝지 않소. 여러분께 작별 인사드리겠소.”
그는 모자를 벗고 떠나려 했지만, 모니포디오가 그가 입은 혼합 천 망토를 잡으며 말했다.
“잠깐만요. 약속을 지키셔야 합니다. 우리는 명예롭고 훌륭하게 우리 몫을 다했으니까요. 20 두카트가 부족합니다. 그 돈이나 그만한 가치의 물건을 주고 가셔야 합니다.”
“이걸 약속 이행이라고 하시나요?” 기사가 대답했다. “주인 대신 하인에게 칼질을 한 걸 말입니까?”
“이 양반 참 꼼꼼하시네!” 치키스나케가 말했다. “‘벨트란을 사랑하는 자는 그의 개도 사랑한다’는 속담도 모르시나 봐요.”
“그 속담이 여기에 어떻게 적용되죠?” 기사가 되물었다.
“‘벨트란을 미워하는 자는 그의 개도 미워한다’고 하는 것과 똑같지 않나요?” 치키스나케가 계속했다. “여기서 벨트란은 상인이고, 당신이 그를 미워하니, 그의 하인은 개와 같습니다. 개를 치면 벨트란을 치는 거고, 빚은 청산되어 바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체 말고 즉시 지불하십시오.”
“그 말이 정확해.” 모니포디오가 덧붙였다. “치키스나케, 자네가 한 말을 그대로 내 입에서 뺏어갔네. 그러니 나리, 종들과 친구들과 시비를 걸지 마시고 내 충고를 받아들여 일한 대가를 즉시 지불하시오. 만약 주인에게도 그의 얼굴이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칼질을 원하신다면, 이미 치료 중이라고 생각하시오.”
“그렇다면,” 젊은이가 대답했다. “기꺼이 둘 다 전액 지불하겠소.”
“그 점은 의심하지 마시오.”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치키스나케가 완벽하게 해낼 것이며, 마치 거기서 태어난 것처럼 보일 겁니다.”
“그런 보증과 약속이 있다면,” 기사가 대답했다. “이 목걸이를 밀린 20 두카트와 앞으로 있을 칼질에 대한 40 두카트의 보증금으로 받으시오. 1000 레알의 가치가 있으며, 아마도 저당 잡힐 수도 있을 겁니다. 곧 14포인트가 더 필요할 것 같군요.”
그는 목에서 작은 고리로 된 목걸이를 벗어 모니포디오에게 주었다. 모니포디오는 만져보고 무게를 재어 보니 가짜가 아님을 알았다. 그는 매우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받았다. 치키스나케가 그날 밤 안에 실행하기로 했다. 기사는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떠났고, 곧 모니포디오는 모든 부재중이거나 도망간 사람들을 불렀다. 모두 내려왔고, 모니포디오는 그들 가운데 서서 망토 안에 숨겨둔 메모장을 꺼내 린코네테에게 읽어달라고 주었다. 그는 읽을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린코네테가 열어보니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번 주에 할 칼질 목록
첫 번째는 사거리의 상인: 50 에스쿠도 가치. 30 에스쿠도를 선금으로 받음. 실행자: 치키스나케.
“다른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계속해서 ‘몽둥이질 목록’을 찾아보게.”
린코네테가 페이지를 넘기니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몽둥이질 목록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알팔파의 주막 주인에게 12대의 중요한 몽둥이질, 각 1 에스쿠도씩. 8대는 선금으로 받음. 기한 6일. 실행자: 마니페로.
“그 항목은 지울 수 있겠군요.” 마니페로가 말했다. “오늘 밤 그 일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더 있나, 아들?” 모니포디오가 물었다.
“네, 있습니다.” 린코네테가 대답했다.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별명이 ‘황금방울새’인 꼬부랑 재봉사에게 6대의 중요한 몽둥이질. 목걸이를 두고 간 여자의 요청으로. 실행자: 데스모차도.”
“데스모차도가 아직도 그 일을 하지 않았다니 놀랍군.”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기한이 이틀이나 지났는데 말이야. 틀림없이 몸이 좋지 않을 거야.”
“어제 그를 만났는데,” 마니페로가 말했다. “꼬부랑 재봉사가 아파서 은신해 있어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겠지.”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데스모차도가 훌륭한 일꾼이라 정당한 이유 없이는 약속을 어기지 않을 테니까. 더 있나, 아들?”
“없습니다, 선생님.” 린코네테가 대답했다.
“그럼 계속해서 ‘일반적인 모욕 목록’을 찾아보게.”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린코네테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고, 이렇게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모욕 목록: 유리병 던지기, 타르 바르기, 벽보 붙이기, 뿔 달기, 소동 일으키기, 가짜 칼부림, 소문 퍼뜨리기 등.
“그 아래에는 뭐라고 적혀 있나?” 모니포디오가 물었다.
“타르 바르기, 집…” 린코네테가 읽었다.
“집 주소는 읽지 마라.” 모니포디오가 말을 끊었다. “난 어디인지 알고 있다. 이 일은 내가 맡아서 하고 있고, 선금으로 4 에스쿠도를 받았다. 총액은 8이다.”
“그렇군요.” 린코네테가 말했다. “그게 여기 적혀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뿔 달기’라고 적혀 있습니다.”
“집 주소도 읽지 마라.”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모욕을 당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공개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지. 적어도 난 100개의 뿔과 100개의 벽보를 붙이는 게, 내 어머니에게라도 한 번 말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실행자는 나리게타입니다.” 린코네테가 말했다.
“그 일은 이미 끝났고 대가도 지불됐다.”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더 있나? 기억이 맞다면 20 에스쿠도짜리 소동이 있어야 할 텐데. 반은 선금으로 받았고, 실행자는 우리 모두다.”
“맞습니다.” 린코네테가 대답했다. “그 항목이 마지막입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달에 실제로 일어날 것이며, 한 글자도 틀림없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 도시에서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았던 가장 훌륭한 일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 책을 내게 주게, 젊은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이 일이 매우 쇠퇴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다른 시기가 올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신의 뜻 없이는 나뭇잎 하나 움직이지 않는 법이니, 우리가 누군가에게 강제로 복수하게 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각자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용감해지는 법이고,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대가를 치르려 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레폴리도가 이에 대답했다. “하지만 모니포디오 님, 우리에게 무엇을 명령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시간이 늦어지고 있고 더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모니포디오가 대답했다.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일요일까지는 움직이지 말아라. 우리는 이 같은 장소에서 다시 모일 것이고, 모인 것을 누구도 해치지 않고 나눌 것이다.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에게는 일요일까지 황금의 탑에서 시작해 알카사르의 뒷문까지 도시 외곽을 구역으로 준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재주로 앉아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보다 덜 능숙한 다른 이들이 매일 20레알 이상의 잔돈과 은화를 벌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것도 단 한 벌의 카드로 말이다. 그것도 4장이 부족한 카드로 말이다. 간추엘로가 너희에게 이 구역을 가르쳐 줄 것이다. 산 세바스티안과 산텔모까지 확장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곳은 순수한 정의의 영역이라 누구도 다른 이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그들에게 베풀어진 은혜에 감사하며 그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성실하고 충실하게, 모든 주의와 신중함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모니포디오는 망토 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거기에는 형제들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그는 린코네테에게 자신과 코르타디요의 이름을 그곳에 적으라고 했다. 하지만 잉크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종이를 주며 첫 번째 약국에 가서 적으라고 했다. 이렇게 적으라고 했다.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 형제: 수습 기간 없음. 린코네테는 꽃놀이, 코르타디요는 바호네.” 그리고 날짜와 월, 년도를 적되 부모와 고향은 생략하라고 했다.
그때 노련한 스파이 중 한 명이 들어와 말했다.
“방금 그라다스에서 말라가 출신의 로비요를 만났습니다. 그가 자신의 기술이 크게 향상되어 깨끗한 카드로 사탄에게서도 돈을 빼앗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여행으로 지쳐 있어 지금 등록하고 통상적인 복종을 표하러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요일에는 반드시 여기 올 것이라고 합니다.”
“나는 항상 이 로비요가 자신의 기술에서 독보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그는 이 일에 가장 적합하고 편안한 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직업에서 훌륭한 장인이 되려면, 그 직업을 익히는 데 필요한 재능만큼이나 그것을 연습하는 데 좋은 도구가 필요하다.”
노인은 계속해서 말했다. “또한 틴토레스 거리의 한 여관에서 성직자로 변장한 유대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두 명의 페루 사람들이 같은 집에 묵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는 그들과 작은 금액이라도 도박을 해보고 싶어 합니다. 거기서 큰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도 일요일에는 모임에 빠지지 않고 와서 자신의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합니다.”
“그 유대인도 대단한 사기꾼이지.”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그는 굉장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며칠 동안 그를 보지 못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맹세컨대, 만약 그가 행동을 고치지 않는다면 내가 그의 왕관을 벗겨버릴 것이다. 그 도둑놈은 터키인만큼이나 성직 서품을 받지 않았고, 내 어머니만큼이나 라틴어를 모른다. 더 새로운 소식이 있나?”
“제가 아는 한 없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좋아,” 모니포디오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이 보잘것없는 것을 받으시오.” 그는 모두에게 40레알을 나누어 주었다. “일요일에는 아무도 빠지지 말게. 그때까지 모은 것에서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네.”
모두가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레폴리도와 카리하르타, 에스칼란타와 마니페로, 가난시오사와 치키스나케가 다시 포옹을 나누었다. 그들은 그날 밤 일을 마친 후 피포타의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모니포디오도 그곳에 가서 빨래 바구니를 점검하고 타르 항목을 지우고 취소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를 포옹하고 축복을 내린 뒤 그들을 보냈다. 그는 그들에게 절대로 고정된 숙소나 거처를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것이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이다. 간추엘로는 그들의 자리를 가르쳐주기 위해 그들과 동행했다. 그는 그들에게 일요일에 빠지지 말라고 상기시켰다. 그가 알고 있고 생각하기에, 모니포디오가 그들의 기술에 관한 중요한 강의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떠났고, 두 동료는 그들이 본 것에 놀라워하며 남겨졌다.
린코네테는 비록 어렸지만 매우 총명했고, 좋은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면죄부 판매 일을 하면서 우아한 언어를 조금 익혔다. 그는 모니포디오와 그의 동료들, 그리고 축복받은 공동체가 사용한 단어들을 생각하며 크게 웃었다. 특히 ‘per modum suffragii’ 대신 ‘난파의 방식으로’라고 말하고, ‘훔친 것에서 나오는 놀라운 것’이라고 말한 것이 가장 우스웠다. 또한 카리하르타가 레폴리도를 ‘타르페이아의 선원이자 오카냐의 호랑이’라고 한 것도 우스웠다. 그녀는 히르카니아를 말하려 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수천 가지의 부적절한 표현들이 있었다. 특히 그에게 가장 웃긴 것은 24레알을 벌기 위해 겪은 고생을 하늘이 그의 죄를 대신 갚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그들이 가진 안전감과 자신감이었다. 그들은 도둑질과 살인, 신에 대한 모욕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기도를 게을리하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또한 훔친 빨래 바구니를 집에 숨겨두고 성상들 앞에 밀초를 켜러 가는 피포타라는 좋은 노파를 보고 웃었다. 그녀는 그렇게 하면 옷을 입은 채로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니포디오에 대한 모든 사람들의 복종과 존경에도 놀랐다. 모니포디오는 야만적이고 무식하며 냉혹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읽은 메모장의 내용과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비야라는 유명한 도시에 이렇게 해로운 사람들이 거의 공개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허용하는 정의가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동료에게 이렇게 잃어버린, 불안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오래 지속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의 젊음과 경험 부족으로 인해 그는 몇 달 더 그 생활을 계속했다. 그 기간 동안 그에게 일어난 일들은 더 긴 이야기를 필요로 하므로, 다른 기회에 그의 삶과 기적들, 그리고 그의 스승 모니포디오와 다른 명예로운 아카데미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하겠다. 이 모든 것들은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며, 그것들을 읽는 사람들에게 예시와 경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아가씨
영국인들이 카디스 시에서 약탈한 전리품 중에는 클로탈도라는 영국 기사가 있었다. 그는 함대의 선장으로, 7살 정도 된 어린 소녀를 런던으로 데려갔다. 이는 에섹스 백작의 의지와 지식에 반하는 것이었다. 백작은 부모가 자신 앞에서 딸의 실종을 호소하며 딸을 돌려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그 소녀를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는 부모에게 딸을 찾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콘데는 재산만 빼앗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두었다. 그들은 가난해졌지만 적어도 딸을 잃지 않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 딸은 그들의 눈의 빛이자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였다.
콘데는 아이를 데려간 자는 누구든 사형에 처하겠다는 포고를 함대 전체에 내렸다. 하지만 어떤 형벌이나 위협도 클로탈도가 명령을 따르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이사벨라라는 이름의 소녀를 배에 숨겨두었다. 그는 기독교인답게 이사벨라의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이다. 결국 부모는 딸 없이 슬프고 절망적인 상태로 남겨졌고, 클로탈도는 매우 기뻐하며 런던에 도착해 아내에게 아름다운 소녀를 귀중한 전리품으로 넘겼다.
다행히 클로탈도의 집 사람들은 모두 비밀리에 가톨릭 신자였다. 겉으로는 여왕의 종교를 따르는 척했지만 말이다. 클로탈도에게는 리카레도라는 12살 된 아들이 있었다. 부모는 그에게 신을 사랑하고 두려워하며 가톨릭 신앙의 진리를 굳건히 지키도록 가르쳤다. 클로탈도의 아내 카탈리나는 고귀하고 기독교적이며 현명한 부인이었다. 그녀는 이사벨라를 너무나 사랑해 마치 자신의 딸인 양 키우고 귀여워하며 가르쳤다. 소녀는 천성이 좋아 배우는 것마다 쉽게 익혔다.
시간이 흐르고 보살핌을 받으며 이사벨라는 진짜 부모가 해준 것들을 점점 잊어갔다. 하지만 그들을 완전히 잊지는 못했고 종종 그리워하며 한숨 지었다. 영어를 배우면서도 스페인어를 잃지 않았는데, 클로탈도가 조심스럽게 스페인 사람들을 집에 데려와 그녀와 대화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이사벨라는 자신의 언어를 잊지 않으면서도 마치 런던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영어를 구사했다.
그들은 이사벨라에게 고귀한 가문의 처녀가 알고 해야 할 모든 것을 가르쳤다. 그리고 읽고 쓰는 것도 평균 이상으로 가르쳤다. 하지만 그녀가 특히 뛰어났던 것은 여성이 다룰 수 있는 모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완벽한 음악성으로 악기를 연주했고, 하늘이 내린 놀라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녀가 노래할 때면 모두가 황홀해졌다.
이렇게 타고난 재능에 후천적으로 얻은 재능까지 더해져 리카레도의 가슴에 서서히 불을 지폈다. 이사벨라는 주인의 아들인 그를 사랑하고 섬겼다. 처음에는 그저 이사벨라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보고 기쁘고 즐거워하는 정도였다. 그녀의 무한한 미덕과 재능을 생각하며 마치 여동생을 사랑하듯 품위 있고 덕스러운 범위 내에서 사랑했다. 하지만 이사벨라가 자라나 리카레도가 불타오를 무렵 12살이 되자, 그 첫 번째 호의와 그녀를 바라보는 기쁨과 즐거움은 그녀를 즐기고 소유하고 싶은 뜨거운 욕망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는 오직 결혼을 통해서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 이사벨라(그들은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의 비할 데 없는 정숙함으로 인해 다른 것은 기대할 수 없었고, 그 자신도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의 고귀한 성품과 이사벨라에 대한 존경심으로 인해 어떤 나쁜 생각도 그의 영혼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리카레도는 수없이 부모에게 자신의 뜻을 밝히려 했지만, 그때마다 결심을 번복했다. 그는 부모가 자신을 매우 부유하고 고귀한 스코틀랜드 처녀와 결혼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처녀 역시 그들처럼 비밀리에 기독교 신자였다. 리카레도는 부모가 노예(이사벨라를 이렇게 부를 수 있다면)에게 이미 약속한 귀부인에게 줄 것을 주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우유부단하고 생각에 잠긴 채, 자신의 선한 소망을 이룰 길을 찾지 못한 채 삶을 살았다. 그는 거의 목숨을 잃을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자신의 병을 치료할 어떤 방법도 시도해보지 않고 죽는 것은 큰 비겁함이라고 생각한 리카레도는 용기를 내어 이사벨라에게 자신의 뜻을 밝히기로 했다. 집안 모두가 리카레도의 병 때문에 슬퍼하고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모든 이의 사랑을 받았고, 특히 부모는 그가 유일한 아들이고 그의 큰 미덕과 가치, 그리고 총명함 때문에 극진히 사랑했다. 의사들은 그의 병을 진단하지 못했고, 그 자신도 병을 밝히려 하지 않았다.
마침내 리카레도는 상상 속의 어려움들을 뚫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이사벨라가 그를 돌보러 들어왔을 때, 그녀가 혼자인 것을 보고 약한 목소리와 더듬거리는 혀로 말했다.
“아름다운 이사벨라여, 그대의 가치와 위대한 미덕과 아름다움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소.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의 손아귀에서 목숨을 잃게 하고 싶지 않다면, 그대의 마음이 내 선한 소망에 응답해주시오. 나는 단지 부모 몰래 그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을 뿐이오. 나는 부모님이 그대의 가치를 내가 아는 만큼 알지 못해 내게 너무나 중요한 행복을 거부할까 두렵소. 만약 그대가 나의 아내가 되겠다고 약속한다면, 나는 지금 당장 진정하고 가톨릭 기독교인으로서 그대의 것이 되겠다고 맹세하겠소. 비록 교회와 부모의 축복 없이는 그대를 즐길 수 없겠지만, 그대가 안전하게 나의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게 건강을 주고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해줄 것이오.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순간이 올 때까지 말이오.”
리카레도가 이 말을 하는 동안 이사벨라는 그를 주의 깊게 들으며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정숙함이 그녀의 아름다움과 똑같이 위대하고, 그녀의 신중함이 그녀의 총명함과 같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리카레도가 말을 마치자 그녀는 정숙하고 아름답고 현명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리카레도 님, 하늘의 엄격함인지 자비인지 모르겠지만(저는 어느 극단에 귀속시켜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부모님을 빼앗고 당신의 부모님을 주셨을 때, 저는 당신 부모님의 무한한 은혜에 감사드리며 제 의지가 결코 그분들의 의지를 벗어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동의 없이는 어떤 행운도 좋은 것이 아니라 나쁜 것으로 여기겠습니다. 만약 그분들의 지혜로 제가 당신을 받아들일 만큼 운이 좋다면, 지금 당신에게 그분들이 주실 의지를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혹은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제 소망이 당신에게 선한 것을 영원히 순수하게 바랄 것이라는 사실이 당신의 욕망을 달래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사벨라는 여기서 입을 다물었고, 그녀의 정직하고 신중한 말에 리카레도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의 영혼에는 놀라움이 솟아났다. 두 사람은 예의 바르게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리카레도는 눈물을 흘리며, 이사벨라는 리카레도의 사랑에 그토록 굴복한 그의 영혼을 보고 놀라워하며 말이다.
리카레도는 침대에서 일어나 부모님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기적으로 여겼다. 리카레도는 더 이상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어느 날 어머니에게 긴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에 이사벨라와 결혼시켜주지 않으면 그녀를 거절하는 것과 그에게 죽음을 주는 것이 같다고 말했다. 리카레도는 이사벨라의 미덕을 하늘까지 치켜세워 어머니에게 이야기했고, 어머니는 이사벨라가 아들을 남편으로 얻는 데 속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아버지를 설득하겠다는 좋은 희망을 주었고, 실제로 그랬다. 어머니는 남편에게 아들이 자신에게 한 말을 그대로 전했고, 쉽게 남편의 마음을 움직여 아들이 그토록 원하는 것에 동의하게 했다. 스코틀랜드 처녀와 거의 약속된 결혼을 막을 구실도 만들어냈다.
이 시기에 이사벨라는 14살이었고 리카레도는 20살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어리고 꽃다운 나이였지만, 그들의 큰 분별력과 인정받은 지혜로 인해 노인들처럼 여겨졌다.
리카레도의 부모가 아들이 결혼의 신성한 멍에를 지도록 하기로 한 날까지 4일이 남았다.
결혼을 하기로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현명하고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여겼다. 포로였던 그녀를 며느리로 선택한 것에 대해, 그녀의 덕성이라는 지참금을 스코틀랜드 여인이 가져올 많은 재산보다 더 가치 있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혼수도 준비되었고 친척들과 친구들도 초대되었다. 이제 왕비에게 이 약속을 알리는 일만 남았다. 왕실의 혈통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왕비의 의지와 동의 없이는 어떤 결혼도 이루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허락을 받는 데 의심을 품지 않았고, 그래서 허락을 요청하는 것을 미루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이런 상태였고 결혼식까지 4일밖에 남지 않았을 때, 어느 날 오후 그들의 기쁨을 모두 망쳐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왕비의 신하 한 명이 클로탈도에게 전갈을 전했다. 왕비께서 내일 아침 카디스 출신의 스페인 포로 소녀를 데려오라고 명하셨다는 것이었다. 클로탈도는 기꺼이 왕비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대답했다. 신하는 떠났고, 모든 이의 가슴에 불안과 공포를 남겼다.
“아, 카탈리나 부인이 말했다. 만약 왕비께서 내가 이 아이를 가톨릭 신자로 키웠다는 걸 아신다면, 이 집의 우리 모두가 기독교인이라고 추론하실 거예요! 그리고 만약 왕비께서 포로로 지낸 8년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물으신다면, 아무리 영리하다 해도 우리를 고발하지 않고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겠어요?”
이사벨라는 이 말을 듣고 대답했다.
“제 부인,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는 하늘이 그 순간 신의 자비로 말씀을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 말씀들은 당신들을 고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당신들에게 이로울 것입니다.”
리카레도는 거의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듯 떨고 있었다. 클로탈도는 그의 큰 두려움을 달래줄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찾지 못했다. 오직 하느님에 대한 큰 믿음과 이사벨라의 분별력에서만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이사벨라에게 어떻게든 그들을 가톨릭 신자라고 고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들의 영혼은 순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약한 육신은 그 쓰라린 길을 피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이사벨라는 그들이 두려워하고 의심하는 일이 자신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번 안심시켰다. 그녀는 그때 어떤 질문을 받게 될지 알지 못했지만, 전에 말했듯이 그녀의 대답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실하고 생생한 희망이 있었다.
그들은 그날 밤 여러 가지 일을 논의했다. 특히 만약 왕비가 그들이 가톨릭 신자라는 걸 알고 있다면 그렇게 온화한 전갈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왕비는 단지 이사벨라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추론했다. 이사벨라의 비길 데 없는 아름다움과 재능이 도시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졌듯이 왕비의 귀에도 들어갔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사벨라를 왕비께 바로 데려가지 않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그들은 이사벨라를 자신들의 아들 리카레도의 아내로 선택하고 지목했다고 말함으로써 이 잘못을 변명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들은 왕비의 허락 없이 결혼을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이 죄는 큰 벌을 받을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그들은 위안을 얻었고, 이사벨라가 포로의 모습이 아니라 신부의 모습으로 가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그녀는 그들의 아들과 같은 고귀한 신랑의 아내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다음날 그들은 이사벨라를 스페인 스타일로 차려 입혔다. 초록색 새틴 드레스에 금실로 짠 고급 천을 안감으로 대고, 진주로 만든 S자 모양의 장식으로 슬래시를 고정했으며, 온통 값비싼 진주로 수놓았다. 목걸이와 허리띠는 다이아몬드로 장식했고, 스페인 귀부인들이 쓰는 부채도 들렸다. 그녀의 풍성하고 긴 금발 머리카락에는 다이아몬드와 진주를 엮어 머리 장식을 했다. 이렇게 매우 값비싼 장신구와 우아한 자태, 그리고 놀라운 아름다움으로 꾸민 그녀는 그날 화려한 마차를 타고 런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를 보는 모든 사람들의 영혼과 눈길을 사로잡았다. 클로탈도와 그의 아내, 그리고 리카레도가 마차에 함께 탔고, 많은 고귀한 친척들이 말을 타고 따라갔다. 클로탈도는 왕비가 그의 포로를 아들의 아내로 대우하도록 하기 위해 이 모든 영예를 그의 포로에게 베풀었다.
그들은 궁전에 도착했고, 왕비가 있는 큰 홀로 들어갔다. 이사벨라가 들어오자 인간의 상상력이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홀은 크고 넓었다. 두 걸음 정도 들어가자 일행이 멈추었고 이사벨라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혼자 남겨지자 맑고 고요한 밤에 불꽃의 영역을 지나는 별이나 유성처럼 보였다. 또는 날이 밝을 때 두 산 사이로 보이는 태양 광선처럼 보였다. 이 모든 것처럼 보였고, 심지어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불태운 혜성처럼 보였다. 사랑이 이사벨라의 아름다운 눈동자의 광선으로 그들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겸손과 예의를 갖추고 왕비 앞에 무릎을 꿇고 영어로 말했다.
“폐하께서 이 종에게 손을 내밀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부터 저는 폐하의 위대함을 뵙는 행운을 얻었기에 제 자신을 주인으로 여기겠습니다.”
왕비는 한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시녀에게 말한 바와 같이, 그녀 앞에 별이 빛나는 하늘이 있는 것 같았다. 그 별들은 이사벨라가 달고 있는 많은 진주와 다이아몬드였고,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과 눈은 태양과 달이었으며, 그녀 전체가 새로운 아름다움의 경이로움이었다. 왕비와 함께 있던 귀부인들은 모두 눈이 되고 싶어 했다. 이사벨라에서 볼 것이 없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그녀의 눈동자의 생기를, 어떤 이는 얼굴 빛을, 어떤 이는 몸매를, 어떤 이는 말의 달콤함을 칭찬했다. 심지어 순수한 질투심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스페인 여자는 괜찮지만,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왕비의 침묵이 한동안 지속된 후, 그녀는 이사벨라를 일어나게 하고 말했다.
“아가씨, 스페인어로 말해주세요. 저는 스페인어를 잘 알아듣고 즐깁니다.”
그리고 클로탈도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클로탈도, 당신은 이 보물을 이렇게 오랫동안 제게 숨겨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귀중해서 당신을 탐욕스럽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당신은 그것을 제게 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은 법적으로 제 것이기 때문입니다.”
“폐하,” 클로탈도가 대답했다.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은 매우 사실입니다. 제 잘못을 인정합니다. 이 보물이 폐하의 눈앞에 나타날 만큼 완벽해지기를 기다렸다면 그것이 제 변명이 될 것입니다. 이제 그렇게 되었으니 더 나아진 모습으로 가져오려고 했습니다. 폐하께 이사벨라가 제 아들 리카레도의 아내가 되도록 허락을 구하고, 그 둘을 통해 제가 폐하께 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이름까지 마음에 들어요,” 왕비가 대답했다. “이사벨라 라 에스파뇰라(스페인의 이사벨라)라는 이름이 있었다면 그녀에게 바랄 수 있는 완벽함은 모두 갖추어졌을 거예요. 하지만 클로탈도, 제 허락 없이 그녀를 당신 아들과 약혼시켰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것은 사실입니다, 폐하,” 클로탈도가 대답했다. “하지만 저와 제 선조들이 이 왕관에 해온 많은 중요한 봉사가 이보다 더 어려운 허락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제 아들은 아직 약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사벨라와 약혼하지도 않을 겁니다,” 왕비가 말했다. “그가 스스로 그럴 자격이 있음을 증명할 때까지요. 제 말뜻은 당신이나 당신 선조들의 봉사가 이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그는 스스로 저를 섬기고, 스스로 이 보물을 얻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그런 불행은 오히려 행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하. 전하께서 저를 딸이라 부르셨으니, 그 은혜로 어떤 악도 두렵지 않고 어떤 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사벨라는 우아하고 재치 있게 말했다. 여왕은 그녀에게 크게 호감을 느껴 자신의 시중을 들게 하기로 했다. 그녀를 시녀장에게 맡겨 궁정의 예법을 가르치도록 했다.
리카레도는 이사벨라를 빼앗긴 것 같아 정신이 아찔했다. 그는 떨리는 몸으로 여왕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전하를 모시는 데는 다른 보상이 필요치 않습니다. 저의 부모와 선조들이 역대 왕들을 모신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새로운 의무와 목표로 섬기라 하시니, 어떤 방식으로 전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알려주십시오.”
여왕이 대답했다. “두 척의 해적선이 출항 준비 중이오. 내가 랜삭 남작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했소. 그중 한 척의 선장으로 당신을 임명하오. 당신의 혈통이 나이의 부족함을 채워줄 것이오. 내가 베푸는 은혜를 명심하시오. 당신의 출신에 걸맞게 여왕을 섬기며 재능과 용기를 보여줄 기회를 주는 것이오. 그렇게 해서 당신이 가장 바라는 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나 자신이 이사벨라를 보호하겠소. 그녀의 정숙함이 가장 훌륭한 보호자가 될 것 같지만 말이오. 하느님과 함께 가시오. 당신이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오. 사랑에 빠진 1만 명의 군사가 있다면 어떤 왕이라도 행복할 것이오. 승리의 대가로 연인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말이오. 일어나시오, 리카레도. 이사벨라에게 할 말이 있다면 하시오. 내일 출항해야 하오.”
리카레도는 여왕의 손에 입을 맞추며 그 은혜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사벨라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말을 하려 했지만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는 최선을 다해 숨기려 했다. 하지만 여왕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여왕이 말했다. “리카레도, 울어도 부끄러워하지 마시오. 이런 순간에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약하다고 여기지 마시오. 적과 싸우는 것과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것은 다른 일이오. 이사벨라, 리카레도를 안아주고 축복해 주시오. 그의 슬픔을 위로할 만하오.”
이사벨라는 리카레도의 겸손함과 슬픔에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를 약혼자처럼 사랑했기에 여왕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무의식중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마치 알라바스터 조각상이 우는 것 같았다. 두 연인의 이렇게 애틋하고 사랑 넘치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도 눈물을 흘렸다. 리카레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이사벨라에게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클로탈도와 일행들이 여왕에게 절을 하고 눈물과 연민으로 가득 찬 채 방을 나갔다.
이사벨라는 부모를 막 묻은 고아처럼 남겨졌다. 새 주인이 첫 주인이 가르친 습관을 바꾸려 할까 봐 두려워했다. 결국 그녀는 남게 되었고, 이틀 후 리카레도는 출항했다. 그는 두 가지 생각으로 괴로워했다. 하나는 이사벨라에게 어울리는 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칼을 뽑지 않겠다는 결심과 충돌한다는 것이었다. 칼을 뽑지 않으면 기독교도나 겁쟁이로 여겨져 그의 삶과 목표에 해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연인으로서의 욕망이 가톨릭 신자로서의 욕망을 이겼다. 그는 마음속으로 하늘에 용감하면서도 기독교도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해서 여왕을 만족시키고 이사벨라를 얻고자 했다.
두 척의 배는 6일 동안 순조롭게 항해했다. 그들은 테르세이라 제도로 향했다. 그곳에는 항상 동인도에서 오는 포르투갈 배나 서인도에서 표류한 배들이 있었다. 6일째 되는 날, 대서양에서는 시로코라 부르는 강한 남동풍이 불어닥쳤다. 바람이 너무 세고 오래 불어 섬에 정박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스페인으로 향했다. 지브롤터 해협 입구 근처에서 그들은 세 척의 배를 발견했다. 하나는 크고 강력했고 나머지 두 척은 작았다. 리카레도의 배가 사령선에 접근해 장군의 의향을 물으려 했다. 그러나 가까이 가기도 전에 대형선의 주돛대에 검은 깃발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곧 우울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장군이나 배의 중요 인물이 죽었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이 충격적인 상황에서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사령선에서 리카레도 선장에게 건너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전날 밤 장군이 뇌졸중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모두가 슬퍼했지만 리카레도는 기뻐했다. 장군의 죽음을 기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두 배의 지휘권을 갖게 되어서였다. 여왕의 명령에 따라 장군이 없을 경우 리카레도가 지휘를 맡게 되어 있었다.
리카레도는 재빨리 사령선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일부는 죽은 장군을 애도하고 다른 이들은 산 지휘관을 환영했다. 결국 모두가 그에게 복종을 맹세했고 간단한 의식으로 그를 새 지휘관으로 추대했다. 발견한 세 척의 배 중 두 척이 대형선에서 떨어져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긴 의식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곧 그 배들이 터키 갤리선임을 알아챘다. 리카레도는 기뻐했다. 하늘이 허락한다면 이 전리품으로 가톨릭 교도를 해치지 않고도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척의 터키 갤리선이 영국 배를 알아보려고 다가왔다. 영국 배들은 스페인 국기를 달고 있었는데, 이는 그들을 해적선으로 오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터키인들은 그 배들이 인도에서 표류한 배라고 생각하고 쉽게 항복시킬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들은 천천히 접근했고, 리카레도는 의도적으로 그들이 포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는 적절한 순간에 포를 쏘라고 명령했다. 다섯 발의 포탄이 한 갤리선의 중앙을 강타해 배를 반으로 갈랐다. 배는 곧 기울어지며 침몰하기 시작했다.
다른 갤리선은 동료 선박의 비극적인 운명을 보고 서둘러 구조 로프를 던졌다. 그들은 침몰하는 배를 큰 배 옆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리카레도는 신속하고 민첩한 선원들을 대기시켰다. 그들은 오가며 적을 공격했다. 결국 터키인들은 저항할 수 없었고 두 척의 갤리선을 모두 빼앗겼다.
리카레도는 마치 그들이 노를 가진 것처럼 포격을 재개하며 그들을 배까지 쫓아갔고, 무수한 탄환이 그들 위로 쏟아졌다.
갤리선의 사람들은 배에 도착하자마자 배를 버리고 서둘러 급히 큰 배로 피신하려 했다. 리카레도는 이를 보고 무사한 갤리선이 항복한 갤리선을 점령하는 것을 보자, 두 척의 배로 그 갤리선을 공격했다. 갤리선이 노를 사용하거나 회전할 틈을 주지 않고 갤리선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터키인들도 마찬가지로 목숨을 구하기 위해 큰 배로 도망갔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서 방어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함이었다.
갤리선에 타고 있던 기독교인들은 사슬을 끊고 쇠사슬을 부수며 터키인들과 뒤섞여 배로 피신했다. 그들이 배 측면을 타고 오르자 영국 배의 총병들이 과녁을 향해 쏘듯 그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 하지만 터키인들만 겨냥했고 기독교인들은 쏘지 말라고 리카레도가 명령했다. 이렇게 대부분의 터키인들이 죽었고, 배에 올라탄 자들은 그들과 섞인 기독교인들에 의해 그들의 무기를 이용해 갈기갈기 찢겼다. 쓰러진 강자의 힘은 일어선 약자에게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영국 배가 스페인 배라고 생각한 기독교인들에게 용기를 주어 그들의 자유를 위해 놀라운 일을 해냈다.
마침내 거의 모든 터키인들이 죽자 몇몇 스페인 사람들이 배에 올라 스페인 사람이라 생각한 그들을 큰 소리로 불러 승리의 보상을 즐기러 들어오라고 했다.
리카레도가 스페인어로 “이 배가 무슨 배요?”라고 물었다.
그들은 포르투갈령 인도에서 온 향신료를 싣고 온 배로, 수백만 금화 가치의 진주와 다이아몬드를 싣고 있다고 대답했다. 폭풍우로 이곳에 표류해 왔고 대포는 바다에 버렸으며, 병들고 거의 죽어가는 사람들은 목마름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날 아르나우테 마미의 두 척의 갤리선에 의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항복당했다고 했다. 그들이 들은 바로는 너무 많은 재물을 두 척의 배에 옮길 수 없어서 라라체 강 어귀로 끌고 가려 했다고 한다.
리카레도는 그들에게 이 두 척의 배가 스페인 배가 아니라 영국 여왕 폐하의 배라고 대답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생각에 잠기고 두려워했다. 당연히 생각했듯이 한 함정에서 다른 함정으로 빠졌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카레도는 그들에게 어떤 해도 입지 않을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고 자유를 보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저항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였다.
“저항할 수도 없습니다.”라고 그들이 대답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배에는 대포도 없고 우리에겐 무기도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장군님의 관대함과 자비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터키인들의 참을 수 없는 포로 생활에서 우리를 구해주신 분이 이 큰 자비와 은혜를 계속 베풀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기억할 만한 승리와 그분의 관대함에 대한 소식이 전해질 무수한 곳에서 그분을 유명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카레도는 스페인 사람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여겼다. 그는 자신의 배의 사람들을 불러 모아 어떻게 하면 모든 기독교인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스페인으로 보낼 수 있을지 물었다. 만약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어 봉기할 경우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몇몇은 그들을 한 명씩 자신의 배로 데려와 갑판 아래로 들어가게 한 뒤 죽이자는 의견을 냈다. 이렇게 하면 모두를 죽이고 큰 배를 런던으로 아무 걱정 없이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리카레도가 대답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큰 은혜를 베풀어 주셨으니, 나는 잔인하고 배은망덕한 마음으로 그에 보답하고 싶지 않소. 내가 지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칼로 해결하고 싶지 않소. 그래서 나는 어떤 가톨릭 기독교인도 죽이지 말자는 의견이오. 그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매우 사랑하기 때문이오. 나는 오늘의 이 위업이 우리에게 용감하다는 이름과 함께 잔인하다는 오명을 주지 않기를 바라오. 잔인함은 결코 용기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배 중 하나의 모든 대포를 큰 포르투갈 배로 옮기는 것이오. 우리 배에는 다른 무기나 식량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배를 우리 사람들과 떨어뜨리지 않은 채 영국으로 데려가는 것이오. 스페인 사람들은 스페인으로 갈 수 있을 것이오.”
아무도 리카레도의 제안에 감히 반대하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그를 용감하고 관대하며 현명하다고 여겼고, 다른 이들은 마음속으로 그가 너무 가톨릭적이라고 판단했다. 리카레도는 이 결정을 내리고 50명의 화승총병과 함께 포르투갈 배로 옮겨갔다. 모두 경계 태세를 취하고 도화선에 불을 붙인 채였다. 그는 배에서 갤리선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포함해 거의 300명을 발견했다. 그는 즉시 배의 등록부를 요구했고, 그에게 처음 말을 건넸던 바로 그 사람이 해적선 선장이 등록부를 가져갔는데 그 선장은 배와 함께 침몰했다고 대답했다. 리카레도는 즉시 도르래를 준비하게 하고 두 번째 배를 큰 배에 접근시켜 놀라운 속도와 엄청난 힘의 도르래로 작은 배의 대포를 큰 배로 옮겼다. 그런 다음 기독교인들에게 짧게 연설을 하고 무장 해제된 배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그곳에는 한 달 이상, 더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이 있었다. 그들이 승선할 때 각자에게 4스페인 금화를 주어 육지에 도착했을 때 당장의 필요를 해결할 수 있게 했다. 육지는 아주 가까워서 아빌라와 칼페의 높은 산이 그곳에서 보일 정도였다.
모두가 그의 자비에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승선하려던 사람, 다른 이들을 대신해 말했던 그 사람이 리카레도에게 말했다.
“용감한 기사님, 당신이 나를 영국으로 데려가는 것이 스페인으로 보내는 것보다 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스페인이 내 조국이지만, 내가 떠난 지 겨우 6일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슬픔과 고독의 기회 외에는 아무것도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15년 전 카디스가 함락되었을 때 제가 딸 하나를 잃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영국인들이 그 아이를 영국으로 데려갔을 것입니다. 그 아이와 함께 나는 노년의 안식과 눈의 빛을 잃었습니다. 그 후로 그 아이를 보지 못했기에, 내 눈은 결코 즐거운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딸을 잃은 큰 슬픔과 재산의 상실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상업에 종사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상업 활동으로 인해 내가 그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이라는 평판을 얻었었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신용 거래액이 수십만 에스쿠도에 달했고, 집 안의 재산만 해도 5만 두카트 이상이었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딸만 잃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잃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전반적인 불행과 나의 특별한 불행 이후, 궁핍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저항할 수 없게 되자 아내와 나는 (저기 슬프게 앉아있는 그녀입니다) 인디아스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곳은 가난한 귀족들의 일반적인 피난처입니다. 6일 전 우리는 카디스에서 통보선에 승선했고, 카디스를 출항할 때 이 두 척의 해적선이 우리 배를 포위하여 포로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불행은 새롭게 되살아났고 우리의 불운은 확인되었습니다.”
불행이었다. 만약 해적들이 그 포르투갈 배를 나포하지 않았다면 더 큰 불행이 되었을 것이다. 해적들은 그가 본 일이 일어날 때까지 그들을 붙잡아 두었다.
리카레도는 그의 딸 이름을 물었다. 그는 이사벨이라고 대답했다.
이로써 리카레도는 자신이 의심했던 바를 확신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이 그의 연인 이사벨라의 아버지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사벨라에 대한 소식을 전하지 않은 채, 그와 그의 아내를 런던으로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그들이 찾는 사람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그들을 즉시 자신의 기함으로 옮기도록 했고, 포르투갈 배에는 충분한 선원과 경비병을 배치했다. 그날 밤 그들은 닻을 올리고 스페인 해안에서 멀어지기 위해 전속력으로 항해했다. 왜냐하면 석방된 포로들을 실은 배(그 중에는 리카레도가 해방시킨 20명의 터키인도 있었는데, 이는 그가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선한 본성과 관대한 정신으로 인해 자유를 주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가 스페인 사람들에게 첫 기회에 터키인들을 완전히 석방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터키인들 역시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순조롭고 오래 지속될 것 같던 바람이 조금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 잠잠함은 영국인들 사이에 큰 두려움의 폭풍을 일으켰다. 그들은 리카레도와 그의 관대함을 비난하며, 석방된 사람들이 스페인에 이 사건을 알릴 수 있고, 만약 항구에 무장한 갤리선들이 있다면 그들을 추적하러 나와 위험에 빠뜨리고 패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카레도는 그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좋은 말로 그들을 모두 진정시켰다. 그러나 다시 힘차게 불기 시작한 바람이 그들을 더욱 안심시켰다. 바람이 너무 강해 돛을 내리거나 조정할 필요도 없이 모든 돛을 펼친 채로 9일 만에 런던이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그들이 승리의 귀환을 할 때는 출항한 지 30일이 지난 후였다.
리카레도는 장군의 죽음으로 인해 기쁨의 표시를 하며 항구에 입항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기쁨의 신호와 슬픔의 신호를 섞었다. 때로는 경쾌한 클라리넷 소리가 들리고, 때로는 우울한 트럼펫 소리가 들렸다. 때로는 즐겁고 흥분된 북소리가 들리다가도 슬프고 애도하는 피리 소리로 응답했다. 한 돛대에는 초승달이 그려진 깃발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다른 돛대에는 긴 검은 타프타 깃발이 끝자락이 물에 닿을 정도로 펄럭였다. 결국 이렇게 상반된 극단을 보이며 템스 강으로 들어왔다. 그의 배는 수심이 얕아 강에 들어갈 수 없어 바다에 머물렀다.
이렇게 상반된 모습과 신호들은 강변에서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몇몇 표식을 보고 작은 배가 란삭 남작의 기함이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그 거대한 배가 어떻게 바다에 남겨진 채 저 배로 바뀌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완전무장한 화려하고 빛나는 갑옷을 입은 용감한 리카레도가 보트를 타고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해소되었다. 그는 다른 수행원의 도움 없이 오직 그를 따르는 수많은 군중들과 함께 걸어서 궁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이미 여왕이 회랑에 서서 배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왕과 다른 귀부인들과 함께 영국식으로 차려입은 이사벨라가 있었는데, 그녀는 카스티야 풍으로 차려입었을 때만큼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리카레도가 도착하기 전, 다른 사람이 먼저 와서 여왕에게 리카레도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사벨라는 리카레도의 이름을 듣자 마음이 동요되었고, 그 순간 그의 도착으로 인한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모두 예감했다.
리카레도는 키가 크고, 잘생기고, 균형 잡힌 체격이었다. 그는 가슴받이, 등받이, 목가리개, 팔 보호대, 넓적다리 보호대를 갖춘 11겹의 밀라노제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는 조각되고 도금되어 있어 그를 보는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의 머리에는 투구 대신 큰 챙이 달린 갈색 모자를 쓰고 있었고, 다양한 깃털들이 발로나 풍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의 칼은 넓었고, 칼집은 화려했으며, 바지는 스위스 풍이었다. 이런 차림새와 당당한 걸음걸이로 인해 어떤 이들은 그를 전쟁의 신 마르스에 비유했고, 다른 이들은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 매료되어 그를 마르스를 속이기 위해 변장한 비너스에 비유했다. 마침내 그는 여왕 앞에 도착했다. 무릎을 꿇고 그는 말했다.
“폐하의 행운과 제 소망의 힘으로, 란삭 장군이 뇌졸중으로 사망한 후 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폐하의 관대함 덕분에 운명은 저에게 저 큰 배를 끌고 가던 두 척의 터키 갤리선을 마주치게 해주었습니다. 저희 병사들은 늘 그렇듯이 용감히 싸웠고, 해적선들은 침몰했습니다. 우리 배 중 하나에서 폐하의 이름으로 터키인들의 손아귀에서 탈출한 기독교인들에게 자유를 주었습니다. 저는 오직 한 남자와 한 여자, 스페인인들만을 데려왔는데, 그들은 자발적으로 폐하의 위대함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저 배는 포르투갈 동인도 무역선인데, 폭풍우로 인해 터키인들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그들은 거의 노력을 들이지 않고, 아니 전혀 노력 없이 그 배를 항복시켰습니다. 포르투갈인들 중 몇몇이 말하길, 향신료와 진주, 다이아몬드 등 다른 상품들의 가치가 백만 금화를 넘는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고, 터키인들도 아직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하늘이 모든 것을 폐하를 위해 준비했고, 저는 그것을 폐하를 위해 보존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폐하께서 저에게 단 하나의 보석만 주신다면, 저는 다른 열 척의 배에 대한 빚을 지게 될 것입니다. 그 보석은 이미 폐하께서 약속하신 것으로, 바로 제 사랑하는 이사벨라입니다. 그녀와 함께라면 저는 부자가 되고 보상을 받을 것입니다. 이번 봉사가 어떠하든 간에 폐하께 한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할 많은 봉사에 대해서도 보답을 받을 것입니다. 폐하께서 이 보석으로 제게 제공하시는 거의 무한한 전체의 일부라도 갚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어나세요, 리카레도,” 여왕이 대답했다. “만약 내가 이사벨라를 값으로 당신에게 주어야 한다면, 내가 그녀를 평가하는 만큼 당신은 그 배가 가져온 것이나 인도에 남아 있는 것으로도 그녀를 살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그녀를 약속했기 때문에 당신에게 줍니다. 그리고 그녀는 당신의 가치에 걸맞습니다. 당신만이 그녀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나를 위해 배의 보물들을 지켰다면, 나는 당신을 위해 당신의 보물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비록 당신에게 당신의 것을 돌려주는 것이 큰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것이 당신에게 큰 은혜를 베푸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구매자의 영혼 속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약속들은 그 영혼의 가치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사벨라는 당신의 것입니다. 그녀가 저기 있습니다. 당신이 원할 때 그녀의 완전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그녀의 뜻과 일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녀는 현명하고, 당신이 그녀에게 베푸는 우정의 가치를 알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은혜라고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 혼자만이 은혜를 베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가서 쉬세요. 그리고 내일 다시 와서 당신의 공적에 대해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그리고 당신이 말한 자발적으로 나를 보러 온 두 사람을 데려오세요. 나는 그들의 호의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리카레도는 그녀가 베푼 많은 은혜에 대해 여왕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여왕은 방으로 들어갔고, 귀부인들은 리카레도를 둘러쌌다. 그 중 이사벨라와 큰 우정을 나눈 탄시 부인이라 불리는 한 귀부인이 리카레도에게 말했다.
“리카레도 님,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 이 무기들은 무엇이지요? 혹시 적과 싸우러 오신 줄 아셨습니까? 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당신의 친구들입니다. 이사벨라 양만 빼고 말이에요. 그녀는 스페인 사람이라 당신에게 좋은 마음을 품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라고 탄시 부인이 말했다.
“탄시 부인, 그녀가 저를 조금이라도 기억해 주기만 한다면 좋겠습니다.”라고 리카레도가 말했다. “제가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면, 그 마음은 분명 좋은 것일 겁니다. 그녀의 고귀함과 지성, 그리고 드문 아름다움에는 배은망덕함 같은 추함이 깃들 수 없을 테니까요.”
이에 이사벨라가 대답했다.
“리카레도 님, 제가 당신의 것이 될 운명이라면, 당신께서 저를 칭찬하신 것과 베풀고자 하시는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원하시는 만큼의 만족을 저에게서 얻으시면 됩니다.”
리카레도는 이사벨라와 다른 귀부인들과 이런 정중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중에는 어린 소녀가 한 명 있었는데, 그녀는 리카레도가 있는 동안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갑옷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보려고 갑옷을 들어올리기도 하고, 그의 검을 만져보기도 했다. 어린아이다운 단순함으로 그 무기들이 거울 역할을 해주길 바라며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았다. 리카레도가 떠난 후, 그 소녀는 귀부인들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부인들, 전쟁이 정말 아름다운 것이 틀림없어요. 여자들 사이에서도 무장한 남자들이 멋져 보이니까요.”
“그렇고말고!”라고 탄시 부인이 대답했다. “리카레도를 보지 않았니? 마치 태양이 땅으로 내려와 저 복장을 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 같지 않았니?”
모두가 소녀의 말과 탄시의 엉뚱한 비유에 웃음을 터뜨렸다. 리카레도가 무장한 채 궁전에 온 것을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비방꾼들도 있었지만, 군인으로서 그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변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리카레도는 부모님과 친구들, 친척들, 아는 이들로부터 깊은 사랑의 표시와 함께 환영받았다. 그날 밤 런던에서는 그의 성공적인 귀환을 축하하는 축제가 열렸다.
이사벨라의 부모는 이미 클로탈도의 집에 와 있었다. 리카레도는 그들이 누구인지 클로탈도에게 말해주었지만, 자신이 직접 알려주기 전까지는 이사벨라에 대해 아무 소식도 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리카레도의 어머니 카탈리나 부인과 집안의 모든 하인들도 이 지시를 따랐다. 그날 밤, 수많은 배와 보트, 그리고 구경꾼들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대한 배의 하역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배의 배 속에 가득 실려 있던 후추와 값비싼 상품들을 모두 내리는 데는 8일이나 걸렸다.
다음날 리카레도는 궁전으로 갔다. 그는 이사벨라의 부모를 데리고 갔는데, 그들은 영국식 새 옷을 입고 있었다. 리카레도는 여왕께서 그들을 만나고 싶어 하신다고 말했다. 그들이 여왕이 계신 곳에 도착했을 때, 여왕은 시녀들에 둘러싸여 리카레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왕은 리카레도에게 아첨하고 호의를 보이고자 이사벨라를 자신의 곁에 두었는데, 이사벨라는 처음 왔을 때 입었던 그 옷을 입고 있었고 그때만큼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이사벨라의 부모는 그 모든 화려함과 위엄에 놀라고 감탄했다. 그들은 이사벨라를 바라보았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예감하며 뛰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들을 슬프게 하는 불안감이 아니라, 그들도 이해할 수 없는 일종의 기쁨이었다. 여왕은 리카레도가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일으켜 세우고 그를 위해 특별히 놓아둔 의자에 앉게 했다. 이는 여왕의 거만한 성품으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은혜였다. 누군가가 다른 이에게 말했다.
“리카레도는 오늘 자신에게 주어진 의자 위에 앉은 게 아니라, 그가 가져온 후추 위에 앉은 거야.”
또 다른 이가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물은 바위도 깬다’는 말이 사실임이 증명되었군. 리카레도가 가져온 선물들이 우리 여왕의 굳은 마음을 녹였으니 말이야.”
또 다른 이가 말했다.
“이제 그가 잘 안장을 얹었으니, 많은 이들이 그를 타려고 달려들 거야.”
사실, 여왕이 리카레도에게 베푼 이 새로운 영예는 그를 바라보던 많은 이들의 가슴에 시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군주가 총신에게 베푸는 은혜는 질투하는 자의 가슴을 꿰뚫는 창과도 같기 때문이다. 여왕은 리카레도에게 해적선들과의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자세히 듣고 싶어 했다. 리카레도는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승리를 하나님과 용감한 병사들의 힘에 돌렸다. 그는 모든 병사들을 함께 칭찬하면서도, 특별히 뛰어난 활약을 보인 몇몇 병사들의 공적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이로 인해 여왕은 모든 이에게 은혜를 베풀었고, 특히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이들에게는 특별한 상을 내렸다. 리카레도가 여왕의 이름으로 터키인들과 기독교인들에게 자유를 주었다는 이야기에 이르렀을 때, 그는 말했다.
“저기 서 있는 저 여자와 남자는,” 그는 이사벨라의 부모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어제 폐하께 말씀드린 바로 그 분들입니다. 그들은 폐하의 위엄을 뵙고 싶어 간절히 부탁하여 제가 함께 데려왔습니다. 그들은 카디스 출신입니다. 그들이 제게 들려준 이야기와 제가 그들에게서 본 것을 통해, 저는 그들이 고귀하고 가치 있는 사람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왕은 그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명했다. 이사벨라는 스페인 사람들, 그것도 카디스 출신이라는 말에 혹시 자신의 부모를 알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사벨라가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자마자,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이사벨라의 기억 속에서는 어렴풋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전에 자신 앞에 서 있는 그 여인을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아버지도 같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진실을 믿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리카레도는 이 세 사람의 혼란스럽고 망설이는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여왕은 그들 모두의 망설임과 혼란을 알아차렸다. 특히 이사벨라의 불안한 모습을 보았다. 이사벨라는 땀을 흘리며 여러 번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정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순간 이사벨라는 자신이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말을 하기를 바랐다. 어쩌면 그 목소리가 그녀의 의심을 해소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왕은 이사벨라에게 스페인어로 저 여자와 남자에게 리카레도가 준 자유를 누리지 않고 함께 오기로 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라고 했다. 자유는 이성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사벨라가 이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정신없이 이사벨라에게 다가가 그녀의 오른쪽 귀를 만졌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검은 점을 드러냈다. 이 표시는 그녀의 의심을 완전히 해소했다. 이사벨라가 자신의 딸임을 확실히 알게 된 그녀는 그녀를 껴안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오, 내 마음의 딸아! 오, 내 영혼의 소중한 보물아!”
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이사벨라의 팔에 안겨 기절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감정을 억누르면서도 현명하게 행동했다. 그는 말 대신 눈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의 눈물이 조용히 그의 얼굴과 수염을 적셨다. 이사벨라는 어머니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가까이 대고, 아버지를 바라보며 그에게 자신이 그들을 만나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전달했다. 여왕은 이 상황에 놀라 리카레도에게 말했다.
“리카레도, 난 당신의 지혜로 이 만남이 준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명한 일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우리는 감정의 격한 표현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갑작스러운 기쁨이 슬픔처럼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며 여왕은 이사벨라에게로 돌아서서 그녀를 어머니에게서 떼어놓았다. 어머니는 이사벨라의 얼굴에 물을 뿌린 후 정신을 차렸고, 조금 더 정신이 들자 여왕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폐하, 제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소중한 보물을 찾았으니 정신을 잃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여왕은 그녀의 말이 옳다고 대답했고, 이사벨라가 통역을 해주었다. 이사벨라는 이렇게 부모를 알아보았고 부모도 그녀를 알아보았다. 여왕은 그들이 천천히 딸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궁전에 머물라고 명했다. 리카레도는 이 소식에 매우 기뻐했고, 다시 한 번 여왕에게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그가 이사벨라를 받을 자격이 없다면, 그를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일을 맡겨달라고 간청했다. 여왕은 리카레도가 자신과 자신의 가치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며, 그의 자격을 증명할 새로운 시험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4일 후에 이사벨라를 그에게 넘겨줄 것이며, 두 사람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영예를 베풀겠다고 말했다.
리카레도는 이사벨라를 잃을 걱정 없이 그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가까운 희망을 품고 매우 만족스럽게 작별 인사를 했다. 이는 연인들의 궁극적인 소망이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가 원하는 만큼 빠르지는 않았다. 미래의 약속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은 항상 시간이 날지 않고 게으름의 발걸음으로 걷는다고 상상한다. 그러나 마침내 그 날이 왔다. 리카레도는 이사벨라에 대한 욕망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그의 행운의 배가 순풍에 돛을 달고 원하는 항구로 향해 간다고 생각했을 때, 반대되는 운명이 그의 바다에 폭풍을 일으켜 그는 천 번이나 난파될 것 같았다.
사건은 이러했다. 이사벨라를 맡고 있던 여왕의 시녀장에게는 22세 된 아들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아르네스토 백작이었다. 그의 신분의 위대함, 고귀한 혈통, 그리고 어머니가 여왕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지나치게 오만하고 거만하며 자신감에 차게 만들었다. 이 아르네스토는 이사벨라의 눈빛에 영혼이 불타오를 만큼 열렬히 사랑에 빠졌다. 리카레도가 부재중일 때 그는 몇 가지 신호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냈지만, 이사벨라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랑의 시작에 거부와 경멸이 주어지면 보통 연인들의 마음을 꺾게 되지만, 아르네스토에게는 반대의 효과를 낳았다. 이사벨라가 그에게 보인 많은 명백한 거부로 인해 그는 질투로 불타올랐고 그녀의 정숙함에 더욱 갈망했다. 그는 여왕의 의견으로는 리카레도가 이사벨라를 받을 자격이 있고 곧 아내로 주어질 것이라고 보았기에 절망하려 했다. 그러나 그토록 비열하고 비겁한 해결책에 이르기 전에 그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여왕에게 이사벨라를 아내로 달라고 요청해 달라고 했으며,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 그의 삶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녀장은 아들의 말에 놀랐다. 그의 난폭한 성격과 고집스럽게 욕망을 추구하는 끈질김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사랑이 불행한 결과를 낳을까 두려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의 복지를 바라고 추구하는 것이 어머니의 본성이기에, 여왕에게 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왕이 약속을 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갖지 않고 마지막 해결책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 아침, 이사벨라는 여왕의 명령으로 매우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펜으로는 그 모습을 묘사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왕은 그녀의 목에 배에서 가져온 최고의 진주 목걸이를 걸어주었는데, 그 가치는 2만 두카트로 평가되었다. 또한 6천 에스쿠도 가치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주었다. 곧 있을 결혼식을 기대하며 궁녀들이 들떠 있을 때, 시녀장이 여왕에게 와서 무릎을 꿇고 이사벨라의 결혼을 이틀 더 연기해 달라고 간청했다. 폐하께서 이 은혜만 베풀어 주신다면 그녀가 받은 모든 은혜와 기대하는 모든 은혜에 대해 만족하고 보답받은 것으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여왕은 먼저 그녀가 왜 그토록 열심히 연기를 요청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것은 리카레도에게 준 약속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녀장은 여왕이 요청을 들어줄 때까지 이유를 말하지 않으려 했다. 여왕은 그 요청의 이유를 너무나 알고 싶어 했기에 결국 들어주었다. 시녀장은 자신이 원하던 바를 얻자 아들의 사랑 이야기를 여왕에게 들려주었다. 그녀는 아들이 이사벨라를 아내로 얻지 못하면 절망하거나 스캔들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녀가 이틀을 요청한 것은 폐하께서 아들에게 적절하고 편리한 해결책을 생각해 볼 시간을 드리기 위해서였다.
여왕은 자신의 말이 걸려 있지 않았다면 이토록 복잡한 미로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이익을 위해서도 약속을 어기거나 리카레도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이사벨라가 통역을 해 시녀장이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시녀장은 이 대답을 아들에게 전했고, 아들은 지체 없이 사랑과 질투로 불타오르며 무장을 하고 힘차고 아름다운 말을 타고 클로탈도의 집 앞에 나타났다. 그는 큰 소리로 리카레도가 창문으로 나오라고 외쳤다.
리카레도는 그때 신랑 의상을 입고 궁전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행사에 필요한 호위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를 듣고 누가 부르는지, 어떤 모습으로 오는지를 듣자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창문으로 나갔다. 아르네스토가 그를 보자 말했다.
“리카레도, 주의 깊게 내 말을 들어라. 여왕 폐하께서 너를 보내 봉사하고 위대한 일을 하여 비할 데 없는 이사벨라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라고 명하셨다. 너는 갔다가 금을 가득 실은 배를 가지고 돌아왔고, 그것으로 이사벨라를 사고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왕 폐하께서 그녀를 너에게 약속하셨지만, 그것은 그녀를 가장 잘 섬기고 가장 합당하게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궁정에 아무도 없다고 믿으셨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폐하께서 착각하셨을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진실이라고 확신하며 말한다. 너는 이사벨라를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런 높은 위치에 오를 만한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이사벨라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내 의견에 반박하고 싶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나와 결투하라.”
아르네스토가 말을 마치자 리카레도가 이렇게 대답했다.
“백작님, 어떤 면에서도 당신의 도전에 응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이사벨라는 물론 이 세상 누구도 받을 자격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당신이 말씀하신 것에 동의하므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당신의 도전은 저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저를 도전한 무례함 때문에 도전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그는 창문에서 물러나 무기를 요구했다. 그와 함께 궁전에 가려고 왔던 친척들과 많은 사람들이 흥분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장한 아르네스토 백작을 보고 그의 도전의 목소리를 들었기에, 이 소식은 곧 궁정에 전해졌고 여왕의 귀에도 들어갔다. 여왕은 리카레도에게 그의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명령했고, 아르네스토에게는 그의 방에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 명령이 너무 늦게 내려져 리카레도는 이미 거리로 나와 있었다.
리카레도가 나오는 것을 본 아르네스토는 말했다.
“리카레도, 네가 무장을 했으니 이제 우리가 똑같은 조건이다. 내 말을 들어라. 내가 제안하는 것은 이것이다. 우리 둘 다 이사벨라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하자. 그녀는 너무나 완벽해서 천사들만이 그녀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므로
왕비에게 고하러 갔다. 왕비는 근위대장에게 백작을 체포하라 명했다. 대장은 서둘러 리카레도가 무장한 채 말을 타고 집을 나서는 순간에 도착했다.
백작은 대장을 보자 그의 목적을 짐작하고 체포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리카레도를 향해 소리쳤다.
“리카레도, 우리의 싸움을 방해하는 자가 왔다. 네가 나를 처벌하고 싶다면 나를 찾아라. 나 또한 너를 처벌하고 싶어 찾을 것이다. 서로 찾는 자는 쉽게 만나니 그때 우리의 소원을 이루자.”
“좋소.” 리카레도가 대답했다.
그때 대장이 근위대를 이끌고 와서 왕비의 이름으로 체포한다고 말했다. 백작은 체포에 응하겠으나 왕비 앞으로만 갈 것이라 답했다. 대장은 동의하고 그를 호위대 가운데 두고 궁으로 데려갔다. 왕비는 이미 시녀로부터 아들이 이사벨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들어 눈물을 흘리며 백작을 용서해달라고 간청했다. 젊은이가 사랑에 빠지면 더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고 말이다.
아르네스토가 왕비 앞에 섰다. 왕비는 그와 말을 나누지 않고 칼을 빼앗고 탑에 가두라 명했다.
이 모든 일이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의 마음을 괴롭혔다. 그들의 평화로운 바다가 갑자기 요동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시녀는 왕비에게 리카레도의 가문과 친족 간의 불화를 막으려면 원인인 이사벨라를 스페인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면 우려되는 결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사벨라가 가톨릭 신자라 아무리 설득해도 그녀의 신념을 바꾸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왕비는 오히려 그래서 더 이사벨라를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부모가 가르친 신앙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페인으로 보내는 것은 논하지 말라고 했다. 이사벨라의 아름다운 모습과 많은 재능, 덕성이 그녀를 기쁘게 하니 약속한 대로 언젠가는 리카레도의 아내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비의 결정에 시녀는 크게 낙담했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이사벨라를 제거하지 않고는 아들의 완고한 성격을 누그러뜨리거나 리카레도와 화해시킬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고귀한 신분의 여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장 잔인한 일을 결심했다. 독약으로 이사벨라를 죽이기로 한 것이다. 여자들은 대개 행동이 빠르고 결단력이 있어 그날 오후 이사벨라에게 독이 든 과자를 주며 심장의 고통에 좋다며 억지로 먹게 했다.
이사벨라가 과자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혀와 목이 부어오르고 입술이 검어지며 목소리가 쉬어갔다. 눈이 흐려지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모두 독살의 명백한 증상이었다. 궁녀들이 왕비에게 달려가 사건을 알리고 시녀가 이런 악행을 저질렀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왕비는 크게 의심할 필요도 없이 믿었고 이사벨라를 보러 갔다. 이사벨라는 이미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왕비는 서둘러 의사들을 부르게 했다. 그들이 오는 동안 이사벨라에게 일각수 가루와 다른 해독제들을 먹였다. 위급 상황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둔 것들이었다. 의사들이 와서 처방을 강화하고 시녀에게 어떤 독을 먹였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가 독살했음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실토했고, 이 정보로 의사들은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을 썼다. 그 덕분에 하느님의 도움으로 이사벨라의 목숨을 건졌다. 아니면 적어도 살 희망을 갖게 되었다.
왕비는 시녀를 체포해 궁의 작은 방에 가두라 명했다. 그녀의 죄에 합당한 벌을 내릴 작정이었다. 시녀는 이사벨라를 죽임으로써 하늘에 제물을 바쳤다고 변명했다. 가톨릭 신자를 이 땅에서 제거함으로써 아들의 다툼 원인도 없앴다고 말이다.
이 비통한 소식을 들은 리카레도는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가 하는 행동과 한탄의 말이 그랬다. 결국 이사벨라는 목숨을 잃지 않았다. 자연은 그녀의 생명을 살려두는 대신 눈썹과 속눈썹, 머리카락을 잃게 했다. 얼굴은 부어올랐고 피부는 변색되었으며 살갗은 갈라지고 눈은 눈물범벅이 되었다. 그녀는 너무나 추하게 변해 전에는 아름다움의 기적이었다면 이제는 추함의 괴물이 되었다. 그녀를 아는 이들은 그녀가 저렇게 변한 것이 독약으로 죽은 것보다 더 불행하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리카레도는 왕비에게 그녀를 달라고 청했다. 이사벨라에 대한 그의 사랑이 육체에서 영혼으로 옮겨갔으니 이사벨라가 아름다움을 잃었어도 무한한 미덕은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구나.” 왕비가 말했다. “리카레도, 데려가거라. 거친 나무 상자에 담긴 값진 보석을 얻은 셈이다. 하느님은 네가 그녀를 내게 맡겼을 때처럼 돌려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구나. 용서하거라. 어쩌면 이런 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이 네 복수심을 조금은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리카레도는 왕비에게 많은 말로 시녀를 변호하며 용서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녀가 대는 변명이 더 큰 잘못도 용서받기에 충분하다고 말이다. 마침내 왕비는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를 리카레도에게 맡겼다. 리카레도는 그들을 자기 집, 즉 부모의 집으로 데려갔다. 왕비는 진주와 다이아몬드에 다른 보석들과 값진 옷들을 더해주었다. 이는 이사벨라에 대한 그녀의 깊은 사랑을 보여주었다.
이사벨라는 2개월 동안 추한 모습이었고 원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자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했고 아름다운 피부가 드러났다.
이 시기에 리카레도의 부모들은 이사벨라가 예전 모습을 되찾지 못할 것 같아 스코틀랜드 처녀를 데려오기로 했다. 그녀는 이사벨라 이전에 리카레도와 결혼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들은 리카레도 몰래 이 일을 추진했다. 현재 신부의 아름다움이 이사벨라의 지나간 아름다움을 잊게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를 스페인으로 보내려 했다. 그들에게 많은 재산과 부를 주어 과거의 손실을 보상해주려 했다.
한 달 반이 채 지나지 않아 리카레도 모르게 새 신부가 집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신분에 걸맞은 수행원을 거느리고 왔는데, 이사벨라가 그랬던 것처럼 아름다웠다. 리카레도는 예기치 못한 신부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그녀의 갑작스런 출현이 이사벨라의 목숨을 앗아갈까 두려웠다. 이 두려움을 누그러뜨리고자 이사벨라가 누워있는 침실로 갔다. 그녀의 부모와 함께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말했다.
“내 사랑하는 이사벨라여,
그들은 내가 너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는지 모르고, 스코틀랜드의 한 처녀를 집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내가 네 가치를 알기 전에 그녀와 결혼하기로 약속했었다. 이는 아마도 그 처녀의 뛰어난 아름다움이 내 영혼에 새겨진 너의 모습을 지워버릴 것이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사벨라여,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육체적 욕망의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그런 사랑과는 다른 사랑을 느꼈다. 비록 너의 육체적 아름다움이 내 감각을 사로잡았지만, 너의 무한한 미덕이 내 영혼을 속박했다. 그래서 아름다운 너를 사랑했지만, 추한 너를 숭배한다. 이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네 손을 내게 다오.
그녀가 오른손을 내밀자 그는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잡고 말을 이었다.
“내 기독교 부모님이 가르쳐 주신 가톨릭 신앙에 맹세하노니, 비록 그것이 요구되는 완전한 상태는 아닐지라도, 로마 교황이 지키는 신앙으로 맹세한다. 이는 내가 마음속으로 고백하고 믿고 지키는 바이다. 우리의 말을 듣고 계신 참 하나님께 맹세하노니, 오 이사벨라, 내 영혼의 반려여! 나는 당신의 남편이 되겠다고 약속한다. 지금 당장 그렇게 되겠다. 만약 당신이 나를 당신의 남편으로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이사벨라는 리카레도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의 부모님도 깜짝 놀랐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리카레도의 손에 입맞춤을 여러 번 하고는 눈물 섞인 목소리로 그를 자신의 남편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을 그의 노예로 바치겠다고 말했다. 리카레도는 추하게 변한 그녀의 얼굴에 입맞춤을 했다. 그는 그녀가 아름다웠을 때는 감히 그렇게 하지 못했었다.
이사벨라의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약혼식을 축하했다. 리카레도는 그들에게 이미 집에 와 있는 스코틀랜드 여인과의 결혼을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그들 셋을 스페인으로 보내려 할 때 거절하지 말고 카디스나 세비야에서 2년간 그를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는 그 기간 안에 그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하늘이 그에게 그만큼의 생명을 허락한다면 말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어떤 큰 장애물이나 죽음이 그의 여정을 막았다고 확신해도 좋다고 했다.
이사벨라는 2년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있는 한 평생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그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때가 바로 자신의 죽음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애틋한 말들에 모두가 다시 눈물을 흘렸다. 리카레도는 나가서 부모님께 스코틀랜드 약혼녀와는 결코 결혼하지 않을 것이며, 로마에 가서 양심의 평안을 얻기 전에는 그녀와 약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리스테르나(스코틀랜드 여인의 이름이었다)와 함께 온 친척들에게도 이 같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들은 모두 가톨릭 신자였기에 쉽게 그의 말을 믿었고, 클리스테르나는 리카레도가 돌아올 때까지 시부모 집에 머물기로 했다. 리카레도는 1년의 기간을 요청했다.
이 모든 것이 결정되자 클로탈도는 리카레도에게 여왕이 허락한다면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를 스페인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고향의 공기가 그녀의 회복 중인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리카레도는 자신의 계획을 숨기기 위해 아버지의 말에 냉담하게 대답했다. 다만 여왕이 이사벨라에게 준 재물을 조금도 빼앗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클로탈도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날로 여왕에게 가서 아들을 클리스테르나와 결혼시키고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를 스페인으로 보내도 좋다는 허락을 구했다. 여왕은 모든 것에 동의했고 클로탈도의 결정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로 변호사의 조언도 구하지 않고 재판도 없이 시녀장을 더 이상 그 직분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고 이사벨라에게 1만 금화를 주라고 명했다. 그리고 아르네스토 백작에게는 결투 때문에 6년간 잉글랜드에서 추방하라고 명령했다.
4일이 지나지 않아 아르네스토는 추방을 떠날 준비를 마쳤고, 돈도 준비되었다. 여왕은 런던에 사는 부유한 프랑스 상인을 불렀다. 그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과 거래를 하고 있었다. 여왕은 그에게 1만 금화를 주며 세비야나 스페인의 다른 도시에서 이사벨라의 아버지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상인은 자신의 이익과 수수료를 제하고 세비야에 있는 다른 프랑스 상인 동업자에게 확실하고 안전하게 전달하겠다고 여왕에게 말했다. 그는 파리에 있는 다른 동업자를 통해 수표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는 두 나라 간의 교역 금지 때문에 영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발행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날짜 없는 자신의 소개장만 있으면 세비야의 상인이 즉시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했다. 파리의 상인이 이미 그에게 통보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여왕은 상인으로부터 충분한 보증을 받았고 지불이 확실할 것이라고 믿었다.
여왕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날 프랑스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플랑드르 배의 선장을 불렀다. 그 배는 프랑스의 어느 항구에서 증명서를 받아 프랑스가 아닌 잉글랜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명목으로 스페인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여왕은 그 선장에게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를 자신의 배에 태우고 안전하게 스페인의 첫 번째 항구에 내려주기를 간곡히 부탁했다. 선장은 여왕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을 리스본이나 카디스, 혹은 세비야에 내려주겠다고 했다.
상인으로부터 영수증을 받은 뒤, 여왕은 클로탈도에게 이사벨라가 받은 모든 것, 보석과 옷가지를 포함해 조금도 빼앗지 말라고 전했다.
다음날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는 여왕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 여왕은 그들을 매우 사랑스럽게 맞이했다. 여왕은 그들에게 상인의 편지와 여행에 필요한 돈과 물품들을 많이 주었다. 이사벨라는 여왕에게 감사 인사를 했고, 이로 인해 여왕은 앞으로도 계속 그녀에게 은혜를 베풀고 싶어졌다. 이사벨라는 궁녀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이제 그녀가 추해졌기 때문에 궁녀들은 그녀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사벨라의 아름다움에 대한 질투에서 벗어나 그녀의 우아함과 지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여왕은 세 사람을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사벨라에게 스페인에 무사히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하며, 프랑스 상인을 통해 그녀의 건강 상태를 계속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여왕은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에게 작별 인사를 했고, 그들은 그날 오후에 배에 올랐다. 클로탈도와 그의 아내, 그리고 집안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사벨라는 그들 모두에게 매우 사랑받고 있었다. 리카레도는 이별의 순간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날 친구들과 사냥을 갔다. 클로탈도 부인인 카탈리나 여사가 이사벨라에게 준 여행 용품은 매우 많았고, 포옹과 키스, 눈물도 끝이 없었다.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들의 감사 인사와 작별 인사도 이에 상응했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만족스럽게 헤어졌다.
그날 밤 배는 출항했다. 순조로운 바람을 타고 프랑스에 도착해 필요한 서류를 받은 후, 30일 만에 카디스 항구로 들어왔다.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는 그곳에서 하선했다.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알아보고 매우 기쁘게 맞이했다. 그들은 이사벨라를 찾은 것과 무어인들의 포로 생활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 많은 축하를 받았다. (그들을 납치한 해적들이 무어인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리카레도가 석방한 포로들의 모든 사연을 알게 되었고, 영국인들로부터 얻은 정보도 있었다.
이사벨라는 이 무렵 원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을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항해의 고된 노고를 회복하기 위해 한 달 남짓 카디스에 머물렀다. 그 후 세비야로 갔는데, 프랑스 상인에게 지급받기로 한 1만 에스쿠도가 확실히 지불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세비야에 도착한 지 이틀 후 그들은 그를 찾아 런던의 프랑스 상인이 보낸 편지를 전달했다. 그는 편지를 확인하고 파리에서 환어음과 통지서가 도착할 때까지 돈을 줄 수 없지만 곧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벨라의 부모는 산타 파울라 수도원 맞은편에 있는 좋은 집을 빌렸다. 그 수도원에 목소리가 아주 뛰어난 그들의 조카가 수녀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가까이 두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이사벨라가 리카레도에게 그가 자신을 찾아오면 세비야에 있을 것이며 산타 파울라의 수녀인 사촌을 통해 집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수도원에서 가장 목소리가 좋은 수녀를 물어보면 되므로 이 정보는 잊어버릴 리 없었다.
파리에서 통지가 오는 데 40일이 더 걸렸다. 도착한 지 이틀 만에 프랑스 상인은 이사벨라에게 1만 에스쿠도를 건넸고, 그녀는 부모에게 전했다. 그들은 그 돈과 이사벨라의 많은 보석 중 일부를 팔아 얻은 돈으로 아버지가 다시 상인 일을 시작했다. 그의 큰 손실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결국 몇 달 만에 그는 잃었던 신용을 회복했고, 이사벨라의 아름다움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여인들을 말할 때면 모두가 ‘영국계 스페인 여인’에게 으뜸을 주었는데, 그녀는 이 이름과 아름다움으로 온 도시에 알려져 있었다. 세비야의 프랑스 상인의 주선으로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는 영국 여왕에게 도착 소식을 전하며 받은 많은 은혜에 대해 감사와 충성을 표했다. 또한 클로탈도와 그의 부인 카탈리나에게도 편지를 썼는데, 이사벨라는 그들을 부모라 부르고 그녀의 부모는 주인이라 불렀다. 여왕에게서는 답장이 오지 않았지만, 클로탈도와 그의 아내에게서는 답장이 왔다. 그들은 무사 도착을 축하하며, 아들 리카레도가 그들이 출항한 다음날 프랑스로 떠났고 거기서 다른 곳으로 갔다고 알려주었다. 이는 그의 양심을 위해 필요한 여정이었다. 여기에 다른 이유와 많은 사랑과 제안의 말을 덧붙였다. 그들은 이에 못지않게 정중하고 애정 어린 감사의 답장을 보냈다.
이사벨라는 곧 리카레도가 영국을 떠난 것이 자신을 찾아 스페인에 오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희망으로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고, 리카레도가 세비야에 도착했을 때 그의 귀에 집 소식보다 그녀의 덕성에 대한 소문이 먼저 들리도록 살고자 했다. 그녀는 수도원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수도원에서 얻을 수 있는 면죄부 외에는 다른 면죄부를 받지 않았다. 그녀는 집과 기도실에서 사순절 금요일마다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고 성령 강림 전 7일을 보냈다. 그녀는 강을 구경하러 가지 않았고, 트리아나에도 가지 않았다. 맑은 날 산 세바스티안 축일에 타블라다 들판과 헤레스 문에서 열리는 일반적인 축제에도 가지 않았는데, 그 축제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요컨대 그녀는 공개적인 즐거움이나 세비야의 다른 축제를 보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신의 은거와 기도, 그리고 좋은 소망에 맡기며 리카레도를 기다렸다.
이러한 그녀의 극심한 은거는 동네의 한량들뿐만 아니라 한 번이라도 그녀를 본 모든 이들의 욕망을 불태우고 자극했다. 이로 인해 밤에는 그녀의 거리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 낮에는 말 달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많은 이들이 그녀를 갈망하는 상황에서 중매쟁이들의 물건이 늘어났다. 그들은 이사벨라를 설득하는 데 있어 자신들이 첫째이자 유일한 존재임을 자랑했다. 또한 소위 마법이라 불리는 것을 이용하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는 사기와 어리석음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이사벨라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바위처럼 굳건했다. 파도와 바람이 그녀를 스치기는 했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1년 반이 지나자 리카레도가 약속한 2년이 가까워지면서 이사벨라의 마음은 이전보다 더 괴롭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미 남편이 도착했다고 상상하고, 그의 눈앞에서 그에게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묻고 있었다. 그녀의 귀에 남편의 변명이 들리고, 그를 용서하고 포옹하며 자신의 반쪽 영혼처럼 받아들이려는 순간, 50일 전 런던에서 보낸 카탈리나 부인의 편지가 그녀의 손에 들어왔다. 편지는 영어로 쓰여 있었지만, 스페인어로 읽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내 영혼의 딸아, 네가 리카레도의 시종 기야르테를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는 내가 전에 알려준 대로 네가 떠난 지 이틀 후 리카레도가 프랑스와 다른 곳으로 떠났을 때 그와 함께 갔단다. 바로 이 기야르테가 우리가 16개월 동안 아들 소식을 듣지 못한 후 어제 우리 문 앞에 나타나 아르네스토 백작이 프랑스에서 리카레도를 배신하여 살해했다는 소식을 전했어. 딸아, 이런 소식을 듣고 우리가 어떤 상태가 되었을지 상상해 보렴. 그의 아버지와 나, 그리고 그의 아내가 이런 소식을 듣고 어떻게 되었겠니. 우리는 너무나 비통해 의심할 여지도 없이 우리의 불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 내 영혼의 딸아, 클로탈도와 내가 다시 한 번 네게 부탁하는 것은 리카레도의 영혼을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해 달라는 거야. 그는 네가 알다시피 이런 은혜를 받을 만큼 너를 사랑했단다. 또한 우리에게 인내심과 좋은 죽음을 주시기를 주님께 간구해 주렴. 우리도 너와 네 부모님께 오랜 생명을 주시기를 주님께 간구하고 간청할 거야.”
글씨와 서명을 보고 이사벨라는 남편의 죽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기야르테라는 시종을 잘 알고 있었고, 그가 진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스스로 그런 죽음을 꾸며낼 이유도 없었고, 카탈리나 부인이 그런 슬픈 소식을 보낼 이유도 없었다. 결국 그녀가 한 모든 추론과 상상은 그 불행한 소식이 진실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들었다.
편지를 다 읽고 나서 그녀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고통스러운 감정의 표현도 하지 않은 채 침착한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기도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경건한 십자가상 앞에 무릎을 꿇고 수녀가 되겠다는 서원을 했다. 그녀는 이제 과부가 되었으니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녀의 부모는 슬픈 소식이 그들에게 준 고통을 현명하게 감추고 숨겼다. 이는 이사벨라가 느끼는 쓰라린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녀는 마치 자신의 고통에 만족한 듯 거룩하고 기독교적인 결심으로 그 고통을 누그러뜨리며 오히려 부모를 위로했다. 그녀는 그들에게 자신의 의도를 밝혔고, 그들은 리카레도가 정해놓은 2년이 다 차기 전까지는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하면 리카레도의 죽음이 확실해질 것이고, 그녀도 더 안전하게 신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사벨라는 그렇게 했고, 2년이 되기까지 남은 6개월 반 동안 그녀는 수도자의 삶을 연습하며 보냈다. 그녀는 사촌이 있는 산타 파울라 수도원에 입회하기로 결정했다.
2년의 기한이 다 되고 수도복을 입는 날이 왔다. 이 소식은 도시에 퍼졌고, 이사벨라를 알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날
이사벨라와 그녀의 명성만으로 수도원과 이사벨라의 집 사이의 짧은 거리가 가득 찼다. 그녀의 아버지가 친구들을 초대하고 그들이 또 다른 이들을 초대하여, 이사벨라는 세비야에서 그와 같은 행사에서 본 적이 없는 가장 영예로운 행렬을 갖게 되었다. 행정관과 교회의 감독관, 대주교의 대리인, 그리고 도시의 모든 귀족 남녀들이 참석했다. 모두가 몇 달 동안 가려져 있던 이사벨라의 아름다움이라는 태양을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수녀복을 받으러 가는 처녀들이 가능한 한 화려하고 잘 차려입는 것이 관례였다. 그 순간 세속적인 아름다움의 마지막을 보여주고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사벨라는 최대한 화려하게 차려입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녀는 영국 여왕을 만나러 갔을 때 입었던 바로 그 옷을 입었다. 그 옷이 얼마나 화려하고 멋진지는 이미 말했다. 진주와 유명한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허리띠가 빛을 발했고 이것들 역시 매우 값진 것들이었다.
이런 장식과 우아함으로, 모든 이들이 하나님을 찬양하게 만들며, 이사벨라는 집에서 걸어 나왔다. 수도원이 가까워서 마차나 포장마차는 필요 없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들어 마차를 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사람들이 수도원에 도착하는 것을 힘들게 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그녀의 부모를 축복했고, 다른 이들은 하늘이 그녀에게 그런 아름다움을 주었음을 찬양했다. 어떤 이들은 그녀를 보기 위해 발돋움을 했고, 한 번 본 사람들은 또 보기 위해 앞으로 달려갔다.
이 일에 가장 열심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만큼 그러한 사람은 삼위일체 표식을 가슴에 단 속량된 포로의 복장을 한 남자였다. 이는 그가 구원자들의 자선으로 속량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 포로는 이사벨라가 수도원 정문에 한 발을 들여놓았을 때, 관례대로 원장과 수녀들이 십자가를 들고 그녀를 맞이하러 나왔을 때, 큰 소리로 외쳤다.
“멈추시오, 이사벨라, 멈추시오. 내가 살아있는 한 당신은 수녀가 될 수 없소.”
이 소리에 이사벨라와 그녀의 부모는 돌아보았고, 모든 사람들을 헤치고 그들을 향해 오는 그 포로를 보았다. 그의 머리에 쓴 둥근 파란 모자가 벗겨지면서 금빛 곱슬머리가 어지럽게 쏟아져 나왔고, 그의 얼굴은 붉은 빛과 하얀 빛이 섞인 홍조를 띠었다. 이런 모습에 모든 이들은 곧 그가 외국인임을 알아보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는 넘어지고 일어서며 이사벨라가 있는 곳에 도착했고,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날 알아보겠소, 이사벨라? 난 당신의 약혼자 리카레도요.”
이사벨라가 대답했다. “알아보겠어요. 당신이 내 평화를 방해하러 온 환영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그녀의 부모는 그를 붙잡고 자세히 살펴보았고, 결국 그가 포로 리카레도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사벨라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낯선 복장이나 불운한 처지가 그녀가 그를 알아보는 것을 방해하지 않기를, 그리고 그들이 서로 주었던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를 간청했다. 이사벨라는 리카레도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에서 그의 죽음 소식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눈과 눈앞의 진실을 더 믿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 포로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당신은 제 그리스도교적 결심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십니다. 당신은, 제 주인님, 의심할 여지없이 제 영혼의 반쪽이십니다. 당신은 제 진정한 약혼자이십니다. 당신의 모습은 제 기억 속에 새겨져 있고, 제 영혼 속에 간직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어머님이신 제 주인께서 보내신 당신의 죽음 소식은 제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았지만, 제가 지금 들어가려던 수도 생활을 선택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렇게 정당한 방해로 다른 뜻을 보이시니, 우리는 그것을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 됩니다. 제 부모님 댁으로 오세요. 그곳이 당신의 집이기도 합니다. 거기서 저는 우리의 거룩한 가톨릭 신앙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제 자신을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모든 구경꾼들이 이 말을 들었고, 행정관과 대주교의 대리인, 감독관도 들었다. 그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놀라고 감탄했으며,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외국인은 누구인지, 그들이 말하는 결혼이 무엇인지 즉시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사벨라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장소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이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의 집으로 돌아가 줄 것을 부탁했다. 집이 가까우니 거기서 진실을 만족스럽게 들려주겠다고 했다. 또한 이 사건의 위대함과 특이함에 놀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때 한 구경꾼이 소리쳤다. “여러분, 이 젊은이는 유명한 영국 해적입니다. 제가 그를 알아보았습니다. 2년 조금 넘었을 때 그가 알제리 해적들에게서 포르투갈 인도 무역선을 빼앗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가 저와 300명의 다른 포로들에게 자유와 스페인으로 돌아갈 돈을 주었기 때문에 저는 그를 알아봅니다.”
이 말에 사람들은 흥분했고, 이렇게 복잡한 일들의 진상을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더욱 커졌다. 결국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 행정관, 그리고 두 성직자들이 이사벨라를 집으로 다시 모셔갔다. 수녀들은 슬퍼하고 혼란스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아름다운 이사벨라를 동료로 얻지 못하게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사벨라는 집에 도착하자 큰 홀에서 그 신사들을 앉게 했다. 리카레도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지만, 이사벨라의 말솜씨와 지혜에 맡기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는 카스티야어를 그리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참석자들이 조용해지고 이사벨라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그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클로탈도가 자신을 카디스에서 납치한 날부터 영국으로 돌아온 날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이야기했다. 또한 리카레도가 터키인들과 벌인 전투, 그가 기독교인들에게 베푼 관대함, 둘이 서로 부부가 되기로 한 약속, 2년 동안 기다리기로 한 약속, 그의 죽음 소식을 들은 일 등을 이야기했다. 그 소식이 너무나 확실해 보여 그녀가 수녀가 되려고 했던 상황까지 설명했다. 그녀는 여왕의 관대함, 리카레도와 그의 부모의 기독교 정신을 칭찬했다. 그리고 리카레도에게 런던을 떠난 후부터 지금 포로의 옷을 입고 그들 앞에 나타나기까지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그렇습니다.” 리카레도가 말했다. “저는 간단히 제 엄청난 고난들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리카레도는 이렇게 말했다. “런던을 떠난 후, 저는 클리스테르나와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클리스테르나는 이사벨라가 말한 대로 제 부모님이 저와 결혼시키려 했던 스코틀랜드의 가톨릭 처녀입니다. 저는 어머니가 편지로 쓴 대로 길라르테라는 시종을 데리고 갔습니다. 그는 제 죽음 소식을 런던에 전했다고 합니다. 프랑스를 거쳐 로마에 도착했을 때, 제 영혼은 기쁨으로 가득 찼고 제 신앙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저는 교황의 발에 입을 맞추고, 대사제에게 제 죄를 고백했습니다. 그는 저를 용서해 주었고, 제가 고백하고 회개했으며 우리의 보편적인 어머니인 교회로 돌아왔음을 증명하는 필요한 문서들을 주었습니다. 이 일을 마치고 나서, 저는 거룩한 장소들을 방문했습니다. 제 영혼은 그곳들을 보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저는 이사벨라를 만났습니다. 그녀가 저를 알아보셨나요? 아니면 제가 유령이 되어 당신의 평화를 방해하러 온 걸까요?”
“알아보았어요.” 이사벨라가 말했다. “만약 당신이 유령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그녀의 부모는 그를 붙잡고 자세히 살펴보았으며, 마침내 그가 포로 리카레도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사벨라 앞에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 그의 낯선 옷차림이나 불운한 처지가 그녀가
그 성스러운 도시에 있는 수많은 것들과 내가 가지고 있던 2천 에스쿠도의 금화 중 1천 6백을 이 도시의 어떤 로키라는 피렌체 사람에게 환전했다. 남은 4백으로 스페인에 가려고 제노바로 떠났는데, 그곳에서 스페인으로 가는 두 척의 갤리선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 하인 기야르테와 함께 아쿠아펜덴테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로마에서 피렌체로 가는 길에 교황령의 마지막 마을이었다. 내가 묵은 여관에서 나의 원수인 아르네스토 백작을 만났다. 그는 네 명의 하인과 함께 변장하고 숨어서, 호기심 때문인지 가톨릭 신자여서인지 로마로 가고 있었다. 그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믿었다. 나는 하인과 함께 방에 들어가 밤이 되면 다른 여관으로 옮길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백작과 그의 하인들이 너무 부주의해 보여서 그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방에서 저녁을 먹고 문을 잠갔다. 검을 준비하고 신에게 기도를 드린 뒤 잠들지 않으려 했다. 하인은 잠들었고 나는 의자에 앉아 반쯤 잠들었다. 한밤중이 지나 영원한 잠에 들게 하려는 듯 네 발의 권총이 나를 깨웠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백작과 그의 하인들이 나를 향해 발사한 것이었다. 그들은 나를 죽은 줄 알고 말을 준비한 채 떠나며 여관 주인에게 내가 고귀한 사람이니 매장해달라고 말했다.
여관 주인이 나중에 말한 바로는, 하인이 소리에 놀라 깨어나 겁에 질려 뜰로 통하는 창문으로 뛰어내리며 “불쌍한 나, 주인님이 살해당하셨어!”라고 외치며 여관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의 공포가 너무 컸는지 런던까지 도망쳤을 것이다. 그가 내 죽음 소식을 전한 자였다.
여관 사람들이 올라와 내가 네 발의 총알과 많은 산탄에 맞은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모두 치명적이지 않은 부위였다. 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고해성사와 모든 성사를 요청했다. 그들은 그것들을 주었고 나를 치료했다. 두 달 동안은 여행을 할 수 없었다. 그 후 제노바에 왔지만 다른 배편을 찾지 못하고 나와 다른 두 명의 고귀한 스페인 사람들이 두 척의 작은 배를 빌렸다. 하나는 앞서 가며 정찰하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타고 가기로 했다.
이렇게 안전하게 출발했고 해안을 따라 항해하며 먼 바다로 나가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프랑스 해안의 트레 마리에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우리의 첫 번째 배가 정찰을 하던 중 갑자기 만에서 두 척의 터키 해적선이 나타났다. 하나는 바다 쪽을, 다른 하나는 육지 쪽을 막아 우리가 해안으로 도망치려 할 때 길을 차단하고 우리를 포로로 잡았다. 해적선에 오르자마자 그들은 우리의 옷을 벗겨 알몸으로 만들었다. 우리의 배들에서 모든 것을 약탈한 뒤 그것들을 해안으로 보내 침몰시키지 않았는데, 다음에 또 다른 전리품을 가져올 때 쓸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들은 크리스천들에게서 빼앗은 것을 이렇게 부른다. 내가 포로가 된 것과 무엇보다 로마에서 가져온 서류들을 잃은 것에 대해 마음 아파했다고 하면 믿을 것이다. 주석 상자에 1천 6백 두카트의 어음과 함께 그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것들이 스페인 포로 크리스천의 손에 들어가 보관되었다. 만약 터키인들의 손에 들어갔다면 최소한 어음에 적힌 금액을 내 몸값으로 내야 했을 것이다. 그들은 누구의 것인지 알아냈을 테니까.
그들은 우리를 알제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나는 삼위일체 수도회의 신부들이 포로를 구출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들에게 말을 걸어 내가 누구인지 말했다. 그들은 자선심에서, 비록 내가 외국인이었지만 나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출했다. 그들은 나를 위해 3백 두카트를 지불했는데, 1백은 즉시 지불하고 2백은 자선금을 실은 배가 돌아와 구출 작업을 하는 신부를 구출할 때 지불하기로 했다. 그 신부는 4천 두카트를 초과 지출했기 때문에 알제에 저당 잡혀 있었다. 이 신부들의 자비와 관용은 이 정도로, 그들은 포로들을 구출하기 위해 자신들의 자유를 포기하고 포로로 남는다. 내 자유를 얻은 것에 더해 잃어버린 상자와 서류들, 그리고 어음을 찾았다. 나를 구출해 준 축복받은 신부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내 몸값 외에 5백 두카트를 더 주겠다고 제안했다. 자선금을 실은 배가 돌아오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 이 1년 동안 내게 일어난 일들을 지금 이야기하자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단지 내가 이전에 언급했던 20명의 터키인들 중 한 명이 나를 알아보았다는 것만 말하겠다. 그는 매우 감사하고 훌륭한 사람이어서 나를 밀고하지 않았다. 만약 터키인들이 내가 그들의 두 척의 배를 침몰시키고 인도 대선을 그들의 손에서 빼앗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들은 나를 대술탄에게 바치거나 내 목숨을 빼앗았을 것이다. 대군주에게 바쳐졌다면 평생 자유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마침내 구출 신부가 나와 다른 50명의 구출된 크리스천들과 함께 스페인으로 왔다. 우리는 발렌시아에서 일반 행렬을 했고, 그 후 각자 원하는 곳으로 떠났다. 우리는 자유의 상징인 이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오늘 이 도시에 도착했고 나의 아내 이사벨라를 보고 싶은 마음에 다른 곳에 들르지 않고 이 수도원에 대해 물었다. 거기서 내 아내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어난 일은 이미 보았다. 남은 것은 이 서류들인데, 이것들로 내 이야기가 기적적이면서도 진실함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주석 상자에서 서류들을 꺼내 감독관의 손에 건넸다. 감독관은 그것들을 시 장관과 함께 보았고 리카레도가 말한 이야기의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를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하늘은 1천 6백 두카트의 어음이 발행된 피렌체 상인이 이 모든 일에 함께 있게 했다. 그는 어음을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그것을 보자 인정하고 즉시 수락했다. 그는 이미 몇 달 전에 이 송금에 대한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경이로움에 경이로움을, 놀라움에 놀라움을 더했다. 리카레도는 약속했던 5백 두카트를 다시 제공했다. 시 장관은 리카레도와 이사벨라의 부모를 껴안고 그들 모두에게 정중한 말로 자신을 내주었다. 두 성직자도 마찬가지로 했고, 이사벨라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글로 써서 대주교께 읽어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참석자들이 이 이상한 사건을 듣고 있을 때의 큰 침묵은 하나님의 위대한 기적에 대한 찬사로 깨졌고, 가장 나이 든 사람부터 가장 어린 사람까지 모두 이사벨라와 리카레도, 그리고 그들의 부모에게 축하를 건넸다. 그들은 떠났고 시 장관에게 8일 후에 있을 결혼식을 빛내 달라고 부탁했다. 시 장관은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고, 8일 후 도시의 가장 고귀한 사람들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렇게 우여곡절과 상황을 거쳐 이사벨라의 부모는 딸을 되찾고 재산을 회복했다. 그녀는 하늘의 은총을 받아 많은 미덕의 도움으로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리카레도처럼 고귀한 남편을 찾았다. 그들은 함께 행복하게 살 것으로 생각된다.
산타 파울라 맞은편에 세를 냈던 집들에 지금도 살고 있다. 나중에 부르고스 출신의 에르난도 데 시푸엔테스라는 귀족의 상속인들로부터 그 집들을 샀다.
이 소설은 덕과 아름다움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것들이 함께하거나 각각으로도 적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지, 그리고 하늘이 어떻게 우리의 가장 큰 역경에서 가장 큰 이익을 이끌어내는지 가르쳐줄 수 있다.
유리 학사
두 명의 귀족 학생이 토르메스 강변을 거닐다가 한 나무 아래에서 11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년은 농부처럼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하인에게 소년을 깨우라고 시켰다. 소년이 깨어나자 그들은 어디서 왔으며 이런 한적한 곳에서 왜 자고 있었는지 물었다. 소년은 고향 이름을 잊어버렸다고 대답했다. 그는 공부할 수 있게 해줄 주인을 찾아 살라만카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들은 소년이 글을 읽을 줄 아는지 물었고, 소년은 읽고 쓸 줄 안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귀족 중 한 명이 말했다. “기억력이 나빠서 고향 이름을 잊은 게 아니구나.”
“무슨 이유에서건,” 소년이 대답했다. “제가 그들을 영예롭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아무도 제 고향이나 부모님 이름을 알지 못할 겁니다.”
“그럼 어떻게 그들을 영예롭게 하려고 하니?” 귀족이 물었다.
“제 공부로요,” 소년이 대답했다. “공부로 유명해져서요. 사람들이 주교가 되는 것도 들었거든요.”
이 대답에 두 귀족은 소년을 데려가기로 했다. 그들은 그 대학에서 하인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방식대로 소년에게 공부를 시켰다. 소년은 자신의 이름이 토마스 로다하라고 말했다. 이름과 옷차림으로 보아 가난한 농부의 아들일 것이라고 주인들은 추측했다. 며칠 뒤 그들은 소년에게 검은 옷을 입혔다. 몇 주가 지나자 토마스는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는 주인들을 충실하고 정확하게 부지런히 섬겼다. 공부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으면서도 오직 주인을 섬기는 데만 전념하는 것처럼 보였다. 종의 훌륭한 봉사는 주인의 마음을 움직여 잘 대해주게 만든다. 이제 토마스는 주인들의 하인이 아니라 동료가 되었다. 결국 8년 동안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뛰어난 지성과 놀라운 능력으로 대학에서 유명해져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그의 주된 공부는 법학이었지만, 그가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인문학이었다. 그의 기억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고, 총명함으로 그것을 더욱 빛나게 했기에 기억력만큼이나 총명함으로도 유명했다.
주인들이 학업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그들의 고향은 안달루시아의 가장 좋은 도시 중 하나였다. 그들은 토마스를 데리고 갔고, 그는 며칠 동안 그들과 함께 있었다. 하지만 학업을 계속하고 살라만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살라만카의 평화로운 삶을 맛본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 같은 곳이다) 주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은 예의 바르고 관대하게 허락했고, 3년 동안 살 수 있을 만큼 넉넉히 주었다.
그는 감사의 말을 전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말라가(이곳이 주인들의 고향이었다)를 떠났다. 안테케라로 가는 삼브라 언덕을 내려가다가 말을 타고 멋진 옷을 입은 신사를 만났는데, 두 명의 하인도 말을 타고 있었다. 토마스는 그와 합류했고 그들이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동행이 되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마스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신사는 세련되고 예의 바른 태도를 보여주었다. 신사는 자신이 국왕 폐하의 보병 대위이며, 부관이 살라만카 지방에서 부대를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의 삶을 칭찬하며 나폴리의 아름다움, 팔레르모의 즐거움, 밀라노의 풍요로움, 롬바르디아의 축제, 여관의 호화로운 식사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는 ‘손님, 이리 오세요, 악당, 저리 가세요, 가자미를 가져오세요, 닭고기와 마카로니를 가져오세요’라고 달콤하고 정확하게 그렸다. 그는 군인의 자유로운 삶과 이탈리아의 자유를 하늘까지 치켜세웠다. 하지만 보초의 추위, 공격의 위험, 전투의 공포, 포위의 기근, 지뢰의 파괴와 같은 것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은 어떤 이들이 군인의 의무에 부가적인 것으로 여기지만 사실 그것의 주된 부담이다. 요컨대 그는 너무나 많은 것을 말했고 너무나 잘 말했기에, 우리의 토마스 로다하의 분별력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의 의지는 죽음과 그토록 가까운 그 삶에 끌리기 시작했다.
디에고 데 발디비아라는 이름의 대위는 토마스의 훌륭한 외모와 재능, 그리고 거침없는 태도에 매우 만족해 이탈리아로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최소한 호기심으로라도 가보라고 했다. 그는 토마스에게 자신의 식탁을, 심지어 필요하다면 자신의 깃발까지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의 부관이 곧 깃발을 내려놓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토마스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많은 설득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즉시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와 지역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짧게 생각했다. 긴 여행은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고, 기껏해야 3-4년이 걸릴 것이며, 이는 그의 적은 나이에 더해져도 학업을 계속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될 것처럼, 그는 대위에게 기꺼이 그와 함께 이탈리아로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깃발 아래 들어가거나 군인 명단에 오르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는 자신의 깃발을 따를 의무를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위는 명단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도 부대에 주어지는 지원과 급여를 받을 수 있고, 그가 요청할 때마다 허가를 내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토마스가 말했다. “제 양심과 대위님의 양심에 어긋나게 됩니다.”
“그렇게 까다로운 양심을 가진 건 군인보다는 수도사 같군요,” 디에고가 말했다. “하지만 어쨌든 우린 이제 동료가 되었소.”
그들은 그날 밤 안테케라에 도착했고, 며칠 동안 긴 여정을 통해 부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부대는 이미 모집이 끝나 카르타헤나로 행군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그들과 다른 네 개의 부대가 가는 길에 있는 마을들에 숙영했다. 거기서 토마스는 위원들의 권위, 일부 대위들의 편안함, 숙영 담당관들의 부지런함, 지불 담당관들의 재주와 계산, 마을 사람들의 불평, 숙영권 구매, 신병들의 오만함, 숙주들과의 말다툼, 필요 이상의 수송 요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목격하고 나쁘다고 생각한 거의 모든 것을 해야 할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토마스는 학자의 옷을 벗고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가 가지고 있던 많은 책들은 주석이 없는 성모 마리아의 시편집과 가르실라소 시집으로 줄였는데, 이 두 권을 양쪽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들은 원하는 것보다 빨리 카르타헤나에 도착했다. 숙영 생활은 넓고 다양해서 매일 새롭고 즐거운 것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나폴리로 가는 네 척의 갤리선에 승선했다. 거기서 토마스 로다하는 그 해상 요새들의 이상한 삶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빈대들이 괴롭히고, 죄수들이 훔치고, 선원들이 성가시게 하고, 쥐들이 파괴하고, 파도가 괴롭힌다. 큰 폭풍과 태풍들이 그에게 두려움을 주었는데, 특히 리옹 만에서 두 번이나 겪었다. 한 번은 그들을 코르시카로 밀어냈고, 다른 한 번은 그들을 프랑스로 되돌려 보냈다.
다른 이들은 프랑스의 툴롱으로 되돌아갔다. 결국 밤을 새우고 젖은 채로 눈 밑에 다크서클을 단 그들은 아름답고 화려한 제노바 시에 도착했다. 그들은 그 도시의 작은 항구에 정박했고, 한 교회를 방문한 후 선장은 모든 동료들과 함께 여관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현재의 즐거움으로 지난 폭풍우를 모두 잊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트레비아노 와인의 부드러움, 몬테프라스콘 와인의 가치, 아스페리노 와인의 힘, 두 그리스 와인 칸디아와 소마의 관대함, 친코 비냐스 와인의 위대함, 가르나차 부인의 달콤함과 온화함, 켄톨라의 투박함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귀족들 사이에서 로마네스코의 천함은 감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주인은 이렇게 많고 다양한 와인들을 점검한 후, 마술이나 그림처럼 그려진 지도가 아닌 실제로 마드리갈, 코카, 알라에호스, 그리고 웃음의 신의 보물창고인 제국의 도시보다 더 왕다운 도시를 그곳에 나타나게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에스키비아스, 알라니스, 카살야, 과달카날, 멤브리야를 제공했고 리바다비아와 데스카르가마리아도 잊지 않았다. 결국 주인은 바코 신 자신의 저장고에 있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와인을 언급하고 제공했다.
선량한 토마스는 제노바 여인들의 금발 머리와 남자들의 우아함과 멋진 자태, 그리고 그 바위 위에 다이아몬드가 금에 박힌 것처럼 보이는 집들이 있는 도시의 놀라운 아름다움에도 감탄했다.
다음 날 피에몬테로 가야 할 모든 부대가 상륙했다. 하지만 토마스는 이 여행을 하지 않고 그곳에서 육로로 로마와 나폴리로 가기로 했다. 그는 그렇게 했고, 위대한 베네치아와 로레토를 거쳐 밀라노와 피에몬테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디에고 데 발디비아는 그곳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그들이 플랑드르로 가지 않았다면 말이다. 토마스는 이틀 후 그곳에서 선장과 작별했고, 5일 만에 피렌체에 도착했다. 그 전에 그는 작지만 잘 지어진 루카를 보았는데, 이탈리아의 다른 곳보다 스페인 사람들이 더 환영받고 대접받는 곳이었다.
피렌체는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 그 도시의 쾌적한 위치와 청결함, 웅장한 건물들, 시원한 강과 평화로운 거리들 때문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4일을 머물렀고 그 후 로마로 떠났다. 로마는 도시들의 여왕이자 세계의 여주인이었다. 그는 그곳의 성전들을 방문하고 유물들을 경배하며 그 위대함에 감탄했다. 그리고 사자의 발톱으로 그 크기와 사나움을 알 수 있듯이, 그는 로마의 부서진 대리석들, 반쯤 남거나 온전한 조각상들, 무너진 개선문들과 허물어진 목욕탕들, 웅장한 포르티코들과 거대한 원형극장들, 그 유명하고 성스러운 강으로 로마의 위대함을 알아냈다. 그 강은 항상 물로 가득 차 있고, 그 안에 묻힌 무수한 순교자들의 유해로 축복받았다. 그는 서로를 바라보는 듯한 다리들과, 그 이름만으로도 세계의 다른 모든 도시들의 거리들보다 권위를 얻는 거리들에 감탄했다. 아피아 가, 플라미니아 가, 율리아 가와 같은 종류의 거리들 말이다. 그는 로마 안에 있는 언덕들의 구분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첼리오 언덕, 퀴리날레 언덕, 바티칸 언덕과 다른 네 개의 언덕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로마의 위대함과 장엄함을 보여주었다. 그는 또한 추기경단의 권위, 교황의 위엄, 다양한 사람들과 국가들의 집합을 주목했다. 그는 모든 것을 보고 기록하고 평가했다. 그리고 7대 성당을 순례하고 고해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교황의 발에 입을 맞춘 후, 아뉴스데이와 묵주들로 가득 차서 나폴리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계절이 변하는 시기였고, 로마에 육로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쁘고 해로웠기 때문에 그는 바다로 나폴리에 갔다. 그곳에서 그는 로마를 보고 왔던 감탄에 나폴리를 본 감탄을 더했다. 나폴리는 그와 그곳을 본 모든 이들의 의견으로는 유럽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도시였다.
그곳에서 그는 시칠리아로 가서 팔레르모를 보고 그 다음 메시나를 보았다. 팔레르모의 위치와 아름다움이 마음에 들었고, 메시나의 항구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섬 전체의 풍요로움 때문에 이탈리아의 곡창이라고 불리는 것이 적절하고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폴리와 로마로 돌아왔고, 그곳에서 로레토의 성모 마리아 성당으로 갔다. 그 성스러운 성전에서 그는 벽이나 담장을 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목발, 수의, 사슬, 족쇄, 수갑, 머리카락, 반신상의 밀랍 인형, 그림과 초상화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많은 사람들이 신의 손으로부터 받은 무수한 은혜의 명백한 증거였다. 그들은 그 성스러운 성모 마리아상을 통해 받은 것이었고, 그 상은 수많은 기적으로 그것을 영광스럽게 하고 권위를 부여하기를 원했다. 이는 그 집의 벽을 그러한 장식으로 꾸민 이들의 헌신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사절이 전해진 같은 방과 장소를 보았다. 그것은 모든 하늘과 모든 천사들과 영원한 거처의 모든 거주자들이 보았지만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안코나에서 배를 타고 베네치아로 갔다. 만약 콜럼버스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세상에 그와 비슷한 도시가 없었을 것이다. 하늘과 위대한 에르난 코르테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는 위대한 베네치아가 어떤 면에서 대항할 수 있는 상대를 갖게 하기 위해 거대한 멕시코를 정복했다. 이 두 유명한 도시는 모든 거리가 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유럽의 도시는 고대 세계의 경이로움이고, 아메리카의 도시는 신세계의 경이로움이다. 그는 베네치아의 부가 무한하고, 그 정부가 현명하며, 그 위치가 난공불락이고, 그 풍요로움이 많으며, 그 주변이 즐겁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전체적으로나 부분적으로 그 도시가 세계 곳곳으로 퍼진 그 가치에 대한 명성을 인정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 진실을 더욱 확실하게 한 것은 그 유명한 무기고의 규모였다. 그곳은 갤리선과 수많은 다른 선박들이 만들어지는 곳이었다. 우리의 호기심 많은 여행자가 베네치아에서 발견한 즐거움과 오락은 칼립소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것들은 거의 그의 첫 번째 의도를 잊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한 달을 그곳에서 보낸 후, 페라라, 파르마, 피아첸차를 거쳐 밀라노로 돌아왔다. 밀라노는 불카누스의 작업장이자 프랑스 왕국의 눈의 가시였다. 결국 그 도시의 위대함과 성당의 위대함, 그리고 인간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들의 놀라운 풍요로움이 그 도시를 웅장하게 만들었다.
그곳에서 그는 아스티로 갔고, 다음 날 부대가 플랑드르로 행군하는 때에 도착했다. 그는 그의 친구 선장에게 매우 따뜻하게 환영받았고, 그의 동료로서 그와 함께 플랑드르로 갔다. 그들은 안트베르펜에 도착했는데, 이 도시는 그가 이탈리아에서 본 도시들 못지않게 놀라웠다. 그는 겐트와 브뤼셀을 보았고, 그 나라 전체가 다음 여름 전투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가 본 것을 보고 싶어 했던 욕망을 충족시켰기에, 그는 스페인과 살라망카로 돌아가 학업을 마치기로 결심했다. 그가 생각한 대로 그는 즉시 실행에 옮겼다. 그의 동료는 매우 슬퍼하며 작별할 때 그의 건강, 도착, 그리고 일어난 일에 대해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요청받은 대로 약속했고,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그는 파리가 전쟁 중이어서 보지 못했다. 마침내 그는 살라망카에 도착했고, 그의 친구들에게 따뜻하게 환영받았다. 그들이 제공한 편의로 그는 법학 학위를 받을 때까지 학업을 계속했다.
이 시기에 그 도시에 한 귀부인이 도착했다.
모든 새들이 유혹에 넘어가 찾아왔다. 어떤 안내서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은 것이 없었다. 토마스에게 그 여자가 이탈리아와 플랑드르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녀를 아는지 보려고 방문했는데, 그 방문으로 그녀는 토마스에게 반해버렸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고, 강제로 끌려가지 않는 한 그녀의 집에 가려 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재산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오락거리보다 책에 더 관심이 있어서 그녀의 마음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시당하고 미움받는다고 여겨 평범한 방법으로는 토마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리하여 한 모리스코 여인의 조언에 따라 톨레도산 마르멜로에 사랑의 물약이라는 것을 넣어 토마스에게 주었다. 마치 세상에 자유의지를 강제할 수 있는 약초나 주문, 말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이런 음료나 음식을 주는 사람들을 자선가라고 부르는데, 사실 그들이 하는 일은 그것을 먹는 사람에게 독을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차례의 경험이 이를 보여주었다.
토마스는 불운하게도 그 마르멜로를 먹었고, 곧바로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여러 시간을 보냈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혼란스러운 말투로 자신이 먹은 마르멜로 때문에 죽을 것 같다며 누가 주었는지 밝혔다. 사건을 알게 된 치안 판사가 범인을 찾으러 갔지만, 그녀는 이미 도망쳐 영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토마스는 6개월 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다. 그 동안 그는 말라갔고 뼈만 남았다. 모든 감각이 혼란스러워 보였다. 가능한 모든 치료를 했지만 육체의 병만 고칠 수 있었을 뿐, 정신의 병은 고치지 못했다. 그는 건강을 되찾았지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가장 이상한 광기에 빠졌다. 그는 자신이 유리로 만들어졌다고 상상했다. 이런 상상 때문에 누군가 다가오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부서질까 봐 가까이 오지 말라고 간청했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달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유리로 되어 있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이 이상한 상상에서 그를 벗어나게 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외침과 간청을 무시하고 달려들어 그를 껴안으며 부서지지 않는다는 걸 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오히려 그를 더 괴롭게 할 뿐이었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 천 개의 비명을 지르다가 기절했고, 4시간이 지나도록 깨어나지 않았다. 깨어나면 다시 간청을 시작했다. 그는 멀리서 말을 걸고 질문하라고 했다. 그러면 모든 것에 더 명석하게 대답하겠다고 했다. 유리는 섬세하고 정교한 물질이어서 육체보다 영혼이 더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그의 말이 사실인지 시험해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많은 어려운 질문들을 했는데, 그는 놀라울 정도로 예리한 지성으로 즉석에서 대답했다. 이는 대학의 가장 학식 있는 사람들과 의학 및 철학 교수들을 놀라게 했다. 유리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특이한 광기 속에 이토록 훌륭한 지성이 숨어있다는 사실에 경탄했다.
토마스는 자신의 부서지기 쉬운 신체를 보호할 덮개를 달라고 요청했다. 옷을 입을 때 꽉 끼는 옷을 입으면 부서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에게 헐렁한 갈색 로브와 매우 넓은 셔츠를 주었고, 그는 매우 조심스럽게 입고 면 끈으로 묶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신발을 신으려 하지 않았다. 그에게 음식을 주는 방법은 긴 막대기 끝에 요강을 달아 계절에 맞는 과일을 담아주는 것이었다. 고기나 생선은 원하지 않았고, 강이나 샘에서만 손으로 물을 마셨다. 거리를 걸을 때는 길 한가운데로 다니며 지붕을 쳐다보았는데, 기와가 떨어져 자신을 부술까 봐 두려워했다. 여름에는 들판에서 맑은 하늘 아래서 잤고, 겨울에는 여관에 들어가 목까지 짚더미에 파묻혔다. 그는 이것이 유리로 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적합하고 안전한 침대라고 말했다. 천둥이 칠 때면 수은을 마신 사람처럼 떨며 들판으로 뛰쳐나갔고,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마을로 들어오지 않았다.
친구들이 그를 오랫동안 가두어 두었지만, 그의 불행이 계속되자 그가 요구하는 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연민을 자아냈다. 곧 아이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그는 막대기로 그들을 제지하며 떨어져서 말을 걸어달라고 간청했다. 유리로 된 사람이라 매우 연약하고 부서지기 쉽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장난꾸러기 무리라 그의 간청과 외침에도 불구하고 천 조각을 던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돌까지 던져 그가 정말 유리로 되어있는지 보려 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 큰 소리를 지르고 몸부림을 쳐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꾸짖고 벌을 주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이들이 그를 너무 괴롭히자 그들에게 말했다.
“이 귀찮은 파리들아, 더러운 빈대들아, 건방진 벼룩들아, 왜 나를 괴롭히느냐? 내가 로마의 테스타초 산이라도 되어 너희가 이렇게 많은 도자기 조각과 기와를 던지느냐?”
그의 꾸짖음과 대답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항상 그를 따라다녔고, 아이들은 그에게 물건을 던지는 것보다 그의 말을 듣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여겼다.
어느 날 살라망카의 옷가게를 지나가다 한 여자 상인이 말했다.
“제 영혼에 맹세코, 선생님, 당신의 불행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릴 수가 없네요.”
그는 그녀를 향해 매우 점잖게 대답했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너희와 너희 자녀들을 위해 울지어다.”
옷가게 주인은 그 말의 악의를 알아차리고 말했다.
“비드리에라 형제여 (그가 자신을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당신은 미친 것보다 악당에 가깝소.”
“난 바보만 아니면 돼요.”라고 그가 대답했다.
어느 날 그는 공동 숙소와 매춘업소를 지나가다 문 앞에 서 있는 많은 거주자들을 보고 말했다.
“이들은 사탄의 군대의 짐승들로, 지옥의 여관에 숙박하고 있소.”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도망간 친구에게 어떤 조언이나 위로를 해줄 수 있겠냐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에게 하느님께 감사드리라고 하세요. 집에서 적을 데려가게 해주셨으니까요.”
“그럼 그는 아내를 찾으러 가지 않을까요?” 그 사람이 물었다.
“절대 안 됩니다.” 비드리에라가 대답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불명예를 영구적이고 진실한 증인을 찾는 셈이 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그 사람이 말했다, “제가 아내와 평화롭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가 대답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고, 집안의 모든 사람을 다스리게 하세요.”
집으로 다스리되 그녀가 너를 지배하지 않게 하라.
한 소년이 그에게 말했다.
“비드리에라 선생님, 저는 아버지에게서 떠나고 싶어요. 아버지가 저를 너무 자주 때리거든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얘야,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지만, 사형집행인의 매는 수치스러운 것이란다.”
그는 어느 교회 문 앞에 서 있다가 늘 자신이 오래된 기독교인이라고 자랑하는 농부 한 명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 뒤로 첫 번째 사람만큼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따라 들어갔다. 선생은 농부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도밍고여, 안식일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시오!”
그는 학교 선생님들에 대해 말하기를, 그들은 천사들과 함께 지내니 행복한 자들이라고 했다. 그 꼬마 천사들이 콧물을 흘리지만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이가 그에게 중매쟁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멀리 떨어져 사는 이들은 중매쟁이가 아니지만 이웃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의 광기와 대답, 말들에 대한 소문이 온 카스티야에 퍼졌다. 그 소식을 들은 궁정의 한 귀족이 그를 데려오고 싶어 했다. 그는 살라망카에 있는 친구에게 그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 귀족이 어느 날 비드리에라를 만나 말했다.
“비드리에라 선생, 궁정의 한 고귀한 분께서 선생을 뵙고 싶어 하시며 선생을 모셔오라고 하셨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각하, 저를 그분께 변명해 주십시오. 저는 궁정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부끄러움을 타고 아첨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귀족은 그를 궁정으로 보냈다. 그를 데려가기 위해 이런 방법을 썼다. 그들은 그를 유리를 운반하는 짚으로 만든 바구니에 넣었다. 무게를 맞추기 위해 돌을 넣고 그 사이에 유리를 몇 개 끼워 넣어 마치 유리 용기를 운반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는 밤에 바야돌리드에 도착했다. 당시 궁정이 그곳에 있었다. 그를 데리러 보낸 귀족의 집에서 그를 풀어주었다. 그 귀족은 그를 매우 따뜻하게 맞이하며 말했다.
“비드리에라 선생, 잘 오셨소. 여행은 어떠셨소? 건강은 어떻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교수대로 가는 길을 제외하고는 모든 여행길이 좋습니다. 제 건강은 중립적입니다. 제 맥박과 두뇌가 충돌하고 있거든요.”
다음날, 그는 많은 횃대에 매와 다른 사냥용 새들이 앉아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매사냥은 왕과 대귀족들에게 어울리는 운동이지만, 즐거움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2000대 1 이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토끼 사냥이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특히 빌린 사냥개로 할 때 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 귀족은 그의 광기를 즐겼고, 그가 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를 해치지 않도록 그를 지켜볼 사람을 붙여주었다. 그는 6일 만에 온 궁정에 알려졌고, 거리마다 모퉁이마다 사람들이 그에게 질문을 했다. 그는 모든 질문에 대답했다. 그중에 한 학생이 그에게 시인인지 물었다. 그가 재능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저는 그렇게 어리석지도, 그렇게 운 좋지도 않았습니다.”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없군요.” 학생이 말했다.
비드리에라가 대답했다.
“저는 형편없는 시인이 될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고, 훌륭한 시인이 될 만큼 운이 좋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학생이 그에게 시인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그는 과학은 매우 높이 평가하지만 시인들은 전혀 평가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왜 그렇게 말하는지 물었다. 그는 무수히 많은 시인들 중 좋은 시인은 너무 적어서 거의 셀 수도 없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마치 시인이 없는 것처럼 그들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시학을 존경하고 숭배한다고 말했다. 시학은 모든 과학을 포함하고 있고, 모든 것을 활용하고 모든 것으로 자신을 장식하며,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 세상을 유익하고 즐겁고 경이롭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더 말을 보탰다.
“나는 훌륭한 시인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소. 오비디우스의 이 구절들이 생각나는군요.
옛날에는 시인들이 왕과 대공의 관심사였고,
고대 합창단은 큰 상을 받았소.
시인들의 신성함과 이름은 존경받았고,
그들은 자주 큰 부를 받았소.
나는 또한 시인들의 고귀한 자질을 잊지 않소. 플라톤은 그들을 신들의 통역관이라고 부르고, 오비디우스는 이렇게 말하지요.
우리 안에 신이 있어, 그의 격려로 우리는 열정에 빠진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하지요.
우리는 신성한 시인들이라 불리고, 신들의 보살핌을 받는다고 여겨진다.
이것은 훌륭한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요. 하지만 형편없는 시인들, 저속한 시인들에 대해서는 무엇을 말해야 할까요? 그들은 세상의 어리석음과 무지 그 자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소.”
그는 더 말을 이었다.
“이 초보 시인들 중 한 명이 소네트를 다른 이들에게 읊어주려 할 때 그 모습을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는 이렇게 말하지요. ‘여러분, 들어보세요. 어젯밤 어떤 계기로 쓴 소네트인데, 제 생각에는 별로지만 뭔가 좋은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는 입술을 비틀고 눈썹을 치켜 올리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수천 장의 더러운 종이 사이에서 또 다른 수천 개의 소네트가 있는 곳에서 낭송하려는 소네트를 꺼내 끝내 멜리플루우스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읊조리지요. 만약 우연히 듣는 이들이 비웃거나 무지해서 그의 소네트를 칭찬하지 않으면 이렇게 말하지요. ‘여러분은 소네트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제가 잘 읊지 못했나 봅니다. 다시 한 번 읊어드리는 게 좋겠어요. 여러분이 더 주의 깊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소네트는 정말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처음처럼 새로운 몸짓과 새로운 휴지를 넣어 다시 읊기 시작하지요. 그들이 서로를 비판하는 모습은 어떨까요? 새내기들과 현대 시인들이 오래되고 중요한 시인들을 향해 짖어대는 모습은 어떨까요? 몇몇 유명하고 뛰어난 시인들을 험담하는 이들은 또 어떨까요? 그들은 진정한 시의 빛을 보여주며, 많고 중요한 일 중에서도 시를 위안과 즐거움으로 삼아 자신의 신성한 재능과 고귀한 개념의 고상함을 보여줍니다. 이는 신중하고 무지한 자들의 불평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이뤄집니다. 그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판단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싫어하지요. 어리석음이 옥좌 아래 앉아있고 무지가 안락의자에 기대어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라고 하는 자는 또 어떻습니까?”
다른 이가 그에게 왜 대부분의 시인들이 가난한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그들이 원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부자가 될 기회를 잡을 줄 알았다면 부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그 기회를 늘 손에 쥐고 있었다. 그들의 연인들이 그 기회였다. 그들은 모두 극도로 부유했다. 그들의 머리카락은 금이었고, 이마는 광택 나는 은이었으며, 눈은 녹색 에메랄드였고, 이는 상아였으며, 입술은 산호였고, 목구멍은 투명한 수정이었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액체 진주였고, 그들의 발이 딛는 땅은 아무리 메마르고 불모지라 해도 즉시 자스민과 장미를 피워냈다. 그들의 숨결은 순수한 호박과 사향과 시벳 고양이 향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그들의 큰 부의 징표이자 증거였다. 그는 좋은 시인들에 대해서는 늘 좋게 말했고, 그들을 달의 뿔 위에 올려놓았다.
어느 날 그는 산 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서툰 솜씨로 그려진 그림들을 보고 말했다. 훌륭한 화가들은 자연을 모방하지만, 형편없는 화가들은 자연을 토해낸다고 했다.
어느 날 그는 부서지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한 서점에 기대어 서서 말했다.
“이 직업이 마음에 들지만, 한 가지 결점이 있어요.”
서점 주인이 그에게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책의 판권을 살 때 그들이 얼마나 까다롭게 굴며, 저자가 자비로 책을 출판할 경우 어떻게 속이는지 아십니까? 1500권을 찍는다고 하고는 실제로는 3000권을 찍어내지요. 저자는 자기 책이 팔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른 이의 책이 팔리고 있는 겁니다.”
같은 날 광장에서 여섯 명의 채찍질 당하는 자들이 지나갔다. 포고꾼이 “첫 번째 자는 도둑질로”라고 외치자, 그는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비켜서시오, 형제들! 그 셈이 당신들 중 누군가로 시작되지 않도록 하시오.”
포고꾼이 “마지막 자는”이라고 말하자, 그가 말했다.
“저자는 아마도 아이들의 보증인일 것이오.”
한 소년이 그에게 말했다.
“비드리에라 형제, 내일 중매쟁이 한 명을 채찍질하러 데려갑니다.”
그가 대답했다.
“중매쟁이를 채찍질하러 데려간다고 했다면, 마차를 채찍질하러 데려간다고 생각했을 거요.”
그곳에 가마를 메는 사람들 중 하나가 있었는데, 그에게 말했다.
“우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까, 선생님?”
“아니오,” 비드리에라가 대답했다. “당신들 각자는 고해 신부보다 더 많은 죄를 알고 있소.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고해 신부는 그것을 비밀로 지키지만 당신들은 술집에서 떠벌리지요.”
이것을 들은 한 노새몰이꾼이 있었다.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말했다.
“우리에 대해서는, 레도마 선생님, 할 말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정직하고 공화국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니까요.”
이에 비드리에라가 대답했다.
“주인의 명예가 하인의 명예를 드러내지요. 그러니 누구를 섬기는지 보면 당신이 얼마나 명예로운지 알 수 있을 것이오. 당신들은 이 땅이 키우는 가장 악랄한 무리의 하인들이오. 제가 유리가 아니었을 때 한번은 빌린 노새를 타고 여행을 했는데, 그 노새에게서 인류의 적인 121가지 결점을 발견했소. 모든 노새몰이꾼들은 약간의 악당기와 도둑질 기질, 그리고 약간의 사기꾼 기질을 가지고 있소. 만약 그들의 주인들(그들은 자기들이 노새에 태우고 다니는 사람들을 그렇게 부르지요)이 유약하다면, 지난 몇 년 동안 이 도시에서 벌어진 일보다 더 많은 속임수를 그들에게 써먹지요. 만약 외국인이라면 그들을 강탈하고, 학생이라면 저주하고, 수도자라면 모독하고, 군인이라면 두려워하지요. 이들과 선원들, 마부들, 노새몰이꾼들은 특별한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소. 오직 그들만을 위한 것이지요. 마부는 대부분의 시간을 1.5바라 정도 되는 공간에서 보내는데, 노새의 멍에에서 마차 입구까지가 그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오. 시간의 절반은 노래를 부르고 나머지 절반은 욕을 하지요. ‘뒤로 물러서시오’라고 말하는 데 또 다른 큰 부분을 보내고, 만약 어떤 수렁에서 바퀴를 빼내야 한다면, 세 마리의 노새보다는 두 개의 욕설로 더 잘 해결하지요. 선원들은 점잖고 무례한 사람들이오. 배에서 쓰이는 말 외에는 다른 언어를 모르지요. 순풍이 불 때는 부지런하고 폭풍우가 칠 때는 게으르지요. 폭풍우 속에서는 많은 명령을 내리고 거의 복종하지 않지요. 그들의 신은 그들의 상자와 선실이며, 그들의 오락거리는 승객들이 뱃멀미를 하는 것을 보는 거요. 노새몰이꾼들은 시트와 이혼하고 안장과 결혼했소. 그들은 너무나 부지런하고 서두르는 나머지, 여정을 잃지 않기 위해 영혼을 잃을 것이오. 그들의 음악은 절구 소리요, 그들의 소스는 배고픔이며, 그들의 아침 기도는 사료 주기이고, 그들의 미사는 아예 듣지 않는 것이오.”
이 말을 하고 있을 때 그는 약국 문 앞에 있었다. 주인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당신은 건강에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소. 당신의 등잔을 그렇게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오.”
“어떤 점에서 제가 제 등잔을 싫어한다는 거지요?” 약사가 물었다.
비드리에라가 대답했다.
“이 말이오. 어떤 기름이 부족할 때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등잔의 기름으로 그것을 채우지요. 게다가 이 직업에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의 신용마저 떨어뜨릴 만한 또 다른 특징이 있소.”
왜 그런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의사가 처방한 것이 자신의 약국에 없다고 말하기를 두려워하거나 감히 말하지 못하는 약사가 있기 때문이오. 그래서 부족한 것 대신에 자신이 보기에 같은 효능과 성질을 가진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소. 그래서 잘못 조제된 약이 올바르게 처방된 약이 해야 할 일과는 반대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오.”
그때 누군가 의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의사를 그 필요성 때문에 존경하라.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그를 창조하셨기 때문이니라. 모든 치료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며, 왕으로부터 선물을 받으리라. 의사의 지식은 그의 머리를 높이고, 위대한 자들 앞에서 그는 칭찬을 받으리라.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땅으로부터 약초를 만드셨으니, 분별 있는 사람은 그것을 싫어하지 아니하리라.’ 이것은,” 그가 말했다, “전도서가 의술과 훌륭한 의사들에 대해 말한 것이오. 나쁜 의사들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말할 수 있을 것이오. 그들보다 공화국에 더 해로운 사람들은 없소. 판사는 우리의 정의를 왜곡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고, 변호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부당한 소송을 지지할 수 있으며, 상인은 우리의 재산을 빼앗아갈 수 있소. 결국, 우리가 필요에 의해 거래하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 해를 끼칠 수 있소. 하지만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우리의 생명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오직 의사들만이 우리를 죽이고 걸어서 떠날 수 있으며, 처방전이라는 칼 외에는 다른 무기를 꺼내지 않고도 그렇게 할 수 있소. 그들의 실수는 즉시 땅속에 묻히지요. 내가 인간의 살과 피를 가졌을 때, 지금처럼 유리가 아니었을 때, 2급 의사 한 명이 환자에 의해 해고되어 다른 의사에게 치료를 받게 된 일이 있었소. 첫 번째 의사는 4일 후 그 약국을 지나가다가 약사에게 두 번째 의사가 환자에게 어떤 처방을 했는지 물었소. 약사는 그에게 처방전을 보여주었는데, 그 끝에 ‘아침에 복용할 것(sumat diluculo)’이라고 쓰여 있었소. 그가 말했소. ‘이 처방전의 모든 것이 좋아 보이오. 다만 이 딜루쿨로만 빼고 말이오. 그것은 지나치게 습하니까.’”
그는 모든 직업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했고, 사람들은 그를 해치지 않고 그를 따라다녔으며 그를 쉬게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보호자가 없었다면 아이들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가 대답했다.
“잠을 자시오. 당신이 잠자는 동안은 부러워하는 사람과 동등할 것이오.”
다른 사람이 물었다.
“2년 동안 신청했던 임무를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요?”
그가 대답했다.
“말을 타고 가서 그것을 가져가는 사람을 따라가시오. 그리고 도시를 빠져나갈 때까지 그를 동행하시오. 그러면 당신도 그것과 함께 갈 것이오.”
우연히 한번은 그가 있는 곳 앞으로 임무를 맡은 판사가 지나갔는데, 많은 사람들과 두 명의 경관을 대동하고 있었다. 누군가 그에게 누구인지 물었고, 그가 대답했다.
“내기를 걸겠소. 저 판사는 가슴에 독사를, 잉크에 권총을, 손에 번개를 들고 있소. 인류를 파괴하기 위해서 말이오. 내가 유리가 아니었을 때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형사 사건의 임무를 맡아 너무나 과도한 판결을 내렸소. 그 판결은 범죄자들의 죄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소. 나는 그에게 왜 그렇게 잔인한 판결을 내리고 그토록 명백한 불의를 저질렀는지 물었소. 그는 항소를 허용할 생각이었다고 대답했소. 그래서 재판관들이 자비를 베풀어 그의 엄중한 판결을 조정하고 적절한 비율로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것이오. 나는 그에게 대답했소. 그렇다면 차라리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는 편이
그들의 노고를 덜어주고자 했고, 이로써 그를 공정하고 현명한 판사로 여기게 했다.
앞서 말했듯 그의 주변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의 말을 듣곤 했는데, 그중에는 법학자 차림을 한 그의 지인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자 비드리에라는 그 사람이 학사 학위조차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말했다.
“조심하시게, 동지. 자네의 호칭을 포로 구출 수도회 수사들이 발견하면 주인 없는 것으로 여겨 가져갈 테니 말일세.”
이에 그 친구가 말했다.
“비드리에라 선생, 우리 서로 존중합시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저는 깊고 높은 학식을 가진 사람이오.”
비드리에라가 대답했다.
“자네는 그것들의 탄탈로스일 뿐이네. 높아서 닿지 못하고, 깊어서 도달하지 못하니 말일세.”
한번은 그가 재단사의 가게에 기대어 서 있다가 재단사가 손을 놀리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선생, 당신은 틀림없이 구원의 길을 가고 계시군요.”
재단사가 물었다. “무엇을 보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무엇을 보고 그렇게 말하냐고요?” 비드리에라가 대답했다. “할 일이 없으니 거짓말할 기회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는 덧붙였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축일에도 바느질하지 않는 재단사는 불행한 사람이지요. 놀라운 것은,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꼭 맞는 옷을 만드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죄 있는 옷을 만드는 사람은 많다는 것입니다.”
그는 구두장이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절대로 자신들이 만든 구두가 나쁘다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두가 좁고 꼭 끼면 신사들은 딱 맞게 신어야 한다고 말하고, 두 시간만 신으면 알파르가테처럼 헐거워질 거라고 한다. 구두가 헐거우면 통풍을 위해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한 영리한 소년이 관청에서 서기로 일하면서 그에게 자주 질문을 하고 도시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전해주곤 했다. 그는 모든 것에 대해 논평하고 대답했다. 이 소년이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비드리에라, 어젯밤 교수형 선고를 받은 한 죄수가 감옥에서 죽었대요.”
그가 대답했다.
“그는 사형집행인이 자신 위에 앉기 전에 서둘러 죽은 것이 현명했군.”
산 프란시스코 거리에 제노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그를 불러 말했다.
“비드리에라 선생, 이리 오셔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주시지요.”
그가 대답했다.
“하고 싶지 않소. 당신들이 그것을 제노바로 가져갈 테니 말이오.”
그는 한번 딸을 데리고 가는 한 여인을 만났는데, 그 딸은 매우 못생겼지만 장신구와 화려한 옷, 진주로 치장하고 있었다. 그는 그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딸을 포장해서 팔 수 있게 만드셨군요.”
제과점 주인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수년 동안 두 배로 속이는 놀이를 하고 있지만, 2마라베디짜리 과자를 4마라베디에, 4마라베디짜리를 8마라베디에, 8마라베디짜리를 반 레알에 파는 것에 대해 아무도 벌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의지와 마음대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인형극 공연자들에 대해서는 온갖 나쁜 말을 했다. 그들은 떠돌이 무리이며 신성한 것들을 모독한다고 했다. 그들이 보여주는 인형들로 경건함을 웃음거리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들은 구약과 신약의 모든 인물들을 자루에 넣어 술집이나 선술집에 앉아 그 위에서 먹고 마신다고 했다. 요컨대 그는 누군가가 그들의 무대를 영원히 침묵시키거나 나라에서 추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한번은 왕자처럼 차려입은 배우가 그의 곁을 지나갔다. 그를 보자 비드리에라가 말했다.
“나는 이 사람이 밀가루 범벅을 한 얼굴로 뒤집어 입은 양털 외투를 입고 무대에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소. 그런데도 무대 밖에서는 매 순간 자신이 귀족의 아들임을 맹세하더군요.”
누군가가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많은 배우들이 매우 좋은 집안 출신이고 귀족이니까요.”
비드리에라가 대꾸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연극에 가장 필요하지 않은 것이 바로 좋은 집안 출신이오. 멋진 젊은이, 잘생긴 사내, 말솜씨 좋은 사람이 필요하지. 나는 그들에 대해 이렇게도 말할 수 있소. 그들은 끊임없이 대사를 외우며 고된 노동으로 빵을 버는데,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여관에서 여관으로 떠돌아다니며 남들을 즐겁게 하느라 밤을 지새우지. 남의 즐거움이 그들의 행복이니까. 게다가 그들은 직업으로 누구도 속이지 않소. 매 순간 자신들의 상품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모든 이의 판단과 시선 앞에 보이니 말이오. 작가들의 노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이고, 그들의 걱정은 특별하지.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연말에 빚쟁이들과 화해해야 할 정도로 빚을 지니까. 그럼에도 그들은 공화국에 필요하오. 숲이나 공원, 경치 좋은 곳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오. 그들은 정직하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이니까.”
그는 한 친구의 의견을 이렇게 전했다. 여배우를 섬기는 사람은 한 번에 여러 숙녀를 섬기는 셈이라고 했다. 여배우는 여왕이 되기도 하고, 요정이 되기도 하며, 여신이 되기도 하고, 하녀가 되기도 하며, 양치기 소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녀를 통해 시종이나 하인을 섬기게 되기도 한다고 했다. 여배우는 이 모든 역할과 그 이상을 연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물었다. 그는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다. ‘아무도 자신의 아버지를 모르고, 아무도 죄 없이 살지 못하며, 아무도 자신의 운명에 만족하지 않고, 아무도 천국에 오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검술 선생들에 대해 그는 한번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필요할 때 쓸 수 없는 과학이나 기술의 선생님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수학적 증명, 즉 절대 틀리지 않는 것으로 적의 화난 움직임과 생각을 환원하려 하기 때문에 거만한 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수염을 염색하는 사람들을 특히 싫어했다. 한번은 그의 앞에서 포르투갈 사람과 카스티야 사람이 싸우고 있었는데, 포르투갈 사람이 짙게 염색한 수염을 잡고 카스티야 사람에게 말했다.
“내 얼굴의 이 수염을 걸고 맹세하노니.”
비드리에라가 끼어들어 말했다.
“이봐요, 친구. ‘테뇨(가지고 있다)’라고 하지 말고 ‘티뇨(염색했다)’라고 하시오.”
또 다른 사람은 얼룩덜룩한 색깔의 수염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나쁜 염색약 때문이었다. 비드리에라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의 수염은 거름더미에 있는 얼룩말 같군요.”
또 다른 사람은 부주의로 인해 반은 하얗고 반은 검은 수염을 하고 있었는데, 수염이 길게 자라 있었다. 비드리에라는 그에게 누구와도 다투거나 논쟁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염의 반쪽으로 거짓말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했다.
한번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현명하고 총명한 한 처녀가 부모의 뜻에 따라 백발의 노인과 결혼하기로 승낙했다. 결혼식 전날 밤, 그 노인은 요단강으로 가지 않고 (노파들이 말하듯) 은과 황산이 든 작은 병으로 갔다. 그는 수염을 새로 고쳐 눈처럼 하얗게 잠자리에 들었다가 송진처럼 검게 일어났다. 신랑 신부가 손을 잡을 시간이 되자 처녀는 얼굴과 염색을 보고 그 모습을 알아챘고, 부모에게 그들이 보여준 바로 그 신랑을 달라고 했다. 다른 사람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부모는 그녀 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 신랑감으로 보여주고 약속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며, 부모가 보여준 사람은 위엄 있고 백발이 가득한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증인들을 세웠다. 그녀는 이 주장을 고수했고, 염색한 사람은 당황했으며, 결혼은 무산되었다.
그는 노파들에 대해 수염을 염색한 사람들과 같은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그의 허영심과 겉치레, 그리고 극도의 가난함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는 그녀의 위장 장애와 어지럼증, 그리고 그녀의 베일보다 더 화려한 말투를 혐오했으며, 결국 그녀의 무용함과 허영심을 싫어했다.
어떤 이가 그에게 말했다.
“선생님, 당신은 여러 직업에 대해 나쁘게 말하셨지만, 서기관에 대해서는 한 번도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에 대해 할 말이 많을 텐데 말입니다.”
이에 그가 대답했다.
“비록 나는 유리로 되어 있지만, 대중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를 만큼 연약하지는 않소. 내 생각에 험담꾼들의 문법과 노래하는 이들의 라라라는 바로 서기관들이오. 문법의 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다른 학문으로 나아갈 수 없고, 음악가가 노래하기 전에 먼저 중얼거리듯, 험담꾼들도 그들의 악의적인 혀를 드러내기 시작할 때 서기관들과 경찰들, 그리고 다른 법관들을 먼저 비난하는 것이오. 하지만 서기관의 직업이 없다면 진실은 지붕 그늘 아래 숨어 도망다니며 학대받을 것이오. 성경에서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소? ‘인간의 권력은 하느님의 손 안에 있고, 서기관의 얼굴 위에 영예를 두시리라.’ 서기관은 공인이며, 판사의 직무는 그들 없이는 제대로 수행될 수 없소. 서기관들은 자유인이어야 하며, 노예나 노예의 자식이어서는 안 되오. 그들은 적법해야 하며 사생아나 어떤 나쁜 혈통에서 태어나서도 안 되오. 그들은 비밀을 지키고 충실할 것을 맹세하며, 고리대금의 문서를 작성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오. 우정이나 적의, 이익이나 손해가 그들로 하여금 선량하고 기독교적인 양심으로 그들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지 않을 것이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좋은 자질을 요구하는 이 직업에 대해, 스페인에 있는 2만 명이 넘는 서기관들 중 대부분이 악마의 수확물이 될 것이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소? 마치 그들이 악마의 포도밭인 것처럼 말이오. 나는 그것을 믿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그렇게 믿어서는 안 되오. 결국 나는 그들이 잘 정돈된 공화국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말하오. 그들이 지나친 수수료를 받는다면, 그들도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오. 이 두 극단에서 그들이 올바른 길을 걷게 만드는 중용이 나올 수 있을 것이오.”
그는 경찰에 대해 말하기를, 그들의 직업이 당신을 체포하거나, 당신의 재산을 집에서 빼앗거나, 당신을 그들의 집에 구금하고 당신의 비용으로 먹고 살기 때문에 몇몇 적들을 갖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대리인들과 청원인들의 태만과 무지를 비난하며, 그들을 의사들에 비유했다. 의사들은 환자가 낫든 낫지 않든 그들의 보수를 받고, 대리인들과 청원인들도 마찬가지로 그들이 돕는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보수를 받는다고 했다.
누군가가 그에게 어느 곳이 가장 좋은 땅인지 물었다. 그는 이른 시기에 열매를 맺고 감사할 줄 아는 땅이라고 대답했다. 그 사람이 다시 물었다.
“그게 아니라, 발야돌리드와 마드리드 중 어느 곳이 더 좋은 곳인지 묻는 겁니다.”
그가 대답했다.
“마드리드의 극단, 발야돌리드의 중간.”
질문한 사람이 말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설명했다.
“마드리드의 하늘과 땅, 발야돌리드의 중간층.”
비드리에라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발야돌리드에 들어오자마자 그의 아내가 심하게 아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 이유가 그녀에게 그 땅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비드리에라가 말했다.
“그녀가 질투심이 강하다면 그 땅을 먹어버리는 게 더 나았을 거요.”
그는 음악가들과 육로 전령에 대해 말하기를, 그들의 희망과 운은 제한되어 있다고 했다. 전자는 말을 타고 다니는 전령이 되는 것으로, 후자는 왕의 음악가가 되는 것으로 끝난다고 했다.
그는 궁정의 여인들이라 불리는 이들에 대해 말하기를, 대부분이 건전함보다는 예의바름에 더 가깝다고 했다.
어느 날 그가 한 교회에 있을 때, 노인의 장례식과 아기의 세례식, 그리고 한 여인의 결혼식이 모두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것을 보고 말했다.
“교회는 전쟁터와 같소. 노인들은 죽고, 아이들은 승리하고, 여인들은 승리를 자축하는 곳이오.”
한번은 말벌이 그의 목을 쏘았는데, 그는 유리가 깨질까 봐 그것을 때려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통스러워했다.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의 몸이 유리라면 어떻게 그 말벌을 느낄 수 있습니까?”
그가 대답했다.
“그 말벌은 분명 험담꾼일 거요. 험담꾼들의 혀와 입은 청동 몸도 부술 수 있는데, 하물며 유리 몸은 어떻겠소?”
그가 있는 곳을 매우 뚱뚱한 수도사가 지나갔을 때, 청중 중 한 명이 말했다.
“그 신부님은 병약해서 움직이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비드리에라가 화를 내며 말했다.
“성경 말씀을 잊지 마시오. ‘내 기름부음 받은 자를 건드리지 말라.’”
그는 더욱 화를 내며 말했다.
“잘 보시오. 최근 몇 년 동안 교회가 성인의 반열에 올리고 축복받은 이들의 수에 포함시킨 많은 성인들 중 어느 누구도 돈 아무개 대위나, 돈 누구누구 비서, 또는 아무개 백작, 후작, 공작이라 불리지 않았소. 그들은 모두 프라이 디에고, 프라이 하신토, 프라이 라이문도와 같은 수도사들이었소. 왜냐하면 수도원은 천국의 아란후에스와 같아서, 그 열매들이 주로 하느님의 식탁에 오르기 때문이오.”
그는 험담꾼들의 혀가 독수리의 깃털과 같아서, 그것들과 함께 있는 다른 모든 새의 깃털을 갉아먹고 망가뜨린다고 말했다. 그는 도박장 주인들과 도박꾼들에 대해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그는 도박장 주인들이 공공연한 배신자들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승리하는 사람에게서 몫을 받자마자, 그가 지기를 바라고 카드가 계속 넘어가기를 원하여 상대방이 승리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몫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그는 밤새도록 도박을 하며 돈을 잃는 도박꾼의 인내심을 크게 칭찬했다. 그가 성질이 급하고 악마 같은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도망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입을 열지 않고 바라바의 순교자보다 더한 고통을 견뎌내는 것이었다. 그는 또한 일부 정직한 도박장 주인들의 양심을 칭찬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집에서 ‘폴라’와 ‘시엔토스’ 외의 다른 게임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천천히, 고자질쟁이들의 위협이나 두려움 없이 한 달 동안 더 많은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이는 ‘에스토카다’, ‘레파롤로’, ‘시에테 이 예바르’, 그리고 ‘핀타 엔 라 델 푼토’와 같은 게임을 허용하는 이들보다 더 많았다.
요약하자면, 그는 너무나 대단한 이야기들을 했기 때문에, 만약 누군가가 그를 건드리거나 그에게 다가갈 때 그가 지르는 큰 소리와 그가 입은 옷, 그의 제한된 식사, 여름에는 하늘 아래에서 자고 겨울에는 짚더미에서 자는 그의 습관이 없었다면, 그의 광기를 분명히 보여주는 이러한 징후들이 없었다면, 아무도 그가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니라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이 병은 2년 조금 넘게 지속되었다. 그 후 성 제롬 수도회의 한 수도사가 그를 치료하기로 했다. 이 수도사는 벙어리들이 이해하고 어느 정도 말할 수 있게 하는 특별한 은혜와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미친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도 능했다. 그는 자비심에 이끌려 비드리에라를 치료하기로 했고, 그를 치료하여 본래의 이성과 판단력을 되찾게 했다. 그가 건강해지자 수도사는 그를 법학자처럼 옷 입히고 궁정으로 돌려보냈다. 그곳에서 그는 미쳤을 때만큼이나 현명함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직업을 행하고 그것으로 유명해질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했고, 이제 자신을 로다하가 아닌 루에다 학사라 부르며 궁정으로 돌아왔다. 그가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그를 알아보았지만, 그들은 그가 전과 다른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질문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를 따라다니며 서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미친 비드리에라가 아닌가? 정말 그
이성적이지만, 잘 차려입었든 허름하게 입었든 미친 사람일 수도 있다. 그에게 물어보고 이 혼란에서 벗어나자. 이 모든 것을 학사는 듣고 있었고, 침묵을 지켰으며, 정신이 온전할 때보다 더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워했다.
소년들의 인식이 성인들에게로 퍼져나갔고, 학사가 의회 마당에 도착하기도 전에 모든 계층의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를 뒤따랐다. 이렇게 대학 교수보다 더 많은 수행원을 거느리고 그는 마당에 도착했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에워쌌다. 그는 주변에 모인 많은 사람들을 보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여러분, 저는 학사 비드리에라입니다. 하지만 예전의 그가 아닙니다. 지금은 학사 루에다입니다. 하늘의 허락으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불행으로 제 정신을 잃었다가 하나님의 자비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가 미쳤을 때 한 말들로 미루어 제가 온전할 때 할 말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살라만카에서 가난하게 공부하여 법학 학위를 받았고, 그곳에서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이는 실력이 아닌 덕으로 제가 이 학위를 받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거대한 궁정의 바다에 변호사로 일하고 생계를 꾸리려 왔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저를 내버려두지 않으신다면, 저는 노를 저어 죽음을 얻으러 온 셈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저를 따르는 것이 저를 핍박하는 일이 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제가 미쳤을 때 얻은 생계수단을 정신이 온전해져서 잃지 않게 해주십시오. 여러분이 예전에 광장에서 물으셨던 것들을 이제 제 집에서 물어보십시오. 그러면 즉흥적으로 잘 대답했던 제가 숙고해서 더 잘 대답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듣고 일부는 그를 떠났다. 그는 거의 같은 수의 사람들과 함께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날 그가 나갔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또 다른 연설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많은 것을 잃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자신이 굶어 죽을 것을 깨닫고 궁정을 떠나 플랑드르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곳에서 그는 지성의 힘으로는 할 수 없었던 것을 팔의 힘으로 해내려 했다.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며 궁정을 떠나며 말했다.
“오 궁정이여, 당신은 대담한 청원자들의 희망은 늘리고 덕 있는 겸손한 이들의 희망은 줄이는구나. 당신은 뻔뻔한 광대들은 풍족하게 먹여 살리면서 분별 있는 수줍은 이들은 굶겨 죽이는구나!”
그는 이 말을 하고 플랑드르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문학으로 영원히 남기려 했던 삶을 그의 좋은 친구 발디비아 대위와 함께 무기를 통해 영원히 남겼다. 그는 죽을 때 현명하고 매우 용감한 군인이라는 명성을 남겼다.
피의 힘
한여름 무더운 밤, 톨레도에서 한 나이 든 귀족이 아내와 어린 아들, 16세 된 딸, 그리고 하녀와 함께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고 있었다. 날은 맑았고 시간은 11시였다. 길은 한적했고 걸음은 느렸다. 이는 톨레도에서 강이나 들판에서 즐긴 휴식에 따르는 피로를 겪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 도시의 정의롭고 선량한 사람들이 주는 안전함을 믿고, 그 고귀한 귀족은 존경받는 가족과 함께 어떤 불행이 닥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행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법.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들의 즐거움을 망치고 오랫동안 울게 만들 일이 일어났다.
그 도시의 한 귀족은 22세쯤 되었다. 그의 부와 고귀한 혈통, 그릇된 성향, 지나친 자유, 그리고 방탕한 친구들 때문에 그는 그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고 무모한 짓을 저질러 대담하다는 평판을 얻고 있었다. 이 귀족을(지금은 좋은 이유로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로돌포라 부르겠다) 다른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젊고, 쾌활하고, 무례했다. 그들은 귀족이 올라가고 있는 그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다.
두 무리가 마주쳤다. 양들의 무리와 늑대들의 무리였다. 로돌포와 그의 동료들은 뻔뻔하고 무례하게 얼굴을 가리고 어머니와 딸, 하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흥분해서 그들의 무례함을 꾸짖고 비난했다. 그들은 조롱과 비웃음으로 대답했고, 더 이상의 무례함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로돌포가 본 레오카디아(그것이 귀족의 딸 이름이라고 하자)의 아름다운 얼굴은 그의 기억에 깊이 각인되어 그의 의지를 끌고 갔고, 모든 장애물을 무릅쓰고 그녀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순식간에 그의 생각을 동료들에게 전했고, 또 다른 순간 그들은 돌아가 그녀를 납치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로돌포를 기쁘게 하기 위함이었다. 부자들이 관대해지면 그들의 잘못된 취향을 정당화하고 그들의 나쁜 행동을 좋은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항상 찾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나쁜 생각이 떠오르고, 그것을 전하고, 그것을 승인하고, 레오카디아를 납치하기로 결정하고, 그녀를 납치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그들은 얼굴에 수건을 덮고 칼을 뽑아 들고 돌아갔다. 그들은 몇 걸음 만에 하나님께 그들을 그 대담한 자들의 손에서 구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기도 전에 그들을 따라잡았다.
로돌포는 레오카디아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팔에 안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저항할 힘도 없었고, 놀라서 소리 지를 목소리도, 심지어 눈으로 볼 빛도 잃었다. 그녀는 기절하여 의식을 잃고 누가 그녀를 데려가는지, 어디로 데려가는지도 보지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소리쳤고, 어머니는 울부짖었으며, 남동생은 울었고, 하녀는 얼굴을 할퀴었다.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울부짖음도 듣지 못했으며, 눈물도 동정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할퀸 자국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장소의 외딴 곳과 밤의 조용한 정적, 그리고 악당들의 잔인한 마음이 모든 것을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이들은 기쁘게 떠났고, 다른 이들은 슬프게 남았다.
로돌포는 아무런 방해 없이 자신의 집에 도착했고, 레오카디아의 부모는 슬프고, 괴롭고, 절망에 빠진 채 자신들의 집에 도착했다. 그들은 눈이 멀었다. 그들의 눈이었던 딸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외롭다. 레오카디아가 그들의 달콤하고 즐거운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혼란스럽다. 이 불행을 사법 당국에 알리는 것이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불명예를 공개하는 주요 도구가 될까 두려웠다.
그들은 가난한 귀족으로서 도움이 필요했지만, 누구에게 불평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의 불운한 운명 외에는. 한편 로돌포는 영리하고 교활하게 레오카디아를 자신의 집, 자신의 방에 데려왔다. 그녀를 데려올 때 기절한 것을 느꼈을 때, 그는 그녀가 거리를 보지 못하도록, 집을 보지 못하도록, 그리고 그녀가 있는 방을 보지 못하도록 수건으로 그녀의 눈을 가렸다. 그의 방에서는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가 아직 살아있었고 그의 거처와 모든 방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자녀들을 통제하려는 부모들의 부주의). 레오카디아가 기절에서 깨어나기 전에 로돌포는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 청년의 순결하지 못한 충동은 그들을 더 자극하고 고조시키는 편의와 요구사항들을 거의 또는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성의 빛에 눈이 멀어, 로돌포는 어둠 속에서 레오카디아의 가장 좋은 보물을 빼앗았다. 대부분의 관능적인 죄들이 그것들의 완성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듯이, 로돌포는 곧
레오카디아가 그곳에서 사라지기를 바랐고, 그녀를 기절한 채로 거리에 내놓으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하려 할 때 그녀가 깨어나며 말했다.
“불쌍한 나는 어디 있는 거지? 이 어둠은 무엇이고, 이 암흑은 나를 감싸고 있구나. 나는 순진무구한 림보에 있는 걸까, 아니면 내 죄의 지옥에 있는 걸까? 맙소사! 누가 나를 만지는 거지? 내가 침대에 누워 있다니, 내가 상처를 입었다니? 어머니, 아버지, 들리세요? 아, 불행한 나여! 부모님은 내 말을 듣지 못하시고 내 적들이 나를 만지고 있구나. 이 어둠이 영원히 지속되어 내 눈이 다시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다면, 그리고 내가 지금 있는 이 장소가 어디든 내 명예의 무덤이 된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알려지지 않은 불명예가 사람들의 평판에 놓인 명예보다 낫기 때문이지. 이제 기억나는구나. (아, 내가 절대 기억하지 말았어야 할 것을!)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이제 기억나는구나, 내가 습격당했다는 것을. 이제 상상하고 알겠구나,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오, 당신이 누구든 여기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여 (그녀는 로돌포의 손을 잡고 있었다), 만약 당신의 영혼이 어떤 간청이라도 받아들인다면, 내 명성을 짓밟은 당신이 내 생명도 앗아가기를 간청하오. 지금 당장 나를 죽여주오. 명예 없는 자가 생명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소. 나를 모욕하는 데 사용한 잔인함이 나를 죽이는 데 사용할 자비심으로 누그러질 것이오. 그렇게 해서 당신은 한 순간에 잔인하면서도 자비로워질 것이오.”
레오카디아의 말은 로돌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로서 그는 무엇을 말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침묵은 레오카디아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녀는 손으로 만져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 환영인지 그림자인지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몸을 만지자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 당한 폭력을 기억하게 되었고, 자신의 불행한 이야기가 사실임을 깨달았다. 이런 생각과 함께 많은 흐느낌과 한숨으로 중단되었던 말을 다시 이어갔다.
“대담한 젊은이여, 네 행동으로 보아 나이가 어린 것 같구나. 나는 네가 저지른 죄를 용서하겠다. 단 이 어둠으로 덮인 것처럼 영원한 침묵으로 덮을 것을 약속하고 맹세한다면 말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이렇게 큰 잘못에 대해 내가 요구하는 보상은 작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장 큰 보상이 될 것이다. 명심해라, 나는 네 얼굴을 본 적이 없고 보고 싶지도 않다. 내 모욕을 기억할 때 가해자를 기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피해의 형상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지 않다. 나와 하늘 사이에서만 내 불평이 오갈 것이다. 세상이 듣기를 원치 않는다. 세상은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이런 진실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보통 많은 경험과 오랜 세월을 통해 얻는 지혜인데 내 나이는 겨우 17세다. 이를 통해 나는 고통이 괴로워하는 자의 혀를 때로는 묶기도 하고 때로는 풀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자신의 고통을 과장해서 믿게 하려 하고, 때로는 말하지 않아 치유되지 않게 하려 한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침묵하든 말하든, 나는 네가 나를 믿거나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믿지 않는 것은 무지요, 도와주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절망하고 싶지 않다. 네가 나에게 위안을 주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것이다: 보아라, 시간이 지나 네 분노가 가라앉기를 기다리지 말아라. 네가 나를 덜 즐길수록, 이미 나를 즐겼으니 네 사악한 욕망은 덜 불타오를 것이다. 우연히 나를 모욕했다고 생각해라. 나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거나, 태어났다면 불행하게 태어났다고 생각하겠다. 지금 당장 나를 거리에 내놓아라. 아니면 적어도 대성당 근처에 데려다 주어라. 거기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나를 따라오거나, 내 집을 알아내거나, 내 이름이나 부모님의 이름을 묻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한다. 그들이 부유하고 고귀한 만큼 내게는 불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답해라. 만약 네 목소리로 나를 알아볼까 두렵다면, 내 아버지와 고해 신부 외에는 평생 어떤 남자와도 이렇게 길게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아라. 그래서 목소리만으로는 누구도 구별할 수 없다.”
로돌포가 레오카디아의 현명한 말에 대한 대답은 그녀를 껴안는 것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쾌락을 다시 확인하려는 듯했고, 그녀의 불명예를 더하려 했다. 레오카디아는 이를 보고 자신의 연약한 나이가 예상치 못한 힘으로 발과 손, 이빨과 혀로 저항하며 말했다.
“배신자이자 양심 없는 자여, 누구든 네가 누구인지 알아라. 네가 내게서 빼앗은 전리품은 감각 없는 나무 기둥이나 기둥에서 취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 승리와 전리품은 네 불명예와 경멸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 네가 얻으려는 것은 죽음으로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나를 짓밟고 무력화시켰을 때는 기절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깨어 있는 나는, 그렇게 혐오스러운 행위에 동의한다면 내 기절이 거짓이었다고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적들이 나를 만지고 있다!”
마침내 레오카디아는 용감하고 끈질기게 저항했고, 로돌포의 힘과 욕망은 약해졌다. 레오카디아를 향한 그의 무례한 행동은 단지 음란한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런 충동에서는 결코 진정한 사랑이 생겨나지 않는다. 충동이 지나가면 차가운 의지만 남는다. 로돌포는 춥고 지쳐 레오카디아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침대에 두고 집을 나섰다. 그는 방을 잠그고 친구들을 찾아 무엇을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러 갔다.
레오카디아는 혼자 남겨지고 갇혀 있음을 느꼈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 안을 더듬어 다니며 손으로 벽을 만져 문이나 창문을 찾으려 했다. 그녀는 문을 찾았지만 잘 잠겨 있었고, 열 수 있는 창문을 발견했다. 창문을 통해 달빛이 들어와 레오카디아는 방의 비단 장식품 색깔을 구별할 수 있었다. 그녀는 침대가 도금되어 있고 매우 호화롭게 꾸며져 있어 왕자의 침대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의자와 책상을 세었고, 문이 있는 위치를 파악했다. 벽에 걸린 그림들도 보았지만 무엇을 그린 것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 창문은 크고 튼튼한 창살로 보호되어 있었다. 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정원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탈출 의도를 좌절시켰다. 그녀가 본 모든 것과 방의 넓이와 호화로운 장식들로 보아 주인이 고귀하고 부유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창가 근처에 있던 책상에서 그녀는 작은 은 십자가를 보았다. 그녀는 그것을 집어 옷 소매에 숨겼다. 이는 신심 때문도, 도둑질하려는 의도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불행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다시 말했다.
“나는 네 얼굴을 본 적이 없고, 내 모욕을 기억할 때 가해자를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내 피해의 형상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지 않다. 나와 하늘 사이에서만 내 불평이 오갈 것이다. 세상이 듣기를 원치 않는다. 세상은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이런 진실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보통 많은 경험과 오랜 세월을 통해 얻는 지혜인데 내 나이는 겨우 17세다. 이를 통해 나는 고통이 괴로워하는 자의 혀를 때로는 묶기도 하고 때로는 풀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자신의 고통을 과장해서 믿게 하려 하고, 때로는 말하지 않아 치유되지 않게 하려 한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침묵하든 말하든, 나는 네가 나를 믿거나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믿지 않는 것은 무지요, 도와주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절망하고 싶지 않다. 네가 나에게 위안을 주는 데 큰 비용이 들지
그의 은밀한 계획을 마치자, 그는 이전처럼 창문을 닫고 침대로 돌아가 자신의 불길한 모험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기다렸다.
그가 느끼기에 약 30분이 지났을 때, 그는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가 다가와 말없이 손수건으로 그녀의 눈을 가렸다. 그 사람은 그녀의 팔을 잡고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그녀는 문이 다시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이 사람은 로돌포였다. 그는 친구들을 찾으러 갔었지만, 그 처녀와 있었던 일의 증인으로 삼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그들을 만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녀의 눈물에 감동받아 도중에 그녀를 풀어주었다고 말하기로 결심했다. 이 계획에 따라 그는 레오카디아가 요청한 대로 날이 밝기 전에 그녀를 대성당 근처에 내려주기 위해 서둘러 돌아왔다. 그는 날이 밝아 그녀를 숨길 수 없게 되거나 다음 밤까지 그녀를 방에 가둬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그 시간 동안 그는 다시 폭력을 쓰거나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시청 광장이라 불리는 곳까지 데려갔다. 거기서 그는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가 섞인 이상한 억양으로 그녀에게 안전하게 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그녀를 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가 눈가리개를 벗을 틈도 주지 않고 그는 이미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졌다.
레오카디아는 홀로 남겨졌다. 그녀는 눈가리개를 벗고 자신이 있는 곳을 살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멀리서 자신을 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걸음을 멈추곤 했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집을 향해 걸어갔다. 혹시 뒤쫓는 이가 있다면 따돌리기 위해 열려 있는 집에 들어갔다가 잠시 후 자기 집으로 갔다. 그녀는 옷도 벗지 않은 채 잠들 생각도 하지 못하고 놀란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을 만났다.
그들은 딸을 보자 팔을 벌리고 달려와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맞이했다. 레오카디아는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 차 부모님에게 따로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했고, 그들은 그렇게 했다. 그녀는 짧게 자신의 불행한 경험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녀의 명예를 빼앗은 강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불행이 일어났던 무대에서 본 것들을 이야기했다. 창문, 정원, 창살, 서랍장, 침대, 다마스크 천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가져온 십자가상을 보여주었다. 그 앞에서 그들은 다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복수를 요청하며 기적적인 징벌을 바랐다. 그녀는 또한 자신은 가해자를 알고 싶지 않지만, 부모님이 그를 알아내고 싶다면 그 성상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교구의 사제들에게 그런 성상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지정한 수도사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설교단에서 말하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성상의 주인을 알아내 집과 가해자의 신원까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아버지가 대답했다. “딸아,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보통의 악의가 네 현명한 생각을 방해할 것이다. 분명히 오늘 그 방에서 이 성상이 없어진 것을 알아챌 것이고, 주인은 함께 있었던 사람이 가져갔다고 확신할 것이다. 어떤 수도사가 그것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것을 누가 줬는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뿐 잃어버린 주인을 밝히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특징을 알려주고 그 사람을 보내 찾아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혼란스러워질 뿐 정보를 얻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의심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제3자를 통해 수도사에게 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딸아, 네가 할 일은 그것을 간직하고 그에게 기도하는 것이다. 그것이 네 불행의 증인이었으니 네 정의를 위해 심판자가 나타나도록 할 것이다. 명심해라, 딸아. 공개적인 불명예의 1온스가 비밀스러운 치욕의 1아로바보다 더 아프다. 하나님 앞에서 공개적으로 명예롭게 살 수 있다면 너 자신과의 비밀 속에서 불명예스러운 것에 괴로워하지 마라. 진정한 불명예는 죄에 있고 진정한 명예는 미덕에 있다. 말과 생각과 행동으로 하나님을 거스를 수 있지만, 너는 말로도, 생각으로도, 행동으로도 그분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러니 너 자신을 명예롭다고 여겨라. 나는 너를 진정한 아버지로서 그렇게 여길 것이다.”
이 현명한 말로 아버지는 레오카디아를 위로했고, 어머니도 그녀를 다시 안으며 위로하려 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울며 슬퍼했고, 속담처럼 머리를 가리고 부모의 보호 아래 검소하고 정직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한편 로돌포는 집으로 돌아와 십자가상이 없어진 것을 알아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부자였기에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의 부모도 3일 후 그가 이탈리아로 떠날 때 어머니의 시녀에게 방에 남겨둔 모든 것을 맡겼을 때 그것을 묻지 않았다.
로돌포는 오랫동안 이탈리아로 가기로 결심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에 다녀온 그의 아버지는 진정한 귀족은 자국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말하며 그를 설득했다. 이런 이유와 다른 이유들로 로돌포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아버지는 그에게 바르셀로나, 제노바, 로마, 나폴리에서 쓸 많은 돈의 신용장을 주었다. 그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떠났는데,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여관의 풍요로움과 스페인 군인들이 숙소에서 누리는 자유에 대해 들은 것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는 “여기 좋은 닭고기, 비둘기, 프로슈토, 소시지가 있습니다”라는 말과 비슷한 말들이 좋게 들렸다. 이런 말들은 스페인의 여관과 술집의 협소함과 불편함을 겪고 돌아온 군인들이 기억하는 것들이었다. 결국 그는 레오카디아와 있었던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 채, 마치 그런 일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떠났다.
한편 그녀는 부모의 집에서 가능한 한 은둔하며 살았고,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자신의 불행이 얼굴에 써있을까 두려워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해야 했다. 그녀는 은둔하고 숨어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잠시 잊혀졌던 눈물이 다시 그녀의 눈에 고였고, 한숨과 탄식이 다시 바람을 때리기 시작했다. 현명한 어머니의 위로도 소용없었다.
시간이 흘러 출산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녀는 너무나 비밀스럽게 이 일을 처리해 산파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어머니가 이 역할을 대신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를 낳았다. 같은 비밀과 조심성으로 그들은 아이를 시골로 데려가 4년 동안 키웠다. 그 후 조부는 조카라는 이름으로 그를 집으로 데려왔고, 그곳에서 그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덕스럽게 자랐다.
아이의 이름은 루이스였는데,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지었다. 그는 아름다운 얼굴, 온순한 성격, 예리한 지성을 가졌고, 그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에서 고귀한 아버지의 자식임을 보여주었다. 그의 우아함, 아름다움, 지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은 그의 탄생을 축복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고 눈물을 흘렸고, 기도를 올렸으며, 복수를 요청했고, 기적적인 징벌을 바랐다. 그녀는 또한 가해자를 알고 싶지는 않지만, 부모님이 그를 알아내고 싶어한다면 그 성상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교구의 사제들에게 그런 성상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지정한 수도사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설교단에서 말하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성상의 주인을 알아내 집과 가해자의 신원까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아버지가 대답했다. “딸아, 네 말이 옳다.
딸의 불행으로 인해 그들에게 이런 손자를 주었다는 생각에. 그가 거리를 걸어갈 때면 수천 개의 축복이 그에게 쏟아졌다. 어떤 이들은 그의 아름다움을, 다른 이들은 그를 낳은 어머니를, 또 다른 이들은 그를 잉태한 아버지를,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를 이렇게 잘 키운 사람을 축복했다. 그를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이렇게 칭찬하는 가운데 아이는 7살이 되었다. 이 나이에 그는 이미 라틴어와 스페인어를 읽을 줄 알았고, 매우 예쁜 글씨를 쓸 줄 알았다. 그의 조부모의 의도는 그를 부자로 만들 수는 없었기에 덕망 있고 현명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마치 지혜와 덕망이 도둑들이나 운명이라 불리는 것이 손댈 수 없는 부富인 것처럼.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할머니의 심부름으로 친척집에 갔다가 기사들의 경주가 있는 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그는 구경하기 위해 멈춰 섰고, 더 좋은 자리를 잡으려다 길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건너갔다. 그 순간 말에 치였는데, 말을 탄 사람이 질주하는 말의 기세를 멈출 수가 없었다. 말이 그를 밟고 지나갔고, 그는 죽은 듯이 바닥에 쓰러져 머리에서 피를 흘렸다. 이 일이 일어나자마자 경주를 구경하던 한 노신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말에서 뛰어내려 소년에게 달려갔다. 그를 안고 있던 사람의 팔에서 소년을 빼앗아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는 자신의 백발이나 높은 지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하인들에게는 그를 놔두고 소년을 치료할 의사를 찾아오라고 명령했다. 많은 기사들이 그를 따랐는데, 그토록 아름다운 소년의 불행에 마음 아파했다. 곧 그 치인 아이가 루이시코, 그 신사의 조카라는 소문이 퍼졌고, 할아버지의 이름도 거론되었다. 이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결국 그의 조부모와 숨겨진 어머니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들은 사실을 확인하고는 정신없이 사랑하는 아이를 찾아 나섰다. 그 신사가 매우 유명하고 중요한 인물이었기에, 그들이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집을 알려주었고, 그들이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의사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 집의 주인인 신사와 그의 아내는 아이의 부모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울거나 큰 소리로 불평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명한 의사는 상처를 매우 조심스럽고 능숙하게 치료한 후, 처음에 우려했던 것만큼 치명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치료 중간에 루이스가 정신을 차렸는데, 그때까지 의식이 없었다. 그는 삼촌들을 보고 기뻐했고, 그들은 울면서 어떤지 물었다. 그는 몸과 머리가 많이 아프지만 괜찮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그와 말하지 말고 쉬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대로 했고, 할아버지는 집주인에게 조카에게 베푼 큰 자비에 감사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신사는 감사할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아이가 쓰러져 치이는 것을 보았을 때, 자신이 무척 사랑하는 아들의 얼굴을 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를 안고 집으로 데려왔고, 치료 기간 동안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돌볼 것이라고 했다. 그의 아내인 고귀한 부인도 같은 말을 하며 더욱 열렬한 약속을 했다.
조부모들은 이토록 큰 기독교 정신에 감탄했지만, 어머니는 더욱 놀랐다. 의사의 소식으로 흥분된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그녀는 아들이 있는 방을 주의 깊게 살폈고, 여러 가지 징후를 통해 이곳이 자신의 명예가 끝나고 불행이 시작된 바로 그 방임을 분명히 알아차렸다. 비록 지금은 그때 있던 다마스크 천으로 장식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녀는 방의 배치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정원으로 난 창살 창문을 보았고, 부상자 때문에 닫혀 있었지만 그 창문이 정원으로 나 있는지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가 가장 잘 알아본 것은 바로 그 침대였다. 그녀에겐 그 침대가 무덤과도 같았다. 더구나 그녀가 가져온 성화상이 놓여 있던 바로 그 책상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결국, 그녀가 눈을 가린 채 방에서 끌려나갈 때 세어 두었던 계단 수, 즉 방에서 거리까지의 계단 수를 세어보니 그녀의 모든 의심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녀는 신중하게 계단 수를 세었고, 아들을 두고 집으로 돌아갈 때 다시 세어보니 정확히 일치했다. 여러 가지 징후들을 비교해보며 그녀는 자신의 상상이 사실임을 완전히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에 대해 어머니에게 자세히 이야기했고, 어머니는 현명하게도 손자가 있는 집의 주인이 아들이 있었는지 또는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로돌포라는 아들이 있었고 지금은 이탈리아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가 스페인을 떠난 지 7년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계산해보니 손자의 나이와 정확히 일치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남편에게 알렸고, 둘은 딸과 함께 하느님께서 부상자를 어떻게 하실지 기다리기로 했다. 15일 만에 위험에서 벗어났고 30일째 되는 날 일어났다. 이 기간 동안 어머니와 할머니가 그를 방문했고, 주인들은 마치 자신들의 아들인 것처럼 그를 돌보았다. 도냐 에스테파니아(그것이 그 신사의 아내 이름이었다)가 레오카디아와 이야기를 나누며 때때로 이 아이가 이탈리아에 있는 자신의 아들과 너무나 닮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를 볼 때마다 자신의 아들이 눈앞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말들로 인해 레오카디아는 부모와 상의하여 결정한 대로 그녀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 어느 날 그녀는 도냐 에스테파니아와 단둘이 있게 되었고,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부인, 제 부모님이 조카가 이렇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들은 하늘이 무너지고 온 세상이 어깨 위로 떨어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눈의 빛과 노년의 지팡이를 잃은 것 같았고, 이 조카가 없으면 그들의 삶도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이 아이를 다른 부모들이 자녀를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랑합니다. 하지만 흔히 말하듯이, 하느님께서 상처를 주실 때 치료법도 주신다고 하더군요. 아이는 이 집에서 치료를 받았고, 저는 여기서 어떤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기억들은 제가 살아있는 한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인, 저는 고귀한 가문 출신입니다. 제 부모님과 모든 선조들이 그러했고, 그들은 운명의 재물로 그들의 명예를 어디서나 행복하게 유지해 왔습니다.”
도냐 에스테파니아는 레오카디아의 말을 듣고 놀라고 당황했다. 그녀는 이토록 적은 나이에 그렇게 많은 분별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레오카디아를 20세 정도로 판단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답하지 않은 채, 레오카디아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할 때까지 기다렸다. 레오카디아는 그녀의 아들의 난행, 자신의 명예 실추, 그녀를 납치한 일, 눈을 가리고 이 방으로 데려온 일, 이 방이 바로 그 방이라고 의심했던 징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확신을 얻기 위해 가슴에서 십자가상을 꺼내며 말했다.
“주님, 당신은 제게 가해진 폭력의 증인이셨습니다. 제게 마땅한 보상의 심판자가 되어 주소서. 저는 당신을 그 책상 위에서 가져갔습니다. 제 불행을 항상 기억하기 위해서였지만, 복수를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께서 제게 어떤 위안을 주실지 간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내 불행을 참고 견딜 위안을 주셨습니다. 부인, 당신이 극진한 자비를 보여주신 이 아이는 당신의 진정한 손자입니다. 하늘의 섭리로 그를 치어 당신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고, 저는 여기서 제 불행에 가장 알맞은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그것을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리라 믿습니다.
이 말을 하며 그녀는 십자가를 끌어안고 에스테파니아의 팔에 기절했다. 에스테파니아는 결국 여자이자 귀족으로서 연민과 자비가 남자의 잔인함만큼이나 자연스러웠기에, 레오카디아의 기절을 보자마자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맞대고 그 위에 많은 눈물을 흘렸다. 레오카디아를 깨우기 위해 다른 물을 뿌릴 필요도 없었다.
두 사람이 이런 상태에 있을 때, 에스테파니아의 남편인 기사가 루이시코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에스테파니아의 울음과 레오카디아의 기절을 보고 그 이유를 서둘러 말해달라고 물었다. 아이는 사촌으로 여기는 어머니와 은인으로 여기는 할머니를 껴안으며 왜 우는지 물었다.
“여보, 당신에게 말씀드릴 큰일이 있어요,” 에스테파니아가 남편에게 대답했다. “그 끝은 이 기절한 여자가 당신의 딸이고 이 아이가 당신의 손자라고 말씀드리는 것으로 끝날 거예요. 이 소녀가 제게 말한 진실이며, 이 아이의 얼굴에서 우리 둘 다 아들의 모습을 보았어요.”
“부인, 더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소,” 기사가 대답했다.
이때 레오카디아가 정신을 차리고 십자가를 꼭 안은 채 눈물의 바다에 빠진 듯했다. 이 모든 것이 기사를 매우 혼란스럽게 했고, 아내가 레오카디아가 말한 모든 것을 설명해주자 그 혼란에서 벗어났다. 그는 이를 하늘의 섭리로 믿었고, 마치 많은 진실한 증인들이 증명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그는 레오카디아를 위로하고 껴안았으며, 손자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날 나폴리에 전령을 보내 아들에게 아름다운 여인과 혼례를 정했으니 즉시 돌아오라고 알렸다. 그들은 레오카디아와 그녀의 아들이 더 이상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부모들은 딸의 좋은 결과에 매우 만족하며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렸다.
전령이 나폴리에 도착했고, 로돌포는 아버지가 알린 대로 아름다운 여인을 누리고 싶은 마음에 편지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스페인으로 향하는 네 척의 갤리선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기회를 잡아 여전히 그를 떠나지 않은 두 친구와 함께 승선했다. 순조로운 항해 끝에 12일 만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고, 거기서 7일 만에 말을 타고 톨레도에 도착했다. 그는 우아하고 멋진 모습으로 아버지의 집에 들어섰는데, 우아함과 멋짐의 극치가 그에게 모두 모여 있는 듯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의 건강과 귀환을 기뻐했다. 레오카디아는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지시한 대로 숨어서 그를 바라보며 놀랐다. 로돌포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곧바로 가고 싶어 했지만, 에스테파니아는 그녀의 계획에 그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았다. 로돌포가 도착했을 때 밤이 가까워지고 있었고, 저녁 식사 준비가 되는 동안 에스테파니아는 아들의 친구들을 따로 불렀다. 그들이 레오카디아가 말한 대로 로돌포와 함께 그녀를 납치한 세 사람 중 둘일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녀는 큰 간청으로 그들에게 몇 년 전 어느 밤에 그녀의 아들이 한 여인을 납치했는지 기억나는지 물었다. 이 진실을 아는 것이 모든 친척들의 명예와 평화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납치 사실을 밝혀도 어떤 해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시키며 그들에게 간곡히 부탁했고, 그들은 결국 한 여름밤에 그들 둘과 또 다른 친구가 로돌포와 함께 그녀가 말한 그 밤에 한 소녀를 납치했다고 고백하기로 했다. 로돌포가 그녀를 데리고 갔고 그들은 그녀의 가족들이 소리 지르며 그녀를 지키려 하는 동안 그들을 저지했다고 말했다. 다음 날 로돌포가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것이 그들이 물어본 것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 두 사람의 고백은 이 경우에 제기될 수 있는 모든 의심에 종지부를 찍었고,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좋은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이런 것이었다. 저녁 식사 직전에 그녀는 로돌포와 단둘이 한 방에 들어가 그의 손에 한 초상화를 쥐어주며 말했다.
“아들아, 나는 네 아내의 진짜 초상화를 보여줌으로써 맛있는 저녁을 대접하고 싶구나. 그러나 내가 너에게 말해두고 싶은 것은, 그녀에게 부족한 아름다움은 덕으로 충분히 보상된다는 거야. 그녀는 귀족이고 현명하며, 중간 정도로 부유하지.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위해 그녀를 골랐으니, 네게 적합한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로돌포는 주의 깊게 초상화를 보더니 말했다.
“화가들은 대개 그들이 그리는 얼굴에 아름다움을 넘치게 표현하는데, 이 초상화에도 그랬다면 원본은 틀림없이 추함 그 자체일 겁니다. 어머니, 저는 아들이 부모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믿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신분을 주는 것이 더 좋다고 봅니다. 결혼은 죽음만이 풀 수 있는 매듭이니, 그 끈이 동등해야 합니다. 덕, 고귀함, 분별, 재산의 축복은 그것을 받은 사람의 이해를 기쁘게 할 수 있지만, 아내의 추함이 남편의 눈을 기쁘게 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는 젊고, 결혼의 성사에 정당하고 합당한 즐거움이 동반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것이 없다면 결혼은 흔들리고 그 두 번째 의도에서 벗어납니다. 추한 얼굴을 거실에서, 식탁에서, 침대에서 항상 눈앞에 두고 즐거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머니, 제발 저를 즐겁게 해줄 동반자를 주세요,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우리 둘 다 똑바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하늘이 우리를 놓은 멍에를 함께 짊어질 수 있게 해주세요. 이 부인이 고귀하고 현명하며 부유하다면, 제 성격과 다른 남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이는 고귀함을 찾고, 어떤 이는 지혜를, 어떤 이는 돈을, 또 어떤 이는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하늘과 선조와 부모님 덕분에 저는 고귀함을 물려받았고, 여자가 바보나 멍청이가 아니라면 지혜는 충분합니다. 부모님의 부는 저를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게 합니다. 저는 아름다움을 찾고 있습니다. 정직과 좋은 품성이라는 지참금만 가진 미인을 원합니다. 제 아내가 이를 가져온다면 저는 하느님을 기쁘게 섬기고 부모님께 즐거운 노년을 드릴 것입니다.”
로돌포의 이유를 들은 그의 어머니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의 말을 통해 그녀의 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그의 소원에 따라 그를 결혼시키겠다고 했다. 약혼을 파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로돌포는 이 대답에 매우 만족했고, 아름다운 여인을 즐길 생각에 그의 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두 날 후에 편지를 받자마자 스페인으로 갈 기회가 생겼을 때 네 척의 갤리선에 두 친구와 함께 승선했다. 12일간의 순조로운 항해 끝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고, 거기서 다시 7일 만에 톨레도에 도착해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는 매우 세련되고 멋진 모습이었는데, 세련됨과 멋짐의 극치가 모두 그에게 모여 있는 듯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의 건강과 귀환을 매우 기뻐했다. 레오카디아는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지시한 대로 숨어서 그를 바라보며 놀랐다. 로돌포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곧바로 가고 싶어 했지만, 에스테파니아는 그녀의 계획에 그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았다. 로돌포가 도착했을 때는 밤이 가까워지고 있었고, 저녁 식사 준비가 되는 동안 에스테파니아는 아들의 친구들을 따로 불렀다. 그들이 레오카디아가 말한 대로 로돌포와 함께 그녀를 납치한 세 사람 중 둘일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녀는 큰 간청으로 그들에게 몇 년 전 어느 밤에
그 부인이 그렇게 말했다. 로돌포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그들은 식탁으로 갔다. 아버지와 어머니, 로돌포와 그의 두 친구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을 때,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무심한 듯 말했다.
“아이고, 이런 죄인 같으니라고! 손님을 어떻게 이렇게 대접할 수가 있나! 너, 하인아, 가서 레오카디아 부인께 전해라. 그녀의 지나친 정숙함은 잠시 접어두고 우리 식탁을 빛내 주시라고.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내 자식들이고 그녀의 종들이라고 말이다.”
이 모든 것은 그녀의 계략이었고, 레오카디아는 이미 해야 할 일에 대해 조언과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레오카디아가 나타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천연적이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의 가장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겨울이었기에 그녀는 검은 벨벳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 원피스에는 금단추와 진주가 흩뿌려져 있었고, 허리띠와 목걸이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길고 지나치게 금발은 아니었는데, 그 자체로 장식품이자 머리 장식 역할을 했다. 머리카락에 얽힌 리본과 곱슬거림, 그리고 그 사이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들이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혔다. 레오카디아는 우아하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녀는 아들의 손을 잡고 있었고, 그녀 앞에는 두 명의 하녀가 은 촛대에 꽂힌 두 개의 초를 들고 그녀를 밝히고 있었다.
모두가 일어나 그녀에게 절을 했다. 마치 하늘에서 기적적으로 나타난 존재를 대하듯 했다.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은 그녀를 바라보며 넋을 잃은 듯했고,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레오카디아는 우아한 태도와 분별 있는 예의로 모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에스테파니아가 그녀의 손을 잡고 로돌포 맞은편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아이는 할아버지 옆에 앉혔다.
로돌포는 가까이에서 레오카디아의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가 내게 아내로 정해준 여인이 이 아름다움의 절반만 가졌어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하느님,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란 말인가?”
그러는 동안 레오카디아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의 눈을 통해 영혼 속으로 들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레오카디아 역시 저녁 식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때때로 몰래 바라보던 그 눈의 빛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며, 로돌포와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그를 그녀의 남편으로 삼겠다고 한 희망이 그녀의 영혼 속에서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불운한 운명 때문에 어머니의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녀는 행복해질 수도, 영원히 불행해질 수도 있는 순간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생각했다. 이 생각이 너무나 강렬하고 혼란스러워 그녀의 마음을 짓눌러, 그녀는 땀을 흘리기 시작하고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기절하여 도냐 에스테파니아의 팔에 머리를 기댈 수밖에 없었다. 에스테파니아는 그녀를 그렇게 보고 놀라 그녀를 받아들었다.
모두가 깜짝 놀라 식탁에서 일어나 그녀를 돕기 위해 달려갔다. 그러나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로돌포였다. 그는 그녀에게 빨리 다가가려다 두 번이나 넘어졌다. 그녀의 옷을 풀어주거나 얼굴에 물을 뿌려도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의 가슴이 크게 오르내리고 맥박이 잡히지 않아 그녀의 죽음을 예고하는 듯했다. 집안의 하인들은 생각이 깊지 못해 소리를 지르며 그녀가 죽었다고 말했다. 이 비통한 소식이 레오카디아의 부모의 귀에 들어갔다. 도냐 에스테파니아는 그들을 더 기쁜 일을 위해 숨겨두고 있었다. 그들은 교구 신부와 함께 있었는데, 에스테파니아의 지시를 무시하고 홀로 뛰쳐나왔다.
신부는 서둘러 와서 그녀가 죄를 뉘우치는 징후가 있는지 살펴 그녀를 용서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기절한 사람 하나를 보려 했다가 둘을 발견했다. 로돌포도 이미 레오카디아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도 정신을 잃은 것을 보고 그녀는 거의 제정신을 잃을 뻔했다. 만약 로돌포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면 그녀도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로돌포는 정신을 차리자 사람들이 자신의 극단적인 행동을 본 것에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마치 아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에게 말했다.
“아들아, 네가 한 극단적인 행동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오히려 하지 않은 것들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네가 알게 될 때, 나는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구나. 비록 더 기쁜 순간을 기다리려 했지만 말이다. 내 영혼의 아들아, 네 팔에 안긴 이 기절한 여인이 네 진정한 약혼녀란다. 내가 진정한 약혼녀라고 부르는 이유는 나와 네 아버지가 너를 위해 선택했기 때문이지. 초상화 속 여인은 가짜였단다.”
로돌포는 이 말을 듣자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혀, 약혼자라는 이름이 주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그 장소의 품위와 예의가 허락하는 한계를 넘어, 레오카디아의 얼굴에 달려들어 그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붙였다. 마치 그녀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자신의 영혼 속에 받아들이려는 듯했다. 그러나 모두의 눈물이 연민으로 더욱 커지고, 슬픔으로 소리가 커지며, 레오카디아의 부모의 머리카락과 수염이 뽑혀 줄어들고, 그들의 아들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찌를 때, 레오카디아가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자 주변 사람들의 가슴에서 사라졌던 기쁨과 만족이 돌아왔다.
레오카디아는 로돌포의 팔 안에서 정신을 차렸고, 예의바른 힘으로 그의 팔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그러나 그가 말했다.
“아가씨,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신을 영혼 속에 품고 있는 사람의 팔에서 벗어나려 하지 마세요.”
이 말에 레오카디아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고, 도냐 에스테파니아는 더 이상 처음의 결심을 밀고 나가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신부에게 즉시 그녀의 아들을 레오카디아와 혼인시켜 달라고 했다. 신부는 그렇게 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시기에는 단순히 계약 당사자들의 의지만으로, 지금 사용되는 정당하고 거룩한 절차 없이도 혼인이 성립될 수 있었기 때문에 혼인을 막을 어려움은 없었다.
이 혼인이 이루어진 후, 모든 참석자들의 보편적 기쁨, 레오카디아의 부모가 로돌포를 안아준 것, 하늘과 그들의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 것, 양측의 제안들, 로돌포의 친구들의 놀라움 (그들은 도착한 날 밤에 이렇게 아름다운 결혼식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모든 사람 앞에서 레오카디아가 그녀의 아들이 납치했던 그 처녀라고 밝혔을 때 그들이 느낀 놀라움, 로돌포도 마찬가지로 놀랐다는 것을 다른 펜과 다른 재능으로 이야기하게 하자. 로돌포는 이 진실을 더 확실히 알기 위해 레오카디아에게 그가 완전히 알 수 있는 어떤 표시를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녀가 대답했다.
“제가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났을 때, 저는 명예를 잃은 채 당신의 팔에 안겨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 겪은 기절에서 깨어나 당신의 팔에 안겨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제가 명예를 되찾았기 때문이죠. 만약 이 표시로 충분하지 않다면, 십자가상 이미지를 떠올려보세요. 그것을 아무도 당신에게서 훔치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가져갔거든요. 만약 당신이 그 다음 날 아침에 그것이 없어진 걸 알아챘다면 말이에요. 그리고 그것이 제 어머님이 가지고 계신 것과 같은 것인지 확인해보세요…”
“당신은 제 영혼의 주인이시며, 신께서 정하신 세월 동안 그러하실 것입니다, 내 사랑이여.”
그녀를 다시 껴안자 축복과 축하의 말들이 쏟아졌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고, 미리 섭외해 둔 음악가들도 도착했다.
로돌포는 아들의 얼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네 명의 조부모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집 안 구석구석이 환희와 만족, 기쁨으로 가득 찼다. 밤이 빠른 검은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듯했지만, 로돌포에게는 날개가 아닌 목발을 달고 느릿느릿 가는 것만 같았다.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와 단둘이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끝이 오지 않는 것은 없는 법이다.
모두가 잠자리에 들었고, 온 집안이 고요 속에 잠겼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진실은 그 고요 속에 묻히지 않을 것이다. 톨레도에 남겨진 수많은 자손과 고귀한 후손들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 행복한 신혼부부는 지금도 살아있어 오랫동안 서로를, 그리고 자식들과 손주들을 즐겁게 누렸다. 이 모든 것은 하늘이 허락하신 것이며, 루이시코의 용감하고 고귀하며 기독교적인 할아버지가 땅에 흘린 ‘피의 힘’이 이루어낸 것이었다.
질투심 많은 에스트레메뇨 사람
에스트레마두라의 어느 마을에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한 젊은이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마치 탕자처럼 스페인과 이탈리아, 플랑드르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며 세월과 재산을 탕진했다. 긴 방랑 끝에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유산도 날린 그는 대도시 세비야에 정착했다. 거기서 그는 남은 재산마저 탕진할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돈도 떨어지고 친구도 많지 않음을 깨닫자, 그는 그 도시의 많은 실패자들이 그러하듯 서인도 제도로 향했다. 서인도 제도는 스페인의 절망한 자들의 피난처이자 도피자들의 성소였으며, 살인자들의 안전한 도피처였고, 도박꾼들의 보호막이자 은신처였다. 또한 자유분방한 여인들의 만병통치약이자 많은 이들의 보편적 기만, 소수의 특별한 구제책이기도 했다.
마침내 대륙으로 향하는 함대가 출항할 때가 되자, 그는 제독과 협상을 마치고 식량과 에스파르토 풀로 만든 수의를 준비했다. 카디스에서 배에 올라 스페인에 작별을 고하고, 함대는 출항했다. 모두가 즐거워하며 돛을 바람에 맡기자 순풍이 불어와 곧 육지가 시야에서 사라졌고, 대양의 아버지인 대서양의 넓고 광활한 평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의 여행자는 생각에 잠겼다. 그는 방랑 생활 동안 겪었던 수많은 위험들과 평생 저질렀던 잘못된 선택들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결산을 하며 앞으로는 삶의 방식을 바꾸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재산을 지키는 데 있어 더 신중해지며, 여자들을 대할 때도 지금까지보다는 더 조심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펠리페 데 카리살레스가 이런 폭풍 같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함대는 마치 잠잠한 듯했다. 카리살레스란 우리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다.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하자 배들을 세차게 밀어 누구도 제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게 되었고, 카리살레스도 상상의 나래를 접고 여행이 주는 걱정거리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은 순조로워서 어떤 역경이나 어려움도 없이 카르타헤나 항에 도착했다. 우리의 목적과 관계없는 이야기는 줄이고, 펠리페가 서인도 제도로 떠날 때 나이가 48세였다고만 말하겠다. 그곳에서 20년을 보내며 그의 근면성실함과 노력 덕분에 15만 페소 이상의 재산을 모았다.
자신이 부자가 되고 번영했음을 깨달은 그는, 모든 이가 그러하듯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는 제안받은 큰 이권도 포기하고 페루를 떠나기로 했다. 그곳에서 모은 모든 재산을 금괴와 은괴로 바꾸어 등록한 뒤,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자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그는 산루카르에 상륙했고 세비야에 도착했다. 나이는 많이 들었지만 재물은 넘쳤다. 그는 아무 걱정 없이 자금을 인출했고, 옛 친구들을 찾았으나 모두 세상을 떠난 뒤였다. 고향으로 가고 싶었지만, 이미 친척들이 한 명도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터였다. 가난하고 곤궁한 처지로 서인도 제도로 갈 때 대양의 한가운데서 수많은 생각들이 그를 괴롭혀 한순간도 편히 쉴 수 없었다면, 이제는 육지의 평온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생각들이 그를 괴롭혔다. 다만 이유는 달랐다. 그때는 가난 때문에 잠들지 못했다면, 이제는 부자가 되어 편히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부를 지니지 못한 이에게나, 항상 가난에 시달리는 이에게나 걱정거리는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전자의 걱정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얻음으로써 해결되는 반면, 후자의 걱정은 더 많은 재산을 얻을수록 증가한다.
카리살레스는 자신의 금괴들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가 구두쇠여서가 아니었다. 군인 생활을 하며 관대함을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대로 두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었고, 집에 두는 것은 탐욕스러운 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도둑들을 부추기는 꼴이 될 터였다.
그는 더 이상 상업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나이에 걸맞게 여생을 보내기에 충분한 돈이 있다고 생각했다. 고향에서 재산을 투자하여 노년을 평온과 안락 속에서 보내고 싶었다.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만큼 드리고 싶었다. 세상에 진 빚보다 더 많이 갚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고향의 협소함과 극심한 빈곤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었다. 그곳에 가서 살면 가난한 이웃들의 끊임없는 요구의 대상이 될 것이 뻔했다. 특히 그 마을에 그처럼 부유한 사람이 없다면 더욱 그럴 터였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물려줄 사람이 있었으면 했고, 이런 생각에 자신의 체력을 가늠해보았다. 결혼 생활도 아직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극도의 두려움이 엄습해 왔고, 안개가 바람에 흩어지듯 그 생각은 사라져버렸다. 그는 천성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질투심 많은 사람이었다.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단지 상상만으로도 질투심이 그를 괴롭히고, 의심이 그를 피곤하게 하며, 상상력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 정도로 강렬하고 격렬해서 결혼하지 않기로 완전히 마음먹었다.
이렇게 결심을 하고 나서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지 못한 채 어느 날 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고개를 들어 창가에 있는 소녀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13, 14세쯤 되어 보였고, 얼굴이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이어서 노년의 카리살레스도 자신의 연약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 소녀의 젊음에 굴복하고 말았다. 소녀의 이름은 레오노라였다.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수많은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아이는 정말 아름답군. 이 집의 모습을 보아하니 그리 부유해 보이진 않아. 아직 어린아이니 내 의심을 잠재울 수 있겠지. 그녀와 결혼해서 집에 가두고 내 방식대로 키운다면, 내가 가르치는 대로만 행동하게 될 거야. 나도 아직 자식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젊지 않나. 그 아이에게 지참금이 있건 없건 상관없어. 하늘이 내게 모든 것을 주셨으니 말이야. 부자들은 결혼할 때 돈을 찾을 필요가 없지.”
카리살레스는 재산이 아닌 즐거움을 추구했다. 즐거움은 삶을 연장시키고 부부 간의 불화는 삶을 단축시키기 때문이었다. 그는 운명이 정해졌으며 하늘이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독백을 여러 번 반복한 후, 며칠 뒤 그는 레오노라의 부모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이 비록 가난하지만 귀족 출신임을 알게 되었다. 카리살레스는 자신의 의도와 신분, 재산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의 딸과 결혼하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부모는 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카리살레스 역시 그들의 귀족 신분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헤어져 각자 정보를 확인했고, 양측 모두 말한 바가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레오노라는 카리살레스의 아내가 되었다. 카리살레스는 먼저 2만 두카도의 지참금을 주었는데, 그의 질투심 많은 마음이 얼마나 불타올랐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결혼 서약을 하자마자 격렬한 질투의 폭풍에 휩싸였다. 아무 이유 없이 떨기 시작했고 전에 없던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의 질투심의 첫 번째 표현은 아내를 위해 만들 옷을 재단사가 치수를 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레오노라와 비슷한 체형의 다른 여자를 찾아 그 여자의 치수로 옷 한 벌을 만들게 했다. 그 옷을 아내에게 입혀보니 잘 맞았고, 그 치수로 다른 옷들을 만들었다. 옷은 매우 많고 화려해서 신부의 부모는 딸과 자신들의 구제자가 될 이런 좋은 사위를 만난 것을 더없이 다행으로 여겼다. 레오노라는 이렇게 많은 옷을 보고 놀랐는데, 그녀가 평생 입어본 옷이라고는 라하 치마와 타페타 상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펠리페가 보인 두 번째 징후는 아내를 위해 별도의 집을 마련할 때까지 그녀와 동거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집을 준비했다. 도시의 좋은 동네에 1만 2천 두카도를 주고 집을 샀다. 그 집에는 샘이 있었고 오렌지 나무가 많은 정원이 있었다. 그는 거리를 향한 모든 창문을 막고 하늘만 보이게 했으며, 집의 다른 모든 창문도 마찬가지로 처리했다. 세비야에서 카사푸에르타라고 부르는 현관에는 노새를 위한 마구간을 만들었고, 그 위에는 건초 창고와 노새를 돌볼 사람을 위한 방을 만들었는데, 그 사람은 늙은 흑인 태监이었다. 그는 옥상의 벽을 높여 집에 들어오는 사람은 수직으로 하늘만 볼 수 있게 했다. 현관에서 안뜰로 통하는 회전문을 만들었다.
그는 집을 장식하기 위해 화려한 가구를 샀다. 태피스트리와 고급 깔개, 천개 등으로 대령의 집처럼 보이게 했다. 또한 네 명의 백인 여자 노예를 사서 그들의 얼굴에 낙인을 찍었고, 두 명의 미개한 흑인 여자 노예도 샀다.
그는 식료품을 사오고 구매할 관리인과 계약을 맺었는데, 그 사람은 집에서 자지 않고 회전문까지만 들어올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마친 후, 그는 재산의 일부를 여러 좋은 곳에 연금으로 투자했다. 다른 일부는 은행에 예금했고, 필요할 때를 대비해 약간의 현금도 남겼다. 또한 집 전체의 마스터키를 만들어 1년 치 식료품을 한 번에 사서 저장했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후, 그는 장인 장모의 집으로 가서 아내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그들은 딸을 무덤으로 보내는 것 같아 눈물을 흘리며 딸을 내주었다. 아직 어린 레오노라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다. 그녀는 울면서 부모의 축복을 구했고, 부모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노예들과 하녀들에 둘러싸여 남편의 손을 잡고 새집으로 왔다.
집에 들어서자 카리살레스는 모두에게 설교를 했다. 그는 레오노라를 지키라고 당부했고, 흑인 태監조차도 두 번째 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는 특히 레오노라를 지키고 보살피는 일을 매우 신중하고 엄숙한 한 여자에게 맡겼다. 그녀는 레오노라의 가정교사이자 집안의 모든 일을 감독하는 사람이 되어 하인들과 노예들을 지휘하게 되었다. 또한 레오노라와 같은 나이의 다른 두 소녀도 고용했는데, 이는 레오노라가 또래와 어울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모든 하인들에게 감금된 생활을 느끼지 않도록 대우하고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모든 축제일마다 아침 일찍 미사를 들으러 갈 것이라고 했다. 하인들과 노예들은 불평 없이 기꺼이 그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새신부는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채 남편이자 주인의 뜻에 항상 순종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준비를 마친 후 착실한 에스트레마두라 남자는 집에 틀어박혀 결혼 생활의 결실을 누리기 시작했다. 레오노라는 다른 경험이 없었기에 그것이 즐겁지도 불쾌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가정교사와 하녀들, 노예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시간을 더 잘 보내기 위해 먹는 것에 탐닉하기 시작했고, 거의 매일 꿀과 설탕을 넣어 맛있게 만든 요리를 했다. 그들에게는 필요한 것이 넘치도록 있었고, 주인은 기꺼이 그것들을 제공했다. 그는 그렇게 하면 그들이 즐겁게 지내고 바쁘게 지내 감금된 생활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레오노라는 하인들과 대등하게 지냈고 그들과 같은 일을 했다. 그녀는 순진해서 인형을 만들고 다른 어린아이 같은 장난감을 만들며 놀았다. 이 모든 것이 질투심 많은 남편에게는 큰 만족이었다. 그는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삶을 선택했다고 생각했고, 어떤 방법으로도 인간의 교활함이나 악의가 그의 평화를 방해할 수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오직 아내에게 선물을 사다 주는 것과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요구하라고 상기시키는 것에만 전념했다. 그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미사를 들으러 가는 날, 그는 전에 말했듯이 새벽녘에 갔다. 레오노라의 부모가 와서 교회에서 딸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였다. 카리살레스는 그들에게 너무나 많은 선물을 주어서, 그들은 딸이 갇혀 사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관대한 사위가 그들과 딸의 구원자가 되어준 것에 대해 더없이 행복해했다.
레오노라는 많은 옷을 보고 놀랐다. 그녀가 평생 입어본 옷이라고는 라하 치마와 타페타 상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펠리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식료품 관리인이 오기를 기다렸다. 전날 밤 회전문에 남겨둔 쪽지로 다음날 가져올 것들을 지시해두었다. 관리인이 오면 카리살레스는 대부분 걸어서 집을 나섰다. 그는 두 개의 문, 즉 거리로 나가는 문과 중간 문을 잠그고 흑인을 그 사이에 남겨두었다.
그는 볼일을 보러 갔는데,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는 곧 돌아와 자신을 가두고 아내를 즐겁게 해주고 하인들을 귀여워해주는 일에 전념했다. 그는 성격이 온화하고 상냥했기 때문에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이렇게 그들은 1년의 수련 기간을 보냈고, 그 생활에 익숙해져 평생 그렇게 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만약 교활한 인류의 방해꾼이 그것을 막지 않았다면 말이다. 지금 그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이제 자신을 가장 분별력 있고 신중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자가 말해보시오. 노인 펠리페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집 안에 수컷인 동물조차 두지 않았다. 집의 쥐들을 고양이가 쫓는 일도 없었고,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암컷뿐이었다. 그는 낮에는 생각하고 밤에는 잠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집을 순찰하고 감시하는 아르고스였다. 안뜰 문 안쪽으로 남자가 들어온 적이 없었다. 친구들과는 거리에서 일을 봤다. 그의 방과 거실을 장식하는 벽걸이 그림들의 인물은 모두 여자였고, 꽃과 숲의 풍경뿐이었다. 그의 집 전체에서 정숙함과 절제, 그리고 조심성이 풍겼다. 심지어 긴 겨울밤 벽난로 앞에서 하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조차 그가 있을 때는 어떤 음탕함도 드러나지 않았다. 노인의 흰 머리카락이 레오노라의 눈에는 순금 같아 보였다. 첫사랑이 처녀들의 영혼에 각인되는 것이 밀랍에 도장 찍히듯 하기 때문이다. 그의 지나친 감시는 그녀에게 사려 깊은 배려로 여겨졌다. 그녀는 자신이 겪는 일을 모든 새 신부들이 겪는다고 생각하고 믿었다. 그녀의 생각은 집 담장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그녀의 의지는 남편이 원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녀가 거리를 보는 날은 오직 미사를 가는 날뿐이었고, 그것도 아침 일찍이어서 교회에서 돌아올 때를 제외하면 거리를 볼 빛도 없었다.
이보다 더 폐쇄적인 수도원도, 더 은둔적인 수녀들도, 더 엄중히 보호되는 황금 사과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려워하던 일을 어떤 식으로든 예방하거나 피할 수 없었다. 적어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막을 수 없었다.
세비야에는 한가하고 게으른 부류의 사람들이 있어, 흔히 동네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각 교구의 주민이자 그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자들의 자식들이다. 이들은 한가하고, 잘 꾸미고 다니며, 감미로운 말을 한다. 이들의 복장과 생활 방식, 그들의 성격과 그들 사이에 지켜지는 법칙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좋은 이유로 생략한다.
이런 젊은이들 중 한 명, 그들 사이에서 ‘화살’이라 불리는 미혼 청년(새로 결혼한 이들은 ‘타살자’라고 부른다)이 조심성 많은 카리살레스의 집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집이 항상 닫혀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안에 누가 사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는 열성과 호기심을 가지고 조사를 했고, 마침내 원하는 바를 모두 알아냈다.
그는 노인의 성격, 그의 아내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녀를 지키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욕망에 불을 붙였고, 그토록 엄중히 지켜지는 요새를 힘으로든 지략으로든 정복할 수 있을지 보고 싶어졌다. 그는 이를 두 명의 ‘화살’과 한 명의 ‘타살자’ 친구들에게 알렸고, 그들은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합의했다. 이런 일에 조언자와 조력자가 부족한 적은 없었다.
그들은 이토록 어려운 과업을 시도할 방법을 놓고 고심했다. 여러 차례 의논한 끝에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로아이사(그것이 그 ‘화살’의 이름이었다)는 며칠 동안 도시를 떠난 것처럼 꾸미고 친구들의 눈에서 사라져야 했다. 그는 그렇게 했고, 그 후 깨끗한 아마포 바지와 셔츠를 입었다. 하지만 그 위에 어느 거지도 입지 않을 만큼 너덜너덜하고 기운 옷을 걸쳤다. 그는 조금 기르고 있던 수염을 깎고, 한쪽 눈을 안대로 가렸으며, 다리 하나를 단단히 붕대로 감았다. 두 개의 목발에 의지해 그는 진짜 불구보다 더 불구인 거지로 변신했다.
이런 모습으로 그는 매일 밤 기도 시간에 카리살레스의 집 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쯤이면 집은 이미 닫혀 있었고, 루이스라는 이름의 흑인이 두 문 사이에 갇혀 있었다. 로아이사는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약간 기름기 있고 현이 몇 개 없는 기타를 꺼냈다. 그는 음악에 소질이 있어서 즐겁고 경쾌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목소리를 바꿔 알아볼 수 없게 한 채 무어인과 무어 여인에 대한 로망스를 광대처럼 노래했다. 그의 노래 솜씨가 너무나 뛰어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노래를 듣기 위해 멈춰 섰다. 그가 노래하는 동안에는 늘 아이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루이스라는 흑인은 문틈으로 귀를 대고 그 ‘화살’의 음악에 넋을 잃고 있었다. 그는 문을 열고 더 편하게 들을 수 있다면 팔 하나쯤은 기꺼이 내놓았을 것이다. 흑인들이 음악을 즐기는 성향이 그러했다. 로아이사가 자신의 노래를 듣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싶을 때면, 노래를 멈추고 기타를 챙겨 목발을 짚은 채 떠났다.
그는 네다섯 번 흑인에게 음악을 들려주었다(사실 흑인을 위해서만 연주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그 건물을 무너뜨리려면 흑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은 헛되지 않았다. 어느 날 밤 그가 늘 하던 대로 문 앞에 와서 기타를 조율하기 시작하자, 흑인이 이미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문틀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루이스, 목이 말라 죽겠는데 물 좀 줄 수 있을까? 노래를 할 수가 없어.”
“안 돼요.” 흑인이 말했다. “이 문 열쇠가 내게 없고, 물을 줄 만한 구멍도 없어요.”
“그럼 누가 열쇠를 갖고 있지?” 로아이사가 물었다.
“주인님이요.” 흑인이 대답했다. “세상에서 가장 질투심 많은 사람이에요. 내가 지금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다는 걸 알면 내 목숨이 위험할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길래 제게 물을 달라고 하시나요?”
“난 불구가 된 한쪽 다리 때문에 구걸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이야.” 로아이사가 대답했다. “여기에 더해 몇몇 흑인들과 다른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타를 가르쳐주며 생계를 꾸려. 이미 세 명의 흑인 노예들을 가르쳤는데, 그들은 시의원 세 명의 소유야. 그들은 이제 어떤 무도회나 술집에서도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어. 그들은 내게 아주 후하게 대가를 지불했지.”
“내가 당신에게 배울 수만 있다면 훨씬 더 잘 대우해 드렸을 텐데.” 루이스가 말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주인님이 아침에 나가실 때 거리 쪽 문을 잠그시고, 돌아오실 때도 똑같이 하셔서 저를 두 문 사이에 가두어 두시거든요.”
“하느님께 맹세코,” 로아이사가 말을 이었다(그는 이미 흑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루이스, 만약 당신이 내가 며칠 밤 들어와 당신에게 레슨을 해줄 방법을 찾아낸다면, 2주도 채 되지 않아 당신을 기타의 대가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당신은 어느 거리 모퉁이에서든 부끄러움 없이 연주할 수 있게 될 거야. 게다가 난 당신이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들었어.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주 좋은 음색을 가진 것 같아. 분명 노래도 잘할 거야.”
“노래는 그럭저럭 해요.” 흑인이 대답했다.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나요? 아는 노래라곤 ‘비너스의 별’ 하고 ‘초록 들판을 지나’ 뿐이에요.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노래 있잖아요.
‘철창 손잡이에
떨리는 손을 얹고’”
“이 노래들은 모두 시시해.” 로아이사가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노래들에 비하면 말이야. 난 아빈다라에스의 모든 노래와 그의 연인 하리파의 노래들, 그리고 위대한 소피 토무니베요의 이야기에 관한 모든 노래를 알고 있어. 거기에다 종교적인 사라반다 노래들도 있는데, 그건 포르투갈 사람들마저 놀라게 할 정도야. 이 모든 것을 나는 아주 쉽고 빠른 방법으로 가르쳐. 당신이 배우는 데 서두르지 않더라도 3-4 무요의 소금을 먹기도 전에 음악의 모든 분야에서 능숙해질 거야.”
이 말에 흑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당신을 집에 들일 방법을 모르는데?”
“좋은 해결책이군요,” 로아이사가 말했다. “당신 주인의 열쇠를 가져오세요. 내가 밀랍을 줄 테니 그걸로 열쇠 모양을 찍으면 됩니다. 내가 당신에게 호감을 갖게 되어, 내 친구인 자물쇠 장이에게 열쇠를 만들게 할 겁니다. 그러면 밤에 들어가서 인도의 프레스테 후안보다 더 잘 가르쳐줄 수 있을 겁니다. 당신 같은 목소리가 기타 반주 없이 낭비되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형제 루이스여,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목소리라도 악기 반주가 없으면 제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기타든 클라비심발로든 오르간이든 하프든 상관없지만, 당신 목소리에는 기타가 가장 잘 어울립니다. 다루기 쉽고 값도 싸니까요.”
“그 말씀 좋습니다,” 흑인이 대답했다.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열쇠는 절대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아요. 주인님은 절대 놓지 않죠. 낮이고 밤이고 베개 밑에 두고 주무십니다.”
“그럼 다른 방법을 써봅시다, 루이스,” 로아이사가 말했다. “정말로 뛰어난 음악가가 되고 싶다면 말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내가 조언할 필요도 없겠지만요.”
“정말 하고 싶습니다!” 루이스가 대답했다.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가능한 일이라면 말이죠.”
“그렇다면,” 로아이사가 말했다. “이 문 사이로 당신이 공간을 만들어 주면, 문지방의 흙을 좀 파내고, 집게와 망치를 줄 테니 밤에 자물쇠의 못을 쉽게 빼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똑같이 다시 붙일 수 있어요. 열쇠를 뺐다는 걸 아무도 모르게 말이죠. 제가 당신 헛간이나 침실에 들어가 있으면, 빨리 가르쳐드릴 테니 제가 말씀드린 것보다 더 많은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의 실력도 늘고 저도 도움이 될 거예요. 먹을 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둘은 물론 8일치도 더 가져올 테니까요. 제자들과 친구들이 저를 굶기지 않을 테니까요.”
“음식은 걱정 없습니다,” 흑인이 대답했다. “주인님이 주시는 식량과 하녀들이 주는 찌꺼기로 둘이 먹고도 남을 겁니다. 말씀하신 망치와 집게를 가져오세요. 이 문지방 옆에 구멍을 내고 흙으로 다시 덮어 놓겠습니다. 자물쇠 판을 떼는 소리가 날 테지만, 주인님 방은 이 문에서 멀리 있어서 기적이나 큰 불행이 아니고서는 들리지 않을 겁니다.”
“그럼 하느님의 뜻대로 하시지요,” 로아이사가 말했다. “이틀 뒤면 루이스, 당신의 훌륭한 계획을 실행할 모든 준비물을 가져오겠습니다. 목소리에 해로우니 점액질 음식은 피하세요.”
“저를 가장 쉰 목소리로 만드는 건 포도주예요,” 흑인이 대답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목소리를 준다 해도 포도주는 포기 못 하겠어요.”
“그런 말씀 마세요,” 로아이사가 말했다. “하느님도 그러길 원치 않으실 거예요. 마시세요, 루이스. 마시고 건강하세요. 적당히 마시는 포도주는 절대 해롭지 않답니다.”
“적당히 마십니다,” 흑인이 대답했다. “여기 1아줌브르짜리 주전자가 있는데, 하녀들이 주인 몰래 채워줍니다. 그리고 집사가 몰래 2아줌브르짜리 병을 가져다주는데, 그걸로 주전자의 부족함을 채우죠.”
“그렇다면,” 로아이사가 말했다. “내 인생이 그렇게 되길 바라요. 목이 마르면 노래도, 투덜거림도 안 나오니까요.”
“하느님과 함께 가세요,” 흑인이 말했다. “하지만 여기 들어올 준비를 하는 동안 밤마다 와서 노래해주는 걸 잊지 마세요. 벌써 기타를 잡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근질합니다.”
“물론 오겠습니다,” 로아이사가 대답했다. “새로운 노래도 가져올게요.”
“그거 좋군요,” 루이스가 말했다. “이제 가기 전에 뭐라도 불러주세요. 기분 좋게 자고 싶어요. 그리고 보수는 걱정 마세요. 부자보다 더 잘 갚을 테니까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로아이사가 말했다. “제가 가르치는 만큼 보수를 주시면 됩니다. 자, 이 짧은 노래를 들어보세요. 제가 안에 들어가면 기적을 보실 겁니다.”
“좋습니다,” 흑인이 대답했다.
이 긴 대화가 끝나고 로아이사는 재치 있는 짧은 노래를 불렀다. 흑인은 너무나 만족스러워 문을 열 시간만을 기다렸다.
로아이사가 문에서 떠나자마자 그의 목발로는 상상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달려가 자신의 조언자들에게 좋은 시작을 알렸다. 그는 그들을 만나 흑인과 합의한 내용을 설명했고, 다음 날 그들은 어떤 못이라도 나무처럼 부술 수 있는 도구들을 구했다.
로아이사는 흑인에게 다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잊지 않았고, 흑인도 스승이 줄 것을 넣을 구멍을 만드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의심받지 않도록 구멍을 잘 가렸다.
둘째 날 밤, 로아이사는 도구를 건네주었고 루이스는 힘을 시험해보았다. 거의 힘들이지 않고 못들을 뽑아내고 자물쇠 판을 손에 들 수 있었다. 그는 문을 열고 자신의 오르페우스이자 스승을 안으로 맞이했다. 그를 두 목발을 짚고 누더기 옷을 입은 채 다리를 감싼 모습으로 보자 놀랐다. 로아이사는 안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제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들어오자마자 그는 좋은 제자를 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곧바로 큰 포도주 부대와 과자 상자, 그 외 달콤한 것들이 가득 든 자루를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는 목발을 내려놓고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재주넘기를 시작했다. 이에 흑인은 더욱 놀랐고, 로아이사가 말했다:
“루이스 형제, 내 다리 절음과 불구는 병 때문이 아니라 직업상의 기술이오. 이를 통해 구걸하며 살아가고, 음악으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삶을 살고 있소. 세상에서 영리하고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은 굶어 죽을 것이오. 우리의 우정이 쌓이면서 이를 보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겠죠,” 루이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 자물쇠 판을 다시 제자리에 붙여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좋소,” 로아이사가 말했다.
그는 가방에서 못을 꺼내 자물쇠를 원래대로 고정시켰다. 흑인은 매우 만족해했고, 로아이사는 흑인이 자는 헛간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루이스는 곧바로 밀초를 켰고, 로아이사는 지체 없이 기타를 꺼내 부드럽고 조용히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에 불쌍한 흑인은 넋을 잃고 듣느라 정신이 없었다. 잠시 연주한 후 로아이사는 다시 간식을 꺼내 제자에게 주었다. 비록 달콤했지만 흑인은 술병을 들이켜 정신이 없어졌다. 이 일이 끝나자 루이스에게 바로 레슨을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불쌍한 흑인은 머리가 술에 절어 있어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로아이사는 그가 이미 두 곡을 알고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흑인이 이를 믿었다는 것이다. 그 밤 내내 그는 현도 제대로 맞추지 않은 기타로 연주만 했다.
그들은 남은 밤 시간 동안 잠깐 잤고, 새벽 6시경…
아침에 카리살레스가 내려왔다. 그는 중간 문과 거리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집사를 기다렸다. 얼마 후 집사가 와서 회전 창구로 음식을 건넸다. 그러고는 다시 가버렸다. 카리살레스는 흑인 하인을 불러 노새 먹이와 자신의 식량을 가져가라고 했다. 흑인이 그것들을 가져가자 노인 카리살레스는 두 문을 모두 닫았다. 그는 거리 쪽 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이에 스승과 제자는 크게 기뻐했다.
주인이 집을 나서자마자 흑인은 기타를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모든 하녀들이 그 소리를 들었고, 회전 창구로 그에게 물었다.
“루이스, 이게 무슨 일이야? 언제부터 기타를 가지고 있었니? 누가 준 거야?”
“누가 줬냐고요?” 루이스가 대답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음악가가 줬어요. 그분은 6일도 안 돼서 저에게 6천 가지 가락을 가르쳐주실 거예요.”
“그 음악가는 어디 있니?” 관리인 부인이 물었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요.” 흑인이 대답했다. “제가 부끄러워하지 않고 주인님이 두렵지만 않다면 지금 당장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그분을 보면 정말 즐거우실 텐데요.”
“그 사람이 어디 있길래 우리가 못 본다는 거니?” 관리인 부인이 되물었다. “이 집에는 우리 주인 외에 다른 남자가 들어온 적이 없잖아.”
“좋아요.” 흑인이 말했다. “제가 아는 것과 그분이 짧은 시간 동안 저에게 가르쳐주신 것을 여러분이 보실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빨리 너를 음악가로 만들어줄 사람이 악마가 아니라면,” 관리인 부인이 말했다. “난 누가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괜찮아요.” 흑인이 말했다. “언젠가 듣고 보실 거예요.”
“그럴 리가 없잖아.” 다른 하녀가 말했다. “우린 거리를 볼 수 있는 창문도 없고 누구의 말도 들을 수 없어.”
“괜찮아요.” 흑인이 말했다. “죽음을 피하는 것 말고는 모든 것에 해결책이 있죠. 여러분이 입을 다물 줄 안다면 말이에요.”
“물론 입 다물 줄 알지! 루이스 형제.” 한 노예가 말했다. “우리는 벙어리보다 더 조용할 거야. 친구야, 내 말 믿어. 난 정말 좋은 목소리를 듣고 싶어 죽겠어. 우리가 이곳에 갇힌 이후로 새 소리조차 듣지 못했거든.”
로아이사는 이 모든 대화를 아주 기쁘게 들었다.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고, 행운의 여신이 나서서 그의 바람대로 일을 이끌어주는 것 같았다.
하녀들은 흑인이 생각지도 못한 때 그들을 불러 아주 좋은 목소리를 들려주겠다고 약속하자 떠났다. 주인이 돌아와 그가 하녀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발견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하녀들을 보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레슨을 받고 싶었지만 주인이 들을까 봐 낮에는 연주하지 못했다. 잠시 후 주인이 돌아왔고 평소처럼 문을 잠그고 집 안에 갇혔다. 그날 회전 창구로 흑인에게 식사를 건네는 흑인 여자에게 루이스가 말했다. 그날 밤 주인이 잠든 후 모두 회전 창구로 내려와 그가 약속한 목소리를 들으라고 했다. 사실 그는 이 말을 하기 전에 스승에게 그날 밤 회전 창구에서 노래하고 연주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래야 하녀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녀들이 모두 그를 극진히 대접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스승은 좋은 제자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약간 마지못해 하는 척했지만,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했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이 오직 그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흑인은 그를 껴안고 감사의 표시로 뺨에 입을 맞췄다. 그날 그는 로아이사에게 자신의 집에서 먹는 것처럼, 어쩌면 더 잘 먹였다. 집에서는 그런 음식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밤이 되자 한밤중쯤 회전 창구에서 쉿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곧바로 그 무리가 도착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스승을 불러 헛간에서 내려왔다. 기타는 잘 조율되어 있었고 상태도 좋았다. 루이스는 누가 얼마나 왔는지 물었다. 모두 왔다고 대답했다. 오직 주인의 아내만 남편과 함께 자고 있었다. 로아이사는 이 말을 듣고 유감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제자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그는 부드럽게 기타를 튕기기 시작했고, 흑인을 놀라게 했다. 여자들의 무리도 귀를 기울였다.
그가 ‘그것이 안타깝다’를 연주하고 당시 스페인에서 새로 유행하던 악마 같은 사라반다로 마무리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모든 노파들이 춤을 췄고, 젊은 여자들은 몸을 부서질 듯이 움직였다. 모두 이상한 침묵 속에서 움직였고, 노인이 깨어나면 알려줄 감시자들을 배치했다.
로아이사는 또한 세기디야 노래를 불렀고, 이는 청중들의 즐거움에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그들은 흑인에게 이렇게 놀라운 음악가가 누구인지 열심히 물었다. 흑인은 그가 아주 가난한 거지이지만 세비야의 모든 가난한 이들 중 가장 우아하고 점잖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흑인에게 어떻게든 그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15일 동안 집에 머물게 해달라고 했고, 그들이 잘 대접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어떻게 그를 집에 들어오게 했는지 물었다. 이 질문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그를 보려면 회전 창구에 작은 구멍을 뚫고 나중에 밀랍으로 메우라고 말했다. 그를 집에 머물게 하는 것은 자신이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로아이사도 그들에게 말을 걸며 자신을 그들의 종으로 여겨달라고 했다. 그의 말은 너무나 세련되어 거지의 말 같지 않았다. 그들은 그에게 다음 날 밤 같은 장소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이 주인을 설득해 그의 가벼운 잠에도 불구하고 내려와 듣게 하겠다고 했다. 그의 가벼운 잠은 나이 때문이 아니라 지나친 질투심 때문이었다. 이에 로아이사는 그들이 원한다면 주인에게 와인에 타서 줄 수 있는 가루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러면 주인이 평소보다 더 오래 깊이 잠들 것이라고 했다.
“세상에!” 하녀 중 한 명이 말했다. “그게 정말이라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몰라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받을 자격도 없는데 행운이 문 앞에 찾아온 거예요! 그 가루는 그에게 수면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특히 불쌍한 레오노라 부인에게 생명의 가루가 될 거예요. 그녀는 남편이 해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단 한순간도 그녀를 혼자 두지 않거든요. 오, 내 사랑하는 선생님! 그 가루를 가져와 주세요. 하느님께서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주시기를! 저는 그것을 와인에 섞고 술을 따를 사람이 되겠어요. 제발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3일 밤낮 동안 노인을 재워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도 3일 동안 천국에 있는 것 같을 거예요.”
“그럼 내일 가져오겠소.” 로아이사가 말했다. “그 가루는 마시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오직 깊은 잠을 유발할 뿐이오.”
모두가 그에게 꼭 가져와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들은 다음 날 밤 회전 창구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그를 볼 수 있게 하고, 주인을 데려와 그의 노래와 연주를 듣게 하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작별 인사를 나눴다. 흑인은 아직 새벽이 되지 않았음에도 레슨을 받고 싶어했다. 로아이사는 그에게 레슨을 주었고, 그의 제자들 중 그보다 좋은 귀를 가진 사람은 없다고 확신시켰다. 하지만 불쌍한 흑인은 십자 표시 하나도 제대로 할 줄 몰랐고, 앞으로도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로아이사의 친구들은 밤에 와서 듣곤 했다.
거리의 문 사이로 들어가 친구가 무언가 말하는지, 혹은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는지 보려 했다. 약속된 신호를 보내자 로아이사는 그들이 문 앞에 있음을 알아챘다. 문틈으로 그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짧은 보고를 해주었다. 그는 카리살레스에게 잠을 재울 수 있는 것을 구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는 그런 효과가 있는 가루가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들은 의사 친구가 있어 최고의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격려하며 계획을 계속 진행하라고 했다. 다음 날 밤 모든 준비를 갖추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며 서둘러 작별 인사를 했다.
밤이 되자 비둘기 무리가 기타 소리에 이끌려 모여들었다. 순진한 레오노라도 그들과 함께 왔다. 남편이 깨어날까 두려워 떨며 오지 않으려 했지만, 하녀들이, 특히 유모가 가난한 음악가의 아름다운 음악과 멋진 용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를 보지도 않고 압살롬과 오르페우스보다 더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가엾은 레오노라는 설득당해 결국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음악가를 보기 위해 구멍을 뚫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가난한 차림이 아니었다. 황갈색 태피터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선원처럼 폭이 넓었다. 같은 색의 더블릿을 입고 금색 장식이 달려 있었다. 같은 색의 새틴 모자를 쓰고 있었고 목에는 큰 레이스 깃이 달린 풀 먹인 칼라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 가져왔는데, 옷을 갈아입어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젊고 몸매가 좋으며 잘생긴 청년이었다. 오랫동안 늙은 주인만 보아온 그녀들의 눈에는 천사처럼 보였다. 그를 보기 위해 한 명씩 구멍으로 다가갔다. 더 잘 보이게 하려고 흑인 노예가 촛불을 들고 그의 몸 위아래를 비추며 돌아다녔다. 모든 사람이, 심지어 말도 못하는 흑인 노예들까지 그를 다 본 뒤에야 로아이사는 기타를 들고 그날 밤 너무나 훌륭하게 노래를 불렀다. 늙은이부터 젊은이까지 모두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루이스에게 그의 선생님을 안으로 들여보낼 방법을 찾아달라고 간청했다. 그를 가까이서 보고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구멍으로 엿보는 것처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주인에게 들킬 걱정 없이 말이다. 그렇게 하면 주인이 갑자기 와서 현장을 들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레오노라는 강력히 반대했다. 그런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그녀의 마음이 아플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그를 보고 들을 수 있으니 충분하고 위험도 없다고 했다.
“무슨 명예요?” 유모가 말했다. “왕은 충분히 명예로워요. 당신은 당신의 마투살렘과 갇혀 있고 우리는 우리대로 즐기게 해주세요. 게다가 이 신사는 너무 예의 바른 것 같아요. 우리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예요.”
로아이사가 말했다. “숙녀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갇힌 생활과 이런 좁은 삶에서 잃어버린 시간들이 안타까워 여러분 모두를 온 마음과 영혼을 다해 섬기려는 의도로 여기 왔을 뿐입니다. 제 아버지의 생명을 걸고 맹세하건대, 저는 매우 온순하고 성격이 좋으며 순종적인 사람입니다. 명령받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 중 누구라도 ‘선생님, 여기 앉으세요’, ‘선생님, 저기로 가세요’, ‘이리 오세요’, ‘저리 가세요’라고 말씀하시면 프랑스 왕을 위해 뛰어오르는 가장 온순하고 잘 훈련된 개처럼 그대로 할 것입니다.”
순진한 레오노라가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님을 여기로 들어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로아이사가 대답했다. “여러분이 이 중문의 열쇠를 밀랍으로 본을 떠주시면 내일 밤 그와 똑같은 열쇠를 만들어 올 수 있습니다.”
한 하녀가 말했다. “그 열쇠를 본뜨면 집 안의 모든 열쇠가 복제되는 거예요. 그건 마스터키거든요.”
로아이사가 대답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레오노라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 신사는 먼저 맹세해야 해요. 여기 들어와서는 우리가 시킬 때만 노래하고 연주할 것이며, 우리가 정해준 곳에 숨어 조용히 있겠다고 맹세해야 해요.”
로아이사가 말했다. “맹세합니다.”
레오노라가 대답했다. “그 맹세로는 부족해요. 아버지의 생명을 걸고 맹세하고 십자가에 입 맞추는 것을 우리가 봐야 해요.”
로아이사가 말했다. “아버지의 생명을 걸고 맹세합니다.” 그는 두 손가락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세 번 입을 맞추었다.
이 말이 끝나자 다른 하녀가 말했다. “선생님, 그 가루 얘기 잊지 마세요. 그게 전부예요.”
이렇게 그날 밤의 대화는 끝이 났다. 모두 약속에 만족했다. 로아이사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운이 돌아가고 있었다. 자정이 두 시간 지났을 때 그의 친구들이 거리로 와서 약속된 신호인 파리의 트럼펫 소리를 냈다. 로아이사가 그들에게 말을 걸어 자신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간단히 설명했다. 그는 그들에게 카리살레스를 재우기 위한 가루나 다른 것을 가져왔는지 물었다. 또한 마스터키 얘기도 해주었다. 그들은 가루나 연고를 다음 날 밤에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것을 손목과 관자놀이에 바르면 이틀 동안 깊은 잠에 빠져 식초로 씻어내지 않는 한 깨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밀랍으로 본을 뜬 열쇠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은 작별 인사를 했고, 로아이사와 그의 제자는 남은 밤 동안 잠을 잤다. 로아이사는 다음 날 밤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시간이 느리고 게으르게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생각과 같은 속도로 달려 원하는 순간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결코 멈추거나 쉬지 않는다.
마침내 밤이 오고 평소의 시간에 모든 하인들이 회전문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성벽 안에 음악가를 들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레오노라는 오지 않았다. 로아이사가 그녀를 물었을 때 그들은 그녀가 남편과 함께 잠들어 있다고 대답했다. 남편은 침실 문을 열쇠로 잠그고 그 열쇠를 베개 밑에 두었다고 했다. 레오노라는 노인이 잠들면 마스터키를 꺼내 밀랍으로 본을 뜰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녀는 이미 부드러운 밀랍을 준비해 두었다. 조금 있다가 창살 문으로 확인하러 갈 것이라고 했다.
로아이사는 노인의 주의 깊음에 놀랐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꺾이지 않았다. 그때 파리의 트럼펫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약속 장소로 가서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그에게 약속한 효과를 가진 연고가 든 작은 병을 주었다. 로아이사는 그것을 받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는 열쇠 모형을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그는 회전문으로 돌아가 유모에게 말했다. 그녀는 가장 열심히 그의 입성을 바라던 사람이었다. 그는 연고를 레오노라 부인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그 특성을 설명하고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발라 그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 놀라게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레오노라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고 기적을 볼 수 있게 하라고 했다. 하녀는 그렇게 했고, 구멍 쪽으로 다가가 레오노라가 바닥에 길게 누워 얼굴을 구멍에 대고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녀도 같은 자세로 누워 귀에 입을 대고 낮은 목소리로 연고를 가져왔으며 그 효능을 시험해볼 방법을 알려주었다. 레오노라는 연고를 받고 남편에게서 열쇠를 빼낼 수 없다고 대답했다. 남편이 평소처럼 베개 밑이 아니라 두 매트리스 사이 몸 한가운데 쯤에 넣어두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고가 말한 대로 효과가 있다면 쉽게 열쇠를 꺼낼 수 있을 테니 밀랍으로 본을 뜰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하녀에게 가서 그렇게 전하고 돌아와 연고의 효과를 보라고 했다. 곧 남편에게 바르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하녀는 내려가 로아이사에게 전했고, 그는 열쇠를 기다리던 친구들을 보냈다. 떨리는 손으로 조용히,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레오노라는 질투심 많은 남편의 맥박에 연고를 발랐다. 콧구멍에도 발랐는데, 그때 그가 움찔거리는 것 같아 그녀는 죽을 것만 같았다. 들킨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어찌어찌 필요한 곳에 다 바르고 나니 그를 매장할 때처럼 연고를 발라놓은 꼴이 되었다.
약에 취한 연고가 효과를 나타내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곧 노인은 거리에서도 들릴 만큼 크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아내 귀에는 흑인 하인의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보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어 그를 조금 흔들어보았다. 그래도 깨어나지 않자 그를 이쪽저쪽으로 굴려보았지만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이것을 보고 문 구멍으로 가 처음처럼 낮은 목소리로 기다리고 있던 하녀를 불러 말했다.
“축하해요, 자매여. 카리살레스가 죽은 사람보다 더 깊이 잠들었어요.”
“그렇다면 왜 열쇠를 가져오지 않으세요, 부인?” 하녀가 말했다. “음악가가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어요.”
“잠깐만요, 지금 가져올게요.” 레오노라가 대답했다.
그리고 침대로 돌아가 매트리스 사이에 손을 넣어 노인이 느끼지 못하게 열쇠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손에 쥐고 기쁨의 춤을 추다가 더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어 하녀에게 건넸다. 하녀는 세상에서 가장 기쁘게 그것을 받았다.
레오노라는 하녀에게 가서 음악가를 데려오되, 무엇보다도 먼저 그가 한 맹세를 다시 확인하고 새로 맹세하게 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열어주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녀가 말했다. “제 말씀대로 그가 맹세하고 또 맹세하고 십자가에 여섯 번 입 맞추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할 겁니다.”
“횟수를 정하지 마세요.” 레오노라가 말했다. “그가 원하는 만큼 하게 하세요. 하지만 부모님의 생명과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해 맹세하게 하세요. 그래야 우리가 안심하고 노래와 연주를 실컷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가보세요. 밤이 대화로 다 지나갈라.”
착한 하녀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회전문으로 갔다. 그곳에는 집 안의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열쇠를 보여주자 모두가 그녀를 들어 올려 교수 취임식 때처럼 환호했다. 특히 열쇠를 복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을 때 더욱 기뻐했다. 연고를 바른 노인이 잠들어 있어 집 열쇠를 원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자, 친구여,” 하녀 중 한 명이 말했다. “문을 열고 이 신사를 들어오게 하세요. 오래 기다렸으니 음악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봅시다.”
“아직이에요,” 하녀가 대답했다. “먼저 저번 밤처럼 맹세를 받아야 해요.”
“그는 너무 좋은 사람이라 맹세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한 노예가 말했다.
이때 하녀는 문을 열고 살짝 열어둔 채 로아이사를 불렀다. 그는 구멍으로 모든 것을 듣고 있었다. 그가 문 앞에 오자 하녀가 가슴에 손을 대며 말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리. 하느님과 제 양심에 맹세코 이 집 문 안에 있는 우리 모두는 우리를 낳으신 어머니처럼 순결한 처녀들입니다. 제 주인을 제외하고 말이죠. 저는 40세로 보이지만 아직 30세가 되지 않았어요. 2개월 반이 부족하거든요. 제가 늙어 보인다면 걱정과 고생, 불만 때문에 나이에 0이 하나, 때로는 둘씩 더해지기 때문이죠. 이렇듯, 우리는 이토록 많은 순결을 2, 3, 4곡의 노래를 듣기 위해 잃고 싶지 않습니다. 이 흑인 기오마르도 처녀니까요. 그러니 나리, 우리 왕국에 들어오시기 전에 먼저 아주 엄숙한 맹세를 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명령하는 것 이상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이죠. 만약 이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신다면, 모험하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걸 고려해보세요. 나리께서 좋은 의도로 오셨다면, 맹세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좋은 지불자에겐 담보가 아프지 않으니까요.”
“부인께서 아주 잘 말씀하셨습니다.” 하녀 중 한 명이 말했다. “현명한 사람답게 말이죠. 그리고 나리께서 맹세하지 않으신다면 여기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이에 흑인 기오마르가 말했다.
“나는 더 맹세해도 좋아. 여기 있으면 다 잊어버려.”
로아이사는 마리알론소 부인의 연설을 아주 차분히 들었고, 위엄 있고 권위 있는 태도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친애하는 자매님들이자 동료 여러분. 제 의도는 지금도, 앞으로도 여러분께 즐거움과 기쁨을 드리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맹세가 제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말에 대해 조금이라도 신뢰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저 같은 사람이 한 약속은 법적 구속력 있는 문서와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은 것은, 거친 외모 아래 좋은 술꾼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모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저는 가톨릭 신자이자 선한 사람으로서 맹세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장 순결하고 광범위하게 포함된 효력에 의해, 그리고 신성한 레바논 산의 입구와 출구에 의해, 그리고 진실한 카를로마뇨의 역사 서문에 포함된 모든 것에 의해, 거인 피에라브라스의 죽음과 함께 맹세합니다. 이 중 가장 하찮고 버림받은 부인의 명령에서 벗어나거나 넘어서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만약 제가 다른 것을 하거나 하려고 한다면, 지금부터 그때까지,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것을 무효하고 가치 없으며 효력이 없는 것으로 선언합니다.”
여기에 로아이사가 맹세하며 다가왔을 때,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던 하녀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맹세라면 돌도 녹일 수 있겠어요! 더 이상 맹세하지 마세요. 이 정도면 카브라의 깊은 동굴도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그의 바지를 잡아당겨 안으로 끌어들였고, 곧 다른 하녀들도 그를 둘러쌌다. 한 하녀가 주인에게 소식을 전하러 갔다. 레오노라는 남편의 잠을 지키고 있었는데, 음악가가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기쁘면서도 동시에 당황했고, 그가 맹세했는지 물었다. 하녀는 맹세했다고 대답하며, 그녀가 평생 들어본 적 없는 가장 새로운 형태의 맹세였다고 말했다.
“맹세했다면 우리가 잡은 거야. 맹세하게 한 내가 얼마나 영리했는지!” 레오노라가 말했다.
이때 일행이 모두 함께 도착했고, 음악가는 그들 사이에 있었다. 흑인 남종과 흑인 여종 기오마르가 그들을 밝혔다. 로아이사는 레오노라를 보자 그녀의 발 앞에 엎드려 손에 입 맞추려 했다. 그녀는 말없이 손짓으로 그를 일으켰고, 모두 주인이 들을까 두려워 말을 못한 채 벙어리처럼 서 있었다. 이를 본 로아이사는 그들에게 큰 소리로 말해도 된다고 했다. 그가 주인에게 바른 연고는 생명을 빼앗는 것 외에는 사람을 죽은 것처럼 만드는 효능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겠죠,” 레오노라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이미 스무 번도 더 깼을 거예요. 그는 원래 잠이 아주 얕거든요. 하지만 연고를 바른 뒤로는 짐승처럼 코를 골아요.”
“그렇다면,” 하녀가 말했다. “저 앞 방으로 가서 이 분의 노래도 듣고 좀 즐기면 어떨까요?”
“가요,” 레오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기오마르는 여기 남아 카리살레스가 깨면 알려주도록 해요.”
기오마르가 대답했다. “나, 흑인이 남고, 백인들은 가네. 신께서 모두를 용서하시길.”
흑인 여종은 남고 나머지는 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고급 의자가 있었고, 모두 그 신사를 가운데 두고 앉았다. 착한 마리알론소는 촛불을 들고 위아래로 음악가를 살펴보며 말했다. “아이고, 이 분 앞머리가 얼마나 예쁘고 곱슬거리는지!” 다른 하녀가 말했다. “아이고, 이 이빨들 좀 봐! 껍질 벗긴 잣보다 더 하얗고 예쁘네!” 또 다른 하녀가 말했다. “아이고, 이 눈은 얼마나 크고 또렷한지! 우리 어머니 영혼에 맹세코, 그건 에메랄드 같아 보여!” 한 하녀는 입을, 다른 하녀는 발을 칭찬했고, 모두 함께 그를 세세히 살펴보고 칭찬했다. 오직 레오노라만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그가 자신의 남편보다 더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때 하녀가 흑인이 들고 있던 기타를 가져와 로아이사의 손에 쥐어주며 당시 세비야에서 유행하던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했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당신이 나를 지키려 하네.”
로아이사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모두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녀는 노래를 알고 있어 더 열정적으로 불렀지만 목소리는 그리 좋지 않았다. 노래 가사는 이러했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당신이 나를 지키려 하네
내가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당신도 지키지 못하리.”
공포로 땀을 흘리면서도 기타 줄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사탄에게 넘겨주어야 할 만큼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하녀들은 노파의 고함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고, 각자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그 누구도 그녀를 노파라 부르지 않았으나, 마녀니 수염 난 여자니 변덕쟁이니 하는 별칭과 형용사를 붙이지 않은 채로는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예의상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하지만 그때 그들의 말을 들었다면 가장 웃음을 자아냈을 것은 흑인 기오마르의 말이었다. 포르투갈 출신인 데다 말솜씨도 서툴러서 그녀가 욕설을 퍼붓는 모습은 특별히 우스꽝스러웠다. 결국 둘의 대화는 그가 그녀의 뜻에 따르겠다는 것으로 끝이 났다. 단, 그녀가 먼저 자신의 여주인을 그의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하녀는 음악가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기가 힘들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영혼과 뼈와 골수에까지 스며든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불가능한 것들까지도 약속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를 떠나 여주인에게 말을 걸러 갔다. 그리고 모든 하녀들이 자신의 문 주변에 모여 있는 것을 보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다른 날 밤에는 음악가를 더 편하게, 아니면 아예 방해받지 않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밤에는 소동으로 인해 즐거움이 망쳐졌다고 말이다.
모두가 노파가 혼자 남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그녀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하녀들은 모두 물러갔고, 그녀는 응접실로 가서 레오노라를 설득해 로아이사의 뜻에 따르도록 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준비한 것처럼 길고 조리 있는 연설을 했다. 그의 품위와 가치, 우아함과 많은 재능을 칭찬했다. 늙은 남편의 포옹보다 젊은 연인의 포옹이 얼마나 더 즐거울지를 그려냈다. 비밀 유지와 쾌락의 지속을 보장하며, 이와 유사한 다른 말들로 설득했다. 악마가 그녀의 혀에 올려놓은 말들은 수사학적 색채로 가득 차 있었고, 너무나 설득력 있고 효과적이어서 단순하고 순진한 레오노라의 부드러운 마음뿐만 아니라 굳건한 대리석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아, 하녀들이여! 세상에 태어나 수많은 정숙하고 선한 의도를 망치는 데 쓰이는 존재들이여! 오, 긴 주름 잡힌 베일이여! 귀부인들의 응접실과 거실을 권위 있게 만들기 위해 선택되었으나 너희의 거의 강제적인 직무를 얼마나 거꾸로 사용하는가! 결국 하녀는 너무나 많은 말을 했고, 하녀는 너무나 설득력 있게 말했다. 레오노라는 굴복했고, 레오노라는 속았으며, 레오노라는 파멸했다. 현명한 카리살레스의 모든 예방책이 무너졌고, 그는 자신의 명예가 죽은 듯 깊이 잠들어 있었다.
마리알론소는 여주인의 손을 잡고 거의 강제로 눈물을 머금은 채 로아이사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악마의 거짓 웃음을 지으며 그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문을 닫고 나왔다. 그들을 가두어 놓고 자신은 거실에서 잠을 자러 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기쁨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러 갔다. 하지만 지난 며칠 밤의 불면증으로 인해 그녀는 거실에서 잠들고 말았다.
이 시점에서 잠든 카리살레스에게 물어볼 만한 일이다. 그의 현명한 주의와 의심, 경고와 설득은 어디 있는가? 그의 집의 높은 담장들, 남자라는 이름을 가진 그림자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 좁은 회전문, 두꺼운 벽, 빛 없는 창문들, 엄격한 감금, 레오노라에게 준 거액의 지참금, 하녀와 노예들에 대한 지속적인 선물과 좋은 대우, 그들이 필요로 하고 바랄 만한 모든 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공한 것은 어디 있는가?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그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깊이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듣고 대답할 수 있었다면, 어깨를 으쓱하고 눈썹을 치켜 올리며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가 믿기로는 한 게으르고 악덕 많은 젊은이의 교활함과 거짓된 하녀의 악의, 그리고 간청과 설득에 넘어간 한 소녀의 부주의함이 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신께서 우리 각자를 이런 적들로부터 보호하시기를. 이들을 막아낼 수 있는 신중함의 방패도, 조심의 검도 없다.”
그러나 레오노라의 가치는 대단했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그녀는 그 가치를 교활한 기만자의 비열한 힘에 맞서 보여주었다. 그의 노력은 헛될 뿐이었고, 그녀는 승리를 거두었다. 둘 다 잠이 들었다. 하늘은 연고에도 불구하고 카리살레스가 깨어나도록 했다. 그는 늘 하던 대로 침대 곳곳을 더듬어 보았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찾지 못하자 놀라고 당황한 채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그의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과감했다. 방에서 아내를 찾지 못하고 문이 열려 있으며 베개 사이의 열쇠가 없어진 것을 보고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진정한 후 복도로 나와 발소리를 내지 않으며 천천히 하녀가 잠든 응접실로 갔다. 레오노라 없이 하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하녀의 방으로 갔다. 조용히 문을 열자 결코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이 없는 것이 낫다고 여겼을 것이다. 로아이사의 팔에 안겨 깊이 잠든 레오노라를 본 것이다. 마치 연고가 그 질투심 많은 노인이 아닌 그들에게 효과를 발휘한 것 같았다.
카리살레스는 그 쓰라린 광경을 보고 맥이 탁 풀렸다. 목소리는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고, 팔은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는 차가운 대리석 조각상이 된 듯했다. 비록 분노가 그 본연의 역할을 하며 거의 죽은 정신을 되살렸지만, 고통이 너무 커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는 무기만 있었다면 그 엄청난 배신에 걸맞은 복수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단검을 가져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돌아와 두 원수의 피로 명예의 얼룩을 씻어내고, 집안의 모든 사람들의 피까지도 흘리려 했다. 이 명예롭고 필요한 결심을 하고 그는 왔던 길로 조용히 돌아갔다. 그의 방에 도착하자 고통과 괴로움이 너무 심해 침대에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그 사이 날이 밝았고, 새로운 간통자들은 서로의 팔에 얽힌 채 잡혀 있었다. 마리알론소가 깨어나 자신이 맡은 일을 하러 갔지만 너무 늦었다는 걸 알고 다음 날 밤으로 미루기로 했다. 레오노라는 날이 많이 밝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자신의 부주의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그 저주받은 하녀와 함께 서둘러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은 아직도 그가 코를 골며 자고 있기를 바라며 중얼거렸다. 그를 침대 위에서 조용히 있는 것을 보고는 아직도 연고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기쁨에 넘쳐 서로를 껴안았다. 레오노라는 남편에게 다가가 팔을 잡고 그를 뒤집어 보았다. 식초로 씻을 필요 없이 그가 깨어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리살레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약하고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아, 내 운명이 나를 얼마나 비참한 지경에 이르게 했는가!”
레오노라는 남편이 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깨어나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연고의 효과가 그들이 예상한 것보다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얼굴을 가까이 대고 꼭 안으며 말했다.
“나리, 무슨 일이세요? 뭔가 불편해하시는 것 같아요.”
불행한 노인은 달콤한 원수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크게 뜨고 놀란 듯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한동안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침내 그는 말했다.
“부인, 즉시 당신 부모님을 불러오시오. 가슴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매우 괴롭소. 곧 목숨을 잃을 것 같으니 죽기 전에 부모님을 뵙고 싶소.”
레오노라는 남편의 말을 진실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연고의 효력 때문이지 자신이 본 것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의 말대로 하겠다고 대답하며 흑인 하인에게 즉시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남편을 꼭 안으며 그녀가 전에 해본 적 없는 가장 큰 애정 표현을 했다. 그녀는 그가 무엇을 느끼는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말로 물었다. 마치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그는 앞서 말한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하는 말과 애정 표현 하나하나가 그의 영혼을 꿰뚫는 창처럼 느껴졌다.
이미 노파는 집 안 사람들과 로아이사에게 주인의 병을 알렸다. 문을 닫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위험한 상태라며 과장했다. 흑인 하인이 부인의 부모님을 모시러 나갔을 때 거리 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소식에 놀랐다. 딸이 결혼한 후 그 집에 들어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가 조용히 있었고 주인의 병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주인은 때때로 깊고 고통스럽게 한숨을 쉬었는데, 한숨을 쉴 때마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레오노라는 그의 모습을 보고 울었고, 그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웃었다. 그녀의 눈물이 얼마나 거짓된 것인지 생각하며 말이다.
이때 레오노라의 부모가 도착했다. 그들은 거리 문과 안뜰 문이 열려 있고 집 안이 조용하고 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고 불안해했다. 그들은 사위의 방으로 갔다. 그는 앞서 말한 대로 아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둘 다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레오노라는 단지 남편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울었고, 그는 그녀가 얼마나 거짓되게 눈물을 흘리는지 보며 울었다.
부모가 들어오자 카리살레스가 말했다.
“여러분, 앉으시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방을 나가고 마리알론소 부인만 남으시오.”
그들은 그렇게 했고 다섯 사람만 남았다. 카리살레스는 다른 사람이 말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들, 내가 말하려는 진실을 믿으시려면 증인이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기억하실 것입니다 (잊으셨을 리 없습니다). 오늘로부터 1년 1개월 5일 9시간 전에 얼마나 사랑스럽고 선한 마음으로 여러분의 소중한 딸을 제 합법적인 아내로 주셨는지 말입니다. 또한 제가 얼마나 관대하게 그녀에게 지참금을 주었는지도 아실 것입니다. 그 지참금은 같은 신분의 세 여인이 부자라고 불릴 만큼 컸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 제가 그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든 것으로 그녀를 입히고 꾸미는 데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기억하실 것입니다. 여러분도 보셨듯이, 제 천성과 나이로 인한 세상사에 대한 경험 때문에, 그리고 의심할 여지없이 저를 죽일 병 때문에, 제가 선택하고 여러분이 주신 이 보석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지키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이 집의 담을 높이 쌓고, 거리를 향한 창문의 시야를 가리고, 문의 자물쇠를 두 배로 늘리고, 수녀원처럼 회전문을 설치했습니다. 남자의 그림자나 이름조차 영원히 추방했습니다. 그녀를 섬길 하녀와 노예를 주었고, 그들이나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녀를 저와 동등하게 대우하고, 제 가장 은밀한 생각을 나누고, 제 재산을 모두 맡겼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제가 한 일을 잘 생각해보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녀는 제게 어떤 종류의 질투심도 갖게 하지 않도록 노력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노력으로는 신의 뜻대로 내리는 벌을 막을 수 없기에, 제 욕망과 희망이 좌절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분 모두가 제 입에 매달린 채 제가 하는 말에 놀라는 것을 보니, 긴 서론을 한 마디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새벽에 이 여자를, 세상에 태어나 제 평화를 망치고 제 생명을 끝내기 위해 태어난 이 여자를 (그는 아내를 가리켰습니다) 한 멋진 청년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청년은 지금 이 해로운 노파의 방에 갇혀 있습니다.”
카리살레스가 이 마지막 말을 마치자마자 레오노라의 가슴이 답답해져 그녀는 남편의 무릎에서 기절했다. 마리알론소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레오노라의 부모는 목이 메어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카리살레스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 치욕에 대한 복수는 보통 취하는 방식과는 다를 것입니다. 제가 한 일이 특별했던 것처럼, 제가 취할 복수도 특별할 것입니다. 저는 이 죄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복수할 것입니다. 저는 이 소녀의 15살과 제 거의 80살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했어야 했습니다. 저는 누에처럼 스스로 죽을 집을 만든 셈입니다. 오, 잘못 인도된 아이야! (그는 기절한 레오노라의 얼굴에 키스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를 탓하지 않는다. 교활한 노파들의 설득과 사랑에 빠진 젊은이들의 달콤한 말은 쉽게 경험이 부족한 젊은 나이를 이기고 승리한다. 하지만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온 세상이 볼 수 있도록, 이 마지막 순간에 그것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선함의 예가 아니라면 적어도 전에 없던 단순함의 예로 남고 싶다. 즉시 공증인을 불러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하겠다. 그 유언장에서 나는 레오노라의 지참금을 두 배로 늘리고, 내가 죽은 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원한다면 이 불쌍한 노인의 흰 머리를 모욕한 그 젊은이와 결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내가 살아있을 때 그녀의 기쁨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살아있는 동안 단 한 순간도 그녀가 원하는 것을 거스르지 않았듯이, 죽어서도 그녀의 뜻을 따르고 싶다. 나머지 재산은 다른 자선 사업에 기부하겠다. 그리고 여러분, 나의 부모님들, 여러분이 편안히 살 수 있는 유산을 남기겠습니다.”
정직하게 남은 인생을 보내시오. 공증인을 곧 모셔오시오. 내가 느끼는 고통이 너무나 심해 생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소.
이 말을 마치자 그는 심한 실신에 빠져 레오노라 곁에 쓰러졌다. 그들의 얼굴이 맞닿았다. 사랑하는 딸과 사위를 바라보는 부모에게는 기이하고 슬픈 광경이었다.
악독한 하녀는 레오노라의 부모가 꾸짖을 것을 기다리지 않고 방에서 나와 로아이사에게 가서 모든 일을 알렸다. 그녀는 로아이사에게 즉시 이 집을 떠나라고 조언했다. 이제는 문과 자물쇠가 막지 못할 테니 흑인 하인을 통해 일어나는 일을 계속 알려주겠다고 했다.
로아이사는 이 놀라운 소식에 놀랐다. 그는 조언을 받아들여 다시 가난한 사람으로 변장하고 떠나 친구들에게 이 기이하고 전례 없는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러 갔다.
그 사이 레오노라의 아버지는 친구인 공증인을 불렀다. 공증인이 도착했을 때 딸과 사위는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카리살레스는 말한 대로 유언장을 작성했다. 레오노라의 잘못은 밝히지 않았고, 다만 좋은 이유가 있어 자신이 죽으면 그녀에게 비밀리에 말해준 젊은이와 결혼하기를 부탁하고 요구했다.
레오노라는 이 말을 듣자 남편의 발 앞에 엎드려 가슴이 뛰며 말했다. “오래 사세요, 제 주인이자 모든 것이신 분. 제가 말씀드리는 것을 믿으실 의무는 없지만, 저는 생각으로만 잘못했을 뿐 실제로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녀는 변명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지만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기절했다. 슬픔에 잠긴 노인은 기절한 그녀를 껴안았고, 그녀의 부모도 그랬다. 모두가 너무나 비통하게 울어 유언장을 작성하던 공증인까지도 함께 울게 만들었다.
카리살레스는 유언장에서 모든 하녀들에게 유산을 남겼고 노예들과 흑인 하인은 해방시켰다. 거짓된 마리알론소에게는 월급만 주도록 했다. 어쨌든 고통이 너무 심해 7일 만에 그를 무덤으로 데려갔다.
레오노라는 과부가 되어 슬퍼하며 부자가 되었다. 로아이사는 그녀가 남편의 유언대로 자신과 결혼하기를 기대했지만, 일주일 만에 그녀가 도시에서 가장 엄격한 수녀원 중 하나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절망하여 거의 창피함을 느끼며 신대륙으로 떠났다.
레오노라의 부모는 매우 슬펐지만 사위가 유언장으로 남긴 것들로 위안을 얻었다. 하녀들도 마찬가지였고, 노예들과 흑인 하인은 자유를 얻어 기뻐했다. 악독한 하녀는 가난해지고 모든 악한 생각들이 좌절되었다.
나는 이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 열쇠와 회전문, 벽을 믿을 게 거의 없다는 것과 의지가 자유로울 때 젊고 푸른 시절을 믿을 게 더 적다는 것의 예시와 거울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검은 수녀복을 입고 긴 흰 베일을 쓴 하녀들의 유혹이 귀에 들릴 때는 더욱 그렇다. 다만 레오노라가 왜 열심히 변명하지 않고 결백함을 남편에게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고, 남편이 서둘러 죽은 탓에 변명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재능 있는 접대부
부르고스, 그 유명하고 명성 높은 도시에서 얼마 전까지 두 명의 귀족이 살고 있었다. 한 사람은 돈 디에고 데 카리아소였고 다른 한 사람은 돈 후안 데 아벤다뇨였다. 돈 디에고에게는 자신과 같은 이름의 아들이 있었고, 돈 후안에게는 돈 토마스 데 아벤다뇨라는 아들이 있었다. 이 이야기의 주요 인물이 될 두 젊은이를 우리는 글자를 아끼고 줄이기 위해 카리아소와 아벤다뇨라고만 부르기로 하자.
카리아소는 13살 정도였을 때 걸식 근성에 이끌려, 부모의 학대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과 변덕으로 집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갔다. 그는 자유로운 삶에 너무나 만족해서 그 삶이 가져오는 불편함과 고난의 한가운데서도 아버지 집의 풍요로움을 그리워하지 않았다. 걸어 다니는 것이 피곤하지도 않았고, 추위도 더위도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에게 일 년의 모든 계절은 달콤하고 온화한 봄이었다. 그는 곡식 더미 위에서도 침대 위에서만큼 잘 잤다. 여관의 짚더미 속에 파묻혀 자는 것이 네덜란드산 리넨 시트 사이에 누워 자는 것만큼 즐거웠다. 결국 그는 걸식의 삶에 너무나 잘 적응해서 유명한 알파라체에게 그 기술을 가르칠 수도 있었을 정도였다.
3년 동안 집에 나타나지 않다가 돌아오는 동안 그는 마드리드에서 주사위놀이를, 톨레도의 작은 여관에서 렌토이를, 세비야의 성벽에서 프레사 이 핀타를 배웠다. 이런 종류의 삶에 가난과 궁핍이 따르지만, 카리아소는 행동으로 왕자임을 보여주었다. 그는 총 쏘는 거리에서 천 가지 표시로 자신이 잘 태어났음을 드러냈다. 그는 동료들에게 관대하고 잘 나누어 주었다. 바코의 교회를 자주 방문하지 않았다. 술을 마시긴 했지만 너무 적어서 불행한 자들의 수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들은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주홍색과 붉은 흙색으로 칠한 것처럼 변했다. 결국 카리아소에게서 세상은 덕망 있고, 깨끗하며, 잘 교육받고, 평범한 수준 이상으로 분별 있는 걸식자를 보았다. 그는 걸식의 모든 단계를 거쳐 사하라의 참치잡이 어장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곳은 걸식의 최종 목적지였다.
오, 부엌의 걸식자들이여, 더럽고 뚱뚱하고 윤기 나는 자들아! 가짜 거지들, 거짓 불구자들, 소코도베르와 마드리드 광장의 소매치기들, 화려한 기도문 낭송자들, 세비야의 짐꾼들, 함파의 시종들아! 걸식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무수한 무리들아! 참치 낚시를 두 학기 동안 공부하지 않았다면 자만을 낮추고 용기를 꺾으시오. 거기에야말로 게으름과 함께하는 노동의 중심이 있소. 거기에 깨끗한 더러움, 통통한 살집, 준비된 굶주림, 풍부한 배부름, 가면 없는 악덕, 항상 있는 도박, 순간순간의 싸움, 매 순간의 살인, 매 걸음마다의 욕설, 결혼식 같은 춤, 각인된 세기디야, 후렴구 있는 로망스, 행동 없는 시가 있소. 여기서는 노래하고, 저기서는 저주하며, 저쪽에서는 싸우고, 이쪽에서는 도박하며, 모든 곳에서 도둑질하오. 거기서 자유가 맹위를 떨치고 노동이 빛나오. 거기에 많은 훌륭한 아버지들이 아들을 찾으러 가거나 보내고 그들을 찾아내오. 그리고 그들은 그 삶에서 아들들을 데려가는 것이 마치 죽음으로 데려가는 것처럼 안타까워하오.
하지만 내가 묘사한 이 모든 달콤함에는 쓴 맛이 있소. 그것은 한순간에 사하라에서 베르베리아로 옮겨갈 수 있다는 두려움 없이 안전한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오. 그래서 그들은 밤에 해안의 탑으로 들어가 파수꾼과 감시자들을 두오. 그들의 눈을 믿고 자신들의 눈을 감지만, 때로는 파수꾼과 감시자, 걸식자, 모두가 한꺼번에 베르베리아로 옮겨가기도 하오.
시장 관리인들, 배와 그물,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페인에서 밤을 보내고 테투안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도 우리의 카리아소가 거기서 세 여름을 보내며 즐기는 것을 막지 못했다. 마지막 여름에는 운이 좋아 카드놀이로 700레알 가까이 벌었다. 그는 그 돈으로 옷을 사고 부르고스로 돌아가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어 했다. 어머니는 그를 위해 많은 눈물을 흘렸었다. 그는 많고도 좋은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다음 여름에 질병이나 죽음이 방해하지 않는다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자신의 영혼의 절반을 친구들과 함께 두고 갔고, 모든 소망을 그 메마른 모래사장에 맡겼다. 그에게는 그곳이 엘리시온 들판보다 더 싱그럽고 푸르게 보였다. 그는 이미 걸어서 여행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기에, 두 짝의 짚신을 신고 사하라에서 바야돌리드까지 ‘어머니, 세 마리 오리’를 노래하며 걸어갔다. 그는 거기서 15일간 머물며 얼굴색을 검은색에서 백인색으로 바꾸고, 건달의 초고에서 벗어나 귀족의 모습으로 깨끗이 다듬었다.
이 모든 것을 그는 바야돌리드에 도착했을 때 가진 500레알로 했고, 그 중 100레알은 노새와 하인을 빌리는 데 남겨두었다. 그렇게 그는 품위 있고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부모님 앞에 나타났다. 부모님은 그를 매우 기쁘게 맞이했고, 모든 친구들과 친척들이 찾아와 돈 디에고 데 카리아소의 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축하했다. 디에고는 순례 여행 중에 카리아소라는 이름을 우르디알레스로 바꾸었고, 자신의 본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했다는 점을 말해둘 필요가 있겠다.
새로 온 젊은이를 보러 온 사람들 중에는 돈 후안 데 아벤다뇨와 그의 아들 돈 토마스가 있었다. 카리아소는 돈 토마스와 나이가 같고 이웃이어서 매우 친밀한 우정을 맺고 확인했다. 카리아소는 부모님과 모든 사람들에게 3년간의 부재 동안 겪은 일들에 대해 수많은 거창하고 긴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참치 잡이 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곳에 대한 생각은 계속 그의 마음속에 있었고, 특히 친구들에게 약속한 귀환 시기가 다가오자 더욱 그랬다. 아버지가 그를 사냥에 데려가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그 도시에서 흔한 정중하고 즐거운 연회들도 그를 기쁘게 하지 못했다. 모든 오락거리가 그를 지루하게 했고, 그에게 제공되는 어떤 큰 즐거움도 참치 잡이에서 느꼈던 즐거움만 못했다.
그의 친구 아벤다뇨는 그가 자주 우울하고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우정을 믿고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피로라도 그것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카리아소는 그에게 깊은 우정을 보이면서 그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물 던지는 삶에 대해 낱낱이 이야기했고, 그의 모든 슬픔과 생각이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을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해서 아벤다뇨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그의 취향을 비난하기는커녕 오히려 칭찬했다.
결국 그 대화의 결과로 카리아소는 아벤다뇨의 마음을 움직여 그가 묘사한 그 행복한 삶을 한 여름 동안 함께 즐기러 가기로 결심하게 만들었다. 카리아소는 이에 대해 매우 기뻐했는데, 그의 비천한 결심을 인정해줄 증인을 얻은 것 같아서였다. 그들은 또한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모으기로 계획했고, 그들이 찾은 가장 좋은 방법은 2개월 후에 아벤다뇨가 살라만카로 가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의지로 3년 동안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공부했었고, 아버지는 그가 계속해서 원하는 학문을 공부하기를 바랐다. 그가 받을 돈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카리아소는 아버지에게 아벤다뇨와 함께 살라만카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아버지는 이 제안을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고, 아벤다뇨의 아버지와 상의하여 살라만카에 그들의 아들들을 위한 집을 마련하기로 했다. 모든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걸맞게 준비되었다.
출발 시간이 다가왔다. 그들에게 돈을 제공했고, 그들을 관리할 가정교사를 보냈는데, 그는 현명함보다는 정직함이 더 많은 사람이었다. 부모들은 아들들에게 해야 할 일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주었다. 덕성과 학문에서 이익을 얻는 것이 모든 학생이 자신의 노력과 공부에서 얻어야 할 열매라고 말했다. 특히 좋은 가문 출신들은 더욱 그래야 한다고 했다. 아들들은 겸손하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고, 어머니들은 눈물을 흘렸다. 모두에게서 축복을 받고 그들은 길을 떠났다. 자신들의 말과 집에서 온 두 명의 하인, 그리고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수염을 기르게 한 가정교사와 함께였다.
바야돌리드 시에 도착하자 그들은 가정교사에게 그 도시를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은 한 번도 그곳을 보거나 머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정교사는 그들의 체류를 매우 엄하고 거칠게 꾸짖었다. 그들처럼 서둘러 공부하러 가는 사람들은 장난감을 구경하는 데 한 시간도 쓰지 말아야 하는데 하물며 이틀이나 쓰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며 그들을 잠시라도 머물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즉시 떠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이라고 했다.
여기까지가 그 가정교사 혹은 집사의 능력의 한계였다. 우리가 그를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다. 그 젊은이들은 이미 자신들의 수확과 포도 수확을 마쳤다. 그들은 이미 집사가 가져온 400 금 에스쿠도를 빼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직 그날 하루만 자신들을 내버려 두라고 말했다. 그들은 아르갈레스의 샘을 보러 가고 싶어 했다. 그 샘물을 크고 넓은 수로를 통해 도시로 끌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그는 마음에 고통을 느끼면서도 허락을 했다. 그는 그날 밤의 비용을 아끼고 싶어 했고, 발데아스티야스에서 그 비용을 쓰고 싶어 했다. 그는 발데아스티야스에서 살라만카까지 18레구아를 이틀에 나누어 가고 싶어 했지, 바야돌리드에서 22레구아를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말은 생각하고 말을 타는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하듯이, 모든 일이 그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그 젊은이들은 단 한 명의 하인과 함께 매우 좋고 편안한 두 마리의 노새를 타고 아르갈레스의 샘을 보러 나갔다. 그 샘은 오래된 역사와 물로 유명했다. 이는 황금 수도관과 레가니토스의 존경받는 여수도원장, 그리고 뛰어난 카스테야나 샘의 평화를 위해 말하자면 그렇다. 이들과 경쟁하면 코르파와 라 만차의 피사라는 침묵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아르갈레스에 도착했고, 하인이 아벤다뇨가 안장 쿠션에서 뭔가를 꺼내 마실 것을 기대했을 때, 그는 봉인된 편지를 꺼내며 즉시 도시로 돌아가 그의 가정교사에게 전해주라고 말했다. 그리고 편지를 전달한 후에는 들판 문에서 그들을 기다리라고 했다.
하인은 명령에 따랐고, 편지를 가지고 도시로 돌아갔다. 그들은 말고삐를 돌려 그날 밤 모하도스에서 잤고, 이틀 후에는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4일 후 그들은 공개 시장에서 노새를 팔았다. 6 에스쿠도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사람이 있었고, 심지어 그들에게 정확한 금액을 금화로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시골 사람들처럼 옷을 입었다. 두 폭의 외투, 가죽 바지나 헐렁한 바지, 그리고 갈색 양모 스타킹을 입었다. 한 옷가게 주인이 아침에 그들의 옷을 사서 밤에는 그것들을 바꿔놓아 그들을 낳은 어머니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이렇게 가벼운 차림으로, 그리고 아벤다뇨가 원하고 알고 있는 대로 차려입고, 그들은 글자 그대로 걸어서 톨레도로 향했다. 검도 없었는데, 그것 역시 그의 일과는 관계없었지만 옷가게 주인이 사갔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들을 보내주자. 기분 좋게 가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가정교사가 편지를 열어보고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하자.
하인이 전해준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페드로 알론소 선생님, 부디 인내심을 가지시고 부르고스로 돌아가 주십시오. 우리 부모님들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려 주십시오. 우리는 신중히 고려한 끝에 귀족에게는 학문보다 무예가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살라망카 대신 브뤼셀로, 스페인 대신 플랑드르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400 에스쿠도를 가져갔고 노새는 팔 생각입니다. 우리의 고귀한 의도와 먼 여정이 우리의 잘못을 충분히 변명해줄 것입니다. 겁쟁이가 아니라면 누구도 이를 잘못이라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떠나며, 신의 뜻대로 돌아오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살펴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제자들 드림. 아르갈레스 분수에서, 플랑드르로 가기 위해 이미 발을 등자에 걸친 채로. – 카리아소와 아벤다뇨.’
편지를 읽은 페드로 알론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서둘러 가방을 확인했고, 비어있는 것을 보고 편지의 내용이 사실임을 확신했다. 그는 즉시 남은 노새에 올라타 부르고스로 향했다. 주인들에게 빨리 소식을 전해 아들들을 찾을 대책을 세우게 하려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작가는 이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페드로 알론소가 말에 오르는 장면을 묘사한 후, 작가는 아벤다뇨와 카리아소가 이예스카스에 들어서며 겪은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마을 문에 들어서자 그들은 두 명의 노새몰이꾼을 만났다. 안달루시아 출신으로 보이는 그들은 넓은 아마포 바지와 접은 무명 더블릿을 입고, 가죽 웃옷을 걸치고 갈고리 단검과 칼집 없는 칼을 차고 있었다. 한 명은 세비야에서 오는 길이고 다른 한 명은 세비야로 가는 중이었다. 가는 중이던 사람이 오는 사람에게 말했다.
‘주인님들이 그렇게 앞서가지만 않았다면 난 조금 더 머물며 당신이 말한 백작이 알론소 히네스와 리베라를 항소도 받아들이지 않고 목매달았다는 놀라운 이야기에 대해 천 가지나 더 묻고 싶었소.’
‘아, 이 죄인아!’ 세비야에서 온 이가 대답했다. ‘백작이 그들에게 함정을 팠지. 그들이 군인이라 자기 관할 아래 있다고 하면서 밀수죄로 처형해버렸소. 대법원에서도 어쩔 수 없었지. 이봐 친구, 그 푸뇨로스트로 백작은 악마같은 사람이오. 우리 영혼 속까지 손을 뻗치지. 세비야와 그 주변 10리 안에는 도둑 한 명 없어졌소. 모두들 불처럼 그를 두려워하지. 하지만 곧 부관 자리를 그만둘 거란 소문도 있소. 대법원 판사들과 매번 말다툼하는 성미를 못 견디겠다나 봐.’
‘그 분들 오래 사세요.’ 세비야로 가던 이가 말했다. ‘그들은 불쌍한 이들의 아버지이자 불행한 이들의 보호자지요. 얼마나 많은 가난한 이들이 독단적인 판사나 잘못 보고받거나 편견에 사로잡힌 시장 때문에 죽도록 고생하고 있소? 많은 눈이 두 눈보다 낫지요. 불의의 독은 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보다 여러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더 어렵소.’
‘설교자가 되었군.’ 세비야에서 온 이가 말했다. ‘그렇게 장황하게 말하면 끝이 없을 테니 난 더 기다릴 수 없소. 오늘 밤엔 평소 가던 여관 말고 세비야 사람 여관으로 가시오. 거기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녀를 볼 수 있을 거요. 테하다 여관의 마리니야는 그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오. 더 말하지 않겠소만, 시장 아들이 그녀 때문에 정신이 나갔다고 하더군. 내 주인 중 한 명은 안달루시아로 돌아갈 때 그녀를 보려고 톨레도에서 두 달을 보내겠다고 맹세했소. 난 이미 그녀에게 작별 키스를 했고, 대신 세게 한 방 맞았지. 그녀는 대리석처럼 차갑고 사야고의 시골 처녀처럼 무뚝뚝하며 쐐기풀처럼 거칠어. 하지만 부활절 같은 얼굴에 풍년의 모습을 지녔소. 한쪽 볼엔 태양이, 다른 쪽엔 달이 있고 양 볼엔 장미와 카네이션, 백합과 자스민이 피어있지. 더 말하지 않겠소. 가서 직접 보시오. 내가 말한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 거요. 내 두 마리 회색 노새를 기꺼이 지참금으로 주겠소. 그녀를 아내로 준다면 말이오. 하지만 그럴 리 없겠지. 그녀는 대주교나 백작감이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서 보시오. 안녕히.’
두 노새몰이꾼은 이렇게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두 친구는 말문이 막혔다. 특히 아벤다뇨는 노새몰이꾼이 하녀의 아름다움을 단순히 묘사한 것만으로도 그녀를 보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일어났다. 카리아소도 그랬지만,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다른 세계 7대 불가사의, 아니 모두를 합친 것보다 자신의 참치 잡이터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들은 노새몰이꾼들의 말을 되풀이하고 그들의 말투와 몸짓을 흉내내며 톨레도까지 여행했다. 그리고 카리아소가 안내자가 되어 – 그는 전에 그 도시에 가본 적이 있었다 – 그리스도의 피 거리를 내려가 세비야 사람의 여관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의 옷차림으로는 그곳에 묵기를 요청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밤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하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카리아소는 절망했고 아벤다뇨는 가만히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부르고스에서 세비야로 가는 귀족들을 찾는다는 구실로 여관 안뜰까지 들어갔다. 그가 안뜰에 들어서자마자 한 소녀가 응접실에서 나왔다. 15살 정도로 보이는 그녀는 농부 차림을 하고 촛불을 든 촛대를 들고 있었다. 아벤다뇨는 소녀의 옷차림이나 모습보다는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에게는 천사를 그린 그림 같았다. 그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소녀는 그 남자가 자기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무엇을 찾으세요, 형제님? 혹시 이 집 손님의 하인이신가요?’
‘난 누구의 하인도 아닙니다. 당신의 하인일 뿐이죠.’ 아벤다뇨가 당황하고 흥분한 채로 대답했다.
소녀는 그가 그렇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가세요, 형제님. 우리 같은 하녀들은 하인이 필요 없어요.’
그리고 주인을 부르며 말했다.
‘주인님, 이 청년이 무엇을 찾는지 보세요.’
주인이 나와 그가 무엇을 찾는지 물었다. 그는 부르고스에서 세비야로 가는 귀족들을 찾는다고 대답했다. 그 중 한 명이 자신의 주인이라고 했다. 주인은 그에게 알칼라 데 에나레스로 먼저 가라고 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톨레도의 세비야 사람 여관으로 와서 기다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주인은 오늘 밤이나 늦어도 내일 도착할 거라고 했다. 아벤다뇨는 이렇게 그럴듯한 거짓말을 해서 주인을 설득했다.”
주인의 설명은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아벤다뇨에게 말했다.
“친구여, 여관에 머무르시오. 당신의 주인을 여기서 기다릴 수 있을 것이오.”
“대단히 감사합니다, 주인장님.” 아벤다뇨가 대답했다. “저와 함께 온 동료가 밖에 있는데, 그를 위한 방도 하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돈은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처럼 잘 지불하겠습니다.”
“좋소.” 주인이 대답했다.
그는 아가씨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코스탄시카, 아르구에요에게 이 두 신사를 구석방으로 안내하고 깨끗한 시트를 깔라고 일러라.”
“네, 주인님.” 코스탄사라고 불리는 소녀가 대답했다.
그녀는 주인에게 인사하고 사라졌다. 그녀의 부재는 아벤다뇨에게 해가 지고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이 찾아온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그는 밖으로 나가 자신이 본 것과 이루어낸 일에 대해 카리아소에게 보고했다. 카리아소는 친구가 사랑의 전염병에 감염되었음을 수많은 징후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코스탄사의 아름다움에 대한 비상한 찬사와 과장된 표현의 원인이 될 만한지 보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마침내 그들은 여관으로 들어갔다. 45세쯤 되어 보이는 아르구에요는 침대와 방 정리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그들을 귀족도 하인도 아닌 중간 정도의 사람들을 위한 방으로 안내했다. 그들은 저녁 식사를 요청했지만, 아르구에요는 이 여관에서는 아무에게도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다만 손님들이 밖에서 사 온 것은 요리해서 차려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근처에 양심의 가책 없이 가서 먹을 수 있는 식당과 주점이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아르구에요의 조언을 받아들여 주점으로 향했다. 거기서 카리아소는 주는 대로 먹었고, 아벤다뇨는 자신과 함께 온 생각과 상상들을 먹었다.
아벤다뇨가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카리아소는 놀랐다. 친구의 생각을 완전히 알아내기 위해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에게 말했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소. 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오르가스에 도착해야 하니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소.” 아벤다뇨가 대답했다. “이 도시를 떠나기 전에 유명하다는 것들을 모두 보고 싶소. 성당의 성물실, 후아넬로의 장치, 산 아구스틴의 전망대, 왕의 정원과 베가 등 말이오.”
“좋소.” 카리아소가 대답했다. “그것들은 이틀이면 다 볼 수 있소.”
“천만에.” 아벤다뇨가 말했다. “나는 천천히 볼 생각이오. 우리가 로마로 가서 공석을 얻으려는 게 아니잖소.”
“이봐, 친구.” 카리아소가 말했다. “당신이 톨레도에 남고 싶어 하는 마음이 우리의 순례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보다 더 크다는 걸 알겠소.”
“그렇소.” 아벤다뇨가 대답했다. “그리고 이 처녀의 얼굴을 보지 않고 떠나는 것은 선행 없이 천국에 가려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할 거요.”
“이런 과장된 말이라니!” 카리아소가 말했다. “당신 같은 고귀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어울리는 결심이오! 돈 후안 데 아벤다뇨의 아들인 돈 토마스 데 아벤다뇨가, 좋은 집안의 기사이자 충분히 부유하고 즐거운 젊은이며 놀라울 정도로 총명한 사람이, 세비야 여관의 하녀에게 반해 정신을 잃다니 정말 잘 어울리는군요!”
“내 생각에는,” 아벤다뇨가 대답했다. “알칸타라 기사단의 아버지를 둔 돈 디에고 데 카리아소의 아들이자 장자 상속권을 가진 당신 같은 사람이, 젠틀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이 모든 고귀한 특성을 지녔으면서도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상해 보이오. 누구와 사랑에 빠졌을 것 같소? 진에브라 여왕? 아니오, 사하라의 참치잡이 배와 사랑에 빠졌지. 내 생각에는 그것이 성 안토니오의 유혹보다 더 추할 거요.”
“친구여, 우리는 서로를 칼날로 찔렀소.” 카리아소가 대답했다. “당신이 나를 찌른 칼날로 당신도 찔렸소. 여기서 우리의 논쟁을 끝내고 자러 갑시다. 아침이 오면 신께서 우리를 도와주실 거요.”
“들어보시오, 카리아소.” 아벤다뇨가 말했다. “당신이 아직 코스탄사를 보지 못했으니, 그녀를 본 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모욕하거나 꾸짖을 수 있도록 허락하겠소.”
“나는 이 일이 어떻게 끝날지 이미 알고 있소.” 카리아소가 말했다.
“어떻게 끝나겠소?” 아벤다뇨가 되물었다.
“나는 내 참치잡이 배로 돌아갈 것이고, 당신은 당신의 하녀와 함께 남을 거요.” 카리아소가 말했다.
“나는 그렇게 운 좋지 못할 거요.” 아벤다뇨가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어리석지 않을 거요.” 카리아소가 대답했다. “당신의 나쁜 취향을 따르느라 내 좋은 취향을 놓치지 않을 테니까.”
이런 대화를 나누며 그들은 여관에 도착했고, 비슷한 대화로 밤의 절반을 보냈다. 그들이 한 시간 남짓 잠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거리에서 들리는 많은 피리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들은 침대에 앉아 귀를 기울였고, 카리아소가 말했다.
“내기하지. 이미 날이 밝았을 거야. 이 근처에 있는 카르멜 수도원에서 축제가 있나 봐. 그래서 이 피리들이 울리는 거야.”
“그럴 리가 없소.” 아벤다뇨가 대답했다. “우리가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아침이 될 리가 없소.”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들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누구냐고 묻자 밖에서 대답이 들렸다.
“젊은이들, 훌륭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일어나 거리를 내다보는 저 앞 방의 창문으로 가보시오. 그곳엔 아무도 없소.”
두 사람은 일어났고,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없었지만 하프 소리가 들려 음악이 진짜라고 믿었다. 그들은 셔츠 차림 그대로 방으로 가서 이미 창가에 서 있는 3-4명의 다른 투숙객들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프와 비우엘라의 반주에 맞춰 놀라운 목소리로 다음 소네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벤다뇨는 그 소네트를 기억에서 지우지 않았다.
“희귀하고 겸손한 존재여, 그대는 아름다움을
그토록 고귀한 정상에 올려놓았구나.
자연도 스스로를 뛰어넘어
그대를 하늘보다 높이 올렸네.
그대가 말하거나, 웃거나, 노래할 때
부드러움이나 거침을 보일 때
(오직 그대의 우아함의 결과로)
우리 영혼의 힘을 매혹하네.
그대가 지닌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과
자랑하는 고결한 정절을
더욱 잘 알려지게 하기 위해
봉사하기를 그만두고 봉사받아야 하리.
그대의 손과 이마를 보는 모든 이로부터
왕관과 홀로 빛나야 하리라.”
누구도 이 음악이 코스탄사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소네트가 그녀를 너무나 분명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아벤다뇨의 귀에 너무나 감미롭게 들려서, 그것을 듣지 않고 태어났다면 평생 귀머거리로 살았을 것이며, 남은 생애 동안 그럴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가장 나쁜 점은 이 질투의 가혹한 창으로 가슴이 찔린 것이었다. 게다가 누구를 질투해야 할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곧 그의 걱정을 덜어주는 소리가 들렸다. 창가에 있던 사람 중 하나가 말했다.
“이 시장 아들이 정말 단순하군! 하녀에게 이렇게 공개적으로 음악을 보내다니! 사실 그녀는 내가 본 하녀들 중 가장 아름답지만, 그래도 하녀일 뿐이야. 그녀가 그를 전혀 상대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사실이야. 내기를 걸겠어, 그녀는 지금 깊이 잠들어 이 모든 음악을 전혀 듣지 못하고 있을 거야.”
다른 사람이 덧붙였다.
“그렇고말고. 나도 그녀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들었어. 그녀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건 이 여관에 며칠 전에 온 그 잘생긴 젊은이일 거야. 그의 이름이 토마스라고 들었어. 여주인이 그를 매우 칭찬했대.”
아벤다뇨는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지만, 카리아소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때 음악이 끝났고, 두 친구는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아벤다뇨는 반쯤 잠이 들
지금 코스탄사는 주인의 침대 뒤에서 깊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음악이나 노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이다.
“정말 그렇습니다.” 다른 이가 대답했다. “그녀는 가장 순결한 처녀로 알려져 있지요. 이렇게 바쁜 여관에서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드나들고 모든 방을 돌아다녀도, 그녀에 대해 조금의 부적절한 소문도 들리지 않는 것이 놀랍습니다.”
아벤다뇨는 이 말을 듣고 생기를 되찾았다. 그는 여러 악기 소리에 맞춰 음악가들이 부르는 다른 많은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모든 노래는 코스탄사를 향한 것이었다. 주인이 말했듯이 코스탄사는 아무런 걱정 없이 잠들어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음악가들은 치리미아스를 연주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아벤다뇨와 카리아소는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갔고,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은 아침까지 잠을 잤다. 아침이 되자 둘 다 일어났는데, 둘 다 코스탄사를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욕망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고, 다른 사람의 욕망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욕망은 코스탄사가 주인의 방에서 나오면서 충족되었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두 사람은 노새몰이꾼이 그녀를 칭찬한 말들이 모자라고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옷차림은 녹색 모직 치마와 조끼였고, 같은 천으로 된 장식이 달려 있었다. 조끼는 낮았지만 셔츠는 높았고, 검은 실크로 수놓은 목 장식이 달린 주름진 칼라였다. 그녀는 흰 대리석 기둥 조각만큼이나 하얀 목에 제트로 만든 별 모양의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성 프란시스코의 끈으로 허리를 묶었고, 오른쪽 옆구리에는 큰 열쇠뭉치가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나막신이 아닌 빨간색 두 겹 밑창 신발을 신고 있었고, 빨간색 스타킹을 신은 것 같았지만 가장자리로만 살짝 보일 뿐이었다. 그녀는 흰색 실 리본으로 머리를 땋았는데, 그 땋은 머리가 너무 길어서 등 뒤로 허리를 넘어갔다. 머리색은 갈색이었지만 금발에 가까웠다. 하지만 보기에 너무나 깨끗하고 균일하며 잘 빗질되어 있어서, 금실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귀에는 진주처럼 보이는 작은 유리 장식이 달려 있었고, 그녀의 머리카락이 망사와 머리 장식 역할을 했다.
그녀가 방에서 나올 때, 십자성호를 그리고 성호를 그었다. 그리고 매우 경건하고 침착하게 안뜰 벽에 걸려 있는 성모 마리아 상에 깊이 절을 했다. 그리고 눈을 들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그들을 보자마자 그녀는 물러나 방으로 다시 들어갔고, 그곳에서 아르구엘로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이제 카리아소가 코스탄사의 아름다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말해야 할 때다. 아벤다뇨의 생각에 대해서는 이미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말했다. 나는 단지 카리아소도 그의 친구만큼이나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할 뿐이다. 하지만 그는 훨씬 덜 사랑에 빠졌고, 그만큼 덜 빠져서 그 여관에서 밤을 보내지 않고 즉시 그의 참치 잡이 어장으로 떠나고 싶어 했다.
이때 코스탄사의 소리에 아르구엘로가 발코니로 나왔고, 그녀와 함께 집의 다른 두 젊은 하녀들도 나왔다. 그들은 갈리시아 출신이라고 한다. 세비야노의 여관은 톨레도에서 가장 좋고 가장 많이 찾는 여관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많은 하인들이 필요했다. 손님들의 하인들도 사료를 달라고 왔다. 주인이 나와서 그들에게 사료를 주었는데, 그의 하녀들을 저주하며 말했다. 그들 때문에 사료를 아주 정확하게 주던 하인 하나가 떠났다고 했다. 그의 생각에는 한 알의 곡식도 빠뜨리지 않고 주었다고 한다. 아벤다뇨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걱정 마세요, 주인장님. 제게 장부를 주십시오. 제가 여기 있는 동안 사료와 짚을 요구하는 대로 줄 테니, 떠난 하인이 그리워지지 않을 겁니다.”
“정말 고맙구나, 젊은이.” 주인이 대답했다. “나는 이것을 챙길 수가 없어. 집 밖에서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너무 많거든. 내려와서 장부를 줄 테니, 이 노새 하인들이 악마 같아서 한 되의 보리를 짚보다 덜 양심적으로 속이니 조심해.”
아벤다뇨는 안뜰로 내려갔고, 장부를 받아 물처럼 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너무나 좋은 순서로 기록해서 주인이 보고 만족했고, 너무 만족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서 당신 주인이 오지 않고 당신이 여기 머물고 싶어 하기를 바랍니다. 맹세코 다른 닭이 울 거예요. 8개월 전에 내 집에 온 하인은 누더기를 입고 야위었는데, 지금은 아주 좋은 옷을 두 벌이나 입고 수달처럼 살쪘거든요. 아들아, 이 집에는 월급 외에도 많은 이득이 있다는 걸 알아두세요.”
“제가 여기 머문다면,” 아벤다뇨가 대답했다. “돈벌이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어떤 것에도 만족할 거예요. 이 도시가 스페인에서 가장 좋다고 하니까요.”
“적어도,” 주인이 대답했다. “이 도시는 스페인에서 가장 좋고 풍요로운 도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다른 문제가 있어요. 강에 물을 뜨러 갈 사람을 찾아야 해요. 다른 하인도 떠났거든요. 그 아이는 내가 가진 훌륭한 당나귀로 물통을 가득 채워 집을 호수처럼 만들곤 했죠. 노새 하인들이 자기 주인을 내 여관으로 데려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풍부한 물 때문이에요. 그들은 가축을 강으로 데려가지 않고 집 안에서 큰 물통으로 물을 먹이거든요.”
이 모든 것을 카리아소가 듣고 있었다. 아벤다뇨가 이미 자리를 잡고 일거리를 얻은 것을 보고, 그도 좋은 밤을 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더구나 아벤다뇨가 얼마나 기뻐할지 생각하면 그의 기분을 맞춰주고 싶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말했다.
“당나귀를 가져오세요, 주인장님. 제 친구가 장부에 기록하는 것처럼 저도 당나귀에 안장을 얹고 짐을 싣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 아벤다뇨가 말했다. “내 친구 로페는 아스투리아스 사람인데, 왕자처럼 물을 날라올 겁니다. 제가 보증합니다.”
아르구엘로가 발코니에서 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다가 아벤다뇨가 그의 친구를 보증한다고 하자 말했다.
“말씀해 주세요, 젊은이, 그를 누가 보증할 건가요? 사실 그가 보증인이 되는 것보다 보증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조용히 해, 아르구엘로.” 주인이 말했다. “네가 부르지 않은 곳에 끼어들지 마. 나는 둘 다 보증할 테니, 너희들은 집 하인들과 얽히지 마라. 너희들 때문에 모두가 떠나가고 있어.”
“그래서요?” 다른 하녀가 말했다. “이 젊은이들이 이제 집에 머무는 건가요? 맹세코 만약 제가 그들과 길을 간다면, 절대 술병을 맡기지 않을 거예요.”
“장난치지 마, 갈리시아 아가씨.” 주인이 대답했다. “네 일이나 하고 하인들과 얽히지 마. 아니면 매로 때릴 거야.”
“정말 그러시겠어요?” 갈리시아 아가씨가 대답했다. “보세요, 이런 보석들을 탐내라고요! 정말이지 주인님은 집 안팎의 하인들과 장난치느라 우리를 나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들은 악당들이고 마음 내키는 대로 주인을 속이고 떠나버리죠. 하지만 우리는 그런 욕구에 빠지지 않았어요. 맹세코 그들은 아침 일찍 주인을 놀라게 할 만한 사람들이에요.”
“갈리시아 자매님, 당신은 참 말이 많군요.” 주인이 대답했다. “입 다물고 당신이 해야 할 일이나 신경 쓰세요.”
이때 카리아소는 이미 당나귀에 안장을 얹었고, 단숨에 올라타더니 강으로 향했다. 아벤다뇨는 그의 멋진 결심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자, 이제 우리는 (좋은 일만 있기를) 아벤다뇨가 토마스 페드로라는 이름으로 여관 종업원이 되고, 카리아소는 로페 아스투리아노라는 이름으로 물장수가 된 것을 보게 되었다. 이는 코가 큰 시인의 변신보다 더 놀라운 변신이었다.
아르구에요는 두 사람이 여관에 머물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아스투리아스 사람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를 자기 것으로 점찍고, 그가 아무리 까다롭고 고집 센 성격이라 해도 장갑보다 더 부드럽게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까다로운 갈리시아 여자도 아벤다뇨에 대해 같은 생각을 했다. 두 여자는 친하게 지내고 같이 자기에 함께 대화를 나누곤 했기에, 곧바로 서로에게 사랑의 결심을 털어놓았다. 그날 밤부터 그들은 무관심한 연인들을 정복하기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먼저 주의한 것은 질투하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잘 대접하려면 밖에서 오는 사람들에게서 뇌물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하세요, 형제들.” 그들은 말했다. (마치 이미 그들이 거기 있고 진짜 애인이나 정부인 것처럼) “조용히 하고 눈을 가리세요. 판데이로를 아는 사람이 치게 하고, 춤을 아는 사람이 이끌게 하세요. 그러면 당신들은 이 공물을 바치는 여자들 덕분에 어떤 성직자들보다 더 잘 대접받을 거예요.”
갈리시아 여자와 아르구에요는 이런 말과 비슷한 내용의 말들을 했다. 그동안 우리의 착한 로페 아스투리아노는 카르멘 언덕을 따라 강으로 향했다. 그의 생각은 참치 어장과 갑작스러운 신분 변화에 빠져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운명이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었는지, 언덕을 내려가던 좁은 길에서 그는 물을 가득 실은 물장수의 당나귀와 마주쳤다. 그의 당나귀는 힘이 넘치고 건강해 보였으며 일도 별로 하지 않은 듯했다. 그래서 지친 노새와 부딪혔고, 물통이 깨지면서 물이 쏟아졌다. 이 불운 때문에 늙은 물장수는 화가 나서 새내기 물장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아직 말에서 내리지도 못했는데, 늙은 물장수는 그를 때리기 시작했고 아스투리아스 사람은 아프게 맞았다.
결국 그는 말에서 내렸지만, 너무나 화가 나서 적을 향해 달려들어 두 손으로 목을 잡고 땅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머리가 돌에 부딪혀 두 군데나 갈라졌고, 피가 너무 많이 나와 죽은 줄 알았다.
그곳에 있던 다른 물장수들이 동료가 그렇게 다친 것을 보고 로페에게 달려들어 그를 꽉 잡고 소리쳤다.
“정의를 보라! 정의를 보라! 이 물장수가 사람을 죽였다!”
이런 소리와 함성 속에서 그들은 주먹과 막대기로 그를 때렸다.
다른 사람들은 쓰러진 사람에게 다가가 보니 머리가 갈라져 있고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소리는 점점 더 커져 언덕을 따라 올라갔고, 카르멘 광장에서 한 경관의 귀에 들어갔다. 그는 두 명의 부하를 데리고 날아가듯 싸움이 벌어진 곳으로 갔다. 그때는 이미 부상자가 당나귀에 실려 있었고, 로페의 당나귀는 붙잡혀 있었으며, 로페는 20명이 넘는 물장수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주먹과 막대기로 그의 갈비뼈를 너무 세게 때려서 부상자의 목숨보다 그의 목숨이 더 위험해 보일 정도였다.
경관이 도착해 사람들을 떼어놓고 로페를 부하들에게 넘겼다. 그리고 자신의 당나귀와 부상자를 태운 당나귀를 앞세워 감옥으로 향했다. 그를 따라가는 사람들과 아이들이 너무 많아 거리를 지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소란 소리에 토마스 페드로와 그의 주인이 집 문 앞으로 나왔다. 그들은 로페가 두 경관 사이에 끼어 얼굴과 입에 피를 흘리며 가는 것을 보았다. 주인은 곧바로 자신의 당나귀를 찾아보았고, 그것이 다른 경관의 손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체포 이유를 물었고, 사건의 진상을 들었다. 그는 당나귀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당나귀를 잃거나 아니면 되찾는 데 드는 비용이 당나귀 값보다 더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토마스 페드로는 동료를 따라갔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와 한 마디도 나눌 수 없었다. 경관들과 경위의 신중함 때문이기도 했다. 결국 그는 로페가 감옥에 갇히고 두 쌍의 족쇄를 채우는 것을 볼 때까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부상자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는 치료를 보러 갔다. 그는 상처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보았고, 의사도 같은 말을 했다.
경관은 두 당나귀와 8레알짜리 은화 다섯 개를 집으로 가져갔다. 부하들이 로페에게서 뺏은 것이었다.
토마스는 혼란스럽고 슬픈 마음으로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제 주인이라 여기는 사람에게 동료의 상황, 부상자의 위험한 상태, 당나귀에 대해 일어난 일을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불행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주인의 친한 친구가 길에서 그를 만나 주인이 매우 급해 마드리드에서 아세카 나루터를 이용해 2리그의 거리를 줄이고 그날 밤 오르가스에서 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그에게 12에스쿠도를 주며 세비야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주인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토마스가 덧붙였다. “내 친구이자 동료를 감옥에 두고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놓아둘 수는 없어요. 주인님은 이해해 주실 거예요. 그분은 너무 좋고 명예로운 분이라 내가 친구를 돕기 위해 잠시 늦게 도착하는 것을 용서해 주실 거예요. 주인님, 이 돈을 받으시고 이 일을 도와주세요. 이 돈이 다 떨어지면 내 주인님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편지를 쓸 테니, 우리를 어떤 위험에서든 구해낼 만큼 충분한 돈을 보내주실 거예요.”
주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당나귀 손실의 일부를 만회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그는 돈을 받고 토마스를 위로했다. 그는 토레도에 재판관들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수녀가 있는데, 그녀는 시장의 친척이고 그를 발로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그 수녀원의 세탁부 딸이 있는데, 그녀는 어떤 수사의 누이의 절친한 친구이고, 그 수사는 그 수녀의 고해 신부와 매우 친하고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세탁부가 딸에게 부탁하면 (그럴 거예요), 딸은 수사의 누이에게 부탁할 거고, 누이는 오빠에게 부탁할 거고, 오빠는 고해 신부에게 부탁할 거고, 고해 신부는 수녀에게 부탁할 거예요. 수녀가 시장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에요. 그녀는 토마스의 일을 잘 봐달라고 간곡히 부탁할 거예요. 그러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물당번만 죽지 않고 재판관들을 모두 매수할 약이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매수되지 않으면 그들은 소달구지보다 더 시끄럽게 불평한다.
토마스는 주인이 해준 도움의 제안과 그것을 전달한 복잡한 경로가 재미있었다. 주인이 장난으로 한 말인 줄 알면서도 그의 호의에 감사하며 돈을 건넸다. 그리고 주인에 대한 신뢰로 더 많은 돈이 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르구에요는 새 애인이 붙잡혀 가는 것을 보고 곧장 감옥으로 음식을 가져갔다. 하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고 슬퍼하며 돌아왔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선한 의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15일 만에 부상자의 위험이 사라졌고, 20일째 되는 날 의사는 그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선언했다. 이 무렵 토마스는 세비야에서 50에스쿠도를 보내달라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주인에게 건넸다. 주인의 위조된 편지와 증서도 함께 전했다. 주인은 그 서신의 진위를 확인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고, 금화여서 더욱 기뻐하며 돈을 받았다.
부상자는 6두카트를 받고 고소를 취하했다. 아스투리아스 사람은 10두카트와 당나귀, 소송 비용을 물게 되었다. 그는 감옥에서 나왔지만 동료와 함께 지내길 원치 않았다. 감옥에 있는 동안 아르구에요가 찾아와 구애했다는 것이 핑계였다. 그는 그런 못된 여자의 욕망에 응하느니 차라리 목을 매겠다고 했다. 그의 계획은 이러했다. 토마스가 목적을 이루기로 결심했으니, 자신은 당나귀를 사서 물장수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토레도에 있는 동안 게으름뱅이로 취급받아 체포되지 않을 것이고, 하루 종일 도시를 돌아다니며 여자들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도시에서는 멍청이가 아니라 미인들을 보게 될 걸세. 이곳 여인들은 스페인에서 가장 분별 있기로 유명하고, 그 분별은 아름다움과 어울린다네. 콘스탄사를 보면 알 수 있지. 그녀의 아름다움은 이 도시뿐 아니라 전 세계의 미인들을 부럽게 할 정도라네.”
“천천히, 토마스.” 로페가 답했다. “그렇게 하녀를 칭찬하다간 내가 당신을 미친 사람이 아니라 이단자로 여길 것 같네.”
“콘스탄사를 하녀라고 불렀나, 로페?” 토마스가 대답했다. “신께서 용서하시고 당신의 잘못을 깨닫게 하시길.”
“그녀가 하녀가 아니란 말인가?” 아스투리아스 사람이 되물었다.
“나는 아직 그녀가 첫 번째 접시를 닦는 것도 보지 못했네.”
“그렇다고 해서 첫 번째 접시를 닦지 않았다고 해서 두 번째나 백 번째 접시를 닦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 로페가 말했다.
“내 말 좀 들어보게, 형제.” 토마스가 대답했다. “그녀는 접시를 닦지 않고 자기 일만 하네. 그녀는 집안의 은그릇을 지키는 파수꾼일 뿐이야. 그것도 아주 많은.”
“그런데 왜 온 도시 사람들이 그녀를 ‘고귀한 하녀’라고 부르지?” 로페가 말했다. “접시를 닦지 않는다면 말일세. 하지만 틀림없이 은그릇을 닦기 때문에 ‘고귀한’이라는 말을 붙인 것 같네. 그러나 이 얘기는 그만두고, 토마스, 자네 희망은 어떤가?”
“절망적이네.” 토마스가 대답했다. “자네가 감옥에 있는 동안 나는 그녀와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어. 손님들이 하는 말에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입을 다물 뿐이야. 그녀의 정숙함과 조심성은 아름다움만큼이나 사랑스럽네.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건 시장 아들이야. 그는 대담하고 활기찬 청년인데, 그녀를 위해 죽을 지경이라네. 그는 밤마다 그녀에게 세레나데를 보내.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그녀의 이름이 나오고 그녀를 찬양하고 칭송하지. 하지만 그녀는 듣지 않아. 해가 지면 아침까지 여주인의 방에서 나오지 않지. 그래서 질투의 화살이 내 가슴을 뚫지 못하네.”
“그래서 이 포르키아, 이 미네르바, 이 새로운 페넬로페를 정복하려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녀는 하녀의 모습으로 자네를 사랑에 빠뜨리고, 겁먹게 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지.”
“친구 로페여, 나를 놀리고 싶은 대로 놀려도 좋네. 하지만 나는 내가 자연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얼굴과 지금 세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비할 데 없는 정숙함에 반했다는 걸 알고 있네. 그녀의 이름은 콘스탄사야. 포르키아도, 미네르바도, 페넬로페도 아니지. 그녀가 여관에서 일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어.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운명이 숨겨진 힘으로 나를 이끌고, 이성이 분명한 판단으로 나를 움직여 그녀를 숭배하게 만드는 걸. 친구여,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토마스가 계속했다. “사랑이 이 하녀(자네가 부르는 대로)의 낮은 신분을 어떻게 높이고 들어올리는지. 그걸 보면 나는 그걸 보지 않고, 알면서도 모르는 것 같아. 잠깐이라도 그녀의 신분의 비천함을 생각하려 해도 불가능해. 곧바로 그녀의 아름다움, 우아함, 차분함, 정숙함과 단정함이 그 생각을 지워버리고 내게 이해시키지. 그 소박한 겉모습 아래 위대한 가치와 공적의 광산이 숨겨져 있다고 말이야. 결국, 그게 무엇이든 나는 그녀를 사랑해. 하지만 다른 여자들을 사랑했던 그런 속된 사랑이 아니라 그저 그녀를 섬기고 그녀가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정직한 의지에 걸맞은 순수한 사랑으로.”
이 말에 아스투리아스 사람은 큰 소리로 외쳤다.
“오, 플라토닉한 사랑이여! 오, 고귀한 하녀여! 오, 우리의 행복한 시대여! 아름다움이 악의 없이 사랑에 빠지고, 정숙함이 불태우지 않고 불을 지피며, 우아함이 유혹하지 않고 즐거움을 주고, 비천한 신분이 운명의 수레바퀴 위로 올라가게 하는 것을 보다니! 오, 내 가엾은 참치들이여! 올해는 이토록 사랑에 빠지고 열렬한 자에게 방문받지 못하는구나! 하지만 내년에는 내가 그렇게 보상할 테니 관리인들이 나를 원망하지 않게 될 거야.”
이에 토마스가 말했다.
“이제 보니 자네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나를 조롱하는지 알겠네. 하지만 자네가 원한다면 어서 고기잡이나 가게. 나는 여기 남아 있을 테고 돌아올 때 여기서 만나지. 자네 몫의 돈을 가져가고 싶다면 지금 주겠네. 평화롭게 가고 각자의 운명이 이끄는 대로 따르세.”
“난 자네를 더 분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네.” 로페가 대답했다. “자네가 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진심이었군. 하지만 자네가 진지하게 말한다는 걸 알았으니, 나도 진지하게 자네를 도와주겠네. 단 한 가지만 부탁하지. 아르구에요가 나를 유혹하거나 구애할 기회를 주지 말아줘. 그러느니 차라리 자네와의 우정을 끊고 말겠네. 맙소사, 친구여! 그녀는 법정 서기보다 말이 많고,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도 술지게미 냄새가 난다네. 게다가 윗니는 모두 가짜고, 머리카락도 가발인 것 같아.”
“알겠네, 로페 형제.” 토마스가 대답했다. “그녀가 자네를 괴롭히지 않게 하겠네. 내가 할 수 있는 한 자네를 돕겠어. 자네가 진심으로 말한다니 기쁘네. 자네도 내가 진심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자네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다면 말해주게. 단 한 가지만 부탁하지. 아르구에요에게 구애받거나 유혹당할 일은 없을 거야. 그러느니 차라리 우리의 우정을 포기하겠네. 맙소사, 친구여! 그녀는 법정 서기보다 말이 많고,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도 술지게미 냄새가 나. 게다가 윗니는 모두 가짜고, 머리카락도 가발 같아 보이네.”
이 결점들을 메우기 위해, 그녀가 자신의 나쁜 생각을 드러낸 후에는
연백으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얼굴에 분칠을 해서 순수한
석고 가면처럼 보였다.
“그건 사실이야.” 토마스가 대답했다. “나를 고문하는 갈리시아 여자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늘 밤만 여관에 머무르고 내일 네가 말한 당나귀를 사서 다른 곳을 찾는 거야. 그러면 너는 아르구엘로와의 만남을 피할 수 있고, 나는 갈리시아 여자와 내 코스탄사의 피할 수 없는 시선에 시달릴 거야.”
두 친구는 이렇게 합의하고 여관으로 갔다. 거기서 아르구엘로는 아스투리아스 청년을 매우 사랑스럽게 맞이했다.
그날 밤 여관 문 앞에서 많은 노새 몰이꾼들이 춤을 췄다. 그 여관과 이웃 여관에 묵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기타를 연주한 사람은 아스투리아스 청년이었다. 춤을 춘 사람들은 두 갈리시아 여자와 아르구엘로, 그리고 다른 여관의 세 젊은 여자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코스탄사를 보려는 열망으로 가면을 쓰고 왔지만, 그녀는 나오지 않아 많은 이들의 바람을 저버렸다.
로페는 기타를 너무나 잘 연주해서 사람들은 그가 기타를 말하게 한다고 했다. 젊은 여자들이, 특히 아르구엘로가 로망스를 불러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그들이 희극에서처럼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실수하지 않도록 그가 노래하면서 말하는 대로만 하고 다른 것은 하지 말라고 했다.
노새 몰이꾼들 중에는 춤꾼들이 있었고, 젊은 여자들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로페는 두 번 목을 가다듬으며 무엇을 말할지 생각했다. 그는 재치 있고 빠르며 우아한 재능의 소유자였기에, 즉흥적으로 이렇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아르구엘로 아가씨여
한 번만 나오시오, 그 이상은 안 됩니다
공손히 절 하시고
두 걸음 뒤로 물러나시오.
바라바스라 불리는 자가
그대의 손을 잡아끌어 주오
안달루시아 출신 노새 몰이꾼으로
춤의 대가라 하오.
이 여관에 있는
두 갈리시아 처녀 중
더 살집 있는 아가씨가
몸매를 드러내고 앞치마 없이 나오시오.
토로테가 그녀를 붙잡고
네 사람 모두 함께
춤사위와 몸짓으로
콘트라파스를 시작하시오.”
아스투리아스 청년이 노래하는 대로 그들은 그대로 따라했다. 하지만 콘트라파스를 시작하라고 말했을 때, 바라바스(그들이 춤추는 노새 몰이꾼에게 붙인 별명이었다)가 대답했다.
“음악가 형제여, 당신이 부르는 걸 잘 보시오. 누구도 옷을 잘못 입었다고 놀리지 마시오. 여기엔 누더기를 입은 사람이 없소. 각자 신의 도움으로 옷을 입었소.”
주인이 그 젊은이의 무지를 듣고 말했다.
“젊은이, 콘트라파스는 외국 춤이오. 옷을 잘못 입었다는 뜻이 아니오.”
“그렇다면,” 젊은이가 대답했다. “우리를 그림 속으로 끌어들일 이유가 없소. 사라반다, 차코나, 폴리아스를 평소대로 연주하시오. 여기엔 당신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소.”
아스투리아스 청년은 대꾸 없이 노래를 계속했다.
“모든 요정들과 요정 신랑들이 들어오시오
차코나 춤은
바다보다 넓다오.
캐스터네츠를 준비하고
손을 이 모래나
마구간의 흙에 문지르시오.
모두들 아주 잘했소
할 말이 없구려
성호를 그으시고 악마에게
무화과 나무 두 개를 주시오.
그 개자식에게 침을 뱉으시오
우리를 즐기게 하소서
차코나에서
결코 떠나지 않으시길.
노래를 바꾸겠소, 신성한 아르구엘로여
병원보다 더 아름다운 그대
내 새로운 뮤즈이니
그대의 은총을 베푸소서.
차코나 춤은
좋은 삶을 담고 있다오.
거기엔 건강에 좋은
운동이 있어
게으른 사지에서
나태함을 떨쳐내오.
웃음이 가슴속에서 솟구치오
춤추는 자와 연주하는 자
보는 자와 듣는 자의
춤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발에서 수은이 흘러나오고
온 몸이 녹아내리며
주인들의 기쁨으로
노새들도 편안해지오.
생기와 민첩함이
노인들을 젊어지게 하고
젊은이들을 고양시키며
크게 고무시키오.
차코나 춤은
좋은 삶을 담고 있다오.
이 고귀한 숙녀가
얼마나 자주 시도했던가
즐거운 사라반다와
페사메, 페라 모라와 함께
종교 집의 틈새로
들어가려 했던가
성스러운 감방에 머무는
정결을 어지럽히려고!
얼마나 자주 그녀를
숭배하는 자들에 의해
비난받았던가!
음탕한 자가 상상하고
어리석은 자가 생각하기에
차코나 춤이
좋은 삶을 담고 있다고.
이 혼혈 인디언 여인은
소문에 따르면
아로바가 저지른 것보다 더 많은
신성 모독과 죄를 저질렀다오.
하녀들의 무리와
시종들의 무리,
하인들의 무리가
그녀에게 조공을 바치오.
그녀는 말하고, 맹세하고, 터뜨리지 않고
오만한 삼바팔로를
무릅쓰고 자신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하오.
오직 차코나만이
좋은 삶을 담고 있다오.”
로페가 노래하는 동안 춤추는 하인들과 하녀들의 무리가 열두 명에 이르렀다. 로페가 더 중요하고 실속 있고 의미 있는 것들을 노래하려고 준비하는 동안, 춤을 구경하던 많은 가면 쓴 사람들 중 한 명이 가면을 벗지 않고 말했다.
“조용히 해, 술주정뱅이야, 조용히 해, 가죽 부대야, 조용히 해, 포도주 통이야, 늙은 시인, 가짜 음악가야.”
그 뒤를 이어 다른 사람들도 그에게 많은 모욕과 조롱을 퍼부었다. 로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새 몰이꾼들은 그것을 매우 나쁘게 여겼고, 만약 주인이 좋은 말로 그들을 진정시키지 않았다면 거기서 난투가 벌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순간 치안 판사가 도착해 모두를 물러나게 했다.
모두가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비야노의 여관 맞은편 돌 위에 앉아 있던 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 지역에서 깨어 있던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려왔다. 그는 너무나 경이롭고 달콤한 화음으로 노래를 불러 모두를 황홀하게 만들고 끝까지 듣게 했다. 하지만 가장 주의 깊게 들은 사람은 토마스 페드로였다. 그는 음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가사를 이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그것은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괴롭히는 파문장을 듣는 것과 같았다. 음악가가 부른 노래는 이런 로망스였다.
“어디 있나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의 영역이여,
신성한 구성의
인간의 삶에 대한 아름다움이여?
사랑이 안전한 거처를
가진 제국의 하늘이여,
모든 행운을 뒤에서
끌어당기는 첫 번째 동력이여.
투명한 맑은 물이
사랑의 불꽃을 식히고,
그것들을 증가시키고 정화하는
수정 같은 장소여.
두 개의 별이 함께
빌린 빛 없이
하늘과 땅을 비추는
새롭고 아름다운 창공이여.
혼란스러운 슬픔에
대항하는 기쁨이여,
자신의 뱃속에 무덤을 주는
아버지에게.
위대한 주피터가
자신의 자비로움으로
높이 올리는 고귀함에
저항하는 겸손이여.
보이지 않는 그물이자 미묘한 그물이여,
강한 감옥에
전쟁의 간음한 전사를
가두는 그물이여.
네 번째 하늘이자 두 번째 태양이여,
첫 번째 태양을 어둡게 만드는
우연히 모습을 보일 때,
보는 것이 우연이자 행운이네.
이상한 지혜로
말하는 심각한 대사여,
침묵으로 설득하는 그대여
그대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이:
두 번째 하늘의 아름다움만을 가졌고
첫 번째 하늘의 달빛만을 지녔네.
그대는 이 구체라네, 코스탄사여,
짧은 운명으로 인해
그대의 장점들을 가리는
부적합한 곳에 놓여있네.
그대 스스로 운명을 만드시오,
온전함을 관습에 맞는 처신으로,
냉담함을 부드러움으로 바꾸어.
이렇게 하면 보게 되리라, 부인이여,
혈통 높은 이들이, 미모의 대가들이
그대의 운을 부러워하는 것을.
만약 지름길을 원하신다면,
가장 순수하고 풍성한 마음을
당신께 바치오니, 그 어떤 영혼에서도
사랑이 본 적 없는 그런 마음을.
이 마지막 시구를 끝내자마자 두 개의 반쪽 벽돌이 날아와 음악가의 발치에 떨어졌다. 만약 그의 머리를 맞췄다면 쉽게 그의 머릿속에서 음악과 시를 없애버렸을 것이다. 불쌍한 그는 놀라 언덕 위로 달아났는데, 사냥개도 그를 따라잡지 못했을 정도였다. 음악가, 박쥐, 올빼미들의 불행한 신세여, 언제나 이런 돌팔매와 폭행에 시달리는구나! 그 노래를 들은 모든 이들은 좋아했지만, 토마스 페드로가 가장 감탄했다. 그는 그 목소리와 노래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는 코스탄사가 아닌 다른 이에게서 이런 음악의 계기가 나오기를 바랐다. 물론 그의 귀에는 아무런 음악도 들리지 않았다.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이는 바라바스, 노새 몰이꾼이었다. 그도 음악을 주의 깊게 들었는데, 음악가가 도망가는 것을 보자 이렇게 말했다.
“저리 가거라, 멍청이 유다의 음유시인 놈아, 벼룩이 네 눈을 먹어치우길! 누가 너한테 하녀에게 천체와 하늘 이야기를 노래하라고 했느냐, 그녀를 월요일, 화요일, 운명의 수레바퀴라 부르면서? 차라리 이렇게 말했어야지, 이 바보야. 너와 네 노래를 좋아하는 자들에게 재수 없으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녀는 아스파라거스처럼 꼿꼿하고, 깃털장식처럼 거만하며, 우유처럼 하얗고, 수도원 수련생처럼 정숙하며, 임대용 노새처럼 까다롭고 변덕스러우며, 회반죽 조각보다 더 단단하다고. 이렇게 말했다면 그녀도 이해하고 기뻐했을 거다. 하지만 그녀를 대사, 그물, 고귀함, 높음과 낮음이라 부르다니, 그건 교리문답 학생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지 하녀에겐 어울리지 않아. 정말이지 이 세상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시를 쓰는 시인들이 있단 말이야. 나는 바라바스지만 이 음악가가 부른 노래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 코스탄시카는 어떻겠어? 하지만 그녀는 더 잘하지. 침대에 누워 인도의 프레스테 후안까지도 비웃고 있을 테니. 이 음악가는 적어도 시장 아들의 음악가들 중 하나는 아니야. 그들은 많고 가끔은 이해할 만하지. 하지만 이놈은, 맹세코 날 짜증나게 만들어.”
바라바스의 말을 들은 모든 이들은 크게 즐거워했고, 그의 비평과 의견이 매우 적절하다고 여겼다.
이후 모두가 잠자리에 들었고, 사람들이 겨우 잠잠해졌을 때 로페는 자신의 방문을 아주 조용히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이 왔다.
“아르구에요와 갈리시아 여자예요. 문 좀 열어주세요. 추워 죽겠어요.”
그러자 로페가 대답했다. “정말이지, 우리는 지금 삼복더위 한가운데 있다고.”
갈리시아 여자가 대꾸했다. “농담은 그만하고 로페, 일어나서 문 좀 열어줘. 우리는 대공작부인이 된 것 같아.”
“대공작부인들이 이 시간에? 그건 믿을 수 없어. 오히려 너희가 마녀거나 아주 못된 여자들이라고 생각해. 어서 가. 그렇지 않으면 맹세코… 내가 일어나면 내 바지 허리띠로 너희 엉덩이를 양귀비꽃처럼 만들어 놓을 거야.”
그들은 이렇게 냉담하고 예상 밖의 대답을 듣자 아스투리아스 사람의 분노를 두려워했다. 그들의 희망은 사라지고 계획은 좌절되어 슬프고 불운한 채로 침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문에서 떠나기 전에 아르구에요는 열쇠 구멍에 입을 대고 말했다.
“꿀은 당나귀 입에 어울리지 않아.”
마치 대단한 말이라도 한 것처럼, 정당한 복수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앞서 말했듯이 자신의 슬픈 침대로 돌아갔다.
로페는 그들이 돌아간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깬 토마스 페드로에게 말했다.
“봐, 토마스. 날 두 거인과 싸우게 하거나, 네 부탁으로 사자 대여섯 마리의 턱을 부러뜨리게 하라. 난 와인 한 잔 마시는 것보다 쉽게 그렇게 하겠어. 하지만 아르구에요와 맨손으로 싸우게 하는 건 안 돼. 활을 쏘아 죽이려 해도 못 하겠어. 보렴, 오늘 밤 운명이 우리에게 어떤 덴마크 아가씨들을 제공했는지. 좋아, 하나님이 날 밝히실 거야, 그러면 우리도 나아지겠지.”
토마스가 대답했다. “친구여, 이미 네게 말했듯이 네 뜻대로 하렴. 순례를 가든, 당나귀를 사서 물장수가 되든 네가 결심한 대로 해.”
로페가 대답했다. “물장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어. 이제 남은 밤 동안 좀 자자. 내 머리가 통 같아서 지금은 너와 이야기할 기분이 아니야.”
그들은 잠들었고, 날이 밝았다. 그들은 일어났고, 토마스는 말에게 먹이를 주러 갔고, 로페는 짐승들이 있는 시장으로 가서 좋은 당나귀를 사러 갔다.
토마스는 자신의 생각에 빠져 축제 기간의 한적함이 주는 편안함에 이끌려 몇 축제일 동안 연애시를 지었고, 그것들을 보리 장부에 적었다. 그는 나중에 그것들을 깨끗이 옮겨 적고 그 페이지들을 찢거나 지우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하기 전에, 그가 집 밖에 있을 때 장부를 보리 상자 위에 두고 갔는데, 그의 주인이 그것을 집어 들어 계산을 확인하려다가 시를 발견하고 당황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는 그 시를 들고 아내에게 갔고, 코스탄사를 부르기 전에 아내에게 시를 읽어주었다. 그는 위협과 간청을 섞어 코스탄사에게 토마스 페드로, 그 보리 담당 사환이 그녀에게 어떤 구애의 말을 했는지, 또는 그녀가 그에 대해 어떤 부적절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을 했는지 물었다. 코스탄사는 그녀에게 그런 말이나 다른 어떤 말도 한 적이 없으며, 눈빛으로도 그런 생각을 보인 적이 없다고 맹세했다.
그들은 그녀가 항상 진실만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믿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가라고 했고, 주인은 아내에게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소. 토마스가 이 보리 장부에 연애시를 써놨는데, 코스탄시카에 대한 것 같아 걱정이오.”
아내가 대답했다. “시를 보여주세요. 당신도 시인이니 그 의미를 말해줄 수 있을 거예요.”
남편이 말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렇겠지. 당신도 알다시피 난 시인이니까 그 의미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거요.”
아내가 대답했다. “난 시인이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좋은 이해력을 가졌고 라틴어로 네 가지 기도문을 암송할 수 있다는 걸 알잖아요.”
남편이 말했다. “그 기도문들을 스페인어로 암송하는 게 낫겠소. 당신 삼촌 신부님이 당신이 라틴어로 기도할 때 천 가지 실수를 한다고 하지 않았소? 당신은 아무것도 기도하지 않는 거라고 말이오.”
아내가 대답했다. “그 말은 당신 조카의 화살통에서 나온 거예요. 그녀는 내가 라틴어 기도서를 들고 포도밭을 거닐 듯 읽는 걸 질투하는 거죠.”
남편이 대답했다.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자, 집중하시오. 이 시가 이렇소.”
침묵하는 자.
그의 거친 성질을 누가 이기는가?
굳건함이로다.
그의 기쁨에 누가 이르는가?
고집이로다.
그러니 이와 같은 방법으로
행복한 승리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만약 이 시도에서 내 영혼이
침묵하고, 굳건하며, 고집스럽다면.
사랑은 무엇으로 지탱되는가?
호의로다.
그리고 무엇이 그 격렬함을 줄이는가?
모욕이로다.
오히려 냉대로 더 자라나는가?
시들어간다.
이로 보아 분명히 알 수 있노니
내 사랑은 불멸하리라.
내 고통의 원인이
모욕하지도 호의를 베풀지도 않으니.
절망하는 자는 무엇을 바라는가?
완전한 죽음이로다.
그렇다면 어떤 죽음이 고통을 치유하는가?
반쪽짜리 죽음이로다.
그러니 죽는 것이 좋겠는가?
차라리 견디는 것이 낫다.
흔히 말하듯이
(이 진리를 받아들이시라):
험난한 폭풍우 뒤에는
평온이 찾아오는 법이라네.
내 열정을 드러내야 하는가?
때가 오면 그리하리.
그러나 그녀가 결코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래도 그럴 것이다.
그동안 죽음이 다가오리라.
너의 순수한 믿음과 희망이
그토록 커진다면,
코스탄사가 알게 되어
너의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어주리라.
“더 있나요?” 여관 주인이 물었다.
“아니오.” 그녀의 남편이 대답했다. “하지만 이 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우선,” 그녀가 말했다. “이게 토마스의 것인지 확인해야 해요.”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소.” 남편이 대답했다. “보리 계산서의 필체와 시의 필체가 완전히 같아서 부인할 수가 없소.”
“보세요, 여보.” 여관 주인이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비록 시에 코스탄시카라는 이름이 나와서 그녀를 위해 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그를 직접 쓰는 걸 본 게 아니니 진실이라고 단정 짓진 말아요. 게다가 세상에는 우리 코스탄사 말고도 다른 코스탄사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설령 그녀를 위한 것이라 해도, 그녀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은 없고 그녀에게 중요한 것을 요구하지도 않아요.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가 소녀에게 경고해줍시다. 만약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면, 틀림없이 더 많은 시를 짓고 그녀에게 전하려 할 거예요.”
“그러느니 차라리 그런 걱정거리를 없애고 그를 내쫓는 게 낫지 않겠소?” 남편이 말했다.
“그건 당신 손에 달렸어요.” 여관 주인이 대답했다. “하지만 정말이지 당신 말씀대로 그 청년이 잘 일하고 있는데, 그렇게 사소한 이유로 그를 내쫓는 건 양심에 걸려요.”
“좋소.” 남편이 말했다. “당신 말대로 주의를 기울이며 지켜보도록 하지.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줄 거요.”
그들은 그렇게 결정하고, 남편은 책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토마스는 초조하게 책을 찾으러 돌아와 발견했다. 또 다른 충격을 받지 않기 위해 그는 시를 베껴 적고 그 페이지들을 찢어버린 뒤, 기회가 오면 코스탄사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정숙함과 신중함을 지키며 누구도 그녀를 바라보거나 대화를 나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게다가 여관에는 늘 많은 사람들과 지켜보는 눈들이 있어서 그녀와 대화를 나누기가 더욱 어려웠고, 가엾은 연인은 절망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코스탄사가 볼에 수건을 두르고 나타났다. 누군가 왜 그러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심한 치통이 있다고 대답했다. 토마스는 욕망이 그의 지성을 날카롭게 만들어 순간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떠올렸고 이렇게 말했다.
“코스탄사 아가씨, 제가 기도문을 써드리겠습니다. 두 번만 읽으시면 손으로 문지른 듯이 통증이 사라질 거예요.”
“좋아요.” 코스탄사가 대답했다. “저는 읽을 줄 알아요, 그걸 제게 주세요.”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토마스가 말했다. “그걸 아무에게도 보여주면 안 됩니다. 저는 그걸 매우 소중히 여기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 가치가 떨어질 거예요.”
“약속할게요, 토마스.” 코스탄사가 말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거예요. 어서 주세요, 통증이 너무 심해요.”
“제가 기억에서 베껴 적겠습니다.” 토마스가 대답했다. “곧 드리겠습니다.”
이것이 토마스가 여관에 온 지 24일이 넘은 시점에 코스탄사와 나눈 첫 대화였다.
토마스는 물러나 기도문을 썼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코스탄사에게 건넬 기회를 얻었다. 그녀는 기쁘게, 그리고 더 큰 경건함으로 혼자 방으로 들어가 종이를 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읽었다.
“내 영혼의 여인이여: 저는 부르고스 출신의 귀족입니다. 제 아버지께서 살아계신다면, 저는 연 수입이 6,000 두카트에 달하는 장자 상속을 받게 됩니다. 당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소문이 수 마일을 넘어 퍼져, 저는 고향을 떠나 변장을 하고 지금 보시는 모습으로 당신의 주인을 섬기러 왔습니다. 만약 당신이 제 아내가 되기를 원하신다면, 당신의 정숙함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시험을 거치길 원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 진실을 확인하신 후, 당신의 뜻이라면, 저는 당신의 남편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지금은 오직 당신께 부탁드리는 것은 이토록 순수하고 사랑에 찬 제 생각을 거리에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만약 당신의 주인이 이를 알고 믿지 않는다면, 저를 당신의 존재로부터 추방할 것이고, 그것은 곧 저를 사형 선고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인이시여, 제가 당신을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당신을 숭배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게 당신을 보지 못하게 하는 가혹한 형벌을 내리지 마십시오. 당신의 눈으로 몰래 대답해 주실 수 있습니다. 늘 당신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당신의 눈은 화가 나면 죽이고, 자비롭다면 생명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토마스는 코스탄사가 자신의 편지를 읽으러 갔다고 생각하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고, 죽음의 선고나 삶의 회복을 기다리며 두려워하고 희망했다. 코스탄사는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비록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만약 그녀의 아름다움이 어떤 사건으로 인해 더 커질 수 있다면, 토마스의 편지에서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것을 보고 놀란 충격으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손에 조각조각 찢은 종이를 들고 나와 토마스에게 말했다.
“토마스 형제, 당신의 기도문은 마법이나 속임수에 더 가깝지 성스러운 기도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 저는 믿지도, 사용하지도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찢어버렸죠. 아무도 보지 못하게 말이에요. 당신보다 더 믿기 쉬운 사람이 볼까 봐요. 더 쉽고 효과 있는 기도문들을 배우세요. 이건 당신에게 아무 소용이 없을 거예요.”
이 말을 하고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토마스는 멍하니 서 있었지만, 어느 정도 위안을 받았다. 코스탄사의 가슴에만 자신의 소망의 비밀이 남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녀가 주인에게 말하지 않았으니 집에서 쫓겨날 위험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열망을 추구하는 첫 걸음에서 천 개의 장애물을 넘어섰다고 생각했고, 크고 의심스러운 일에서는 가장 큰 어려움이 시작에 있다고 믿었다.
한편 아스투리아스 사람은 당나귀를 사러 다니고 있었다. 비록 많은 당나귀를 봤지만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집시가 그에게 수은을 귀에 부어 생기 넘치게 보이는 당나귀를 팔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걸음걸이는 좋았으나 몸집이 너무 작아서 로페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태우고 물통이 비었든 가득 찼든 옮길 수 있을 만큼 큰 당나귀를 찾고 있었다.
그때 한 청년이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젊은이, 만약 물장수 일에 적합한 짐승을 찾고 계시다면, 저는 여기서 가까운 초원에 도시에서 가장 좋고 큰 당나귀를 한 마리 가지고 있습니다. 집시들에게서 짐승을 사지 말라고 조언드립니다. 겉보기에는 건강하고 좋아 보여도 모두 거짓되고 결함투성이니까요. 정말 좋은 걸 사고 싶으시다면 저와 함께 오
아스투리아스 사람은 그를 믿었고 그토록 칭찬하는 당나귀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달라고 말했다. 둘은 손을 맞잡고 왕의 정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수차 그늘 아래 많은 물장수들을 발견했는데, 그들의 당나귀들은 근처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판매자는 자신의 당나귀를 보여주었고, 그 모습에 아스투리아스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기 있던 모든 이들이 그 당나귀를 힘이 세고 잘 걷고 잘 먹는다며 칭찬했다. 그들은 합의를 보았고, 다른 물장수들이 중개인 역할을 하여 더 이상의 보증이나 확인 없이 당나귀와 그 직업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16두카도에 구매하기로 했다.
그는 금화로 실제 대금을 지불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구매와 새 직업 시작을 축하하며, 그가 매우 운 좋은 당나귀를 샀다고 확신시켰다. 이전 주인이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자신과 당나귀를 품위 있게 부양하고도 두 벌의 옷과 16두카도를 벌었다고 했다. 그는 그 돈으로 고향에 돌아가 자신의 먼 친척과 결혼할 계획이었다.
당나귀 중개인들 외에도 네 명의 물장수들이 바닥에 누워 프리메라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땅을 탁자 삼아 외투를 식탁보처럼 덮고 있었다. 아스투리아스 사람이 그들을 지켜보니 그들은 물장수가 아닌 대주교처럼 내기를 걸고 있었다. 각자 100레알이 넘는 돈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판에서 모두가 올인했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면 갈리시아식 판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의 돈이 다 떨어져 일어섰다. 이를 본 당나귀 판매자는 네 명이 있다면 자신도 게임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셋이서 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설탕 같은 성격의 아스투리아스 사람은 이탈리아 속담대로 결코 요리를 낭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네 번째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곧 자리에 앉았고 운 좋게 게임이 진행되었다. 시간보다는 돈을 걸고 싶어 한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로페가 가진 6에스쿠도를 모두 잃게 만들었다. 로페는 한 푼도 없게 되자 당나귀를 걸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는 당나귀의 4분의 1을 걸었다. 4분의 1씩 걸겠다고 말했다. 운이 너무 나빠 연속 네 번의 판에서 당나귀의 4분의 4를 모두 잃었고, 그것을 판 바로 그 사람이 이겼다. 그가 일어나 당나귀를 찾으러 가려 하자 아스투리아스 사람은 자신은 당나귀의 네 부분만 걸었을 뿐이며 꼬리는 걸지 않았으니 꼬리는 자신에게 주고 가져가라고 말했다.
이 꼬리 요구에 모두가 웃었다. 몇몇 법률가들은 그의 요구가 근거 없다고 판단했다. 양이나 다른 가축을 팔 때 꼬리를 따로 떼어내지 않으며 뒷다리 중 하나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페는 베르베리아의 양은 보통 다섯 부분이 있으며 다섯 번째가 꼬리라고 반박했다. 그런 양을 4등분할 때 꼬리는 다른 부분만큼 가치가 있다고 했다. 살아있는 가축을 팔 때 꼬리가 함께 가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신의 것은 팔린 게 아니라 도박으로 잃은 것이며 꼬리를 걸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꼬리를 돌려달라고 했다. 머리 끝에서 시작해 등뼈를 따라 내려가 마지막 털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한 사람이 말했다. “당신 말이 맞고 요구한 대로 준다고 치자. 그러니 당나귀에서 남은 부분 옆에 앉으시오.”
로페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 꼬리를 달라. 그렇지 않으면 맹세코 세상의 모든 물장수가 와도 당나귀를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 여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나를 억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 단검으로 배를 두 뼘이나 찔러 누가,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나는 꼬리를 양에 따라 돈으로 계산해 달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잘라서 달라는 것이다.”
승자와 다른 이들은 이 일을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아스투리아스 사람의 기질이 그렇게 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참치 잡이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온갖 거친 말과 욕설, 특이한 맹세를 할 줄 알았다. 그는 모자를 벗어 던지고 외투 아래 숨겨둔 단검을 꺼내 들고는 모든 물장수 무리에게 두려움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자세를 취했다. 마침내 그들 중 가장 이성적이고 분별 있어 보이는 한 사람이 당나귀의 4분의 1과 꼬리를 걸고 퀴놀라 게임을 하거나 두 장을 더 받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모두가 동의했고, 로페가 퀴놀라에서 이겼다. 상대방은 화가 나 다른 4분의 1을 걸었고, 세 판 만에 당나귀를 모두 잃었다. 그는 돈을 걸고 싶어 했지만 로페는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그토록 간청하자 결국 응했고, 이는 신랑의 여행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그는 한 푼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잃었다. 패자는 너무나 슬퍼 땅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쿵쿵 박기 시작했다. 로페는 태생이 좋고 관대하며 동정심 많은 사람이었기에 그를 일으켜 세우고 그에게서 딴 모든 돈과 당나귀 값 16두카도를 돌려주었다. 심지어 자신이 가진 돈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이 특별한 관대함에 모두가 놀랐다. 만약 타메를란의 시대였다면 그들은 그를 물장수들의 왕으로 추대했을 것이다.
로페는 대규모 행렬과 함께 도시로 돌아왔고, 토마스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토마스 또한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주었다. 당나귀 게임과 꼬리를 걸고 되찾은 이야기, 아스투리아스 사람의 용기와 관대함에 대해 모르는 선술집이나 음식점, 깡패들의 모임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대중이란 대개 나쁘고 저주받을 만하며 험담을 일삼는 존재이기에, 그들은 위대한 로페의 관대함과 용기, 좋은 자질은 기억하지 못하고 오직 꼬리만을 기억했다. 그가 물을 나르며 도시를 돌아다닌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아 많은 이들이 그를 손가락질하며 “저 사람이 꼬리 물장수야”라고 말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주의 깊게 지켜보다가 사연을 알게 되었고, 로페가 어느 거리 어귀에 나타나기만 하면 거리 이곳저곳에서 “아스투리아스 사람, 꼬리 내놔, 꼬리 내놔, 아스투리아스 사람”이라고 외치곤 했다.
로페는 이렇게 많은 혀와 목소리로 공격받는 것을 보고 침묵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깊은 침묵으로 그런 무례함이 가라앉기를 바랐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가 더 조용히 할수록 아이들은 더 크게 소리쳤다. 그래서 그는 인내를 분노로 바꾸기로 했다. 당나귀에서 내려 아이들을 쫓아가 때리기 시작했다. 이는 화약에 불을 붙이고 뱀의 머리를 자르는 것과 같았다. 그가 아이 하나를 때릴 때마다 즉시 일곱 개가 아닌 700개의 머리가 자라나 더 열심히 그에게 꼬리를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동료의 숙소를 피해 아르구에요를 피하기 위해 따로 잡은 숙소로 후퇴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악성 행성의 영향이 지나가고 아이들이 그에게 요구했던 꼬리에 대한 그 나쁜 요청이 기억에서 지워질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그는 6일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밤에만 토마스를 보러 가서 그의 상태를 물어보았다. 토마스는 코스탄사에게 편지를 준 후 한 마디도 말을 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워 보였지만, 한 번 그녀에게 말을 걸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그가 다가오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토마스, 난 아무 데도 아프지 않아. 그러니 네 말이나 기도는 필요 없어. 내가 너를 종교재판소에 고발하지 않은 것에 만족하고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
하지만 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눈에 분노나 다른 불쾌감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로페는 그에게 아이들이 자신의 당나귀 꼬리를 요구했던 일로 그를 계속 괴롭힌다고 말했다. 토마스는 그에게 적어도 당나귀를 타고 밖에 나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만약 나간다면 한적하고 외진 길로 가라고 했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면 그 부끄러운 요구를 끝내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일을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로페는 갈리시아 여자가 또 왔는지 물었다. 토마스는 오지 않았지만, 여관 손님들의 음식을 훔쳐 계속 선물과 뇌물로 그의 마음을 사려 한다고 말했다. 로페는 이 말을 듣고 최소한 6일 동안은 당나귀와 함께 밖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밤 11시쯤 갑자기 여러 법관들과 함께 행정관이 여관으로 들어왔다. 주인과 투숙객들은 놀랐다. 혜성이 나타나면 항상 재앙과 불운을 예고하듯, 법관들이 갑자기 무리 지어 집에 들어오면 죄 없는 양심까지도 놀라고 두려워한다.
행정관은 방으로 들어가 주인을 불렀다. 주인은 떨면서 행정관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러 갔다. 행정관은 그를 보자 매우 엄숙하게 물었다.
“당신이 주인입니까?”
“네, 나리. 명하실 일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주인이 대답했다.
행정관은 방에 있던 모든 사람을 나가게 하고 주인과 단둘이 남겼다. 그들이 홀로 남자 행정관이 주인에게 말했다.
“주인장, 이 여관에 어떤 하인들이 있소?”
“나리,” 주인이 대답했다. “갈리시아 출신 하녀 둘과 관리인 여자 한 명, 그리고 말먹이와 짚을 주는 남자 하인 한 명이 있습니다.”
“그게 전부요?” 행정관이 되물었다.
“네, 나리.” 주인이 대답했다.
“그럼 주인장, 말해보시오.” 행정관이 말했다. “이 집에서 일한다는 아주 아름다운 소녀는 어디 있소? 온 도시 사람들이 그녀를 ‘고귀한 설거지 여인’이라 부른다고 하더군. 심지어 내 아들 페리키토가 그녀를 사모해 매일 밤 그녀에게 세레나데를 보낸다고들 하오.”
“나리,” 주인이 대답했다. “그 유명한 설거지 여인이 이 집에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제 하인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닙니다.”
“주인장, 그 설거지 여인이 당신의 하인이면서 동시에 하인이 아니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소.”
“제 말이 옳습니다.” 주인이 덧붙였다. “만약 허락해 주신다면, 이 일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 설거지 여인을 보고 난 뒤에 다른 이야기를 듣겠소. 그녀를 이리로 불러오시오.” 행정관이 말했다.
주인은 방문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여보, 코스탄시카를 이리로 보내주시오.”
주인 아내는 행정관이 코스탄사를 부르는 것을 듣고 당황하여 손을 비틀며 말했다.
“아이고, 불쌍한 나! 행정관이 코스탄사를 단둘이 부르다니! 무슨 큰 일이 일어난 게 분명해. 이 아이의 아름다움이 남자들을 홀리고 말았구나.”
코스탄사는 이 말을 듣고 대답했다.
“아주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가서 행정관 나리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보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다 해도, 제 잘못은 아닐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다시 부름을 받기도 전에 은 촛대에 켜진 촛불을 들고 부끄러움보다는 두려움을 안고 행정관이 있는 곳으로 갔다.
행정관이 그녀를 보자 주인에게 방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문이 닫히자 행정관은 일어나 코스탄사가 들고 있던 촛대를 가져가 그녀의 얼굴에 빛을 비추며 위아래로 꼼꼼히 살펴보았다. 코스탄사는 놀라 얼굴이 붉어졌고, 너무나 아름답고 정숙해 보여 행정관은 마치 천사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를 한참 바라본 후 말했다.
“주인장, 이런 보석은 하찮은 여관에 있어선 안 되오. 내 아들 페리키토가 그의 마음을 잘 쓴 것 같소. 아가씨, 당신을 ‘고귀한’이라 부르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가장 고귀한’이라 불러야 할 것 같소. 하지만 이런 칭호는 ‘설거지 여인’이 아니라 공작 부인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오.”
“나리,” 주인이 말했다. “그녀는 설거지를 하지 않습니다. 이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하느님의 은혜로 제가 가진 은그릇의 열쇠를 맡아 보관하는 것뿐입니다. 그 은그릇으로 이 여관에 오시는 귀한 손님들을 대접합니다.”
“그래도,” 행정관이 말했다. “주인장, 이 아가씨가 여관에 있는 것은 적절치 않소. 혹시 당신의 친척이오?”
“그녀는 제 친척도, 하인도 아닙니다. 만약 나리께서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시다면,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나리께서는 즐거우면서도 놀라실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요.” 행정관이 말했다. “코스탄시카, 밖으로 나가보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내게 기대해도 좋소. 당신의 정숙함과 아름다움은 당신을 보는 모든 이로 하여금 당신을 섬기게 만드니 말이오.”
코스탄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매우 정중하게 행정관에게 깊이 절한 뒤 방을 나갔다. 그녀는 주인 아내가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주인 아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코스탄사는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주인이 행정관에게 자신에 대해 뭔가를 말해주려 한다고 전했다. 주인 아내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행정관이 떠나고 남편이 자유롭게 나올 때까지 계속 기도를 했다. 그 동안 주인은 행정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리, 제 계산으로는 오늘로부터 15년 1개월 4일 전, 한 귀부인이 순례자 차림으로 이 여관에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가마를 타고 왔고, 말을 탄 하인 넷과 마차를 탄 시녀 둘, 그리고 한 젊은 하녀가 함께였습니다. 또한 두 마리의 노새가 있었는데, 고급 천으로 덮여 있었고 호화로운 침대와 주방 용품을 실어 왔습니다. 요컨대 그녀의 행차는 대단히 고귀해 보였습니다. 그녀는 40세 조금 넘어 보였지만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그녀는 병들고 창백해 보였으며, 매우 지쳐 보여 즉시 침대를 준비해 달라고 했습니다. 하인들이 바로 이 방에 침대를 차렸습니다. 그들은 제게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가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이 도시의 의사를 불러오라고 말했다. 그들은 즉시 의사를 데려왔고, 그는 곧 도착했다. 그는 혼자서 그녀의 병에 대해 상의했고, 그 대화의 결과로 의사는 다른 곳에 침대를 마련하고 소음이 없는 장소에 두라고 지시했다. 즉시 그들은 그녀를 위층의 떨어진 방으로 옮겼고, 의사가 요구한 대로 편안하게 해주었다. 하인들 중 누구도 그녀의 방에 들어가지 않았고, 오직 두 명의 하녀와 시녀만이 그녀를 돌보았다. 나와 내 아내는 하인들에게 그 부인이 누구이고 이름이 무엇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결혼했는지 미망인인지 아니면 처녀인지, 그리고 왜 순례자의 옷을 입었는지 물어보았다. 우리가 한 번, 여러 번 물었지만, 하인들 중 누구도 다음과 같은 대답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례자는 카스티야 라 비에하 출신의 부유한 귀부인이며, 상속할 자식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수 개월 전부터 수종병을 앓고 있어서 과달루페의 성모님께 순례를 가겠다고 서원했기 때문에 그런 옷차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이름에 대해서는 ‘순례자 부인’이라고만 부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우리는 그때 이 정도만 알았다. 그러나 3일 후, 순례자 부인이 병 때문에 집에 머물고 있을 때, 하녀 중 한 명이 그녀를 대신해 나와 내 아내를 불렀다. 우리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보러 갔고, 문을 닫은 채 하녀들 앞에서 그녀는 거의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하늘이 증인이 되시겠지만, 제가 지금 말씀드릴 엄중한 상황에 제 잘못 없이 처해 있습니다. 저는 임신 중이고, 출산이 임박해 진통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온 하인들 중 누구도 제 곤경과 불행을 모릅니다. 이 하녀들에게는 숨기지 않았고, 숨기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고향 사람들의 악의적인 시선을 피하고 이 시간에 고향에 있지 않기 위해 과달루페의 성모님께 순례를 가겠다고 서원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제가 이 집에서 출산하게 하셨나 봅니다. 이제 여러분께서 비밀리에 저를 도와주시고 보살펴 주셔야 합니다. 제 명예를 여러분 손에 맡기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베풀어 주실 은혜에 대한 보답이, 제가 기대하는 큰 혜택에 걸맞지 않더라도 적어도 매우 감사한 마음을 보여드리는 데에는 충분할 것입니다. 그 감사의 표시로 이 지갑에 든 200 금화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녀는 베개 밑에서 금실과 녹색 실로 수놓은 지갑을 꺼내 내 아내의 손에 쥐어주었다. 내 아내는 순진하게, 그리고 무슨 일인지 잘 모르는 채로 순례자 부인에게 매료되어 감사 인사나 예의 바른 말 한마디 없이 지갑을 받았다. 나는 그런 것은 필요 없다고 말했던 것 같다. 우리는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선을 베풀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 선행을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친구들이여,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데려갈 곳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은 도시에, 나중에는 시골로 데려가야 합니다. 아이를 맡길 사람에게 할 거짓말도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나중에 해야 할 일은 하느님께서 저를 밝혀주시고 제 서원을 이루게 해주신다면 과달루페에서 돌아올 때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때쯤이면 제게 가장 좋은 방법을 생각하고 선택할 시간이 있었을 테니까요. 산파는 필요하지 않고 원하지도 않습니다. 전에 더 명예로운 출산을 겪어봤기에, 이 하녀들의 도움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면 내 일에 대한 증인을 한 명 덜 두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불쌍한 순례자 부인의 이야기는 끝났고,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 아내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며 위로했다. 결국 나는 즉시 아이를 데려갈 곳을 찾으러 나섰다. 그날 밤 열두 시와 한 시 사이, 집안 사람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 그 좋은 부인은 아기를 낳았다. 그 아기는 지금 당신이 방금 본 바로 그 아이로,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소녀였다. 어머니는 출산 시 비명을 지르지 않았고, 아기도 울지 않았다. 모두가 조용하고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으며, 이 이상한 일의 비밀을 지키기에 적합했다. 그녀는 6일 더 침대에 누워 있었고, 그 동안 의사가 매일 방문했다. 하지만 그녀는 의사에게 병의 원인을 말하지 않았고,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지 하인들을 속이기 위해 의사의 방문을 받았을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을 그녀는 위험에서 벗어난 후 내게 말해주었다. 8일 후 그녀는 임신했을 때와 같은 몸매로, 또는 비슷해 보이는 몸매로 일어났다.
그녀는 순례를 떠났고 20일 후에 거의 건강을 회복한 채로 돌아왔다. 출산 후 점차 수종병인 척하던 모습을 벗어나고 있었다. 돌아왔을 때 아기는 이미 내 지시에 따라 여기서 2리그 떨어진 마을에서 내 조카라는 이름으로 양육되고 있었다. 세례명은 어머니의 지시대로 코스탄사라고 지었다. 그녀는 내가 한 일에 만족해했고, 떠날 때 지금도 가지고 있는 금 목걸이를 주었다. 그녀는 목걸이에서 여섯 개의 고리를 떼어 나중에 아이를 데리러 올 사람이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녀는 흰 양피지를 물결 모양으로 잘라 손가락을 맞물릴 때처럼 만들었다. 손가락을 맞물리면 글자를 읽을 수 있지만 떼어놓으면 문장이 나뉘어 읽을 수 없게 되는 것처럼, 한 양피지가 다른 양피지의 영혼 역할을 하게 했다. 맞물리면 읽을 수 있지만 분리되면 추측으로만 반쪽의 양피지를 읽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목걸이의 대부분과 모든 것을 내가 보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암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2년 안에 딸을 데리러 보낼 것이라고 했지만, 그녀의 신분에 맞게가 아니라 농부의 딸처럼 키우라고 당부했다. 또한 어떤 일이 있어도 딸을 데리러 올 수 없게 되면, 아이가 자라 이해력이 생겨도 그녀가 태어난 방식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것을 용서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것을 더 중요한 때를 위해 남겨두고 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400 금화를 더 주고 내 아내를 눈물로 껴안은 뒤 떠났다. 우리는 그녀의 분별력, 용기, 아름다움, 신중함에 감탄했다. 코스탄사는 마을에서 2년 동안 자랐고, 그 후 내가 데려와 항상 농부의 딸처럼 키웠다. 어머니가 시킨 대로였다. 15년 1개월 4일 동안 나는 그녀를 데리러 올 사람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래 기다려 희망이 사그라들었다. 올해 안에 오지 않으면 코스탄사를 입양해 내 전 재산을 물려줄 작정이다. 하느님께 감사하게도 그 재산은 6천 두카트가 넘는다.
이제 판사님, 제가 코스탄시카의 미덕과 선함을 말씀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우선 매우 독실한 성모 마리아 신자입니다. 매달 고해성사를 하고 성체를 모십니다. 글을 읽고 쓸 줄 알며, 톨레도에서 가장 뛰어난 자수 솜씨를 가졌습니다. 베개에 앉아 천사들처럼 노래합니다. 정숙함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그녀를 능가할 수 없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이미 당신께서 보셨을 것입니다.
돈 페드로 님은 영원히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그가 가끔 그녀에게 음악을 들려주긴 하지만, 그녀는 결코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많은 귀족들이 이 여관에 머물렀고, 일부러 그녀를 실컷 보려고 여정을 며칠씩 미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에게서 단 한 마디라도 들을 수 있었다고 진실되게 자랑할 수 없다는 걸 저는 잘 압니다. 이것이 바로 설거지는 하지 않는 고귀한 프레고나의 진실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여기서 한 치의 거짓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주인이 말을 멈추자 행정관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주인이 들려준 이야기에 너무나 놀랐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그는 목걸이와 양피지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주인은 그것들을 가지러 갔고, 가져와서 보여주었습니다. 주인이 말한 대로였습니다. 목걸이는 정교하게 만든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양피지에는 다른 반쪽의 빈 공간을 채울 자리에 E. T. E. L. S. N. V. D. D. R.이라는 글자들이 차례로 적혀 있었습니다. 이 글자들은 다른 반쪽 양피지의 글자들과 연결되어야만 의미가 통할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 인식 표시가 영리하다고 생각했고, 주인에게 그런 목걸이를 맡긴 순례자 부인이 매우 부유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소녀를 이 여관에서 데려가 수녀원으로 보내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양피지만 가져가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그는 주인에게 만약 코스탄사를 데려가려는 사람이 오면 알려달라고 부탁했고, 목걸이를 보여주기 전에 누가 왔는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떠났습니다. 고귀한 프레고나의 이야기와 그녀의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에 놀라워하면서 말입니다.
주인이 행정관과 함께 있는 동안, 그리고 코스탄사가 불려갔을 때, 토마스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의 영혼은 천 가지 다양한 생각들로 고통받았고, 마음에 드는 생각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행정관이 떠나고 코스탄사가 남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의 정신은 안도했고 맥박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주인에게 행정관이 무엇을 원했는지 묻지 않았고, 주인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내에게만 말했고, 그녀 역시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토록 큰 불안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오후 1시경, 네 명의 기마병을 동반한 두 명의 노신사가 여관에 들어왔습니다. 그들과 함께 온 하인 중 한 명이 이곳이 세비야 사람의 여관인지 먼저 물어보았고,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모두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네 명이 말에서 내렸고, 두 노신사를 내리게 도왔습니다. 이를 통해 그 두 사람이 여섯 명 중 주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코스탄사는 평소의 우아함으로 새 손님들을 맞이하러 나왔습니다. 두 노신사 중 한 명이 그녀를 보자마자 다른 이에게 말했습니다.
“돈 후안, 우리가 찾던 모든 것을 발견한 것 같소.”
토마스는 말들을 돌보러 나갔다가 곧바로 아버지의 하인 두 명을 알아보았고, 이어서 아버지와 카리아소의 아버지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들이 바로 다른 이들이 존경하는 두 노신사였습니다. 그들의 방문에 놀랐지만, 그들이 자신과 카리아소를 찾아 참치 잡이터로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플랑드르가 아니라 그곳에서 그들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 모습 그대로 알아보이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감수하고 얼굴을 가린 채 그들 앞을 지나 코스탄사를 찾아갔습니다. 운 좋게도 그녀를 혼자 만났고, 서둘러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말했습니다.
“코스탄사, 방금 도착한 두 노신사 중 한 명이 내 아버지십니다. 돈 후안 데 아벤다뇨라고 불리는 분이시죠. 그의 하인들에게 돈 토마스 데 아벤다뇨라는 아들이 있는지 물어보세요. 그게 바로 저입니다. 이를 통해 제가 말씀드린 제 신분에 대한 진실을 확인하고 추론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약속드린 모든 것에 대해서도 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들이 떠날 때까지 이 집에 돌아올 생각이 없습니다.”
코스탄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습니다. 들어올 때처럼 얼굴을 가린 채 나가서 카리아소에게 부모님들이 여관에 와 계시다고 알렸습니다. 주인은 토마스를 불러 말에게 먹이를 주라고 했지만, 그가 나타나지 않자 직접 먹이를 주었습니다. 두 노신사 중 한 명이 갈리시아 하녀 둘 중 하나를 불러 방금 본 아름다운 소녀의 이름이 무엇이며, 주인이나 주인 부인의 딸인지 친척인지 물었습니다. 갈리시아 하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아가씨의 이름은 코스탄사예요. 주인이나 주인 부인의 친척도 아니에요. 저는 그 애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다만 그 애 때문에 우리 집 하녀들은 아무도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만 알아요. 우리도 하느님이 주신 모습 그대로 잘 생겼는데 말이에요. 손님들은 모두 그 애가 누구냐고 물어보고 ‘예쁘네, 참 잘 생겼어, 정말 나쁘지 않아, 그림보다 낫네, 운 좋게 만났네’ 하고 말하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무도 ‘너희들은 뭐야, 악마들아, 아니면 여자들아, 아니면 너희가 뭐든 간에’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렇다면,” 신사가 대답했습니다. “이 아가씨는 손님들에게 만져지고 구애받는 걸 허락하나 보군.”
“허, 그럼요, 말씀해 보세요!” 갈리시아 하녀가 대답했습니다. “그 아이한테 발 들어볼래요? 그 정도로 예쁜 아이가 아니에요. 맙소사, 그 아이가 쳐다보기만 해도 금이 흘러내릴 거예요. 그 아이는 고슴도치보다 더 까칠해요. 그 아이는 아베마리아를 삼키는 사람이에요. 하루 종일 일하고 기도해요. 기적을 행할 날을 위해 연봉 만 두카트를 가지고 싶어요. 주인 말로는 그 아이가 살에 고행 띠를 차고 있대요. 성녀라고 하더라고요.”
신사는 갈리시아 하녀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매우 만족했습니다. 그는 말에서 내릴 때 벗은 박차를 기다리지도 않고 주인을 불러 한쪽으로 데려가 말했습니다.
“주인장, 저는 당신이 몇 년 동안 맡아온 제 물건을 가져가려고 왔습니다. 그것을 가져가기 위해 천 에스쿠도의 금화와 이 목걸이 조각들, 그리고 이 양피지를 가져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이 가진 목걸이의 여섯 조각을 꺼냈습니다. 그는 또한 양피지도 알아보았고, 천 에스쿠도를 제안받은 것에 매우 기뻐하며 대답했습니다.
“선생님, 당신이 가져가려는 물건은 집에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증명할 목걸이와 양피지는 여기 없습니다.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 돌아오겠습니다.”
그는 즉시 행정관에게 가서 두 신사가 여관에 와서 코스탄사를 데려가려 한다고 알렸습니다.
행정관은 막 식사를 마쳤고, 이 이야기의 결말을 보고 싶어 곧바로 말을 타고 세비야 사람의 여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양피지 견본을 가져갔습니다. 두 신사를 보자마자 팔을 벌려 한 사람을 껴안으며 말했습니다.
“하느님, 이게 웬일입니까! 돈 후안 데 아벤다뇨 사촌, 이렇게 오시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그 신사도 그를 껴안으며 말했습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사촌님, 제가 온 것은 잘한 일이었겠지요. 사촌님을 뵙고 늘 바라던 건강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사촌님, 이 신사분을 안아주십시오. 돈 디에고 데 카리아소 님이시고, 고귀한 분이며 제 친구입니다.”
“저는 이미 돈 디에고 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의 종이 되겠습니다.” 행정관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서로 껴안았고, 큰 애정과 예의를 갖춰 인사를 나눈 후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주인과 함께 그 방에 홀로 남았다. 주인은 이미 목걸이를 가지고 있었다.
“행정관 님께서는 돈 디에고 데 카리아소 님이 왜 오셨는지 이미 알고 계십니다. 돈 디에고 님, 이 목걸이에 빠진 부분을 꺼내주십시오. 그리고 행정관 님께서는 갖고 계신 양피지를 꺼내주시면,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험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돈 디에고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온 이유를 행정관 님께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겠군요. 주인장께서 이미 말씀하셨을 테니까요.”
“주인장께서 몇 가지를 말씀해 주셨지만, 아직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여기 양피지가 있습니다.”
돈 디에고는 다른 조각을 꺼냈고, 두 조각을 맞추자 하나가 되었다. 주인이 가진 양피지의 글자 E.T.E.L.S.N.V.D.D.R.에 다른 양피지의 글자 S.A.S.A.E.A.L.E.R.A.E.A.가 이어져 전체 문장은 ‘이것이 진정한 표시이다’라고 읽혔다. 그들은 목걸이 조각들을 대조해 보았고, 표시가 일치함을 확인했다.
행정관이 말했다. “이제 이 일은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가능하다면 이 아름다운 보물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돈 디에고가 대답했다. “아버지는 제가 됩니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얼마나 고귀한 분이셨는지는 제가 그분의 하인이 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분의 이름은 숨기더라도 명성은 숨기지 말아야 하며, 그분에게 명백한 잘못이나 죄로 보이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이 보물의 어머니는 한 위대한 귀족의 미망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을로 은거해 매우 신중하고 정숙하게 하인들과 신하들과 함께 평온하고 조용한 삶을 살았습니다. 운명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어느 날 제가 그녀의 영지를 지나다 사냥을 하게 되었고 그녀를 방문하고 싶어졌습니다. 때마침 낮잠 시간이었죠. 그녀의 대저택에 도착했을 때 – 그렇게 부를 만한 큰 집이었습니다 – 저는 말을 하인에게 맡기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그녀의 방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녀는 검은 의자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고, 고요함과 고독, 그리고 그 상황이 제 마음에 정직하지 못한 욕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신중한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저는 문을 닫고 그녀에게 다가가 깨웠습니다. 그녀를 강하게 붙잡고 말했습니다. ‘부인, 소리 지르지 마십시오. 당신이 지르는 소리는 당신의 불명예를 알리는 것일 뿐입니다. 아무도 제가 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제 운이 당신을 즐기기에 너무나 좋아서 당신의 모든 하인들에게 잠을 내렸습니다. 그들이 당신의 소리를 듣고 달려온다 해도 제 목숨을 빼앗을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팔 안에서 일어날 것이며, 제가 죽는다고 해서 당신의 명예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저는 그녀의 의지에 반하여 순전히 제 힘으로 그녀를 범했습니다. 그녀는 지치고 굴복하고 혼란스러워서 말을 할 수 없었거나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저는 그녀를 멍하고 당황한 채로 두고 들어왔던 길로 나가 친구의 마을로 갔습니다. 그 마을은 그녀의 마을에서 2리그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부인은 그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이사했고, 제가 그녀를 다시 보거나 찾아보려 하지 않은 채로 2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약 20일 전, 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며 제 행복과 명예와 관련된 일이라며 저를 부른다는 편지를 그 부인의 청지기에게서 받았습니다. 저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모른 채 그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고, 간단히 말해서 그는 제게 그의 부인이 죽을 때 저와 있었던 일을 모두 고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그 폭력으로 인해 임신했고, 배가 불러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과달루페 성모 순례를 가장하고 이 집에서 딸을 낳았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코스탄사였습니다. 그는 제게 아이를 찾을 수 있는 표시를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본 목걸이와 양피지입니다. 그리고 그는 제게 3만 금화를 주었는데, 이는 그의 부인이 딸의 결혼 지참금으로 남긴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부인이 죽은 후 즉시 이 돈을 주지 않고 그녀가 맡긴 신뢰와 비밀을 밝히지 않은 것은 순전히 탐욕 때문이었으며 그 돈을 이용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가 하나님 앞에 서야 할 때가 되었기에, 양심의 가책으로 저에게 그 돈을 주고 제 딸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고 했습니다. 저는 돈과 표시를 받았고, 돈 후안 데 아벤다뇨 님에게 이 일을 알리고 우리는 이 도시로 왔습니다.”
돈 디에고가 이 말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은 거리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을 들었다.
“토마스 페드로, 말먹이 주는 소년에게 전해라. 그의 친구 아스투리아스 사람이 감옥에 끌려갔다고. 감옥으로 가보라고 해라. 그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감옥’과 ‘체포’라는 말에 행정관은 죄수와 그를 데려온 경관을 들어오게 하라고 말했다. 경관에게 행정관이 저기 계시니 죄수를 데리고 들어가라고 말했다.
아스투리아스 사람은 이빨에 피를 흘리며 매우 나쁜 상태로 들어왔고, 경관에게 단단히 붙잡혀 있었다. 그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아버지와 아벤다뇨를 알아보았다. 당황한 그는 얼굴을 가리려 했지만 피를 닦는 척하며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행정관은 그 젊은이가 무슨 짓을 했길래 그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끌려왔는지 물었다. 경관은 그 젊은이가 물장수이며 아스투리아스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그에게 “꼬리를 내놓아, 아스투리아스 놈아, 꼬리를 내놓아”라고 외치곤 했다고 한다. 그는 간단히 왜 아이들이 그에게 그런 꼬리를 요구하는지 설명했고, 모두가 크게 웃었다. 경관은 계속해서 말했다. “알칸타라 문을 나서면서 아이들이 꼬리를 달라고 재촉하자, 그는 당나귀에서 내려 모든 아이들을 쫓아가 한 아이를 붙잡아 몽둥이로 반쯤 죽여놓았습니다. 그를 체포하려 하자 저항했고, 그래서 이렇게 처참한 모습이 된 것입니다.”
행정관은 그의 얼굴을 드러내라고 명령했다. 그가 얼굴을 가리려 하자 경관이 다가가 수건을 벗겼고, 그 순간 아버지가 그를 알아보고 흥분해서 말했다. “아들 디에고야, 네가 왜 이 모양이니? 이게 무슨 옷차림이냐? 아직도 네 악행을 잊지 못한 거니?”
카리아소는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발 앞에 엎드렸다.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한동안 껴안고 있었다. 돈 후안 데 아벤다뇨는 돈 디에고가 돈 토마스와 함께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 대해 물었다. 이에 아스투리아스 사람은 돈 토마스 데 아벤다뇨가 이 여관에서 말먹이를 주고 짚을 나르는 소년이라고 대답했다. 아스투리아스 사람의 이 말에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행정관은 주인에게 그 말먹이 소년을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그 아이는 지금 집에 없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주인이 대답했다.
그리하여 그를 찾아 나섰다.
디에고는 카리아소에게 저런 변장이 다 무엇이며, 어찌하여 그는 물장수가 되고 토마스는 여관 하인이 되었는지 물었다. 카리아소는 이런 질문에 공공연히 답할 수는 없으니 따로 만나 대답하겠다고 했다.
토마스 페드로는 자기 방에 숨어 아버지와 카리아소의 아버지가 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게 지켜보고 있었다. 행정관의 도착과 집안 전체의 소동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누군가 주인에게 그가 숨어 있다고 일러바쳤다. 주인이 그를 데리러 올라왔고, 그는 억지로 끌려 내려왔다. 행정관이 직접 마당으로 나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말하지 않았다면 그는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려오시오, 친척 양반. 여기엔 당신을 해칠 곰이나 사자가 없소.”
토마스는 내려와 눈을 내리깔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는 탕자를 되찾은 성경 속 아버지처럼 그를 끌어안고 크게 기뻐했다.
이때 행정관의 마차가 도착했다. 큰 축제 때문에 말을 타고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코스탄사를 불러 그녀의 손을 잡고 디에고에게 데려가 말했다.
“디에고 양반, 이 보물을 받으시오. 원하는 것 중 가장 값진 것으로 여기시오. 그리고 아름다운 아가씨여, 아버지의 손에 입을 맞추고 하나님께 감사하시오. 당신의 신분을 이렇게 영예롭게 바로잡아 주셨으니 말이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던 코스탄사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손을 잡아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로 그의 손을 적셨다.
이 일이 벌어지는 동안 행정관은 사촌 후안을 설득해 모두 함께 그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후안이 거절했지만 행정관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동의했다. 그리하여 모두가 마차에 올랐다. 하지만 행정관이 코스탄사에게도 마차에 타라고 하자 그녀의 마음이 흐려졌다. 그녀와 여관 주인 부인은 서로를 붙잡고 가슴 아픈 울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를 듣는 모든 이의 마음이 아팠다. 여관 주인 부인이 말했다.
“내 마음의 딸아, 어찌 이럴 수 있느냐? 어찌 이렇게 너를 키운 어미를 두고 갈 수 있느냐?”
코스탄사는 울며 똑같이 애절한 말로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 여린 행정관은 여관 주인 부인도 마차에 타고 딸로 여기는 코스탄사와 함께 톨레도를 떠날 때까지 떨어지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리하여 여관 주인 부인과 모두가 마차에 올랐고 행정관의 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의 아내, 고귀한 부인에게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그들은 정성스럽고 호화롭게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카리아소는 아버지에게 토마스가 코스탄사를 사랑해 여관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매우 고귀한 신분임을 알기 전에도 그저 하녀 신분일 때부터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고 했다. 행정관의 아내는 코스탄사에게 자신의 딸과 나이와 체격이 비슷한 의복을 입혔다. 농부 옷을 입었을 때도 아름다웠지만 귀족 의복을 입으니 천상의 존재 같았다. 그 옷이 잘 어울려 태어날 때부터 귀족이었고 늘 최고의 옷을 입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이렇게 기쁜 와중에도 슬픈 이가 있었으니, 바로 행정관의 아들 페드로였다. 그는 코스탄사가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고 곧바로 생각했고, 그것이 사실이었다. 행정관과 디에고 데 카리아소, 후안 데 아벤다뇨는 토마스가 코스탄사와 결혼하기로 합의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남긴 삼만 에스쿠도를 주기로 했다. 물장수 디에고 데 카리아소는 행정관의 딸과 결혼하고, 행정관의 아들 페드로는 후안 데 아벤다뇨의 딸과 결혼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친족 간 결혼 허가를 받아오겠다고 했다.
이렇게 모두가 만족하고 기뻐하며 흡족해했다. 고귀한 하녀의 결혼과 행운에 관한 소식이 도시에 퍼졌고, 새 옷을 입은 코스탄사를 보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녀는 앞서 말했듯이 그 옷을 입고 귀부인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말 먹이는 하인 토마스 페드로가 돈 토마스 데 아벤다뇨로 변하고 귀족처럼 옷 입은 것을 보았다. 그들은 아스투리아스 사람 로페가 옷을 바꿔 입고 당나귀와 물통을 버린 뒤 매우 멋진 청년이 된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거리를 지날 때 그의 영광의 한가운데서 꼬리를 달라고 외치는 이가 없지 않았다.
한 달 동안 톨레도에 머물다가 디에고 데 카리아소 부부, 그의 아버지, 코스탄사와 남편 돈 토마스, 친척이자 약혼녀를 보러 가고 싶어 한 행정관의 아들이 함께 부르고스로 돌아갔다. 세비야 사람은 천 에스쿠도와 코스탄사가 키워준 어머니라고 부르는 여인에게 준 많은 보석으로 부자가 되었다. 고귀한 하녀 이야기는 황금빛 타호 강의 시인들이 코스탄사의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찬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아직도 착한 여관 하인이었던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카리아소도 마찬가지로 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그들은 아버지의 생활 방식을 따르지 않고 세상에 참치 잡이터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오늘날 모두 살라망카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물장수의 당나귀를 볼 때마다 톨레도에서 가졌던 당나귀가 생각나 그것을 떠올리고, 언제 어느 순간에 풍자시에 ‘꼬리를 달라, 아스투리아스 사람, 아스투리아스 사람, 꼬리를 달라’는 구절이 나오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두 소녀
세비야에서 다섯 리그 떨어진 카스틸블랑코라는 마을이 있다. 그곳의 여러 여관 중 하나에 해 질 무렵 한 나그네가 멋진 외국산 말을 타고 들어왔다. 그는 하인을 동행하지 않았고, 누군가 등자를 잡아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말에서 재빨리 내렸다.
주인이 곧바로 다가왔다. 그는 부지런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그네가 이미 현관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가슴의 단추를 급히 풀고 있었기에 그리 빠르지는 않았다. 그러더니 나그네는 양팔을 늘어뜨리며 기절할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인정 많은 여주인이 다가와 그의 얼굴에 물을 뿌려 정신을 차리게 했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이 유감스러운 듯 다시 단추를 채우며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을 달라고 요청했다. 가능하다면 다른 손님과 함께 쓰지 않기를 바랐다.
여주인은 집에 방이 하나뿐이며 그 방에 침대가 두 개 있어 다른 손님이 오면 한 침대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나그네는 두 침대 값을 모두 내겠으니 다른 손님이 오더라도 빈 침대를 주지 말라고 했다. 그는 금화 한 닢을 꺼내 여주인에게 주며 빈 침대를 아무에게도 주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다.
여주인은 돈을 받고 기분이 좋아져 세비야 주교가 오더라도 빈 침대는 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나그네에게 저녁을 먹겠냐고 물었다. 그는 먹지 않겠다고 대답하고 오직 자신의 말만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방 열쇠를 달라고 했고 여주인에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방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가죽 가방들을 가지고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의자 두 개로 문을 막았다.
그가 방 안에 갇히자마자 주인과 말먹이를 주는 하인, 그리고 우연히 그곳에 있던 이웃 두 명이 모여 의논을 벌였다. 모두들 새로 온 손님의 뛰어난 미모와 당당한 자태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의 나이를 가늠해보니 16~17세 정도로 보였다. 그들은 이리저리 추측하며 그가 기절한 이유에 대해 논의했지만 알아내지 못했고, 결국 그의 우아한 모습에 감탄하는 것으로 그쳤다. 이웃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주인은 말에게 먹이를 주러 갔으며, 여주인은 다른 손님들이 올 경우를 대비해 저녁거리를 준비하러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손님보다 조금 더 나이 든 듯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멋진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여주인은 그를 보자마자 말했다.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죠! 오늘밤 우리 집에 천사들이 묵으러 오는 건가요?”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주인 마님?” 기사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리.” 여관 주인이 대답했다. “그저 나리께서는 말에서 내리지 마시라는 뜻이었어요. 드릴 침대가 없거든요. 저 방에 있는 기사님이 두 개 모두 사용하고 계시니까요. 한 개만 필요한데도 두 개 값을 다 치르셨어요. 아무도 그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아요. 혼자 있고 싶어 하시나 봐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분은 숨을 이유가 없어 보여요.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그분을 보고 축복하고 싶어 할 정도로 잘생기셨거든요.”
“그렇게 잘생기셨나요, 주인 마님?” 기사가 되물었다.
“잘생겼다뿐이에요! 더할 나위 없이 잘생기셨죠!” 그녀가 말했다.
“이봐요, 소년.” 기사가 말했다. “바닥에서 자더라도 그토록 칭찬받는 사람을 봐야겠소.”
그는 노새를 끌고 온 하인에게 고삐를 맡기고 말에서 내려 저녁을 달라고 했다. 그의 요청대로 저녁이 준비되었다. 그가 식사하는 동안 마을의 치안 판사가 들어왔다(작은 마을에서 흔히 그러하듯). 그는 기사와 대화를 나누며 앉아 있었고, 이야기 중간중간 와인 세 잔을 들이키고 기사가 준 메추라기 가슴살과 다리를 뜯어 먹었다. 치안 판사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대가로 기사에게 궁정 소식과 플랑드르 전쟁, 튀르크의 침공에 대해 물었고, 트란실바니아의 사건들(신께서 보호하시길)도 잊지 않았다.
기사는 묵묵히 저녁을 먹었다. 그가 온 곳에서는 이런 질문들에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주인이 말에게 먹이를 주고 돌아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치안 판사 못지않게 와인을 마시며,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고개를 왼쪽 어깨 쪽으로 기울이고 와인을 칭찬했다. 하지만 와인이 물에 희석되지 않도록 하늘 높이 치켜세우진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갇힌 손님에 대한 칭찬으로 화제를 돌렸고, 그의 기절과 자물쇠로 문을 잠근 일, 저녁을 먹지 않으려 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그의 가방들과 훌륭한 말, 그리고 여행 중에 입은 화려한 옷에 대해 언급했다. 이 모든 것은 그를 모시는 하인이 없이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러한 과장된 묘사들은 그를 보고 싶은 새로운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주인에게 어떻게든 그를 다른 침대에서 재우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금화 한 닢을 주겠다고 했다. 돈에 대한 욕심이 주인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문이 안에서 잠겨 있고 안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고 싶지 않았기에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는 이미 두 침대 값을 모두 지불했다. 치안 판사가 이 모든 것을 해결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소. 내가 문을 두드리며 말하겠소. ‘저는 치안 판사입니다. 시장님의 명령으로 이 기사를 이 여관에 묵게 해야 합니다. 다른 침대가 없으니 그 침대를 내주셔야 합니다.’ 이에 손님은 부당하다고 항의할 것이오. 이미 빌린 침대인데 빼앗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이오. 이렇게 하면 주인은 책임을 면하고, 당신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오.”
모두가 치안 판사의 계획을 훌륭하다고 여겼고, 열망에 찬 기사는 그에게 4 레알을 주었다.
계획은 즉시 실행에 옮겨졌다. 첫 번째 손님은 큰 불만을 표하며 문을 열었고, 두 번째 손님은 겉보기에 가해진 부당함에 대해 사과하며 빈 침대로 가서 누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대답도 하지 않았고, 얼굴도 보여주지 않았다. 문을 열자마자 침대로 가서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리고 잠자는 척했다. 다른 사람은 누워서 아침에 일어나면 소원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했다.
12월의 긴 밤이었고, 추위와 여행의 피로로 인해 쉬어야 했다. 하지만 첫 번째 손님은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자정이 조금 지나자 너무나 고통스럽게 한숨을 쉬기 시작했고, 한숨을 쉴 때마다 영혼이 떠나가는 것 같았다. 그 한숨 소리가 너무나 고통스러워 두 번째 사람도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놀라며 흐느낌을 동반한 한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방은 어두웠고 침대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쇠약하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듯한 첫 번째 손님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아, 불운한 나여!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가? 내 길은 무엇이며, 이 복잡한 미로에서 어떤 출구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 너무나 어리고 경험 없는 나의 나이여, 어떤 좋은 생각이나 조언도 할 수 없구나! 이 알 수 없는 여정의 끝은 무엇일까? 아, 멸시받은 명예여, 배은망덕한 사랑이여, 존경받는 부모님과 친척들의 존경심을 짓밟았구나! 그리고 아, 나 자신이여,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내 욕망에 그토록 쉽게 휩쓸리다니! 아, 거짓된 말들이여, 얼마나 진실되게 나를 속였는가!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불쌍한 나여? 나 스스로 자신을 속이고자 하지 않았던가? 내 손으로 칼을 들어 내 평판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았던가? 오, 배신자 마르코 안토니오여! 네가 내게 한 달콤한 말 속에 어찌 그토록 모욕과 경멸의 쓴맛이 섞여 있을 수 있었는가? 네가 어디 있느냐, 배은망덕한 자여, 어디로 갔느냐, 무정한 자여? 대답해다오, 내가 너에게 말하고 있다. 기다려다오, 내가 따라가고 있으니. 나를 지탱해다오, 나 쓰러지고 있다. 네가 나에게 진 빚을 갚아다오. 도와다오, 너는 그토록 많은 방식으로 나에게 빚을 지고 있으니.”
그녀는 이 말을 마치고 울음과 한숨으로 가득 찬 침묵에 빠졌다. 이 모든 것을 두 번째 손님은 조용히 귀 기울여 들었다. 그는 들은 말로 미루어 의심의 여지없이 불평하는 사람이 여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는 그녀의 정체를 알고 싶은 욕구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는 여러 번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항상 멈추었다.
그는 여러 번 자신이 아내라고 믿는 여자의 침대로 가려고 작정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고, 방문을 열어 주인에게 말을 안장 지어달라고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그녀는 떠나고 싶어 했다. 한참 후에야 주인이 대답했다. 아직 자정이 지나지 않았으니 진정하라고 했다. 또 너무 어두워서 길을 나서면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그녀는 진정했고 문을 닫고 침대에 쿵 하고 몸을 던졌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듣고 있던 사람은 그에게 말을 걸어 도움을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그가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털어놓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신사 양반, 당신이 내뱉은 한숨과 말씀하신 것들이 제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면, 저는 인간적인 감정이 없는 사람이거나 제 영혼이 돌덩이고 가슴이 강철 같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당신에 대한 연민과 당신을 돕고자 하는 마음(당신의 고통에 치료법이 있다면)이 어떤 예의를 요구한다면, 부디 그 예의를 제게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 대가로 당신의 고통의 원인을 숨김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그것이 제 정신을 빼앗지 않았다면,” 슬퍼하는 사람이 대답했다. “저는 이 방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어야 했고, 제 말과 한숨을 더 자제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중요한 순간에 기억력이 부족했던 대가로, 당신이 요청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제 불행한 이야기를 되새기면 새로운 고통으로 저를 끝장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제가 당신의 요청을 들어드리려면, 당신도 제게 약속을 해주셔야 합니다. 당신이 보여주신 믿음과 제안, 그리고 당신의 말씀에서 느껴지는 고귀함에 걸맞게 맹세해 주십시오. 제가 말씀드리는 동안 제 이야기를 듣고 어떤 것을 알게 되더라도, 절대로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제 침대로 오거나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만약 그렇게 하신다면, 제가 머리맡에 둔 칼로 즉시 가슴을 찌를 것입니다.”
상대방은 (그토록 간절히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불가능한 것도 약속했을 것이다) 그가 요구한 것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수천 가지 맹세로 그 약속을 굳게 했다.
“그 약속을 믿고,” 첫 번째 사람이 말했다. “저는 지금까지 한 적 없는 일을 하겠습니다. 그것은 제 삶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들어보십시오. 당신은 알아야 합니다. 이 여관에 남자 옷차림으로 들어온 제가, 의심할 여지없이 당신도 들으셨겠지만, 사실 8일 전까지만 해도 처녀였던 불행한 아가씨라는 것을. 부주의하고 어리석어서 그랬고, 거짓된 남자들의 꾸며낸 달콤한 말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제 이름은 테오도시아이고, 고향은 이 안달루시아의 한 주요 도시입니다. 그 이름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당신에게는 그것을 아는 것이 제게 그것을 숨기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부모님은 귀족이시고 평균 이상으로 부유하십니다. 그분들에게는 아들 하나와 딸 하나가 있었는데, 아들은 그분들의 안식과 명예를 위해, 딸은 그 반대를 위해서였죠. 그분들은 아들을 공부하러 살라만카로 보냈고, 저는 집에 두고 키우셨습니다. 그분들의 미덕과 고귀함에 걸맞은 절제와 조심성으로 키우셨죠. 저는 아무런 불만 없이 늘 그분들께 순종했고, 그분들의 뜻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제 의지를 맞추었습니다. 그러다 제 운명이 기울거나 제가 너무 무모해져서, 우리 이웃의 아들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제 부모님보다 더 부유하고 그만큼 고귀한 집안의 자제였죠. 처음 그를 본 순간, 저는 그를 보았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의 우아함, 젠틀함, 얼굴과 태도가 우리 마을에서 칭찬받고 존경받는 것들이었기에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를 칭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니면 제 불행한 운명이나 그의 악행의 시작을 늘어놓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결국 그는 저를 한 번, 그리고 여러 번 보았습니다. 제 창문 맞은편에 있는 그의 창문에서 말이죠. 거기서 그는 제게 영혼을 눈으로 보냈고, 제 눈은 다른 방식의 기쁨으로 그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로 하여금 그의 몸짓과 얼굴에서 읽은 것들이 순수한 진실이라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시선이 대화의 중재자이자 매개체였고, 대화는 그의 욕망을 드러냈습니다. 그의 욕망은 제 것을 불태웠고 그의 것에 믿음을 주었습니다. 여기에 약속, 맹세, 눈물, 한숨, 그리고 제가 보기에 진실한 연인이 자신의 의지의 진실성과 가슴의 확고함을 보여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더해졌습니다. 여기에 그의 부모님이 그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려 한다는 약속이 더해졌고, 저는 제 모든 정숙함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그의 손아귀에 넘어갔습니다. 마르코 안토니오(이것이 제 평온을 흔든 자의 이름입니다)의 시종만이 우리의 어리석음을 목격했습니다. 그가 제게서 원하는 것을 가져가자마자 이틀 뒤에 그는 마을에서 사라졌고, 그의 부모님이나 다른 누구도 그가 어디로 갔는지 말하거나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어떤 상태였는지는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할 수 없으니까요. 저는 단지 그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에요. 저는 제 머리카락을 뽑았습니다. 마치 그들에게 제 실수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요. 제 얼굴을 할퀴었습니다. 그것이 제 불행의 모든 원인을 제공한 것 같았거든요. 저는 운명을 저주했고, 제 성급한 결정을 비난했으며, 무수히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과 제 가슴에서 나오는 한숨들 사이에서 거의 질식할 뻔했어요. 저는 조용히 하늘에 불평했고, 상상 속에서 제 치유책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찾은 방법은 남자 옷을 입고 부모님 집을 떠나 이 두 번째 배신자 에네아스, 이 잔인하고 신의 없는 비레노, 제 좋은 생각과 정당하고 잘 세워진 희망을 속인 자를 찾아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을 깊이 파고들지 않고, 제 오빠의 여행 옷과 아버지의 당나귀를 안장 지어 기회를 잡아 어두운 밤에 집을 나섰습니다. 살라만카로 갈 생각이었죠. 나중에 들은 바로는 마르코 안토니오가 그곳으로 갔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도 학생이고 제가 말씀드린 제 오빠의 친구였거든요. 저는 또한 상당한 양의 금화도 가져갔습니다. 제 계획하지 않은 여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비해서요. 제일 괴로운 것은 부모님이 제 옷과 타고 온 당나귀 때문에 저를 쫓아 찾아내실 거라는 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살라만카에 있는 오빠가 저를 알아볼까 봐 걱정됩니다. 만약 그가 저를 알아본다면, 제 목숨이 얼마나 위험한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그에게 변명할 기회를 준다 해도, 그의 명예의 가장 작은 부분이라도 제가 줄 수 있는 어떤 변명보다 우선할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주된 결심은 비록 목숨을 잃더라도 제 영혼의 배신자를 찾는 것입니다.
티오도시아는 마르코 안토니오의 약속의 증거로 받은 반지를 손에 쥔 채 말을 이었다. “남편이 되겠다고 약속한 그가 왜 그렇게 빨리 나를 떠났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를 찾아 약속을 지키게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빼앗을 것입니다. 부모님께 받은 고귀한 피가 저를 복수로 이끌고 있습니다.”
티오도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마쳤다. “이것이 제 불행한 이야기입니다. 조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위험을 피하고 그를 찾을 수 있을까요?”
티오도시아의 이야기를 들은 기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는 그가 잠들었나 싶어 물었다. “잠드셨나요? 제 불행이 당신을 잠들게 했다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사가 대답했다. “잠들지 않았소. 오히려 당신의 불행에 가슴이 아픕니다. 조언뿐 아니라 도움도 드리고 싶소. 당신의 지혜로운 말씀을 들으니 마르코 안토니오의 설득보다는 당신의 순수한 마음이 그를 믿게 했을 것 같소. 하지만 당신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런 실수를 이해할 수 있소. 이제 좀 쉬시오. 날이 밝으면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겠소.”
티오도시아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휴식을 취하려 했다. 하지만 기사는 잠들지 못하고 계속 뒤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티오도시아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
기사가 대답했다. “당신이 내 불안의 원인이오. 하지만 당신이 해결할 수는 없소.”
티오도시아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사의 외로움과 은밀한 사랑의 고통을 느꼈다. 그녀는 조심스레 옷을 갈아입고 칼을 차고 자리에 앉아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
동이 트자 티오도시아는 기사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그녀의 오빠였다. 그녀는 거의 기절할 뻔했지만, 침착함을 되찾고 단검을 꺼내 오빠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오빠, 제 잘못을 용서해주세요. 제 목숨을 거두시되 명예만은 살려주세요. 비록 위험에 처했지만 아직 순결합니다.”
오빠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위로했다. “누이야, 네 경솔함에 화가 나지만 지금은 해결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 티오도시아 대신 테오도로라는 이름을 쓰고 함께 살라망카로 가서 마르코 안토니오를 찾자.”
티오도시아는 희망을 되찾았다. 두 사람은 아침 식사 후 출발 준역을 했다. 그때 한 여행자가 들어왔는데, 라파엘이 그를 알아보았다. 티오도시아는 그를 피해 방에 숨었다.
라파엘이 여행자에게 물었다. “고향 소식이 있습니까?”
여행자가 대답했다. “산타 마리아 항구에서 나폴리행 갤리선 4척을 봤는데, 레오나르도 아도르노의 아들 마르코 안토니오가 탑승했더군요.”
라파엘은 기뻐했다. 이제 마르코 안토니오의 행방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티오도시아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던 것이었기에, 그의 일이 좋은 결말을 맺을 징조였다.
그는 친구에게 자신의 아버지의 말(그가 잘 알고 있는)과 자신이 타고 온 노새를 바꾸자고 부탁했다. 그는 살라망카로 가는 길이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긴 여정에 그토록 좋은 말을 타고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친구는 예의 바르고 그의 친구였기에 교환에 동의했고, 그의 아버지에게 말을 전해주기로 했다. 그들은 함께 아침을 먹었고, 테오도로는 혼자 먹었다. 친구가 떠날 시간이 되자 그는 카살라로 가는 길을 택했는데, 그곳에 부유한 영지가 있었다.
돈 라파엘은 그와 함께 가지 않았다. 그를 피하기 위해 그날 세비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가 떠나자 말들이 준비되고 계산을 마치고 여관 주인에게 돈을 지불한 후, 그들은 작별 인사를 하고 여관을 떠났다. 그곳에 남은 사람들은 그들의 아름다움과 우아한 태도에 감탄했다. 돈 라파엘은 남자로서 그의 누이만큼이나 우아하고 활기차고 품위 있었다.
떠나자마자 돈 라파엘은 누이에게 마르코 안토니오에 대해 들은 소식을 전했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로 가거나 스페인으로 오는 갤리선들이 보통 그곳에 며칠 정박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도착하지 않았다면 기다릴 수 있고, 그곳에서 틀림없이 마르코 안토니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누이는 그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 그녀에겐 그의 뜻 외에 다른 의지가 없다고 했다.
돈 라파엘은 함께 데려온 노새몰이꾼에게 바르셀로나로 가야 하니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있는 동안의 모든 비용을 만족스럽게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노새몰이꾼은 유쾌한 사람 중 하나였고, 돈 라파엘이 관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세상 끝까지라도 그를 따라가고 섬기겠다고 대답했다.
돈 라파엘은 누이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왔는지 물었다. 그녀는 세어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다만 아버지의 서랍에 일곱 여덟 번 손을 넣어 금화로 가득 채웠다고만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돈 라파엘은 그녀가 500에스쿠도 정도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자신이 가진 200에스쿠도와 금 목걸이를 더하면 그리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바르셀로나에서 마르코 안토니오를 찾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이에 그들은 서둘러 여행을 계속했다. 아무런 사고나 장애 없이 그들은 바르셀로나에서 9레구아 떨어진 이구알라다라는 마을에서 2레구아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그들은 여행 중에 로마로 가는 대사가 바르셀로나에 머물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갤리선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소식은 그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이런 기쁨으로 그들은 길가에 있는 작은 숲에 들어설 때까지 여행을 계속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놀란 듯이 뒤를 돌아보며 달려나오는 한 남자를 보았다. 돈 라파엘이 그의 앞에 서서 말했다.
“왜 도망치시나요, 선한 사람이여?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토록 놀란 모습으로 빨리 달리시나요?”
그 남자가 대답했다. “제가 빨리, 그것도 겁에 질려 달리지 않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기적적으로 저 숲속에 있는 도적 무리에서 빠져나왔는데 말입니다.”
노새몰이꾼이 말했다. “이런, 하느님 맙소사! 이 시간에 도적들이라니! 맹세코 그들이 우리를 새것처럼 만들어 놓을 겁니다.”
숲에서 나온 남자가 대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도적들은 이미 떠났습니다. 그들은 이 숲속의 나무들에 30명이 넘는 여행자들을 묶어두고 갔습니다. 모두 속옷만 입은 채로 말입니다. 단 한 사람만 자유롭게 두어 그들이 어떤 산을 넘어간 후에 나머지 사람들을 풀어주도록 했습니다.”
칼베테(그것이 노새몰이꾼의 이름이었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겠군요. 도적들이 습격한 장소로는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요. 저도 두 번이나 그들 손에 걸려본 사람으로서 그들의 관행과 습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 말을 들은 돈 라파엘은 계속 전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이 얼마 가지 않아 묶여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는데, 40명이 넘었다. 한 사람이 그들을 풀어주고 있었다. 그것은 기이한 광경이었다. 어떤 이들은 완전히 벗겨져 있었고, 다른 이들은 도적들의 누더기 옷을 입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강도를 당한 것을 슬퍼하며 울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상한 차림새를 보고 웃고 있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세세히 이야기하고 있었고, 저 사람은 로마에서 가져온 ‘아뉴스 데이’ 상자를 잃어버린 것이 다른 수많은 물건들을 잃은 것보다 더 아쉽다고 말하고 있었다. 요컨대 그곳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비참하게 강도를 당한 사람들의 울음과 한탄이었다. 두 형제는 이 모든 것을 큰 아픔 없이 바라보며, 그토록 크고 가까운 위험에서 자신들을 구해준 하늘에 감사를 드렸다. 그러나 그들에게 가장 연민을 불러일으킨 것은, 특히 테오도로에게는, 한 도토리나무에 묶여 있는 한 소년을 보는 것이었다. 그 소년은 겉보기에 16세 정도로, 속옷과 아마포 바지만 입고 있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어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고 감동시켰다.
테오도로가 말에서 내려 그를 풀어주자, 그 소년은 매우 정중한 말로 그 은혜에 감사를 표했다. 그에게 더 큰 은혜를 베풀기 위해, 테오도로는 노새몰이꾼 칼베테에게 그의 망토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살라망카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오는 길이라고 말하지 않은 채, 그렇게 긴 여행에 그토록 좋은 말을 타고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칼베테는 망토를 주었고, 테오도로는 그 젊은이를 감쌌다. 그리고 그에게 어디 출신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이 모든 것을 돈 라파엘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소년은 자신이 안달루시아 출신이며, 그들이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자신의 마을이 그들의 마을에서 2레구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세비야에서 왔다고 말했고, 그의 계획은 다른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이탈리아로 가서 무기를 다루는 직업에서 운을 시험해 보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운은 도적들과의 불행한 만남으로 인해 꼬였다고 했다. 그들은 그에게서 상당한 양의 돈과 300에스쿠도로도 살 수 없을 만큼 좋은 옷들을 빼앗아갔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첫 번째 불운에 좌절하지 않고 열정적인 욕망의 열기를 식히지 않은 채 여행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소년의 훌륭한 말씨(그의 마을이 그들의 마을과 가깝다는 것을 들은 것과 함께), 그리고 그의 아름다움이 주는 추천장은 두 형제에게 그를 가능한 한 돕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기에 가장 필요해 보이는 사람들, 특히 수사와 성직자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었다. 그중에는 8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 젊은이를 칼베테의 노새에 태우고,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이구알라다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갤리선들이 전날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2일 후면 출발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안의 안전이 좋지 않아 그들을 더 일찍 떠나게 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다.
이 소식은 그들이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서둘러 출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는 형제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걱정 때문이었다. 그들이 식탁에 앉아 있을 때, 그리고 그들이 풀어준 젊은이와 함께 있을 때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 테오도로가 열심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귀가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의 수줍어하는 눈빛과 함께 그가 여자일 것이라고 의심하게 되었다. 그는 저녁 식사를 빨리
엔리케 데 카르데나스를 잘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아들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이 부모를 밝히지 않으려고 그렇게 말했다면 상관없으니 더 이상 묻지 않겠소.
“사실입니다,” 젊은이가 대답했다. “엔리케에게는 아들이 없지만, 산초라는 이름의 그의 형제에게 자식이 있습니다.”
“그 사람도 아들은 없고 딸 하나만 있다네.” 라파엘이 말했다. “게다가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라고들 하지. 하지만 나는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야. 그 마을에 여러 번 갔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
“당신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청년이 대답했다. “산초에게는 딸 하나밖에 없지만, 소문만큼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제가 엔리케의 아들이라고 한 것은 여러분께 인정받고 싶어서였습니다. 사실 저는 산초의 집사의 아들입니다. 그 집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께 화를 내어 돈을 훔친 뒤 말씀드린 대로 이탈리아로 가서 전쟁에 참여하려 했습니다. 보잘것없는 집안 출신도 전쟁을 통해 명성을 얻을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테오도로는 이 모든 말과 그 말하는 태도를 주의 깊게 관찰하며 자신의 의심을 확신하게 되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식탁보를 치웠다. 라파엘이 옷을 벗는 동안, 테오도로는 그 청년에 대한 의심을 말하고 그의 동의와 허락을 얻어 청년과 떨어져 거리를 내려다보는 넓은 창문의 발코니로 갔다. 두 사람이 발코니에 팔꿈치를 기대고 있을 때 테오도로가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프란시스코 씨,” (그가 자신의 이름이라고 했던 대로) “당신에게 많은 호의를 베풀어 어떤 부탁이라도 거절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소. 하지만 당신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럴 기회가 없었소. 앞으로 내 진심을 알게 될 것이오. 지금 내가 하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당신의 종이 되겠소. 또한 알아주셨으면 하는 게, 비록 나도 당신처럼 젊지만 세상 경험은 나이보다 많다는 것이오. 그래서 당신이 옷차림과 달리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의심이 들었소. 게다가 아주 고귀한 집안 출신으로, 당신의 아름다움이 말해주듯 말이오. 어쩌면 불행한 일로 옷을 바꿔 입은 것 같소. 그런 변장은 결코 좋은 일로 하는 게 아니니까. 내 의심이 사실이라면 말해 주시오. 내가 기사도 정신으로 맹세하건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당신을 돕고 섬기겠소. 당신이 여자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오. 귀의 구멍을 보면 그 진실이 너무나 분명하니 말이오. 당신은 그 구멍을 붉은 밀랍으로 막고 감추는 데 소홀했소. 나처럼 호기심 많고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 당신이 그토록 서툴게 숨긴 것을 들춰낼 수도 있었을 거요. 그러니 주저 말고 누구신지 말씀해 주시오. 내 도움을 약속드리며, 당신이 원하는 만큼 비밀을 지키겠소.”
청년은 테오도로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대답 대신 그의 손을 잡아 입에 가져가 억지로 입을 맞추었다. 게다가 많은 눈물로 그의 손을 적셨다. 이런 특별한 감정 표현에 테오도로도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귀한 여인들의 본성은 타인의 감정과 고통에 쉽게 마음 아파하는 법이다.) 하지만 청년이 겨우 손을 떼자 테오도로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청년은 깊은 한숨과 함께 여러 번 탄식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의심이 사실임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여자이며, 이 세상에 태어난 여자 중 가장 불행한 사람입니다. 당신이 베풀어 주신 친절과 제안에 따라 명령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남의 불행한 이야기를 듣는 게 지루하지 않으시다면 말이죠.)”
“그런 일로 살겠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테오도로가 대답했다. “당신의 불행을 알게 되어 느낄 고통보다 그것을 아는 기쁨이 더 크겠지요.”
그는 다시 한 번 청년을 껴안고 진심 어린 제안을 하자 청년은 좀 더 진정된 모습으로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제 고향에 대해서는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엔리케는 제 아버지가 아니라 삼촌이고, 그의 형제 산초가 제 아버지입니다. 저는 당신 형제가 말씀하신 대로 산초의 아름답다고 소문난 불행한 딸입니다. 그 미모에 대한 소문이 거짓임은 제 모습을 보면 알 수 있겠지요. 제 이름은 레오카디아입니다. 제가 변장한 이유는 이제 들으실 것입니다. 제 고향에서 2리그 떨어진 곳에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고귀한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에 제노바의 고귀하고 오래된 아도르노 가문 출신의 귀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이 있는데, 만약 소문이 제 경우처럼 과장되지 않았다면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멋진 젊은이일 것입니다. 그는 마을이 가깝고 제 아버지처럼 사냥을 즐겨 가끔 우리 집에 와서 5-6일씩 머물렀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밤낮으로 들판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기회를 운명이, 아니 사랑이, 아니면 제 부주의가 이용해 저를 좋은 생각에서 지금의 처지로 떨어뜨렸습니다. 마르코 안토니오의 멋진 모습과 지혜를 정숙한 처녀가 봐서는 안 될 만큼 유심히 보고, 그의 가문의 품위와 그의 아버지가 가진 많은 재산을 생각하니, 그를 남편으로 얻으면 제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일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그를 더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고, 틀림없이 더 부주의하게 보았을 겁니다. 그 배신자는 제가 그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제 마음의 비밀에 들어와 제 영혼의 가장 좋은 보물을 빼앗는 데에는 더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사랑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을 일일이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그가 오랜 구애 끝에 얻은 것을 한 마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제게 결혼을 약속하며 크리스천의 맹세로 굳게 맹세했고, 저는 그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허락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맹세와 약속에 만족하지 못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그의 서명이 든 문서를 받아냈습니다. 그 문서에는 너무나 상세하고 강력한 내용이 적혀 있어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문서를 받은 뒤 어느 날 밤 그의 마을에서 제 마을로 와서 정원 담을 넘어 제 방으로 들어올 수 있게 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아무 방해 없이 오직 그를 위해 준비된 열매를 따갔습니다. 제가 그토록 바라던 그 밤이 마침내 왔습니다.”
테오도로는 여기까지 조용히 듣다가 레오카디아의 말에 가슴이 찔리는 듯했습니다. 특히 마르코 안토니오의 이름을 듣고 레오카디아의 놀라운 아름다움을 보며 그녀의 불행을 생각하니 더욱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입술에서 떼고 어렵게 물러나자 그는 그녀가 무엇이라 대답할지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그녀는 깊은 한숨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의심이 맞았어요. 저는 여자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죠. 당신이 베풀어 주신 친절과 약속에 따라 명령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말씀드리겠어요. (제 불행한 이야기를 듣는 게 지루하지 않으시다면요.)”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테오도로가 대답했습니다. “당신의 불행을 알게 되어 느낄 고통보다 그것을 아는 기쁨이 더 클 거예요.”
그는 다시 한 번 그녀를 껴안고 진심 어린 제안을 했고, 그녀는 좀 더 차분해진 모습으로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고향에 대해서는 사실을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부모님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했죠. 엔리케는 제 아버지가 아니라 삼촌이에요. 그의 형제 산초가 제 아버지세요. 저는 당신 형제가 말씀하신 대로 산초의 아름답다고 소문난 불행한 딸이에요. 그 미모에 대한 소문이 거짓임은 제 모습을 보면 아시겠죠. 제 이름은 레오카디아예요. 제가 변장한 이유는 이제 들으실 거예요. 제 고향에서 2리그 떨어진 곳에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고귀한 마을이 있어요. 그
테오도시아는 이 말을 듣고 숨을 돌렸다. 그녀를 서서히 떠나가던 정신을 붙잡았다. 질투의 광기가 그녀의 뼈와 골수로 스며들어 인내심을 완전히 지배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레오카디아가 이어서 하는 말을 초조하게 들었다.
“그는 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8일 후 그가 고향을 떠났다는 확실한 소식을 들었다. 그는 부모님 집에서 테오도시아라는 처녀를 데리고 갔는데, 그녀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귀족의 딸로 아름다움과 지혜가 특출났다고 한다. 내 고향에서 이 도주 소식을 듣자마자 그 소식은 내 귀에 들어왔고, 질투의 차갑고 두려운 창이 내 가슴을 꿰뚫고 내 영혼을 불태웠다. 그 불길 속에서 내 명예는 재가 되었고 내 신용은 사라졌으며 인내심은 바닥났고 이성은 끝났다. 아, 나는 불행하구나! 테오도시아가 태양보다 아름답고 지혜 그 자체보다 현명하며, 무엇보다 나보다 더 행운아라고 상상했다. 나는 곧바로 증서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그 내용이 확고하고 유효해서 약속한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 희망이 그 증서를 신성한 것으로 여기고 매달린다 해도, 마르코 안토니오가 데리고 간 의심스러운 동행자를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이 땅에 떨어졌다. 나는 내 얼굴을 할퀴고 머리카락을 뽑았으며 운명을 저주했다. 하지만 가장 괴로운 것은 아버지가 계셔서 마음껏 이런 제물을 바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불평 없이 끝내기 위해, 아니 삶을 끝내기 위해 – 이것이 더 확실할 것이다 – 나는 아버지의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나쁜 생각을 실행에 옮기려 할 때 기회가 모든 장애물을 쉽게 만들고 평탄하게 하는 것 같다. 두려움 없이 나는 아버지의 시종의 옷을 훔치고 아버지에게서 많은 돈을 훔쳤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의 검은 망토를 쓰고 집을 나섰다. 걸어서 몇 리그를 가 오수나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거기서 마차를 타고 이틀 만에 세비야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나는 찾을 수 없을 만큼 안전할 것 같았다. 거기서 다른 옷과 노새를 샀고, 바르셀로나로 가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서두르는 기사들과 함께 어제까지 여행했다. 그들은 이탈리아로 가는 갤리선을 타려고 했다. 어제 당신도 아시다시피 강도들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았고, 그중에는 내 건강을 유지하고 노고를 덜어주던 보물인 마르코 안토니오의 증서도 있었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이탈리아로 가서 마르코 안토니오를 찾아 그의 배신을 증언하고 내 굳은 믿음을 입증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가 약속을 지키도록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가 종이에 쓰인 말을 쉽게 부인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다. 영혼에 새겨져 있어야 할 의무를 부인하는 자는 말이다. 그가 비할 데 없는 테오도시아와 함께 있다면 불행한 레오카디아를 쳐다보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거나 그들 둘 앞에 나타나 내 모습으로 그들의 평화를 어지럽히려 한다. 그 평화의 적이 그렇게 적은 대가로 내 것을 즐기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나는 그녀를 찾아 죽일 것이다.”
“테오도시아에게 무슨 잘못이 있나요?” 테오도로가 말했다. “그녀도 당신처럼 마르코 안토니오에게 속았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레오카디아가 말했다. “그가 그녀를 데리고 갔는데?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데 무슨 속임수가 있겠어요? 그들은 분명 만족하고 있을 거예요. 그들이 리비아의 먼 사막이든 얼어붙은 스키티아에 있든 상관없이 말이에요. 그녀는 어디에 있든 그를 즐기고 있을 테고, 그녀만이 내가 느낀 고통을 갚아야 할 거예요.”
“당신이 착각하고 있을 수 있어요.” 테오도시아가 대답했다. “제가 그 당신의 적을 잘 알고 있는데, 그녀의 성품과 점잖음으로 봤을 때 부모님 집을 떠나 마르코 안토니오의 뜻에 따르는 일은 절대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했다 해도, 당신을 모르고 당신과 그의 관계를 전혀 알지 못했다면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겁니다. 해를 끼치지 않은 곳에 복수는 적절하지 않아요.”
“그녀의 점잖음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세요.” 레오카디아가 말했다. “저도 당신이 말한 처녀들만큼이나 점잖고 정숙했어요. 그래도 제가 한 일을 보세요. 그가 그녀를 데리고 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그녀가 저를 해치지 않았다는 것은 냉정히 생각해보면 인정합니다. 하지만 질투의 고통이 그녀를 내 기억 속에 칼처럼 박아놓았어요. 내 내장을 관통하고 있는 칼처럼 말이에요. 나를 그토록 아프게 하는 도구를 뽑아내 산산조각 내는 것은 당연해요. 게다가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들을 멀리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에요. 우리를 해치고 좋은 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미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테오도시아가 대답했다. “당신의 열정이 더 나은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걸 알겠어요. 당신이 겪는 고통이 더 정확한 추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는 당신에게 이미 말씀드렸듯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정당한 일에서 당신을 돕고 지지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제 동생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의 천성과 고귀함이 다른 행동을 하도록 두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는 이탈리아로 가는 중이에요. 우리와 함께 가고 싶다면 이미 우리 일행의 특성을 대략 아실 거예요.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제가 당신의 사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제 동생에게 말해도 되는지 허락해 주시는 거예요. 그래야 그가 당신을 마땅히 대접하고 존중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 당신을 돌보는 데 전념하게 될 거고요. 그와 함께 제 생각으로는 당신이 옷을 바꾸는 게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이 마을에 옷을 살 여건이 된다면 내일 아침 당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최고의 옷을 사드리겠어요. 그 외의 당신의 바람에 대해서는, 시간에 맡기세요. 시간은 가장 절망적인 경우에도 해결책을 주고 찾는 위대한 스승이니까요.”
레오카디아는 테오도시아, 그녀가 테오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많은 제안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동생에게 원하는 대로 말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녀가 여자임이 알려지면 얼마나 많은 위험에 처할지 알기에 그녀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렇게 말하고 그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테오도시아는 동생의 방으로, 레오카디아는 그 옆방으로 갔다.
돈 라파엘은 아직 잠들지 않고 있었다. 그는 여자로 위장한 사람과 그의 누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기다리고 있었다. 누이가 들어오자 그는 눕기 전에 물었다. 누이는 레오카디아가 말한 것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려주었다. 그녀의 신분, 사랑 이야기, 마르코 안토니오의 약속 증서, 그리고 그녀의 의도까지 모두 말했다. 돈 라파엘은 놀라며 누이에게 말했다.
“만약 그녀가 말한 대로라면, 누이여, 그녀는 그 지방에서 가장 고귀한 가문의 하나이자 안달루시아 전체에서 가장 귀한 숙녀 중 한 명이라네. 그녀의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와 잘 아는 사이지. 그녀가 아름답다는 소문이 지금 우리가 보는 그녀의 얼굴과 잘 들어맞네. 내 생각에 우리는 조심해야 할 것 같아. 그녀가 마르코 안토니오와 우리보다 먼저 대화하지 않도록 해야 해. 그녀가 잃어버렸다고 하는 증서 때문에 걱정되는구나. 하지만 안심하고 누워 쉬게, 누이여. 모든 일에 해결책을 찾을 테니.”
테오도시아는 누워 쉬라는 오빠의 말에 따랐지만,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은 불가능했다. 질투라는 광기 어린 병이 이미 그녀의 영혼을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 그녀의 상상 속에서 레오카디아의 아름다움과 마르코 안토니오의 불충이 얼마나 크게 부풀려졌던가! 오, 그녀가 받았다는 증서를 얼마나 자주 읽거나 읽은 척했던가! 얼마나 많은 말과 이유를 덧붙여 그것을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만들었던가!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았을 거라고 얼마나 자주 믿었고, 증서 없이도 마르코 안토니오가 자신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얼마나 자주 상상했던가!
이렇게 밤의 대부분을 잠 못 이루고 보냈다. 그녀의 오빠 돈 라파엘도 더 편하게 밤을 보내지는 못했다. 레오카디아가 누구인지 듣자마자 그의 가슴에 사랑의 불이 타올랐기 때문이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녀와 소통해온 것처럼 그녀의 아름다움이 그를 사로잡았다. 아름다움이란 이런 힘을 가지고 있어서 순식간에, 한순간에 바라보고 알아본 사람의 욕망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얻고 즐길 수 있는 길이 보이거나 약속되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영혼을 강렬하게 불태우는 것이다. 마치 마른 화약이 어떤 불꽃만 닿아도 쉽게 불타오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그는 그녀를 나무에 묶인 채로, 또는 남장을 한 채로 상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본래 모습대로, 그리고 부유하고 고귀한 가문의 집에 있는 모습으로 상상했다. 그는 그녀를 알게 된 이유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날이 밝기를 바랐다. 여정을 계속해서 마르코 안토니오를 찾고 싶었다. 그를 매부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라 레오카디아의 남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미 사랑과 질투가 그를 사로잡아 누이에게 약속한 도움을 주지 않고 마르코 안토니오의 목숨을 빼앗는 것을 좋은 거래로 여길 정도였다. 레오카디아를 얻을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 희망은 이미 그에게 힘이나 선물, 좋은 행동으로 행복한 결말을 약속하고 있었다. 시간과 기회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약속하며 그는 조금 진정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날이 밝았다. 그들은 침대에서 일어났고, 돈 라파엘은 주인을 불러 그 마을에서 강도들이 옷을 빼앗은 시종에게 입힐 만한 옷이 있는지 물었다. 주인은 괜찮은 옷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옷을 가져왔고, 레오카디아에게 잘 맞았다. 돈 라파엘이 값을 치렀고, 그녀는 옷을 입었다. 그녀는 칼과 단검을 우아하고 용감하게 차고 있어서 그 모습 그대로 돈 라파엘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테오도시아의 질투를 두 배로 만들었다. 칼베테가 말에 안장을 얹었고, 오전 8시경 그들은 바르셀로나를 향해 출발했다. 그때는 유명한 몬세라트 수도원에 들르고 싶지 않았다. 신께서 그들을 더 평온하게 고향으로 돌려보내실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두 형제가 어떤 생각을 하며 갔는지, 또 얼마나 다른 마음으로 레오카디아를 바라보았는지는 쉽게 말할 수 없다. 테오도시아는 그녀의 죽음을 바랐고, 돈 라파엘은 그녀의 생명을 바랐다. 둘 다 질투에 사로잡혀 열정에 휩싸여 있었다. 테오도시아는 그녀의 결점을 찾아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고, 돈 라파엘은 순간순간 그녀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완벽함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서두르는 것을 잊지 않았고, 해가 지기 직전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그들은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했다. 그들은 바르셀로나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들 중 하나로, 스페인의 자랑이자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는 적들의 두려움과 공포로, 그 주민들의 즐거움과 기쁨으로, 외국인들의 보호자로, 기사도의 학교로, 충성의 본보기로, 그리고 현명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이 크고 유명하고 부유하며 잘 세워진 도시에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의 만족으로 여겼다.
도시에 들어서자 그들은 커다란 소음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큰 소동 속에 뛰어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 소음과 움직임의 원인을 묻자 사람들은 해변에 있던 갤리선의 사람들이 도시 사람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돈 라파엘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러 가고 싶어 했다. 칼베테가 그러지 말라고 충고했지만 소용없었다. 칼베테는 그런 싸움에 끼어드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싸움이 그 도시에서 갤리선이 도착할 때마다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과, 그런 싸움에 끼어든 사람들이 얼마나 안 좋은 꼴을 당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칼베테의 좋은 충고도 돈 라파엘이 가는 것을 막지 못했고, 모두가 그를 따라갔다. 해변에 도착하자 그들은 많은 칼이 칼집에서 빠져나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말에서 내리지 않은 채 가까이 다가갔고, 싸우는 사람들의 얼굴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해가 아직 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시에서 몰려든 사람들의 수는 엄청났고, 갤리선에서 내린 사람들도 많았다. 갤리선을 지휘하던 발렌시아 출신의 귀족 돈 페드로 비케가 기함의 선미에서 자기 사람들을 도우러 작은 배를 타고 내린 이들을 위협하고 있었지만, 그의 말과 위협이 소용없음을 보고 갤리선들의 뱃머리를 도시 쪽으로 돌리게 하고 탄환 없는 포를 쏘게 했다. 이는 만약 물러나지 않으면 다음에는 탄환을 넣고 쏘겠다는 신호였다.
이 와중에 돈 라파엘은 주의 깊게 잔인하고 격렬한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갤리선 쪽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이가 22세 정도로 보이는 젊은이임을 알아챘다. 그는 녹색 옷을 입고 있었고, 모자에는 다이아몬드로 보이는 화려한 장식이 달려 있었다. 이 젊은이가 싸우는 솜씨와 화려한 옷차림은 싸움을 구경하는 모든 이의 시선을 끌었다. 테오도시아와 레오카디아의 눈도 그를 주시했고, 둘은 동시에 외쳤다.
“하느님 맙소사! 내 눈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저 녹색 옷을 입은 사람이 마르코 안토니오예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들은 재빨리 노새에서 뛰어내렸고, 단검과 칼을 뽑아 들고 두려움 없이 인파 속으로 뛰어들어 마르코 안토니오의 양옆에 섰다. (그가 바로 녹색 옷을 입은 젊은이였다.)
“걱정 마세요, 마르코 안토니오 님.” 레오카디아가 다가오자마자 말했다. “당신 곁에 당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사람이 있으니까요.”
“의심할 것 없죠,” 테오도시아가 말을 받았다. “내가 여기 있는데 누가 감히 의심하겠어요?”
도냐 라파엘은 일어난 일을 보고 들었다. 그는 그들을 따라갔고 그들의 편에 섰다. 마르코 안토니오는 공격하고 방어하느라 정신이 없어 두 여인이 한 말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싸움에 열중한 나머지 믿기 힘든 일들을 했다. 하지만 도시의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자 갤리선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물속으로 후퇴해야 했다. 마르코 안토니오는 마지못해 물러섰고, 그와 같은 속도로 두 용감하고 새로운 브라다만테와 마르피사, 또는 이폴리타와 판타실레아가 그의 양옆에서 물러났다.
이때 유명한 카르도나 가문의 카탈루냐 기사가 힘센 말을 타고 와서 양측 사이에 끼어 도시 사람들을 물러나게 했다. 그들은 그를 알아보고 존중했다. 하지만 몇몇은 멀리서 이미 물로 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졌다. 불행하게도 한 돌이 마르코 안토니오의 관자놀이를 세게 맞혀 그를 무릎까지 차오른 물속으로 쓰러뜨렸다. 레오카디아는 그가 쓰러지는 것을 보자마자 그를 끌어안고 팔로 받쳐주었다. 테오도시아도 똑같이 했다. 도냐 라파엘은 조금 떨어져서 쏟아지는 돌들을 막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연인과 누이, 매부를 도우려 했지만 카탈루냐 기사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진정하십시오, 선생님. 좋은 병사의 도리로 제발 제 옆에 서 주십시오. 제가 이 무법한 폭도들의 횡포와 무례함으로부터 당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아, 선생님!” 도냐 라파엘이 대답했다. “저를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 큰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기사는 그를 지나가게 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마르코 안토니오와 레오카디아를 기함의 보트에 태우고 있었다. 레오카디아는 결코 그의 팔을 놓지 않았다. 테오도시아도 그들과 함께 타려 했지만, 지친 탓인지 마르코 안토니오가 다친 것을 본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최대 적수가 그와 함께 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인지, 보트에 오를 힘이 없었다. 그녀는 분명 물에 기절해 빠질 뻔했지만 다행히 그녀의 오빠가 때맞춰 와서 그녀를 구했다. 그는 마르코 안토니오와 함께 레오카디아가 가는 것을 보고 누이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그도 이제 마르코 안토니오를 알아보았다). 카탈루냐 기사는 도냐 라파엘과 그의 누이(그는 그녀를 남자로 여겼다)의 고상한 모습에 호감을 느껴 해안에서 그들을 불러 함께 가자고 청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그리고 폭도들이 아직 진정되지 않아 해를 당할까 두려워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기사는 말에서 내려 그들을 옆에 두고 칼을 빼든 채 흥분한 군중을 가로질러 갔다. 그는 그들에게 물러나라고 간청했고, 그들은 그렇게 했다. 도냐 라파엘은 사방을 둘러보며 칼베테와 노새들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내린 순간 칼베테는 노새들을 앞세워 그가 전에 묵었던 여관으로 갔기 때문이었다.
기사는 그들을 데리고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그 집은 도시에서 가장 좋은 집 중 하나였다. 그는 도냐 라파엘에게 어느 갤리선을 타고 왔느냐고 물었다. 도냐 라파엘은 어느 배도 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싸움이 시작될 때 도시에 도착했고, 보트에 실려 간 부상당한 기사를 알아보았기에 그 위험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에게 부상자를 육지로 데려올 방법을 부탁했다. 그것이 그의 행복과 생명에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사가 말했다. “제독이 분명 허락할 겁니다. 그는 고귀한 기사이자 제 친척입니다.”
그는 더 지체하지 않고 갤리선으로 돌아갔다. 그는 마르코 안토니오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상처는 왼쪽 관자놀이에 있었고 외과 의사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독에게 육지에서 치료하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했고, 제독은 허락했다. 그들은 그를 조심스럽게 보트에 태웠고, 레오카디아는 그와 함께 가기를 원했다. 그녀는 자신의 희망의 북극성을 쫓아가듯 그와 함께 탔다. 그들이 육지에 도착하자 기사는 자신의 집에서 가마를 가져오게 했다. 그 동안 도냐 라파엘은 칼베테를 찾으러 보냈다. 칼베테는 여관에서 주인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매우 기뻐했고 도냐 라파엘이 있는 곳으로 왔다.
이때 집주인과 마르코 안토니오, 레오카디아가 도착했다. 그는 그들 모두를 매우 사랑스럽고 호화롭게 대접했다. 그는 즉시 도시의 유명한 외과 의사를 불러 마르코 안토니오를 다시 치료하게 했다. 의사가 왔지만 다음 날까지 치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와 해군의 외과 의사들이 항상 많은 부상자들을 다루기 때문에 매우 경험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음 날까지 치료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가 지시한 것은 그를 따뜻한 방에 두고 쉬게 하라는 것뿐이었다.
그 순간 갤리선의 외과 의사가 도착해 도시 의사에게 상처에 대해 설명하고 어떻게 치료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보기에 부상자의 생명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했다. 이를 듣고 도시 의사는 그가 잘 치료되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또한 (그가 들은 설명에 따르면) 마르코 안토니오의 위험을 과장했다.
레오카디아와 테오도시아는 이 말을 듣고 마치 사형 선고를 들은 것처럼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들의 고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고 침묵했다. 레오카디아는 자신의 명예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외과 의사들이 떠나자마자 그녀는 마르코 안토니오의 방으로 들어갔다. 집주인과 도냐 라파엘, 테오도시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의 침대 머리맡으로 가서 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마르코 안토니오 아도르노 씨, 당신은 지금 많은 말을 들을 상태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 제 말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들은 당신 몸의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영혼의 건강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말들을 하려면 당신의 허락이 필요하고 당신이 들을 수 있는 상태인지 알아야 합니다. 당신을 알게 된 순간부터 저는 당신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순간이 당신에게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당신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이 말에 마르코 안토니오는 눈을 뜨고 레오카디아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거의 알아보았지만, 눈으로 보기보다는 목소리로 알아차렸다. 그는 약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하세요, 선생님. 제가 원하는 대로 말씀하세요. 저는 아직 죽을 만큼 나쁘지 않아서 당신 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 목소리는 제게 불쾌하지 않습니다.”
테오도시아는 이 대화를 아주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레오카디아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을 꿰뚫는 날카로운 화살 같았다. 도냐 라파엘의 영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레오카디아는 계속해서 말했다.
“만약 당신 머리의 상처, 아니 제 영혼에 난 상처가 당신의 기억에서 제가 누구인지를 지우지 않았다면, 마르코 안토니오 씨, 당신은 얼마 전까지 당신의 영광이자 하늘이라고 불렀던 사람의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레오카디아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당신이 그녀에게 서명한 종이에 어떤 약속을 했는지 잘 기억하실 겁니다.”
마르코 안토니오는 자신의 손으로 쓴 서약서를 당신이 잊지 않았을 것이며, 당신의 부모님들의 가치와 정숙함, 그리고 자신이 당신의 모든 요구에 응했기에 당신이 그에게 진 빚도 잊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잊지 않았다면, 비록 자신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가 레오카디아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사건과 기회로 인해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당신이 고향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수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이 차림으로 당신을 따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을 찾아 세상 끝까지라도 갈 결심이었다고 했다.
그는 진정한 사랑의 힘과 배신당한 여인의 분노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안다면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여정에서 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당신을 보게 된 지금 그 모든 것이 보상받았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만약 신께서 당신을 더 나은 세상으로 데려가신다면, 당신이 떠나기 전 자신의 신분에 걸맞은 행동을 한다면 자신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죽은 후 자신도 곧 당신을 따라 이 마지막 여정을 떠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자신의 소망과 의도를 인도하시는 신께 먼저 간청하고, 다음으로 당신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당신에게 많은 빚을 진 자신을 위해 지금 당장 자신을 합법적인 부인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이성이 강력히 설득하는 바를 정의가 행하도록 내버려두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레오카디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말하는 동안 놀라운 침묵을 지켰고, 같은 침묵 속에서 마르코 안토니오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부인, 당신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습니다. 당신의 목소리와 얼굴이 그것을 부인하게 두지 않을 테니까요. 당신에게 진 빚이 크다는 것도, 당신 부모님의 고귀함과 당신의 비할 데 없는 정숙함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저를 찾아온 것에 대해 조금도 낮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존경하고 높이 여길 것입니다. 하지만 제 불운한 운명이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제 생의 마지막 순간으로 저를 이끌었기에, 이런 순간에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즐겁지 않더라도 나중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아름다운 레오카디아, 제가 당신을 사랑했고 당신도 저를 사랑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동시에 당신에게 준 서약서는 당신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한 것이었지 제 진심은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서명하기 며칠 전에 이미 제 의지와 영혼을 우리 고향의 다른 처녀에게 바쳤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잘 아는 테오도시아라는 처녀입니다. 그녀의 부모님도 당신의 부모님만큼이나 고귀합니다. 당신에게는 제 손으로 서명한 서약서를 주었지만, 그녀에게는 증인들 앞에서 행동으로 확인된 제 손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누구에게도 제 자유를 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어 말했다. “당신과의 사랑은 일시적인 것이었고, 당신도 아시다시피 꽃만 따았을 뿐입니다. 그것이 당신을 해치거나 모욕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테오도시아와의 일은 그녀가 줄 수 있는 열매를 얻는 것이었고, 저는 그녀의 남편이 되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것을 원했습니다. 지금도 그녀의 남편입니다. 당신과 그녀를 동시에 떠나 당신을 혼란스럽고 속은 채로, 그녀를 두렵고 명예를 잃은 것처럼 느끼게 한 것은 어리석은 청년의 판단으로 한 일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런 일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앞으로 하고 싶은 다른 생각들이 떠올라 그렇게 하도록 부추겼습니다.”
마르코 안토니오는 말을 이었다.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은 이탈리아로 가서 젊은 시절의 몇 년을 보내고, 그 후에 돌아와 당신과 제 진정한 아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저를 불쌍히 여겨 이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이는 제 많은 죄에서 비롯된 이 진실들을 고백하여 이생에서 갚아야 할 빚을 갚고, 당신이 환상에서 깨어나 자유롭게 하려는 뜻일 것입니다. 만약 테오도시아가 제 죽음을 알게 된다면, 당신과 여기 있는 모든 분들로부터 제가 살아있을 때 한 약속을 죽을 때 지켰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레오카디아 부인, 제게 남은 짧은 시간 동안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내로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어떤 것이라도 가능한 한 해드리겠습니다.”
마르코 안토니오가 이 말을 하는 동안 팔꿈치로 머리를 받치고 있다가 말을 마치자 팔을 떨구며 기절할 것 같은 기색을 보였다. 돈 라파엘이 재빨리 다가가 그를 꼭 안으며 말했다.
“정신 차리세요, 친구여. 당신의 친구이자 형제를 안아주십시오. 당신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되겠습니다. 돈 라파엘을 알아보십시오. 당신의 진정한 친구입니다. 그는 당신의 의지를 증명하고 여동생에게 베풀고자 하는 호의를 받아들이는 데 진실한 증인이 될 것입니다.”
마르코 안토니오는 정신을 차리고 곧 돈 라파엘을 알아보았다. 그를 꼭 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이제 형제이자 주인이신 당신을 뵙게 되어 느끼는 이 큰 기쁨은 엄청난 슬픔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만난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슬픔이라도 기꺼이 감내하겠습니다.”
돈 라파엘은 대답했다. “당신의 기쁨을 더욱 완벽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여기 당신의 사랑하는 아내를 소개합니다.”
그는 테오도시아를 찾았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 뒤에서 울고 있었다. 그녀는 보고 들은 것에 놀라고 혼란스러워했다. 오빠가 그녀의 손을 잡고 데려가려 하자 그녀는 저항도 하지 않고 따라갔다. 마르코 안토니오 앞에 데려간 그는 말했다.
“마르코 안토니오, 여기 테오도시아가 있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아내라고 말한 그 테오도시아입니다. 그녀를 받아들이고 그녀가 당신의 아내임을 인정하십시오. 만약 운명이 당신을 이 세상에서 더 나은 삶으로 데려간다면, 떠나기 전에 당신의 신분에 걸맞은 행동을 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이 마지막이자 불가피한 여정에서 행복할 것입니다.”
마르코 안토니오는 정신을 차리고 테오도시아를 알아보았다. 그녀를 꼭 안으며 둘 다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눈물을 흘렸다.
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이상한 일에 놀라 서로를 바라보며 말 한 마디 없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다렸다. 그러나 실망하고 희망을 잃은 레오카디아는 마르코 안토니오가 하는 일을 보고, 돈 라파엘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팔에 안긴 사람이 그의 진정한 아내임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모든 사람의 눈을 피해 살그머니 방을 빠져나와 순식간에 거리로 나갔다. 그녀는 절망에 빠져 세상 끝까지라도 가겠다는 생각으로, 아니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겠다는 생각으로 떠났다.
하지만 돈 라파엘이 그녀가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영혼을 잃은 것처럼 그녀를 찾아 나섰다. 아무도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주지 못했다. 그는 절망에 빠져 그녀를 찾아 나섰고, 칼베테가 묵고 있다는 곳으로 가서 그녀가 말을 구하러 갔는지 확인해보았다. 그곳에서 그녀를 찾지 못하자 미친 사람처럼 거리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서 그녀를 찾았다.
그는 혹시 그녀가 갤리선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해변으로 갔다. 해변에 도착하기 조금 전, 그는 육지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기함의 작은 배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 그 소리가 아름다운 레오카디아의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어떤 불상사를 두려워하며 발걸음 소리를 듣고
돈 라파엘은 등을 돌리고 칼을 뽑아 레오카디아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곧 그를 알아보고 그가 자신을 발견한 것에 유감을 느꼈다. 특히 이렇게 외딴 곳에서 만난 것이 더욱 그러했다. 그녀는 이미 돈 라파엘이 여러 차례 보여준 표현을 통해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르코 안토니오가 그녀를 그만큼 사랑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돈 라파엘이 레오카디아에게 한 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의 마음을 드러내는 말들은 너무나 많고 감동적이어서 나는 감히 그것들을 옮겨 적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가 한 말 중 일부를 전하자면 이렇다.
“아름다운 레오카디아여, 제게 부족한 행운과 함께 지금 당신께 제 마음속 비밀을 털어놓을 용기마저 없다면, 가장 열렬하고 순수한 사랑이 영원한 망각 속에 묻히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제 정당한 소망에 이런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저는 당신께 이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마르코 안토니오는 그 어떤 면에서도 저보다 뛰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당신의 사랑을 받는다는 점에서만 그렇습니다. 제 가문은 그의 가문만큼이나 좋고, 재산도 그에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타고난 재능에 대해서는 제가 자랑할 처지가 못 되며, 특히 당신 눈에 그것이 가치 있어 보이지 않는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열정에 사로잡힌 아가씨여, 제가 이 모든 것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운명이 당신의 불행 속에서 제공하는 해결책과 중재안을 받아들이시기를 바라서입니다. 마르코 안토니오는 이제 당신의 남편이 될 수 없음을 아실 것입니다. 하늘이 그를 제 누이의 남편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하늘이 오늘 당신에게서 마르코 안토니오를 빼앗은 대신 저를 통해 보상하려 합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당신의 남편이 되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행복도 바라지 않습니다. 마르코 안토니오를 찾아 나선 당신의 대담함이 제가 당신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것임을 아셔야 합니다. 당신이 그런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로 존중했을 것입니다. 제가 당신과 동등해지고자 결심한 그 순간, 저는 이 일에 대해 알고 본 모든 것을 잊었고, 이미 잊었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를 강제로 당신을 흠모하고 바치게 만든 그 힘이, 당신을 지금의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잘못을 찾을 필요가 없는 곳에서 변명거리를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레오카디아는 돈 라파엘의 말을 듣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다만 때때로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돈 라파엘은 감히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녀는 그것을 막을 힘이 없었다. 그는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제 영혼의 여인이시여, 이 별들이 빛나는 하늘과 고요한 바다, 우리를 받쳐주는 이 모래사장을 증인 삼아 당신의 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명예만큼이나 제 행복에 필요한 그 ‘예’라는 말씀을 해주십시오. 제가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당신이 아시다시피 귀족이며 부자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것이 당신이 가장 높이 평가해야 할 점입니다. 당신이 홀로, 그리고 당신의 명예와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으로, 부모님과 친척들의 집에서 멀리 떨어져, 도움을 줄 사람도 없고 찾던 것을 얻을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저를 만난 대신, 당신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진정한 모습으로, 명예로운 옷차림으로, 당신이 선택한 좋은 남편과 함께 말입니다. 부유하고, 만족스럽고, 존경받고, 섬김을 받으며, 심지어 당신 이야기의 결말을 듣게 되는 모든 이들로부터 칭찬받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사실입니다만, 무엇을 망설이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를 비참함에서 당신을 얻을 자격이 있는 하늘로 끌어올려 주십시오. 그렇게 하심으로써 당신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며, 예의와 올바른 인식의 법칙을 따르는 것입니다. 동시에 감사하고 분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순간 망설이던 레오카디아가 말했다. “하늘이 그렇게 정했고 제가 그것을 거스를 수도, 살아있는 그 누구도 그럴 수 없다면, 하늘이 원하는 대로,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겠습니다, 제 주인님. 하늘도 알고 있듯이, 저는 당신의 뜻에 따르면서 느끼는 부끄러움과 함께 이 말을 합니다. 당신에게 순종함으로써 제가 얼마나 많은 것을 얻는지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소망을 이루어드리고 난 뒤 당신이 저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보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돈 라파엘 데 비야비센시오의 정식 아내라는 이름을 잃지 않을 것이고, 이 칭호만으로도 저는 만족할 것입니다. 만약 제가 당신의 아내가 된 후 보여드릴 행동이 당신이 저를 조금이라도 존중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면, 저를 이렇게 이상한 길을 거쳐 당신의 것이 되게 한 하늘에 감사드리겠습니다. 돈 라파엘 님, 제가 당신의 것이 되겠다는 약속의 손을 드리겠습니다. 여기 당신이 말씀하신 증인들, 하늘과 바다, 모래사장, 그리고 제 한숨으로만 방해받는 이 고요함이 있습니다.”
이 말과 함께 그녀는 그에게 안겼고, 돈 라파엘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조용하고 새로운 약혼식을 밤의 눈물로만 축하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귀족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그들의 부재로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마르코 안토니오와 테오도시아도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성직자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테오도시아가 (어떤 불운한 사건이 찾아와 그녀가 얻은 행운을 방해할까 두려워) 그 귀족에게 즉시 주례를 서줄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 라파엘과 레오카디아가 들어왔을 때, 돈 라파엘이 레오카디아와 겪은 일을 이야기하자 그들의 기쁨은 더욱 커졌다. 마치 그들이 가까운 친척인 것처럼 말이다. 이는 카탈루냐 귀족들의 타고난 성격으로, 친구가 되어주고 외국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성직자는 레오카디아가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 귀족은 즉시 그의 아내의 옷 중 가장 좋은 두 벌로 그들을 입혔다. 그의 아내는 그라놀예케스 가문 출신의 고귀한 부인이었다. 그 가문은 그 왕국에서 유명하고 오래된 가문이었다. 그는 부상자를 자선으로 돌보던 외과의에게 환자가 많이 말하고 혼자 있지 않다고 알렸다. 의사가 와서 우선 환자를 조용히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하늘은 그렇게 정했고, 우리 눈에 어떤 기적을 보여주고자 할 때 자연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도구와 수단으로 삼아 그의 일을 하시니, 마르코 안토니오의 기쁨과 말을 적게 한 것이 그를 좋아지게 만들었다. 다음날 상처를 치료할 때 그는 위험에서 벗어났고, 2주 후에는 너무나 건강해져서 아무런 두려움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마르코 안토니오가 병상에 있는 동안, 그는 하늘이 그를 치료해 준다면 산티아고 데 갈리시아로 도보 순례를 가겠다고 서원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약속에 돈 라파엘, 레오카디아, 테오도시아가 동참했고, 심지어 노새몰이꾼 칼베테까지도 (이는 그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돈 라파엘에게서 보았던 선량함과 솔직함이 그로 하여금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를 떠나지 않게 만들었다. 그들이 순례자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는 노새들을 돈 라파엘의 것을 포함해 살라망카로 보냈다. 그곳으로 보낼 사람이 없지 않았다.
마침내 떠날 날이 다가왔다. 순례자들은 순례복과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많은 호의와 환대를 베풀어준 관대한 기사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 기사의 이름은 돈 산초 데 카르도나였는데, 귀족 혈통을 지닌 명문가 출신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유명한 인물이었다. 순례자들은 그와 그의 자손들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며, 그가 베풀어준 특별한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
돈 산초는 그들을 모두 껴안으며 말했다. “내 천성이 그러하니 카스티야의 귀족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이들에게 이런 선행을 베푸는 것이오.”
그들은 두 번이나 포옹을 나누었다.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채 작별 인사를 했다. 그들은 두 명의 새로운 여성 순례자들의 연약한 상태를 고려해 편안히 여행했고, 3일 만에 몬세라트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3일을 더 머물며 선량하고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했다. 같은 속도로 여행을 계속해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그들은 최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서원을 이행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순례자 복장을 벗지 않기로 했다. 그들은 천천히, 휴식을 취하며 만족스럽게 고향으로 향했다. 그러나 레오카디아의 마을(테오도시아의 마을에서 1리그 떨어진 곳이라고 했다)이 보이는 언덕에 오르자, 두 신부는 고향 마을을 보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 광경은 지난 일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
그들이 있던 곳에서 두 마을 사이의 넓은 계곡이 보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올리브 나무 그늘 아래 위풍당당한 기사 한 명이 강력한 말을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왼팔에 매우 흰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는 굵고 긴 창을 비스듬히 들고 있었다. 그들이 주의 깊게 보고 있을 때, 올리브 숲 사이로 같은 무장을 하고 같은 모습을 한 두 기사가 더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잠시 후 세 기사가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더니 헤어졌다. 마지막에 온 두 기사 중 한 명이 처음 올리브 나무 아래 있던 기사와 함께 갔다.
그 두 기사는 말에 박차를 가해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그들은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인 듯 격렬하고 능숙하게 창을 던지기 시작했다. 때로는 공격을 피하고 때로는 받아내며 그들이 그 기술의 달인임을 보여주었다. 세 번째 기사는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돈 라파엘은 그렇게 멀리서 그 치열하고 독특한 전투를 지켜보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언덕을 달려 내려갔다. 그의 누이와 약혼녀가 그를 따랐다.
그들은 순식간에 두 전투자 옆에 도착했다. 그때 두 기사는 이미 약간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한 기사의 모자가 떨어지면서 철 투구도 함께 떨어졌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돈 라파엘은 그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아보았고, 마르코 안토니오는 그가 자기 아버지임을 알아보았다. 레오카디아는 전투에 가담하지 않은 기사를 주의 깊게 보다가 그가 자신을 낳은 아버지임을 알아보았다.
이 광경에 네 사람 모두 놀라고 당황해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러나 충격이 가라앉고 이성이 돌아오자 두 사위는 지체 없이 싸우는 두 사람 사이로 들어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만두십시오, 기사님들! 이렇게 부탁드리는 사람들은 당신들의 자식들입니다. 아버지, 저는 마르코 안토니오입니다. 제 생각에 아버지의 존경받는 백발이 이런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은 저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분노를 가라앉히시고 창을 버리시거나 다른 적에게 돌리십시오. 지금부터 아버지 앞에 있는 사람은 아버지의 형제가 될 것입니다.”
돈 라파엘도 거의 같은 말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기사들은 멈춰 서서 주의 깊게 말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돈 엔리케, 레오카디아의 아버지가 말에서 내려 자신들이 순례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껴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레오카디아가 그에게 다가가 자신을 알아보게 한 후, 싸우는 사람들을 화해시켜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그녀는 간단히 돈 라파엘이 자신의 남편이고 마르코 안토니오가 테오도시아의 남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자 그녀의 아버지는 말에서 내려 그녀를 껴안았다. 하지만 곧 그녀를 놓고 화해를 시키러 갔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두 사람은 자신들의 아들을 알아보고 말에서 내려 그들을 껴안고 있었다. 모두가 사랑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모여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은 자식들의 몸을 만져보며 그들이 환영인지 아닌지 확인했다. 그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이런저런 의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안심이 되자 다시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껴안았다. 그때 계곡에서 많은 무장한 사람들이 걸어오거나 말을 타고 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자기 마을의 기사를 돕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도착해서 순례자들과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는 말에서 내려 놀라워했다. 돈 엔리케가 간단히 레오카디아가 들려준 이야기를 설명해주었다.
모두가 기쁨의 표정으로 순례자들을 껴안으러 갔다. 돈 라파엘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간단히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 전체를 다시 들려주었다. 그는 레오카디아와 결혼했고 그의 누이 테오도시아가 마르코 안토니오와 결혼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은 새로운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들은 구조대로 온 사람들의 말 중 다섯 마리를 타고 마르코 안토니오의 마을로 가기로 했다. 마르코 안토니오의 아버지는 그곳에서 모두의 결혼식을 치르겠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동의하고 그들은 출발했다. 일행 중 몇몇은 앞서 가서 신랑 신부들의 친척과 친구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가는 길에 돈 라파엘과 마르코 안토니오는 그 싸움의 이유를 들었다. 테오도시아와 레오카디아의 아버지들이 마르코 안토니오의 아버지에게 결투를 신청한 것이었다. 그가 아들의 속임수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와서 그를 혼자 발견하자 공정하게 싸우기 위해 한 명씩 상대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그들이 도착하지 않았다면 그 싸움은 한 명 또는 둘 다의 죽음으로 끝났을 것이다.
네 명의 순례자들은 이 행운의 결말에 대해 신께 감사드렸다. 다음 날 마르코 안토니오의 아버지는 화려하고 웅장하며 호화로운 잔치를 벌여 아들과 테오도시아, 돈 라파엘과 레오카디아의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고 아름다운 자손을 남겼다. 그 자손들은 오늘날까지 이 두 마을에 살고 있다. 이 마을들은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좋은 마을들 중 하나다. 마을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은 두 아가씨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다. 어쩌면 악의적인 혀들이나 어리석게 까다로운 사람들이 그들의 욕망의 경솔함과 갑작스러운 복장 변경을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그들이 소위 큐피드의 화살이라 부르는 것에 한 번이라도 맞아본 적이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기 전에는 그러한 자유로움을 비난하지 말라고. 사실 그것은 이성을 압도하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라 센요라 코르넬리아
안토니오 데 이순사와 후안 데 감보아는 살라망카에서 공부하던 신분 높은 귀족 청년들이었다. 나이도 비슷하고 매우 영리했으며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그들은 젊은 혈기와 세상을 보고 싶다는 욕망에 이끌려 학업을 중단하고 플랑드르로 가기로 결심했다. 무기를 다루는 일이 모든 이에게 어울리긴 하지만 특히 귀족 출신들에게 더욱 잘 어울린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플랑드르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평화로운 상태였고, 곧 평화 협정이 체결될 예정이었다. 앙베르에서 부모님의 편지를 받았는데, 그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떠난 것에 대해 크게 화를 내셨다. 부모님께서는 그들의 신분에 걸맞은 편의를 제공하고 싶어 하셨던 것이다. 결국 부모님의 서운함을 알아차린 그들은 스페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플랑드르에서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돌아가기 전에 이탈리아의 유명한 도시들을 모두 둘러보고 싶었다. 모든 도시를 방문한 후 볼로냐에 머물렀다. 그 유명한 대학의 학문에 감탄하여 자신들의 학업을 그곳에서 계속하기로 했다. 부모님께 자신들의 의도를 알렸고, 부모님들은 크게 기뻐하셨다. 그들의 신분과 부모님의 지위에 걸맞게 후하게 지원해 주셨다.
그들은 학교에 나가기 시작한 첫날부터 모든 이들에게 귀족이자 세련되고 영리하며 교양 있는 젊은이로 인정받았다. 안토니오는 24세쯤 되었고 후안은 26세를 넘지 않았다. 이 좋은 나이에 그들은 매우 우아하고 음악과 시에도 능했으며 무예에도 뛰어났다. 이런 면모 덕분에 그들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고 환영받았다.
그들은 곧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 대학에서 공부하는 수많은 스페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도시 사람들과 외국인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모든 이에게 관대하고 예의바르게 대했으며, 스페인 사람들이 흔히 그렇다고 하는 오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젊고 명랑했기에 도시의 미인들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했다. 많은 귀족 처녀들과 결혼한 여인들이 정숙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했지만, 그중에서도 코르넬리아 벤티볼리가 단연 으뜸이었다. 그녀는 옛 명문가인 벤티볼리 가문 출신으로, 한때 볼로냐를 다스렸던 가문이었다.
코르넬리아는 아름다움이 극치에 달했고, 오빠인 로렌조 벤티볼리의 보호와 돌봄 아래 있었다. 로렌조는 매우 명예로운 용감한 기사였다. 그들은 고아였지만 부모님이 많은 재산을 남겨주셨고, 재산은 고아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코르넬리아의 정숙함과 오빠의 엄격한 보호로 인해 그녀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오빠도 그녀를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이런 소문에 후안과 안토니오는 그녀를 보고 싶어 했지만, 교회에서라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들이 기울인 노력은 헛수고였고, 불가능한 일에 대한 욕망은 희망을 꺾어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오직 학업에 대한 사랑과 몇몇 건전한 오락으로 즐겁고 명예로운 삶을 살았다. 그들은 밤에 거의 외출하지 않았고, 외출할 때는 함께 나갔으며 무장을 갖추었다.
어느 날 밤, 안토니오가 후안에게 자신은 기도를 하고 싶으니 먼저 나가라고 말했다. 곧 뒤따라가겠다고 했다.
“그럴 필요 없소,” 후안이 말했다. “난 당신을 기다리겠소. 오늘 밤 나가지 않아도 상관없소.”
“아니오, 제발 나가시오,” 안토니오가 대답했다. “나가서 바람을 쐬시오. 난 곧 당신을 따라잡겠소. 우리가 항상 가는 곳으로 가신다면 말이오.”
“알겠소, 당신 뜻대로 하시오,” 후안이 말했다. “편히 계시고, 나가신다면 오늘 밤도 전과 같은 길을 걸으리다.”
후안은 떠났고 안토니오는 남았다. 밤은 어두웠고 시각은 11시였다. 후안은 두세 거리를 걸었고, 혼자였기에 대화 상대가 없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며 대리석 기둥으로 지지된 회랑이 있는 거리를 지나갈 때, 어떤 문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밤의 어둠과 회랑으로 인한 그림자 때문에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고, 문이 살짝 열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문으로 다가갔고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파비오 님이십니까?”
후안은 예 아니오를 확실히 하지 않은 채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것을 받아 안전하게 보관하세요,”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리고 곧 돌아오세요. 중요한 일이에요.”
후안은 손을 뻗어 무언가를 만졌고, 그것을 받으려면 양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그가 그것을 받자마자 문이 닫혔고, 그는 거리에 짐을 들고 서 있게 되었다. 무엇을 들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러나 곧 갓 태어난 듯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후안은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문을 다시 두드리는 것은 아기의 주인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아기를 그대로 두고 가는 것도 아기 자체에 위험할 수 있었다. 집에 데려가려 해도 돌볼 사람이 없었고, 도시에서 아기를 맡길만한 사람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 아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돌아오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집으로 가져가 하녀에게 맡기고 곧 돌아와 도움이 필요한지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이 그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고, 아기를 그에게 준 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결국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아기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 그때 안토니오는 이미 집에 없었다. 그는 방으로 들어가 하녀를 불러 아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그의 생애에서 본 적 없는 가장 아름다운 아기였다. 아기를 감싼 천은 부유한 부모의 자식임을 보여주었다. 하녀가 아기를 풀어보니 사내아이였다.
“이 아이에게 젖을 먹여야 해요,” 후안이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세요. 이 고급스러운 옷을 벗기고 더 초라한 옷을 입히세요. 그리고 내가 데려왔다는 말은 하지 말고 산파의 집으로 데려가세요. 산파들은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죠. 돈도 가져가서 그녀에게 충분히 보상하세요. 그리고 진실을 숨기기 위해 아이의 부모를 원하는 대로 지어내세요.”
하녀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후안은 서둘러 그를 부른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집에 도착하기 직전,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을 공격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지만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칼싸움은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칼이 돌에 부딪혀 일으키는 불꽃의 빛에 의해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을 공격하고 있음을 거의 볼 수 있었다. 그는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은 외침을 들으며 확신했다.
“아, 배신자들아! 너희는 수가 많고 나는 혼자다! 그래도 너희의 비열함이 너희를 이기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보면서 후안은 용감한 마음에 이끌려 두 걸음에
그는 재빨리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칼과 방패를 들고 스페인 사람으로 알려지지 않기 위해 이탈리아어로 방어하는 자에게 말했다.
“두려워 마십시오. 당신을 도울 사람이 왔으니 목숨을 잃을 때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주먹을 휘두르십시오. 배신자들은 수가 많아도 힘이 없습니다.”
이 말에 상대방 중 한 명이 대답했다.
“거짓말 마시오. 여기엔 배신자가 없소.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으려는 것은 어떤 과도함도 허용되는 법이오.”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적들이 서로를 공격하느라 바빠 말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돈 후안이 보기에 적은 여섯 명 정도였다. 그들은 동료를 심하게 압박해 동시에 가슴에 두 번의 찌름을 가해 그를 땅에 쓰러뜨렸다. 돈 후안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놀라운 속도와 용기로 모든 적의 앞에 서서 칼과 찌르기의 비를 퍼부어 그들을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기에는 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다행히 이웃들이 창문에 불을 밝히고 큰 소리로 치안 판사를 부르는 행운이 따랐다. 이를 본 적들은 거리를 빠져나가 등을 돌려 달아났다.
이때 쓰러졌던 사람이 일어났다. 칼날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가슴받이에 막혔기 때문이었다. 돈 후안은 싸움 중에 모자를 잃어버렸고, 찾다가 우연히 다른 모자를 주워 썼다. 쓰러졌던 사람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귀하가 누구시든, 제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귀하를 위해 쓰겠습니다. 부디 귀하의 이름을 알려주시어 제가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알 수 있게 해주십시오.”
돈 후안이 대답했다.
“저는 무례하지도, 이해관계가 없지도 않습니다. 귀하의 요청과 만족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도시에서 공부하는 스페인 귀족입니다. 제 이름을 아시는 것이 중요하다면 말씀드렸겠지만, 혹시 제게 다른 일로 도움을 청하실 경우를 위해 제 이름이 돈 후안 데 감보아임을 아셔야 합니다.”
“귀하께서 큰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쓰러졌던 사람이 답했다. “하지만 저는 돈 후안 데 감보아 님, 제가 누구인지, 제 이름이 무엇인지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 이를 통해 알게 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되도록 하겠습니다.”
돈 후안은 먼저 그에게 부상을 입었는지 물었다. 그가 두 번이나 큰 찌름을 당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신의 은혜로 훌륭한 가슴받이 덕분에 막아냈지만, 돈 후안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적들에게 당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때 그들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고 돈 후안이 말했다.
“저들이 돌아온 적들이라면, 각오하십시오. 귀하의 신분에 걸맞게 행동하십시오.”
“제가 보기에는 적이 아니라 친구들인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다가온 여덟 명의 사람들이 쓰러졌던 사람을 둘러싸고 조용히 몇 마디 말을 나누었지만, 돈 후안은 들을 수 없었다.
그 후 그 사람은 돈 후안에게 돌아와 말했다.
“이 친구들이 오지 않았다면 돈 후안 님, 저는 절대로 당신을 떠나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떠나 주시고 저를 내버려 두십시오. 제게 중요한 일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머리를 만져보더니 모자가 없는 것을 알아챘다. 온 사람들에게 돌아서서 모자를 달라고 했다. 그의 것이 떨어졌다고 했다. 돈 후안은 즉시 길에서 주워 쓴 모자를 그에게 건넸다. 그 사람은 모자를 만져보더니 돈 후안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이 모자는 제 것이 아닙니다. 돈 후안 님의 목숨을 걸고 맹세컨대, 이 싸움의 전리품으로 가져가십시오. 잘 간직하세요. 아마도 알려진 물건일 겁니다.”
그들은 그에게 다른 모자를 주었고, 돈 후안은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몇 마디 짧은 인사를 나눈 뒤 그를 떠났다. 그는 누구인지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갔다. 아기를 받았던 문 앞에 가지 않았는데, 온 동네가 싸움 소리에 깨어 소란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동료인 돈 안토니오 데 이순사를 만났다. 서로를 알아보고 돈 안토니오가 말했다.
“돈 후안, 저와 함께 저 위로 가주십시오. 가는 길에 당신이 평생 들어보지 못했을 이상한 이야기 하나를 해드리겠습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돈 후안이 대답했다. “하지만 가시죠, 원하는 곳으로. 당신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돈 안토니오가 앞장서며 말했다.
“당신이 나간 지 한 시간쯤 지나 당신을 찾으러 나왔습니다. 여기서 30걸음도 채 가지 않아 까만 인영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죠. 가까이 오자 긴 옷을 입은 여자임을 알아챘습니다. 흐느끼며 한숨 지으며 이탈리아어로 말했습니다. ‘혹시 외국인이신지, 아니면 이 도시 분이신지요?’ 저는 ‘외국인이며 스페인 사람’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습니다. ‘하늘에 감사드립니다. 성사를 받지 못한 채 죽지 않게 해주시네요.’ 제가 ‘부인, 부상을 입으셨나요, 아니면 죽음에 이를 만한 병이라도 있으신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가진 병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말이에요. 당신 나라 사람들의 예의 바름을 믿고 부탁드립니다. 스페인 선생님, 저를 이 거리에서 빨리 데리고 나가 당신 숙소로 데려가 주세요. 그곳에서 원하신다면 제 병과 제가 누구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제 명예를 해치더라도 말이에요.’ 이 말을 듣고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더 묻지 않고 손을 잡아 평소 다니지 않는 길로 숙소로 데려왔습니다. 산티스테반이 문을 열어주었고, 그를 물러나게 한 뒤 그가 보지 못하게 제 방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기절하듯 쓰러졌습니다. 가까이 가서 얼굴을 가린 망토를 벗겼더니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제 생각에 18세 정도로 보이는데, 오히려 그보다 어려 보입니다. 그 아름다움에 놀라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얼굴에 물을 뿌려 정신을 차리게 했습니다. 그녀는 부드럽게 한숨을 쉬며 깨어났고, 첫 마디가 ‘선생님, 저를 아시나요?’였습니다. 제가 ‘아뇨’라고 대답하자 그녀는 ‘그게 제 불행이에요. 하늘이 저에게 아름다움을 주신 건 더 큰 불행을 위해서였나 봐요. 하지만 선생님, 지금은 아름다움을 칭찬할 때가 아니라 불행을 해결할 때예요. 부탁드립니다. 저를 여기 가둬두시고 아무도 보지 못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빨리 제가 만난 곳으로 돌아가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지 보세요. 하지만 어느 쪽도 돕지 마시고 화해시키려고만 하세요. 어느 쪽이 다치더라도 결국 제 불행만 커질 뿐이에요.’ 그녀를 가두고 왔고, 이제 이 싸움을 말리러 갑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돈 안토니오?” 돈 후안이 물었다.
“충분하지 않나요?” 돈 안토니오가 대답했다. “제 방에 열쇠로 잠근 채 인간의 눈으로 본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두고 왔다고 말씀드렸는데 말입니다.”
“사건이 확실히 이상하군요, 돈 후안.” 돈 안토니오가 말했다. “하지만 제 이야기도 들어보세요.”
그러고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이야기했다. 그에게 맡겨진 아이가 집에서 유모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값비싼 옷을 가난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아이를 키울 곳이나 최소한 당장의 필요를 도와줄 곳으로 데려가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을 말했다. 또한 그가 찾으러 왔던 싸움은 이미 끝나고 평화로워졌다고 했다. 그는 그 싸움에 참여했었고, 그가 짐작하기로는 싸움에 가담한 사람들이 모두 신분 높고 용감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에 놀라워하며 서둘러 여관으로 돌아갔다. 갇혀 있는 여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가는 길에 돈 안토니오가 돈 후안에게 말했다. “저는 그 여인에게 아무도 그녀를 보지 못하게 하고, 그녀가 원하지 않는 한 제 외에는 아무도 그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건 문제될 게 없습니다.” 돈 후안이 대답했다. “그녀를 볼 방법은 있을 겁니다. 당신이 그토록 아름답다고 칭찬하셔서 저도 무척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세 명의 하인 중 한 명이 들고 나온 등불 아래에서 돈 안토니오는 돈 후안의 모자를 보고 다이아몬드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모자를 벗어 보았고, 그 빛이 매우 값비싼 장식띠에서 나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두 사람이 그것을 살펴보고 내린 결론은, 만약 모든 다이아몬드가 진품이라면 만 이천 두카도는 넘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로써 그들은 싸움에 가담한 사람들이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특히 돈 후안이 도와준 사람이 그렇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돈 후안은 그 사람이 모자를 가져가 보관하라고 했던 것을 기억했는데, 그 모자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하인들을 물러가게 하고 돈 안토니오가 방문을 열었다. 그는 여인이 침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녀는 뺨에 손을 대고 부드럽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돈 후안은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에 문에 머리를 들이밀었고, 그 순간 다이아몬드의 빛이 울고 있는 여인의 눈에 비쳤다. 그녀는 눈을 들어 말했다.
“들어오세요, 공작님. 왜 그렇게 인색하게 방문해 주시는 건가요?”
이 말에 돈 안토니오가 대답했다. “부인, 여기엔 당신을 뵙기를 사양하는 공작이 없습니다.”
“어떻게 없다는 말씀이세요?” 그녀가 대꾸했다. “방금 문에 나타난 분이 페라라 공작이십니다. 그분의 모자의 화려함으로 보아 그분을 숨길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정말이지, 부인.” 돈 안토니오가 말했다. “당신이 보신 모자를 쓴 분은 공작이 아닙니다. 만약 누가 그 모자를 썼는지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그분이 들어올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그녀가 말했다. “비록 공작이 아니라면 제 불행은 더 커질 것 같지만요.”
돈 후안은 이 모든 대화를 들었고, 이제 들어갈 허락을 받았으니 모자를 손에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그녀 앞에 나타나자마자 그녀는 그가 말했던 화려한 모자를 쓴 사람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혼란스럽고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저는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가요! 나리, 제발 더 이상 저를 애태우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이 모자의 주인을 아시나요? 어디서 그분을 만나셨나요? 그리고 어떻게 이 모자가 당신 손에 들어왔나요? 혹시 그분이 살아 계신가요? 아니면 이것이 그분의 죽음을 알리는 것인가요? 아, 내 사랑이여, 이게 무슨 일인가요! 여기서 당신의 물건을 보고 있지만, 당신은 보이지 않네요. 저는 여기 갇혀 있고, 신사다운 스페인 신사들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지 않았다면 제 정절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목숨을 버렸을 거예요!”
“진정하세요, 부인.” 돈 후안이 말했다. “이 모자의 주인은 죽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해도 당하지 않을 곳에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능력이 닿는 한 당신을 섬기고 보호하며 목숨을 걸고 당신을 지킬 것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선함에 대한 당신의 믿음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스페인 사람이며 고귀한 신분입니다. 이런 말이 거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적절한 말입니다. 안심하세요. 당신의 존재가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심으로 대우받을 것입니다.”
“그렇게 믿겠습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하지만 나리, 제발 말씀해 주세요. 이 값비싼 모자가 어떻게 당신 손에 들어왔나요? 그 주인은 어디 있나요? 그분은 최소한 알폰소 데스테, 페라라 공작이십니다.”
그러자 돈 후안은 그녀를 더 이상 애태우지 않기 위해 한 싸움에서 그 모자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 싸움에서 그는 한 기사를 도와주었는데, 그녀의 말로 미루어 보아 그 기사가 분명 페라라 공작일 것이라고 했다. 그 싸움 중에 그 기사가 모자를 잃어버렸고 그가 이 모자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 기사는 그에게 모자를 보관하라고 했는데, 그 모자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싸움이 끝났을 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싸움이 끝난 후 그 기사의 하인이나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이 왔고, 그 기사는 그에게 가라고 하면서 그가 준 도움에 매우 감사해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인, 이 값비싼 모자는 제가 말씀드린 대로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그 주인이 공작이라면, 여러분이 말씀하신 대로, 제가 그를 떠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그는 건강하고 안전했습니다. 이 사실이 당신께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공작의 상태를 아는 것이 당신께 위안이 된다면 말입니다.”
“당신이 왜 그에 대해 묻고 그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시려면, 내 불행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하지만 먼저 주의해주세요.”
그녀가 이 말을 하는 동안, 유모는 아이에게 꿀을 먹이고 값비싼 옷을 가난한 옷으로 갈아입히느라 바빴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유모는 돈 후안의 지시대로 아이를 산파의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그녀가 갇혀 있는 여인의 방 옆을 지나갈 때 아이가 울기 시작했고, 그 소리를 들은 여인은 일어나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더 주의 깊게 들었고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더 분명히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여러분, 저 울음소리는 갓 태어난 아이의 것 같은데, 무슨 아기인가요?”
돈 후안이 대답했다. “오늘 밤 우리 집 문 앞에 버려진 아이입니다. 유모가 지금 그 아이에게 젖을 줄 사람을 찾으러 가는 중입니다.”
“제발 그 아이를 여기로 데려와 주세요.” 여인이 말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부탁드립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자식에게라도 그 자비를 베풀겠습니다. 하늘이 제 자식에게는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까요.”
돈 후안이 유모를 불러 아이를 데려오게 했다. 그는 아이를 요구한 여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부인. 오늘 밤 우리가 받은 선물입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닙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우리 집 문간에서 이런 것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녀는 아이를 팔에 안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녀는 가난하지만 깨끗한 옷을 입은 아이의 얼굴과 옷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눈물을 참지 못하고 머리의 베일을 가슴 위로 내렸다. 그녀는 정숙하게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아이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가까이 대고 젖을 먹이며 눈물로 아이의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아이가 젖을 뗄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 시간 동안 네 사람 모두 침묵을 지켰다. 아이는 젖을 빨았지만,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인은 젖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돈 후안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제가 너무 성급했군요. 이런 경우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어요. 나리, 이 아이에게 꿀을 약간 발라주게 하시고, 이 시간에 거리로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데려가세
돈 후안은 아이를 유모에게 데려갔다. 그리고 날이 밝을 때까지 아이를 돌보고 가져왔을 때의 화려한 옷을 입히라고 지시했다. 또한 그에게 먼저 알리지 않고 아이를 데려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셋이서 있을 때, 아름다운 코르넬리아가 말했다.
“당신들이 제가 말하길 원하신다면, 먼저 먹을 것을 좀 주세요. 저는 기절할 것 같아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답니다.”
돈 안토니오는 재빨리 서랍장으로 가서 여러 과자를 꺼냈다. 기절했던 그녀는 그중 몇 개를 먹고 차가운 물 한 잔을 마셨다. 그러자 정신이 들었고 좀 진정된 듯 말했다.
“신사 여러분, 앉으시고 제 말을 들어주세요.”
그들은 그렇게 했고, 그녀는 침대 위에 몸을 기대고 옷자락으로 몸을 잘 감쌌다. 그리고 머리에 쓰고 있던 베일을 등 뒤로 늘어뜨려 얼굴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마치 달이나 더 정확히 말해 가장 아름답고 밝은 태양과도 같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진주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녀는 하얀 손수건으로 그것을 닦았다. 그 손과 손수건 사이에서 어느 것이 더 하얀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마침내 그녀는 한숨을 여러 번 쉬고 가슴을 진정시키려 노력한 후, 다소 슬프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신사 여러분, 여러분이 분명 여러 번 들어보셨을 그 사람입니다. 제 아름다움에 대한 소문이,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많은 입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죠. 저는 코르넬리아 벤티볼리이고, 로렌조 벤티볼리의 누이입니다. 이 말로 두 가지 진실을 말씀드렸을 것 같네요. 하나는 제 고귀한 신분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 아름다움에 대한 것입니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오빠의 보호 아래 있게 되었어요. 오빠는 어릴 때부터 저를 매우 조심스럽게 보호했지만, 제 정숙한 성품을 더 신뢰했던 것 같아요. 결국 저는 벽에 둘러싸인 고독 속에서, 오직 하녀들만을 동반한 채 자라났어요. 그리고 저와 함께 제 아름다움에 대한 소문도 자라났죠. 그 소문은 하인들과 저를 은밀히 만나던 이들에 의해 퍼졌고, 또 제 오빠가 유명한 화가에게 그리게 한 초상화 때문이기도 했어요. 오빠 말로는 제가 하늘나라로 가더라도 세상에 제 모습이 남아있게 하려는 것이었대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제 파멸을 재촉하기에는 부족했을 거예요. 만약 페라라 공작이 제 사촌의 결혼식에 대부로 오지 않았더라면 말이에요. 오빠는 선한 의도로, 또 친척의 명예를 위해 저를 데려갔죠. 그곳에서 저는 보았고 또 보여졌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곳에서 저는 마음을 빼앗고 의지를 정복했어요. 그곳에서 저는 칭찬이 즐거운 것임을 느꼈죠, 비록 아첨하는 말일지라도요. 마침내 그곳에서 저는 공작을 보았고 그도 저를 보았어요. 그 시선의 결과로 저는 지금 이렇게 되었네요. 신사 여러분, 저희가 어떤 방법과 계략으로 2년 만에 우리의 욕망을 이루게 되었는지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않겠어요. 그건 끝없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경비병도, 조심성도, 명예로운 충고도, 그 어떤 인간적인 노력도 우리가 만나는 것을 막지 못했어요. 결국 그가 제 남편이 되겠다는 약속 아래 우리는 하나가 되었죠. 그 약속이 없었다면 제 고결한 자존심의 요새를 무너뜨리는 건 불가능했을 거예요. 저는 그에게 수없이 말했어요. 공개적으로 오빠에게 청혼하라고요. 오빠가 거절할 리 없다고요. 또 우리 결혼의 신분 차이에 대해 대중이 비난할 이유가 없다고요. 벤티볼리 가문의 귀족성이 에스테 가문에 결코 뒤지지 않으니까요. 그는 저에게 변명으로 대답했고, 저는 그것들을 충분하고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였어요. 사랑에 빠진 여자로서 저는 믿었고, 그의 뜻에 완전히 따랐어요. 이 모든 일의 중개자는 제 하녀였는데, 그녀는 공작의 선물과 약속에 넘어가 제 오빠가 그녀에게 둔 신뢰를 저버렸죠. 결국 며칠 후 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제 옷이 제 방종함을 드러내기 전에(다른 말로 표현하긴 어렵네요), 저는 병들고 우울한 척했어요. 그리고 오빠에게 공작이 대부였던 그 사촌의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어요. 거기서 저는 제가 처한 상황과 제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을 그에게 알렸어요. 오빠가 제 부정함을 의심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었거든요. 우리는 임신 말기에 접어들면 제가 그에게 알리기로 합의했어요. 그러면 그가 친구들과 함께 와서 저를 페라라로 데려가, 그가 기다리던 시기에 공개적으로 저와 결혼하기로 했죠. 오늘 밤이 바로 그가 오기로 한 밤이었어요. 바로 오늘 밤, 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때, 저는 오빠가 다른 많은 무장한 듯한 사람들과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들의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그 갑작스러운 공포로 인해 저는 즉시 진통을 겪었고, 순식간에 아름다운 아이를 낳았어요. 제 비밀을 알고 있던 그 하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기에, 아이를 다른 옷으로 감쌌어요. 지금 당신들의 문 앞에 버려진 그 아이와는 다른 옷이었죠. 그리고 거리로 나가 그녀가 말하길 공작의 하인에게 아이를 건넸다고 해요. 저는 잠시 후 최선을 다해 몸을 추스르고(당시 상황의 필요에 따라) 집을 나섰어요. 공작이 거리에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가 문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오빠의 무장한 일행이 제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고 생각한 공포 때문에, 저는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정신없이 밖으로 나왔고, 여러분이 보신 대로 된 거예요. 비록 제가 아이도 잃고 남편도 잃고 더 나쁜 일이 일어날까 두렵지만, 저는 하늘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손에 맡겨졌으니까요. 저는 스페인의 예의에서, 그리고 특히 여러분의 고귀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약속받았다고 생각해요.”
이 말을 하며 그녀는 완전히 침대 위로 쓰러졌다. 두 사람은 그녀가 기절했는지 보러 갔지만, 그저 쓰라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돈 후안이 그녀에게 말했다.
“아름다운 부인이여, 지금까지 저와 제 친구 돈 안토니오는 당신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동정심과 연민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의 신분을 알게 되어, 동정심과 연민은 우리에게 당신을 섬겨야 할 의무가 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세요, 실망하지 마세요. 비록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으시겠지만, 당신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실 겁니다. 하늘이 이렇게 이상한 사건들이 행복한 결말을 맺도록 하지 않을 리 없다고 믿습니다. 그런 아름다움이 잘못 누려지고, 그런 고귀한 생각들이 실패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요. 부인, 이제 누우시고 몸을 돌보세요. 그게 필요하실 테니까요. 우리 하녀가 들어와 당신을 모실 겁니다. 당신은 그녀를 우리만큼 신뢰하셔도 됩니다. 그녀는 당신의 불행을 비밀에 부치는 것뿐만 아니라 당신의 필요를 채우는 데도 능숙할 겁니다.”
“제가 처한 상황이 저를 더 어려운 일에도 따르게 만듭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신사님,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당신 쪽에서 인도하신다면, 저는 매우 좋은 안내를 받게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부탁드리건대, 당신의 하녀 외에는 아무도 저를 보지 않게 해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돈 안토니오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녀를 혼자 두고 나왔다. 돈 후안은 유모에게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를 데려오되, 그가 가져왔을 때 입고 있던 화려한 옷을 입혀오라고 말했다. 유모는 그렇게 했다고 대답했고, 아이는 이미 그렇게 차려입고 있다고 했다.
유모가 들어와 안에서 만날 부인에게 그 아이에 관해 무엇을 대답해야 할지 주의를 받았다.
코르넬리아는 그녀를 보자마자 말했다.
“어서 오세요, 친구여. 그 아이를 주시고 초를 이리 가져오세요.”
유모가 그렇게 하자 코르넬리아는 아이를 팔에 안고 완전히 동요하며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유모에게 말했다.
“말씀해 주세요, 부인. 이 아이와 조금 전에 제게 데려오신 아이는 같은 아이인가요?”
“네, 부인.” 유모가 대답했다.
“그런데 어째서 포대기가 이렇게 바뀌었나요?” 코르넬리아가 되물었다. “정말이지, 친구여, 이것은 다른 포대기거나 아니면 이 아이가 같은 아이가 아닌 것 같아요.”
“모두 그럴 수 있습니다.” 유모가 대답했다.
“이런 죄인 같으니!” 코르넬리아가 말했다. “어떻게 모두 그럴 수 있다는 겁니까? 친구여, 이게 어찌된 일인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요. 말씀해 주세요,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위해. 이렇게 화려한 포대기를 어디서 구하셨나요? 이 포대기가 제 것이라는 걸 알려드릴게요. 눈이 속이지 않고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말이에요. 이와 똑같거나 비슷한 포대기로 내 하녀에게 내 영혼의 소중한 보물을 맡겼어요. 누가 그걸 빼앗았나요? 아, 불행한 나여! 그리고 누가 여기에 가져왔나요? 아, 운 없는 나여!”
돈 후안과 돈 안토니오는 이 모든 불평을 듣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불평이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바뀐 포대기의 속임수로 인해 그녀가 더 고통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들어가 돈 후안이 말했다.
“그 포대기와 아이는 당신의 것입니다, 코르넬리아 부인.”
그리고 그는 자세히 설명했다. 그가 어떻게 하녀로부터 아이를 받았는지, 어떻게 집으로 데려왔는지, 유모에게 포대기를 바꾸라고 지시한 이유와 경위를 말했다. 비록 그녀의 출산에 대해 들은 후에는 그 아이가 그녀의 아들이라고 항상 확신했지만, 만약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아이를 알아보는 놀라움 뒤에 아이를 알아본 기쁨이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거기에서 코르넬리아의 기쁨의 눈물은 끝이 없었고, 아들에 대한 키스도 끝이 없었다. 그녀의 은인들에 대한 감사도 끝이 없었다. 그녀는 그들을 인간의 수호천사라 부르며 그녀의 감사를 나타내는 다른 호칭들도 사용했다. 그들은 그녀를 유모와 함께 남겨두고 그녀를 돌보고 가능한 한 잘 봉사하라고 당부했다. 그녀의 상태를 고려해 그녀의 회복을 돕도록 조언했다. 그들은 유모가 여자이기 때문에 그들보다 그 일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고 그들은 밤의 남은 시간을 쉬러 갔다. 코르넬리아가 그들을 부르거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그녀의 방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날이 밝자 유모는 아이에게 비밀리에 어둠 속에서 젖을 먹일 사람을 데려왔고, 그들은 코르넬리아에 대해 물었다. 유모는 그녀가 조금 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학교에 가서 결투가 있었던 거리와 코르넬리아가 나왔던 집을 지나갔다. 그녀의 실종이 이미 알려졌는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모여 이야기하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도 결투나 코르넬리아의 부재에 대해 아무 말도 듣거나 느끼지 못했다. 수업을 듣고 그들은 숙소로 돌아갔다.
코르넬리아가 유모와 함께 그들을 불렀고, 그들은 더 큰 예의를 지키기 위해 그녀의 방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눈물과 간청으로 그들이 들어와 그녀를 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그녀의 치료에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녀의 위안을 위해 가장 적절한 예의라고 했다. 그들은 그렇게 했고, 그녀는 그들을 기쁜 얼굴과 많은 예의로 맞이했다. 그녀는 그들에게 도시로 나가 그녀의 무모한 행동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는지 보고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은 이미 그 일을 세심하게 처리했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때 세 명의 시종 중 한 명이 방문 앞에 와서 밖에서 말했다.
“문 앞에 로렌조 벤티볼리라고 하는 기사가 두 명의 하인과 함께 서 있습니다. 그는 돈 후안 데 감보아 님을 찾고 있습니다.”
이 소식에 코르넬리아는 두 주먹을 입에 대고 그 사이로 낮고 두려운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제 오라버니예요, 여러분. 틀림없이 제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제 목숨을 빼앗으러 왔을 거예요. 도와주세요, 여러분. 보호해주세요.”
“진정하세요, 부인.” 돈 안토니오가 말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해도 받지 않을 곳에, 당신을 해치지 않을 사람들과 함께 있습니다. 돈 후안 님, 가서 그 기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보시죠. 저는 여기 남아 필요하다면 코르넬리아를 지키겠습니다.”
돈 후안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내려갔고, 돈 안토니오는 두 개의 장전된 권총을 가져오게 하고 시종들에게 검을 들고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유모는 이런 준비를 보고 떨었고, 코르넬리아는 두려워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했다. 오직 돈 안토니오와 돈 후안만이 침착했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거리 문에서 돈 후안은 돈 로렌조를 만났고, 그는 돈 후안을 보자 말했다.
“부디 (이것이 이탈리아식입니다) 저와 함께 저 앞에 있는 교회로 가주십시오. 제 생명과 명예가 걸린 일을 귀하와 상의해야 합니다.”
“아주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돈 후안이 대답했다. “가시죠, 원하시는 곳으로.”
이 말과 함께 그들은 나란히 교회로 갔고, 아무도 듣지 못할 곳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로렌조가 먼저 말했다.
“저는 로렌조 벤티볼리라고 합니다. 스페인 분. 제가 이 도시에서 가장 부유하지는 않더라도 가장 높은 신분의 사람들 중 하나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사실이 제가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것입니다. 저는 몇 년 전에 고아가 되었고, 제 여동생이 제 보호 아래 남겨졌습니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저와 관계가 없다면 아마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과장없이 칭찬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명예로운 사람이고 그녀가 어리고 아름답다는 점 때문에 저는 그녀를 지키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 모든 예방책과 노력은 제 여동생 코르넬리아의 무모한 의지에 의해 좌절되었습니다. 결국, 시간을 줄이고 당신을 지루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저는 페라라 공작 알폰소 데스테가 올빼미의 눈으로 아르고스의 눈을 이기고, 제 기술을 무너뜨리고 제 여동생을 정복했다고 말하겠습니다. 어젯밤 그는 우리 친척의 집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녀가 막 출산했다고들 합니다. 어젯밤에 저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를 찾아 칼로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천사의 도움을 받아 제 모욕의 얼룩을 그의 피로 씻어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제 친척은 공작이 제 여동생을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약속으로 그녀를 속였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믿지 않습니다. 운명의 재산 측면에서 그 결혼이 불평등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재산에 대해서는 세상이 벤티볼리 가문의 자질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믿는 것은 그가 강력한 자들이 하는 대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조심스럽고 정숙한 처녀를 유혹하려 할 때 달콤한 남편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어떤 이유로 지금 결혼하지 않는다고 그녀를 설득합니다.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지만, 두려움과 조심성 때문에 그녀는 그것을 믿게 됩니다.”
진실이지만 악의적이고 나쁜 의도로 가득 찬 말들이었다. 어찌 되었든 나는 이제 여동생도 명예도 잃었다. 지금까지 이 일을 비밀에 부쳐왔지만,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했다. 불명예스러운 일은 확실히 알려지는 것보다 추측만 되는 편이 낫다. 의혹 사이에서 각자 원하는 대로 해석할 수 있고 지지자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페라라로 가서 공작에게 직접 보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만약 거절한다면 결투를 신청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군대를 동원해서가 아니라 일대일로 해야 한다.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당신이 스페인 귀족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동행해 주기를 바란다.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말하면 말리려 들 테니 당신에게만 부탁하는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좋은 조언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 제발 나와 함께 가 주시오. 당신 같은 스페인 사람이 곁에 있다면 크세르크세스의 군대를 대동한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당신 나라의 명성에 걸맞은 행동을 해주리라 믿는다.
“로렌조 씨, 이제 그만하시오.” 돈 후안이 말을 끊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경청하고 있었다. “더 이상 말씀하지 마시오. 이제부터 제가 당신의 옹호자이자 조언자가 되어 당신의 명예 회복과 복수를 책임지겠소. 이는 단지 스페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귀족이기 때문이오. 당신도 말씀하신 대로 고귀한 신분이고, 나도 알고 있고 모든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오. 언제 출발할지 말씀해 주시오. 지금 당장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소. 쇠는 달궈졌을 때 두들겨야 하고, 분노는 용기를 북돋우며, 최근의 모욕은 복수심을 불러일으키니 말이오.”
로렌조는 일어나 돈 후안을 꼭 껴안았다.
“당신 같은 고귀한 분께는 명예 외에 다른 이익을 내세울 필요가 없겠소, 돈 후안. 이 일이 잘 마무리되면 그 명예는 당신의 것이오. 게다가 제가 가진 모든 것, 할 수 있는 모든 것, 제 존재 자체를 바치겠소. 내일 떠나고 싶소. 오늘은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겠소.”
“좋소.” 돈 후안이 말했다. “로렌조 씨, 허락해 주신다면 제 동료인 한 귀족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소. 그의 용기와 신중함은 저보다 훨씬 더 믿을 만하오.”
“돈 후안,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제 명예를 맡아주셨으니 마음대로 하시오. 원하는 대로 말하고 원하는 사람에게 말하시오. 더구나 당신의 동료라면 훌륭한 사람일 수밖에 없소.”
그들은 서로 포옹하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 로렌조가 사람을 보내 부를 테니, 그때 도시 밖에서 말을 타고 변장한 채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돈 후안은 돌아와서 로렌조와 있었던 일과 합의 사항을 돈 안토니오와 코르넬리아에게 알렸다.
“오, 하느님!” 코르넬리아가 말했다. “당신의 예의는 정말 대단하고 신뢰도 크군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위험한 모험에 뛰어들 수 있나요? 오빠가 당신을 페라라로 데려갈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데려갈지 어떻게 아세요? 하지만 어디를 가든 충실함 그 자체가 함께 간다고 생각하셔도 돼요. 저는 불행한 사람이라 햇빛 속의 먼지도 걸려 넘어지고 그림자도 두려워하니까요. 제 생명이 공작의 대답에 달려있는데 어찌 두렵지 않겠어요? 공작이 신중하게 대답해서 오빠의 분노를 자제시킬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공작이 약한 적수라고 생각하세요? 당신들이 떠나 있는 동안 저는 두려움과 근심 속에서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야 할 거예요. 제가 공작이나 오빠를 그렇게 적게 사랑한다고 생각하세요? 둘 중 어느 쪽에게라도 불행한 일이 생기면 제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요?”
“코르넬리아 부인, 너무 깊이 생각하고 너무 두려워하시는군요.” 돈 후안이 말했다. “그 많은 두려움 사이에 희망을 품으세요. 하느님과 제 재치, 그리고 선의를 믿으세요. 당신의 소원이 행복하게 이루어질 겁니다. 페라라로 가는 건 피할 수 없고, 저도 당신 오빠를 돕지 않을 수 없어요. 지금까지 우리는 공작의 의도를 모르고, 그가 당신의 실종을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걸 그의 입에서 직접 들어야 하고, 저만큼 잘 물어볼 사람도 없어요. 코르넬리아 부인, 당신 오빠와 공작의 안전과 행복이 제 눈동자 속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그들을 제 눈처럼 아끼겠습니다.”
“하늘이 당신에게 구제할 힘을 주시듯 위로할 은혜를 주셨다면,” 코르넬리아가 대답했다. “이 고난 속에서도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이제 당신이 떠났다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에요. 비록 두려움이 저를 괴롭히겠지만 희망이 저를 붙들어줄 거예요.”
돈 안토니오는 돈 후안의 결정을 승인하며 로렌조 벤티볼리의 신뢰에 대한 그의 훌륭한 대응을 칭찬했다. 그는 또한 자신도 동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안 됩니다.” 돈 후안이 말했다. “코르넬리아 부인을 혼자 두어선 안 되고, 로렌조 씨가 제가 다른 이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힘은 당신의 것과 같습니다.” 돈 안토니오가 대답했다. “그래서 비록 모르는 척하고 멀리서라도 당신을 따라갈 겁니다. 코르넬리아 부인도 그러길 원하실 거고, 그녀를 모시고 지키고 동행할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이에 코르넬리아가 말했다.
“당신들이 함께 가거나 적어도 서로 도울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걸 알면 제게 큰 위안이 될 거예요. 위험해 보이는 일에 가시니 부탁드립니다. 이 성물을 가져가세요.”
그녀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다이아몬드 십자가와 금으로 만든 아뉴스 데이를 가슴에서 꺼냈다. 두 사람은 그 귀중한 보석들을 보고 허리띠보다 더 가치 있게 여겼지만, 받지 않겠다며 돌려주었다. 그들은 자신들도 성물을 가지고 있는데, 비록 장식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지만 그 가치는 못지않다고 말했다. 코르넬리아는 그들이 받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했지만, 결국 그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유모는 주인들의 여정에 대해 들었다. 그들은 유모에게 이야기했지만 어디로 가는지, 무엇 때문에 가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유모는 부인(아직 이름을 모르는)을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주인들이 없어도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로렌조가 문 앞에 와 있었다. 돈 후안은 여행 준비를 하고 허리띠를 둘렀는데, 검은색과 노란색 깃털로 장식하고 검은 천으로 허리띠를 가렸다. 그들은 코르넬리아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코르넬리아는 오빠가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두려워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돈 후안이 먼저 나갔다. 그는 로렌조와 함께 도시 밖으로 나갔다.
약간 외진 과수원에서 그들은 두 명의 젊은이가 고삐를 잡고 있는 두 마리의 훌륭한 말을 발견했다. 그들은 말에 올라타고 젊은이들을 앞세워 인적 드문 길과 샛길을 통해 페라라로 향했다. 돈 안토니오는 자신의 조랑말을 타고 변장한 채 그들을 뒤따랐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을 경계하는 것 같아 보였고, 특히 로렌조가 그러했다. 그래서 그는 페라라로 가는 곧은길을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거기서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자마자 코르넬리아는 유모에게 모든 일의 전말을 털어놓았다. 그 아이가 자신과 페라라 공작의 아들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이야기와 관련된 모든 일을 숨김없이 말했다. 또한 그녀의 주인들이 페라라로 가는 여정이 그녀의 오빠를 동행하여 알폰소 공작에게 결투를 신청하러 가는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유모는 (마치 악마가 시킨 것처럼 코르넬리아의 구원을 방해하고 지연시키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내 사랑하는 아가씨! 그 모든 일을 겪으셨는데 여기서 태평하게 누워 계시다니요! 영혼이 없으신지, 아니면 있어도 무감각한 건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오빠가 페라라로 간다고 생각하세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 주인들을 여기서 멀리 데려가고 이 집에서 떠나게 한 뒤, 다시 돌아와 당신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거예요. 물 한 잔 마시듯 쉽게 그럴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누구의 보호와 보살핌 아래 남겨졌는지 보세요. 겨우 세 명의 하인들뿐이에요. 그들은 자신들의 옴을 긁는 것만으로도 바쁜 사람들이라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적어도 저는 이 집에 닥칠 불행과 파멸을 기다릴 용기가 없어요! 로렌조 씨가 이탈리아인이면서 스페인 사람들을 믿고 도움을 요청한다니, 제 눈에 안경을 끼워도 그런 걸 믿을 순 없어요.” 그녀는 자신에게 무화과 손짓을 했다. “내 딸아, 내 충고를 듣고 싶다면 당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충고를 해 드리겠어요.”
코르넬리아는 유모의 말을 듣고 놀라고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했다. 유모가 그토록 열심히, 그리고 공포의 기색을 역력히 보이며 말하는 것을 보니 그녀가 말하는 모든 것이 사실인 것만 같았다. 어쩌면 돈 후안과 돈 안토니오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고, 그녀의 오빠가 저 문을 통해 들어와 그녀를 칼로 찌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말했다.
“그럼 당신은 어떤 조언을 주시겠어요, 친구여? 닥쳐올 불행을 막을 수 있는 건강한 조언 말이에요.”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을 드리겠어요. 더 나은 건 없을 거예요.” 유모가 말했다. “제가 페라라에서 2마일 떨어진 마을에 있는 본당 신부님을 모시고 있었어요. 그분은 성스럽고 선한 분이시죠. 그분은 저에게 주인 이상의 은혜를 베풀어 주셨어요. 우리 그분께로 가요. 제가 곧 우리를 데려갈 사람을 찾겠어요. 아이에게 젖을 먹이러 오는 여자는 가난한 사람이라 우리와 함께 세상 끝까지라도 갈 거예요. 아가씨, 설령 당신이 발견된다 해도, 나이 들고 존경받는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집에서 발견되는 것이 젊은 스페인 학생들의 손에 있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요? 그들은 제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아프기 때문에 지금까지 당신을 존중했지만, 만약 당신이 그들의 손아귀에서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면, 하느님만이 그것을 바로잡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정말이지, 그들이 나를 존중하는 태도와 냉담함, 그리고 강직함이 없었다면, 그들은 이미 나와 내 명예를 무너뜨렸을 거예요. 그들이 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다르답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에요. 난 꾀바른 데다 신발이 어디서 조이는지 잘 알거든요. 무엇보다 난 좋은 집안 출신이에요. 밀라노의 크리벨로 가문 출신이죠. 내 명예심은 구름보다 10마일은 더 높아요. 이걸 보면 내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이런 내가 스페인 사람들의 하녀가 되다니, 그들은 나를 ‘아마’라고 부르죠. 사실 주인들에 대해 불평할 건 없어요. 그들은 성인 같은 사람들이에요. 화가 나지만 않으면 말이에요. 이 점에서 그들은 비스카야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당신에게는 갈리시아 사람일 수도 있어요. 다른 민족이죠. 소문에 따르면 비스카야 사람들보다 덜 정직하고 예의 바르지 않다고 해요.”
결국 유모는 그토록 많고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코르넬리아를 설득했고, 그녀는 유모의 조언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유모가 모든 것을 준비하고 코르넬리아가 동의하자, 그들은 마차에 올랐다. 두 사람과 아이의 유모가 하인들 모르게 신부가 있는 마을로 향했다. 이 모든 일은 유모의 설득과 그녀의 돈으로 이루어졌다. 주인들이 1년치 월급을 미리 지불했기 때문에 코르넬리아가 준 보석을 저당 잡힐 필요가 없었다. 돈 후안이 그와 그의 형제가 페라라로 가는 곧은길을 따라가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들었기 때문에, 그들은 곧은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천천히 갔고, 마부는 그들의 뜻에 따라 속도를 조절했다. 그가 원하는 대로 돈을 지불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가게 하자. 그들은 대담하면서도 잘 인도되고 있었다. 이제 돈 후안 데 감보아와 로렌조 벤티볼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그들은 가는 길에 공작이 페라라에 있지 않고 볼로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우회로를 버리고 대로, 즉 그곳에서 말하는 ‘에스트라다 마에스트라’로 향했다. 공작이 볼로냐에서 돌아올 때 그 길을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그 길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볼로냐 쪽을 바라보며 누군가 오는지 살펴보았을 때, 그들은 한 무리의 말 탄 사람들을 보았다. 그때 돈 후안은 로렌조에게 길에서 비켜나라고 말했다. 만약 그 무리 속에 공작이 있다면, 그가 페라라에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로렌조는 그렇게 했고 돈 후안의 의견에 동의했다.
로렌조가 물러나자 돈 후안은 값비싼 모자 장식을 가리고 있던 천을 벗겼다. 이것은 그가 나중에 말했듯이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그 사이에 여행자들의 무리가 다가왔고, 그들 중에는 여행복을 입고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말을 탄 여인이 있었다. 아마도 더 잘 가리기 위해서거나 햇빛과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돈 후안은 길 한가운데서 말을 멈추고 얼굴을 드러낸 채 여행자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들이 가까이 왔을 때, 그의 체격, 기개, 강력한 말, 옷차림의 우아함, 그리고 다이아몬드의 광채가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그들 중 한 명이었던 페라라 공작의 눈길을 끌었다. 공작은 모자 장식을 보자마자 그것을 한 사람이 돈 후안 데 감보아라고 확신했다. 그는 싸움에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너무나 확신한 나머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말을 돈 후안 쪽으로 몰며 말했다.
“제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기사님, 당신을 돈 후안 데 감보아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당당한 태도와 그 모자의 장식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결코 제 이름을 숨기거나 숨기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돈 후안이 대답했다. “하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은 누구신지요? 제가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건 불가능할 겁니다.” 공작이 대답했다. “제가 보기에 당신은 어떤 경우에도 무례할 수 없을 것 같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드리자면, 저는 돈 후안…”
“후안, 내가 바로 페라라 공작이오. 당신께 평생 은혜를 갚아야 할 사람이지요. 나흘 전 밤에 당신이 내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말이오.”
공작이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돈 후안은 놀라운 민첩함으로 말에서 뛰어내려 공작의 발에 입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그가 도착할 때쯤 공작은 이미 말에서 내려 있어서, 돈 후안의 팔에 안겨 완전히 내리게 되었다.
로렌조 씨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이 의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이것이 예의를 표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여 말을 돌진시켰다. 하지만 달려가던 중간에 말을 멈췄다. 공작과 돈 후안이 서로를 알아보고 꼭 껴안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공작은 돈 후안의 어깨 너머로 로렌조를 바라보며 그를 알아보았다. 그를 알아본 것에 약간 놀란 듯했다. 그는 껴안은 채로 돈 후안에게 물었다.
“저기 있는 로렌조 벤티볼리가 당신과 함께 온 것이오?”
돈 후안이 대답했다.
“이쪽으로 좀 비켜서시지요. 전하께 중대한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작은 그렇게 했고, 돈 후안이 말했다.
“전하, 저기 보이는 로렌조 벤티볼리가 전하께 작지 않은 불만이 있습니다. 그의 말로는 나흘 전 밤에 전하께서 그의 사촌 집에서 그의 누이 코르넬리아를 데려갔다고 합니다. 그녀를 속이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더군요. 그는 전하께서 어떤 보상을 할 생각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그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는 제게 중재자가 되어달라고 부탁했고, 저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가 말해준 실랑이의 단서로 보아 전하께서 이 장식 끈의 주인이심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전하의 너그러움과 예의로 제게 주신 것이지요. 전하의 입장을 대변할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미 말씀드린 대로 그를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전하께서 이 사건에 대해 아시는 바를 말씀해 주시고, 로렌조의 말이 사실인지 듣고 싶습니다.”
“아, 친구여!” 공작이 대답했다. “그것은 너무나 사실이라 부인할 엄두도 나지 않소. 나는 코르넬리아를 속이지 않았고 그녀를 데려가지도 않았소. 하지만 그녀가 말한 집에서 사라진 것은 사실이오. 속이지 않았다고 한 것은 그녀를 내 아내로 여기기 때문이오. 데려가지 않았다고 한 것은 그녀의 행방을 모르기 때문이오. 내가 공개적으로 약혼식을 올리지 않은 것은 어머니(지금 위독하신)께서 세상을 떠나시기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오. 어머니는 내가 만투아 공작의 딸 리비아와 결혼하기를 바라셨소. 그 밖에도 더 중요한 이유들이 있었지만 지금 말하기에는 적절치 않소. 실제로 있었던 일은 이러하오. 당신이 나를 도와준 그날 밤, 나는 코르넬리아를 페라라로 데려가려고 했소. 그녀가 하늘이 그녀에게 맡긴 아이를 낳을 달이었기 때문이오. 싸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 부주의 때문이었는지, 그녀의 집에 도착했을 때 우리의 약속을 알고 있던 하녀가 나오는 것을 보았소. 코르넬리아를 물었더니 이미 나갔다고 하더군. 그날 밤 아들을 낳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라고 했소. 그 아이를 내 하인 파비오에게 맡겼다고 하오. 저기 오는 여자가 그 하녀요. 파비오는 여기 있지만, 아이도 코르넬리아도 보이지 않소. 나는 이틀 동안 볼로냐에 있으면서 코르넬리아 소식을 듣거나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소.”
“그렇다면, 전하,” 돈 후안이 말했다. “코르넬리아와 당신의 아들이 나타나면 그녀를 당신의 아내로, 그를 당신의 아들로 인정하시겠습니까?”
“물론이지! 나는 기사로서의 명예를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명예를 더욱 자랑스럽게 여기니까. 게다가 코르넬리아는 한 왕국의 여주인이 될 만한 자격이 있소. 그녀가 나타나기만 한다면, 어머니가 살아계시든 돌아가시든, 세상은 내가 연인으로서뿐만 아니라 비밀리에 맹세한 신의를 공개적으로 지킬 줄 아는 사람임을 알게 될 것이오.”
“그렇다면,” 돈 후안이 말했다. “전하께서 제게 하신 말씀을 로렌조에게도 하시겠습니까?”
“오히려 그가 이 사실을 알게 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 유감이오.” 공작이 대답했다.
그 순간 돈 후안은 로렌조에게 말에서 내려 그들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로렌조는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그렇게 했다. 공작은 앞으로 나가 팔을 벌려 그를 맞이했고, 그에게 한 첫 마디는 그를 형제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로렌조는 이토록 애정 어린 인사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거의 알지 못했고, 이렇게 정중한 환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 있었다. 그가 이렇게 망설이고 있을 때, 말을 꺼내기도 전에 돈 후안이 그에게 말했다.
“로렌조 씨, 공작님께서 당신의 누이 코르넬리아와 은밀히 관계를 가졌음을 인정하십니다. 또한 그녀가 공작님의 정식 아내임을 인정하시며, 여기서 말씀하신 것처럼 필요할 때 공개적으로도 그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나흘 전 밤에 그녀를 사촌 집에서 데려가 페라라로 모시고 가려 했음을 인정하십니다. 결혼식을 미룬 것은 매우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당신과의 싸움에 대해서도 말씀하셨고, 코르넬리아를 찾으러 갔을 때 그녀의 하녀 술피시아(저기 오는 여자입니다)를 만났다고 하셨습니다. 그녀에게서 코르넬리아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출산했다는 것을 알았고, 그녀가 아이를 공작의 하인에게 맡겼다고 들었답니다. 그리고 나서 코르넬리아는 공작이 거기 있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갔는데, 이는 당신이 이미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술피시아는 아이를 공작의 하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겼고, 코르넬리아는 보이지 않습니다. 공작님은 모든 책임을 인정하시며, 코르넬리아가 나타날 때마다 그녀를 진정한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더 말씀드릴 것이 있을까요? 아, 그렇죠. 두 가지 소중한 보물을 찾는 것 말고는 더 바랄 것도, 더 원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로렌조는 공작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공작은 그를 일으키려 애썼다.
“당신의 기독교 정신과 위대함으로 볼 때, 저희 자매와 저는 이보다 더 큰 은혜를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그녀를 당신과 동등한 위치에 올려주셨고, 저를 당신의 종으로 삼아주셨습니다.”
이제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은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다른 사람은 이렇게 좋은 시동생을 얻은 기쁨으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감정의 표현이 약함을 보이는 것이라 여기고 눈물을 참았다. 돈 후안의 눈은 기쁨으로 빛났고, 코르넬리아와 그녀의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듯했다. 그는 그들을 자신의 집에 두고 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이런 상태에 있을 때, 돈 안토니오 데 이순사가 나타났다. 그는 돈 후안의 말을 보고 멀리서 알아보았지만, 가까이 와서는 멈춰 섰다. 그는 돈 후안과 로렌조의 말을 보았고, 그들을 알아보았지만 공작은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어찌해야 할지, 돈 후안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할지 망설였다. 그는 공작의 하인들에게 다가가 저 세 사람과 함께 있는 기사를 아는지 물었다. 그들은 그가 페라라 공작이라고 대답했다. 이 말에 그는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돈 후안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불러 이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돈 안토니오는 모두가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말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공작은 그를 매우 정중하게 맞이했다. 돈 후안이 그가 자신의 친구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돈 후안은 돈 안토니오에게 공작과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주었다. 돈 안토니오는 매우 기뻐하며 돈 후안에게 말했다.
“왜 이 기쁜 소식을 완성하지 않으시는 거죠,
“이 분들이 오시는 것을 보고 코르넬리아 부인과 아들을 찾았다고 전하며 포상금을 요구하면 어떨까요?”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제가 요구했을 겁니다, 안토니오 님. 하지만 이제 당신이 요구하십시오. 그들이 기꺼이 줄 것이라 장담합니다.”
공작과 로렌조는 코르넬리아를 찾았다는 말과 포상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
“무슨 일이겠습니까?” 안토니오가 대답했다. “제가 이 비극적인 희극에서 한 역할을 맡으려 합니다. 바로 코르넬리아 부인과 아들을 우리 집에서 찾았다고 포상금을 요구하는 역할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낱낱이 설명했다. 공작과 로렌조 님은 너무나 기뻐 로렌조는 후안을 껴안았고 공작은 안토니오를 껴안았다. 공작은 포상금으로 모든 재산을 약속했고 로렌조 님은 재산과 생명, 영혼까지 바치겠다고 했다. 그들은 후안에게 아이를 넘겨준 하녀를 불렀다. 그녀는 로렌조를 알아보고 떨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아이를 넘겨준 남자를 알아볼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다만 그 남자가 파비오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해서 선의로 아이를 넘겨주었다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후안이 말했다. “그리고 부인, 당신은 곧바로 문을 닫고 아이를 안전하게 데려가 돌아오라고 말씀하셨죠.”
“맞습니다, 나리.” 하녀가 울며 대답했다.
공작이 말했다. “이제 눈물 흘릴 때가 아니라 기뻐하고 축하할 때입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페라라에 가지 않고 바로 볼로냐로 돌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코르넬리아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이 모든 기쁨이 그림자에 불과할 테니까요.”
더 이상 말없이 그들은 모두 합의하에 볼로냐로 돌아갔다. 안토니오가 코르넬리아에게 미리 알리려고 앞서갔지만, 그녀를 찾지 못하고 하인들도 그녀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 유모도 없어진 것을 보고 그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혼란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유모가 코르넬리아와 함께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인들은 유모가 그들이 떠난 날 사라졌다고 말했고, 그가 찾는 코르넬리아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안토니오는 예상치 못한 일에 넋이 나갔다. 공작이 그들을 거짓말쟁이나 사기꾼으로 여기거나 더 나쁜 것들을 상상해 코르넬리아의 명예와 평판에 해를 끼칠까 봐 두려웠다.
이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공작과 후안, 로렌조가 들어왔다.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평소와 다른 길로 와서 후안의 집에 도착했다. 그들은 안토니오가 의자에 앉아 뺨에 손을 대고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모습으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후안이 무슨 일이냐고, 코르넬리아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안토니오가 대답했다.
“무슨 일이 아니겠습니까? 코르넬리아가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가 동행으로 남겨둔 유모와 함께 우리가 떠난 날 사라졌답니다.”
공작은 이 말을 듣고 숨이 끊어질 것 같았고, 로렌조는 절망할 지경이었다. 결국 모두가 당황하고 걱정하며 상상에 빠졌다. 이때 한 하인이 안토니오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나리, 산티스테반, 후안 나리의 하인이 나리들이 떠나신 날부터 자기 방에 아주 예쁜 여자를 숨겨두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그녀의 이름이 코르넬리아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었거든요.”
안토니오는 다시 흥분했다. 그는 차라리 코르넬리아를 찾지 못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인이 숨겨둔 여자가 코르넬리아라고 생각하니 그런 곳에서 발견되는 것보다는 아예 찾지 못하는 게 나았던 것이다. 그래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하인의 방으로 가서 문이 잠겨 있는 것을 보았다. 하인은 집에 없었다. 그는 문에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문을 열어주세요, 코르넬리아 부인. 당신의 오빠와 약혼자인 공작께서 당신을 찾으러 오셨습니다.”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날 놀리시나요? 난 그렇게 못생기지도 않았고 불행하지도 않아서 공작과 백작들이 날 찾을 리 없어요. 하인과 어울리는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에요.”
이 말을 듣고 안토니오는 대답한 사람이 코르넬리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때 산티스테반이 돌아와 자기 방에 안토니오가 열쇠를 들고 문을 열려고 하는 것을 보고 무릎을 꿇고 열쇠를 건네며 말했다.
“나리들이 안 계신 동안 제 악행과 못된 짓으로 이 3일 밤 동안 한 여자를 제 방에 데려왔습니다. 안토니오 데 이순사 나리, 스페인에서 좋은 소식을 들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후안 데 감보아 나리께서 모르신다면 말씀드리지 말아주세요. 제가 당장 내보내겠습니다.”
“그 여자의 이름이 뭐지?” 안토니오가 물었다.
“코르넬리아라고 합니다.” 하인이 대답했다.
안토니오의 음모를 밝힌 하인은 산티스테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단순히 또는 악의를 가지고 공작과 후안, 로렌조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 말했다.
“나리들, 저 하인놈 때문에 코르넬리아 부인을 토해내게 생겼어요. 숨겨두고 있었죠. 그 나리들이 오시는 걸 안 게 틀림없어요. 즐거운 시간을 3-4일 더 연장하고 싶어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로렌조가 이 말을 듣고 물었다. “젊은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코르넬리아가 어디 있다는 거요?”
“위층에 있습니다.” 하인이 대답했다.
공작은 이 말을 듣자마자 번개처럼 빠르게 계단을 올라가 코르넬리아를 찾았다. 그는 안토니오가 있는 방으로 가서 들어가며 말했다.
“코르넬리아는 어디 있소? 내 삶의 생명은 어디 있소?”
“여기 코르넬리아가 있습니다.” 침대 시트에 몸을 감싼 여자가 대답하며 말을 이었다. “이런 세상에! 여자가 하인과 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요?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야단법석이네요.”
로렌조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는 화가 나서 시트 한쪽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젊고 나쁘지 않게 생긴 여자가 드러났다.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가리려고 손을 뻗었고, 베개 대신 쓰던 옷을 잡으려 했다. 그 옷을 보니 그녀가 세상의 잃어버린 여자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작이 그녀에게 정말 코르넬리아라고 하는지 물었다.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이 도시에 매우 존경받는 친척들이 있다고 말했다. 아무도 이 물을 마시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공작은 너무나 당황해서 스페인 사람들이 자신을 놀리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하지만 그런 나쁜 의심을 품지 않기 위해 등을 돌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로렌조를 따라 내려갔다. 그들은 후안과 안토니오를 매우 슬프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남겨두고 말을 타고 떠났다.
후안과 안토니오는 가능한, 그리고 불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코르넬리아를 찾고 공작에게 자신들의 진실함과 선의를 입증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산티스테반을 무모했다는 이유로 내쫓고 창녀 코르넬리아도 쫓아냈다. 그 순간 그들은 공작에게 코르넬리아가 준 ‘아뉴스 데이’ 장신구와 다이아몬드 십자가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잊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증거가 있다면 공작은 코르넬리아가 그들의 손에 있었다는 것을 믿을 것이고, 그녀가 사라진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그들은 이 말을 하러 나갔지만 로렌조의 집에서 공작을 찾지 못했다. 그들은 공작이 코르넬리아의 친척인 줄 알고 찾아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로렌소는 거기 있었으며, 그는 그들에게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페라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로렌소에게 그의 여동생을 찾으라는 명령을 남겼다. 그들은 로렌소에게 하려던 말을 전했지만, 로렌소는 공작이 자신의 행동에 매우 만족해했으며 둘 다 코르넬리아의 실종을 그녀의 극심한 두려움 탓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하느님께서 그녀를 나타나게 하실 것이라고 했다. 아이와 유모와 그녀가 땅속으로 삼켜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에 모두가 위안을 얻었고, 그들은 공개적인 수배령을 내려 그녀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비밀리에 수색하기로 했다. 그녀의 사촌 외에는 아무도 그녀의 실종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작의 의도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명예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녀를 공개적으로 찾는다면 강한 의혹이 사람들 마음에 심어질 수 있었기에 그것은 큰 고통이 될 것이었다.
공작은 여행을 계속했고, 그의 행운을 준비하고 있던 좋은 운명은 그를 코르넬리아와 아이와 유모와 조언자가 이미 있던 신부의 마을에 도착하게 했다. 그들은 신부에게 자신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했다.
신부는 공작의 절친한 친구였다. 공작은 부유하고 호기심 많은 성직자답게 꾸며진 그의 집에 페라라에서 자주 왔었다. 거기서 그는 사냥을 나갔는데, 신부의 호기심과 그의 재치를 모두 즐겼기 때문이다. 신부는 그가 하는 말과 행동 모두에서 재치가 있었다. 공작이 자신의 집에 온 것을 보고 신부는 놀라지 않았다. 이미 말했듯이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슬퍼하며 오는 것을 보고 불쾌해했다. 공작의 마음이 어떤 고통으로 가득 차 있음을 곧바로 알아챘기 때문이다.
코르넬리아는 페라라 공작이 거기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가 어떤 의도로 왔는지 알지 못해 극도로 당황했다. 그녀는 손을 비틀며 정신없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코르넬리아는 신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신부는 공작을 접대하느라 바빠 그녀와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공작이 말했다. “신부님, 저는 매우 슬픈 마음으로 왔습니다. 오늘은 페라라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신부님의 손님이 되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 온 사람들에게 페라라로 가라고 하시고 파비오만 남게 하십시오.”
선한 신부는 그렇게 했고, 곧 공작을 대접하고 시중들 준비를 했다. 이 기회에 코르넬리아가 신부와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신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 신부님! 공작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요? 제발 제 일에 대해 그에게 넌지시 말씀해 주시고 그의 의도를 알아내려 노력해 주세요. 결국 신부님의 지혜로운 판단에 따라 가장 좋을 대로 이끌어 주세요.”
이에 신부가 대답했다. “공작은 슬퍼하며 왔소. 아직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았소. 해야 할 일은 곧 그 아이를 잘 꾸미고, 부인, 당신이 가진 모든 보석, 특히 공작이 당신에게 준 것들을 그 아이에게 달아주시오. 그리고 나를 믿으시오. 나는 하늘이 오늘 우리에게 좋은 날을 주실 것이라 믿소.”
코르넬리아는 신부를 껴안고 그의 손에 입을 맞추고는 아이를 꾸미고 단장하러 물러갔다. 신부는 나가서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공작을 접대했다. 대화 중에 신부는 공작에게 그의 우울함의 원인을 알 수 있는지 물었다. 분명 한 리그 떨어진 곳에서도 그가 슬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작이 대답했다. “신부님, 마음의 슬픔은 분명히 얼굴에 나타나지요. 눈을 보면 영혼에 있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가장 나쁜 것은 지금 내 슬픔을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신부가 대답했다. “정말이지, 나리, 만약 즐거운 것을 보시려 한다면 제가 하나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당신에게 큰 기쁨을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공작이 대답했다. “자신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을 거절하는 사람은 어리석을 것입니다. 제발, 신부님, 당신이 말씀하신 것을 보여주십시오. 틀림없이 당신의 호기심 중 하나일 테니, 저에게는 모두가 매우 즐거운 것들입니다.”
신부가 일어나 코르넬리아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는 이미 아들을 꾸며놓았고 십자가와 아뉴스 데이의 귀중한 보석들, 그리고 공작이 코르넬리아에게 준 세 개의 매우 귀중한 보석들을 모두 달아놓았다. 신부는 아이를 팔에 안고 나와 공작에게 일어나 창가로 와서 보라고 했다. 그는 아이를 공작의 팔에 안겼다. 공작이 보석들을 보고 그것들이 코르넬리아에게 주었던 바로 그것들임을 알아보았을 때, 그는 놀라워했다. 그는 아이를 자세히 보았고 자신의 초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놀라움에 가득 차 신부에게 물었다. “이 아이는 누구의 것입니까? 그 장식과 꾸밈을 보니 어떤 왕자의 아들 같습니다.”
신부가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다만 며칠 전 밤에 볼로냐의 어떤 기사가 이 아이를 제게 데려와 돌보고 키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이 아이가 용감한 아버지와 고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유모에게 부모에 대해 물어봤지만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정말로 만약 어머니가 유모만큼 아름답다면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일 것입니다.”
공작이 물었다. “우리가 그녀를 볼 수 있을까요?”
신부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나리, 저와 함께 오십시오. 만약 이 아이의 장식과 아름다움에 놀라셨다면, 유모를 보시면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작은 아이를 놓지 않으려 했다. 오히려 그를 팔에 꼭 안고 많은 입맞춤을 주었다. 신부가 앞서 가서 코르넬리아에게 공작을 맞이하러 나오되 조금도 동요하지 말라고 말했다. 코르넬리아는 그렇게 했고, 흥분으로 얼굴에 홍조가 돌아 평소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공작은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말 한마디 없이 아이를 신부에게 주고 등을 돌려 급히 방에서 나갔다. 코르넬리아는 이를 보고 신부에게 말했다.
“아, 신부님! 공작이 저를 보고 놀란 것일까요? 그가 저를 미워하는 걸까요? 제가 추하게 보였나요? 그에 대한 의무를 잊은 걸까요? 그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아들을 그렇게 팔에서 던져버리다니요! 아, 신부님!”
이 모든 말에 신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공작의 갑작스러운 퇴장이 도망인 것 같아 놀랐다. 그러나 그것은 도망이 아니었다. 공작은 파비오를 부르러 나가 그에게 말했다.
“파비오, 친구여, 서둘러 볼로냐로 돌아가 로렌소 벤티볼리와 두 스페인 기사 돈 후안 데 감보아, 돈 안토니오 데 이순사에게 즉시 이 마을로 오라고 전해라. 어떤 변명도 하지 말고 오라고 해라. 그들을 만나는 것이 내 생명만큼 중요하다고 말해라.”
파비오는 게을리 하지 않고 즉시 주인의 명령을 수행하러 떠났다.
공작은 곧 코르넬리아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아름답고 수정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공작은 그녀를 팔에 안고 그녀의 입술에서 천 번이나 숨결을 마셨다. 그들은 기쁨으로 말을 잃고 서로를 바라보며 정직하고 사랑스러운 침묵 속에서 행복해했다. 그렇게 두 행복한 연인이자 진정한 부부는 서로를 즐겼다.
아이의 유모와 크리벨라는 적어도, 그녀가 말한 대로, 다른 방의 문틈으로 공작과 코르넬리아 사이에 일어난 일을 지켜보며 기쁨에 벽을 향해 머리를 박았다.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신부는 품에 안은 아이에게 수없이 입맞춤을 했고, 빈 오른손으로는 끊임없이 두 사람을 축복했다. 음식 준비로 바빠 중대한 순간을 목격하지 못한 신부의 하녀는 음식이 다 되자 들어와 식사하러 오라고 불렀다. 이에 두 사람은 꼭 끌어안은 팔을 풀었고, 공작은 신부에게서 아이를 받아 안았다. 깔끔하고 맛있게 차려진, 호화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정성 들인 식사 내내 그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식사하는 동안 코르넬리아는 두 스페인 기사의 하녀의 조언으로 이 집에 오게 된 경위를 모두 들려주었다. 그들은 그녀를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모셨다고 했다. 공작도 마찬가지로 그때까지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두 하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공작에게서 큰 제안과 약속을 받았다. 모두의 기쁨은 행복한 결말로 새로워졌고, 이제 로렌조와 돈 후안, 돈 안토니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들은 3일 후에 코르넬리아에 대한 소식을 공작이 알고 있는지 알아보려 헐떡이며 달려왔다. 파비오가 그들을 부르러 갔지만 코르넬리아를 찾은 사실은 알지 못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공작은 코르넬리아가 있는 방 앞의 한 방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그의 표정에는 기쁨의 기색이 전혀 없어 새로 온 이들을 슬프게 했다. 공작은 그들을 앉히고 자신도 함께 앉았다. 그리고 로렌조에게 말을 건넸다.
“로렌조 벤티볼리 씨, 당신도 아시다시피 나는 결코 당신 누이를 속인 적이 없습니다. 하늘과 제 양심이 증인입니다. 또한 제가 얼마나 열심히 그녀를 찾았는지,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한 대로 그녀를 찾고 싶어 했는지도 아실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고 내 약속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나는 아직 젊고 세상 물정에 어두워 쾌락이 매 순간 제공하는 것들에 이끌리지 않을 만큼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코르넬리아에게 결혼을 약속하게 한 그 애정이 이 마을의 한 농부 여인에게 먼저 결혼 약속을 하게 했습니다. 코르넬리아의 가치를 위해 그녀를 속이려 했지만, 양심이 요구하는 바를 따르지 않은 것은 작은 사랑의 표현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여자와는 아무도 결혼하지 않고, 자신을 버린 여자를 찾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로렌조 씨, 제가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어떤 보상을 해드릴 수 있을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곧바로 첫 번째 약속을 지키고 이 집에 있는 농부 여인과 결혼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공작이 이 말을 하는 동안 로렌조의 얼굴은 천 가지 색으로 변했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이는 분노가 그의 모든 감각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돈 후안과 돈 안토니오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났고, 그들은 즉시 공작이 그의 의도대로 하게 두지 않겠다고, 그의 목숨을 빼앗더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공작은 그들의 표정에서 그들의 의도를 읽고 말했다.
“로렌조 씨, 진정하십시오. 당신이 대답하기 전에 제가 아내로 맞이하고 싶은 여인의 아름다움을 보시면 제가 요청한 허락을 주실 것입니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답고 뛰어나서 더 큰 잘못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과 함께 그는 일어나 코르넬리아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는 아이가 가진 모든 보석과 더 많은 보석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공작이 등을 돌리자 돈 후안이 일어나 로렌조가 앉아 있는 의자의 팔걸이에 양손을 얹고 그의 귀에 속삭였다.
“갈리시아의 성 야고보와 내가 가진 기독교인의 신앙과 기사도에 맹세코, 로렌조 씨, 제가 공작이 그의 의도대로 하게 두는 것은 제가 이슬람교도가 되는 것만큼이나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 바로 제 손에서 그는 목숨을 잃거나, 당신 누이 코르넬리아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아니면 적어도 그녀가 확실히 죽었다는 것을 알 때까지 그는 결혼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로렌조가 대답했다.
“제 친구 돈 안토니오도 같은 의견일 겁니다,” 돈 후안이 덧붙였다.
그때 코르넬리아가 신부와 공작 사이에서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 뒤로는 코르넬리아의 하녀 술피시아(공작이 그녀를 데려오라고 페라라로 보냈다)와 아이의 유모, 그리고 기사들의 하녀가 따라왔다.
로렌조가 누이를 보고 완전히 알아보았을 때, 처음에는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해 진실을 깨닫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지듯 공작의 발 앞으로 달려갔다. 공작은 그를 일으켜 누이의 품에 안겼다. 다시 말해, 그의 누이가 그를 껴안았다. 돈 후안과 돈 안토니오는 공작에게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맛있는 농담이었다고 말했다. 공작은 술피시아가 안고 있던 아이를 받아 로렌조에게 건네며 말했다.
“형님, 당신의 조카이자 제 아들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이 농부 여인과 결혼할 수 있는 허락을 주시겠습니까? 그녀는 제가 처음으로 결혼을 약속한 여인입니다.”
로렌조의 대답, 돈 후안의 질문, 돈 안토니오의 감정, 신부의 기쁨, 술피시아의 행복, 조언자의 만족, 유모의 환희, 파비오의 놀라움,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의 전반적인 기쁨을 설명하는 것은 끝이 없을 것이다.
곧 신부가 그들을 혼인시켰고, 돈 후안 데 감보아가 들러리를 섰다. 모두는 공작의 어머니인 공작 부인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결혼식을 비밀로 하기로 했다. 그동안 코르넬리아는 오빠와 함께 볼로냐로 돌아가기로 했다. 모든 것이 그렇게 진행되었다. 공작 부인이 사망하자 코르넬리아는 페라라로 들어와 세상을 그녀의 모습으로 기쁘게 했다. 상복은 화려한 옷으로 바뀌었고, 유모들은 부자가 되었다. 술피시아는 파비오의 아내가 되었고, 돈 안토니오와 돈 후안은 공작을 위해 봉사한 것에 매우 만족했다. 공작은 그들에게 자신의 사촌 자매 둘을 아내로 제안했고 풍부한 지참금도 약속했다. 그들은 비스카야 출신 기사들은 대부분 고향에서 결혼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경멸해서가 아니라 (그럴 리가 없었다) 그들의 칭찬할 만한 관습과 부모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부모님들은 아마도 이미 그들을 결혼시켜 놓았을 것이라고 했다.
공작은 그들의 변명을 받아들였고, 정직하고 명예로운 방법으로, 합법적인 기회를 찾아 그들에게 많은 선물을 보냈다. 특히 그들이 스페인으로 떠날 때와 그들이 페라라에 작별 인사를 하러 왔을 때 보낸 선물들은 매우 값지고 시기적절해서, 비록 대가로 보일 수 있어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보내진 시기 덕분에 모든 것이 쉬워졌다. 특히 그들이 페라라에 작별 인사를 하러 왔을 때 코르넬리아를 만났는데, 그녀에게는 이미 두 명의 딸이 더 있었다. 공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사랑에 빠져 있었다. 공작 부인은 계단 난간에 걸린 십자가를 주었다.
돈 후안에게 다이아몬드를, 돈 안토니오에게 십자가를 주었다. 그들은 다른 방도가 없어 그것들을 받았다.
그들은 스페인과 고향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부유하고 고귀하며 아름다운 여인들과 결혼했다. 그들은 공작과 공작 부인, 그리고 로렌조 벤티볼리 씨와 항상 연락을 주고받으며 모두가 크게 기뻐했다.
기만적인 결혼
바야돌리드의 캄포 문 밖에 있는 레수레시온 병원에서 한 병사가 나왔다. 그는 검을 지팡이 삼아 의지하고 있었고, 다리의 허약함과 창백한 얼굴빛으로 보아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았음에도 20일 동안 한 시간 만에 얻었을 법한 모든 체액을 땀으로 흘린 것 같았다. 그는 회복기 환자처럼 비틀거리며 조심스레 걸어갔다. 도시의 문에 들어서려는 순간, 6개월 넘게 보지 못했던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 십자가를 그으며 다가와 말했다.
“이게 웬일이오, 캄푸사노 소위? 당신이 이 땅에 있다니 믿기지 않소! 내가 아는 한, 당신은 플랑드르에서 창을 휘두르고 있어야 할 터인데 여기서 검을 끌고 다니다니! 이 안색은 또 뭐요, 이 허약함은 또 어찌된 일이오?”
이에 캄푸사노가 대답했다.
“페랄타 학사님, 제가 이 땅에 있느냐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저를 여기서 보시는 것으로 답변이 되겠습니다. 다른 질문들에 대해선 이 병원에서 14차례나 매독 발한 치료를 받고 나왔다는 말씀 외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 아내로 택한 여자가 제게 안겨준 선물이지요. 그 여자를 택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페랄타가 되물었다. “그럼 당신 결혼하셨단 말이오?”
캄푸사노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페랄타가 말했다. “사랑 때문이었겠지요. 그런 결혼에는 후회가 뒤따르기 마련이오.”
캄푸사노가 대답했다. “사랑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통 때문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제 결혼, 아니 제 고통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너무나 많은 고통을 얻었습니다. 몸의 고통은 40번의 발한으로 달래보려 하지만, 마음의 고통은 조금이라도 덜어낼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기엔 제 처지가 여의치 않으니,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날 더 편한 때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선생님께서 평생 들어보신 것 중 가장 새롭고 기이한 이야기일 겁니다.”
페랄타가 말했다. “그럴 순 없소. 나와 함께 제 숙소로 가시지요. 거기서 함께 식사를 하며 회개의 시간을 가집시다. 음식은 병자에게 적당할 것이고, 두 사람 몫으로 준비되어 있지만 하인과 나눠 먹으면 되겠소. 회복 중이시라면 루테 햄 몇 조각으로 입맛을 돋우는 것도 좋겠고, 무엇보다 제가 진심으로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을 받아주시오.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원하실 때마다 말이오.”
캄푸사노는 그의 호의에 감사하며 초대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산 로렌테 성당에서 미사를 듣고 페랄타의 집으로 갔다. 페랄타는 약속한 것을 대접했고 더 많은 것을 제안했다. 식사를 마치자 그는 캄푸사노에게 그토록 강조했던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캄푸사노는 사양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페랄타 학사님께서 기억하시겠지만, 저는 이 도시에서 현재 플랑드르에 있는 페드로 데 에레라 대위와 함께 지냈습니다.”
페랄타가 대답했다. “잘 기억하고 있소.”
캄푸사노가 계속했다. “어느 날, 우리가 살던 솔라나 여관에서 식사를 마치고 있을 때 두 여인이 하녀 둘을 대동하고 들어왔습니다. 한 여인은 대위와 창가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른 여인은 제 옆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녀는 턱까지 망토를 내려 얼굴을 가렸고, 망토의 성긴 틈으로 보이는 것 외엔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예의 바르게 얼굴을 보여달라고 청했지만 그녀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오히려 제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죠. 그녀가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반지를 낀 하얀 손을 내밀었습니다. 당시 저는 멋진 차림새였습니다. 선생님도 기억하실 큰 목걸이에 깃털과 장식 끈이 달린 모자, 화려한 군인 복장을 하고 있었죠. 제 어리석음 탓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얼굴을 보여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귀찮게 굴지 마세요. 제 집이 있어요. 하인에게 저를 따라오게 하세요. 제 대답이 암시하는 것보다 제가 더 정숙하긴 하지만, 당신의 우아한 몸가짐에 걸맞은 재치를 보여주신다면 당신을 더 자세히 보고 싶어요.’”
많고 좋은 실로 짠 것으로, 상점이나 포목상에서 산 것이 아니었다. 내 엄지손가락과 하녀들의 엄지손가락으로 실을 뽑았고, 집에서 짤 수 있었다면 짰을 것이다. 이런 자랑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해서 말하는 것이니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나를 보호하고 명령하고 존중해줄 남편을 찾고 있다는 것이지, 나를 섬기고 비난할 연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당신께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으시다면, 여기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명령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중매쟁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모든 것을 조율하는 데는 당사자들만큼 좋은 사람이 없답니다.”
나는 그때 머리가 아닌 발꿈치에 판단력이 있었다. 그 순간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쾌락이 눈앞에 있는 듯했고, 그 많은 재산이 이미 현금으로 바뀐 것처럼 보였다. 쾌락이 내 이성에 족쇄를 채워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하늘이 기적적으로 당신 같은 동반자를 내게 주셔서 내 의지와 재산의 주인이 되게 하셨으니, 나야말로 행운아이자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제 재산이 적지 않아서 목에 걸고 있는 이 사슬과 집에 있는 다른 보석들, 그리고 군인의 치장 몇 가지만 팔아도 2천 두카도는 될 겁니다. 당신의 2천 5백 두카도와 합치면 내 고향 마을로 은퇴해 살기에 충분한 액수가 됩니다. 거기에는 제 뿌리가 있고, 돈과 함께 관리하면 제때 수확물을 팔아 즐겁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만한 재산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약혼을 약속했고, 우리 둘 다 독신임을 증명한 뒤 사흘간의 축제일이 이어지는 부활절에 혼인 공고를 하기로 했다. 넷째 날 우리는 결혼했다. 결혼식에는 내 친구 두 명과 그녀가 사촌이라고 소개한 청년이 참석했다. 나는 그 청년에게 매우 정중하게 친척이 되겠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새 아내에게 했던 모든 말이 그러했듯 의도는 비뚤어지고 배신적이었다.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고해성사 때 말해야 할 진실은 아니라서 말하지 않겠다.
내 하인은 여관에서 새 아내의 집으로 가방을 옮겼다. 그녀 앞에서 화려한 사슬을 가방에 넣었다. 그보다는 작지만 더 잘 만들어진 다른 사슬 세네 개와 여러 개의 반지도 보여주었다. 내 치장과 깃털 장식도 보여주고 집 경비로 400 레알을 주었다. 나는 6일 동안 신혼의 단꿈을 즐겼다. 부유한 장인 집의 못된 사위처럼 집안을 활보했다. 값비싼 양탄자를 밟고 네덜란드산 침대 시트를 구겼으며 은 촛대로 불을 밝혔다. 아침을 침대에서 먹고 11시에 일어나 12시에 식사를 했으며 2시에는 응접실에서 낮잠을 잤다. 도냐 에스테파니아와 하녀가 물을 가져다 주었고, 내 하인은 그때까지 게으르고 둔했는데 사슴처럼 빨라졌다.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내 곁을 떠날 때면 주방에서 내 입맛을 돋우고 식욕을 자극할 요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 셔츠와 칼라, 손수건은 꽃으로 장식된 새 아란후에스 궁전 같았다. 그토록 향기로웠고 천사의 물과 오렌지 꽃수를 뿌렸기 때문이다.
이 날들은 시간의 지배를 받는 세월처럼 날아갔다. 그 기간 동안 나는 너무나 잘 대접받고 잘 보살핌을 받아서 이 일을 시작할 때 가졌던 나쁜 의도를 좋은 의도로 바꾸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아직 도냐 에스테파니아와 함께 침대에 있을 때 큰 노크 소리가 거리 쪽 문에서 들렸다. 하녀가 창문으로 내다보더니 곧 물러나며 말했다.
“오, 그녀가 오셨네요! 어쩜 그렇게 편지에 쓴 것보다 더 빨리 오셨을까요?”
“누가 왔느냐?” 내가 물었다.
“누구긴 누구예요,” 하녀가 대답했다. “우리 주인 도냐 클레멘타 부에소님이세요. 돈 로페 멜렌데스 데 알멘다레스 님과 하인 두 명, 그리고 함께 데려갔던 오르티고사 노파와 함께 오셨어요.”
“이봐, 얘야. 어서 가서 문을 열어주렴.” 에스테파니아가 말했다. “여보, 제발 당황하지 마시고 제게 불리한 말을 듣더라도 대신 대답하지 말아주세요.”
“도대체 누가 당신을 비난할 말을 할 수 있단 말이오? 더구나 내가 있는데 말이오. 이 사람들이 누구길래 당신이 그들의 방문에 이렇게 동요하는 거요?”
“대답할 시간이 없어요,”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말했다. “다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연극이며 어떤 목적과 효과를 위한 것이라는 점만 아세요. 나중에 설명해드릴게요.”
내가 더 말하려 했지만, 도냐 클레멘타 부에소가 방에 들어왔다. 그녀는 녹색 새틴 드레스를 입고 많은 금색 장식이 달린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모자에는 녹색, 흰색, 붉은색 깃털이 꽂혀 있었고 화려한 금띠로 장식되어 있었다. 얇은 베일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돈 로페 멜렌데스 데 알멘다레스가 들어왔는데, 그 역시 화려하고 비싼 여행복 차림이었다. 오르티고사 노파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래요! 우리 도냐 클레멘타 님의 침대가 점령당했네, 그것도 남자와 함께! 오늘 이 집에서 기적을 보는구먼. 정말이지 도냐 에스테파니아 양반은 우리 주인의 우정을 악용했네.”
“그러게 말입니다, 오르티고사.” 도냐 클레멘타가 대답했다. “하지만 내 잘못이지요.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이런 봉변을 당하는 거예요. 친구라는 게 자기한테 이익이 될 때만 친구 노릇을 하는 걸 알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네요.”
이 말에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대답했다.
“제발 화내지 마세요, 도냐 클레멘타 부에소 님. 이 집에서 보시는 것이 무슨 이유가 있다는 걸 아시게 되면, 제가 변명할 필요도 없고 당신도 아무 불평 없이 이해하실 거예요.”
이쯤에서 나는 이미 바지와 더블릿을 입고 있었다.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내 손을 잡고 다른 방으로 데려가 말했다. 그녀의 친구가 돈 로페와 결혼하려고 하는데, 그에게 이 집과 집 안의 모든 것이 자신의 소유라고 믿게 하여 속이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것으로 혼수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결혼이 성사되면 속임수가 드러나도 돈 로페의 사랑이 깊어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 후에는 제 것을 돌려받을 거예요. 어떤 여자든 정직한 남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나쁘게 볼 사람은 없을 거예요. 설령 속임수를 써서라도 말이에요.”
나는 그녀가 하려는 일이 대단한 우정의 표현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먼저 신중히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나중에 재산을 되찾으려면 법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도냐 클레멘타에 대한 의무가 너무나 크다며, 더 중요한 일에도 그녀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너무나 많은 이유를 들어 설명했고, 내 판단력에 대한 양심의 가책에도 불구하고 마지못해 그녀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그녀는 내게 모든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확신시켰다.
“거짓말은 8일밖에 지속될 수 없었다. 우리는 그녀의 또 다른 친구의 집에 있을 것이었다.
그녀와 나는 옷을 다 입고 나서, 그녀는 도냐 클레멘타 부에소와 돈 로페 멜렌데스 데 알멘다레스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들어갔다. 그리고 내 하인에게 여행 가방을 짊어지고 그녀를 따라오라고 했고, 나도 아무에게도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따라갔다.
도냐 에스테파니아는 그녀의 한 친구의 집에 멈춰 섰고, 우리가 들어가기 전에 한동안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 후 한 하녀가 나와서 나와 내 하인을 들어오라고 했다. 그녀는 우리를 좁은 방으로 안내했는데, 그곳에는 두 개의 침대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하나로 보일 정도였다. 두 침대 사이에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두 침대의 시트가 서로 맞닿아 있었다.
실제로 우리는 그곳에서 6일을 지냈고, 그 기간 동안 한 시간도 다투지 않고 넘어간 적이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자신의 집과 재산을 버린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계속 말했다. 설령 그것이 그녀의 친어머니를 위한 것이었다 해도 말이다. 나는 이 말을 계속 반복했고, 마침내 집주인이 어느 날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자신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러 간다고 말했을 때, 나에게 내가 그녀와 그토록 다투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내가 그토록 비난하며 어리석다고 말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도냐 에스테파니아와 결혼했다는 것, 그녀가 가져온 지참금, 그리고 그녀가 돈 로페라는 고귀한 남편을 얻기 위해 자신의 집과 재산을 도냐 클레멘타에게 넘긴 어리석음에 대해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놀라며 십자가를 그으며 ‘예수님, 예수님, 이 악한 여자!’라고 외치기 시작했고, 나를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중위님, 제가 이것을 밝히는 것이 제 양심에 어긋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제가 이것을 숨긴다면 그것 또한 제 양심을 무겁게 할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 맡기겠습니다. 진실이 승리하고 거짓이 패배하기를. 사실은 도냐 클레멘타 부에소가 그 집과 재산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것입니다.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당신에게 말한 것은 모두 거짓입니다. 그녀에게는 집도, 재산도, 지금 입고 있는 옷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녀가 이런 속임수를 꾸밀 수 있었던 이유는 도냐 클레멘타가 플라센시아에 있는 친척들을 방문하러 갔다가 과달루페의 성모 성당에서 9일 기도를 드리러 갔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도냐 에스테파니아에게 집을 돌보라고 맡겼던 것입니다. 그들은 사실 아주 친한 친구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불쌍한 여인을 탓할 수는 없겠죠. 중위님 같은 분을 남편으로 얻었으니 말입니다.’
그녀는 여기서 말을 마쳤고, 나는 절망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 수호천사가 조금이라도 방심했다면 나는 정말 그랬을 것이다. 그는 내 마음속에 내가 기독교인이며, 절망은 악마의 죄이므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런 생각, 아니 좋은 영감이 나를 조금 위로해 주었지만, 내 망토와 검을 들고 도냐 에스테파니아를 찾아 나서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나는 그녀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처벌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운명이 내 상황을 좋게 만들었는지 나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도냐 에스테파니아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어느 곳에서도 그녀를 찾지 못했다. 나는 산 요렌테 교회로 갔고, 성모님께 기도를 드렸다. 한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걱정 때문에 깊은 잠에 빠졌고, 누군가 깨우지 않았다면 쉽게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생각과 근심으로 가득 찬 채 도냐 클레멘타의 집으로 갔고, 그녀를 자기 집의 주인답게 평온하게 찾았다. 돈 로페가 거기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 하숙집 주인에게로 돌아갔고, 그녀는 나에게 도냐 에스테파니아에게 내가 그녀의 모든 속임수와 거짓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그녀에게 내가 그 소식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물었다고 했다. 그녀는 도냐 에스테파니아에게 내가 매우 화가 난 것 같았고, 그녀를 찾아 나섰을 때 좋지 않은 의도와 결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나에게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여행 가방에 있던 모든 것을 가져갔고, 단 하나의 여행용 옷만 남겼다고 말했다.
이제 정말 큰일이었다. 하느님께서 다시 한 번 나를 도와주셨다. 나는 내 여행 가방을 보러 갔고, 그것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시체를 기다리는 무덤 같았고, 그 시체는 당연히 내 것이어야 했다. 만약 내가 이런 큰 불행을 제대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지성이 있었다면 말이다.”
“정말 큰 불행이었군요,” 이때 페랄타 학사가 말했다. “도냐 에스테파니아가 그렇게 많은 목걸이와 팔찌를 가져갔으니 말입니다. 속담처럼, 모든 슬픔은…”
“그 손실은 나에게 아무런 고통도 주지 않았소,” 중위가 대답했다. “나도 이렇게 말할 수 있으니까요. ‘돈 시무에케는 자기가 나를 속인 줄 알았지만, 하느님께 맹세코 나는 한쪽으로 절뚝거리고 있었지.’”
“당신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페랄타가 대답했다.
“내 말의 요점은,” 중위가 대답했다. “그 모든 화려한 목걸이와 팔찌, 장신구들이 실제로는 10에서 12 에스쿠도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는 것이오.”
“그건 불가능합니다,” 학사가 반박했다. “중위님이 목에 걸고 있던 것만 해도 200 두카트 이상의 가치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랬을 수도 있겠지요,” 중위가 대답했다. “만약 겉모습이 진실을 반영했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반짝이는 모든 것이 금은 아니듯이, 그 목걸이들과 팔찌들, 보석들, 장신구들은 모조품에 불과했소. 하지만 너무나 잘 만들어져서 오직 시험이나 불만이 그 가짜임을 밝힐 수 있었을 거요.”
“그렇다면,” 학사가 말했다. “당신과 도냐 에스테파니아 사이에는 비긴 셈이군요.”
“그렇소, 아주 비등비등하지,” 중위가 대답했다. “우리는 다시 카드를 섞을 수 있을 정도요. 하지만 문제는, 학사님, 그녀는 내 목걸이를 처분할 수 있지만, 나는 그녀의 거짓된 행동을 떨쳐낼 수 없다는 거요. 결국, 싫든 좋든 그녀는 내 아내요.”
“하느님께 감사하세요, 캄푸사노 씨,” 페랄타가 말했다. “그녀가 다리가 달린 물건이어서 도망갔다는 것에 대해 말입니다. 당신은 그녀를 찾을 의무가 없습니다.”
“그렇소,” 중위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를 찾지 않아도, 그녀는 항상 내 상상 속에 있고, 내가 어디에 있든 내 수치심이 함께 합니다.”
“당신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페랄타가 말했다. “페트라르카의 두 구절을 인용하는 것 말고는 말입니다:
‘속이는 것을 즐기는 자는,
다른 이에게 속았다고 불평할 수 없네.’
이는 우리말로 이렇게 번역됩니다: 다른 이를 속이는 것을 즐기는 자는, 자신이 속았을 때 불평할 수 없다.”
“나는 불평하지 않소,” 중위가 대답했다. “다만 한탄할 뿐이오. 죄인이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고 해서 처벌의 고통을 덜 느끼는 것은 아니오. 나는 속이려 했고 속았다는 것을 알고 있소. 내 자신의 무기에 의해 상처를 입었소. 하지만 나는 내 감정을 그토록 잘 통제할 수 없어서, 내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소. 결국, 내 이야기의 핵심으로 돌아가자면 (이 이야기는 내 경험담이라고 할 수 있겠소), 도냐 에스테파니아는 우리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사촌에 의해 데려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그는 오랫동안 그녀의 애인이었다고 하오. 나는 그녀를 찾지 않기로 했소, 내게 부족했던 악을 찾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오. 며칠 후 나는 숙소를 옮겼고, 머리카락도 바꾸었소. 왜냐하면 눈썹과
“루피시아”라고 불리는 병, 더 알려진 이름으로는 “털 빠짐증”에 걸렸다:
나는 정말로 대머리가 되었다. 빗질할 수염도 없었고, 쓸 돈도 없었다. 병은 내 궁핍함과 보조를 맞추어 진행되었고, 가난이 명예를 짓밟듯이 어떤 이들은 교수대로, 어떤 이들은 병원으로 보내고, 또 어떤 이들은 적의 문을 두드리며 애원하고 굴종하게 만드는데, 이는 불행한 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비참함 중 하나이다. 건강할 때 나를 가리고 영예롭게 할 옷을 치료에 쓰지 않기 위해, 부활 병원에서 발한 치료를 하는 시기가 되자 그곳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나는 40번의 발한 치료를 받았다. 조심하면 나을 거라고 한다. 검은 있으니, 나머지는 신이 돌보시리라.
면허의는 그가 들려준 일들에 새삼 놀라며 다시 자신을 내주었다.
“페랄타 선생, 그것 가지고는 별로 놀라지 마십시오.” 소위가 말했다. “제게는 아직 말씀드릴 일들이 남아 있는데, 그것들은 모든 상상을 초월하고 자연의 모든 한계를 벗어납니다. 더 이상 알고 싶어 하지 마십시오. 다만 제가 지금 말씀드릴 것을 보기 위해 병원에 가게 된 것만으로도 저의 모든 불행을 잘 견뎌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선생님께서는 결코 믿지 못하실 것이며, 이 세상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소위가 자신이 본 것을 말하기 전에 한 이 모든 서두와 과장은 페랄타의 호기심에 불을 지폈고, 그는 못지않은 과장으로 곧바로 그 놀라운 일들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선생님께서는 카파차 형제회와 함께 밤에 등불을 들고 다니는 두 마리 개를 보셨을 겁니다. 그들이 구걸할 때 빛을 비춰주죠.” 소위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보았습니다.” 페랄타가 대답했다.
“선생님께서는 또한 그들에 대해 이야기되는 것을 들으셨거나 보셨을 겁니다.” 소위가 말을 이었다. “만약 창문에서 구걸품을 던져 그것이 땅에 떨어지면, 그들이 곧바로 달려가 빛을 비추어 떨어진 것을 찾고, 구걸품을 주곤 하는 창문 앞에 멈춰 서는데, 그곳에 가서는 마치 양처럼 온순해 보이지만, 병원에서는 사자가 되어 집을 지키며 매우 조심스럽고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페랄타가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놀라움을 줄 수도, 주어서도 안 됩니다.”
“그렇다면 제가 지금 그들에 대해 말씀드릴 것은,” 소위가 말했다.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십자가를 그리거나 불가능하다거나 어렵다고 하지 않고 선생님께서는 그것을 믿으셔야 합니다. 저는 이 두 마리 개가 – 한 마리는 시피온이라 불리고 다른 한 마리는 베르간사라 불립니다 – 제가 마지막으로 발한 치료를 받은 그 전날 밤, 제 침대 뒤에 있는 낡은 매트 위에 누워 있는 것을 귀로 들었고 거의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 밤 중간쯤, 어둠 속에서 잠 못 이루고 과거의 사건들과 현재의 불행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저는 그 근처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가 말하는지,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고, 잠시 후 말하는 이들이 시피온과 베르간사, 그 두 마리 개라는 것을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아냈습니다.”
캄푸사노가 이 말을 마치자마자 면허의는 일어나며 말했다.
“캄푸사노 님, 안녕히 가십시오. 지금까지 저는 당신의 결혼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을 믿을지 말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개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하시니, 어떤 것도 믿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소위님, 이런 허튼소리를 아무에게도 하지 마십시오. 제가 당신의 친구인 것처럼 말입니다.”
“저를 그렇게 무지하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캄푸사노가 대답했다. “기적이 아니고서는 동물들이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앵무새, 까치, 찌르레기가 말을 한다면, 그것은 단지 그들이 배우고 기억한 단어일 뿐이며, 이 동물들의 혀가 그런 단어들을 발음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개들이 말했던 것처럼 정연한 대화로 말하고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말을 들은 후 여러 번, 저 자신도 제 자신을 믿지 않으려 했고 꿈이라고 여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깨어 있는 상태에서, 주님께서 주신 제 오감을 모두 사용하여, 듣고, 주의 깊게 들었으며, 기록했고, 마침내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그들의 대화를 썼습니다. 이로부터 제가 말하는 이 진실을 믿도록 충분한 증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다룬 주제는 위대하고 다양했으며, 현명한 사람들이 다뤄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것들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었기에, 제 의지와 믿음에 반하여 꿈을 꾸지 않았으며 개들이 말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런!” 면허의가 대꾸했다. “마리카스타냐 시대로 돌아간 것 같군요. 그때는 호박이 말을 했다지요. 아니면 이솝 우화의 시대처럼 수탉이 여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동물들끼리 대화를 나눴다고요?”
“제가 그런 시대가 돌아왔다고 믿는다면 저야말로 가장 큰 바보일 것입니다.” 소위가 대답했다. “들은 것과 본 것을 믿지 않고 맹세로도 강요할 수 없는 가장 큰 불신조차도 믿게 만드는 맹세를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속았고 제 진실이 꿈이며 그것을 고집하는 것이 어리석음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페랄타 선생님, 이 개들이, 혹은 그들이 누구든 간에, 말한 것들을 대화문으로 쓴 것을 보시면 기쁘지 않으시겠습니까?”
“선생님께서 개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저를 설득하려 하지 않으신다면,” 면허의가 대답했다. “저는 그 대화를 아주 기꺼이 들어보겠습니다. 소위님의 훌륭한 재능으로 쓰여졌을 테니 이미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점이 있습니다.” 소위가 말했다. “제가 너무나 주의 깊게 듣고 있었고, 판단력이 예리했으며, 기억력이 섬세하고 여유로웠기에(건포도와 아몬드를 많이 먹은 덕분에), 거의 그들이 말한 그대로의 단어로 모든 것을 기억했고, 다음 날 그것을 적었습니다. 수사학적 색채를 더하거나 보태거나 빼서 더 흥미롭게 만들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화는 하룻밤만 있었던 게 아니라 연이은 두 밤 동안 있었지만, 저는 첫 번째 밤의 대화만 적었습니다. 그것이 베르간사의 생애입니다. 두 번째 밤에 들은 동료 시피온의 이야기는 이것이 믿어지거나 적어도 무시되지 않을 때 쓸 생각입니다. 대화문은 제 품 안에 있습니다. 시피온이 말했다, 베르간사가 대답했다 같은 말을 줄이기 위해 대화 형식으로 썼습니다. 그런 말들은 글을 길게 만듭니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가슴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면허의의 손에 건넸다. 면허의는 그것을 받으며 웃었고, 들은 모든 것과 읽으려는 것을 조롱하는 듯했다.
“저는 이 의자에 기대어 쉬겠습니다.” 소위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원하신다면 그 꿈이나 허튼소리를 읽으십시오. 그것들에는 지루해지면 그만둘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좋은 점이 없습니다.”
“선생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페랄타가 말했다. “저는 곧 이 읽기를 마치겠습니다.”
소위는 등을 기대었고, 면허의는 종이 뭉치를 펼쳤다. 맨 앞에는 이런 제목이 적혀 있었다:
발야돌리드 시 외곽 캄포 문 밖에 있는 부활 병원의 개들인 시피온과 베르간사 사이의 대화,
흔히 마우데스의 개들이라 불리는 개들
시피온: “베르간사 친구여, 오늘 밤 우리는 병원을 믿음에 맡기고 이 한적한 곳으로 물러나자. 이 거적 사이에서 우리는 하늘이 한순간에 우리 둘에게 베푼 이 놀라운 은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베르간사: “시피온 형제여, 나는 네가 말하는 걸 듣고 있고 내가 너에게 말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우리가 말을 한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피온: “그렇다, 베르간사. 이것은 기적이다. 우리가 단순히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가진 것처럼 말한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일이다. 짐승과 인간의 차이는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고 짐승은 비이성적이라는 점인데 말이다.”
베르간사: “시피온, 네가 하는 말을 모두 이해하겠다. 네가 그렇게 말하고 내가 이해한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놀라게 하고 경이롭게 만든다. 사실, 내 삶의 여정에서 우리의 뛰어난 능력에 대해 여러 번 들었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특별한 본능을 가졌다고 여기기도 했다. 그 본능이 너무나 생생하고 예리해서 우리에게 거의 이성에 가까운 무언가가 있다는 징후를 보인다고 했다.”
시피온: “내가 들어본 바로는 우리의 뛰어난 기억력,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충실함을 칭찬하고 강조하더군. 우리를 우정의 상징으로 그리기도 한다. 자네도 봤겠지만(주의 깊게 보았다면), 대리석 무덤에 남편과 아내의 조각상이 있을 때 그들의 발치에 개 모양을 넣어 살아생전 변함없는 우정과 충실함을 지켰다는 표시로 삼곤 한다.”
베르간사: “주인의 시신과 함께 무덤에 뛰어든 개들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안다. 또 주인이 묻힌 무덤 위에서 먹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은 채 생을 마감한 개들도 있었지. 코끼리 다음으로 개가 지능이 있어 보이는 첫 번째 동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 다음이 말이고, 마지막이 원숭이다.”
시피온: “그렇지. 하지만 코끼리나 개, 말, 원숭이가 말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을 거야.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갑자기 말을 하게 된 것은 기이한 일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큰 재앙이 닥칠 거라고 경험이 말해주지.”
베르간사: “그렇다면 며칠 전 알칼라 데 에나레스를 지나던 한 학생에게서 들은 말을 불길한 징조로 여기는 것도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겠군.”
시피온: “그 학생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나?”
베르간사: “그 해에 대학에 다니는 5천 명의 학생 중 2천 명이 의학을 공부한다고 했어.”
시피온: “그래서 그게 무슨 뜻이라는 건가?”
베르간사: “내 생각에 이 2천 명의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면(그것도 재앙이고 불운이겠지만), 아니면 그들이 굶어 죽을 거라는 뜻이야.”
시피온: “어쨌든 간에, 우리가 말을 하고 있다. 이게 기이한 일이든 아니든, 하늘이 일어나기로 정한 일은 어떤 인간의 노력이나 지혜로도 막을 수 없지.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또는 왜 말을 하게 됐는지 토론할 필요는 없어. 이 좋은 날 또는 좋은 밤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자고. 우리는 이 거적 위에서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이 행운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니 최대한 활용하자. 밤새도록 얘기를 나누며 잠이 이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게 하자. 나는 오랫동안 이런 날을 꿈꿔왔어.”
베르간사: “나도 마찬가지야. 뼈를 갉아먹을 힘이 생긴 이후로 말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 기억 속에 쌓아둔 것들이 많아서 오래되고 쌓인 게 녹슬거나 잊혀 갔지. 하지만 이제 갑자기 이 신성한 말의 은사를 받게 되어 최대한 누리고 활용하고 싶어. 기억나는 모든 것을 서둘러 말하려고 해. 비록 뒤죽박죽이고 혼란스럽겠지만, 언제 이 은혜를 다시 달라고 할지 모르니까.”
시피온: “그렇다면 이렇게 하자, 베르간사 친구. 오늘 밤 네 인생과 네가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된 과정을 들려줘. 내일 밤에도 우리가 말할 수 있다면 내 이야기를 해주지. 남의 삶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시간을 더 잘 보내는 방법이 될 거야.”
베르간사: “시피온, 난 항상 너를 현명하고 친구로 여겼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그렇게 생각해. 친구로서 네 이야기를 들려주고 내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고, 현명하게 우리가 그것들을 밝힐 수 있는 시간을 나눴으니 말이야. 하지만 먼저, 누군가 우리 말을 듣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봐.”
시피온: “내가 아는 한 아무도 없어. 여기 근처에 땀을 내고 있는 군인이 한 명 있긴 한데, 이 시간에는 누구의 말을 듣기보다는 잠을 자고 있을 거야.”
베르간사: “그렇다면 안전하게 말할 수 있겠군. 들어봐. 내가 하는 말이 지루해지면 나를 꾸짖거나 입을 다물라고 해.”
시피온: “날이 밝을 때까지, 아니면 우리가 들키기 전까지 말해. 나는 기꺼이 들을 테니, 필요할 때만 말을 막을게.”
베르간사: “내가 처음 햇빛을 본 곳은 세비야였어. 육류 시장 밖에 있는 도살장이었지. 그래서 (나중에 말할 이유 때문이 아니라면) 내 부모가 그곳의 관리인들이 기르는 알라노 개 중 하나였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처음 주인으로 알게 된 사람은 니콜라스 엘 로모라는 사람이었어. 그는 건장하고 힘이 세고 성깔 있는 젊은이였지. 도살업자들은 다 그렇듯이 말이야. 이 니콜라스는 나와 다른 새끼 개들에게 늙은 알라노 개들과 함께 황소에게 달려들어 귀를 물어뜯는 법을 가르쳤어. 나는 금세 이 일의 전문가가 됐지.”
시피온: “베르간사, 악행은 타고난 것이라 쉽게 배우는 법이니 네가 그렇게 빨리 배웠다고 해서 놀랍지 않아.”
베르간사: “그 도살장에서 본 것들과 거기서 일어나는 엄청난 일들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먼저, 거기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 가장 낮은 사람부터 가장 높은 사람까지, 양심이 넓고 영혼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아야 해. 그들은 왕이나 법을 두려워하지 않아. 대부분이 정부를 두고 있지. 그들은 약탈하는 육식 동물이야. 그들과 정부들은 훔친 것으로 살아가. 고기를 팔 수 있는 아침이면 매일, 날이 밝기도 전에 도살장에 많은 여자들과 소년들이 가방을 들고 와. 빈 가방으로 왔다가 고기 조각들로 가득 채워 돌아가지. 하녀들은 갈비와 허리 부분을 반쯤 가져가기도 해. 죽은 짐승의 가장 맛있고 좋은 부분에서 이 사람들이 십일조와 첫 수확물을 가져가지 않는 짐승은 없어. 세비야에는 고기 공급자가 없어서 누구나 원하는 고기를 가져올 수 있어. 처음 도살된 것이나 가장 싼 것이 최고야. 이런 약속으로 항상 풍부한 공급이 있지. 주인들은 이 좋은 사람들에게 의지해. 도둑질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그건 불가능하니까) 절제해 달라고, 죽은 짐승을 너무 많이 자르고 뜯어가지 말아 달라고 해. 마치 그것들이 버드나무나 포도나무인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나를 이렇게 놀라게 하거나 나쁘게 보이지 않았어. 이 도살자들이 소를 도살하는 것과 같은 쉬움으로 사람을 죽이는 걸 보는 것 말이야. 사소한 말다툼으로, 순식간에 노란 손잡이의 칼을 사람의 배에 꽂아. 마치 소를 도살하듯이 말이야. 기적적으로 하루가 지나가는 일이 거의 없어. 누군가를 찌르거나 두세 명을 죽이지 않고 말이야.”
시피온: “내가 들은 바로는 그런 짓을 하는 자들 대부분이 갈리시아 사람들이라던데.”
베르간사: “맞아, 그들이 대부분이야. 하지만 그들과 다른 지방 사람들을 비교해봤을 때 갈리시아 사람들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들은 바보스럽고 거칠지만 정직해. 조금만 참을성 있게 대하면 참을 만해. 하지만 때때로 그들의 어리석음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해. 어쨌든 그들은 충실하고, 이 충실함으로 그들의 다른 결점을 덮을 수 있어. 내가 도살장에서 본 것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을 거야. 그래서 그만두고 내 첫 주인에 대해, 그리고 다른 주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다툼도 없고 부상도 없으며, 때로는 죽음도 없다. 모두가 자신을 용감하다고 여기고 심지어 불량배의 기질도 있다. 산 프란시스코 광장에 수호천사를 두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그것도 소의 허리살과 혀로 얻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현명한 사람이 말하기를, 왕이 세비야에서 정복하지 못한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카사 거리와 코스타니야, 그리고 도살장이었다.
시피온: 친구 베르간사야, 네가 지금처럼 주인들의 성격과 그들 직업의 결점을 이야기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린다면, 우리는 하늘에 최소한 1년 동안이라도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해야 할 거야. 그리고 네가 지금 가는 속도로는 네 이야기의 절반도 못 갈 것 같아 걱정이다. 한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내가 내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너도 경험하게 될 거야. 이야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 하나는 이야기 자체에 재미가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하는 방식에 재미가 있는 거지. 즉, 어떤 이야기는 서론이나 말의 장식 없이 단순히 들려주기만 해도 즐거움을 주지만, 다른 이야기는 말로 꾸미고 표정과 손짓을 곁들이고 목소리를 바꿔가며 들려줘야 재미없는 것도 날카롭고 즐거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야. 앞으로 네가 말할 내용에 이 조언을 잊지 말고 활용하길 바란다.
베르간사: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엄청난 유혹이 너무 커서 아주 어렵게 자제할 수 있을 것 같아.
시피온: 혀를 조심해. 인생의 가장 큰 해악은 바로 거기서 비롯되니까.
베르간사: 그럼 이어서 말하자면, 내 주인은 나에게 바구니를 입에 물고 다니는 법과 그것을 빼앗으려는 자들로부터 지키는 법을 가르쳤다. 또한 그의 애인의 집도 가르쳐줬는데, 이로써 그의 하녀가 도살장에 올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그가 밤에 훔친 것을 새벽에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새벽녘, 내가 열심히 그의 몫을 가져가는 중에 창문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주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다. 잠시 멈추자 그녀가 거리로 내려와 다시 나를 불렀다. 마치 그녀가 원하는 게 뭔지 보러 가는 것처럼 다가갔는데, 그게 다름 아닌 내 바구니에 있던 것을 빼앗아 가고 그 자리에 낡은 신발 한 짝을 넣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살은 살을 찾아갔구나.’ 그 아가씨는 고기를 빼앗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가브릴란, 아니면 네 이름이 뭐든 간에, 가서 니콜라스 엘 로모 주인에게 말해. 동물을 믿지 말라고. 늑대한테서 털 한 가닥, 그것도 바구니에서 나온 거라고.” 내가 빼앗긴 걸 도로 뺏을 수도 있었지만, 내 더러운 도살장 입을 그 깨끗하고 하얀 손에 대고 싶지 않아서 그러지 않았다.
시피온: 잘했어. 아름다움에는 늘 존경을 표해야 하니까.
베르간사: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고, 고기 없이 신발만 가지고 주인에게 돌아갔지. 그는 내가 빨리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신발을 보고는 속은 걸 알아차렸다. 칼을 꺼내 나를 찌르려고 했지만, 내가 피했기에 네가 지금 이 이야기를, 아니 앞으로 내가 들려줄 많은 이야기를 듣지 못할 뻔했어. 나는 황급히 도망쳤고, 산 베르나르도 뒤편으로 해서 하느님의 들판으로 나아갔다. 운명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 채 말이야. 그날 밤 나는 노천에서 잤고, 다음날 운 좋게 양과 숫양 떼를 만났다. 그걸 보자마자 나는 거기서 안식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개의 고유하고 자연스러운 임무가 가축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강하고 오만한 자들로부터 약하고 힘없는 자들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위대한 미덕이 담긴 일이다. 양 떼를 지키던 세 목동 중 한 명이 나를 보자마자 “저기 저기”하며 불렀고, 나는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기에 머리를 숙이고 꼬리를 흔들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내 등을 쓰다듬고 입을 벌려 보더니 내 입에 침을 뱉고 이빨을 살폈다. 내 나이를 알아보고는 다른 목동들에게 내가 순종개의 모든 특징을 가졌다고 말했다. 바로 그때 양 떼의 주인이 회색 암말을 타고 창과 방패를 든 채 나타났는데, 그는 양치기라기보다는 해안 순찰대원 같았다. 그는 목동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개야? 좋은 개 같은데?” 목동은 대답했다. “네, 주인님께서 보시는 대로입니다. 제가 잘 살펴봤는데, 이 개는 훌륭한 개가 될 모든 징조를 보이고 있어요. 방금 여기 왔는데, 누구의 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근처 양 떼의 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주인이 말했다. “죽은 레온시요의 목줄을 걸어주고 다른 개들과 같은 양의 사료를 주어라. 그리고 최대한 귀여워해 주어 양 떼에 정을 붙이고 오늘부터 여기 머물도록 해라.” 이 말을 남기고 그는 떠났고, 목동은 즉시 쇠뿔 가시로 가득한 목줄을 내 목에 걸어주었다. 먼저 우유에 푹 적신 빵 한 덩어리를 큰 그릇에 담아 주었다. 또한 내 이름을 지어주어 바르시노라고 불렀다. 나는 두 번째 주인과 새로운 직업에 만족하며 열심히 일했다. 양 떼에서 떨어지지 않고 지켰고 낮잠 시간에만 떨어져 나무 그늘이나 바위 밑, 덤불 아래, 혹은 주변의 수많은 시냇가에서 쉬었다. 그 휴식 시간에도 나는 한가로이 보내지 않았다. 그 시간에 나는 기억을 되살려 많은 것들, 특히 도살장에서의 삶과 내 주인, 그리고 그와 같은 처지에 있는 모든 이들이 변덕스러운 애인들의 변덕을 맞추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오, 내 주인의 그 창녀 같은 여자에게서 배운 것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네게 말해줄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들은 침묵해야겠다. 네가 나를 장황하고 험담하는 자로 여기지 않도록 말이야.
시피온: 고대 시인 중 한 명이 풍자를 쓰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어. 그래서 나는 네가 조금 험담하는 것을 허락하마. 하지만 가볍게, 피가 아닌 빛으로 말이야. 즉, 지적은 하되 상처 주거나 죽이지는 말라는 뜻이야. 험담 없이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면 너를 매우 현명하다고 여기겠어.
베르간사: 네 조언을 따르고 네가 네 이야기를 들려줄 때를 간절히 기다리겠어. 네 이야기를 듣고 내 결점을 알고 고치는 데 그토록 능숙한 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지 기대된다. 하지만 끊어진 이야기의 실을 다시 잇자면, 그 고요와 고독 속에서 나는 다른 것들 중에서도 목동들의 삶이 내 주인의 애인이 읽던 책에서 본 것과 같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집에 갔을 때 내가 들은 그 책들은 모두 목자들과 목녀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들은 온종일 피리, 젠지, 바이올린, 피리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보냈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읽는 것을 듣곤 했는데, 그녀는 안프리소의 목자가 뛰어나고 신성하게 노래했다고 읽었다. 그는 비할 데 없는 벨리사르다를 찬양했고, 아르카디아의 모든 나무에는 그녀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의 몸통에 태양이 아우로라의 팔에서 떠올라 테티스의 팔에 잠길 때까지 앉아 노래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두운 밤이 검고 어두운 날개를 대지 위로 펼친 후에도 그는 아름답게 노래하고 더욱 슬프게 탄식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엘리시오 목동도 빠뜨리지 않았는데, 그는 사랑에 빠졌지만 용기는 없었고 자신의 사랑이나 양떼는 돌보지 않은 채 남의 걱정거리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또한 필리다의 위대한 목동, 초상화의 유일한 화가는 자신감은 넘쳤으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시레노의 기절과 디아나의 후회에 대해서는 신과 현명한 펠리시아에게 감사드렸는데, 그녀의 마법의 물로 그 복잡한 얽힘을 풀고 어려움의 미로를 밝혀냈기 때문이었다. 그가 읽은 이와 같은 책들을 많이 기억했지만, 그것들은 기억할 가치가 없었다.
시피온이 말했다. “베르간사, 너는 내 충고를 잘 활용하고 있구나. 험담하고, 찌르고, 넘어가되 네 의도는 순수하게 해라. 비록 네 말이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야.”
베르간사가 대답했다. “이런 문제에서는 의도가 먼저 넘어지지 않는 한 혀가 실수하는 법이 없지. 하지만 만약 부주의나 악의로 험담을 하게 된다면, 나를 꾸짖는 사람에게 마울레온이라는 멍청한 시인이자 모방자 학회의 허수아비 회원이 대답한 것처럼 대답하겠어. 누군가 그에게 ‘Deum de Deo’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어디에서든 때리라’고 대답했지.”
시피온이 말했다. “그건 바보의 대답이었어. 하지만 너는 현명하거나 현명해지고 싶다면 변명할 일이 있는 말은 절대 하지 마라. 계속 이야기해 봐.”
베르간사가 말했다. “내가 말한 모든 생각들과 그 밖의 많은 것들이 내 목동들과 그 해안의 다른 모든 사람들이 책에서 읽었던 목동들과는 다른 일과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생겨났다고 말하고 싶어. 내 목동들이 노래를 부른다면 그것은 조화롭고 잘 짜인 노래가 아니라 ‘늑대를 봐라, 후아니카가 어디로 가는가’ 같은 것이었고, 그것도 피리나 류트나 백파이프 소리에 맞춰서가 아니라 막대기를 서로 부딪치는 소리나 손가락 사이에 끼운 작은 타일 조각들의 소리에 맞춰서였지. 그들은 섬세하고 아름답고 놀라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게 아니라 거친 목소리로 노래했는데, 혼자서든 함께든 노래한다기보다는 소리 지르거나 으르렁대는 것 같았어.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를 잡거나 신발을 수선하는 데 보냈어. 그들 중에는 아마릴리스, 필리다스, 갈라테아, 디아나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었고, 리사르도, 라우소, 하신토, 리셀로 같은 이름도 없었어. 모두가 안톤, 도밍고, 파블로, 요렌테였지. 그래서 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모든 책들은 꿈꾸어진 것들이고 게으른 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잘 쓰여진 것일 뿐 진실은 전혀 없다는 거야. 만약 진실이라면 내 목동들 사이에 그 행복한 삶의 흔적이 있었을 거고, 그 아름다운 초원, 넓은 숲, 신성한 산, 아름다운 정원, 맑은 시내와 수정같은 샘물, 그리고 정직하면서도 잘 표현된 구애, 여기서는 목동이 기절하고 저기서는 목동 소녀가 기절하며, 이쪽에서는 목동의 피리 소리가 울리고 저쪽에서는 다른 목동의 작은 피리 소리가 울리는 그런 것들의 흔적이 있었을 거야.”
시피온이 말했다. “그만해, 베르간사. 네 길로 돌아가서 계속 가라.”
베르간사가 대답했다. “고마워, 시피온 친구야. 네가 경고해주지 않았다면 입이 달아올라서 그 책들이 나를 속였던 것에 대해 한 권 전체를 그려낼 때까지 멈추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때가 오면 모든 것을 더 나은 이유와 더 나은 담론으로 말할 수 있을 거야.”
시피온이 말했다. “네 발을 봐라, 그러면 허세를 부리지 않을 거다, 베르간사. 내 말은 네가 이성이 없는 동물이라는 걸 기억하라는 거야. 지금 네가 어떤 이성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면 우리 둘 사이에서 그것이 초자연적이고 전에 본 적 없는 일이라는 걸 이미 밝혔잖아.”
베르간사가 대답했다. “만약 내가 첫 번째 무지 상태에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우리 대화 처음에 말했어야 했던 것이 기억나서 내가 말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것에 놀라고 있어.”
시피온이 말했다. “그럼 지금 기억나는 것을 말할 수 없니?”
베르간사가 대답했다. “그건 몬티야의 카마차의 제자인 대단한 마녀와 있었던 어떤 이야기야.”
시피온이 말했다. “네 인생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에 그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어.”
베르간사가 말했다. “그건 때가 될 때까지 절대 하지 않을 거야. 인내심을 갖고 내 일생의 사건들을 순서대로 들어봐. 그렇게 하면 결말보다 과정을 먼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더 즐거울 거야.”
시피온이 말했다. “간단히 말하고 네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해.”
베르간사가 말했다. “내가 양떼를 지키는 일을 잘 해냈다고 생각해. 그 이유는 내 땀과 노력으로 빵을 먹는 것 같았고, 모든 악덕의 뿌리이자 어머니인 게으름이 나와는 상관없어 보였기 때문이야. 낮에는 쉬었지만 밤에는 잠을 자지 않았거든. 우리는 자주 공격을 받았고 늑대가 나타나면 경보를 울렸어. 목동들이 ‘늑대다, 바르시노!’라고 말하자마자 나는 다른 개들보다 먼저 늑대가 있다고 지적된 곳으로 달려갔지. 계곡을 달리고, 산을 뒤지고, 숲을 파고들고, 협곡을 뛰어넘고, 길을 가로질렀어. 아침이 되면 늑대나 늑대의 흔적을 찾지 못한 채 헐떡이며, 지치고, 갈기갈기 찢어져서, 가시에 찔린 발로 양떼로 돌아왔어. 그리고 양 한 마리가 죽어 있거나 늑대에게 반쯤 먹힌 채 양 한 마리를 발견했지. 내 많은 주의와 노력이 얼마나 소용없는지 보고 절망했어. 양떼 주인이 오면 목동들이 죽은 양의 가죽을 들고 그를 맞이했어. 그는 목동들의 태만함을 꾸짖고 개들의 게으름을 벌하라고 명령했지. 우리에게는 매가 쏟아지고 그들에게는 꾸중이 쏟아졌어. 그래서 어느 날 내가 잘못도 없이 벌을 받는 것을 보고, 내 주의와 민첩함과 용맹함이 늑대를 잡는 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전략을 바꾸기로 결심했어. 늑대를 찾아 멀리 가지 않고 양떼 가까이에 있기로 한 거야. 늑대가 거기 오니까 거기서 사냥감을 더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매주 우리는 경보를 울렸고, 어느 깜깜한 밤에 나는 늑대를 볼 수 있었어. 양떼가 그들로부터 보호되는 것은 불가능했지. 나는 덤불 뒤에 웅크리고 앉았고, 내 동료 개들은 앞으로 갔어. 거기서 나는 두 목동이 우리 중 가장 좋은 양 한 마리를 잡아 늑대가 한 것처럼 보이도록 죽이는 것을 보고 놀랐어. 아침이 되자 그들은 늑대가 양을 잡았다고 주인에게 알렸어. 그들은 가죽과 고기 일부를 주고 나머지와 좋은 부분은 자기들이 먹었지. 주인은 다시 꾸짖고 개들을 다시 벌했어. 늑대는 없었고 양떼는 줄어들었어. 나는 이것을 밝히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어. 이 모든 것이 나를 놀라움과 고민으로 가득 채웠어. 맙소사! 나는 속으로 말했어. 누가 이 악행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누가 방어가 공격하고, 보초가 잠들고, 신뢰가 도둑질하고, 당신을 지키는 자가 당신을 죽인다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시피온이 말했다. “너 말이 맞아, 베르간사. 가정부보다 더 교활하고 더 미묘한 도둑은 없거든. 그래서 신뢰하는 사람들이 의심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죽는 거야.”
조심성 있는 사람들의 것이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신뢰와 믿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자. 우리가 설교자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 계속 이야기를 진행하자.
베르간사: 계속 이야기하겠다. 나는 그 일이 좋아 보였지만 그만두고 다른 일을 선택하기로 했다. 잘한다고 보상받기는커녕 벌을 받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세비야로 돌아가 아주 부유한 상인의 집에서 일하게 되었다.
시피온: 주인을 구하는 방법이 뭐였나? 요즘 같아서는 정직한 사람이 주인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데 말이야. 이 땅의 주인들은 하늘의 주인과 아주 다르지. 그들은 하인을 들이기 전에 먼저 가문을 조사하고, 능력을 시험하고, 외모를 살펴보고, 심지어 옷까지 알아보려 한다. 하지만 하느님을 섬기려면 가장 가난한 자가 가장 부유하고, 가장 겸손한 자가 가장 좋은 가문이며,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그분을 섬기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그분은 즉시 그를 자신의 봉급부에 올리고, 그의 바람으로도 다 담지 못할 만큼 큰 보상을 약속하신다.
베르간사: 그건 다 설교 같은데, 친구 시피온.
시피온: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입을 다물었다.
베르간사: 주인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는데, 넌 이미 알겠지만 겸손이 모든 덕의 기초이자 토대라는 걸. 겸손 없이는 어떤 덕도 진정한 덕이 될 수 없지. 겸손은 장애물을 평평하게 만들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항상 우리를 영광스러운 결말로 이끈다. 적을 친구로 만들고 화난 자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며 오만한 자의 거만함을 꺾는다. 겸손은 절제의 어머니이자 온화함의 자매다. 결국 악덕들은 겸손의 부드러움과 온순함 앞에서 승리의 개가를 올릴 수 없다. 죄의 화살들이 무뎌지고 꺾이기 때문이지. 그래서 나는 어떤 집에 들어갈 때 이 겸손을 이용했다. 먼저 그 집이 큰 개를 먹여 살릴 수 있고 큰 개가 들어갈 수 있는 집인지를 잘 살펴보고 고려했다. 그러고 나서 문 앞에 가서 서 있다가 내 생각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짖었고, 주인이 오면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흔들며 그에게 다가가 혀로 신발을 핥았다. 매를 맞으면 참고 견뎌냈고, 같은 온순함으로 다시 매질한 사람에게 애교를 부렸다. 아무도 두 번 다시 때리지 않았고, 내 고집과 고귀한 태도를 보고는 말이다. 이런 식으로 두 번의 노력 끝에 그 집에 머물게 되었다. 잘 봉사했고 곧 모두가 나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아무도 나를 내쫓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떠나거나 더 정확히 말하면 도망가지 않는 한 말이다. 그리고 이런 주인을 만났는데, 내가 그의 집에 계속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운명이 나를 계속 괴롭히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시피온: 넌 방금 네가 말한 그대로 나도 주인들에게 들어갔었어. 우리가 서로의 생각을 읽은 것 같군.
베르간사: 그런 일들에서 우리가 만난 적이 있다면, 내가 착각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난 때가 되면 약속한 대로 그 일들을 네게 말해줄 거야. 이제 내가 그 잃어버린 자들의 손에 양떼를 맡기고 난 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어봐. 내가 말했듯이 세비야로 돌아왔는데, 그곳은 가난한 자들의 보호소이자 버림받은 자들의 피난처지. 그 도시의 크기 덕분에 작은 것들만 수용되는 게 아니라 큰 것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나는 한 대상인의 큰 집 문 앞에 기대어 서서 평소의 노력을 기울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들은 나를 낮에는 문 뒤에 묶어두고 밤에는 풀어놓기로 했다. 나는 매우 조심스럽고 부지런히 봉사했다. 낯선 사람들에게 짖고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으르렁거렸다.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마당들을 돌아다니며 옥상에 올라가 우리 집과 이웃 집들의 보편적인 파수꾼 노릇을 했다. 내 주인은 내 훌륭한 봉사에 매우 만족해서 나를 잘 대우하고 빵 배급과 자신의 식탁에서 나오는 뼈와 버려지는 것들, 부엌의 남은 음식을 주라고 명령했다. 나는 주인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며 무한한 점프를 뛰었고, 특히 그가 외출에서 돌아올 때 기쁨의 표시가 너무 많고 점프가 너무 많아서 주인은 나를 풀어주고 밤낮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하라고 명령했다. 내가 자유롭게 되자 그에게 달려가 그를 에워쌌지만, 손으로 만지지는 않았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당나귀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당나귀는 너무나 당나귀 같아서 주인에게 애완견이 하는 것과 같은 애교를 부리려다가 매로 맞아 죽을 뻔했다. 이 우화를 통해 우리는 어떤 이들의 재주와 익살이 다른 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대는 익살을 떨고, 곡예사는 재주를 부리며, 천한 자는 당나귀 울음소리를 내고 새들의 노래와 동물들과 사람들의 다양한 몸짓과 행동을 모방하라. 하지만 고귀한 사람은 이런 재주들로 명성이나 영예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시피온: 됐다, 베르간사. 이제 넌 이해했으니 계속 이야기를 해라.
베르간사: 네가 나를 이해한 것처럼 내가 하는 말을 듣는 사람들도 이해했으면 좋겠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기사가 익살꾼 노릇을 하고 컵과 구슬 놀이를 잘한다고 자랑하며, 자신처럼 차코나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볼 때 무한히 슬퍼진다. 내가 아는 한 기사는 한 성직자의 부탁으로 검은 천 위에 올려놓을 종이꽃 32송이를 오려냈다며 자랑했다. 그는 이 종이 오려내기를 너무나 대단하게 여겨서 마치 적들로부터 빼앗은 깃발과 전리품을 조상들의 무덤 위에 전시한 것처럼 친구들을 데리고 가서 보여주곤 했다. 이 상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열두 살과 열네 살쯤 되었다. 그들은 예수회 학교에서 문법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들은 위엄 있게 다녔는데, 가정교사와 책을 들고 다니는 시종들이 있었고, 이른바 ‘바데 메쿰’이라 불리는 것도 가지고 다녔다. 그들이 그렇게 많은 수행원을 거느리고 햇볕이 나면 의자에 앉아, 비가 오면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아버지가 거래소에 볼일을 보러 갈 때 얼마나 소박하게 다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는 흑인 하인 한 명만 데리고 다녔고, 때로는 제대로 꾸미지도 않은 노새를 타고 가기도 했다.
시피온: 베르간사야, 너는 세비야와 다른 도시의 상인들이 자신들의 권위와 부를 자신들의 모습이 아니라 자식들의 모습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 관습이라는 걸 알아야 해. 상인들은 거의 언제나 자신들의 거래와 계약에만 신경 쓰기 때문에 검소하게 살지. 하지만 야망과 부는 드러나고 싶어 하니까 자식들을 통해 터져 나오는 거야. 그래서 그들은 자식들을 마치 왕자의 자식들인 것처럼 대하고 권위를 부여하지. 어떤 이들은 자식들에게 작위를 구해주고 가슴에 귀족을 평민과 구분 짓는 표식을 달아주려고 하기도 해.
베르간사: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는 야망은 고귀한 야망이라고 할 수 있지.
시피온: 야망은 거의 항상, 아니 결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는 이루어지지 않아.
베르간사: 우리는 험담하지 말자고 했잖아.
시피온: 그래, 난 아무도 험담하지 않아.
베르간사: 이제 내가 여러 번 들었던 말이 사실이라는 걸 확신하게 됐어. 험담하는 사람은 열 가문을 망치고 스무 명의 선한 사람들을 비방하고 나서야 누군가가 그를 꾸짖으면 이렇게 말해.
그가 말한 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만약 무언가를 말했다면, 그렇게 말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기분 나빠할 것 같았다면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시피온이여, 진실로 험담의 경계를 건드리지 않고 두 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가려면 많은 지식이 필요하고 매우 신중해야 한다. 나는 동물일 뿐이지만, 네 마디 말을 하면 와인에 모여드는 모기처럼 악의적이고 험담하는 말들이 혀끝에 몰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전에 말했던 것을 반복한다. 악행과 험담은 우리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아 젖과 함께 빨아들인 것이다. 아이가 포대기에서 팔을 빼자마자 자신을 해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복수하려는 듯 손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리고 거의 첫 마디 말로 유모나 어머니를 창녀라고 부르는 것이다.
시피온이 말했다. “그렇구나. 나는 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 너도 나에게 그렇게 많은 잘못을 용서해주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말하듯 ‘털을 바다에 버리자’고 하자. 이제부터는 험담하지 말고 네 이야기를 계속해라. 네 주인의 아들들이 예수회 학교에 다니던 권위 있는 모습에서 멈췄었지.”
베르간사가 말했다. “모든 일에 그분께 의탁한다. 험담을 그만두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을 써보려고 한다. 큰 욕쟁이가 사용했다는 방법인데, 그는 나쁜 습관을 후회하며 회개한 뒤에도 욕을 할 때마다 팔을 꼬집거나 땅에 입을 맞추며 벌을 주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욕을 했다. 나도 그렇게 해서 험담하지 말라는 너의 명령과 험담하지 않으려는 내 의도를 어길 때마다 혀끝을 물어 아프게 해서 잘못을 기억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하겠다.”
시피온이 말했다. “그 방법을 쓴다면, 너는 혀를 잃을 때까지 그렇게 많이 물게 될 거야. 그래서 결국 험담을 할 수 없게 될 거라고 생각해.”
베르간사가 말했다. “적어도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부족한 점은 하늘이 채워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말하건대, 어느 날 내 주인의 아들들이 마당에 책가방을 놓고 갔다. 마침 나도 그곳에 있었는데, 내 도살장 주인의 바구니를 나르던 습관 때문에 그 책가방을 입에 물고 그들을 따라갔다. 학교까지 놓지 않으려고 말이다. 모든 일이 내 바람대로 되었다. 주인들은 내가 입에 책가방을 조심스럽게 물고 오는 것을 보고 시종에게 가져가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나는 허락하지 않았고 교실에 들어갈 때까지 놓지 않았다. 이 일로 모든 학생들이 웃었다. 나는 큰 주인에게 가서 아주 예의 바르게 책가방을 건넸고, 교실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강단에서 강의하는 선생님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덕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축복받은 아버지들과 선생님들이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랑, 방식, 열정, 근면함을 보고 즐거워졌다. 그들은 젊은 나무들이 덕의 길에서 비뚤어지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바로잡았다. 그들은 글자와 함께 덕도 가르쳤다. 나는 그들이 아이들을 부드럽게 꾸짖고, 자비롭게 벌주고, 모범을 들어 격려하고, 상으로 자극하고, 현명하게 용서하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악덕의 추함과 공포를 그려내고 덕의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이는 아이들이 악덕을 싫어하고 덕을 사랑하여 그들이 창조된 목적을 이루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시피온이 말했다. “베르간사, 네 말이 옳다. 나는 그 축복받은 사람들에 대해 들었는데, 그들은 세상의 정치가로서 가장 현명하고, 천국으로 가는 길의 안내자로서 그들을 따라갈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들은 정직함, 가톨릭 교리, 특별한 지혜를 비추는 거울이며, 마지막으로 깊은 겸손은 모든 축복의 건물이 세워지는 기초이다.”
베르간사가 말했다. “네 말이 모두 맞다. 내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내 주인들은 내가 항상 책가방을 나르는 것을 좋아했고, 나는 그것을 매우 기꺼이 했다. 그래서 나는 왕 같은 삶을, 아니 그보다 더 좋은 삶을 살았다. 그것은 편안한 삶이었는데, 학생들이 나와 장난치기 시작해서였다. 나는 그들과 매우 친해져서 그들이 내 입에 손을 넣기도 했고, 가장 어린 아이들은 내 등에 올라타기도 했다. 그들은 모자나 챙을 던지면 내가 깨끗하게 손에 가져다주는 것을 보고 매우 즐거워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나에게 주기 시작했고, 내가 호두나 개암을 원숭이처럼 껍질을 벗기고 속을 먹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어떤 아이는 내 능력을 시험해보려고 손수건에 많은 샐러드를 가져왔는데, 나는 마치 사람인 것처럼 그것을 먹었다. 겨울이었고, 세비야에서는 과자와 버터가 흔했다. 나는 그것들을 잘 대접받아서 두 명 이상의 안토니오가 내가 아침을 먹을 수 있도록 빚을 지거나 물건을 팔았다. 결국 나는 배고픔과 옴이 없는 학생의 삶을 살았는데, 이는 좋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다. 배고픔과 옴이 학생들과 너무나 하나가 되지 않았다면, 그들의 삶에는 더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덕과 즐거움이 그 삶에서 나란히 달리고, 젊음을 배우고 즐기며 보낸다. 이런 영광과 평온에서 나를 끌어내린 것은 소위 국가 이성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이것을 따르면 다른 많은 이성들을 어겨야 한다. 그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수업 사이 30분 동안 수업을 복습하는 대신 나와 노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내 주인들에게 더 이상 나를 학교에 데려오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들은 복종했고, 나를 집으로 데려가 옛날처럼 문을 지키게 했다. 그 노인 주인은 내가 밤낮으로 풀려 다니도록 해준 은혜를 잊고, 다시 목에 사슬을 채우고 몸을 문 뒤에 놓인 거적때기 위에 눕혔다. 아, 시피온 친구여, 행복한 상태에서 불행한 상태로 바뀌는 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일인지 안다면! 보아라. 불행과 재난이 오래 지속되고 계속된다면, 그것들은 죽음으로 빨리 끝나거나 지속되는 것에 익숙해져서 가장 심한 고통 속에서도 위안이 되곤 한다. 하지만 불행하고 비참한 운명에서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번영하고, 행운 있고 즐거운 다른 운명을 누리다가 곧 다시 첫 번째 불행으로 돌아가 이전의 고난과 불행을 겪는 것은 너무나 엄청난 고통이어서 삶을 끝내지 않는다면 더 많은 고통을 주기 위해서일 뿐이다. 결국 나는 개밥과 흑인 하녀가 던져주는 뼈다귀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게다가 두 마리의 로마 고양이가 그것들을 갈취했는데, 그들은 자유롭고 빨라서 내 사슬이 닿는 범위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쉽게 가져갈 수 있었다. 시피온 형제여, 하늘이 네가 원하는 선을 허락하기를! 지금 너를 지루하게 하지 않고 내가 조금 철학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른 생각들을 말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말이다.”
일어났던 일들인 것 같다. 내 이야기가 완전하지도 않고 어떤 결실도 맺지 못했을 것 같다.
시피온: 베르간사야, 조심해라. 네가 말한 철학을 하고 싶은 욕구가 악마의 유혹은 아닌지 말이다. 험담에는 그 악의적인 부도덕함을 가리고 숨기기 위한 더 좋은 베일이 없기 때문이지. 험담하는 자는 자신이 하는 모든 말이 철학자들의 격언이며, 나쁜 말을 하는 것은 질책이고, 다른 사람들의 결점을 들추어내는 것은 선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 어떤 험담꾼의 삶도 자세히 살펴보면 악덕과 무례함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을 알고 있으니 이제 네가 원하는 만큼 철학을 해보아라.
베르간사: 시피온, 내가 더 이상 험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해도 좋다. 나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하루 종일 한가로이 있었기에, 그리고 한가함이 생각의 어머니이기에, 나는 주인들과 함께 학교에 갔을 때 들었던 많은 라틴어 구절들 중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을 되새겨보게 되었다. 그 덕분에 내 판단으로는 이해력이 다소 향상된 것 같았고, 말을 할 수 있다면 그것들을 적절한 때에 활용해보고 싶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어떤 무식한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말이다. 로망스어를 쓰는 사람들 중에는 대화 중에 간간이 짧고 간결한 라틴어 구절을 내뱉으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한 라틴어 학자인 척하는 이들이 있지. 하지만 실제로는 명사 하나 변화시키거나 동사 하나 활용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자들이다.
시피온: 그런 사람들보다는 정말로 라틴어를 아는 사람들이 더 해롭다고 본다. 그들 중 일부는 너무나 무례해서 구두장이나 재봉사와 이야기할 때조차 물 쏟아내듯 라틴어를 내뱉지.
베르간사: 그렇다면 우리는 라틴어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라틴어를 말하는 사람이나 라틴어를 모르면서 말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겠군.
시피온: 물론이지. 라틴어를 안다고 해서 바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해.
베르간사: 그걸 누가 의심하겠어? 이유는 분명해. 로마 시대에 모든 사람이 모국어로 라틴어를 사용했을 때도 그들 중에 바보가 있었을 거 아니야. 라틴어를 말한다고 해서 바보가 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야.
시피온: 로망스어로 침묵하고 라틴어로 말하려면 분별력이 필요하다네, 베르간사 형제.
베르간사: 그렇지. 라틴어든 로망스어든 어리석은 말은 할 수 있으니까. 나는 바보 같은 학자들과 무식한 문법가들, 그리고 라틴어 문구들을 늘어놓는 로망스어 작가들을 봤는데, 그들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세상을 짜증나게 할 수 있지.
시피온: 그만 하고 네 철학 얘기를 시작해 보게.
베르간사: 이미 말했잖아. 내가 방금 한 말들이 바로 그 철학이야.
시피온: 어떤 것들 말이야?
베르간사: 라틴어와 로망스어에 대해 내가 시작하고 네가 끝낸 이야기들 말이야.
시피온: 네가 철학이라고 부르는 게 험담이라니! 그래, 그래, 베르간사, 네가 원하는 대로 그 저주받은 험담의 역병을 미화하고 이름 붙여라. 그러면 우리는 개 같은 험담꾼이라는 뜻의 ‘시니코스’라는 이름을 얻게 될 거야. 제발 이제 그만하고 네 이야기를 계속해.
베르간사: 내가 입을 다물면 어떻게 이야기를 계속하지?
시피온: 내 말은 이야기를 한 번에 계속하라는 거야. 문어처럼 꼬리를 자꾸 덧붙이지 말고 말이야.
베르간사: 제대로 말해. 문어에게는 꼬리가 없어.
시피온: 그게 바로 사물을 본래 이름으로 부르는 게 결함이나 악덕이 아니라고 말한 사람의 실수야. 마치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을 언급해야 한다면, 우회적인 표현이나 완곡어법으로 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점잖은 말은 그것을 말하거나 쓰는 사람의 정직함을 보여준다네.
베르간사: 그렇게 믿겠네. 나의 불운은 내 학업과 그 속에서 보냈던 즐겁고 규율 있는 삶을 빼앗아 갔을 뿐만 아니라, 나를 문 뒤에 묶어 놓고 학생들의 관대함을 흑인 여자의 인색함으로 바꿔버렸어. 그리고 이제 평온과 휴식이라고 여겼던 것마저 혼란스럽게 만들어버렸지. 시피온, 불행한 자에게는 불행이 그를 찾아내고 만난다는 걸 확실하고 입증된 사실로 알아두게. 그가 지구 끝자락에 숨어 있다 해도 말이야. 이유를 말해주지. 집 안의 흑인 여자가 역시 집의 노예인 흑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어. 그 흑인 남자는 거리 문과 안쪽 문 사이의 현관에서 잤는데, 내가 그 뒤에 있었지. 그들은 밤에만 만날 수 있었고, 그러기 위해 열쇠를 훔치거나 위조했어. 그래서 대부분의 밤에 흑인 여자가 내려와 내 입에 고기나 치즈 조각을 물려 입을 막은 뒤 흑인 남자에게 문을 열어주곤 했어. 그들은 내 침묵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흑인 여자가 훔친 많은 것들 덕분에 그렇게 할 수 있었지. 며칠 동안 흑인 여자의 선물이 내 양심을 괴롭혔어. 그것들이 없으면 내 옆구리가 말라붙어 사냥개에서 그레이하운드가 될 것 같았거든. 하지만 결국 내 선한 본성을 따라 주인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로 했어. 그는 내게 월급을 주고 빵을 먹여주었으니까. 충성스러운 개들뿐만 아니라 감사할 줄 아는 이름을 가진 모든 이들이 그래야 하듯이 말이야.
시피온: 이거야말로 내가 철학이라고 인정하고 싶은 거야, 베르간사. 이런 말들은 진실과 올바른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 계속해서 네 이야기를 해봐. 그리고 밧줄을 만들지 마. 꼬리라고 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야.
베르간사: 먼저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철학이 무슨 뜻인지 아는지 말해줘. 나는 그걸 말하긴 하지만 무슨 뜻인지 몰라. 그저 좋은 것이라고만 짐작할 뿐이야.
시피온: 간단히 설명해주지. 이 단어는 두 개의 그리스어로 이루어져 있어. ‘필로스’와 ‘소피아’야. ‘필로스’는 사랑을, ‘소피아’는 지혜를 뜻해. 그래서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고, ‘철학자’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이지.
베르간사: 시피온, 넌 정말 박식하구나. 도대체 누가 너한테 그리스어 이름들을 가르쳐줬어?
시피온: 정말이지, 베르간사, 넌 단순해. 이런 걸 가지고 뭘 그리 대단하게 여기나? 이런 건 학교 다니는 아이들도 다 아는 거야. 게다가 그리스어를 모르면서도 안다고 뽐내는 사람들도 있지. 라틴어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들처럼 말이야.
베르간사: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그런 사람들을 압착기에 넣어 힘껏 돌려서 아는 척하는 지식의 즙을 모두 짜내버렸으면 좋겠어. 그래서 그들이 깨진 그리스어 바지와 거짓 라틴어로 세상을 속이고 다니지 못하게 말이야. 포르투갈 사람들이 기니의 흑인들을 대하는 것처럼 말이야.
시피온: 이제 베르간사, 네 혀를 물어뜯을 수 있겠구나. 그리고 나도 네 혀를 물어뜯을 테니. 우리가 하는 말은 모두 험담이니까.
베르간사: 난 티로스의 코론다스라는 사람이 했다는 말을 들은 대로 할 의무는 없어. 그는 자기 도시의 의회에 무기를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는 법을 만들었대. 하루는 그만 이 사실을 잊어버리고 칼을 차고 의회에 들어갔어. 누군가 그 사실을 지적하자 그는 자신이 만든 법과 그에 따른 벌을 기억해냈고, 즉시 칼을 뽑아 자신의 가슴을 찔렀대. 그는 법을 만들고 어긴 첫 번째 사람이 되어 그 벌을 받았지. 하지만 내가 한 말은 법을 만든 게 아니라 그저 혀를 물어뜯겠다고 약속한 것뿐이야. 요즘엔 옛날처럼 엄격하고 철저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아. 오늘 법이 만들어지면 내일 깨지고, 어쩌면 그게 적절할 수도 있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악습을 고치겠다고 약속하고는 곧바로 더 큰 악습에 빠지기도 해. 훈육을 칭찬하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야. 세상을 한
“그러게,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지. 악마나 물어뜯으라고 해. 나는 물어뜯지 않겠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의로운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
시피온이 말했다. “그렇다면 베르간사, 네가 사람이었다면 위선자였을 거야. 모든 행동이 겉치레에 불과했을 테지. 오직 칭찬받기 위해 덕의 가면을 쓰고 거짓된 행동을 했겠지. 모든 위선자들이 그렇듯이 말이야.”
베르간사가 대답했다. “그때 어떻게 했을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물어뜯고 싶지 않아.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언제 다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게다가 해가 뜨면 말을 할 수 없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해.”
시피온이 말했다. “하늘이 도와줄 거야. 이야기를 계속해. 쓸데없는 말로 빙빙 돌지 말고 곧장 이야기해. 그러면 아무리 길어도 곧 끝낼 수 있을 거야.”
베르간사가 말을 이었다. “흑인들의 무례함과 도둑질, 추잡한 행동을 보고 나는 좋은 하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그것을 막으려 했지. 그리고 성공했어. 흑인 여자가 내려와 흑인 남자와 즐기려 했는데, 내게 던져주는 고기나 빵, 치즈 조각 때문에 입을 다물 줄 알았던 거야. 시피온, 선물의 힘은 정말 대단해.”
시피온이 말했다. “그래, 대단하지. 딴 데로 새지 말고 계속해.”
베르간사가 말했다. “공부할 때 선생님이 라틴어 속담을 하나 말씀하셨는데, 그들은 그걸 격언이라고 불렀어. ‘혀에 소를 물고 있다’는 거였지.”
시피온이 말했다. “이런, 또 라틴어를 끼워 넣었군! 조금 전에 우리가 대화에 라틴어를 섞는 사람들을 비난했던 걸 벌써 잊었나?”
베르간사가 대답했다. “이 라틴어는 딱 들어맞아. 아테네 사람들이 소 모양이 새겨진 화폐를 썼다는 걸 알아야 해. 판사가 뇌물을 받아 정의롭지 못한 판결을 내리면 ‘저 사람 혀에 소를 물고 있다’고 했어.”
시피온이 말했다. “설명이 빠졌군.”
베르간사가 대답했다. “흑인 여자의 선물이 나를 며칠 동안 말 못하게 했잖아. 그녀가 흑인 남자와 만나러 내려올 때 짖지도 못했어.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선물의 힘은 대단해.”
시피온이 말했다. “이미 대답했듯이 선물의 힘은 대단해. 지금 긴 설명을 하지 않겠지만, 기회가 되면 선물의 힘을 보여주는 수많은 예를 들어줄게. 하늘이 시간과 기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면 내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마.”
베르간사가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되길 바라. 내 이야기를 들어봐. 결국 내 선한 의도가 흑인 여자의 나쁜 선물을 이겼어. 어느 아주 어두운 밤, 그녀가 평소처럼 즐기러 내려왔을 때 짖지 않고 달려들어 순식간에 옷을 다 찢어버렸지. 허벅지 살점도 한 조각 뜯어냈어. 그 장난으로 그녀는 8일 넘게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어. 주인들에겐 무슨 병에 걸렸다고 거짓말했지. 그녀가 나았고, 다시 내려왔어. 나는 또 싸움을 걸었지. 이번엔 물지 않고 온몸을 할퀴어놨어. 마치 담요를 빗질한 것처럼 말이야. 우리의 싸움은 조용히 벌어졌고, 나는 항상 이겼어. 흑인 여자는 늘 패배하고 불만스러워했지. 하지만 그녀의 분노는 내 털과 건강에 나타났어. 내 식사와 뼈를 가로챘고, 내 등뼈 마디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어. 그래도 먹을 걸 빼앗아갔지만 짖는 걸 막지는 못했어. 하지만 흑인 여자는 나를 한 번에 없애버리려고 버터에 튀긴 스폰지를 가져왔어. 나는 그 악랄함을 알아차렸지. 먹으면 위가 부풀어 오르고 목숨을 잃을 수 있거든. 그런 교활한 적들의 음모를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땅을 많이 두고 떠나기로 했지. 어느 날 풀려나 있는 걸 발견하고는 작별 인사도 없이 집을 나왔어. 100보쯤 가니 운 좋게도 처음에 말했던 경관을 만났어. 내 주인 니콜라스 엘 로모의 친구였지. 그는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고 이름을 불렀어. 나도 그를 알아보고 그가 부르자 평소처럼 인사하고 애교를 부렸지. 그는 내 목덜미를 잡고 부하들에게 말했어. ‘이 개는 훌륭한 경비견이야. 내 좋은 친구의 개였어. 집에 데려가자.’ 부하들은 기뻐하며 경비견이라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했어. 그들은 나를 잡아 데려가려 했지만, 주인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어. 내가 그를 알아보니 따라갈 거라고. 양치기 개였을 때 목에 달고 있던 철침 목걸이는 어느 집시가 여관에서 빼앗아갔다는 걸 말하는 걸 잊었네. 세비야에서는 그걸 안 하고 다녔어. 하지만 경관은 내게 황동으로 장식된 목걸이를 달아줬지. 시피온, 내 운명의 수레바퀴를 봐. 어제는 학생이었다가 오늘은 순경이 됐어.”
시피온이 말했다. “세상이 그렇지. 지금 운명의 굴곡을 과장할 필요는 없어. 도살장 일꾼에서 순경으로 바뀐 게 그리 큰 차이가 있나? 나는 운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을 참을 수가 없어. 특히 시종이 되는 게 최고의 행운이라고 여기는 자들 말이야. 그들은 운을 저주하고 모욕하지. 듣는 사람들이 그들이 높고 행복한 자리에서 지금의 불행하고 비천한 처지로 떨어졌다고 생각하길 바라면서 말이야.”
베르간사가 말을 이었다. “네 말이 맞아. 이 경관은 서기와 친했는데, 둘 다 저급한 여자들과 살고 있었어. 그녀들은 그저 얼굴만 괜찮았을 뿐 뻔뻔하고 창녀 같은 성격이었지. 그들은 그녀들을 그물과 낚시로 삼아 건조한 땅에서 고기를 잡았어. 방법은 이래. 그녀들은 자유분방한 여자들처럼 차려입고 멀리서도 그런 모습이 보이게 했지. 항상 외국인들을 노렸고, 카디스와 세비야에 상선이 들어오면 돈벌이가 시작됐어. 외국인 중 한 명이 이런 깨끗한 여자들 중 하나와 관계를 맺으면 경관과 서기에게 어느 여관으로 갔는지 알렸어. 그러면 그들이 습격해 불륜으로 체포했지. 하지만 절대 감옥에 보내지는 않았어. 외국인들이 항상 돈으로 문제를 해결했거든.”
“그러다 콜린드레스라는 경관의 여자 친구가 기름기 많은 영국인을 낚았어. 저녁 식사와 하룻밤을 약속했지. 그녀는 친구에게 알렸고, 경관과 서기, 두 명의 부하와 내가 그들을 덮쳤어. 연인들은 놀랐고, 경관은 죄를 과장했어. 서기는 자비를 베풀어 감옥에 가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지. 영국인은 당황했고, 서기가 간청해 풀려났어. 이런 일이 자주 있었기에 다시 말하지만, 선물의 힘은 대단해.”
시피온이 말했다. “이미 선물의 힘이 대단하다고 대답했어. 지금 긴 설명을 하지 않겠지만, 기회가 되면 그 힘을 보여주는 수많은 예를 들어줄게. 하늘이 시간과 기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면 내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마.”
베르간사가 말했다. “원하는 대로 되길 바라. 이제 들어봐. 결국 내 선한 의도가 흑인 여자의 나쁜 선물을 이겼어. 어느 아주 어두운 밤, 그녀가 평소처럼 즐기러 내려왔을 때 짖지 않고 달려들어 순식간에 옷을 다 찢어버렸지. 허벅지 살점도 한 조각 뜯어냈어. 그 장난으로 그녀는 8일 넘게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어. 주인들에겐 무슨 병에 걸렸다고 거짓말했지. 그녀가 나았고, 다시 내려왔어. 나는 또 싸움을 걸었지. 이번엔 물지 않고 온몸을 할퀴어놨어. 마치 담요를 빗질한 것처럼 말이야. 우리의 싸움은 조용히 벌어졌고, 나는 항상 이겼어. 흑인 여자는 늘 패배하고 불만스러워했지. 하지만 그녀의 분노는 내 털과 건강에 나타났어. 내 식사와 뼈를 가로챘고, 내 등뼈 마디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어. 그래도 먹을 걸 빼앗아갔지만 짖는 걸 막지는 못했어. 하지만 흑인 여자는 나를 한 번에 없애버리려고 버터에 튀긴 스폰지를 가져왔어. 나는 그 악랄함을 알아차렸지. 먹으면 위가 부풀어 오르고 목숨을 잃을 수 있거든. 그런 교활한 적들의 음모를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땅을 많이 두고 떠나기로 했지. 어느 날 풀려나 있는 걸 발견하고는 작별 인사도 없이
모니포디오가 벌금을 100 레알로만 줄여주었다. 브르통 사내가 침대 발치의 의자에 두었던 가죽 주머니를 달라고 했다. 거기엔 자유의 몸값을 치를 돈이 있었다. 하지만 주머니는 사라져 보이지 않았고 찾을 수도 없었다. 내가 방에 들어갔을 때 베이컨 냄새가 코를 찔렀고 나를 위로했다. 냄새로 그것을 찾아내 주머니에서 맛있는 햄 한 조각을 발견했다. 그것을 즐기고 소리 없이 꺼내기 위해 주머니를 거리로 가져갔고 거기서 마음껏 햄을 먹었다. 방으로 돌아왔을 때 브르통 사내가 소리를 지르며 서툰 말로 자신의 바지를 돌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거기엔 50 에스쿠도의 금화가 들어있다고 했다. 서기는 콜린드레스나 경찰들이 그것을 훔쳤다고 생각했다. 경찰관도 똑같이 생각했다. 그는 그들을 따로 불러 물었지만 아무도 시인하지 않았고 모두가 악마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내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고 돈은 내게 쓸모없으므로 주머니를 돌려주려고 거리로 나갔지만 찾을 수 없었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이미 가져갔던 것이다. 경찰관은 브르통 사내에게 뇌물을 줄 돈이 없다는 것을 보고 절망했다. 그는 집주인에게서 브르통이 없는 것을 뽑아내려고 했다. 그녀를 불렀고 그녀는 반쯤 벗은 채로 왔다. 브르통의 소리와 불평, 벗은 콜린드레스의 울음소리, 화가 난 경찰관, 짜증 난 서기, 방에서 물건을 뒤지는 경찰들을 보고 그녀는 불쾌해했다. 경찰관은 그녀에게 옷을 입고 함께 감옥에 가자고 명령했다. 그녀가 집에서 불량한 남녀를 허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서 일이 벌어졌다. 소리가 커지고 혼란이 더해졌다. 집주인이 말했다. “경찰관 나으리, 서기 나으리, 저한테 그런 수작 부리지 마세요. 저는 속속들이 다 알아요. 저한테 그런 말장난 하지 마세요. 입 다물고 하느님과 함께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맹세코 이 술집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이 이야기의 진실을 모조리 밝혀버릴 거예요. 나는 콜린드레스 아가씨를 잘 알고 경찰관 나으리가 몇 달 동안 그녀의 포주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요. 더 말하게 하지 마세요. 이 신사에게 돈을 돌려주고 우리 모두 좋은 사람으로 남읍시다. 나는 정직한 여자이고 집행관 증서를 가진 남편이 있어요. 영원한 기억의 왕국과 함께 납 장식도 있지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이 일을 아주 깨끗하게 하고 있어요. 요금표는 누구나 볼 수 있게 벽에 붙여놓았어요. 저한테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 맹세코 나는 털어버릴 줄 알아요. 나는 손님들과 여자들을 방에 들여보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들은 자기 방 열쇠를 가지고 있고 나는 일곱 개의 벽 너머를 볼 수 있는 열다섯 살짜리가 아니에요.”
주인들은 집주인의 연설을 듣고 그들의 인생사를 읽어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돈을 뽑아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를 감옥으로 데려가려고 고집했다. 그녀는 남편이 부재중이고 아주 고귀한 귀족이라며 하늘을 향해 부당함과 불의를 호소했다. 브르통 사내는 50 에스쿠도 때문에 울부짖었다. 경찰들은 주머니를 보지 못했다고, 하느님께서 그런 일을 허락하지 않으시기를 바란다고 우겼다. 서기는 조용히 경찰관에게 콜린드레스의 옷을 살펴보라고 했다. 그녀가 50 에스쿠도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 의심된다며, 그녀는 자주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의 숨겨진 곳과 주머니를 뒤지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브르통이 취했고 돈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것이 혼란, 소리, 맹세뿐이었고 화해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순간 방에 지방 판사의 부관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는 그 여관을 방문하러 왔다가 소리에 이끌려 왔다. 그는 그 소란의 원인을 물었다. 집주인이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콜린드레스라는 창녀가 누구인지 말했고, 이제 옷을 입은 상태였다. 그녀는 경찰관과의 공개적인 관계를 폭로했고 그들의 속임수와 강도 수법을 공개했다. 그녀는 자신의 동의 없이는 결코 의심스러운 여자가 집에 들어온 적이 없다며 자신을 변호했다. 그녀는 자신을 성녀로, 남편을 축복받은 사람으로 칭송했다. 그녀는 한 하녀에게 소리쳐 달려가 남편의 집행관 증서가 든 상자를 가져오라고 했다. 부관 나리께 보여드리면 그렇게 고귀한 남편의 아내가 나쁜 짓을 할 리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녀가 여관을 운영하는 건 어쩔 수 없어서라고, 하느님은 그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아신다고 했다. 그녀는 차라리 매일 먹을 빵과 약간의 수입이 있어 이런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의 많은 말과 집행관 증서에 대한 자랑에 짜증이 난 부관은 이렇게 말했다. “여관 주인 자매님, 난 당신 남편이 귀족 증서를 가지고 있다는 걸 믿겠소. 하지만 당신은 그가 귀족 여관 주인이라는 걸 인정해야 할 거요.” 그녀는 “그렇고 말고요, 아주 명예롭게요.”라고 대답했다. “세상에 좋은 집안치고 험담 없는 집안이 어디 있겠어요?” 부관은 “자매님, 내가 말하는 건 당신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거요. 감옥에 가야 하니까.” 이 소식에 그녀는 바닥에 쓰러졌다. 얼굴을 할퀴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부관은 지나치게 엄격해서 그들 모두를 감옥으로 데려갔다. 즉, 브르통, 콜린드레스, 그리고 집주인을 말이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브르통이 50 에스쿠도를 잃었고, 더 많은 돈을 소송 비용으로 냈다고 한다. 집주인도 그만큼 냈고 콜린드레스는 뒷문으로 풀려났다. 그녀는 풀려난 그날, 같은 속임수로 한 선원을 낚아 브르통을 대신해 돈을 냈다. 이 모든 불행이 내 탐욕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 수 있지, 시피온.
시피온이 말했다. “네 주인의 악행 때문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베르간사가 말했다. “그래, 들어봐. 그는 더 심한 짓도 했어. 경찰관과 서기들의 나쁜 점을 말하기는 싫지만 말이야.”
시피온이 말했다. “한 사람의 나쁜 점을 말한다고 해서 모두를 비난하는 건 아니야. 좋고 성실하고 합법적이며 남을 도우려 하는 서기들이 많이 있어. 모두가 소송을 지연시키거나 당사자들에게 조언하거나 법정에 세우려고 하는 건 아니야. 모두가 자신의 권리 이상을 요구하거나 판사와 결탁해 서로 등을 긁어주려는 것도 아니지. 모든 경찰관들이 부랑자들이나 사기꾼들과 결탁하는 것도 아니고, 네 주인의 정부처럼 여자 친구를 두고 사기 치는 것도 아니야. 많은 경찰관들이 태생적으로 귀족이고 고귀한 성품을 지녔어. 많은 이들이 무례하거나 건방지거나 못 배우거나 여관에서 외국인들의 칼을 재고 규격보다 조금만 길어도 주인을 파멸시키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야. 모두가 체포한 사람을 풀어주고 변호사나 판사 행세를 하는 것도 아니지.”
베르간사가 말했다. “내 주인은 더 대담했어. 그는 용감한 척하고 유명한 체포를 했다고 자랑했지. 하지만 그의 용기는 자신의 위험 없이 지갑의 희생으로 유지됐어. 어느 날 그는 유명한 체포를 감행했는데…”
예레스 문 앞에서 그가 혼자 여섯 명의 유명한 깡패들과 맞섰을 때, 나는 그를 도울 수가 없었다. 내 입에는 밧줄 재갈이 물려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는 낮에는 그렇게 나를 데리고 다니고 밤에는 재갈을 풀어주었다). 나는 그의 대담함과 기개, 그리고 용기에 놀라워했다. 그는 깡패들의 여섯 자루 검 사이를 마치 그것들이 버드나무 가지인 양 마음대로 오가며 싸웠다. 그가 공격하는 재빠른 움직임과 찌르기, 막아내기, 계산, 뒤를 조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놀라운 광경이었다. 결국 그는 내 생각으로나 그 싸움을 지켜본 모든 이들의 생각으로나 새로운 라다만테가 되었다. 그는 적들을 예레스 문에서 마에세 로드리고 대학의 대리석 기둥까지 100보가 넘는 거리를 몰아붙였다. 그는 그들을 거기에 가두고 전리품을 거두러 돌아왔는데, 그것은 세 개의 칼집이었다. 그는 곧바로 그것들을 치안 판사에게 보여주러 갔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때 치안 판사는 라 사우세다를 파괴한 것으로 유명한 리센시아도 사르미엔토 데 바야다레스였다. 그가 지나가는 거리마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 사람이 안달루시아의 가장 용맹한 자들과 홀로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은 용사요.” 그날 남은 시간 동안 그는 사람들의 눈에 띄려고 시내를 돌아다녔고, 밤이 되자 우리는 트리아나의 화약 공장 근처 거리에 있었다. 내 주인은 (범죄 은어로 말하자면) 주위를 살펴본 후 어느 집으로 들어갔고 나도 그를 따라 들어갔다. 우리는 안마당에서 싸움에 가담했던 모든 깡패들이 외투도 검도 없이 옷을 풀어헤친 채 있는 걸 보았다. 그들 중 한 명, 아마도 그 집 주인인 듯한 사람이 한 손에는 큰 술병을, 다른 손에는 큰 술잔을 들고 있었다. 그는 그 잔에 좋은 포도주를 가득 채워 거품이 나게 한 뒤 모든 사람에게 건배를 청했다. 그들은 내 주인을 보자마자 모두 팔을 벌리고 다가와 건배를 청했고, 그는 모두에게 화답했다. 그는 성격이 온화하고 누구도 사소한 일로 불편하게 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화답했을 것이다. 내가 지금 그곳에서 있었던 일, 그들이 먹은 저녁 식사, 그들이 이야기한 싸움들, 그들이 언급한 도둑질, 그들이 칭찬한 창녀들과 비난한 창녀들, 서로에 대한 칭찬, 언급된 부재중인 용사들, 그곳에서 극찬받은 검술 기술, 식사 중간에 일어나 그들이 생각해낸 기술들을 실제로 보여주기 위해 손으로 몸짓을 하며 사용한 특이한 용어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가 주인이자 아버지처럼 존경하는 집주인의 모습을 너에게 이야기하려 한다면, 그것은 내가 원할 때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에 빠지는 것과 같을 것이다. 결국 나는 그 집의 주인인 모니포디오라 불리는 사람이 도둑들의 은신처이자 깡패들의 보호자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또한 내 주인의 대단한 싸움은 사실 그들과 미리 약속된 것이었으며, 물러나고 칼집을 버리는 등의 상황도 모두 계획된 것이었다는 걸 알았다. 내 주인은 모니포디오가 저녁 식사에 들었다고 한 모든 비용과 함께 그 자리에서 칼집 값을 지불했다. 그 저녁 식사는 모두가 즐겁게 먹으며 거의 동이 틀 무렵에 끝났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내 주인에게 새롭고 화려하게 도시에 도착한 외국인 깡패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가 그들보다 더 용감하다고 생각해 시기심에 밀고한 것이었다. 내 주인은 그 다음 날 밤 그를 체포했는데, 그는 침대에서 벌거벗은 채로 있었다. 만약 그가 옷을 입고 있었다면, 내가 본 그의 체격으로 보아 그렇게 쉽게 체포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체포로 인해 싸움 이후 내 주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내 주인은 토끼보다도 더 겁쟁이였지만, 술과 안주로 용감한 사람이라는 명성을 유지했다. 그의 직업과 수완으로 벌어들인 모든 것은 용맹함이라는 이름으로 다 써버렸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보아라. 지금부터 그에게 일어난 일을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이야기해주마.
“두 도둑이 안테케라에서 아주 좋은 말 한 마리를 훔쳤다. 그들은 그 말을 세비야로 데려와 위험 없이 팔기 위해 내가 보기에 영리하고 교묘한 계략을 썼다. 그들은 서로 다른 여관으로 갔고, 한 명은 재판소로 가서 청원서를 통해 페드로 데 로사다가 자신에게 400레알을 빌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사다가 서명한 차용증이 있다며 그것을 제출했다. 부판사는 로사다에게 그 차용증을 확인하라고 명령했고, 만약 그가 인정한다면 그 금액만큼의 재산을 압류하거나 그를 감옥에 가두라고 했다. 이 일을 수행하는 것은 내 주인과 그의 친구인 서기의 몫이었다. 그 도둑은 그들을 다른 도둑이 묵고 있는 여관으로 데려갔고, 그 자리에서 로사다는 자신의 서명을 인정하고 빚을 시인했으며, 압류할 재산으로 그 말을 지목했다. 내 주인은 그 말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져서 만약 그 말이 팔린다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을 했다. 그 도둑은 법정 기한이 지났다고 선언했고, 말은 경매에 부쳐져 500레알에 낙찰되었다. 구매자는 내 주인이 미리 준비해둔 제3자였다. 그 말은 실제로는 팔린 가격의 1.5배는 더 가치가 있었지만, 판매자의 이익은 빠른 판매에 있었기에 첫 입찰가에 상품을 넘겼다. 한 도둑은 자신에게 빚지지 않은 돈을 받았고, 다른 도둑은 필요하지 않은 영수증을 받았으며, 내 주인은 그 말을 얻었는데 이는 그에게 세야누스의 말보다 더 불운한 것이었다. 도둑들은 곧바로 그 지역을 떠났고, 이틀 후 내 주인은 말의 장식을 손질하고 다른 결함들을 고친 뒤 산 프란시스코 광장에 나타났다. 그는 시골 사람이 축제 때 입은 옷처럼 우쭐대며 잘난 체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좋은 구매에 대해 축하를 건넸고, 그 말이 계란 한 개가 1마라베디인 것처럼 150두카트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빙빙 돌리며 그 광장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비극을 연출했다. 그가 그렇게 말을 부리며 돌아다니고 있을 때, 두 명의 잘 차려입은 신사가 다가왔고 그 중 한 명이 말했다. ‘맙소사, 이 말은 피에데이에로입니다. 며칠 전 안테케라에서 제게서 도둑맞은 말이에요!’ 그와 함께 온 네 명의 하인들도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그 말이 피에데이에로이고 그에게서 도둑맞은 말이 맞다고 했다. 내 주인은 당황했고,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소송을 제기했다. 증거가 제시되었고 주인이 제시한 증거가 너무나 확실해서 판결은 그의 승리로 끝났다. 내 주인은 그 말을 빼앗겼다. 도둑들의 속임수와 술책이 밝혀졌다. 그들은 정의의 손과 개입을 통해 훔친 물건을 팔았던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내 주인의 탐욕이 그를 망쳤다고 생각하며 즐거워했다.
그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날 밤 순찰을 나갔을 때, 산 훌리안 지역에 도둑들이 있다는 정보를 받은 치안 판사가 한 교차로를 지나다 한 남자가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치안 판사가 내 목줄을 잡고 나를 부추기며 말했다. ‘도둑을 잡아라, 가빌란! 어서, 가빌란 아들아, 도둑을 잡아!’ 나는 이미 주인의 악행에 지쳐 있었기에, 치안 판사의 명령을 그대로 따랐다. 나는 내 주인에게 달려들어 그가 저항할 틈도 주지 않고 그를 땅에 넘어뜨렸다.
그들은 나를 아주 가혹하게 빼앗아갔다. 내가 네 명 이상을 복수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우리 둘 모두 매우 슬퍼하며 나를 데려갔다. 경관들은 나를 처벌하고 심지어 몽둥이로 죽이려 했으나, 치안판사가 “아무도 그 개를 건드리지 마라. 개는 내가 시킨 대로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그 악의를 이해했고, 나는 아무에게도 작별 인사를 하지 않고 성벽의 구멍을 통해 들판으로 나갔다. 날이 밝기 전에 세비야에서 4리그 떨어진 마이레나에 도착했다.
운 좋게도 그곳에서 카르타헤나로 가서 배를 타려는 군인 부대를 만났다. 내가 들은 바로는 그 부대에 내 주인의 친구인 4명의 깡패와 한때 경관이었다가 지금은 대단한 익살꾼인 고수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으며, 마치 내가 대답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주인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고수가 나에게 가장 애정을 보여 주었고, 그래서 나는 그가 원한다면 그와 함께 지내며 이 여정을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비록 그가 나를 이탈리아나 플랑드르로 데려간다 해도 말이다. 내 생각에, 그리고 너도 같은 생각일 텐데, “자기 마을에서 바보인 자는 카스티야에서도 바보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사람을 현명하게 만든다.
시피온: 그 말이 정말 맞아. 내가 전에 모셨던 아주 총명한 주인이 말씀하시길, 유명한 그리스인 율리시스가 단지 많은 나라를 다니고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민족들을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현명하다는 평판을 얻었다고 하더군. 그래서 나는 네가 어디로 데려가든 따라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을 칭찬한다.
베르간사: 그래서 말인데, 고수는 자신의 익살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나에게 북소리에 맞춰 춤추는 법과 다른 개들은 전혀 배울 수 없는 원숭이 같은 재주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어. 네가 그것들을 들으면 놀랄 거야. 위원회의 관할 구역이 끝나가면서 우리는 천천히 행군했지. 우리를 제한하는 위원도 없었고, 대위는 젊었지만 매우 훌륭한 기사이자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어. 소위는 얼마 전에 궁정과 식당을 떠났고, 하사관은 노련하고 영리했으며, 부대를 모집 장소에서 승선 장소까지 이동시키는 데 능숙했지. 부대에는 건달 무리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가 지나가는 마을들에서 몇몇 무례한 짓을 저질러 죄 없는 이들이 비난받게 했어. 좋은 군주의 불행이지! 신하들의 잘못 때문에 비난받는 것 말이야. 신하들이 서로에게 폭군이 되어 주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주인이 원하고 노력해도 이런 해악들을 막을 수 없거든. 전쟁과 관련된 대부분의 일들은 거칠고, 엄격하고, 부적절하니까.
어쨌든 15일도 안 되어, 내 뛰어난 재주와 스승으로 선택한 이의 노력 덕분에 나는 프랑스 왕을 위해 뛰어오르고 나쁜 술집 주인을 위해서는 뛰지 않는 법을 배웠어. 그는 나에게 나폴리 말처럼 코르베타를 하고 맷돌 노새처럼 빙빙 도는 법을 가르쳤지. 그 외에도 내가 조심스럽게 보여주지 않았다면 누군가 개의 모습을 한 악마가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만한 다른 것들도 가르쳤어. 그는 나를 ‘현명한 개’라고 이름 지었고, 우리가 숙소에 도착하면 북을 치며 마을 전체를 돌아다니며 현명한 개의 놀라운 재주와 능력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특정 집이나 병원에서 8마라베디나 4마라베디에 볼 수 있다고 광고했어. 마을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랐지. 이런 과장된 말에 마을에서 나를 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모두가 놀라워하고 만족스러워하며 돌아갔어. 내 주인은 많은 돈을 벌었고 6명의 동료들을 왕처럼 먹여 살렸지.
탐욕과 질투심이 깡패들 사이에 나를 훔치려는 욕망을 불러일으켰어. 그들은 기회를 찾고 있었지. 게으르게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욕망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거든. 그래서 스페인에는 많은 꼭두각시 조종사들, 제단화를 보여주는 사람들, 바늘과 노래를 파는 사람들이 있는 거야. 그들의 전 재산을 다 팔아도 하루 먹고살기도 힘들 텐데 말이야. 그래서 그들은 일 년 내내 선술집과 주점을 떠나지 않아. 이를 통해 나는 그들의 직업 외에 다른 곳에서 그들의 술주정의 원천이 나온다고 이해하게 됐어. 이 모든 방랑하는, 쓸모없고 무익한 사람들은 포도주의 스펀지이자 빵의 벌레들이야.
시피온: 이제 그만, 베르간사.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계속해. 밤이 가고 있어. 해가 뜰 때 우리가 침묵의 그늘에 남겨지는 걸 원치 않아.
베르간사: 알겠어, 들어봐. 이미 발명된 것에 덧붙이는 것은 쉬운 일이라, 내 주인은 내가 나폴리 말을 얼마나 잘 흉내 내는지 보고는 내게 구아다마실로 덮개를 씌우고 등에 작은 안장을 얹었어. 그 위에 가벼운 인형을 태우고 작은 창을 들게 했지. 그리고 두 기둥 사이에 걸린 반지를 향해 똑바로 달리는 법을 가르쳤어. 반지 경주를 하는 날이면 현명한 개가 반지 경주를 한다고 광고했고, 전에 본 적 없는 새롭고 멋진 묘기들도 선보였지. 나는 그것들을 스스로 생각해냈어. 주인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
우리는 정해진 여정을 따라 유명하고 위대한 기독교인인 프리에고 후작의 영지인 몬티야에 도착했어. 몬티야는 아길라르와 몬티야의 영주의 저택이 있는 곳이야. 내 주인은 자신이 원했기 때문에 병원에 숙소를 잡았어. 그는 곧바로 평소의 선전을 시작했고, 현명한 개의 재주와 능력에 대한 소문이 이미 퍼져 있었기 때문에 한 시간도 안 되어 안뜰이 사람들로 가득 찼어. 내 주인은 수확이 풍성할 것을 보고 기뻐하며 그날 평소보다 더 익살스럽게 굴었지.
축제의 첫 번째 순서는 내가 통 모양의 체 테두리를 뛰어넘는 것이었어. 그는 나를 평소의 질문들로 주문을 걸었고, 그가 들고 있던 버드나무 막대기를 내리면 그것이 뛰어오르라는 신호였어. 막대기를 높이 들고 있으면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었지. 그날의 첫 번째 주문(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날이야)은 이랬어. “자, 가빌란 친구야, 네가 아는 저 녹색 노인을 위해 뛰어봐. 그는 수염을 염색하지. 싫다면 도냐 핌피넬라 데 플라파고니아를 위해 뛰어. 그녀는 발데아스티야스에서 일하던 갈리시아 소녀의 동료였어.” 주문이 마음에 들지 않니, 가빌란 아들아? 그럼 파시야스 학사를 위해 뛰어봐. 그는 학위도 없으면서 자신을 학사라고 부르지. 오! 너 게을러 보이는구나. 왜 뛰지 않니? 하지만 나는 네 교활함을 알아. 자, 이제 에스키비아스의 술을 위해 뛰어봐. 그건 시우다드 레알, 산 마르틴, 리바다비아의 술만큼 유명하지.
그가 막대기를 내렸고, 나는 뛰어올랐어. 그의 악의를 눈치챘지. 그는 곧 관중들에게 돌아서서 큰 소리로 말했어. “존경하는 여러분, 이 개가 아는 것이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이 개에게 24가지 재주를 가르쳤는데, 그중 가장 작은 것 하나만 보기 위해서라도 30리그를 여행할 가치가 있답니다. 다시 말해, 가장 작은 것을 보기 위해 30리그를 여행할 수 있다는 거죠. 이 개는 사라반다와 차코나를 그 창시자보다도 더 잘 춥니다. 한 병의 포도주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시고, 솔파미레를 노래하는데 그 어떤 창시자보다도 잘합니다.”
성당의 관리인처럼 잘하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이 모든 것과 아직 말씀드리지 않은 많은 것들을 여러분께서는 이 극단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보시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의 현자가 다른 재주를 보여주게 하고, 곧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말로 그는 ‘원로원’이라 부른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들은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꼭 보고 싶어 했다. 주인이 내게로 돌아와 말했다. “자, 가빌란, 다시 한 번 멋진 재주를 보여주거라. 하지만 이번에는 이 마을에 있었다는 유명한 마녀를 위해 하도록 해라.”
그가 이 말을 하자마자 60세는 넘어 보이는 여관 주인 노파가 소리쳤다. “이 악당, 사기꾼, 협잡꾼, 개자식 같으니라고! 여기엔 마녀 따위는 없어! 라 카마차를 말하는 거라면, 그녀는 이미 죄값을 치렀고 지금은 하나님만이 아시는 곳에 있지. 날 두고 하는 말이라면, 이 허풍선이 녀석아, 난 평생 마녀였던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을 거야. 내가 마녀라는 소문이 났다면 그건 거짓 증인들과 불공정한 법, 그리고 잘못된 정보를 받은 성급한 판사 때문이지. 온 세상이 다 알다시피 난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마법 때문이 아니라 죄인인 내가 저지른 다른 많은 죄 때문에 참회의 삶을 살고 있어. 그러니 이 사기꾼 북치는 놈아, 당장 병원에서 나가. 그렇지 않으면 내 맹세코 너를 쫓아낼 테다.”
그러고는 그녀는 나의 주인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고, 그는 당황하고 겁에 질렸다. 결국 그녀는 어떤 식으로든 공연을 계속하지 못하게 했다. 주인은 돈을 챙겼기에 소동이 일어난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았고, 다른 날 다른 병원에서 하지 못한 공연을 하기로 약속했다. 사람들은 노파를 저주하며 떠났고, 마녀라는 이름에 더해 늙은 마귀할멈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날 밤 그 병원에 머물렀다.
노파는 마당에서 나 혼자 있는 걸 보고 말을 걸었다. “너 몬티엘의 아들이니? 설마 네가 그 아이니?”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다가와 목을 껴안았다. 내가 허락했다면 내 입까지 맞추려 했지만, 나는 역겨워서 용납하지 않았다.
시피온: 잘했네. 늙은이에게 키스를 하거나 당하는 건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일 뿐이야.
베르간사: 이제 내가 말하려는 건 내 이야기의 맨 처음에 했어야 할 말인데, 그랬다면 우리가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을 거야. 노파가 내게 말했어. “몬티엘의 아들아, 날 따라오렴. 내 방으로 가자꾸나. 오늘 밤 우리 둘이서만 만날 수 있게 해줄 테니 꼭 와야 해. 문을 열어둘 테니. 네 인생과 네 이익에 관해 말해줄 게 많단다.” 나는 순종의 표시로 고개를 숙였고, 그녀는 내가 그녀가 찾던 몬티엘이라는 개라고 확신하게 됐지. 나중에 그녀가 그렇게 말해주었어.
나는 놀라움과 혼란에 빠져 그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어. 노파가 마녀라 불리는 걸 들었기에, 그녀를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 대단한 일들이 일어날 거라 기대했거든. 마침내 그녀의 방에서 그녀를 만날 시간이 왔어. 방은 어둡고 좁고 천장이 낮았어. 희미한 흙으로 만든 등잔 하나만이 방을 밝히고 있었지. 노파는 등잔에 기름을 보충하고 작은 상자 위에 앉았어. 그리고 나를 자기 옆으로 불러 다시 한 번 껴안았어. 나는 그녀가 입을 맞추지 않도록 조심했지. 그녀가 제일 먼저 한 말은 이거였어.
“하늘이 내 눈이 영원한 잠에 들기 전에 널 볼 수 있게 해주셨구나, 아들아. 이제 널 봤으니 죽음이 와서 이 지친 삶을 데려가도 좋아. 아들아, 넌 이 마을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마녀가 살았다는 걸 알아야 해. 그녀의 이름은 라 카마차 데 몬티야였지. 그녀는 자신의 기술에 있어 독보적이어서 에리토, 키르케, 메데이아도 그녀를 따라올 수 없었어. 그녀는 원할 때면 구름을 모아 태양을 가리고, 마음이 내키면 가장 흐린 하늘도 맑게 만들 수 있었지. 순식간에 먼 땅에서 사람들을 데려올 수 있었고, 순결을 지키지 못한 처녀들의 문제를 놀랍게 해결해주었어. 과부들이 정숙하면서도 부정한 짓을 할 수 있게 해주었고, 기혼 여성들의 결혼을 파탄 내고 원하는 대로 결혼시켰지. 12월에는 정원에 신선한 장미를 피웠고, 1월에는 밀을 수확했어. 물통에서 물냉이를 자라게 하는 건 그녀에겐 아무것도 아니었고, 거울이나 어린아이의 손톱에 살아있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을 보여달라고 하면 그대로 보여주었지. 그녀는 사람들을 동물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소문이 났어. 실제로 6년 동안 한 성당 관리인을 진짜 당나귀로 부렸다고 하더라.
난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었어. 옛 마녀들이 사람을 짐승으로 바꿨다는 얘기가 있지만, 아는 사람들 말로는 그건 그저 그들이 아름다움과 감언이설로 남자들을 유혹해 자신들의 뜻대로 부리게 만든 거라 짐승 같았다는 거래. 하지만 네 경우엔 아들아, 경험상 그 반대라는 게 증명돼. 넌 이성적인 존재인데 개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이게 혹시 트로펠리아라는 학문으로 한 가지를 다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구나. 어쨌든 내가 안타까운 건 나나 네 어머니가 라 카마차의 제자였는데도 그녀만큼 많이 배우지 못했다는 거야. 재능이나 능력,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악의 때문이었지. 그녀는 더 중요한 것들은 자기만 알고 있으려고 했거든.
네 어머니의 이름은 라 몬티엘라였어. 라 카마차 다음으로 유명했지. 난 라 카니사레스야. 둘만큼 현명하진 않지만 그들 못지않은 좋은 의도를 가졌어. 사실, 네 어머니는 마법진을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악마 군단을 부르는 데 있어서는 라 카마차에 뒤지지 않았어. 난 항상 좀 겁이 많아서 악마 반 군단만 부르는 걸로 만족했지. 하지만 평화롭게 말하자면, 우리 마녀들이 바르는 연고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그 둘 중 누구에게도, 또 우리의 규칙을 따르는 다른 어떤 이에게도 뒤지지 않아.
아들아, 넌 알아야 해. 내가 시간의 빠른 날개 위를 달리는 인생이 끝나감을 보고 느끼면서, 오랫동안 빠져 있던 모든 마법의 악습을 버리기로 했다는 걸. 단, 마녀가 되고 싶은 호기심만은 남겼는데, 이건 버리기가 가장 어려운 악습이지. 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어. 많은 악습을 버리고 이생에서 많은 선행을 했지. 하지만 결국 마녀로 죽었어. 그녀는 어떤 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 라 카마차가 그녀를 질투해서 죽었다는 걸 알고 슬퍼서 죽었어. 라 카마차는 네 어머니가 자신만큼 많이 알게 되자 질투했거나, 아니면 내가 밝혀내지 못한 다른 작은 질투 때문이었지.
네 어머니가 임신 중이고 출산 시기가 다가왔을 때, 라 카마차가 산파 역할을 했어. 그녀는 네 어머니가 낳은 것을 받아들고는 두 마리의 강아지를 낳았다고 보여줬어. 그리고 이렇게 말했지…”
“그들을 보고 말했다. ‘여기에 악이 있구나. 여기에 비열함이 있어.’ 하지만 몬티엘라 자매여, 나는 네 친구란다. 나는 이 출산을 감추어 주마. 너는 건강해지는 데만 신경 쓰렴. 네 이 불행이 침묵 속에 묻혔다고 여기거라. 이 일로 마음 아파하지 말아라.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네가 로드리게스 엘 가나판 외에는 오래전부터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단다. 그러니 이 강아지 같은 출산은 다른 데서 온 것이며, 여기엔 어떤 수수께끼가 있을 거야.’ 네 어머니와 나는 이 기이한 일에 놀랐다. 나는 그 모든 일을 지켜보았다. 라 카마차는 가서 강아지들을 데리고 갔다. 나는 너의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남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었다. 라 카마차의 최후가 다가왔고,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너의 어머니를 불러 자신이 그녀와의 어떤 분노 때문에 그녀의 아이들을 개로 변하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때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직접 다음을 보기 전에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오만한 자들이 재빨리 무너지고
비천한 자들이 높이 들어 올려지는 것을
그들이 직접 눈으로 볼 때
그들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리라
이를 행할 강력한 손이 있으리니.
라 카마차는 이미 네게 말했듯이 죽을 때 너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의 어머니는 이를 글로 적고 기억했다. 나는 너희 중 누군가에게 말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를 기억했다. 너희를 알아볼 수 있도록 너의 어머니와 같은 색의 모든 개들을 너의 어머니 이름으로 부르곤 했다. 개들이 그 이름을 알 것이라 생각해서가 아니라, 다른 개들과는 다르게 불리는 것에 반응하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오늘 오후 네가 그토록 많은 재주를 부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너를 현명한 개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을 때, 또 내가 마당에서 너를 불렀을 때 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 것을 보고, 나는 네가 몬티엘라의 아들이라고 믿게 되었다. 나는 너의 이야기와 네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방법을 큰 기쁨으로 알려주고 있다. 나는 그 방법이 ‘황금 당나귀’에 나오는 아풀레이우스처럼 장미 한 송이를 먹는 것처럼 쉬웠으면 좋겠다. 하지만 너의 경우는 다른 이들의 행동에 달려 있고, 너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아들아, 네가 해야 할 일은 마음속으로 신에게 기도하고, 이 예언이라기보다는 점괘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곧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선한 라 카마차가 말했으니 의심의 여지없이 그렇게 될 것이다. 너와 네 형제는, 살아있다면, 원하는 대로 되는 걸 보게 될 거야.
내가 안타까운 건 내 생이 얼마 남지 않아 그걸 볼 수 없다는 거다. 나는 여러 번 우리의 염소에게 너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러지 못했다. 우리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 그는 결코 똑바로 대답하지 않고, 항상 모호하고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말로 대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주인이자 주군에게는 아무것도 물어볼 필요가 없다. 그는 한 가지 진실에 천 가지 거짓을 섞기 때문이다. 내가 그의 대답들로부터 추측한 바로는, 그는 미래에 대해 확실히 아는 것이 없고 단지 추측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 마녀들을 속이고 있어서, 그가 우리에게 천 가지 장난을 쳐도 우리는 그를 떠날 수 없다. 우리는 그를 보러 아주 먼 들판으로 가는데, 거기서 우리 마녀들이 무수히 모인다. 그는 거기서 우리에게 맛없는 음식을 주고, 다른 일들도 일어나는데, 진실로, 그리고 신과 내 영혼에 맹세코, 그것들이 너무나 더럽고 역겨워서 감히 말할 수가 없구나. 너의 순결한 귀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어떤 이들은 우리가 이런 모임에 상상 속에서만 간다고 하는데, 거기서 악마가 우리가 나중에 실제로 일어났다고 말하는 모든 일들의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한다. 다른 이들은 우리가 정말로 육체와 영혼으로 간다고 한다. 나는 두 의견 모두 사실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어느 쪽으로 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나 강렬해서 실제로 가는 것과 구별할 수가 없다. 종교재판소의 신사들이 우리 중 몇몇을 체포해서 이에 대해 실험을 했는데, 내 말이 사실임을 알아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들아, 나는 이 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했다. 나는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고, 가난한 이들을 돌본다. 어떤 이들은 죽으면서 나에게 유산을 남겨주거나, 내가 그들의 옷에서 이를 잡아주는 대가로 무언가를 남겨준다. 나는 기도를 짧게 하고 공개적으로 한다. 많이 험담하지만 은밀히 한다. 위선자인 척하는 게 공공연한 죄인으로 사는 것보다 낫다. 현재의 선행의 모습이 과거의 악행의 기억을 지워주고 있다. 결국, 거짓된 성스러움은 그것을 행하는 사람 외에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몬티엘 아들아, 내가 주는 이 충고를 명심해라. 할 수 있는 한 선하게 살아라. 그리고 악하게 살아야 한다면, 할 수 있는 한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노력해라. 나는 마녀다, 그걸 부인하지 않겠다. 네 어머니도 마녀이자 마법사였다, 그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둘의 좋은 겉모습은 전 세계에서 우리의 신용을 지켜줄 수 있었다. 그녀가 죽기 사흘 전, 우리는 피레네 산맥의 한 계곡에서 큰 연회를 즐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죽을 때 너무나 평온하고 고요했다. 죽기 15분 전에 약간의 표정 변화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그녀는 마치 꽃으로 장식된 결혼 침대에 누운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두 아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슴이 아팠고, 라 카마차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대해 그토록 단호하고 확고했다. 나는 그녀의 눈을 감겨주었고, 무덤까지 그녀와 함께 갔다. 거기서 나는 그녀를 떠나 다시는 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죽기 전에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아직 잃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녀가 묘지와 교차로에서 여러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도 그녀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녀의 양심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노파가 내 어머니라고 하는 사람을 칭찬하며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심장을 꿰뚫는 창과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달려들어 이빨로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그런 나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그녀는 그날 밤 그들의 평소 모임 중 하나에 가기 위해 연고를 바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거기 가서 내게 일어날 일들에 대해 주인에게 물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그 연고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녀는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이 내가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했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 마녀들이 바르는 이 연고는 극도로 차가운 약초의 즙으로 만들어진다. 세간의 말과는 달리 우리가 목 졸라 죽인 아이들의 피로 만든 게 아니다. 여기서 네가 악마가 우리에게 세례 받은 갓난아이들을 죽이게 하는 이유가 뭔지 물어볼 수도 있겠다. 악마는 그 순수하고 죄 없는 영혼들이 천국에 가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다. 그리고 그는 그리스도교 영혼 하나하나가 그에게서 벗어나는 것을 특별히 괴로워한다. 이에 대해 나는 속담에 나오는 말 외에는 대답할 수 없다. 어떤 이는 자신의 눈 두 개를 뽑아 적의 눈 하나를 뽑는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죽여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것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토록 잔인하고 사악한 죄를 계속해서 저지르게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죄 때문에 허락하신다.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악마가 개미 한 마리도 해칠 수
“내 원수의 포도밭을 파괴하라고 명령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하나님께서 원치 않으시기에 잎사귀 하나도 건드릴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를 통해 네가 어른이 되면 알게 되겠지만, 사람들과 나라와 도시와 마을에 닥치는 모든 불행, 갑작스러운 죽음, 난파, 추락, 그리고 우리가 재앙이라 부르는 모든 악은 전능하신 분의 손에서 비롯되며 그분의 허락하는 뜻에 따른 것이다. 우리가 죄라 부르는 해악과 악행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어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형성된다. 하나님은 죄가 없으시니, 우리가 죄의 주범임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말했듯 우리의 죄로 인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다.
이제 네가 내 말을 이해했다면 이렇게 물을 것이다. “당신을 신학자로 만든 것은 무엇인가요?” 어쩌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 늙은 창녀 같으니라고! 그토록 많이 알면서 왜 마녀 노릇을 그만두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지 않는 거야? 하나님은 죄를 용서하시는 것이 죄를 허락하시는 것보다 더 빠르다는 걸 알면서 말이야.”
이에 대해 네가 묻는 것처럼 대답하겠다. 악습은 본성이 되어버린다. 마녀가 되는 것은 피와 살이 되어 그 열기 속에서 영혼을 얼어붙게 하고 믿음마저 무디게 만든다. 그래서 자신을 잊어버리고 하나님의 위협도, 약속하신 영광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육체와 쾌락의 죄이기에 모든 감각을 무디게 하고 마비시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영혼은 쓸모없고 무기력해져 좋은 생각 하나 할 수 없게 된다. 비참의 심연에 빠져 하나님께서 자비로 내미신 손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영혼을 가졌다. 모든 것을 보고 이해하지만, 쾌락이 내 의지에 족쇄를 채웠기에 늘 악한 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얘기는 그만하고 연고 이야기로 돌아가자. 연고는 매우 차가워서 바르면 모든 감각을 잃고 알몸으로 바닥에 쓰러진다. 그때 우리는 상상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것처럼 모든 것을 경험한다고들 한다. 때로는 연고를 바른 뒤 우리 생각에 모습이 바뀌어 수탉이나 부엉이나 까마귀가 되어 주인이 기다리는 곳으로 간다. 거기서 원래 모습을 되찾고 쾌락을 누린다. 그 쾌락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기억만 해도 부끄럽고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마녀다. 위선의 망토로 많은 결점을 가린다. 일부는 나를 선한 사람으로 여기고 존경하지만, 많은 이들이 내 귀에 대고 욕설을 퍼붓는다. 과거에 나와 네 어머니를 다루었던 성난 판사가 분노를 쏟아부어 매질한 형리의 손에 그 이름이 새겨졌지. 하지만 그건 지나간 일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기억은 사라지고, 삶은 되돌아오지 않고, 혀는 지치고, 새로운 일들이 옛일을 잊게 한다.
나는 병원 수녀다. 내 행실을 보여주고, 연고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75세지만 1년은 더 살 수 있다. 나이 때문에 금식도 못 하고, 어지러워 기도도 못 하고, 다리가 약해 순례도 못 가고, 가난해서 자선도 못 베풀고, 험담을 좋아해서 좋은 생각도 못 한다. 그래서 늘 나쁜 생각만 하게 된다. 그래도 하나님이 선하고 자비로우시며 내 운명을 아신다는 걸 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자. 정말 슬퍼진다. 이리 와서 내가 연고 바르는 걸 보거라. 빵만 있으면 모든 고통이 줄어든다지. 좋은 날은 집에 들이고, 웃을 때는 울지 않는 법이다. 악마가 주는 즐거움이 거짓되고 헛되다 해도 즐거움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상상 속 즐거움이 실제보다 더 크지만, 진정한 즐거움은 그 반대일 것이다.”
그녀는 이 긴 연설을 마치고 일어나 촛불을 들고 더 좁은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를 따라갔다. 천 가지 생각에 휩싸여 그녀가 한 말에 놀라고 앞으로 볼 일을 기대하며. 카니사레스는 촛불을 벽에 걸고 서둘러 속옷 하나만 남기고 옷을 벗었다. 구석에서 유리병을 꺼내 손을 넣고 중얼거리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연고를 발랐다.
연고 바르기를 마치기 전에 그녀가 말했다. “이제 내 몸이 이 방에서 감각 없이 누워있거나 사라지더라도 놀라지 말고 아침까지 여기서 기다려라. 네가 사람이 되기까지 겪을 일에 대해 소식을 알게 될 거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다고 했다. 그녀는 연고 바르기를 마치고 죽은 듯이 바닥에 누웠다. 나는 그녀의 입에 내 입을 가까이 대고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시피온, 친구여, 한 가지 고백하겠다. 그 좁은 방에 갇혀 그런 모습을 보니 무서웠다. 내가 본 그녀의 모습을 최대한 자세히 묘사해보겠다. 그녀는 7피트가 넘는 키에 뼈만 앙상한 몸이었다. 검고 털이 많은 거친 피부로 덮여 있었다. 배는 무두질한 가죽 같았고 허벅지 중간까지 늘어져 있었다. 가슴은 말라 주름진 소 방광 두 개 같았다. 입술은 검었고 이는 드러나 있었다. 코는 휘어 있었고 눈은 함몰되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볼은 홀쭉했다. 목은 가늘었고 가슴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요컨대 그녀는 말라비틀어지고 악마 같았다.
나는 천천히 그녀를 살펴보았고, 곧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그 몸과 영혼의 악한 행위를 생각하니 말이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는지 보려고 물어뜯으려 했지만, 혐오감에 어느 부위도 건드릴 수 없었다. 그래도 발목을 잡고 마당으로 끌고 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늘을 보고 넓은 곳에 있으니 두려움이 가라앉았다. 적어도 그 악한 여자의 왕복과 내 운명에 대해 들을 이야기를 기다릴 용기가 생겼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악한 노파를 그토록 현명하고 또 사악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어떻게 재앙과 죄의 차이를 알고, 하나님에 대해 그토록 많이 알면서도 악마의 일을 그토록 많이 행하는 걸까? 어떻게 무지의 변명도 없이 그토록 악의적으로 죄를 짓는 걸까?
이런 생각 속에서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다. 우리 둘은 마당 한가운데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나는 그녀 옆에 쪼그리고 앉아 그 끔찍하고 흉한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병원 사람들이 와서 이 장면을 보고는 말했다. “복된 카니사레스가 죽었구나. 보아라, 얼마나 야위고 흉한 모습인지.”
속죄: 더 신중한 이들은 그녀의 맥박을 짚어보고 그녀가 죽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들은 그녀가 순수한 선함으로 황홀경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말했다. “이 늙은 창녀는 틀림없이 마녀일 것이다. 성인들은 결코 그렇게 부정한 황홀경에 빠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녀를 아는 우리 사이에서는 성인보다는 마녀로 더 유명하다.” 호기심 많은 이들이 그녀의 살갗에 바늘을 꽂아보았지만, 그래도 그 잠꾸러기는 깨어나지 않았고 이튿날 아침 일곱 시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온몸이 바늘에 찔리고 발뒤꿈치가 물려 있으며, 방 밖으로 끌려나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것을 느끼고는 내가 그녀의 수치심의 원인이었다고 믿었다. 그녀는 나에게 달려들어 두 손으로 내 목을 조르며 말했다. “이 배은망덕하고 무지하며 악의에 찬 녀석아, 이것이 네 어미에게 한 선행과 네게 베풀려 했던 은혜에 대한 보답이냐?” 나는 그 무서운 할멈의 손톱에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하자 몸을 빼내고 그녀의 긴 배 주름을 잡아 마당 전체를 끌고 다녔다. 그녀는 자신을 이 악마의 이빨에서 구해달라고 소리쳤다.
늙은 할멈의 이 말에, 사람들은 내가 선량한 기독교인들을 항상 미워하는 악마 중 하나일 것이라고 믿었다. 어떤 이들은 성수를 뿌리러 달려왔고, 다른 이들은 감히 다가와 나를 떼어내지 못했으며, 또 다른 이들은 나를 퇴마하라고 소리쳤다. 할멈은 투덜거렸고, 나는 이를 갈았으며, 혼란은 더욱 커졌다. 이때 주인이 소란에 달려와 나를 악마라고 하는 말을 듣고 절망했다. 퇴마의 방법을 모르는 이들은 몽둥이 서너 개를 가져와 내 등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 장난이 따가워 할멈을 놓아주고 세 번의 도약으로 거리로 나갔다. 몇 번 더 뛰어 마을을 빠져나왔는데, 뒤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비켜라, 현명한 개가 미쳤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쫓아왔다. 다른 이들은 말했다. “미친 게 아니라 개 모습을 한 악마다.” 이런 소동 속에 종소리와 함께 마을을 빠져나왔다. 많은 이들이 내가 한 일과 할멈이 잠에서 깨어나 한 말 때문에 나를 의심할 여지없이 악마라고 믿었다. 나는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지려고 정신없이 도망쳤고, 그들은 내가 악마처럼 사라졌다고 믿었다. 6시간 동안 12레그아를 달려 그라나다 근처 야영지에 있는 집시 무리에게 도착했다. 거기서 잠시 쉬었는데, 집시들 중 일부가 나를 현명한 개로 알아보고 크게 기뻐하며 나를 맞아들이고 동굴에 숨겼다. 이는 내가 찾아질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고, 나중에 알게 됐지만 나의 전 주인인 북 연주자처럼 나로 돈을 벌 계획이었다. 나는 20일 동안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들의 삶과 풍습을 알고 관찰했는데, 그것들이 특이해서 어쩔 수 없이 네게 들려주어야겠다.
시피온: 베르간사야, 계속 이야기하기 전에 마녀가 한 말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큰 거짓말이 사실일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게 좋겠다. 보아라, 베르간사. 카마차가 인간을 짐승으로 바꾸고 교회 관리인이 당나귀 모습으로 그녀를 섬겼다는 것을 믿는 것은 엄청난 실수일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과 비슷한 것들은 악마의 속임수, 거짓말,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가 지금 어느 정도 지성과 이성이 있어 보이고 진짜 개임에도 말을 하고 있다면, 이는 전례 없는 기이한 일이며 손으로 만져볼 수 있음에도 그 결과가 우리에게 보여주기 전까지는 믿어서는 안 된다. 더 분명히 알고 싶으냐? 카마차가 우리의 회복이 어떤 헛된 것들과 얼마나 어리석은 점들에 달려 있다고 말했는지 생각해 보아라. 너에게 예언처럼 보이는 것들은 단지 늙은이들의 이야기나 겨울밤을 보내는 데 쓰이는 머리 없는 말과 마법의 지팡이 같은 것들일 뿐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미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녀의 말을 다른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를 알레고리라고 한다. 이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닌 다른 것을 뜻하지만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신속한 열정으로 볼 때
교만한 자들이 무너지고,
겸손한 자들이 들어 올려지는 것을,
강력한 손으로 이를 행할 때.
내가 말한 의미로 해석하면, 우리가 운명의 수레바퀴 꼭대기에 있던 이들이 오늘날 불운에 짓밟히고 그들을 가장 존경했던 이들에게 경멸당하는 것을 볼 때, 그리고 두 시간 전만 해도 이 세상에서 사람 수나 늘리는 것 말고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던 이들이 이제는 행운의 꼭대기에 올라 우리 눈에서 사라질 정도가 된 것을 볼 때 우리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작고 움츠러들어 보이던 이들이 이제는 너무 커지고 높아져서 우리가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우리가 다시 사람이 되는 조건이라면, 우리는 이미 그것을 보았고 매 순간 보고 있지만, 여전히 개로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카마차의 시구를 문자 그대로가 아닌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해서도 안 되며, 거기에 우리의 구원이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러 번 그들이 말한 것을 보았지만 여전히 개인 채로 있다. 그러므로 카마차는 거짓말쟁이였고, 카니사레스는 사기꾼이었으며, 몬티엘라는 (용서를 구하지만) 우리 둘의 어머니라면 어리석고 악의에 찬 바보였다. 내 생각에 진정한 의미는 볼링 게임이다. 거기서는 빠른 손놀림으로 서 있는 것들을 무너뜨리고 쓰러진 것들을 다시 세운다. 이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의 손에 의해서다. 우리 인생을 살아오면서 볼링을 해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아라.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다시 사람이 되었는가?
베르간사: 형제여, 네 말이 맞다. 이제 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겪은 모든 일과 겪고 있는 일이 꿈이며, 우리는 개라고 생각하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이 말하는 능력과 인간의 사고력을 가능한 한 오래 즐기자. 그러니 내가 동굴에 숨겨준 집시들과 겪은 일을 들려주는 것을 지루해하지 말아 달라.
시피온: 나는 기꺼이 너의 이야기를 들을 테니, 네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의무감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하늘의 뜻이라면 내 인생의 사건들을 너에게 들려줄 테니 말이다.
베르간사: 집시들과 보낸 시간 동안 나는 그들의 수많은 악행, 속임수와 사기, 그들이 어릴 때부터 거의 기저귀를 벗을 무렵부터 행하는 도둑질을 관찰했다. 스페인 전역에 흩어져 있는 그들의 수를 보았는가? 그들은 모두 서로를 알고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으며, 이곳의 도둑질을 저곳으로, 저곳의 것을 이곳으로 옮기고 거래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왕에게 복종하는 것보다 더 잘 한 사람에게 복종한다. 그 사람을 ‘콘데’라고 부르는데, 그는 그들의 보호자이자 변호사이며, 그들의 소송을 변호하고 그들이 감옥에 갇혔을 때 방문한다. 그는 매달 일정액을 받고, 모든 무리에게서 상당한 양의 돈을 받아 일 년에 거액을 번다. 그와 다른 변호사들은 재판관들과 서기들을 만나 집시들의 범죄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고 설득한다. 집시 여자가 점을 보러 왔을 때, 그녀는 스페인의 어느 귀족 부인보다도 더 많은 보석을 착용했다. 그녀의 목에는 두 줄의 진주 목걸이가 있었고, 귀에는 두 쌍의 귀걸이가 달려 있었는데, 내 생각에 그것들은 진주였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다이아몬드가 반짝였고, 그 중 두 개는 화려한 은테에 박혀 있었다. 나는 그녀의 치마를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내 판단으로는 20두카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화려하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그녀는 한 하녀를 데리고 왔는데, 그녀 역시 집시였다. 집시들의 법은 그들이 훔친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결혼하고 친족 간에 결혼하여 그들의 악행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한다. 그들의
백작이라는 자는 말도나도라는 성을 갖고 있으며, 그의 후손들도 모두 이 성을 가진다. 그들이 이 귀족 가문의 성씨를 갖게 된 것은 이 성을 가진 어느 귀족의 시종이 아름다운 집시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시종이 집시가 되어 자신을 아내로 맞이하지 않으면 사랑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시종은 그렇게 했고 다른 집시들의 마음에 들어 그들의 우두머리로 추대되어 복종을 받게 되었다. 신하의 표시로 그들이 훔친 것 중 중요한 것들의 일부를 그에게 바친다. 그들은 게으름을 감추기 위해 쇠로 물건을 만들어 도둑질을 쉽게 하는 도구를 만든다. 그래서 그들이 거리에서 집게, 송곳, 망치 등을 팔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자들은 화로받침과 부삽을 판다. 그들은 모두 산파이며, 이 점에서 우리보다 낫다. 비용도 들이지 않고 아무 준비 없이 아이를 낳게 하고 태어나자마자 찬물로 씻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날씨의 혹독함과 추위를 견디도록 단련시킨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건장하고 재주 좋은 곡예사, 달리기 선수, 무용수가 된다. 그들은 항상 자기들끼리만 결혼하여 나쁜 풍습이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게 한다. 여자들은 남편에 대한 정절을 지키며, 자기 종족 이외의 남자와 부정을 저지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구걸할 때는 경건함보다는 교활함과 익살로 더 많이 얻어낸다. 아무도 그들을 믿지 않기에 일하지 않고 게을러진다. 내 기억이 맞다면 성체를 영하는 집시 여인을 제단 앞에서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속이고 어디서 훔칠지에만 집중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도둑질과 그 방법에 대해 서로 상의한다. 그래서 어느 날 한 집시가 내 앞에서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한 농부를 속여 도둑질했는지 들려주었다. 그 집시는 꼬리가 짧은 당나귀를 가지고 있었는데, 털이 없는 꼬리 끝에 다른 털 많은 꼬리를 붙여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는 그것을 시장에 내다 팔았고 한 농부가 10두카트에 샀다. 돈을 받은 뒤 그는 농부에게 같은 당나귀의 형제이자 방금 산 것만큼 좋은 다른 당나귀를 더 싸게 팔겠다고 했다. 농부는 그것을 사겠다며 가서 가져오라고 했고, 그 동안 산 당나귀를 자기 숙소로 데려가겠다고 했다. 농부가 떠나자 집시가 뒤를 밟았고, 어찌어찌해서 집시는 농부에게 팔았던 당나귀를 도로 훔쳤다. 그는 즉시 가짜 꼬리를 떼어내고 원래의 짧은 꼬리만 남겼다. 안장과 고삐를 바꾼 뒤 대담하게 농부를 찾아가 그 당나귀를 사라고 했다. 농부는 첫 번째 당나귀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곧바로 두 번째 것을 샀다. 숙소에 가서 돈을 지불하려 했지만 짐승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농부는 어리석었지만 집시가 훔쳤다고 의심하며 돈을 주지 않으려 했다. 집시는 증인을 데려왔고, 첫 번째 당나귀에 대한 세금을 받은 사람들이 와서 집시가 농부에게 아주 긴 꼬리를 가진 당나귀를 팔았으며 그것은 지금 파는 두 번째 당나귀와는 전혀 다르다고 맹세했다. 이 모든 일에 치안관이 입회했는데, 그는 집시의 편을 들어 농부가 결국 당나귀 값을 두 번 치르게 만들었다. 그들은 다른 많은 도둑질 이야기도 들려주었는데, 대부분 짐승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이런 일에 전문가이고 가장 많이 하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그들은 나쁜 무리들이며, 많은 현명한 판사들이 그들을 단속하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20일 후 그들은 나를 무르시아로 데려가려 했다. 나는 그라나다를 지나갔는데, 그곳에는 이미 내 주인이었던 북 치는 사람의 대장이 와 있었다. 집시들이 이 사실을 알고 나를 여관 방에 가두었다.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엿들었고, 그들이 가려는 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그라나다를 빠져나와 한 모리스코인의 과수원에 들어갔다. 그는 나를 기꺼이 받아주었고, 나는 더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가 나를 과수원 지키는 일 말고는 시키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내 생각에 그 일은 가축을 지키는 것보다 쉬웠다. 거기서는 월급을 얼마나 줄지 논쟁할 필요도 없어서 모리스코인은 쉽게 부릴 하인을 구했고, 나는 쉽게 섬길 주인을 얻었다. 나는 한 달 넘게 그와 있었다. 그곳 생활이 좋아서가 아니라 내 주인의 생활을 알고 싶어서, 그리고 그를 통해 스페인에 사는 모든 모리스코인의 삶을 알고 싶어서였다. 오, 시피온 친구여! 이 모리스코 무리에 대해 얼마나 많고 대단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2주 안에 다 말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세세히 이야기하자면 2개월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뭔가는 말해야겠지. 그러니 이 좋은 사람들에 대해 내가 본 것과 주목한 것을 대략적으로 들어보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기독교 성스러운 법을 바르게 믿는 사람은 기적적으로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모든 의도는 돈을 모으고 저축하는 것이다. 그 목적을 위해 일하고 먹지도 않는다. 동전이 그들 손에 들어오면, 그것이 1레알짜리가 아닌 한 영원한 감옥과 영원한 어둠에 갇힌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벌지만 전혀 쓰지 않아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모은다. 그들은 자신들의 저금통이자, 좀이며, 까치이고, 족제비다. 그들은 모든 것을 모으고, 모든 것을 숨기고, 모든 것을 삼킨다. 그들이 많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모으고 숨긴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서서히 진행되는 열병이 폐렴만큼이나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계속 늘어나고 숨기는 자들도 늘어나 무한히 증가할 것이다. 경험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그들 사이에는 순결함이 없고 남녀 모두 수도원에 들어가지 않는다. 모두가 결혼하고 모두가 번식한다. 검소한 삶이 생식의 원인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전쟁이 그들을 소모시키지 않고 그들을 지나치게 고된 일도 없다. 그들은 가만히 서서 우리를 털어간다. 우리 농장의 수확물을 우리에게 되팔아 부자가 된다. 그들은 하인을 두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하인이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에 돈을 쓰지 않는다. 그들의 과학은 우리를 털어가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들은 바로는 야곱의 12아들이 이집트에 들어갔을 때 모세가 그들을 그 노예 상태에서 구출했을 때 60만 명의 남자들이 아이들과 여자들을 제외하고 나왔다고 한다. 이로부터 이들의 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많은 수이기 때문이다.
시피온: 네가 지적하고 대략적으로 그린 모든 해악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지만, 잘 알다시피 네가 말하는 것보다 더 많고 더 큰 해악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우리 공화국에는 매우 현명한 감시자들이 있어서 스페인이 자신의 품 안에서 그토록 많은 독사를 기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하나님의 도움으로 이토록 큰 해악에 대한 확실하고 신속하며 안전한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계속 이야기해 보게.
베르간사: 내 주인은 그의 종족 모두가 그렇듯이 구두쇠였다. 그는 나를 기장빵과 자히나스의 찌꺼기로 먹여 살렸다. 하지만 이런 궁핍함이 내가 하늘을 보게 해주었고, 그것도 아주 기이한 방법으로 말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들어보게. 매일 아침, 많은 석류나무가 있는 과수원에서 한 청년이 새벽과 함께 나타났다. 그는 학생으로 보였고 베이지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렇게 검거나 털이 많지는 않아서 갈색으로 깎은 것처럼 보였다. 그는 공책에 뭔가를 쓰느라 바빴고, 가끔 손뼉을 치거나 웃기도 했다.
이마에 손을 대고 하늘을 응시하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때때로 너무나 깊은 상상에 빠져 발도 손도 눈꺼풀조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몰입은 그 정도였다. 한번은 그가 알아채지 못하게 그에게 다가갔다.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한참 후에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맙소사, 이건 내 평생 지은 최고의 8행시야.” 그리고는 서둘러 노트에 무언가를 적으며 매우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모든 것을 보고 나는 그 불쌍한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나는 평소처럼 그를 애무하며 내 온순함을 보여주었다. 그의 발치에 누웠고, 그는 안심하고 생각에 잠겼다. 다시 머리를 긁적이고 몰입하더니 또 무언가를 적었다.
이때 정원에 또 다른 젊고 멋진 신사가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종이들이 들려 있었고, 그는 가끔씩 그것들을 읽었다. 그는 첫 번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서 물었다. “1막을 끝내셨습니까?” 시인이 대답했다. “방금 끝냈소.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멋지게 말이오.” “어떤 식으로요?” 두 번째 사람이 물었다. “이렇소.” 첫 번째 사람이 답했다. “교황 성하께서 법복을 입고 등장하시는데, 12명의 추기경들도 모두 보라색 옷을 입고 나오지요. 내 희곡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mutatio caparum의 시기였거든요. 그때는 추기경들이 붉은색이 아니라 보라색 옷을 입었죠. 그래서 작품의 진실성을 지키려면 내 추기경들이 반드시 보라색 옷을 입어야 해요. 이건 희곡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틀림없이 이걸 놓치고 매 순간 부적절하고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죠. 나는 이 점에서 실수할 수 없었어요. 오로지 이 의상을 위해 로마 의식서를 모두 읽었거든요.”
“하지만 우리 극단장이 12명의 추기경을 위한 보라색 의상을 어디서 구한단 말입니까?”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 “단 한 명이라도 빠진다면,” 시인이 대답했다. “내 희곡을 날려 버리느니 차라리 날아가겠소. 이런! 이렇게 장엄한 장면을 놓칠 순 없소. 무대 위에 교황 성하와 12명의 위엄 있는 추기경들, 그리고 반드시 그들과 함께 와야 할 다른 수행원들이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오. 맹세코 이건 다라하의 꽃다발 같은 희곡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가장 위대하고 장엄한 장면 중 하나가 될 거요!”
여기서 나는 한 사람은 시인이고 다른 사람은 배우라는 것을 완전히 이해했다. 배우는 시인에게 작품을 공연할 극단장이 불가능해질 것 같다면 추기경 수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시인은 오히려 그 memorable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자리에 있었던 교황청 전체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는 웃으며 그를 그의 일에 남겨두고 새 희곡의 배역을 연습하러 갔다. 시인은 그의 훌륭한 희곡의 몇 구절을 더 쓴 후, 매우 차분하고 느긋하게 주머니에서 빵 조각 몇 개와 약 20개의 건포도를 꺼냈다. 내가 보기에 그렇게 셌던 것 같은데, 빵 부스러기들이 함께 있어서 정확히 그 숫자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는 부스러기를 불어 치우고 건포도를 하나씩 먹었다. 줄기도 버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빵 조각으로 건포도를 도왔는데, 주머니 속 보풀 때문에 보라색으로 변해 곰팡이 핀 것처럼 보였다. 그는 아무리 애써도 그것들의 완고함을 누그러뜨릴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이득이 되었다. 그가 그것들을 나에게 던지며 말했다. “자, 먹어라. 맛있게 먹어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시인이 내게 주는 이 넥타르나 암브로시아는 그들이 말하는 신들과 그들의 아폴로가 하늘에서 먹는다는 바로 그것이구나.’ 결국 대부분의 시인들의 비참함은 크지만, 나의 궁핍함은 더 컸다. 그가 버린 것을 먹을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의 희곡을 쓰는 동안 그는 정원에 오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나 또한 빵 조각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들을 나와 매우 너그럽게 나눴고, 우리는 함께 물레방아로 가서 나는 엎드려 그는 바가지로 군주처럼 갈증을 해소했다. 하지만 시인이 사라지자 나는 너무나 배가 고파져서 모리스코를 떠나 도시로 들어가 운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이사하는 자가 운을 찾는다고들 하니 말이다. 도시로 들어가던 중 나는 유명한 산 제로니모 수도원에서 나오는 내 시인을 보았다. 그가 나를 보자 팔을 벌리고 다가왔고, 나는 그를 다시 만난 기쁨을 새롭게 표현하며 그에게 갔다. 그는 즉시 정원에 가져가곤 했던 것보다 더 부드러운 빵 조각들을 꺼내기 시작했고, 자신의 이빨을 거치지 않고 내 이빨에 맡겼다. 이 새로운 즐거움으로 나의 굶주림을 해소해 주었다. 부드러운 빵 조각들과 내 시인이 앞서 언급한 수도원에서 나오는 것을 본 것이 나로 하여금 그가 다른 많은 이들처럼 부끄러워하는 뮤즈를 가졌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도시로 향했고 나는 그가 원한다면 주인으로 삼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를 따랐다. 그의 성의 부스러기로 내 궁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했기 때문이다. 자선보다 더 크고 좋은 지갑은 없으니, 그 너그러운 손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 나는 “벗은 자보다 인색한 자가 더 많이 준다”는 속담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인색하고 욕심 많은 자가 무언가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벗은 관대한 자는 실제로 좋은 의지를 줄 때 그렇게 한다. 그는 더 이상 가진 것이 없을 때 그렇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한 극단장의 집에 이르렀다. 내 기억으로는 그의 이름이 앙굴로 엘 말로였는데, 이는 그를 다른 앙굴로와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후자는 배우였지 극단장이 아니었으며, 당시 가장 재미있고 지금도 그러한 희극 배우였다. 극단 전체가 내 주인의 희곡을 들으러 모였다. 나는 이제 그를 주인으로 여겼다. 1막의 절반쯤에 이르렀을 때 한 명씩, 두 명씩 모두가 나가기 시작했다. 극단장과 나만 남아 청중 역할을 했다. 희곡은 너무나 형편없어서 내가 시에 대해 당나귀만큼이나 무지한데도 사탄 자신이 그 시인을 완전히 파멸시키고 망치려고 지은 것 같았다. 시인은 이미 청중이 그를 홀로 남겨둔 것을 보고 침을 꿀꺰거리고 있었다. 그의 예감하는 영혼이 그에게 닥칠 불행을 속삭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12명이 넘는 모든 배우들이 돌아왔고, 한 마디 말도 없이 내 시인을 붙잡았다. 만약 극단장의 권위가 간청과 외침으로 중재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그를 담요로 덮어 던졌을 것이다. 나는 이 광경에 놀라 멍해졌고, 극단장은 불쾌해했으며, 배우들은 기뻐했고, 시인은 풀이 죽었다. 그는 매우 인내심 있게, 비록 약간 찌푸린 얼굴로, 자신의 희곡을 가슴에 넣고 중얼거리며 말했다.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는 것은 좋지 않지.” 그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매우 차분히 나갔다. 나는 당황해서 그를 따라갈 수도, 따라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극단장이 나에게 너무나 많은 애정을 보여 내가 그와 함께 머물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 달도 안 되어 나는 뛰어난 막간극 배우이자 무언극의 대가가 되었다. 그들은 내게 올가미로 된 재갈을 물렸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무대에서 달려들도록 가르쳤다. 그래서 막간극이
내 주인님과 함께 있으면 대부분 매를 맞는 것으로 끝났다. 주인님이 나를 부추기면 나는 모든 사람을 들이받고 밀어버렸고, 그러면 무지한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주인님은 많은 돈을 벌었다. 오 시피온이여, 내가 이 극단과 다른 두 극단에서 본 것들을 너에게 다 말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을 간단하고 짧게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우리가 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있다면 말이다. 내 이야기가 얼마나 길었는지 보았느냐? 내가 겪은 많고 다양한 일들을 들었느냐? 내가 걸어온 길과 수많은 주인들을 생각해보았느냐? 그런데 네가 들은 모든 것은 내가 이 사람들에 대해 관찰하고 알아내고 본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의 행동방식, 삶, 관습, 일, 노동, 게으름, 무지함과 재치, 그 외 말로 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 어떤 것은 귓속말로 전해야 하고 어떤 것은 공개적으로 선포해야 하며, 모든 것은 기억에 남겨 많은 사람들이 가짜 모습과 인위적인 아름다움, 변신에 현혹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시피온이 말했다. “베르간사야, 네가 이야기를 늘릴 수 있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는 걸 잘 알겠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따로 해주는 게 좋겠고, 지금은 차분히 쉬어야 할 것 같구나.”
베르간사가 말했다. “그렇게 하지. 이제 내 말을 좀 들어보겠니? 나는 한 극단과 함께 이 바야돌리드 시에 왔는데, 한 막간극에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한 상처를 입었다. 당시에는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서 복수할 수 없었고, 나중에 차분해졌을 때는 복수하고 싶지 않았다. 복수를 계획한다는 것은 잔인함과 나쁜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개선과 처벌이 필요한 일들을 보았기에 그 일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것을 느낄 수는 있어도 고칠 수는 없었기에, 더 이상 보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성소로 피신했다. 악행을 더 이상 저지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것들을 버리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늦었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어느 날 밤 너를 보니 착한 크리스천인 마우데스와 함께 등불을 들고 가고 있었다. 나는 네가 만족스럽고 정당하고 거룩한 일을 하고 있다고 여겼고, 좋은 시기심에 사로잡혀 너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었다. 이런 칭찬할 만한 의도로 나는 마우데스 앞에 나섰고, 그는 곧바로 나를 네 동료로 선택하여 이 병원으로 데려왔다. 여기서 내가 겪은 일들도 적지 않아서 이야기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네 명의 환자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운명과 필요에 의해 이 병원에 오게 되어 네 개의 나란한 침대에 누워있던 그들 말이다. 용서해주게나. 이야기가 짧고 지체할 수 없기 때문이야. 여기에 꼭 맞는 이야기거든.”
시피온이 말했다. “그래, 용서하마. 빨리 끝내거라. 내 생각에 날이 밝아오는 것 같구나.”
베르간사가 말했다. “이 병동 끝에 있는 네 개의 침대 중 하나에는 연금술사가, 다른 하나에는 시인이, 또 다른 하나에는 수학자가, 마지막 하나에는 재정 정책 제안자라고 불리는 사람 중 한 명이 누워 있었다.”
시피온이 말했다. “그 좋은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 것 같군.”
베르간사가 계속했다. “지난여름의 어느 한낮, 창문이 닫혀 있을 때 나는 그들 중 한 명의 침대 밑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는데, 시인이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기 시작했다. 수학자가 무엇 때문에 한탄하느냐고 물었고, 시인은 자신의 불운한 운명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어떻게 한탄하지 않겠소?’ 그가 계속 말했다. ‘호라티우스가 그의 시학에서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10년 동안 간직하라고 명한 것을 지켰는데도 말이오. 나는 20년 동안 매달려 12년 동안 다듬은 작품이 있소. 주제는 위대하고, 착상은 참신하고 독특하며, 운율은 격조 있고, 에피소드들은 재미있으며, 구성은 놀랍소. 서두와 중간과 끝이 서로 잘 어울려 시가 고상하고 웅장하고 영웅적이며 즐겁고 실속 있게 되었소. 그런데도 이 작품을 바칠 만한 총명하고 관대하고 너그러운 군주를 찾지 못하고 있소. 아, 비참한 시대여! 타락한 우리 시대여!’ ‘그 책은 무엇에 대한 것이오?’ 연금술사가 물었다. 시인이 대답했다. ‘잉글랜드의 아서왕에 대해 대주교 투르팽이 쓰지 않은 것과 성배 전설의 보충 이야기를 다루고 있소. 모두 영웅시로, 일부는 팔행시, 일부는 자유시로 되어 있소. 하지만 모두 강세 음절이 뒤에서 세 번째에 오는 단어들로만 이루어져 있소. 즉, 모든 명사는 그런 단어들이고 동사는 전혀 쓰지 않았다는 말이오.’ 연금술사가 말했다. ‘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소. 그래서 당신이 한탄하는 불행의 정도를 가늠할 수 없소. 하지만 아무리 그것이 크다 해도 내 것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오. 내게 도구를 제공하거나 후원해줄 군주가 없어서 연금술의 과학이 요구하는 것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지금 금을 흘러넘치게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소. 미다스나 크라수스, 크레수스보다도 더 부자가 되었을 텐데 말이오.’ 수학자가 이 때 끼어들었다. ‘두 분 모두 불행을 과장하셨소만, 결국 한 분은 책을 헌정할 사람이 있고 다른 한 분은 철학의 돌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소. 그러나 나는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소. 22년 동안 나는 고정점을 찾으려고 애써왔소. 여기서 잡았다 싶으면 저기서 놓치고, 이제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어느새 그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 내 모습에 놀라곤 하오. 원의 구적법도 마찬가지요. 이제 거의 끝냈다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소. 그래서 내 고통은 탄탈로스의 그것과 같소. 과일 가까이 있으면서도 굶주림에 시달리고, 물 가까이 있으면서도 갈증으로 고통받는 것처럼 말이오. 순간순간 진리의 핵심을 잡을 것 같다가도 분 단위로 그토록 멀어져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니, 막 내려온 산을 다시 오르는 새로운 시시포스 같은 기분이오.’”
“이 지점까지 재정 정책 제안자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는데, 여기서 입을 열었다. ‘위대한 술탄도 불평할 수 없을 네 명의 불평꾼들을 이 병원에 가난이 모아놓았군요. 저는 직업과 일에 대해 불평하는데, 그것들은 주인을 먹여 살리지도 못하고 즐겁게 하지도 못하니까요. 저는 여러분, 재정 정책 제안자입니다. 여러 번에 걸쳐 폐하께 다양한 제안을 드렸는데, 모두 왕국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국왕께 이익이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지금은 폐하께서 제 새로운 제안을 논의할 사람을 지정해주시기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제안은 폐하의 재정난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청원서들의 운명을 보니 이것도 쓰레기통행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저를 바보로 여기지 않도록, 제 제안이 이 순간부터 공개된다 해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안은 이렇습니다: 의회에 폐하의 모든 신하들이 14세부터 60세까지 한 달에 한 번 빵과 물만으로 단식할 것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날은 선택되고 지정될 것입니다. 과일, 고기, 생선, 포도주, 달걀, 채소 등 다른 음식에 쓰일 모든 비용을 모아 폐하께 바치는 것입니다.
그날, 돈으로 환산하여 한 푼도 속이지 않고 폐하께 바치게 하였다. 그렇게 하면 20년 안에 모든 빚을 갚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계산해 본 바로는 스페인에 그 나이대의 사람이 3백만 명은 될 터인데, 병자나 노인, 어린이를 제외하고도 하루에 최소 1레알 반은 쓸 것이다. 난 1레알만 쓴다고 해도, 그보다 적게 쓸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여러분은 매달 3백만 레알이 모이는 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시나? 오히려 단식하는 이들에게 유익할 것이다. 단식으로 하늘의 은총을 받고 임금을 섬길 수 있으니 말이다. 건강에도 좋을 수 있겠지. 이것이 바로 깨끗하고 순수한 방책이다. 교구별로 모을 수 있어 공무원들이 나라를 망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이 제안과 제안자를 비웃었고, 그 자신도 자신의 헛소리를 비웃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과, 그런 생각을 하는 자들이 대개 병원에서 죽는다는 걸 알고 놀랐다.
시피온이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베르간사. 더 할 말 있나?”
베르간사가 대답했다. “두 가지만 더 말하고 끝내겠네. 날이 밝아오는 것 같군. 어느 날 밤 우리 주인이 이 도시의 행정관 댁에 구걸하러 갔는데, 그분은 훌륭한 신사이자 독실한 기독교인이셨지. 혼자 계시길래 난 이 병원의 한 노인 환자에게서 들은 말을 전할 기회라 생각했네. 떠돌이 처녀들의 타락을 막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지. 그들은 일하기 싫어 나쁜 길로 빠져 병원을 채우고 있었거든. 이는 참을 수 없는 재앙이라 신속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필요했지. 그 말을 전하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그런데 조리 있는 말 대신 급하고 시끄럽게 짖어대는 바람에 행정관께서 화를 내시며 하인들에게 나를 쫓아내라고 소리치셨어. 주인의 명령에 달려온 하인 하나가 손에 잡히는 대로 구리 물병을 집더니 내 갈비뼈를 내리쳤지.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네.”
시피온이 물었다. “그걸 가지고 불평하나, 베르간사?”
베르간사가 답했다. “아직도 아프다고 말했잖아. 그리고 내 좋은 의도가 그런 벌을 받을 만한 건 아니었다고 생각하네.”
시피온이 말했다. “베르간사, 잘 들어. 아무도 부르지 않은 곳에 끼어들어선 안 되고,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 나서려 해서도 안 된다네. 가난한 자의 조언은 아무리 좋아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가난하고 비천한 자가 위대하고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조언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해. 가난한 자의 지혜는 가려져 있지. 궁핍과 비참함이 그림자와 구름이 되어 그걸 가리니까. 혹시 드러나더라도 어리석음으로 여겨져 멸시받을 뿐이야.”
베르간사가 대답했다. “네 말이 맞아. 내 머리로 뼈저리게 깨달았으니 앞으로는 네 조언을 따르겠네. 또 다른 날 밤에 어느 귀부인 댁에 들어갔는데, 그분은 무릎에 소위 품종견이라는 아주 작은 개를 안고 계셨어. 날 보자 그 개가 주인의 품에서 뛰어내려 나한테 달려들며 짖더니, 기세등등하게 내 다리를 물었지. 난 존경과 분노의 눈길로 그놈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어. ‘이 하찮은 짐승아, 네가 길거리에서 날 만났다면 너를 무시하거나 이로 갈겼을 텐데.’ 그때 난 비겁하고 겁 많은 자들도 총애받으면 대담하고 오만해져서 자신보다 나은 자들을 모욕한다는 걸 깨달았지.”
시피온이 말했다. “네가 말한 진실의 증거를 우리는 몇몇 하찮은 인간들에게서 본다네. 그들은 주인의 그늘에 숨어 오만방자해지지. 하지만 운명의 변화로 그들이 의지하던 나무가 쓰러지면, 그들의 하찮음이 드러나고 말아. 미덕과 훌륭한 지성은 언제나 한결같지. 벗었건 입었건, 홀로 있건 함께 있건 상관없이 말이야. 그들은 지지대나 보호가 필요 없어. 스스로 가치 있으니까. 큰 행운에 교만해지지도, 역경에 좌절하지도 않지. 물론 사람들의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진정한 가치와 장점에는 변함이 없다네. 이제 이야기를 마치자꾸나. 틈새로 들어오는 빛을 보니 날이 많이 밝았어. 오늘 밤에도 우리가 말할 수 있다면 내가 내 삶을 이야기해주마.”
베르간사가 말했다. “그래, 꼭 이 자리로 와주게. 우리에게 남은 많은 진실을 말할 시간이 부족해서 하지 못한 걸 하늘이 말할 기회를 주리라 믿네.”
학사가 대화를 끝내고 소위가 깨어난 것이 동시에 일어났다. 학사가 말했다.
“이 대화가 허구이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소위께서 두 번째 이야기를 계속하실 수 있을 만큼 잘 구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가 대답했다. “선생님 의견에 용기를 얻어 계속 쓰겠습니다. 더는 개들이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논쟁하지 않겠습니다.”
학사가 말했다. “소위, 그 논쟁은 그만둡시다. 저는 이 대화의 기교와 구성을 이해했습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이제 에스폴론으로 가서 눈을 즐겁게 합시다. 정신은 이미 즐겁게 했으니 말입니다.”
소위가 대답했다. “좋습니다, 갑시다.”
그렇게 그들은 떠났다.
가짜 고모
살라망카의 어느 거리를 지나던 두 만체고 출신 학생이 있었다. 그들은 법학 공부보다는 방탕한 생활을 더 좋아했다. 그들은 어느 집의 창문에 달린 창살을 보고는 이상하게 여겼다. 보통 그런 집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드러내고 광고하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하는데, 마침 이웃집 장인이 그들에게 말했다.
“젊은이들, 8일 전에 이 집에 외지에서 온 귀부인이 이사왔소. 그녀는 꽤 경건하고 금욕적인 분이시지. 아주 예쁘고 활기찬 조카와 함께 사는데, 사람들은 그녀의 조카라고 하더군. 하인 한 명과 두 명의 늙은 하녀를 데리고 다니시오. 지금까지 이 도시 사람이건 외지 사람이건 그들을 방문하는 걸 본 적이 없고, 어디서 살라망카로 왔는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내가 아는 건 그 젊은 아가씨가 아름답고 정숙해 보이며, 그 고모의 위엄과 권위로 봐서는 가난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는 거요.”
이웃 장인의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이 모험을 마무리 짓고 싶어졌다. 그들은 도시의 사정에 밝고 창문에 화분이 있는 집이라면 다 훑어본 터라, 그런 고모와 조카가 살라망카 대학생들을 받아들인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특히 그런 거리에 살러 왔다는 게 이상했다. 그 거리는 통행료가 좋아 항상 좋은 먹을거리는 아니더라도 먹을거리가 팔렸던 곳이었다. 살라망카나 다른 도시에도 늘 그런 여자들이 사는 집이 있어서 대대로 그런 여자들이 살았기 때문이다.
정오가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그 집은 바깥에서 잠겨 있었는데, 이로 미루어 보아 집주인들이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거나 곧 돌아올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들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귀부인이 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포르투갈 성직자의 제의보다도 긴 눈처럼 하얀 두건을 이마 위로 주름지게 접어 쓰고 있었다. 목에는 산티누플로의 것만큼이나 큰 구슬로 된 묵주를 걸고 있었는데, 그 길이가 허리까지 닿았다. 비단과 양모로 만든 망토를 입고, 장식이 없는 하얀 새 장갑을 끼고 있었으며, 은으로 된 손잡이가 달린 인도산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왼손으로는 페르난 곤살레스 시대의 시종 하나를 이끌고 있었다. 그 시종은 보풀이 다 빠진 비로드 옷을 입고, 스칼렛 색 흉갑을 하고, 베하르산 부츠를 신고 있었다. 줄무늬 망토를 걸치고 밀라노산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현기증이 있어서 모자 위에 바늘로 만든 작은 모자를 덧썼다. 털이 많은 장갑을 끼고 허리띠와 나바라산 칼을 차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조카로 보이는 18세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 소녀는 얼굴이 단정하고 엄숙해 보였으며, 둥글기보다는 약간 매부리코였다. 눈은 검고 크며 조금 졸려 보였고, 눈썹은 곧고 잘 다듬어져 있었으며, 속눈썹은 길었고 얼굴은 붉은 빛이 돌았다. 머리카락은 인위적으로 곱슬거리게 한 금발이었는데, 관자놀이 부분에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고운 모직물로 만든 치마를 입고 있었고, 콘트레이나 프리사도 천으로 만든 꼭 맞는 상의를 입고 있었다. 검은 벨벳으로 만든 나막신을 신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은으로 된 장식 못과 술이 달려 있었다. 향기 나는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그것은 분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호박 냄새가 났다. 그녀의 태도는 위엄 있었고, 시선은 정숙했으며, 걸음걸이는 우아하고 왜가리 같았다. 부분적으로 보면 매우 아름다웠고, 전체적으로 보면 더욱 아름다웠다. 두 manchegos의 성격과 성향은 어린 까마귀들과 같아서 어떤 고기든 달려들었지만, 이 새로운 왜가리를 보자 그들의 다섯 감각을 모두 집중시켜 그녀에게 매료되어 멍하니 서 있었다. 이것이 바로 아름다움이 지닌 특권이니, 비록 거친 옷을 입고 있더라도 그러하다. 그들 뒤에는 시종과 비슷한 차림새의 두 명의 하녀가 따라오고 있었다.
이 모든 행렬과 함께 그 귀부인은 자신의 집에 도착했고, 충실한 시종이 문을 열자 그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들어가는 그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인사했는데, 그 모습이 매우 특별했다. 그들은 정중함과 애정이 섞인 태도로 무릎을 구부리고 눈을 내리깔았는데, 마치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고 예의 바른 사람들인 것처럼 보였다. 귀부인들은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고, 학생들은 거리에 남아 생각에 잠겼다. 그들은 반쯤 사랑에 빠진 채 어떻게 해야 할지 짧게 의논했다. 그들은 이 사람들이 외지인이라 살라만카에 법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라 법을 어기러 왔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들은 다음 날 밤에 음악을 연주해주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가난한 학생들이 자신들의 여인에게 하는 첫 번째 봉사였다.
그 후 그들은 가서 자신들의 가난을 청산했는데, 그것은 얼마 되지 않는 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친구들을 불러모으고 기타와 악기들을 준비하고 음악가들을 섭외했다. 그리고 그 도시에 넘쳐나는 시인들 중 한 명에게 가서 에스페란사라는 이름으로 – 그들은 이미 그녀를 자신들의 생명이라고 여겼다 – 노래할 가사를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단, 반드시 에스페란사라는 이름을 작품에 넣어달라고 했다. 시인은 이 부탁을 맡아 잠시 후 입술과 손톱을 물어뜯고 관자놀이와 이마를 긁으며 모직물 세공인이나 직조공이 만들 법한 소네트를 만들어냈다. 그는 그것을 연인들에게 주었고, 그들은 만족해했다. 그들은 시인에게 직접 음악가들에게 가사를 불러주라고 했는데, 그들이 외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밤이 되었고, 성대한 축제를 위해 정해진 시간에 9명의 만차의 투우사들과 4명의 성악가, 기타 연주자, 하나의 솔테리오, 하나의 하프, 하나의 반두리아, 12개의 방울, 그리고 사모라산 백파이프가 모였다. 30개의 방패와 같은 수의 코트도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식객들, 더 정확히 말하면 술객들의 무리에 나누어졌다. 이 모든 행렬과 소음을 내며 그들은 그 귀부인의 거리와 집에 도착했다. 그들이 거리로 들어서자마자 잔인한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밤이 이미 깊어 모든 이웃과 주민들이 누에처럼 두 번째 잠에 빠져 있었지만, 그들은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고 모든 사람이 깨어나 창문으로 나왔다. 곧 사모라산 백파이프가 감베타스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에스투르디온으로 끝냈는데, 이미 귀부인의 창문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하프 소리에 맞춰 시인이 만든 소네트를 한 음악가가 부드럽고 조화로운 목소리로 불렀다. 그 소네트는 다음과 같았다:
이 거리에 내 에스페란사가 있네.
내가 영혼과 육체로 숭배하는 이여
삶과 보물의 희망이여
그녀를 얻지 못하는 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리.
내가 그녀를 얻는다면 나의 행운은
프랑스인, 인도인, 무어인도 부러워하지 않으리.
그러므로 나는 당신의 우아한 도움을 간청하나니,
큐피드여, 모든 달콤한 기쁨의 신이여.
비록 이 에스페란사가 아직 어려
겨우 19세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를 얻는 자는 거인이 되리라.
불꽃이 타오르고 장작이 더해지리니,
오 고귀한 에스페란사여! 누가 감히
봉사하는 데 게을리 할 수 있으리오.
이 저주받은 소네트가 끝나자마자 주변에 있던 한 악당이 양쪽 법을 공부한 자로, 옆에 있던 사람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맙소사, 내 평생 이보다 더 좋은 에스트람보테를 들어본 적이 없소! 당신은 그 운의 일치를 보셨소? 그 여인의 이름과 단어들의 유희를, 그리고 큐피드에 대한 호소를, 그리고 그 ‘고귀한’이란 말이 얼마나 잘 들어맞았는지를? 그리고 소녀의 나이를 얼마나 잘 넣었는지, 그리고 ‘작은’에서 ‘거인’으로의 대조가 얼마나 잘 만들어지고 가져왔는지? 그리고 이제 저주나 기원을 보시오, 그 ‘장작’이란 말이 얼마나 훌륭하고 음악적인지! 맹세코, 만약 내가 이 소네트를 지은 시인을 안다면, 내일 아침 우리 고향에서 온 짐꾼이 가져온 초리소 반 다스를 그에게 보내겠소!”
청중들은 그가 한 말 중 ‘초리소’라는 단어만으로도 그가 에스트레마두라 출신임을 확신했고, 그들은 틀리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하라이세호 근처의 한 마을 출신이었다. 그 후로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 예술에 정통하고 숙련된 사람으로 여겨졌는데, 이는 그가 그 노래를 부른 비정상적인 소네트를 그토록 상세히 분석한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집의 창문들은 어머니가 낳은 그대로 굳게 닫혀 있었고, 이에 두 만차 출신의 기대하는 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타 소리에 맞춰 세 명이 다음과 같은 로망스를 불렀는데, 이 역시 그 목적을 위해 즉석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의 에스페란사여, 나오시어
영혼을 위로하소서
당신 없이는 고통 속에
육체를 거의 떠나려 하나이다.
차가운 두려움의 구름이
당신의 맑은 빛을 가리지 않게 하소서
당신의 태양들의 특권이니
그들에 맞서는 자를 굴복시키는 것이.
내 괴로움의 바다에서
평온한 물결을 보이소서
만약 당신이 원치 않는다면 욕망이
희망과 함께 좌초되지 않도록.
당신으로 인해 나는 삶을 기대하나니
죽음이 나를 죽일 때에도
그리고 지옥에서의 영광을,
사랑 없음 속에서도 은총을.
음악가들이 이 로망스를 부르던 중이었을 때,
창문을 열고 그날 봤던 시녀 중 한 명이 나타났다. 그녀는 날카롭고 세련된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들, 저의 주인 클라우디아 데 아스투디요 이 키뇨네스 부인께서 부탁하십니다. 이웃에 스캔들과 나쁜 본보기가 되지 않도록 다른 곳으로 가서 음악을 연주해 주십시오. 집에 처녀인 조카 에스페란사 데 토랄바, 메네세스 이 파체코 아가씨가 있어서 그녀의 신분과 지위에 맞지 않게 이런 일들이 문 앞에서 이 시간에 벌어지는 것이 좋지 않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덜 시끄럽게 하신다면 여러분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구혼자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시녀 아가씨, 부탁이 있습니다. 에스페란사 데 토랄바, 메네세스 이 파체코 아가씨께 창문으로 나와 달라고 전해주십시오.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한 말을 단 두 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어머나! 정말 그러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시녀가 말했다. “우리 아가씨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아가씨는 매우 고귀하고, 정숙하며, 절제되어 있고, 현명하며, 박식하고 글을 잘 쓰십니다. 당신이 진주로 덮어준다 해도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어머나’와 ‘진주’를 입에 달고 사는 점잖은 시녀와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음악가들과 수행원들은 도시의 치안 판사가 온다고 생각하고 모두 원을 그리며 음악가들의 짐을 중앙에 모았다. 치안 판사가 도착하자 방패를 두드리고 쇠사슬을 흔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안 판사는 세비야의 성체 축일에 정원사들이 추는 검무를 추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의 부하들에게 이런 소동이 이익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지나갔다.
용감한 자들은 의기양양해져서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 했지만, 연주단의 주인 중 한 명은 에스페란사 아가씨가 창문에 나타나지 않으면 계속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들이 다시 불러도 시녀조차 나타나지 않자 모두 화가 나고 분해서 집에 돌을 던지고 창살을 부수고 조롱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다. 이는 이런 경우에 젊은이들의 전형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화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빌란시코로 음악을 다시 시작했다. 백파이프와 성가신 소의 방울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고, 이 소리와 함께 그들의 세레나데는 끝이 났다.
동이 틀 무렵 무리가 해산했지만, 만체고 청년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들의 음악이 별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살라만카에서 ‘관대한 이들’이라 불리며 의자 맨 앞자리에 앉는 어떤 귀족 친구의 집으로 갔다. 그는 젊고 부유하며 돈을 아끼지 않고 음악을 좋아하고 연애를 즐기며 무엇보다도 용감한 이들과 친구였다. 그들은 아가씨의 아름다움, 우아함, 활기, 매력과 함께 고모의 위엄과 허세, 그리고 그녀를 즐기기 위해 기대할 수 있는 해결책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는 것을 자세히 설명했다. 음악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첫 번째이자 마지막 봉사였지만, 이웃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 외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그녀를 화나게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 귀족은 비정상적인 사람들 중 한 명이었는데, 그들을 위해 그녀를 정복하겠다고 약속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그날 바로 도냐 클라우디아에게 길고 정중한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인격, 생명, 재산, 호의를 그녀를 위해 바치겠다고 제안했다. 영리한 클라우디아는 시종에게 주인의 신분과 조건, 수입, 성향, 취미와 활동에 대해 물었다. 마치 그를 진정한 사위로 삼으려는 것처럼 말이다. 시종은 사실대로 말해 그녀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큼 그를 묘사했고, 그녀는 ‘어머나’를 입에 달고 사는 시녀를 보내 메시지만큼이나 길고 정중한 답장을 보냈다.
시녀가 들어오자 귀족은 정중하게 그녀를 맞이했다. 그는 그녀를 자신 옆의 의자에 앉히고 땀을 닦을 수 있도록 레이스 손수건을 건넸다. 그녀가 길을 오느라 조금 지쳐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가져온 메시지를 말하기 전에 그는 마멀레이드 상자를 가져오게 하고 직접 두 큰 조각을 잘라 주었다. 그리고 성스러운 포도주 두 잔으로 이를 씻어내게 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양귀비꽃처럼 붉어졌고 성직 임명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그녀는 꼬불꼬불하고 점잖은 평소의 말투로 메시지를 전했고, 그녀의 주인 에스페란사 데 토랄바, 메네세스 이 파체코 아가씨가 어머니가 낳은 그대로 처녀라는 완전히 지어낸 거짓말로 끝맺었다. 하지만 그녀는 주인을 위해 그의 귀하께 닫힌 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족은 그녀의 주인의 가치, 용기, 아름다움, 절제, 고귀함에 대해 들은 모든 것을 믿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순결에 대해서는 약간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이 점에 대해 알고 있는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기사도에 맹세하며, 만약 그녀가 진실을 말한다면 고급 실크로 만든 망토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으로 인해 까다로운 시녀의 고백을 얻어내기 위해 다시 끈을 조이거나 나사를 조일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와 임종의 순간을 걸고 진실을 말했다. 그것은 그녀의 주인 에스페란사 데 토랄바, 메네세스 이 파체코 아가씨가 세 번의 거래,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세 번의 판매를 겪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얼마에, 누구와, 어디서 일어났는지, 그리고 다른 수천 가지 상황을 덧붙여 설명했다. 이로 인해 돈 펠릭스 (귀족의 이름이 그랬다)는 알고 싶어 했던 모든 것에 대해 만족했다. 그는 그녀에게 그날 밤 자신을 집에 숨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고모 몰래 에스페란사와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그는 그녀를 좋은 말과 그녀의 주인들에게 전할 약속으로 보냈고, 검은 망토의 가격만큼의 돈을 주었다.
그는 그날 밤 집에 들어갈 방법에 대한 지시를 받았고, 시녀는 기쁨에 넘쳐 떠났다. 그는 자신의 계획을 생각하며 밤이 천 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복잡한 환영들과 만날 시간을 기다렸다.
약속된 시간이 왔고 (약속은 항상 온다), 성 조지처럼 차려입은 돈 펠릭스는 친구나 하인 없이 시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는 문을 열고 그를 조용히 집 안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를 에스페란사 아가씨의 방 침대 커튼 뒤에 숨겼다. 그녀는 그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에스페란사 아가씨는 이미 그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고모 몰래 그녀의 설득으로 그에게 모든 만족을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아 약속의 표시로 삼았고, 시녀는 나갔다. 돈 펠릭스는 에스페란사의 침대 뒤에 숨어 이 속임수나 음모가 어떻게 끝날지 기다렸다.
돈 펠릭스가 숨을 때는 밤 9시경이었다. 이 방과 이웃한 방에는 고모가 등받이 낮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조카는 그 앞의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큰 촛대가 있었다. 화가 나고 부끄러워진 모든 사람들은 집에 돌을 던지고 창살을 부수고 조롱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지만, 화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빌란시코로 음악을 다시 시작했다. 백파이프와 성가신 소의 방울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고, 이 소리와 함께 그들의 세레나데는 끝이 났다.
거의 새벽이 될 무렵 무리가 해산했지만, 만체고 청년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들의 음악이 별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살라만카에서 ‘관대한 이들’이라 불리며 의자 맨 앞자리에 앉는 어떤 귀족 친구의 집으로 갔다. 그는 젊고 부유하며 돈을 아끼지 않고 음악을 좋아하고 연애를 즐기며 무엇보다도 용감한 이들과 친구였다. 그들은 아가씨의 아름다움, 우아함, 활기, 매력과 함께 고모의 위엄과 허세, 그리고 그녀를 즐기기 위해 기대할 수 있는 해결책이 거의 또는 전
불빛 화로 곁에서. 집안이 이미 침묵에 잠기고, 시종은 잠들었으며, 다른 하인도 물러나 자고 있었다. 오직 일을 아는 이만이 깨어 있어 노부인인 주인이 잠자리에 들기를 재촉하고 있었다. 시계가 9시를 쳤지만 10시라고 우겼다. 그녀는 자신의 젊은 주인과 함께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계획이란 클라우디아 모르게 돈 펠릭스가 주는 모든 것을 그들만 차지하자는 것이었다. 늙은 여자는 조카가 벌어들이는 것에 대해 너무나 인색하고 욕심이 많아서, 특별히 필요한 것을 사려고 해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손님들이 올 것이라 기대하며 이 돈줄을 빼앗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에스페란사는 돈 펠릭스가 집에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장소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밤의 깊은 정적과 때맞춘 기회에 이끌려 클라우디아에게 말을 걸고 싶어졌다. 그녀는 중간 톤으로 조카에게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내 에스페란사야, 내가 늘 너에게 해준 충고와 가르침, 그리고 주의사항들을 잊지 말아라.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말이다. 네가 그것들을 약속한 대로 잘 지킨다면, 경험과 시간이 모든 것의 스승이듯 너에게 얼마나 유용하고 이로운지 알게 될 거야. 우리가 네 고향인 플라센시아에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네가 세상 물정을 알기 시작한 사모라도 아니고, 네 비옥함의 세 번째 수확을 거둔 토로도 아니야. 그곳들은 순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지, 우리가 지금 있는 곳처럼 간교하고 악랄한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 아니란다. 내 딸아, 명심해라. 우리는 지금 살라망카에 있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학문의 어머니라 불리는 곳이야. 보통 1만에서 1만 2천 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살아. 그들은 젊고, 변덕스럽고, 대담하고, 자유분방하고, 호색가이며, 돈을 쓰기 좋아하고, 영리하고, 악마 같고, 유머러스한 사람들이지. 이건 일반적인 얘기고. 특별히 말하자면, 대부분이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라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비스카야 사람들은 적지만 말수가 적은 사람들이야. 하지만 한 여자에게 빠지면 지갑을 아낌없이 열지. 라만차 사람들은 허세가 심하고 ‘그리스도여 날 데려가소서’라는 말을 자주 하지. 그들은 사랑을 주먹으로 표현해. 여기엔 아라곤, 발렌시아, 카탈루냐 사람들도 있어. 그들은 세련되고, 향기로우며, 예의 바르고, 옷차림도 좋아. 하지만 그들에게 더 이상을 바라지 마라. 더 알고 싶다면, 내 딸아, 그들은 농담을 모른다는 걸 알아둬. 여자에게 화가 나면 약간 잔인하고 배려심이 없거든.
새 카스티야 사람들은 고귀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야. 줄 것이 있으면 주고, 적어도 달라고 하진 않지. 에스트레마두라 사람들은 약사처럼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 그들은 연금술사 같아서 은에 닿으면 은이 되고, 구리에 닿으면 구리로 남지. 안달루시아 사람들에겐 5개가 아니라 15개의 감각이 필요해. 그들은 영리하고 예리하며, 교활하고 영리하고, 결코 인색하지 않아. 갈리시아 사람들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해. 아스투리아스 사람들은 토요일에 좋아. 늘 기름기와 때를 집에 가져오거든. 포르투갈 사람들의 성격과 특성을 설명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해. 그들은 뇌가 메마른 사람들이라 각자 제 고집대로야. 하지만 거의 모든 이들의 특징은 사랑이 구두쇠 속에 싸여 있다는 거야.
내 에스페란사야, 너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해야 해. 그러니 이런 암초 가득한 바다에 뛰어들려면 내가 너에게 북극성을 가리켜 주고 가르쳐야 할 거야. 그래야 우리의 의도와 목적이라는 배가 좌초되지 않고, 우리 상품, 즉 네 아름답고 우아한 몸을 물에 빠뜨리지 않을 테니. 많은 사람들이 네 우아함과 매력, 재치에 질투하고 있어.
내 아이야, 이 대학의 어느 교수도 자기 학문을 내가 우리의 세속적인 기술을 가르치고 실천할 수 있는 것만큼 잘 가르칠 수 없을 거야. 나는 오랜 세월 이 일을 해왔고 많은 경험을 쌓았기에 은퇴할 수 있을 정도야.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은 전에 여러 번 했던 말의 일부지만, 그래도 주의 깊게 듣고 기분 좋게 들어줬으면 해. 선원이 항상 배의 돛을 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접어두는 것도 아니듯이 바람에 따라 조절해야 하는 법이야.”
에스페란사라는 소녀는 이 모든 말을 고개를 숙이고 화로를 칼로 긁으며 듣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매우 만족스럽고 순종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클라우디아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말했다.
“얘야, 고개를 들어. 불 긁는 걸 그만두고 내 눈을 똑바로 봐. 졸지 마. 내가 하려는 말을 배우고 이해하려면 지금 가진 것보다 다섯 가지 감각이 더 필요할 거야.”
이에 에스페란사가 대답했다.
“이모님, 연설을 길게 하거나 계속하시려고 하지 마세요. 이미 머리가 아파요. 제가 해야 할 일과 저에게 좋은 게 뭔지 여러 번 설교하고 조언하셨잖아요. 이제 다시 머리를 아프게 하지 마세요. 보세요, 살라망카 남자들이 다른 지방 남자들과 뭐가 다른가요? 모두 살과 뼈로 되어 있지 않나요? 모두 세 가지 능력과 다섯 가지 감각을 가진 영혼이 있지 않나요? 일부가 더 많은 지식과 학문을 가졌다고 해서 뭐가 중요한가요? 오히려 제 생각엔 그런 사람들이 더 빨리 눈이 멀고 넘어질 거예요.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아보고 평가할 수 있는 더 많은 지성이 있기 때문이죠. 냉담한 사람을 유혹하고, 순결한 사람을 자극하고, 육욕적인 사람을 거절하고, 비겁한 사람을 용기 내게 하고, 소심한 사람을 격려하고, 건방진 사람을 억제하고, 잠자는 사람을 깨우고, 부주의한 사람을 초대하고, 부재중인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바보를 칭찬하고, 현명한 사람을 축하하고, 부자를 어루만지고, 가난한 사람을 실망시키고, 거리에선 천사가 되고, 교회에선 성녀가 되고, 창가에선 아름다운 여인이 되고, 집에선 정숙한 여인이 되고, 침대에선 악마가 되는 것 말고 더 할 일이 있나요?
이모님, 이런 것들은 이미 다 외우고 있어요. 새로운 것을 조언하고 경고해주세요. 다른 기회에 하시고, 지금은 그만두세요. 저는 너무 졸려서 듣고 있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고 확실히 해두고 싶어요. 아무리 큰 이익이 있더라도 더 이상 당신 손에 고문당하지 않을 거예요. 이미 세 번의 꽃을 바쳤고, 당신은 그것들을 팔았죠. 세 번이나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었어요. 제가 청동으로 만들어졌나요? 제 살에 감각이 없나요? 그냥 헤진 옷처럼 꿰매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제가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영혼에 맹세코, 더 이상 참지 않을 거예요. 이모님, 이제 제 포도밭에서 떨어진 포도를 주우세요. 때로는 본 수확물보다 늦게 주운 것이 더 맛있을 수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제 정원을 온전히, 한 번도 건드리지 않은 채로 팔기로 결심하셨다면, 후문을 잠그는 더 부드러운 방법을 찾으세요. 비단실과 바늘로는 더 이상 제 살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아, 바보야, 바보 같으니. 이런 일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지 모르겠구나!” 늙은 클라우디아가 대답했다. “이런 용도로는 붉은 비단실과 바늘만한 게 없어. 다른 건 다 가지치기일 뿐이야. 절대
주마가는 수마자와 갈은 유리; 거머리는 그보다 훨씬 가치가 없다; 미르는 쓸모가 없고, 알바라나 양파나 비둘기 모이통이나 그 밖의 못쓸 약재들도 마찬가지다. 다 쓸데없는 것들이다. 시골뜨기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 가짜 돈을 알아챌 수 있을 테니까. 내 골무와 바늘이 내 생명줄이고, 너의 인내와 참을성도 마찬가지다. 온 인류가 덤벼들어도 그들은 속아 넘어갈 것이고, 너는 명예를 지키고 나는 재산과 평소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시겠지요, 부인. 하지만 저는 제 결심을 바꾸지 않겠어요.” 에스페란사가 대답했다. “제 이익이 줄어들더라도 말이에요. 게다가 첫 거래를 늦추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놓치게 돼요. 우리가 세비야로 가서 함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릴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시간을 허비하며 제 꽃을 네 번째로 팔기 위해 기다리는 건 현명하지 않아요. 이미 시들어 거무스름해졌는걸요. 부인, 제발 주무시러 가세요. 이 일에 대해 생각해보시고 내일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리세요. 어쨌든 전 어머니보다 더한 어머니 같은 당신의 조언을 따를 테니까요.”
이모와 조카의 대화가 여기까지 이어졌다. 돈 펠릭스는 이 대화를 모두 엿들었고 크게 놀랐다. 그때 그는 재채기를 참을 수 없었고, 너무나 큰 소리로 재채기를 해서 거리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도냐 클라우디아는 깜짝 놀라 혼란스러운 채로 일어났다. 그녀는 촛불을 들고 에스페란사의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마치 누군가 말해준 것처럼 그녀는 곧장 침대로 가서 커튼을 들어올렸다. 그곳에서 그녀는 칼을 움켜쥐고 모자를 눌러쓴 채 매우 험악한 표정으로 전투 태세를 갖춘 기사를 발견했다.
노파는 그를 보자마자 성호를 긋기 시작하며 말했다. “예수님, 절 도와주세요! 이게 무슨 큰 재앙이고 불행인가요? 내 집에 남자가 있다니, 그것도 이런 장소에, 이런 시간에! 불쌍한 나! 내가 얼마나 불행한지! 이 일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뭐라고 하겠어요?”
“진정하세요, 도냐 클라우디아님.” 돈 펠릭스가 말했다. “저는 당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손상시키러 온 게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왔지요. 저는 부유하고 조용한 신사입니다. 무엇보다 도냐 에스페란사님을 사랑합니다. 제 소망과 애정에 걸맞은 것을 얻기 위해 저는 당신도 언젠가 알게 될 어떤 은밀한 방법으로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제 의도는 오직 가까이에서 저를 생명 없게 만든 그녀를 보고 즐기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죄가 벌을 받아야 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이 저에게 벌을 내리실 수 있습니다. 당신 손에서 오는 어떤 벌도 제게는 크나큰 영광으로 여겨질 것이며, 제가 겪는 고통보다 더 가혹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 불쌍한 나!” 클라우디아가 다시 대답했다. “남편 없이, 우리를 지키고 보호해줄 남자 없이 사는 우리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이제야 당신이 그립구나, 돈 후안 데 브라카몬테여, 내 불행한 운명의 배우자여! 당신이 살아있었다면 나는 이 도시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 처한 혼란과 수치도 겪지 않았을 것을. 나리, 제발 당장 들어오신 길로 나가주세요. 저나 제 조카에게 무언가 원하신다면 밖에서 더 천천히, 더 명예롭고 이롭고 즐겁게 협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이 집 안에 있는 게 가장 좋습니다, 부인.” 돈 펠릭스가 대답했다. “당신으로 인해 명예가 손상되지 않을 것이고, 이익은 눈앞에 있으며, 즐거움 또한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게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그리고 제 말이 진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이 금 목걸이를 보증으로 드리겠습니다.”
그는 목에서 100두카트 가치의 좋은 금 목걸이를 벗어 그녀의 목에 걸어주려 했다.
이 순간, 그토록 후한 제안과 그에 못지않은 선불을 본 거래의 중개인인 하녀는 주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말했다. “이 세상에 이런 군주가 또 있을까요? 교황도, 황제도, 상인의 회계원도, 페루에서 온 사람도, 심지어 성직자도 이런 관대함과 너그러움을 보이지 않을 거예요! 도냐 클라우디아님, 제발 이 일에 대해 더 이상 말씀하지 마세요. 그냥 덮어두고 이 신사님이 원하시는 대로 해드려요.”
“정신 나갔어, 그리할바? 제정신이야?” 도냐 클라우디아가 말했다. “에스페란사의 순결, 그 하얀 꽃, 그 순수함, 그 처녀성을 이렇게 함부로 모험에 빠뜨리고 팔아버리겠다고? 그것도 그 목걸이에 현혹되어? 내가 그 빛에 눈이 멀고, 그 고리에 묶이고, 그 사슬에 갇힐 만큼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해? 죽은 자의 영혼에 맹세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나리, 목걸이를 다시 가져가세요. 우리를 더 나은 눈으로 봐주세요. 우리가 혼자 사는 여자들이긴 하지만 고귀한 집안 출신이라는 걸 이해하세요. 이 아이는 어머니가 낳은 그대로예요. 세상 누구도 다른 말을 할 수 없어요.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면, 온 세상이 착각하고 있는 거예요. 시간과 경험이 이를 증명해줄 거예요.”
“조용히 하세요, 부인.” 그리할바가 말했다. “제가 잘 모르거나 이 신사님이 우리 아가씨의 진실을 모르신다면 죽여버리세요.”
“무슨 진실을 안다는 거야, 뻔뻔한 것아?” 클라우디아가 대답했다. “우리 조카의 순결함을 모르니?”
“정말 깨끗하죠.” 에스페란사가 방 한가운데 서서 어리둥절하고 놀란 채로 말했다. “이 추운 날씨에 한 시간 전에 깨끗한 셔츠로 갈아입었으니까요.”
“당신이 어떤 상태든 상관없습니다.” 돈 펠릭스가 말했다. “저는 본 천의 견본만으로도 가게에서 나가지 않고 모든 천을 살 겁니다. 그리고 제가 사려는 물건을 까다로움이나 무지 때문에 팔지 않으시려면, 클라우디아 부인, 제가 아가씨와 나눈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저는 이 포도원의 첫 수확을 하고 싶었고, 이 목걸이에 금 귀걸이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진실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이렇게 좋은 보증을 가지고 있으니, 이제 저를 더 잘 대해주세요. 그게 공정할 거예요. 제 말씀드리지만, 세상 누구도 이 벽의 파괴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며, 제가 그녀의 온전함과 선함을 선포하는 사람이 될 것임을 맹세하고 약속드립니다.”
“축복받으시길, 잘 되셨어요!” 그리할바가 말했다. “그들은 서로를 위한 사람들이에요. 제가 그들을 짝지어주고 축복합니다.”
그녀는 소녀의 손을 잡아 돈 펠릭스에게 건네려 했다. 이에 노파는 너무나 화가 나서 신발 한 짝을 벗어 그리할바를 마치 적군이라도 되는 양 때리기 시작했다. 그리할바는 학대받는 것을 보고 클라우디아의 머리 장식을 잡아채 머리카락 한 올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수녀보다 더 반짝이는 대머리와 한쪽으로 늘어진 가발을 드러내며 세상에서 가장 추하고 역겨운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하녀에게 이렇게 학대받는 것을 보고 클라우디아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저 정의의 이름으로!” 하고 외치자마자 마치 마법처럼 도시의 행정관이 20명이 넘는 수행원과 치안관들을 대동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 집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그날 밤 방문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 있던 사람들이 대화에 열중해 있어 듣지 못했다. 치안관들은 밤에 이런 일을 위해 항상 가지고 다니는 지렛대 두 개로 문을 열고 조용히 올라왔다. 행정관은 아주머니의 훈계부터 그리할바와의 싸움까지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들었다. 그래서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하녀 양, 주인에게 무례하군요.”
“아이고, 행정관님, 이 천한 것이 얼마나 무례한지 보셨습니까?” 클라우디아가 말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저를 내던지신 이래 어느 누구의 손도 닿지 않았던 곳에 손을 대다니요!”
“당신을 내던졌다는 말이 맞소. 당신 같은 사람은 내던져질 만한 사람이니까.” 행정관이 말했다. “존경하는 분, 가리시오. 다들 가리고 감옥으로 가시지요.”
“감옥이라고요, 행정관님? 무슨 이유로요?” 클라우디아가 물었다. “이 땅에서 내 신분과 지위를 가진 사람을 이렇게 대하나요?”
“더 이상 소리 지르지 마시오. 싫어도 가야 하오. 당신과 함께 저 삼중 언어를 구사하는 대학생도 데려가야겠소.”
“맙소사.” 그리할바가 말했다. “행정관님께서 다 들으셨나 봐요. 세 가지 언어 운운한 건 에스페란사를 두고 하신 말씀이겠어요.”
이때 돈 펠릭스가 다가와 행정관에게 따로 말을 걸어 그녀를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 자신이 보증을 서겠다고 했지만 간청도 약속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행정관을 따라온 사람들 중에 두 명의 만차 학생이 있었다. 그들은 이 모든 일을 목격했고, 어쨌든 에스페란사와 클라우디아, 그리할바가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순식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의논했다. 아무도 모르게 집을 빠져나와 죄수들이 지나갈 골목 모퉁이에 숨었다. 그들의 좋은 운으로 곧 만난 여섯 명의 친구들에게 그 지역 관리에 맞서 중요한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마치 성대한 연회에 초대받은 것처럼 그들은 기꺼이 동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죄수들을 데리고 관리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다가오기도 전에 학생들은 너무나 용감하고 대담하게 칼을 빼들어 잠시 후 거리에는 한 명의 치안관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에스페란사만 구출할 수 있었다. 클라우디아와 그리할바를 데리고 가던 치안관들은 싸움이 벌어지자 다른 길로 빠져 그들을 감옥에 가두었기 때문이다. 행정관은 수치스럽고 모욕감을 느껴 집으로 돌아갔고, 돈 펠릭스도 자기 집으로 갔으며, 학생들은 숙소로 돌아갔다. 에스페란사를 관리들에게서 빼앗은 학생이 그날 밤 그녀를 범하려 했지만, 다른 학생이 그러지 못하게 했고 죽이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오, 사랑의 기적이여! 오, 욕망의 강력한 힘이여!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렇다. 포로를 빼앗은 학생이 동료가 그토록 열심히 그녀를 범하지 못하게 막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자신에게 무엇이 좋을지 고려하지도 않은 채 말했다.
“자, 당신이 내가 그녀를 범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애인으로 그녀를 내게 넘기지 않으려 한다면, 적어도 합법적인 아내로 그녀를 내게서 빼앗을 순 없을 겁니다. 당신은 그럴 수도, 그래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아가씨에게 돌아서서, 그녀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제 영혼의 여인이시여, 지금까지 당신의 수호자로서 드렸던 이 손을, 이제 당신이 원하신다면 합법적인 남편이자 신랑으로서 드리겠습니다.”
에스페란사는 이보다 더 낮은 제안에도 만족했을 터였다. 그 제안을 듣자마자 ‘네’라고 대답했고,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대답했다. 그리고 그를 주인이자 남편으로 껴안았다. 동료는 이 이상한 결정을 보고 놀라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들 앞에서 물러나 자기 방으로 갔다. 새 신랑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그의 욕망을 방해하고 결혼을 막을까 두려워 아직 모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날 밤 고향으로 가는 짐꾼이 묵고 있는 여관으로 갔다. 에스페란사의 행운은 그 짐꾼이 다음날 아침 떠날 예정이었다. 그들은 함께 떠났고, 소문에 따르면 아버지 집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에게 그 여인이 귀족의 딸이며, 아버지의 집에서 그녀를 데려와 결혼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아들이 하는 말을 쉽게 믿었고, 며느리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는 더없이 만족스러워하며 아들의 결정을 최선을 다해 칭찬했다.
클라우디아에게는 그렇게 잘 풀리지 않았다. 그녀의 자백으로 에스페란사가 조카도 친척도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녀는 교회 문 앞에서 데려온 아이였고, 그녀와 다른 소녀들을 여러 번 처녀로 팔아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이것이 그녀의 직업이자 생업이었음이 밝혀졌다. 또한 그녀가 약간의 마법사 기질이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런 죄목으로 행정관은 그녀에게 400대의 채찍형과 광장 중앙의 계단에 새장을 쓰고 서 있는 형을 선고했다. 그해 살라망카의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날이었다.
학생의 결혼 소식이 곧 알려졌다. 일부는 아버지에게 진실을 알리고 며느리의 신분을 편지로 썼지만, 그녀는 영리함과 재치로 시아버지를 기쁘게 하고 섬기는 데 능숙해져서, 더 나쁜 소문이 들려와도 그는 그녀를 며느리로 얻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재치와 아름다움의 힘은 강했다. 이것이 클라우디아 데 아스투디요 이 키뇨네스 부인의 최후이자 결말이었다. 그녀와 같은 삶과 행동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이런 결말이 있기를.
라이프치히. — F. A. 브로크하우스 출판사.
주석
[1] 매춘부들이 살던 집.
[2] 제노바로 많은 돈이 흘러들어갔다.
[3] 검과 방패.
[4] 보통 공공연한 여자들이 살던 곳.